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가문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는건 아니지만, 자신이 조상이라고 자칭하는 자가 대낮 거리에서 삥을 뜯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열에 아홉은 무슨짓이냐고 막을 것 이다. 귀차니즘에 절여있는 나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이 자칭 사토가의 조상님. 이 엄한 사람 붙잡고 삥을 뜯는것을 두고 볼 순 없었다.
" 뭐하십니까 ? "
이 무법자에게 붙잡힌 1학년, 2학년 혹은 3학년에게 어떻게 사과를 할까 사과하는 것 보다도. 지금 이 조상님을 어떻게 혼내야할까 라는 생각이 앞서고 있었다.
" 설마 지금 여기서 교복 삥뜯고 다니시는거 아니시죠?? "
눈에 불신을 담고, 지긋하게 바라보기도 잠시. 이 사람을 일단 집으로 대려가야겠다는 생각 만 앞섰다.
허둥대며 짧은 다리로 열심히 고양이에 등을 보이고 아야나의 뒤를 따라 전력으로 도망치던 이누. 얼마나 쫓아왔는지 흘금 뒤를 돌아보다가 또 한 번 휘청이고는.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하고서 너무 달리면 숨이 차는지 헉헉대면서. 그냥 놀자고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미 도망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괜히 무서움이 돋는 것이다.
이제 정말 안되겠다. 이제서는 이누님의 힘을 보여줄 차례다!
이누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 바닥에 엎드리듯 두 손을 땅에 짚고서 나름 사납게 '크릉-' 하는 소리를 내며 따라오던 고양이를 매섭게 노려보는데. 갑자기 멈춰 선 탓에 고양이도 주춤하긴 했지만. 다시 다가와서 앞발로 머리를 툭툭 쳐대려고 하는 고양이. 지금 분명히 이누의 눈이 빨갛게 변해가고 있는데...
살짝 장난치듯 킬킬 거리면서 바르르 떠는 모습을 보며 손을 살랑살랑 흔든다. 머리가 영 폭신해보여서 절로 손이 간단 말이야. 이게 좀 실례가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알게 뭔가. 꼬우면 나보다 나이가 많았어야지! 이런 훈훈한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네가? 학교에?"
이거 괜찮나? 인간계 상식 업데이트 됐나? 이 야사카 린게츠, 아직 순박한 강아지 요괴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게 된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결론을 내린다.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만 둘러봐도 이 곳이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온갖 신과 요괴들이 몰려들어 개판 날 게 뻔한데 강아지 하나 정도야 뭐..
situplay>1597031091>882 자그마한 캇파가 오이가 가득 든 후토마키를 입에 물고 뛰어가는 모습이 썩 보기 좋다. 이는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귀엽다기 보다는 재밌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지각할 시간아 아니고 애초에 신학기도 아니다. 뭐 하나 싶어 감자칩을 와작거리며 고개를 쭉 뻗으니 바로 뒤에 고양이가 보였다. 어이구, 운수도 나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나뭇잎을 튕겼다. 익숙하게 풍경이 뒤바뀐다.
"아가씨 여기서 뭐해?"
술법과 함께 튀어나온 연기를 헤치고 고양이 뒷덜미를 잡아 들어 올리며 묻는다. 고양이와의 술래잡기를 즐기는 캇파였나? 하는 농담이라도 할까
냐앙-! "에이, 개구리 괴롭히면 못 써요! 적어도 이 근처 개구리는 좋은 녀석들이거든."
불만스럽게 우는 고양이에게 싱글싱글 웃어 주고 놓아주었다. 이 쪽에 오면 다시 들어올릴 작정이었는데, 곧장 도망가는 걸 보니 눈치가 없진 않구나-?
그러니까 나름대로는 인간의 법도에 맞게 부르려 한 상식적인 호칭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틈이 생겼다. 길 가다 졸지에 교복(인지도 모를 옷)을 빼앗기게 생겼던 행인은 류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쯧." 무신도 그것을 눈치챘으나,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보내 주기로 했다. 그 대신에 새로이 진상질의 표적이 된 건 류지다. 카가리는 당당하게 팔짱을 끼며 류지를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나름대로는 인간의 법도에 맞게 부르려 한 상식적인 호칭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틈이 생겼다. 길 가다 졸지에 교복(인지도 모를 옷)을 빼앗기게 생겼던 행인은 류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쯧." 무신도 그것을 눈치챘으나,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보내 주기로 했다. 그 대신에 새로이 진상질의 표적이 된 건 류지다. 카가리는 당당하게 팔짱을 끼며 류지를 쏘아보았다.
고양이를 한 손에 잡아버리다니 이럴수가! 너구리 아저씨 믿고 있었사와요!!! 한 순간에 들어올리고 내려놓자마자 가 버리는 고양이의 모습에 아야나는 한숨을 돌렸다. 살았다....진짜로 살았다.......하마터면 사냥당하는 줄 알았사와요! 눈빛이! 진짜로 눈빛이 무서웠다니까!!! 후토마키를 애써 삼키며 손에 쥐고는 아야나는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신학기를 위해서 학용품을 사러 가다가,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엄청나게 쫓기는 중이었사와요? 고양이 눈빛이 진짜로 사냥 당하는 줄 알고 무서워서 계속계속 도망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와요...... "
깊은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넘기고는, 아야나는 린게츠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