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이죠.」 「그것은 제가 여러분께 알려 드리는 내용이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이 제게 가르쳐 준 사실입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경기장을 밟지 못합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경기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둘 때조차 경기장에서 쓰러져야만 하죠.」 「어떤 우마무스메는 데뷔 2년차에 사츠키상, 더비, 국화상을 단숨에 연패(連覇)하고...」 「어떤 우마무스메는 평생을 로컬 시리즈의 OP에 출주하는 데 그칩니다.」
「또 어떤 우마무스메는 철없이 중앙의 레이스에 나서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서도 불완전연소하고,」 「지도자로 달아난 이후에도 혈기 넘치는 제자들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멈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끝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에...」
「여러분이 앞으로 향할 트랙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지금까지 무엇보다 빠르게, 무엇보다 맹렬하게, 또 무엇보다 끈기 있고 늠름하게 달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골인 지점을 향해서, 아니, 골인 지점을 지나서도...」 「빛 너머로 끊임없이 달려가길 바랍니다.」
【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스스로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너의 입에서 나온 '최악이야'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리자 한차례 더 눈물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뒤에 허리가 끌어당겨져서, 그대로 너의 품으로 끌려간 후에 느껴지는 온기가, 꼭 안아주는 팔이 너무나도 좋아서. 역시 난 최악이 맞아. 그렇게 수긍하게 되어버려. 더듬거리듯 너의 등에 팔을 두른다. 한 손에는 여전히 열쇠를 쥐고 있는 채로.
"—거짓말쟁이라도 좋아해, 유우가." "계속 내 옆에 있어줘....."
거짓말쟁이라도, 한심해도, 못미더워도 역시 좋아해. 그러니까. 엉망진창이고 최악인 내 옆에 계속 있어줘. 유우가의 옆에 쭉 있는 게 내 행복이니까. 제발 내 행복을 뺏지 말아줘.
"....자국 남아버렸네."
훌쩍거림이 조금 잦아들 무렵,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열기도 흥분도 조금 가라앉을 무렵에야 눈에 명확하게 들어왔다. 네가 안긴 채로 슬그머니 올려다보면 보이는 목에 선명한 열쇠 자국이. ...열쇠보단 다른 자국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름이었다면 모기에 물렸다고 할 수 있을 느낌의 그런 자국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밀려 모기가 사라진 지금은 대기 어려운 핑계겠지만...
.........어라? 이거 일생일대의 찬스가 아닌지?(사실 두번째다) 갑자기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치만, 그치만, 여기 밖이고? 조금 전까지 최악이네 뭐네 하면서 훌쩍거린 주제에 갑자기? 또 최악의 선택지를?라는 이성과 그 옆에서 대충 이성을 쥐어패기 시작한.. 그.. 아무튼 그.... 퍼펙트 원더의 퍼펙트 연애교실 같은 무언가가... 맹렬하게 스모를 하기 시작했다.
퍼펙트 연애교실(?)이 이성을 떡메로 두들겨서 카가미모찌로 만들어버린 다음에야,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사실 천천히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까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봉쇄당하면, 물론 우마무스메의 힘이라면 그 봉쇄마저 무시하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너무 강제적이고 비인간적이니까(?) 아무튼 유우가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붉게 물들어 있는 열쇠 자국에 입을 가져다 댄다.
"—어차피 남을 거라면, 이쪽이 좋지?"
입을 떼고서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말해보지만, 으으, 기세에 맡겨서 이성이 져버렸지만, 역시 부끄럽긴해서. 분명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있을거야. 그래도, 그래도.... 후회는 없어. 아마도.
>>704 마키나 (*막레입니다~ 고생하셨어요 🤭 마키나와 돌려서 담임의 면모도 쓸 수 있었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내가 선생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시 교원면허에 불과하고, 내가 맡은 반은 여전히 꼴통이고 최하위인데다 문제아들 소굴이지만. 아무래도 현실은 GTO같은 게 아니라서 드라마틱한 갱생따위는 없었다. 나같은 한심한 인간 말을 귀담아 들을 녀석들도 아니었고. 그래도...
...전학오자마자 하는 말이 이거라면, 남들이 한 눈에 보기로는 조금 괜찮은 걸지도. 솔직히 좀 우쭐했다. 아니아니 아니야, 역시 선생님 기분좋으라고 그냥 해본 말일 수도.
