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럽다고 말하며 파르르 떠는 네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살풋 웃었다. 헤헤 하고 소리내면서 웃고는, 가만히 네 푸른 눈을 들여다보다가.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지. 헤헤, 좋아. 방에 들어가면, 그동안 못해준 만큼 잔뜩 예쁘다고 해줄거니까..."
"부끄러워하는 나냐, 귀여운걸."
살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 다같이 모여서 파티같은걸 해도 즐거울것같아. 나중에 꼭 얘기해보려고."
"우리도 돈 많이 벌거잖아, 그렇지? 미래의 트레이너님."
씩 웃으면서, 제 코 끝을 가리키면서 당당한 표정을 지어보였지.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잔뜩 내조해서, 나냐가 엄청 대단한 트레이너가 되도록 도와줄테니까. 정 뭐하면 내가 먹여살려줘도 좋구."
"나도, 멋진 트레이너가 될 거니까. 나중에 클래식 3관을 놓고 경쟁하는것도 즐거울것같네. 뭐어, 지금으로써는 희망사항이지만."
그래도, 응. 분명 그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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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낭만적이네. 눈을 맞으면서, 노천탕에서 둘이 목욕을 해도 좋겠다. 방 안에 그런게 딸려있지는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네가 내민 손을 잡았다.
"응, 들어가자. 느긋하게 쉬자구."
들어간 온천에서는, 여주인이 우리를 반겨주었지. 다른 손님들도 꽤 있었고, 분위기도 좋은것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었다. 안내를 따라 들어간 방은 제법 넓고 좋아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캐리어를 내려놓고는 한바퀴 빙글 돌며 아핫, 하고 웃었지. 그러다가 문득 시야에 들어온, 딱 붙어있는 이불.
"...뺘아앗..?!"
그, 그, 그 런건 가 ? ! (*아닙니다) 우으... 어쩐지 새빨갛게, 얼굴이 물든 느낌이라. 조금 수줍어하다가, 황급하게 말을 꺼냈다.
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러하다. 나냐가 "그때는 내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끼이께." 하고 말하며 코를 톡 건드렸고, 거기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주님이라고 불러준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머리가 아와와 아와와 해지면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얼굴이 붉어지는... 그런 대 사건인데.
지금, 감당할수 없는 일을 마주했다. 그렇다. 나냐가 바로 "와 그러는교? 이런거 원하는거 아이였나?" 라면서 장난을 치는 것! 그 그렇다면 싫지만은 않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나, 이런건 러브코미디 만화에서만 봤을 뿐인걸. 뭐, 뭐, 뭐를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이 다음에는 인솔담당교사에게 '어이어이 네녀석들 뭐하는짓이냐구www' 하면서 이불속에 숨어서 두근두근 한 뒤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라도 하면 되는거냐?! 누, 누가 정답을 좀 알려줘엇!!!
그래. 지금 결심하면 되는거야. 오늘, 나는 소녀에서 어른이 된다...(?) 같은 결심이 무심하게도, 네 말에 뺫?! 하는 소리를 내면서, 결국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나냐... 이런 헨따이같은 나라서 미안해.....
"으응, 그, 그러면 씻으러 갈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때문에, 양 팔과 다리가 같이 앞으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어찌저찌 탈의실에 들어서자, 조용한 것이 무색해서 들리는거 아냐? 싶을 정도로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고... 천천히 옷을 갈아입으며, 수건을 두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귀엽다고 이야기해주는 나냐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치만, 사실 나도... 이런 쪽으로는 내성 전혀 없는걸. 게다가, 단 둘이 온 온천여행이라서. 낯선 상황이기도 하고. 두근두근거리고.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은거야? 우우웃.... 새빨개진 얼굴로, 괜히 뺨에 바람을 잔뜩 넣고 너를 바라보다가. 곧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괜찮아. 조금 서툴러도 같이 발을 맞춰가기로 했으니까. 응.
"바아-보."
괜히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는, 나는 키득거렸다.
"으, 으응.."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때문에. 조금은 목소리가 커졌을까. 괜히 심호흡을 한번 하고, 네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었지.
"알지. 나냐도 제대로 씻고 들어가자. 뭐하면 서로 씻겨줘도 좋아."
넓은 온천. 막 청소를 마친듯,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잘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어 씻을 수 있는 곳에 가볍게 앉았고, 샤워기를 틀었다. 있잖아, 혹시 심장 소리가 들리진 않지? 해변에서 놀던거랑 조금의 차이밖에 없는데... 그래도.
"좋다. 그렇지? 느긋하게 쉬자."
"다 씻고 나면 밥도 먹고... 응, 방에 노천탕도 있는것 같으니까, 그 안에서 달 봐도 즐겁겠네."
조금 묘했다. 무도회 때에도, 등은 드러냈었는데. 네게 등을 보인채로 앉아서, 가만히 머리 감겨주는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까부터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귓가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크게 들렸다. 어디 이상한건 없겠지? 우와, 뭐가 나기라도 했으면 정말 최악인데... 그러다가, 들려오는 네 말소리에, 그만 긴장이 풀려서 키득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냥 샴푸부터 해도 되는데. 그리고 나중에 내가 트리트먼트랑 린스같은것도 다 해줄게."
키득거리면서 웃다가, 네가 허탈하게 웃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았다.
"그러게. 있잖아, 나냐. 고마워. 온천 여행권 얻는거, 힘들었을텐데."
그런거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우리 꼭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어보자. 느릿하게 웃었지.
"뭐어, 느긋하게 목욕하고 밥 먹고 쉬기도 하면 금방 또 해가 질테니까."
"으음... 글쎄. 보름달이었으면 좋겠다."
짧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마마... 나 언제 머리 감겨줄거야? 설마, 나 빤히 바라보느라 두근두근거려서 아무것도 못하는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