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큰 일이 일어난다면.." "동백꽃처럼 뚝 떨어뜨리고 싶을지도요." 그거는 고어야 안돼..
"하지만 진짜로 부러뜨리지는 않으셨으니까요." "안데르 님은.. 저를 아끼신다고 하셨고요.."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은 파트너라는 이를. 안데르라고 불리는 이를 변호하려는 것처럼도 들릴 수 있습니다. 수경이 동월에게서 다른 쪽 손으로 파스를 받아들려 한 뒤. 뿌리려는 순간.
"기껏 온 곳이 이런 곳인가요?" "하긴. 상자 안에서 밖을 나갈 순 없는 일이니까요." 일견 듣기에는 상냥하고 다정해보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수경은 그 목소리를 듣자 흠칫하고는 몇발자국 물러나려 하더니 파스를 떨어뜨립니다. 그것이 굴러가 한 인영의 발치 아래에서 멈춥니다.
"파스같은 건 괜찮을 거에요." "뿌리지 않아도 될 것이에요." 그것을 주워서 동월에게 내미려 하는 사람은 코토리베이지와 금발이 섞인 듯한 머리카락을 단명헤어처럼 묶고 있었고, 복숭아빛 분홍 눈을 지니고 있는 다정하고 상냥함을 체현한 듯한 외모와 목소리와 말투.. 빠지는 것 하나도 없었지만.
"어라. 티는... 아하. 오랜만이겠네요?" 그는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향한 악의에는 무뎌지게 되었다. 시작은 아마- 중학생 때부터였다. 연이은 상실에 스스로를 내던지다시피 하고, 살아도 산게 아닌 듯 살았다.
희안하게도 그 모습에 이성이 끌린다는 이유로 괴롭힘도 당했으나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니 괴롭힘도 일시적으로 아슬아슬한 범주까지 나갔었다. 그 당시 아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울 수 없는 흔적 하나 쯤은 남았겠지. 그래도 상관 없다 생각할 정도로, 지금도, 나는 내게 가해지는 악의에 무감각해졌다.
그러나 내 주변에 손을 대는 건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먼저 손을 대는 건, 더더욱.
...그래봤자 너무 늦은 화풀이에 불과했지만.
양아치 둘을 무사히 쫓아내고 나자 속에 들끓던 감정도 가라앉았다. 그들이 꺼지랄 때 꺼져줘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그 이상의 뭔가를 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가뜩이나, 그런 부분으로 예민한 구석이 남아있었으니.
"응. 너무 멀리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저 손 끝이라도 닿았으면 못 참았을 거야."
품에 기대오는 성운을 가볍게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겠거니 했던 생각이 단번에 같이 가야겠단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조금은, 주변을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도.
상황은 끝났지만 당장은 띠를 두르기보다 음식을 주문하러 가는게 먼저일 듯 했다. 그래서 성운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고 나란히 걸어 먼저 꼬이구이부터 주문하러 가는데-
"응?"
가는 사이 뭔가 심란한 표정을 하고 있던 성운이 내게 말했다. 그것도 까치발을 들어 귓가에 소곤소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성운의 머리에서 발 끝까지 훑어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괜히 진지한 척도 해보고- 아니 아니 진지하게,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 주관적으로 봐도, 응. 남자다움이랑은 거리가 멀지."
그러면서 어깨를 감싼 팔을 내려 성운의 허리에 슬쩍 둘렀다. 낙낙한 셔츠 안으로 내 허리보다 가늘은 것 같은 허리를 한 번 슥 쓸어내리려 했다. 그 손을 막지 않는다면, 손이 슬그머니 내려가 아까 양아치는 손 대지 못 한 성운의 가터를 검지로 걸고 툭 튕기려고 했겠지. 그 쯤에는 짖궂게 웃는 표정을 숨기지 못 하고 성운에게만 들리도록 소곤거렸다.
"메이드복에, 반바지, 가터까지 잘 어울리니 남자답게 보이지는 않아. 대신 잡아먹고 싶을 정도의 귀여움은 뭔지 잘 알겠지만."
표정만큼이나 짖궂은 웃음을 흘리고 태연하게 만족스러운 대답이 됐을까? 라고 되물었다. 아닐 거 다 알면서 그러는 것임이 선명했다.
당했다. 처음부터 다른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부를만한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다고! 태오는 신발 한 쪽을 뒤로 슥 끌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가 팽팽 돌았다. 자신이 설마 배신을 한다고 쳐도 의미있는 정보를 얻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전력 하나 정도는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말도 안 돼."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깨닫기가 무섭게, 한 걸음 뒤로 끌던 걸음의 뒤꿈치를 온전히 땅에 붙였다. 미지의 존재를 목전에 둔 듯이 소금 기둥이 된 사람처럼 몸뚱이는 굳고, 동공은 서서히 부피를 줄여간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온전히 수축하고 속눈썹이 위로 온전히 뜨여 더 치들 곳이 없을 때까지, 공막의 범위를 늘리고 당혹감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감정의 도화선이 존재하는 건가 싶을 정도의 인물이 보이기엔 지독히도 드문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하잘것없는 능력이지만 퍼스트클래스의 심상마저 읽을 수 있던 자신이, 그 어떤 순간에도 원치 않게 들렸던 그 저주같던 순간이 종식됐다는 듯 고요하다. 하물며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까지 눈치를 챘다고? 말도 안 된다.
"당신…… 인간이 아니군요."
태오는 녹색 구체를 눈에 담고 부정하고자 하는 생각을 결국 붙들어 매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일 리가 없다, 인간이라면 여기에서 살려 보내면 안 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멈추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본능이 선악을 분간하지 못하고 외쳤다. 가느다랗게 떨리던 손은 어느덧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손목을 쥐고 있었고, 태오의 눈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있던 비살상 권총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언가 날아오더니,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거칠게 휘날렸다.
"하, 하하……."
혀가 굳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이, 위험할 리가 있나요. 당신들은 보기보다……. 겁쟁이로군요. 나 하나로 위험할 정도라면 말이에요. 평소라면 그렇게라도 말했을 것이 이젠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한때 시달렸던 익숙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기어오르더니 머리를 장악한 모양이다. 태오는 가늘게 심호흡을 했다. 익숙하다면 더 이상 두려워하면 안 되는 법이지. 그간 양지에서 나태했던 모양이다. 적응하는 것에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간.
"……."
죽을 테니까. 태오는 날숨을 한 번 뱉고는 그대로 권총을 꺼내 겨눴다. 제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머리를 굴리던 태오는 데이터를 축적해야 함을 단숨에 깨달았다. 저건 출력 강도와 기본적인 전투 데이터를 실험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당하기만 하면 될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겠지.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 어떻게든……. 대체 어떻게? 아니, 어떻게든.
등을 쳤으니 통증이 느껴졌을 것이고, 태진이 흘겨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랑은 모르는 척 했지만.
"......"
그보다는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좀 더 중요하다. 태진이 리라의 팬이었다는 말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그 뒤에 몹쓸 짓을 했다는 말이 들려오면,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눈썹이 꿈틀하긴 했으나 눈치가 빠른(?) 태진이 말을 이어서 정정하자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은 면했다.
"몹쓸 짓이 맞군."
리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순수하게 도와주려고 했을 것 같은데. 물론 태진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으나... 지금 보이는 모습은 그 정도는 아닌데다가 아무래도 상대가 리라다보니 태진에게 핀잔을 주는 모양새다.
"커리큘럼에 비하면 순하지 않을까요?" 꽤나.. 괜찮다는 듯 말하려 하지만. 수경이 안데르를 보는 눈빛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유순해지고. 어딘가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 좋은 울림이네요. 맞답니다. 파트너지요?" 그리고는 이리 오세요. 라고 말을 하는 안데르입니다. 그리고는 동월을 보고는.
"다치다니요. 그거는 다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과정인걸요." 고개를 갸웃합니다.
"티를 잠깐 가지고 있던 건 감사해요." 하지만, 우리가 있는 곳으로 가지고 가야 한답니다. 돌려주시겠나요? 라고 말하면서 부드럽게 미소짓는 안데르이지만 그것을 본 수경은 동월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안데르의 표정이 굳더니. 잡혔던 걸로 추정되는 손목을 잡아채려 합니다. 누가 봐도 꽉 잡힌 듯. 장갑 너머로도 보이게 핏줄이 섭니다.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닐 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따라갈 수 있어요. 네.. 안데르 님" 라고 말을 하려 하는 수경의 표정은 아픔을 참는 듯한 표정입니다. 안데르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기록해야 다음 세대들도 볼 수 있지. 인간은 역사를 기록하는 동물이라고! 그저 멍청이로 치부하다니. 자네는 아직 부처님 손바닥 안이야!"
사실 외적인 이미지로 봐서는 그렇다. 불 같은 이미지가 태진이고, 살얼음 같은 이미지는 서한양.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한양의 텐션이 더 높은 편.
"뭐가 인기가 많아..키키..너 내가 학교에서 여자애들 붙는 거 본 적은 있고?"
학교에서 한양을 본다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남학생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자극적인 남자가 이상형인 여학생에게는 한양의 상견례 프리패스 얼굴과 더불어 다소 보수적인 태도(성격이든 정치든)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
정반대 스타일의 남자가 이상형인 여학생들에게는 한양이 '대하기 무서운 녀석'이었고. 은근 기가 셌다.지금이야 비속어를 아예 안 쓰는 정도까지 도달했지만, 학기 초에 툭툭 튀어나오는 한양의 걸죽한 입에 경악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비속어의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뇌리에 깊게 박히는 임팩트를 주곤 했다.
사실 서한양도 저지먼트로 활동하는 것이 후회될 때가 있다. 지금이야 저지먼트 활동을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지만,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미래의 좋은 스펙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원한 저지먼트. 다소 거친 일이란 것은 예견하고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조금 더 심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부실의 분위기가 이전 기수들보다 훨씬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
"들어보니깐 협회 위에 돈을 대주는 스폰서가 있는 것같더라고. 꽤나 거대한 돈줄인가봐. 저런 양반이 공권력을 무시하고 덤빌 정도면."
조직도 돈이 있어야 돌아가지. 강도나 암시장을 통해서 성장하지 않는 이런 조직이..어떻게 돌아가겠어. 다 보이지 않는 손이 스폰을 해주니깐 돌아가지. 자신은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길 테니, 양지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줄 만한 조직에게 돈을 대주는 거야.
금랑이는 자신을 끌어안는 정하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신난 템포가 아닌, 기운을 차리라는 듯 느린 템포로 말이야.
"쯧.. 하긴 그렇게 꾸준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녀석이 있다면 뭘 해도 성공할 녀석일 거야."