그렇게 생각하며 하하, 웃어넘기려던 때,
- 선생님께서는 좋으신 분입니다. 마키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 우와아아아아... 천사냐 네 녀석.............................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어주는 전학생. 저는 그 모습에 3일 정도 우쭐해질 수 있던 것입니다. 뭔가, 그렇지, 이런 따듯한 말이 필요했어어어엇... 나 올해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었는데엣 뭔가 보람이 생겼어어... 훌쩍훌쩍 마키나 마마앙 ...이라고 어리광 부리는 생각까지 한 건 아니지만, 어쩐지 기뻐진 건 사실이라. 나도 씩 웃어버렸다.
"그렇구만, 좋게 봐줘서 고맙다."
"실망 안 시키게 마지막까지 힘낼게. 자, 수업 들어가 보고. 나도 간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수업하는 반으로 향했다. 거기에서 '몬다이 오늘 왜 이렇게 우쭐거려? 재수없음' 이라는 뒷담쪽지를 발견하게 됐지만, 응 우리 마키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랬어~ 마키나가 옳음~ 이라며 정신승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위로는 특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은 더욱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심한 말만 골라서 해버린 주제에 위로하는 말을 하면, 병주고 약주고잖아. 둘이 나란히 최악지아 되어버린다고... 그래서 계속 울상으로 훌쩍훌쩍, 웅얼거리는 메이사를 그냥 꼭 껴안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차마 거기에 승낙하는 답변을 하지는 못한 채로. 임시 팀을 제안할 때처럼 도망칠 구멍을 파두는 게 내 습성이었다. ...일단 끌어안아놓으니 진정하는 것 같지만 이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날 좋아하는 녀석들은 정말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메이사도 은근히 그런 기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차라리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타입이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좋아하니까 정말 곤란하다고...
나중에 '유우가는 나한테 확신을 못 주네?' 하면서 그때야말로 열쇠로... 응?
"뭐? 자국이 났어?"
문득 들려온 말에 목을 더듬어보지만, 그래봤자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거로 두배쯤 곤란하게 됐다. 방학이어도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젠장... 감기라고 둘러대면서 계속 목도리 두르고 다녀야 하는 건가. 궁리하느라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온갖 정념으로 뒤죽박죽돼서 욕망 풀가동중인 메이사의 눈을. 그래서 메이사가 품에 파고드는 줄 알고 어이쿠, 하던 찰나 당해버린 거지. 진짜 곤란한 녀석을.
"...아, 진짜..."
무심코 내려다본 얼굴은 새빨개서 이거, 아니, 이게 맞냐... 아무래도 난 메이사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모양이다. 눈을 질끈 감으면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골때리는 여자애 어떡하냐고. 정떨어지라고 티배깅을 했더니 열쇠 들이대고, 이렇게 스킨십까지 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긴장 때문에 일단 메이사를 내 무릎 위에서 내려놨다. 옆에 내려놓고 잠깐, 잠깐 진정을 좀...
그렇게 잠깐,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보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게 있는 것이다. 프리지아의 임시 연장. 그 때 제대로 이적신청서를 받아챙겼더라면 이런 일까진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메이사가 날 아주 좋아하기 전에 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그래, 내가 졌어."
"그 종이 줘. 있지?"
메이사는 온천에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날 깨우려 했었다. 난 일부러 눈 감고 절대 안 일어났고, 그 종이의 내용이란 은근히 짐작할 수 있는 거였기 때문에. 나는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여담인데 히다이도 생일날 잠적하니까 메이쨔도 자기 생일날에 잠적하면 좋겠다는 망상노트가 있어요... 생일 전날에는 "유우가 내일 어떤 날인지 알지? 나 기대하고 있을게~"같은 식으로 바람넣어놓고 유우가가 퇴근길에 생일케이크 들고 집에 오면 편지랑 담배 반 갑만 남겨져 있는 거죠..
당황해서 주변 트레이너나 메이쨔가 담당하던 말딸 붙잡고 물어보면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한다고 며칠 전부터 인수인계도 다 끝냈던데? 왜 몰랐음??"(메이쨔가 열심히 감춤)이라거나 "또레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던데요~?"(메이쨔가 구라침)같은 말 듣고 ?????하면서 츠나지부터 갔다가 하야나미에 들어가면 메이쨔 파파한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오냐고 파파펀치 맞았으면 좋겠다...😋 물론 메이쨔는 츠나지에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