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정말로, 괜한 걱정이였다. 모난 것 없이 백옥같은 피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질투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말끔했고, 긴 검은 머리카락도 어떻게 빗든 걸리는 것 없이 찰랑찰랑하며 빠지는 머리칼조차 없고...
"진짜 사기 아이가, 그 몸은."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였다. 살짝 갈색 기운의 피부는 관리가 잘 안되어있고, 머리카락은 곱슬이라 걸핏하면 서로 엉켜서 빗기 힘들고... 하아. 생각하니까 짜증났기에, 자신 앞의 애꿏은 검은 머리에다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에잇, 너같이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은 그 고충을 알 리가 없지!
"아이, 샴푸는 알어야, 샴푸는..."
기숙사에서 써보기는 했기에, 알고 있었다. 물론 그 후의 것들은 써 본적이 없지만. 비싸기도 했고, 제공하는 것도 아니였고.
레이니 입장에서는 조금 불운했을지도 모르는 자그마한 사건이 있었던 온천 여행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안카자카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마무리되었다. 높은 눈 사이로 사라진 우마무스메를 찾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소동 하나까지 마무리가 되고서야 레이니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선물을 건네줄 시간은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충분하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그대로 기숙사의 침대에 기어들어가 하루종일 잠에 든 우마무스메. 이것이 실책이 될 줄은, 이브의 레이니・왈츠는 전혀 몰랐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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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고로, 25일 오후 5시. 아직 해가 지기에는 약간 이른 저녁. 레이니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다이고의 집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박스를 들고 찾아갔으나...
“다-이-고-”
자그마한 집에서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
크리스마스에 무언가 약속이 있을것 같지는 않아서, 마당을 넘어 창문을 기웃거리던 레이니는 현관 문 앞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후후, 하고 숨을 내뱉어 괜히 하늘에 뿌연 김이 서리게 만들고는, 소중한 것인 것 마냥 선물 상자를 고쳐 잡는다.
“...저녁 재료 사러 나갔으려나.”
날이 추우니까, 빨리 돌아왔으면 좋을텐데... 자그마한 중얼거림 한 번. 눈이 다시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기를 한 번. ...그래도 다이고는 오질 않는채로,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인데.
쭈뼛거리면서 애꿎은 손가락만 배배 꼬다가, 갑자기 물이 뿌려지자 뺘앗, 하고 깜짝 놀라며 웃어버렸다. 아아, 정말. 은근 장난꾸러기라니까. 그런데 있잖아, 나냐. 나는 네 갈색빛이 도는, 살짝 탄 피부도, 곱슬거리고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도 아름다워서 좋아해. 작은 몸도, 귀엽다는것도 싫어하겠지만... 나는, 품에 꼭 안아줄수 있는 네가 좋은걸. 설령 네가 어떤 모습이든간에, 이만큼 사랑하니까.
"헤헤, 그러면 내가 트리트먼트랑 린스도 잔뜩 알려줘야겠네."
"...헤헤, 그러게. 응. 그럴수도 있겠다."
찾아오기 경주인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근거려. 정말, 최고의 고백이었어. 어떻게 너는 이렇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사랑스러워질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 싸우기도 했었고... 여름 합숙때 해변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지. 무도회도 즐겼고, 응. 앞으로 쌓아갈 추억도 기대돼.
"응."
느릿하게 눈을 감고는, 네게 머리를 맡겼다. 마사지를 하는것처럼, 네 손끝이 머리카락에, 그리고 머리에 스칠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가슴 안쪽이 행복으로 가득차서, 나도 모르게 수줍게 웃어버렸지.
키득거리면서, 네게 머리를 맡기고.... 다시금 눈을 감으며, 마침내 머리가 다 씻겨지자, 얼굴에 흐르는 물을 손으로 닦아내면서, 몇번 눈을 깜빡거리고는 너를 바라봐.
"그러면, 나냐, 내가 씻어줄게. 머리카락, 부드러워지도록."