안티스킬이 도착하고 현장을 정리한다. 신속하게 한양과 정하에게 상황을 보고받고, 녀석들을 포박해서 데려가기 시작했다. 정하는 유리술사에게 나쁜사람은 아닌 것같으니, 반듯하게 살아가라고 여성에게 조언을 한다. 하지만 여성은 정하의 눈을 피하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안티스킬에 의해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아니. 오늘 여기서 더 놀 상황은 아닌 것같아. 금랑이 얘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해맑은 금랑이의 머리를 복복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래. 쉬자."
정하에게 붙어있는 금랑이를 부드럽게 떼어내며 말했다. 금랑이도 눈치는 있는 건지, 서서히 본인도 알아서 천천히 정하에게 떨어지려고 한다.
바로 눈앞에서 당황하는 태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을 제로라고 소개한 이는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역시나 그 목소리에도 감정은 전혀 섞여있지 않았다. 권총을 꺼내서 겨누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리고 권총을 쏘는 것을 보면서도 제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에너지탄은 제로의 손에제대로 명중했으나 피는 흐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총알이 튕겨져나가 근처 벽에 강하게 박혀버렸다.
"......"
이어 제로는 방금 총알에 맞은 자신의 손을 들어올려 확인했다. 이어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를 반복하며 뭔가를 확인하는 듯 하더니 다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견고하군요. 테스트 감사합니다. 허나, 아주 조금의 손상이 생긴 것도 사실이니,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좋겠군요."
이어 제로는 반대편 손을 올렸고, 검지를 살며시 앞으로 내밀었다. 그 손가락 끝에서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보이더니, 이내 뿅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날아갔다. 태오가 잡고 있는 권총이 그대로 녹아없어지는 것을 그는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대로 계속 잡고 있었다면 그 열기가 태오의 손에도 전해졌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화상을 입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살고 싶습니까?"
이어 제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며, 태오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는 그 무표정한 눈빛을 좀 더 가깝게 하며 태오에게 이야기했다.
"정말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내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어버스터를 현장에서 다른 곳으로 끌고 간 후에 작전이 끝날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붙잡아두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무사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당신에겐 에어버스터도, 다른 이들도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는 법. 안 그렇습니까?"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전혀 기회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통보이자 명령이었다.
동경하던 사람이 순전히 선의를 갖고 내게 대한 행동을 반감만으로 거절하고, 험한 행동을 했으니까. 대체 세상 어떤 팬이, 최애가 날 부축해주려는데 저리 꺼지라고 말을 하냐고. 팬에게 자격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지론이지만 내가 한 행동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형편없는 놈 같으니.
"리라에 대한건 사실 나도 잘 몰라. 내가 아는건 아이돌 리라 뿐이야. 인간 이리라가 아니라. 그래서 생각하기에... 나는 그냥 걔한테서 멀어지는게 더 나을거라 본다."
죄책감. 언제나 이 죄책감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서 도피하려고 저지른 행동은... 나를 더 심한 죄책감에 몰아넣었다. 늪과도 같은 이 감정은 차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가까이로는 리라.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아끼던, 내 동생에게.
"그런 밝은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존재는 없는게 나아. 어차피 나도 올해면 졸업이니 없는 사람이라 치고, 몇 개월만 뻐기면 되겠지."
그 뒤로는? 모른다. 그냥 나 혼자 팬으로 남을지도. 하지만 직접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영원히.
폐기장에서 쓸모를 다한 1세대 안드로이드가 정해진 대사를 뱉다 기계음 하나 내지 못하고 고철 덩어리로 돌아갔을 때, 태오는 마지막을 함께하며 생각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될 수 없으나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여기서, 여기서 일하게 해주세요!!"
고철의 삶은 태오의 삶이었고, 고철의 숨은 태오의 숨이었으며, 고철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사명이었다. 태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운명이었노라. 4학구의 모나리자를 뛰어넘는 걸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을 조잡하게 닮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초창기 세대의 모델은 인간의 감정과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고, 사람들은 불가능하다 여겨진 일이 갑자기 등장한 존재로 하여금 현실에 보란듯이 실현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인첨공이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었던, 세기의 천재였다. 기계의 유언을 지켰다. 실로 모순적인 말이 아닐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생각할거리가 생긴데다가, 동료가 다쳐있어서 기분까지 안좋건만. 앞에서 거지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이 속을 긁는 이야기를 하자 짜증이 계속해서 솟구친다. 게다가 끌고간답시고 다친 팔을 일부러 쥐고있다니. 집어넣었던 나이프를 다시 꺼내, 손잡이 부분의 구멍을 손가락에 끼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 야. "
난 많이 참았다.
" 팔뚝 썰리기 싫으면 놔라. "
그 말을 끝으로 땅을 박차, 수경과 안데르의 사이에 파고들어 나이프를 겨드랑이 사이에 밀어넣으려 했다. 진짜 썰려는 의도는 아니고, 위협할 때 목 부근에 칼을 가져다 대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퍼레이드를 위해서 옷도, 향수도 잘 준비했는걸요?" 제가 파트너가 아니면 누구겠나요? 라고 순진한 듯한 얼굴로 말합니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인가요?" "이쪽 연구소의 권한은 물론이고.. 존재 자체도 모르실 텐데요?" 나이프를 보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이런 전투적인 건 전혀 모르는 듯한 책상물림처럼 보이면서도.. 나이프에 시선을 주는 것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눈입니다.
"조금 말이나 행동이 험하신 분이네요." 곱게 키워서 그런지. 이런 벌레같은 이도 놔둬버리고 마네요. 약해지고 시름시름 앓다가 퀄리티가 떨어져버리고 말 거에요.
"팔을 정말 썰 생각은 지금은 없으시죠?"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마치 춤을 추듯이 빙글 돌아 피하려 시도합니다. 그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수경은 억지로 끌어당겨졌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먼 거리. 가까운 거리는 적나라합니다.
"티는. 정말이지. 예전부터.." "이건 티의 탓이에요. 이걸로 용서하는 건 제가 관대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동월을 보며 눈웃음을 친 뒤, 망설임 따위 없이 무표정하게 그녀의 뺨을 내려칩니다.
어느 쪽이든 휘둘릴 운명이라 단정 짓는 것 같다. 그 사실이 속을 깊게 찔렀다. 인첨공의 더러운 면은 많이 봐왔다 생각했지만 이건 전혀 다른 부류의 불쾌함이었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금세 소강될 감정이다. 감정 없는 이에게 감정을 가져봤자 좋을 일 없음을 알고, 불리해질 뿐이다. 그렇게 속내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
하지만 인생사 절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던가, 인간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피 하나 나지 않고 오히려 튕겨져 나가는 모습에 태오는 깊은 허탈함을 느꼈다. 안드로이드,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인가? 그렇다면 센서가 있는 곳은 안드로이드와 같을까? 거길 노려야 하나?
"!"
능력이 두 개라고? 가능한 일인가? 권총이 녹아내리기 시작하자 태오는 열기를 감지하고 손을 털었다. 아무리 비살상이라지만 쇠와 신소재로 이루어진, 경우에 따라선 흉기로도 쓸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런 것이 손짓 한 번에 녹아버린다니, 말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뜨거움에 손바닥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위험하다. 차라리 연락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당장 다른 사람을 불러서……. 태오는 생각을 멈췄다. 불러서 뭘 할 건데. 에어버스터가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아니겠지.
태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다가올 수록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씩 물러나다, 이내 우뚝 멈춰섰다. 메마른 입술을 자근 깨물다 시선을 굴리더니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체념한 듯한 시선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에게 향했다. 어차피 도망쳐도 손아귀 안임을 깨달았다는 듯. 그러나 대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고, 잠시간의 침묵 뒤로 태오는 지친 듯 미소 지었다.
"……그건 불가능해요."
태오는 지난 날을 기억한다.
"물론 당신의 말은… 네에, 옳아요. 그 작자들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고작 면식 있을 뿐인 녀석들을 한 번만 등지면 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요……. 안드로이드에게서 칩을 꺼내는 것만큼 흔한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냔 말이에요……."
어차피 무시하고 저지르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저 존재가 저지른 이후에도 휘둘러봤자 자신의 운명이지 않은가. 타인의 운명이 아니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해할 것이 뻔했다. 서로 남이라고 생각할 테니.
"그렇지만 너는…… 그분이 아니라서요, 내게 명령할 이유는……. 없다고 본답니다…."
그러나 이건 별개의 문제다.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존재하거늘 감히 누가 이런 짓을 벌인다고.
랑도 자주 듣는 뮤지션 정도는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첨공 바깥에서 콘서트나 페스티벌이 열리니까 볼 수는 없지만. 꼭 현장에서 직접 관람을 해야만 팬이라면 팬이 아니겠으나 그런 걸로 팬인지 아닌지를 나누지는 않으니까 팬이란 건 명확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계속 비관적이고, 그런 행동이 오히려 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랑은 한 번 더 태진의 등을 철썩 소리 나게 치려고 했다.
"그냥 자존심이 상한 건 아니고? 좋아하던 연예인한테 못 볼 꼴 보였다는 게 문제인 건 아니냐고."
"그러면 퍽이나 좋게 끝나겠군, 아예 마주치지도 않았으면 몰라. 그렇게 안 보이면... 리라가 잊고 잘 지낼 것 같은 거냐?"
제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럴 수 없다고 하는 태오의 모습을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분이 아니라서 명령할 이유가 없다니. 그 말을 조용히 곱씹으면서 제로는 살며시 오른발을 들어올린 후에, 땅으로 내려찍었다. 그러자 태오가 밟고 있는 콘크리트 바닥이 찢겨나가듯이 천천히 떠올랐다.
"거절로 판단."
이어 제로는 그 상태에서 오른손을 들어올린 후에, 공기를 뭉친 녹색 구체를 생성했다. 그리고 태오가 밟고 있는 콘크리트 바닥을 자신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게 하면서, 그대로 태오의 심장이 있는 부위를 향해서 녹색 구체를 제로 거리에서 터트리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전신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레벨4의 능력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 테스트를 종료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로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다시 태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태오의 멱살을 잡고 올리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가볍게 붕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래서 죽으실 생각입니까? 정말로?"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제로는 태오를 계속해서 공허한 눈동자로 빤히 바라봤다. 이어 제로는 사형 선고를 하듯이 무덤덤하게 그에게 마지막 선고를 내렸다.
>>199 기회가 기회이니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성운이의 능력을 '중력'을 조종하는거예요. 말 그대로 아래로 가라앉게 하는 힘을 크게 하거나, 낮게 하거나 식으로 말이에요. 중력을 낮게 해서 천장에 처박아버릴 수도 있는거고, 강하게 해서 땅에 처박아버릴 수 있는 식으로 응용이 가능하지. 막 그렇게 자유롭게 방향을 조종하는 것은 힘들어요. 그 정도의 이치를 깨는 힘을 원한다면 레벨5는 찍어야 할 것 같네요.
