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이죠.」 「그것은 제가 여러분께 알려 드리는 내용이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이 제게 가르쳐 준 사실입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경기장을 밟지 못합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경기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둘 때조차 경기장에서 쓰러져야만 하죠.」 「어떤 우마무스메는 데뷔 2년차에 사츠키상, 더비, 국화상을 단숨에 연패(連覇)하고...」 「어떤 우마무스메는 평생을 로컬 시리즈의 OP에 출주하는 데 그칩니다.」
「또 어떤 우마무스메는 철없이 중앙의 레이스에 나서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서도 불완전연소하고,」 「지도자로 달아난 이후에도 혈기 넘치는 제자들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멈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끝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에...」
「여러분이 앞으로 향할 트랙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지금까지 무엇보다 빠르게, 무엇보다 맹렬하게, 또 무엇보다 끈기 있고 늠름하게 달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골인 지점을 향해서, 아니, 골인 지점을 지나서도...」 「빛 너머로 끊임없이 달려가길 바랍니다.」
【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간만에 술취한 김에 저는 사실 지금도 레이니가 싹퉁바가지에 너무 감정적이라 매우 짜증나는 캐릭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장여러분들이 자주 귀엽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레이니는 귀여울진 몰라도 전 안 귀여워요??? 거의 반 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절 버텨주셔서 감사드리고 애프터 기간 동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요즘은 다 때려치우고 폐쇄병동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살고 있어서 애프터 기간 동안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으에...
자고 일어나니 목이 칼칼했다. 물이라도 마실까 하며 머리맡을 더듬으면 안경과 전자담배, 그리고 부스럭거리며 손에 걸리는... 쇼핑백? 그 안에 든 건 생일 축하한다는 카드와 만듦새 좋은 보라색 목도리였다. 넉넉한 길이에 노란색 줄이 끝에 악센트처럼 그어져 있는, 내가 산다면 이런 걸 샀겠지 싶은 무던하고 좋은 녀석.
내가 어제 이런 걸 사왔던가, 술 취해서 잊었나 하며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전혀 짐작가는 구석이 없다. 막연히 백화점 직원이 써줬겠지 싶었던 생일 카드를 꺼내보면... 거기 남아 있는 건 익숙하다. 이적신청서에 있던 것과 같은 필체. 그리고 물에 젖은 듯한 자국.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베개에 머리를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메이사에겐 열쇠가 있다. 날 좋아하니까 당연히 지켜주겠지 하며 약속을 걸고 제공한 열쇠. 아마도 메이사를 향한 내 신뢰의 증명이지 않을까 싶은 그것. 그걸 써서 집으로 들어오고는 선물을 놓고 나갔구나.
네가 그딴식으로 구니까 나도 네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건가. 괜찮다. 좋아. 오히려 내가 원하던 건 이것에 가깝다.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며, 이상하게 무거운 머리를 베개에 푹 파묻었다. 별 일 아니야. 자고 일어나면 쓰린 속도 가라앉겠지.
하고, 문득 눈을 떴을 땐 신년이었다. 여전히 잠긴 목이나 조금은 띵한 머리, 약간의 기침을 수습하고자 집에 있던 유일한 목도리를 두르고 나와보면 언제 눈이 온 건지 주변이 새하얬다. 눈에 새삼스럽게 감동을 받지는 않는다. 그냥 걷고, 걷다보면, 아카어쩌고 신을 모신다는 신사가 있다. 왜 왔느냐고, 그야,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집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미쿠지나 뽑고 돌아가려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도 될까 싶어서.
점괘를 다시 묶었다. 사실 어떻든 간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아. 난 알다시피 최악의 선택지만을 고르는 기깔난 재주가 있거든.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지금까지 얼마나 잘 망쳐왔는데 이번이라고 못 할까.
마음을 뽀득 소리가 나도록 밟아눌렀다.
