계속해서 귀엽다고 이야기해주는 나냐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치만, 사실 나도... 이런 쪽으로는 내성 전혀 없는걸. 게다가, 단 둘이 온 온천여행이라서. 낯선 상황이기도 하고. 두근두근거리고.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은거야? 우우웃.... 새빨개진 얼굴로, 괜히 뺨에 바람을 잔뜩 넣고 너를 바라보다가. 곧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괜찮아. 조금 서툴러도 같이 발을 맞춰가기로 했으니까. 응.
"바아-보."
괜히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는, 나는 키득거렸다.
"으, 으응.."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때문에. 조금은 목소리가 커졌을까. 괜히 심호흡을 한번 하고, 네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었지.
"알지. 나냐도 제대로 씻고 들어가자. 뭐하면 서로 씻겨줘도 좋아."
넓은 온천. 막 청소를 마친듯,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잘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어 씻을 수 있는 곳에 가볍게 앉았고, 샤워기를 틀었다. 있잖아, 혹시 심장 소리가 들리진 않지? 해변에서 놀던거랑 조금의 차이밖에 없는데... 그래도.
"좋다. 그렇지? 느긋하게 쉬자."
"다 씻고 나면 밥도 먹고... 응, 방에 노천탕도 있는것 같으니까, 그 안에서 달 봐도 즐겁겠네."
조금 묘했다. 무도회 때에도, 등은 드러냈었는데. 네게 등을 보인채로 앉아서, 가만히 머리 감겨주는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까부터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귓가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크게 들렸다. 어디 이상한건 없겠지? 우와, 뭐가 나기라도 했으면 정말 최악인데... 그러다가, 들려오는 네 말소리에, 그만 긴장이 풀려서 키득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냥 샴푸부터 해도 되는데. 그리고 나중에 내가 트리트먼트랑 린스같은것도 다 해줄게."
키득거리면서 웃다가, 네가 허탈하게 웃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았다.
"그러게. 있잖아, 나냐. 고마워. 온천 여행권 얻는거, 힘들었을텐데."
그런거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우리 꼭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어보자. 느릿하게 웃었지.
"뭐어, 느긋하게 목욕하고 밥 먹고 쉬기도 하면 금방 또 해가 질테니까."
"으음... 글쎄. 보름달이었으면 좋겠다."
짧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마마... 나 언제 머리 감겨줄거야? 설마, 나 빤히 바라보느라 두근두근거려서 아무것도 못하는건 아니지?"
>>458 정말로, 괜한 걱정이였다. 모난 것 없이 백옥같은 피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질투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말끔했고, 긴 검은 머리카락도 어떻게 빗든 걸리는 것 없이 찰랑찰랑하며 빠지는 머리칼조차 없고...
"진짜 사기 아이가, 그 몸은."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였다. 살짝 갈색 기운의 피부는 관리가 잘 안되어있고, 머리카락은 곱슬이라 걸핏하면 서로 엉켜서 빗기 힘들고... 하아. 생각하니까 짜증났기에, 자신 앞의 애꿏은 검은 머리에다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에잇, 너같이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은 그 고충을 알 리가 없지!
"아이, 샴푸는 알어야, 샴푸는..."
기숙사에서 써보기는 했기에, 알고 있었다. 물론 그 후의 것들은 써 본적이 없지만. 비싸기도 했고, 제공하는 것도 아니였고.
레이니 입장에서는 조금 불운했을지도 모르는 자그마한 사건이 있었던 온천 여행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안카자카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마무리되었다. 높은 눈 사이로 사라진 우마무스메를 찾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소동 하나까지 마무리가 되고서야 레이니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선물을 건네줄 시간은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충분하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그대로 기숙사의 침대에 기어들어가 하루종일 잠에 든 우마무스메. 이것이 실책이 될 줄은, 이브의 레이니・왈츠는 전혀 몰랐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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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고로, 25일 오후 5시. 아직 해가 지기에는 약간 이른 저녁. 레이니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다이고의 집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박스를 들고 찾아갔으나...
“다-이-고-”
자그마한 집에서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
크리스마스에 무언가 약속이 있을것 같지는 않아서, 마당을 넘어 창문을 기웃거리던 레이니는 현관 문 앞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후후, 하고 숨을 내뱉어 괜히 하늘에 뿌연 김이 서리게 만들고는, 소중한 것인 것 마냥 선물 상자를 고쳐 잡는다.
“...저녁 재료 사러 나갔으려나.”
날이 추우니까, 빨리 돌아왔으면 좋을텐데... 자그마한 중얼거림 한 번. 눈이 다시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기를 한 번. ...그래도 다이고는 오질 않는채로,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인데.
쭈뼛거리면서 애꿎은 손가락만 배배 꼬다가, 갑자기 물이 뿌려지자 뺘앗, 하고 깜짝 놀라며 웃어버렸다. 아아, 정말. 은근 장난꾸러기라니까. 그런데 있잖아, 나냐. 나는 네 갈색빛이 도는, 살짝 탄 피부도, 곱슬거리고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도 아름다워서 좋아해. 작은 몸도, 귀엽다는것도 싫어하겠지만... 나는, 품에 꼭 안아줄수 있는 네가 좋은걸. 설령 네가 어떤 모습이든간에, 이만큼 사랑하니까.
"헤헤, 그러면 내가 트리트먼트랑 린스도 잔뜩 알려줘야겠네."
"...헤헤, 그러게. 응. 그럴수도 있겠다."
찾아오기 경주인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근거려. 정말, 최고의 고백이었어. 어떻게 너는 이렇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사랑스러워질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 싸우기도 했었고... 여름 합숙때 해변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지. 무도회도 즐겼고, 응. 앞으로 쌓아갈 추억도 기대돼.
"응."
느릿하게 눈을 감고는, 네게 머리를 맡겼다. 마사지를 하는것처럼, 네 손끝이 머리카락에, 그리고 머리에 스칠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가슴 안쪽이 행복으로 가득차서, 나도 모르게 수줍게 웃어버렸지.
키득거리면서, 네게 머리를 맡기고.... 다시금 눈을 감으며, 마침내 머리가 다 씻겨지자, 얼굴에 흐르는 물을 손으로 닦아내면서, 몇번 눈을 깜빡거리고는 너를 바라봐.
"그러면, 나냐, 내가 씻어줄게. 머리카락, 부드러워지도록."
나도, 너무 뜨겁지 않게, 따듯한 정도로 샤워기 물을 틀어 온도를 확인하고, 천천히 네게 바짝 붙어, 품에서 네 머리카락을 씻어주려고 했지. 손을 뻗어 천천히 네 머리카락을 적셔주기 시작했다. 눈에 물이 들어가거나, 얼굴에 물이 잔뜩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가면서. 우선은 천천히 씻고, 샴푸나 린스까지 해줘야겠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네 머리를 마사지해주면서, 곧이어 샴푸로 네 머리를 천천히 헹구기 시작했다. 결을 따라 엉킨 머리가 있으면 천천히 풀어주듯, 부드럽게 매만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