일단 그 손이 닿을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성운에게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수치스러운 옷차림을 한 이상 허벅지에 누구 손이 닿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누구 손이 올라가도라도 그건 네 손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말이다. 네가 조금이라도 더 멀리 있었다고 해도, 아마 두 사람이 공중으로 사출당해 고고도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엔딩으로 끝났겠지. 성운 역시도 자신을 향한 악의에 무감각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무감각해지기보단 오래전에 순응하고 굴복했다고 봐야겠지. 그런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되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날, 어느 궤도에도 속하지 못하고 한없는 공허를 영영 떠돌 거라 생각했던 초라한 떠돌이별이 어느 순간 깊이 모를 심해에 풍덩 빠진 그 날, 별이 달을 만난 그 날이 오기 전에는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와 함께한 이후로, 성운은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불행에 빠지면 너에게도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되리라는 것을. 자신도 그럴 거라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자신 때문에 마음아파하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는 가급적 예쁜 추억들이 남았으면 하기에, 성운은 자신의 불행에 대한 삶의 태도를 조금 바꾸게 되었다. 네게 있어 그것은 뒤늦은 화풀이였겠지만, 그것이 적어도 이 소년에게는 자신에게 건네진 다소 과격한 형태의 애정표현 정도로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 건네진 귓속말 역시, 네가 있음으로서 소년에게 생긴 변화 중 하나였다.
언제부터 이 몸이 자신이 인첨공에 들어오기로 한 시점에서 그대로 멈추어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딱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려니 했다. 그럴 자격 없다고 생각했다. 이래도 싸다고 생각했다. 어울리는 몰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너와의 연애를 시작하면서 성운은 자신에게 남자다움이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무의식중에 하게 되었고, 그게 방금 그 사건으로 성운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자각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단히 진지하게 건네진 네 대답에 성운은 냅다 울상이 되었다. 거기에다 네가 짓궂은 장난까지 한 번 치자, 그 울상이 된 가녀린 얼굴에서 히약, 하는 깜찍한 소리까지 나와버리고, 얼굴이 또 빨개져버리게 된다.
성운은 울상이 되어 시선을 내리깔았다가, 주문을 하면서는 조금 안절부절한 표정이 되더니, 음식이 나올 때쯤 해서는 너를 흘낏흘낏 올려다보다가 무언가 굳게 결심을 한 표정이 돼서는 조바심나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204 중력축 방향을 바꾸는 건 아직 요원한 일이군요. 저번에 중력방향을 바꾼다는 질문이 그런 의미였는데, 그런 오해가 있었네요... 지금이라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지금이라도 이렇게 여쭈어봐서 다행이다))) (훈련레스나 독백에서만 그런 모습 나왔지 정규 스토리에서 그런 시도 했으면 큰일날 뻔했네..)
파트너가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월이었다면 파트너가 직접 선택하게 했을테다. 뭐 추천정도야 해줄 수 있겠지만, 상대의 분위기를 보니 그런 평화적인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 같다.
" 연구소? "
로벨을 말하는건가. 라는 직접적인 물음은 하지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거니와, 괜히 말을 꺼냈다가 수경이 알려준 걸 들킬수도 있으니. 혹시 모를 도박은 하지 않으러 했다.
" 내가 성격을 좀 안참는 성격이라. "
못참는게 아니다. 참지 않는 것이다. 동월은 자신의 성격을 가감없이 내비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불러올 결과는 딱히 생각하지 않은 채로. 과연 이것은 나쁜 버릇일까?
" ..... "
아무래도 간파당한 모양이다. 피하는 동작이 생각보다 신기했다. 저런 스텝을 밟으면서 피할 수 있다니. 상대도 전투에 익숙한 사람인 것 같았다.
안데르는 수경의 뺨을 가차없이 내리쳤다. 소리가 주변으로 크게 울렸을테고, 동월의 하얀 시선이 조용히 안데르를 응시한다. 동월은 감정이 격해지면 오히려 겉으로 차분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감정마저 죽이고 몸을 숨겨야 하는 괴이의 영향 덕분이었을까.
" 너도 날 관대하다고 생각해야 할거야. "
예컨대, 빡쳤다는 소리다.
" 겨우 2주밖에 안될거니까. "
나이프. 그것은 안데르의 팔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동월은 손을 들어 머리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팍! 내질렀다. 그 후에 안데르에게 날아가는 것은 카드였을테다. 게임을 할 때 쓰는 그 종이로 된 트럼프 카드. 능력에 의해 강화된 카드는, 손으로 막으려 하면 확실하게 손가락을 썰어낼 수 있을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컨펌이 닿았답니다." 최종 결정권자에게 권한을 받은 사안이니까요. *물론 그 결정권자가 지금 권한이 있냐면 없다에 가깝습니다.. 연구소도 떠났는데 어떻게 가지고 있겠나요?
"저런. 역시 청소년들은 과격한 면이 있다니까요.." "2주가 관대하다니요. 2주씩이나 일정을 미뤄야한다니. 그럼 칼리스가 날 때리려 할텐데 말이지요?" 한탄하듯이 말하는 그는 수경을 끌어당기다시피 끌어올려 춤추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합니다. 수경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걸 바라지 않았다는 듯 안데르에게 자신이 잘한 게 없지만 제발 물러나달라고 빌고 있을 겁니다.
"원래 뭐든 투척물은 피하고보는 게 맞을 거에요." 닿으면 이동시킨다. 같은 능력인 티는 잘 알아둬야 한답니다? 이 지경까지 가고도 상냥하고 다정해보이는 표정을 짓는 안데르입니다. 그게 더 역겹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그거랑 별개로. 2주면 관대하기는 하죠." 그래서. 가능한 일이죠? 같은 표정으로 태연하게 수경을 방패막 삼으려 하는 그입니다. 만일 수경은 맞는다고 해도 비명도 지르지못하고 잠깐 떨더니 늘어지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방패막으로 쓰인 수경을 넘어서 안데르가 다친다고 해도. 수경은 무언가 충격받은 얼굴로 안데르와 동월을 번갈아 보더니. 동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리 오세요. 라는 단호한 말에 안데르 쪽으로 가려 할 것 같네요.
명령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태오라도 지금 상황에선 마지막 양심은 있었다. 세상이 억센 손아귀를 뻗어 조금 더 궁지에 몰려 만나기 전부터 망가졌더라면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나마 남은 양지에 발 들일 곳을 자신의 발로 걷어찬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태오는 어떻게든 퇴로를 찾고자 눈을 굴리다, 발 밑이 찢겨나가듯 떠오르자 몸을 휘청였다. 그때 들었던 것이 있었기에, 태오는 이 능력을 안다.
퍼스트클래스 중 두 명의 능력을 저 존재가 가지고 있다. 아까 그 빔도 분명 퍼스트클래스나 그에 준하는 능력자의 것이겠지! 깨닫는 것은 생각만이 아니었다. 차마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사이, 태오는 자신의 심장 부근에 직격하는 구체에 숨 한 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
코안경은 저멀리 나가떨어지고, 태오는 충격파에 바닥을 두어 번 굴렀다. 쉴 수 없는 숨과 격통에 눈앞이 점멸하는 듯 아찔하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다. 세상이 두 개로 갈라진 느낌이 끔찍하다. 연약한 몸뚱이는 이 정도 충격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웅크리지도 못하다 멱살을 붙잡히자 그제야 겨우 정신만은 바짝 차리려는 듯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윽, 크윽……. 흐흐, 흑-"
격통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건만 멱살까지 잡히니 어떻게든 산소를 공급하고자 갈라지는 숨소리가 목을 비집고 나온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우습다는 듯, 숨에 웃음기가 묻어 나왔다. 저 목소리 덕분에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목소리. 자신의 처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이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익숙함은 저항심을 기르게 만든다던가. 허공에서 발버둥치던 태오는 사력을 다해 고개를 뒤로 한 번 젖히더니-
혈흔이 보이지 않는데도 철 냄새가 낭자한 뒷골목의 꼴이 경외롭다. 축제라고 더러운 것은 눈에 불을 키고 숨기려 드는 인첨공의 배려심에 치안은 평상시보다는 좋았다만 완벽에 수렴하진 못하였다. 도망치던 스킬아웃이 아등바등 능력을 쥐어짜내, 자신의 뒷덜미를 낚아채려던 저지먼트 여성의 전신에 흐르던 전류를 공식에 넣고 연산했다.
그의 머릿속에 그려지던 연산대로라면 근육의 쇼트서킷, 근육 세포에 연결된 신경의 뉴로트렌미터는 풀리지 않은 채 잠잠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움직임을 방해하던 것은 실행되지 못했다. 어디선가 들려온 호루라기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에게 붙잡혀 바닥에 얼굴을 처박혔다.
"안티스킬은?" "불렀습니다."
함께 순찰을 돌던 저지먼트 선배는 그 대답에 달리 회답 않고, 스킬아웃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허공에서 발버둥치다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죽이라고 하는 태오를 바라보며 제로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명백한 적대행위였다. 사실 죽인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으나, 죽일 생각은 제로에게 없었다. 이 자를 죽이는 것은 간단하나, 죽이게 될 경우, 리스크가 너무 거대했다. 아직 자신의 목적은 달성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에어버스터를 완벽하게 적대 세력으로 돌려서 나쁠 것은 없었다. 분노한 퍼스트클래스가 어떻게 나올진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죽이진 않습니다. 그 대신 재우도록 하죠."
이어 태오는 다시 한 번 전신을 강타하는 강한 일격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의식을 끊어놓기 위한 행동. 기절시키기 위한 공격이었다. 강한 풍압이 그곳을 감싸고 태오를 스쳐지나가며 조용히 부드럽게 공기 속에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그것도 모자라서 숨을 쉬지 못하게 할 생각인지, 제로는 태오의 목을 잡고 강하게 힘을 주려고 했다. 산소 공급을 막아서, 기절시키기 위함이었다.
"에어버스터는 참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고 바보같은 이였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뺏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런 에어버스터와 맞먹을 정도로 어리석은 이입니다. 그리고 남은 데이터 3개 역시, 그 정도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어리석은 이겠지요."
잠시 제로는 말을 끊은 후에, 얼굴에 묻은 침을 옷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공허한 눈빛은 계속해서 태오를 향하고 있었다.
"그냥 제 지시를 따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유감입니다."
그대로 잠들면 됩니다. 그런 말을 보내며, 제로는 그대로 태오를 기절시키려는 듯, 손아귀에 힘을 더욱 꽈악 주었다.