나도, 너무 뜨겁지 않게, 따듯한 정도로 샤워기 물을 틀어 온도를 확인하고, 천천히 네게 바짝 붙어, 품에서 네 머리카락을 씻어주려고 했지. 손을 뻗어 천천히 네 머리카락을 적셔주기 시작했다. 눈에 물이 들어가거나, 얼굴에 물이 잔뜩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가면서. 우선은 천천히 씻고, 샴푸나 린스까지 해줘야겠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네 머리를 마사지해주면서, 곧이어 샴푸로 네 머리를 천천히 헹구기 시작했다. 결을 따라 엉킨 머리가 있으면 천천히 풀어주듯, 부드럽게 매만지며.
situplay>1597032232>463 어쩌면 자그마한 해프닝, 그러나 담긴 의미는 그보다 큰 일이 있었던 온천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츠나지는 여전히 추웠다. 그야 겨울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산타가 돌아다닌다고 믿어지는 날 하루만이 어쩌면 기념일로 남았다.
그런 산타는 이브날 온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선물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가 아니라 사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쉬기 위해 미리 방문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다이고는 산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으므로 휴일이 아닌 이브날에는 크리스마스 때 줄 선물을 골라뒀을 뿐 전달하지는 않았다. 준비한 선물을 당일날 깜짝 방문해 딱 건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참고 당일이 되어서야 선물을 챙겨 기숙사로 향한 것인데.
"예? 아무도 없단 말씀임까?"
레이니의 호실을 잘못 알고 있었나? 그러나 다시 한 번 확인해 봐도 돌아오는 답은 같다. 이미 기숙사를 나섰다는 대답 말이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이걸 어째야 하나 하고 선물을 손에 든 채 머리를 긁적이던 다이고는, 여기서 기다릴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그러면 음... 레이니 왈츠 학생이 돌아오면 연락 좀 부탁드림다, 학생한테는 아무 말 마시고..."
비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말로 당부를 건네고 기숙사를 빠져나오지만. 막상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막막하다. 일단은 집에 돌아갈까... 돌아가는 김에 반찬거리를 좀 사가야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다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고가 집에 돌아오기 시작한 시간은 레이니의 예상보다 늦었을 것이다. 심하게 많이 늦지는 않았겠지만... 하늘에서 눈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자 다이고는 집으로 걸어가며 아직도 기숙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혹시 눈 맞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결국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 다이고의 손에 들린 전화기에서 연결음이 이어지고 있다.
"나냐, 그러면 내가 앞으로 매일 머리감겨줘서 찰랑찰랑한 머릿결로 만들어줄게. 머리카락 안 빠지고, 엉기지도 않게."
"매일 아침 된장국도 끓여주고, 저녁에는 머리도 감겨줘야겠다."
해탈한듯이 이야기하는 네 뺨을 괜히 콕 찔러보려고 하면서, 살풋 웃었다. 좋아. 집에 돌아가면 트리트먼트랑 린스, 각종 미용 용품들을 잔뜩 사야겠다. 팩도 해주고, 로션도 꼼꼼하게 발라줘야지. 즐거운 상상덕분에, 저절로 웃음이 나와버렸지.
"...뺘앗..?!"
네가 내 턱을 살짝 잡아오자,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면서 너를 바라봐. 금세 새빨갛게 얼굴이 물들고, 꼬리가 천천히 흔들리고... 귀가 쫑긋거려. 너는 뭐든지, 천천히, 차근차근, 처음부터... 단어 하나하나, 두근거리게 만들고, 조금은 무섭지만, 조금은 기대되는. 그런 속삭임으로.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잔뜩 긴장했는데... 콕, 하고 코가 맞대어지자, 참았던 숨을 간신히 뱉어.
"....끝까지라면."
시선을 천천히 네게 향해서, 손을 네게 뻗어. 검지 손가락으로 콕, 하고, 천천히 너의 쇄골을 흝으려 해. 그리고는.
"그런, 거?"
네가 눈웃음 짓자, 나도 따라서 눈을 접어 예쁘게 웃으면서,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네 목에 가볍게 입을 맞추려 했다. 기대할게. 그렇게 속삭이며.
"그럼 보여줄게. 조금 이따가..."
"방에서."
머리를 감겨주며,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는 천천히 거품을 내어 네 머리를 씻어주었다. 아프지 않게 천천히, 손가락을 이용해서 네 머릿결을 풀어주고, 꼼꼼하게 씻어주는데에 집중한 뒤에. 다시금 따듯한 물로 네 머리를 헹구어주고는, 트리트먼트를 이용해서 네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져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