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얼굴을 마주 하고 웃고, 팔을 벌리면 마주 끌어안고, 뻔뻔하디 뻔뻔한 나의 행태들을 잘못이라 꾸짖을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긴 할까.
성운은 신기할 정도로 내가 무얼 해도 받아들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한 것들이, 허용선 안이었던 걸까? 허벅지에 손을 얹어도 옆에 앉아 먹여달라며 답지 않은 응석을 부려도 그 때마다 얼굴색은 달라도 웃으며 받아주었다.
내 손에 비하면 고사리 같은 성운의 손이 음식을 집어줄 때마다 참 잘도 받아먹었다. 그러다 살짝 깨물거나 혀로 손끝을 슬쩍 건드리는 장난을 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 때마다 키득이며 더 붙으면 붙었지 떨어지진 않았다.
즐거운 점심식사 다음은 예정된 퍼레이드였다. 아까 그런 일이 있었어서 시간이 촉박하거나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제때 관람하는 자리에 도착해 티켓을 내자, 정말 잘 보이는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변에 아는 얼굴이 없는 듯 했으나 성운은 발견하지 못 했다. 저어기 인파 사이에 섞인 구리빛 피부의 금발 청년이 둘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옮기는 것을...
곧 시작하는 음악이 들려오자 내 손을 꼭 잡아오는 작은 손을 잡고 함께 퍼레이드를 감상했다. 솔직히 퍼레이드는 별로 기대하지도 즐기지도 않았지만- 한 번씩 옆을 보면 퍼레이드를 보느라 반짝이는 얼굴이 보여 그걸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이렇게 즐거우면 안 되는데.
문득 한 번씩 치솟는 생각을 조용히 눌러내리며 화려한 퍼레이드를 마저 감상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인첨공의 현 기술력과 능력들을 한데 모은 듯한 행렬이었다. 다 끝난 후엔 나름 괜찮았다는 감상평 하나만 속으로 남기며 돌아섰다.
퍼레이드를 다 보고도 하늘은 아직 밝았고 이 행사장에 할 것도 잔뜩이었다. 가볍게 부스를 돌며 구경하고, 같이 게임장도 가보았다. 성운이 의외의 에어하키 고수였다면 나는 리듬게임의 고인물이었다. 북을 두드리는 태x의 달인이나 춤 추듯 패드를 밟는 펌프잇업이나- 게임장 자체가 오랜만이다 보니 나도 푹 빠져서 즐겼다.
구두를 신고도 고난이도곡을 신기록 내버리는 바람에 이목이 끌린 건 조금, 그랬지만.
아무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다음에 간 사격장에서도 성운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내기에서 이기기도 했고 내기 벌칙을 지시해야 할 때는 장난스레 웃으면서 이거 킵할래, 하고 말했다. 그야 당장은 즐거운 것만 하고 싶으니까, 짖궂은 건 하루를 마무리 한 후에 살짝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그렇게 오후를 만끽하며 논 후엔 간단히 허기도 채웠다. 저녁 역시 어딜 갈까보다 뭘 먹을까 고민해야 했지만, 점심과 비슷하게 챙겼다. 큐브 스테이크 한 접시에 치즈 소스를 뿌린 웨지감자, 낮엔 안 보이던 샐러드 트럭이 있길래 치킨 샐러드에 구운 베이컨을 추가한 것도 하나 주문했다. 이번에도 먹여달라기엔 음- 좀 그래서 내가 직접 먹는 대신, 중간중간 성운에게 아- 를 시전했다. 다 먹고서 입가에 스테이크 소스가 묻은 걸 발견했을 땐 턱을 잡고 들어올려 낼름 핥아버렸다.
이게 더 맛있다며 입맛을 다신 건 덤이었다.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고나니 어느새 해가 불그스름하게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본게 대체 얼마만일까. 새삼스레, 대단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이제 돌아갈까- 를 말하려는데
"관람차?"
성운이 말했다. 오늘의 마무리로 딱 좋을 만한 것을.
"그래. 가자."
그걸 내가 거절할 리도 없었고 말이지.
성운과 손을 꼭 잡고 관람차 탑승하는 곳으로 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래도 관람차가 큰 덕분인지 순서가 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듯 했다. 느릿하지만 꾸준히 돌아가는 관람차를 잠시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내려 성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잡은 손을 살짝 흔들거리며 말했다.
"뭔가 꿈 같네. 오늘. 그 날 밤의 연속인 것 같아."
사실 전부 깨어나면 잊을 꿈이 아닐까- 라고 중얼거렸다. 줄은 조금씩 줄어들어 곧 탈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톡을 보내는 상대는 같은 저지먼트라서 얼굴만 알고 있는 후배였다. 입부 지원서를 봤을 때 혜성이 기억하는 건 이 후배가 현재로서 자신이 아는 가장 뛰어난 치료사라는 점이다. 붕대를 갈아가며 사나흘을 버텨도 좋지만 당장 내일 커리큘럼이 걱정된 혜성은 후배에게 연락을 한 뒤에 답을 기다렸다. [태오라는 동기한테] 하고 덧붙히는 건 들었던대로 추격이 쉽지 않은 칩이 잘 작동하는지 시험해본 셈이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시야 한구석에 뜬 알람에 후배가 보내온 주소가 있었다.
혜성은 민소매와 짧은 핫팬츠, 소매를 롤업한 체크무늬 셔츠를 걸친 스포티한 스타일로 전달된 주소로 향했다.
음료수를 시키면서 조각 케이크를 두개 정도 포장을 부탁한 뒤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급하게 서두른 것 같은 후배가 인사를 해온다. 오른손을 들어 흔들어보이면서도 혜성은 후배의 눈에 띄게 실망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이 아닐 때 보이는 실망이 왜 후배의 얼굴에 있을까. 칩을 밀어넣은 손목의 째고 꼬맨 손목을 보여주자 익숙하고 능숙하게 치료를 하는 후배를 바라보다가 혜성은 끝났어요 하는 말에 아,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음료수를 시키진 않았지만 포장을 부탁한 조각 케이크를 받아 보답으로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혜성은 후배의 말에 멈칫한다.
"태오? 3학년들은 내 생각보다 친한 편이지. 태오도 친한 편이야.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래? ..응? 이야기? 그래. 들어줄게."
일어났던 혜성은 다시 의자에 앉아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눅눅하게 젖은 이야기. 스스로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냉정히 들을 수 있는 무거운 이야기. 인첨공에, 버려지는 애들이 있다고? 입가를 손으로 덮으며 후배를 바라보는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에 퍼런 불꽃이 일렁이다가 혜성이 손으로 뒷목을 슬그머니 주무르자 사라진다. 에어컨으로 차가워진 손끝이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태오가 나쁘다 생각하다가도, 그럴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래도 저렇게 얼굴밖에 모르는 선배 앞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라면 이걸 이야기해줘야하나 하는 본질적인 고민. 혜성은 얼음이 녹은 음료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후배의 사과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곧 개운치 않아보이는 얼굴로 일어서서 나가려는 후배의 모습에 혜성은 카운터에서 포장을 부탁했던 조각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들고 재빨리 후배에게 다가가서 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면 혜성은 빙그레 웃어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