"...동월.. 군" 수경은 갈팡질팡 하다가..결국은.동월의 말처럼 멈춥니다. 그걸 노려본 안데르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 하다가.. 동월의 박치기에 얻어맞습니다.
"허...." "하..하하." 안데르는 제대로 얻어맞은 듯 부러진 안경과 코를 감싸고는 뒤로 물러납니다. 얻어맞아주는 게 방심시키기엔 좋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얻어맞는 건 자존심이 영 상하는 부분입니다. 코피가 터지고 입 안도 터졌는지. 손으로 가린 부분 밑으로 핏방울이 떨어져 옷을 더럽힙니다. 멈춰선 채로 동월에게 가까이 있는 수경에게 다가가서는 남은 한쪽 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눈을 마주합니다.
"티. 티는 언젠가 우리에게 올 거에요." "그리고 기시감을 느끼게 되겠죠." 반드시. 라는 말을 남기고는 텅 빈 눈을 한 수경을 놓아주고는 동월을 노려보더니.
"당신은...좋아요. 특히 가혹하게 굴어주도록 하겠어요." 그 말을 남기고는 어둠 속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밝은 분홍빛 눈이 사라질 때까지도 수경과 동월을 노려보듯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수경은 엎어지듯이 쓰러져서는 숨을 몰아쉽니다. 바들바들 떨면서 잘못했다느니. 타인에게는 가혹하게 굴지 말아달라는 말을 중얼거리지만. 대상이 떠났기 때문에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붕괴된다면 그 또한 운명일 것'이라며 키득대던 그녀는 아직까진 몽롱한듯한 당신의 반응에 걱정 반 즐거움 반인 감정으로 지켜보고 있었을까?
"아, 그거 사실 지금 즈도 그렇슴다. 표현을 못한단게 이런 때는 또 좋네여~"
당신이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괴식의 충격에서는 차마 헤어나오지 못해 횡설수설 하듯, 그녀 역시 내면은 죽어있어서 지금 상황을 겨우 이해하는듯 보였다. 그나마 당신도 그녀도 그 두려운 매운맛에 굴복해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
...이미 당신은 한번 의식을 잃었었나? 사소한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와-오. 그정도였슴까?"
괴이에서 억지로 음료수를 먹어야 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니... 아마 더 블루... 라고 했던가... 그쪽에 대한 얘기를 하던 당신이려나? 이젠 하다하다 멀쩡한(?)음식을 괴이에 빗댈 정도라니... 핵폭탄맛은 앞으로 어떤 음식점이든,절대 호기롭게 건드리면 안되겠단 각오를 굳건히 하는 그녀였다.
"음... 사실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근성파 아니냐구 했던 검다."
물론 이따금씩 이상한 부분에서 고집불통인 것이야 지켜보았던 그녀조차도 부정할 수 없다지만,
"생각해보니 그것도 고민이네여? 그러구보니 퍼레이드가 몇시더라..."
일단 데이트의 목적은 15주년 퍼레이드의 감상,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잘 봤다. 즐거웠다.' 등으로 남길 수는 없었기에...
"라져~~~"
슬슬 나갈 채비를 하는 당신을 따라가다 마찬가지로 시선을 돌려 주방장쪽으로 향했을까? ...아무래도 주방장 역시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질이 안 좋은 중학생 무리들이 있다. 한 골목길이 장소인데, 참 담배 피기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골목길에는 태권도장 하나가 있었다. 진한 담배냄새가 몰려오자, 도복을 입은 남성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요- 미성년자들이 담배 피고 그러면 안 돼요~"
남성들은 중학생들을 좋게좋게 달래면서 골목에서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중학생들은 코웃음을 치며 남성들의 말을 무시했다. 특히 이들 중에서는 키가 190은 되어보이는 발육이 좋은 남학생은 이들에게 대답했다.
"태권도 좀 배웠다고 까불지들 마쇼, 형씨."
"동생 먼저 덩치만 믿고 자만하지 마세요~"
건물에서 도복을 입은 서한양이 나온다. 요즘 들어서 태권도를 깊게 수련하고 있었다. 드디어 이름값을 하려는 건가? 최근 육탄전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연장을 든 스킬아웃들도 오른발로만 이길 수 있었던 이유. 발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형씨..죽고 싶으쇼?"
"동생~ 여기서만 피지 말아주세요. 운동하는데 냄새가 계속 올라와요."
"고작 태권도나 하는 녀석들이 운동은 무슨 운동.. 나 누군지 몰라? 곧 대형 스킬아웃에 들어갈 예정인 몸이란 말이야. 능력자도 잡는 몸이라고."
"아~ 그래요?"
"..야, 너네들 저지먼트들 순찰 오는지 망이나 봐. 이 태권보이 자식은 내가 반죽여야겠다."
이 중학생은 한양의 왼쪽 턱에 라이트 훅을 기습적으로 꽂으려고 했다. 중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주먹이었다. 마치 오함마로 휘두르는 느낌이랄까? 대형 스킬아웃에 들어가는 것이 유망주여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보니깐 이미 완성형이어서 스카우트 된 것이었군. 하지만 상대가 서한양이었다. 싸움 꽤나 한다는 녀석들에게도 버거운 주먹. 한양에게는 그저 피하기 쉬운 주먹이었다. 스텝을 뒤로 뛰어서 훅을 피한다. 하체가 굵은 편은 아니었지만, 표면이 매우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했다. 이와 더불어 탄력적이었다. 이런 탄력을 이용했기에 스텝의 보폭은 남들보다 훨씬 길었다.
"진정하세요~ 동생이랑 싸울 생각이 없어요."
"이걸 피해?"
중학생은 이 주먹 하나로 느꼈다. 타격으로는 절대 승부를 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분명 리치와 파워가 우위인 본인이 기습까지 시전했다. 리치가 길기에 한양이 피하는 와중에도 스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스치는 것은 허공 뿐이었다. 어쨋든 단순한 스텝 한두 번으로 중학생과 한양의 거리는 꽤 벌어졌다.
'인정하기는 싫지만..이 기습을 피할 정도면 정면타격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녀석이야.'
'그래도 리치는 내가 훨씬 우위야. 어떻게든 잡아서 반으로 접는다. 아니면 그래플링을 의식하게 만들어서 타격방어를 취약하게 만드는 거야.'
"크으윽...!!!"
중학생은 전략을 생각하다가, 한양의 오른발이 자신의 안면으로 온다는 걸 인식했다. 그것도 공중에서 말이지. 서한양은 중학생과 벌려진 거리를 점프 한 번으로 순식간에 좁혔다. 왼발을 도움닫기 삼아서 앞으로 발을 틀어서 내민다. 이 축을 잡은 왼발을 중심으로 오른발을 앞쪽으로 끌어와서 위치시킨 뒤에 몸을 잠깐 뒤로 돌린다. 중심축을 오른발로 옮기고, 왼발을 공중에서 뗀다. 이어서 오른발로 도약을 한다.
"우와.."
"공중에서 세 번이나 회전하네.."
그대로 한양은 팽이처럼 순식간에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돌아서 오른발로 중학생의 왼쪽 안면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서한양은 봐주려는 의도인지, 발을 좀 늦게 휘둘렀다. 그렇기에 중학생은 팔을 들어서 막을 수 있었지만.. 쓰러졌다. 볼링공에 맞은 당구핀 마냥. 가드를 뚫고 들어오는 데미지였던 것이다.
한양은 파워와 스피드를 그리 진심으로 실지는 않았나보다. 그저 최근에 본인이 연습한 기술의 실험용이라고 생각한 듯.
아마 기계에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인공지능? 아니면 안드로이드? 어찌 되었든 텅 비어있는 듯하니 수치심이나 분노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속이 조금이나마 후련했다. 이마저도 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저쪽과 다를 바 없을 테니. 태오는 다리를 움직이며 어떻게든 벗어나려다, 재우도록 하겠단 말에 눈을 순간 크게 홉떴다.
"그게, 무ㅅ-"
강력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한다. 하물며 이번엔 나동그라질 일이라곤 하나 없이 붙들렸으니 그 공격은 온전히 태오의 몸을 헤집었다. 충격은 한 번인데도 속이 뒤틀리는 듯한 거센 감각과 함께 무언가 터졌구나 직감할 법한 격통이 치밀었다. 입술인가? 아니, 속이다. 윽, 하고 숨과 함께 목에 무언가 거세게 차올라 결국 무언가를 뱉었다. 붉은 줄기가 입을 타고 울컥 흘렀다. 이마저도 온전히 뱉어낼 수 없던 까닭은 자신의 목을 붙든 우악 진 손아귀 때문이었다.
"에, 어, 은, 은우는- 윽- 끄윽-"
반항이나 대꾸 한 번 못하고, 자신의 목을 쥔 손아귀에 양 손을 올리고 끅, 끅- 몇 번이나 목 졸린 소리를 내던 태오는 점차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남은 데이터 3개, 퍼스트클래스 중 4명이 벌써 능력을 모방당한 건가, 어리석든 말든 상관은 없다. 자신은 어차피 그런 존재에 불과하기에 밑바닥을 진탕 굴렀으니…….
그러나 하나 후회하는 것은.
손아귀를 붙들던 손에서 힘이 빠지고 다리를 구르던 것이 멈춘다. 이내 긴 머리가 축 늘어졌다. 태오의 나약한 의식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꿈을 꾸었다. 무얼 해도 머리가 맑고 청명한 꿈. 연구원들이 이해해주지 않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도망치지 않아도 되며,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살아갈 궁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속내를 읽지 못하는 꿈이었다. 실로 평범하고 부드러운 삶이었기에 이것이 꿈인 걸 알면서도 깨지 않았으면 했다. 태오는 꿈 속에서 누군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럴 리가 없잖니.
그리고, 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마주한 사람을 분명 인지하고 있으나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남성인 것은 알지만 깊게는 알지 못한다. 머리가 어떤 색인지, 눈이 어떤 색이고 키가 어느 정도인지. 그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뿐.
현명한 선택을 했니? 하루를 더 연명하고자 하는 네 마음에 솔직해졌니?
아니구나.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도 반나절의 수명을 깎아먹었어……. 그렇게 수명 깎아서 무엇 하려고? 박명하고 싶으면 차라리 행하렴, 그리 굴지 말고.
아니면.
도와줄까?
태오는 도망치고자 했으나 금세 멱살을 붙잡혀 버둥거렸다. 아까까지 듣지 못했던 모든 소리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악, 악, 하고 몇 번이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마저도 흐려진다. 목이 졸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기절에 그쳤지만 꿈 속에서는 죽음을 겪은 태오는 눈을 떴다.