그리고 돌아서면, 인파 속에서 익숙한 갈색 귀가 보인다. 한쪽에만 멘코를 한 큼직하고 따듯한 귀, 키스할 때 눈가에서 계속 얼쩡거리던 그거. 가슴이 뜨끔한다. 도망치고 싶어서 고개를 돌리려다, 마음을 한 번 더 짓이겼다. 뽀드득. 잠긴 목도 긁어내다시피 기침을 실컷 하고. 깊게 숨을 한 번 쉬고.
눈길을 밟아가며 다가갔다.
"이야― 이거 프로키온네 부모님 아니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쾌할한 목소리를 끌어올리며 어머니와 아버님께 악수를 청하고 가볍게 흔들어 내려놓는다. 그리고 늘어놓는 건 사교적인 이야기. 메이사가 마구로에서 입상을 했고 정말 가망이 있다던가, 내년에 좋은 담임 만나서 3관까지 노려보면 좋겠다는 덕담. 그런 것들을, 메이사에겐 눈길을 주지 않고 부모님에게 건넨다.
네가 선물해준 목도리, 끝단에 있는 상반된 색깔의 무늬, 코트 안에 끝단을 갈무리해 부모님들은 모르겠지만 직접 고른 사람이라면 분명 알아볼 수밖에 없는 걸 매고. 부모님께 가볍게 웃어보인 후 메이사를 내려다봤다.
wwwwwwwwwwwwwwww히다이쭈...(나데나데) 그동안 많이 마셨으닉가 요~~~ 저도 술 안먹은지 좀 오래되어서 🤔🤔🤔 원래는 술자리도 술 많이 먹는것도 좋아했는데 이젠 머리아픈게 싫어져버린wwwwwwwww 옛날에는... 소주 4병 5병씩 먹고그랬는 데.... 나이가 들 어버 린ww
wwwwww그치만 술자리... 재밌는걸 요??? 그래도 저 막 많은 사람들이랑 막 마셨던것두 아니구ww 완전소중한 짱친들이랑 거의 한두명씩 해서 먹었던거라.. 와따시는 완전완전 아싸인.... 히히 마자요... 우웃 히다이 쭈..(나데나데) 건강이 우선이닉가요~~~ 아프지 않으실정도로만 드셨으면 하는www(낼룸) 히히 감사해요 히다이쭈도 올해는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는wwwwwwwwwwwww
마마랑 파파에게 악수를 청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는 유우가의 시선은 한번도 날 향하지 않았다. 그래도 목에는 내가 조용히 두고 나왔던, 생일선물로 준비한 목도리와 똑같은 색이 둘러져있어서. 조금 전,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무심코 돌아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등지고 서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분명 나, 좋은 표정은 아닐 것 같으니까...
- 방학이라고 헛짓거리 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그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냥 감이지만, 어쩐지 그러는 것 같았다. 내가 했던 건 전부 헛짓거리라고. 없던 일로 하자고 했던 그것까지도, 처음으로 크게 용기를 냈던 날의 일도. 모두.
주머니 안에 넣은 채로 손을 쥔다. 체온으로 덥혀진 열쇠의 감촉이 손끝에서, 손바닥에서 전해진다.
먼저 돌아갈테니 너무 늦게까지 밖에 있지 말라는 말을 남긴 부모님이 신사의 토리이 너머로 멀어져간다. 아마 매년 그래왔듯, 오늘도 마-사바와 사-미를 만나서 놀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 작정하고 속인 건 아니지만, 어쩐지 거짓말이라도 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토리이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유우가를 봤다. 여전히 입술은 꾹 깨문 채로.
".....목도리, 해줬네."
어떻게든 담담하려고 애쓴 것 치고, 간신히 뗀 입에서 나온 소리는 꼴사납게 떨리고 있었다. ....한심하네. 나...