>>388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발생하는 급박한 변화가 어떤 영향을 남길지는 저도 모르지만, 일단 절대 안전하지는 않을 거에요. 일단 그렇게 말씀은 드리지만, 혜우주께서 납치된 히로인 플레이를 해보고 싶으신 데에 대해서 절대로 혜우주를 제지하거나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말씀도 드릴게요. 제가 고삐 있는 힘껏 잡아보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해요
스트레인지에서도 어지간한 스킬아웃도 엄두를 내지 않는 흉악한 골목 내부에 위치한 불법개조 안드로이드 투기 도박장. 링 위에 개조를 한 안드로이드끼리 싸움을 붙여 판돈을 내거는 도박장으로, 투박하고 낡은 건물로 보이는 외견과 달리 내부는 제법 잘 꾸며두어 실제 격투기 경기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거칠고 야성적이며, 심지어는 부품이 튀어 관객에게 부상을 입히는 무시무시한 싸움과 달리 메트로폴리스에 소속된 직원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상당히 정중하되 경박한 태도로 유명했다.
안드로이드 격투를 담당하는 파일럿과 엔지니어는 홀로그램 고글, 심판과 사회자는 세로로 된 줄무늬 셔츠, 그리고 일반 종업 직원들은 웨이터복의 형식. 그리고 오너의 직무를 도우는 비서의 경우에도 웨이터복을 입으나 목에 보타이가 아닌 넥타이를 맨다.
태오는 메트로폴리스 내부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였으나, 실제로는 담당하는 업무가 많아 모습을 잘 드러내지 못했고, 엔지니어 일을 위해 모습을 드러낼 적이면 유일하게 사복 차림이었다.
>>409 아뇨 그 혜우주가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시는 것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캡틴께서 하시는 진행이라, 진행이 어떻게 될지 모를 뿐인걸요. 성운이 박력모먼트만 쏙 가져갈 수도 있죠. 혜우가 먼저 태오 구하러 가겠다고 하고 성운이가 따라나설 수도 있고요. 성운이라는 캐릭터라면 이렇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라고만 말씀드린 거라...
혜우가 정말로 잡혀간다면, 혜우와 태오, 혜성이(잡혀갔다면) 구하러 갑자기 키가 엄청 커진 성운이가 나타났는데, 키 커진 성운이 뒤로 얼굴이 그늘에 가려서 입모양만 보이는 작은 성운이가 만델라 카탈로그처럼 웃으면서 입모양으로 태오에게 고, 마, 워. 라고 말하는 장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유한은 제 손에 한움큼 들려있는 온갖 알약들을 바라보았다. 이 약들, 분명 효과는 확실하다. 그의 몸은 점점 근육이 덧붙여져가는 것도 모자라 근본적인 무언가가 바뀌고 있었다. 체형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분명 달리기는 빨라지는 것 같은데,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여 결국 비슷하다. 이전보다 고통도 미약해졌다. 고통보다도 의식이 또렷하다. 반응속도도 올라가고... 하여튼, 놀라울 정도로 '전투'라는 점에 있어서 뛰어난 효과다.
"적어도 네가 3레벨은 되어야 하니까, 그때까지는 참으렴."
"알약 잔뜩에, 이상한 곤죽에, 특이한 주사... 이게 정말 '커리큘럼'이야?"
그가 눈을 흘기자, 차트에 눈을 고정시키던 여인의 표정이 구겨졌다.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은 것마냥. 실제로 여인은 귀찮았다. 그가 이런 말을 지껄이는 것도 벌써 5번째다.
"나는 계속 말했어. 싫으면, 그만둬. 강수호를 찾아주는 조건으로 내가 주도하는 커리큘럼에 참가하겠다고 한건 너야."
"알아. 근데, 이거... 기분이 묘하단 말이지... 능력과는 별개로 신체를 다루는 듯한 약물이라..."
"말했잖니? 네 능력은 신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너는 살아있는 스포츠카가 되는거야. 강철이 아니라 단백질 덩어리의 육체로."
여인이 쏘아뱉듯 말하자 이번에는 그가 표정을 구겼다. 여인의 말은 항상 타당했다. 그에 맞는 근거가 있었고, 데이터가 있었다. 하지만... 가슴의 술렁거림은 참을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건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그만두면 되잖니? 아니면, 그냥 내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왜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가는건지 모르겠네."
"내가 누나를 어떻게 믿어? 날 거짓말로 꼬셔서 개같은 인첨공에 데려오고, 날 버린게 누나인데."
"꼬시다니. 그런건 설득이라고 한단다 동생아."
하. 하고 웃음 뱉은 여인- 유다혜 연구소장은 그를 우습다는 듯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친남매라고 하기에는 정말 닮지 않는 두사람이었다. 차라리 아무 관련 없는 타인이 더 공통점이 많을 듯 했다.
"그리고 나는 네게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거든. 인첨공 이후의 삶도, 꿈도... 네게 속삭였을 뿐이지, 이루는건 네 손으로 했어야지?"
"열살짜리 꼬마에게 말이지? 대단도 하셔라."
그의 비아냥에도 아랑곳 않고 그녀는 주사기를 하나 유한에게 쥐어주었다.
"신약이야. 테스트해보고, 체크리스트 작성해서 가져와."
"여부가 있겠습니까."
언제 험악했냐는 듯 두 사람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기대가 없었기에 화낼 것도 없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뿐. 두 사람은 더이상 혈육이라고 할 관계가 아니었으니.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그렇게 말해두었는데도. 어느 날, 매우 가까울 날, 이 너만 아는 색의 별이 끝끝내 네가 몰랐으면 하던 어느 더 깊은 해구에, 네가 그 소년에게 그리 감추고 싶어하던 것들 중 하나에 그 끄트머리를 비추일 것임을, 이 때까지는 너도 이 소년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옷차림 이야기로 돌아와서─ 백 보 양보해서 네가 이 소년에게 강요한 옷차림을 제외하더라도, 그 몸뚱아리가 남성성이 제대로 발현되기 이전의 시점에 멈춰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머리라도 짧게 깎으면 그나마 나으련만, 어릴 때에는 엄마가 머리를 만져주는 게 좋다고, 지금은 이발비가 아깝다고(!) 머리 깎는 것을 마다하고 길게 길러놓고 있으니 더더욱 이리 취급해도 할 말 없다. 그래놓고 짓궂은 행동에 히약 소리를 내지르질 않나, 이마에 놔준 가벼운 입맞춤으로도 울상이 한결 옅어져버리고 마니 선배다움은커녕 남자다움도 글렀다. 그래, 네 앞에서는 이렇게 무방비해져버리고 만다. 굳게 마음먹고 뒤집어쓴 평소의 그 비관적이고 수동적인 옅은 냉소도 한낱 어설픈 연기가 되어버리고, 네 앞에서는 흡사 그때 그 시절 행복했을 때의 철없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꼬치가 얹힌 접시를 손에 든 채로, 성운은 혜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다시 혜우의 품 속에 폭 끌려들어왔다.
“키─부터 해서, 전체적으로, 다. 나 왠지 온몸이 멈춰있으니까. 인첨공에 들어왔던 그 날 이래로, 그대로.”
하며, 성운은 말없는 너를 따라 말없이 자리로 향했다. 네가 팔걸이 없는 빈 간이의자의 바깥쪽에 자신을 너를 향해서 앉혀두자, 성운은 자기 손의 접시를 테이블에 얹어두고 눈을 깜빡이며 너와 눈을 마주쳤다. 네가 무릎을 꿇자 놀란 기색이 되었지만, 그래도 네가 이 말을 이렇게 하고 싶다는 것을 알기에 네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네 말이 끝날 때쯤엔, 성운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널 바라보고 있었다. 네 마음에 뭐라 반박할 생각으로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네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기에 진정한 것이다.
성운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려 했다. 다른 행동을 하려 했는데, 네 행동이 먼저라 성운은 네가 먼저 손등에 입을 맞추도록 두었다. 손등에 네 서늘한 체온이 남았다. 성운은 손등을 한번 보고는, 좀더 또렷이 이 순간을, 네 말을 새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운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서서, 네 손의 접시를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너를 그대로 폭 끌어안았다. 가벼운 포옹 같은 게 아니라, 아프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한 꼬옥, 하고. 그리고, 널 놓아줬다. 응, 식사 해야지.
포옹을 풀고, 성운은 문득, 너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면 언젠가, 내가 날 빗겨갔던 세월을 다 돌려받는 날이 와도 날 좋아해 줄 거야? 하고 물으려고 했는데, 손 안에 아까 없었던 게 쥐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손으로 시선을 돌려 손에 쥐어진 게 뭔지 확인하고 다시 시선을 너에게 돌렸더니─ 가터링 자국 선명한 허벅지가 눈앞에 있어서,
성운의 말문이 막혔다.
“긋─!!”
이 소동물은 얄밉고 자시고가 문제가 아니라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자극을 견뎌내는 데만도 바쁘다. 올여름은 방울토마토가 풍년이다. 성운은 정말 가련할 정도로 달달 떨리는 손길로, 숨도 쉬지 못하고 네 허벅지에, 원래 있던 자리에 맞춰 힘겹게 가터링을 채워주려 했다.
>>490 (뽁실!) 완전 괜찮아요! 검사 결과에서도 위경련을 유발할 만한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셨고,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영위하라고 말씀은 하셨는데.. 어찌됐건 일단 규칙적이긴 하구요 👀 진경제를 조금 받아왔을 뿐이에요. 혜우주는 어디 편찮으신 데 없으신가요..?
며칠 내내 이상할 정도로 몰아치는 졸음은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의 내용을 기억하는 간단한 행위조차 평소보다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목구멍에 차가운 물을 때려넣고 나면 결국에는 정상적인 의식 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잠의 안개를 몰아내고 몽롱한 정신을 한순간이나마 붙잡은 리라의 눈에 단어 두 가지가 똑바로 박혔다.
그래플링 훅. 그리고 방검, 혹은 방탄 성능이 있는 외투 한 벌.
커리큘럼 시간에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이왕이면 발견한 김에 바로 만들어 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리라는 부실 내 본인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이전에 동월과 아지가 각각 하나씩 가져가고 남은 그래플링 훅(와이어 건)이 한 개 남아있다. 일단 하나는 해결. 외투는... 리라는 책상 위 간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투명 파일 하나를 꺼내든다. 그 안에는 프린팅 되어 있는 여러 장의 자료 사진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료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는 게 크기 면에서나 눈의 피로 면에서나 단점이 더 많아서 뽑아둔 건데 꽤 유용하게 쓰고 있다. 다양한 이미지가 출력되어 있는 A4용지들을 팔락팔락 넘기던 손길이 어느 한 곳에서 멈췄다. 이거면 적당하겠다.
@서성운
성운이 부실에 도착했다면, 그의 책상 위에 곱게 접힌 채 놓인 품이 넉넉한 하얀색 외투와 그래플링 훅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투를 방석 삼아 올라앉은 그래플링 훅 위에는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었다.
[사용해보고 개선할 점 있으면 알려줘!] [외투에는 방검과 방탄 기능 둘 다 넣어봤어. 그래도 조심해야 해! 불도 조심하고!]
(*이미지는 방검/방탄 외투 스타일 참고용. 아래쪽 길이가 더 길다고 해도 될 거 같다. 이건 성운주 취향대로!)
>>486 >>487 헤헤 말랑 따뜻하다(봑봑 봑봑 봑봑) 쓰다보니 어느정도 깨긴 했는데 이러다가 어느순간 다시 잘 수도 있을 거 같아!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성운이한테 외투 주기 참을 수 없었어... 커플룩으로 해주고 싶었는데 리라가 아직 혜우성운 연애를 모르니까 이 악물고 견뎠다(???)
>>495 던브레이커(반짝) (아니야!) (뽁실) (뽁삑뽁삑!) 원래는 동월이랑 같이 괴이탐사 가면서 신청하려 했는데 요번주는 축제였으니까 경호할 때 입으려고 부탁했다고 하네요 리라랑 일상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신청하고 받으려고 했는데 역시 시간이 안 맞았어요... 👀👀 리라랑 못푼 게 많은데! 폐공장도 아직 못 들켰어! 이제 폐공장 발견하면 너무 안락하게 잘 꾸며져있어서 리라 야단도 못 칠 것 같아! 글쎄요.. 왠지 혜우한테 입혀줄 순간, 올 것 같아요.
“성운 학생, 그건 뭔가요?” “그래플링 훅이에요. 지형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거에요.” “성운 학생은 딱히 그런 게 필요없지 않나요?” “─저는 조금 다른 용도로 써보려구요.” “어떻게 말씀이시죠?”
성운은 대답 대신, 한 손에는 그래플링 훅을 들고, 한 손에는 경찰봉을 쥔 채로 훈련장 저편의 마네킹을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 띄웠다. 그리고 붕 떠오른 대상에게 그래플링 훅을 발사해 걸어서는 힘차게 끌어당겼다. 중력이 한없이 0에 수렴하는 마네킹은 그래플링 훅에 걸린 풍선처럼 힘없이 그래플링 훅에 빨려들어오다시피 끌려들어왔고, 성운은 끌려들어오는 마네킹을 놓치지 않고 목에 경찰봉을 콱 찔러넣었다.
“─이런 거요.” “탁월한 아이디어군요.”
성운은 외투를 걸쳤다. 응. 여름에 입어도 덥지 않고, 가볍고, 목이 두꺼워서 얼굴은 제법 가려지고. 괜찮네. 이런 게 필요했어.
성운은 핸드폰을 들어 리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리라
<[ 리라야, 고마워! ] <[ (외투와 그래플링 훅을 입고 찍은 셀카. 높은 목깃 사이로 보라색의 눈만 빠끔 나와 있다.) ] <[ 이번 경호 일에 혹시 모를까 해서 이런 걸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잘 입을게. ] <[ 혹시 내가 보답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도와줄 일이라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거나? ]
>>496 ㅋㅋㅋㅋㅋㅋ맞아 이제 발견하면 음 그래도 잘해놓고 사는군... 할듯ㅋㅋㅋㅋㅋㅋㅋ 얘기 안해준건 🤨이러고 보겠지만ㅋㅋㅋㅋㅋㅋ 휴 일상 못돌린건 좀 아쉽구만 그래도 우리에겐 훈련이 있으니까 헤헤 성운이 외투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는 글쎄요.. 왠지 혜우한테 입혀줄 순간, 올 것 같아요.⬅️저신경쓰여요.신경. 사아실 혜우랑 쉐어하라고 좀 넉넉하게 만든 것도 있긴 한데 이게... 이게 실현될 수도 있다고 그림자를 메우고 꽉꽉 밟아야
>>497 할 수 있다!! 안되면 리라랑이 잡아다가 은우한테 현상금 타도 되지 않을까(이런 발언)
>>505 성운: “그렇지만 기분으로 이사한 걸 갖고 친구한테 일일이 보고한다거나 하기도 그렇구··· 👀” 성운: “그래도 혹시나 어디 피신할 일이 있거나 편하게 쉬어갈 데가 필요하면 폐공장에 놀러와~ 오기 전에 연락 한통 해 주고. 보통은 잠가놓고 다니니까···.” 저신경쓰여요.신경.⬅️그거나도신경쓰는쪽이에요.나도피해자야. 그림자가문제가아니야 더가까운게있어 흑흑이 흑흑흑흑흑흑이...!!! 무려 캡틴 공인...! 이건 할 수 있다..!
<[ 리라야, 고마워! ] <[ (외투와 그래플링 훅을 입고 찍은 셀카. 높은 목깃 사이로 보라색의 눈만 빠끔 나와 있다.) ] <[ 이번 경호 일에 혹시 모를까 해서 이런 걸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잘 입을게. ] <[ 혹시 내가 보답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도와줄 일이라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거나? ]
[별말씀을! 언제든 말만 해!]>
메세지 하나를 보낸 리라는 친구의 셀카를 눈에 담았다. 잘 어울리네. 이 디자인으로 하길 잘 했어.
[잘 어울린다~]> [그러게,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불안하지. 나도 조금 더 대비해 두는 게 좋을지도🤔]> [음~ 여름이니까 과일 펀치? 성운이 요리는 뭐든 좋으니까~ 네가 가장 자신 있는 걸로 부탁해. 부원들이랑 함께 먹자!]>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서로의 얘기를 뒤로 하고- 성운을 달래주던 중에 그런 말을 들었다. 인첨공에 들어온 이래로 자라지 않았다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성운을 마주하며 그런 의구심이 든 적이 있었다. 보통 18세의 남자아이라면 평균적으로 나보다 키가 컸다. 그런데 성운은 오히려 나보다 작아서, 커리큘럼의 부작용인가 했었다. 이전까지의 의구심이 부작용이었다면 지금은 더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본인도 모르는 증상이라고? 오늘 헤어지기 전에 성장판을 살짝 건드려 볼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 한 켠을 유유히 지나갔더랬다. 성운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내 말이 끝나자 성운은 별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새삼 힘이 그새 늘었구나 하고 느껴질 만큼. 나는 내가 말했던 기분을 느끼며 마주 안았고 놓아준 후에는, 그런 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터링을 성운의 손에 쥐어주고서 말이지.
방금 전까지 온순하던 얼굴이 다시금 새빨갛게 물들고 가터링 든 손이 덜덜 떨리는게 눈으로도 보였다. 그러면서 또 어찌어찌 채워주고, 나만 들리게 하는 말이 은근히 소유욕의 표시 같기도 해서 가터링을 채우던 성운의 손을 부드러이 잡아 말랑한 허벅지 위로 살며시 누르며 나도 그렇게 소곤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너한테만 허락하는 거야. 서성운."
...그 말의 진의를 아마 성운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음식을 사는 것도 옷단장도 끝났으니 이제 식사를 할 차례였다. 성운 먼저 자리에 앉힌 다음 그 옆에 앉아 음식들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닭다리살과 각종 야채가 꽂힌 꼬치구이, 향신료 은은한 고기 듬뿍 케밥, 잘 익은 새우구이 한 접시까지 둘이 먹기에 이보다 좋은 식사는 없지 않을까. 내가 직접 꼬치도 빼고 할까 하다가, 대뜸 성운의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어깨에 턱을 살짝 걸치고서 말했다.
"나아 손 쓰기 귀찮은데에 먹여주라- 응?"
그러는 편이 성운에게도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성운도 알겠다고 한다면 그대로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을 것이었다. 간간히 내 입이 아니라 성운이 먹게끔 유도하면서 서로 적정량만큼 먹고 나면 그 많던 음식 다 어디 간 양 사라져 있었겠지. 다 먹은 후엔 내 클러치에서 물티슈를 꺼내 성운의 손을 닦아주려고도 했고. 그 즈음 퍼레이드를 보러 가면 딱일 시간이기도 했을 터였다.
그 연락이 온 건, 늦은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휑한 내 집 내 방 내 침대에 누워 정말 하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폰이 울렸다.
우웅
늘 조용한 내 폰에 누가 연락을 했을까- 하고 예전이라면 생각했겠지만 요즘 이런 연락이 없던 것도 아니라서 별 생각 없이 폰 화면을 켰다. 자연스럽게 메신저를 켜 발신인을 보는데 어라,
이혜성?
그 연락의 상대가 의외인 것도 잠시, 연락 내용 속 한 이름을 보고 그만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태오. 현태오...
[지금 나갈게요] [여기서 뵈요] [(어느 카페의 주소와 지도)]
재빠르게 가까운 카페의 주소를 찍어 톡방에 전송한 후 더 빠르게 움직여 옷을 입었다. 새로 갈아입고 그럴 시간은 없었기에 대충 입고 있던 옷 위에 집업 하나 걸쳤다. 내가 체온이 낮아 이 날씨에도 긴팔을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살짝 스쳤다. 간단한 시술용 도구집을 챙긴 뒤, 머리는 대충 하나로 올려 묶고 신발도 뒤축 구겨 신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내가 이 때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아니, 모르지 않았다. 어쩌면 혜성과 같이 있을지 모른다고,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가버리기 전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버렸지.
그러나 서둘러 도착한 카페에는 혜성 혼자만 있었다. 조금 빠르게 걸었을 뿐인데도 살짝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보았지만 없었다. 카페 안 어디에도.
순식간에 피가 식는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숨을 고른 뒤에 혜성을 향해 인사하며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평소라면 뭐라도 시키고 오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앉아서 몇 초 멍때리다가, 아 하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도구집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가, 또 몇 초가 지나서야 혜성에게 말했다.
"그럼, 어디를 회복시켜야 할지 보여주시겠어요?"
그렇게 보게 된 환부는 왼쪽 손목의 절개 후 봉합한 자국이었다.
"아, 이건 1차로 회복을 한 후에 실을 제거하고 남은 흔적 회복할게요. 걱정 마세요. 아프지도 않고 흉터도 안 남을 거에요."
차근히 회복 과정을 설명한 후에 테이블에 올린 도구집을 열자 휴대용 사이즈의 의료도구들이 깨끗한 케이스 안에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 중 가위와 핀셋을 미리 꺼내두고 앞서 설명한 대로 혜성의 손목을 회복시켰다. 1차 회복 후 조심히 실을 제거하고 남은 흔적과 실구멍까지 완벽하게 지워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혜성의 손목은 태오에게 시술 받기 전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을 것이었다.