마키나는 다음을 기다렸고 그렇게 잠깐동안 교실에 감도는 그 침묵을 깨고는 어느 한 동급생으로부터 건네진 그러한 하나의 질문에 한마디로 답했습니다
“남성 지인은 없습니다”
“마키나의 탄생일은 12월 18일이니 황도 12궁의 방식으로 따르면 궁수자리 일 것입니다
“현재 소재지는 츠나지 시 입니다”
“해당 직책의 학생이 이미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키나는 해당 직책에 관련되는 전제 조건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직책에 대한 권유는 판단을 보류하겠습니다”
“마키나는 결투에 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곧이어 그것을 기점으로 거침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그것들 향하여 히다이는 같은 학급 소녀들의 그러한 기세를 원하는 대로 취사 선택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그냥 단순히 전부 대답하기로 해봤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들에 마키나는 몇 마디로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으니 이것도 그녀 나름의 선택이겠지요
히다이의 말과 동급생들의 언행에서 보았을 때 마키나를 향한 그들 나름의 교류일 것이라는 느낌을 마키나는 들었습니다. 그녀만의 생각일 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마키나는 그래서 그들에게 응하고자 하는 기분으로서 그랬던 것도 있었던 것일 수 있겠지요 마키나에게는 이렇다 할 깊은 교우 관계를 지닌 인물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별다른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그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452 wwwwwwwww 숙 숙취해소제 마시기엔 너무 귀 찬아요... 저 이제 침대에 누워서 스르르 잠에 들어버리는wwwwwwwwwww wwwww그거 은근 맛있더라구요.... 후히히 앗 메이메이사쭈 술을 못 드시는???? 뉴우웃 그래도 나쁘지 안은것같아요 술담배 안하는거... 건강에 좋지 안으니가 요www(낼룸)
부모님들께 손을 흔들며 토리이 너머까지 웃는 낯을 유지한다.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한숨과 함께 표정을 거뒀다. 그러면 늘 거짓말 할 때 나오는 무뚝뚝한 얼굴이 되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안다 하더라도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며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그거. 내 주특기.
"...했지, 감기걸렸거든. 이거밖에 없었어."
메이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표정은 배신감이나 서러움, 그러면서도 관성이라 놓지 못하는 호감정 때문에 엉망진창이라. 마치 내가 심한 짓이라도 저지른 듯했다. 아니, 정정한다. 심한 짓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 거다.
어쩌면 프리지아를 갈갈이 찢어놓을 때까지. 그게 너한테 좋은 일일 테니까.
"좀 걸을까? 오미쿠지는 뽑았고?"
키스는 없던 일로 하자던 주제에 빨개진 손은 멋대로 잡는다. 뿌리쳐주길 바라며 하는 일이다. 남이 그은 선은 흙발로 밟아가며 들어가는 주제에 내 선은 못 들어오게 하는 못된 습성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조금은 난감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 저돌적으로 질문을 하는데, 그게 여럿이서 한 번에 쏟아지면 주눅들 법도 한 게 사람이니까. 하지만 옆의 소녀는 아주 의연하게도 꼬박꼬박,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
그걸 차분히 듣다보면 이 녀석에 대해서도 가닥이 약간은 잡히는 것이다.
마키나 일렉트론이라는 애는 인풋이 있으면 무조건 아웃풋을 내놓는 녀석 아닐까? 하고. 그렇게 들으면 이름만큼이나 기계같은 녀석이구나 싶겠지. 사실 하는 말도 너무나 딱딱 맞는 문장이고, 말에 빈틈이랄 게 없어서 정말 기계 같기도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섬뜩한 서늘함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이 멍청이 갸루들의 프라이버시를 마구 캐묻는 질문을 먹금하지 않은 게 온정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래. 마키나는 마이니치 선샤인, 저기 금발 옆에 앉으면 된다. 오늘 조례 끝. 마키나는 잠깐 이야기 좀 하고."
그렇게 복도에 서서 가볍게 건네는 말.
"뭐... 이제 내가 우리 반 애들을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지? 좀 개성적인데 골때리는 녀석들이야. 그래도 마음은 착하니까 잘 지내보고. 안내는 아마 반장이 해주거나 할 거야. 안 되면 메이사한테 부탁해볼테니까 너무 걱정말고..."
"종례 때까지 해야 하는 숙제 하나 내주마. 세 명한테 이름과 취미 물어보기. 어렵지 않지?"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쳤다. 인풋을 소화해 아웃풋을 내놓을 뿐인 기계보다는, 스스로도 인풋을 만드는 편이 더 즐거운 학창생활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