"끝났어요-"
간단히 말하며 가위와 핀셋을 케이스에 집어넣고 뽑은 실을 티슈에 싸서 뭉치는 둥 뒷정리를 했다. 이제 용건이 끝났으니 가면 되는데, 어쩐지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런 말을 꺼냈다.
"...선배, 태오... 선배랑, 친해요?"
서서히 창백해져 가는 흰 얼굴에 죽은 듯 가라앉은 푸른 눈이 혜성을 바라보았다.
"혹시 시간 괜찮으면, 얘기 좀 들어줄래요?"
그 눈빛 만큼 가라앉은 목소리가 눅눅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는- 5살에 혼자 여기 보내졌어요. 집에서 나를 버린 거죠. 그 집에 처음부터 내 자리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여기 떨어진 후에 만난 사람들이 가족과 같이 대해줘서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운 좋게 아버지 같은 선생님을 만났고, 운 좋게 서로를 남매로 여기게 되는 애들도 만났죠. 둘이었는데, 그 둘도 형제는 아니었지만 나랑 같이 잘 지냈어요. 그렇게 셋이 언제까지고 함께 지내면 더 바랄게 없었어요."
...후. 작게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에, 큰 오빠가 연구소를 옮기게 됐어요. 우리는 대분류가 다 달랐거든요. 그 연구소에 해당하는 건 작은 오빠 뿐이었고. 그래서 언젠가는 각자 다른 곳에 가게 될 예정이었는데 큰 오빠가 먼저 나가게 된 거에요. 그건 괜찮았어요. 연구소를 나간다고 해서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잖아요. 나가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해서, 나가는 날 꼭 연락하라고, 나 만나러 와야 한다고, 실을 보내기 싫지만 큰 오빠니까, 믿었어요. 믿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얼마 되지도 않아서 큰 오빠가 옮겨간 연구소를 나가 실종됐다는 연락만 돌아왔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이 좁은 인첨공에서, 3학구에서, 행방불명이 되느냐고. 하지만 정말로 그 일은 일어났고 다신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
...차츰 말하는 목소리가 먹먹해져갔다.
"큰 오빠를 찾고 싶어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한테, 다른 어른들한테 말해도 돌아오는 건 어렵다는 대답 뿐이었어요. 나는 그래도, 잠깐 가출한 거일 거라고,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큰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내가 중학생이 되고도, 그렇게 한참을."
말하기 위해 잠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릿함과 함께 피맛이 느껴졌지만 참고 말을 이어갔다.
"작년, 중학교를 졸업할 쯤엔 거의 해탈한 수준이었어요. 정말로 이젠 못 보나 보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젠 그렇게 여겨야 하나 싶었어요. 거진 6년, 7년 가까이를 그렇게 버텼는데, 안 오잖아요. 소식도 없잖아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그랬는데, 그랬는데 어떻게, 하필이면 내가 진학한 고등학교에."
북받치는 울음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 기어코 터진 눈물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엉망이 된 말들을 늘어놓았다.
"인첨공을, 나간 것도 아니고, 계속 이 안에 있었으면서, 어딘가에 있었으면서, 어떻게 단 한 번을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어떻게, 어째서? 나를, 나를 소중하다고, 소중한 동생이라고, 마지막에 그렇게 말하고 갔으면서, 그럴 거면 소중하단 말을 하지 말지, 동생이라고, 하지 말지..."
억누른 울음소리와 달리 눈물은 둑 터진 듯이 연달아 떨어졌다. 이러면 혜성이 곤란할 것을 알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6년, 거의 7년을 삭히려고 삭이려고 눌러오던 마음이 깊숙히 곯아버린 것을 이제는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울음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짧고 굵게, 거의 빗물마냥 눈물을 떨어뜨리며 울고 난 후 그새 부들거리는 손으로 티슈를 집어 얼굴과 떨어진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럴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만 조절이 안 됐네요."
그렇게 울었음에도 붉어지기는 커녕 혈색이 미미하게 돌 뿐인 흰 얼굴이 잠깐 혜성을 보았다가 조용히 아래로 숙여졌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천천히 일어나, 도구집을 챙겨 들고 터덜터덜 그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남은 눈물이 자꾸 새어나와 곤란했던 건, 나만 알 일이었다.
랑 자신은 리라의 과거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진전되었을지도 모른다. 랑 역시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었으나 그가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리라는 생각은 보통은 하지 않는 법,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물론 태진이 그런 부분 때문에 리라와 관계를 끊겠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팬 말고 친구 하면 되잖아."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태진과 리라가 팬과 아이돌이라는 관계성에서 생긴 것 같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살짝씩만 드러나는 태진의 생각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둘 사이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았다. 리라가 거리감을 빠르게 좁혀오는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성운은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꺼낸 말이었으나, 그 또한 깜찍했다. 이렇게 무해한 얼굴로 소유욕이니 독점욕이니 내비쳐봐야 주인을 너무 좋아하는 소동물 정도로 비칠 테고, 실제로도 너에게 있어 지금의 성운의 입지는 그 비슷한 어딘가일 테니까. 이 조그만 것이 얼마나 부끄러움에 떨며, 그 부끄러움마저 쳐낸 간절함으로 그 말을 내놓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손끝에 서늘하고도 말랑한 신체가 한가득 잡히자, 성운의 얼굴이 더 보기좋게 익어들어간다. 어떻게 가터링을 흐트러짐 없이 깔끔히 채웠나 경이로울 정도다. 식사를 앞에 놓고 일단 얼굴로 손부채질을 하고서야, 성운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네 요청에 성운은 “으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배시시 웃었다. 적어도... 적어도 방금의 그것에 비하면 언제든지 가볍게 받아줄 수 있는 요청이다. 방금의 충격 때문에 쑥스러움의 역치가 높아진 덕도 있겠다만, 이 정도는 평소의 일상에서라도 혜우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손이 없냐 발이 없냐! 하고 타박하기에는 너무 순박한 아이라. (이런 일이 너무 잦아지면 먹여주기 전에 너 요즘 게을러졌어- 하고 타박하면서 볼잡땡 좀 하기는 하겠다만.) 유원지 기분의 축제 거리 한복판이 아니라, 언젠가는 폐공장이나, 아니면 좀더 나은 집의 거실에서 네게 아침을 차려주면서 이럴 수 있다면─ 소년은 잡념을 떨치고, 네가 먹기 좋게 꼬치구이의 고기들을 뺀 뒤에 너와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다.
# 퍼레이드 및 오후 시간대 부분은 원하시는 대로 추가해주시거나 빼셔도 좋아요. 저녁도 먹었다거나...
식사시간을 보내고 나니, 본격적인 퍼레이드가 시작될 시간이다. 퍼레이드가 거행되기 직전의 도로에는 일종의 엔트리 존이 형성되어 있었고, 빠짐없이 가져온 티켓(불렛에게서 받은 그것)을 제출하자 한 치 틀림없이 앞자리로의 입장을 확인받았다. 그때 퍼레이드 티겟을 가져간 게 자기 하나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성운은 혹시나 아는 얼굴을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으나(보통이라면 반가웠겠지만 이 차림새로 마주치면 성운이 정신적으로 죽는다), 다행히도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성운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 손을 꼭 잡은 채로 함께 퍼레이드를 만끽했다.
시가지에서의 퍼레이드라 하면 보통 군 열병식이나 이익단체의 시위 같은 따분한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었겠고, 시작부터 척척 걸어나오는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안티스킬 부대원들은 확실히 조금 따분했으나, 퍼레이드 기획자도 바보는 아니라 4열 정도의 안티스킬 대열의 뒤로 바로 입에서 불길을 뿜어내는 드래곤을 배치하는 강수를 두었다. 리얼리티 매니퓰레이터나 포토키네시스트가 일으키는 현상이거나, 바이오키네시스트가 조종하는 개체인 듯했다. 저 정도 드래곤을 구현하려면 4레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뒤를 따르는 포토키네시스 능력자가 낮의 하늘 위에 덧씌워 그려내는 밤하늘이나, 텔레키네시스 능력자의 염동력 쇼, 파이로키네시스트와 하이드로키네시스트들이 발레단과 함께 연출하는 얼음과 불의 춤 등등 퍼레이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있는 스토리라인을 테마로 잡은 듯한 어트랙션이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중간중간 능력자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인첨공의 최첨단 기술도 하나의 볼거리라 할 만했다.
퍼레이드를 만족할 만큼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그럭저럭 오후가 되었고, 아직도 따가운 햇살 아래서 선크림을 다시 발라가며 너는 성운과 함께 나쁘지 않은 데이트를 보냈다. 부스 몇 개를 더 돌아보고, 사격장이며 게임장에도 들러보았다. 게임장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게임 장르가 무엇인지 알아가며 협동게임도 해보고 대전게임도 해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성운이 뜻밖의 에어하키 괴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취미로 테니스 해서 그런가 봐. 2학년 들어서는 통 못했지만.”) 바로 그 다음에 사격장에를 갔다가, 너와의 점수내기에서 갑자기 재채기가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네 점수의 반토막밖에 안 되는 성적을 거두고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너는 내기 벌칙으로 무엇을 시켰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가기로 한 것이, 대관람차였다.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의 너머로, 대관람차의 화려하게 빛나는 실루엣이 성운의 이목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사격장에를 나와서, 흥미로운 부스는 한 번씩 다 들러본 끝에 그렇다고 아직 가기는 이르고 무엇을 하고 가면 좋을까, 하던 차에 성운이 발견한 것이었다.
"당신께서 아무리 애를 써도요..." 무어라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피하게 하려 했지만 안데르를 한대는 때리게 하고싶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재수없는 안데르놈. 빨리 꺼져라.
"괜찮아요.. 괜찮아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모두가 힘들어질 테니까..." "아뇨.. 저는 항상 그랬어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 되는데. 항상 충족시키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이라고 무어라 말은 하는데 정리가 잘 안된 문장이 이어집니다. 부축을 하지만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것처럼 주저앉게 됩니다. 일어나야 한다고 억지로 일어서보려 했지만. 무리였네요.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 일반적으로 존재치 않으니.
"향수가 되어서 저 먼 별바다로 쏟아져버리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표정은 멍하고 어딘가 부서진 듯한 인형과 같은 표정이었지만 말투는 참 나긋나긋해졌습니다. 그러다가도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려다 마는 것.
"어렴풋이에요." 이것은 깊은 곳에 침잠한 것 중 하나였을테다.
"...얼마 전에 다시 만났어요." "강경파 연구원이었는데.. 소식을 못 찾아서..의심만 했는데.." "15주년 좀 전에 제 앞에 나타나셔서.. 제게.. 같이 가자고 했어요..." 띄엄띄엄 말하지만 내용 자체는 거의 다 담고 있군요. 다만 같이 가자고 한 것이 그냥 말로만 한 것인가? 라는 것은.. 방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에는.. 의심들만한 것일지도.
답장으로, 셀카가 왔다. 이 한여름에 웬 흰색의 파카를 껴입고 빵모자를 눌러쓰고 있는데, 엄청 커다란 목깃에 얼굴이 가려 보라색 눈과 하얀 앞머리만 빠끔 보인 채로 땡그란 눈을 바라보며 V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셀카가 하나 더 왔는데, 빵모자 챙을 살짝 들추고 목깃을 손으로 끌어내려 얼굴을 보이고 있다. 배시시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사진 배경 뒷편 포스터에 깨알같은 QR코드가 보이는 건, 그러려니 하자. 성운이 이미 찍은 건데 사진에 찍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을 게다.
대체 그런 이름은 어째서 있는 건지, 애초에 그런걸 파는 가게가 있긴 한건지 몰라도 그녀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차보였다.
"엨, 그정도 수준임까... 흠... 오히려 흥미가 생기는데여..."
물론 장난삼아 이야기한 것이겠지만, 그녀는 당신의 그런 이야기가 일종의 권유나 제안처럼 들린 것인지 생각에 잠겼다. 최소한 그것과 이것이 동급이라면... 그리고 먹어봤노라 한다면, '먹는다 해서 문제될 일은 없다. 단지 미각이 좀 뒤틀릴뿐,' 이라는 것 아닌가, 그녀 역시 과학자의 딸이기에, 샘솟는 실험정신을 어찌 막을 도리는 없었나보다.
"그-런검다!"
원래 사람의 인상이란 것은 스스로 정의하는 것보다 타인이 정의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했을까? 스스로를 관찰할 적에는 곧잘 놓치게 되는 것들이 타인에게서는 보여지는게 일상일 테니까, 그런 부분은 감안해서라도 당신은 가끔 부리는 고집이 조금은 걱정스러울지라도 분명 좋은 성향의 인간이었고, 자신에게 의지하라곤 했으나 그녀 역시 당신에게 의지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헤에~ 그~런검까~"
당신의 선택을 따라 움직이던 그녀는 당초 생각했던대로 한적하고 조용한 곳, 공원이라곤 하나 규모가 컸기에 적당히 자라있는 초목과 여러 사람이 누워 즐길수 있는 정자까지 구비되어 있었을까?
"머, 요즘 시대는 안그래두 이런 한적한 분위기보단 포근한 집안을 바라는데다... 시기가 시기이기두 하니 말임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엔 정말 몇몇 사람들은 이맘때쯤 나름의 피서를 즐기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15주년 행사도 있는 탓에 말 그대로 고요함만 감도는 곳이었다.
조심스레 정자에 올라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던 그녀는 이내 다소곳이 앉아서는 당신에게 손을 뻗어보였을까,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얼굴을 마주 하고 웃고, 팔을 벌리면 마주 끌어안고, 뻔뻔하디 뻔뻔한 나의 행태들을 잘못이라 꾸짖을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긴 할까.
성운은 신기할 정도로 내가 무얼 해도 받아들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한 것들이, 허용선 안이었던 걸까? 허벅지에 손을 얹어도 옆에 앉아 먹여달라며 답지 않은 응석을 부려도 그 때마다 얼굴색은 달라도 웃으며 받아주었다.
내 손에 비하면 고사리 같은 성운의 손이 음식을 집어줄 때마다 참 잘도 받아먹었다. 그러다 살짝 깨물거나 혀로 손끝을 슬쩍 건드리는 장난을 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 때마다 키득이며 더 붙으면 붙었지 떨어지진 않았다.
즐거운 점심식사 다음은 예정된 퍼레이드였다. 아까 그런 일이 있었어서 시간이 촉박하거나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제때 관람하는 자리에 도착해 티켓을 내자, 정말 잘 보이는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변에 아는 얼굴이 없는 듯 했으나 성운은 발견하지 못 했다. 저어기 인파 사이에 섞인 구리빛 피부의 금발 청년이 둘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옮기는 것을...
곧 시작하는 음악이 들려오자 내 손을 꼭 잡아오는 작은 손을 잡고 함께 퍼레이드를 감상했다. 솔직히 퍼레이드는 별로 기대하지도 즐기지도 않았지만- 한 번씩 옆을 보면 퍼레이드를 보느라 반짝이는 얼굴이 보여 그걸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이렇게 즐거우면 안 되는데.
문득 한 번씩 치솟는 생각을 조용히 눌러내리며 화려한 퍼레이드를 마저 감상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인첨공의 현 기술력과 능력들을 한데 모은 듯한 행렬이었다. 다 끝난 후엔 나름 괜찮았다는 감상평 하나만 속으로 남기며 돌아섰다.
퍼레이드를 다 보고도 하늘은 아직 밝았고 이 행사장에 할 것도 잔뜩이었다. 가볍게 부스를 돌며 구경하고, 같이 게임장도 가보았다. 성운이 의외의 에어하키 고수였다면 나는 리듬게임의 고인물이었다. 북을 두드리는 태x의 달인이나 춤 추듯 패드를 밟는 펌프잇업이나- 게임장 자체가 오랜만이다 보니 나도 푹 빠져서 즐겼다.
구두를 신고도 고난이도곡을 신기록 내버리는 바람에 이목이 끌린 건 조금, 그랬지만.
아무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다음에 간 사격장에서도 성운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내기에서 이기기도 했고 내기 벌칙을 지시해야 할 때는 장난스레 웃으면서 이거 킵할래, 하고 말했다. 그야 당장은 즐거운 것만 하고 싶으니까, 짖궂은 건 하루를 마무리 한 후에 살짝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그렇게 오후를 만끽하며 논 후엔 간단히 허기도 채웠다. 저녁 역시 어딜 갈까보다 뭘 먹을까 고민해야 했지만, 점심과 비슷하게 챙겼다. 큐브 스테이크 한 접시에 치즈 소스를 뿌린 웨지감자, 낮엔 안 보이던 샐러드 트럭이 있길래 치킨 샐러드에 구운 베이컨을 추가한 것도 하나 주문했다. 이번에도 먹여달라기엔 음- 좀 그래서 내가 직접 먹는 대신, 중간중간 성운에게 아- 를 시전했다. 다 먹고서 입가에 스테이크 소스가 묻은 걸 발견했을 땐 턱을 잡고 들어올려 낼름 핥아버렸다.
이게 더 맛있다며 입맛을 다신 건 덤이었다.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고나니 어느새 해가 불그스름하게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본게 대체 얼마만일까. 새삼스레, 대단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이제 돌아갈까- 를 말하려는데
"관람차?"
성운이 말했다. 오늘의 마무리로 딱 좋을 만한 것을.
"그래. 가자."
그걸 내가 거절할 리도 없었고 말이지.
성운과 손을 꼭 잡고 관람차 탑승하는 곳으로 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래도 관람차가 큰 덕분인지 순서가 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듯 했다. 느릿하지만 꾸준히 돌아가는 관람차를 잠시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내려 성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잡은 손을 살짝 흔들거리며 말했다.
"뭔가 꿈 같네. 오늘. 그 날 밤의 연속인 것 같아."
사실 전부 깨어나면 잊을 꿈이 아닐까- 라고 중얼거렸다. 줄은 조금씩 줄어들어 곧 탈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톡을 보내는 상대는 같은 저지먼트라서 얼굴만 알고 있는 후배였다. 입부 지원서를 봤을 때 혜성이 기억하는 건 이 후배가 현재로서 자신이 아는 가장 뛰어난 치료사라는 점이다. 붕대를 갈아가며 사나흘을 버텨도 좋지만 당장 내일 커리큘럼이 걱정된 혜성은 후배에게 연락을 한 뒤에 답을 기다렸다. [태오라는 동기한테] 하고 덧붙히는 건 들었던대로 추격이 쉽지 않은 칩이 잘 작동하는지 시험해본 셈이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시야 한구석에 뜬 알람에 후배가 보내온 주소가 있었다.
혜성은 민소매와 짧은 핫팬츠, 소매를 롤업한 체크무늬 셔츠를 걸친 스포티한 스타일로 전달된 주소로 향했다.
음료수를 시키면서 조각 케이크를 두개 정도 포장을 부탁한 뒤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급하게 서두른 것 같은 후배가 인사를 해온다. 오른손을 들어 흔들어보이면서도 혜성은 후배의 눈에 띄게 실망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이 아닐 때 보이는 실망이 왜 후배의 얼굴에 있을까. 칩을 밀어넣은 손목의 째고 꼬맨 손목을 보여주자 익숙하고 능숙하게 치료를 하는 후배를 바라보다가 혜성은 끝났어요 하는 말에 아,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음료수를 시키진 않았지만 포장을 부탁한 조각 케이크를 받아 보답으로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혜성은 후배의 말에 멈칫한다.
"태오? 3학년들은 내 생각보다 친한 편이지. 태오도 친한 편이야.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래? ..응? 이야기? 그래. 들어줄게."
일어났던 혜성은 다시 의자에 앉아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눅눅하게 젖은 이야기. 스스로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냉정히 들을 수 있는 무거운 이야기. 인첨공에, 버려지는 애들이 있다고? 입가를 손으로 덮으며 후배를 바라보는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에 퍼런 불꽃이 일렁이다가 혜성이 손으로 뒷목을 슬그머니 주무르자 사라진다. 에어컨으로 차가워진 손끝이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태오가 나쁘다 생각하다가도, 그럴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래도 저렇게 얼굴밖에 모르는 선배 앞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라면 이걸 이야기해줘야하나 하는 본질적인 고민. 혜성은 얼음이 녹은 음료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후배의 사과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곧 개운치 않아보이는 얼굴로 일어서서 나가려는 후배의 모습에 혜성은 카운터에서 포장을 부탁했던 조각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들고 재빨리 후배에게 다가가서 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면 혜성은 빙그레 웃어보였을 것이다.
>>7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물리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한숨 내쉬면서 여로돌프 물리적으로 잡아 들어올릴 것 곰인형 폭신폭신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들 어려져서 잘 놀고 있는 거 같기도 하구! 송편 여로 저거 고장났다. 송편이 된 주제에 차분한 이경이랑 뇌정지온 여로..귀엽다..
situplay>1597030152>464 이런 감정을 가져본 것이 처음이라. 당신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고장 나 남들에게 보여준 적 없는 그런 면을 당신에게 전부 내보였던 것이지만. 귀여운 면이 있다고 중얼거리는 당신의 말은 조금 분한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 당신도 지금의 자신처럼 부끄럽게 만들고 말겠다고. 그대로 당신에게 겪게 하고 말겠다고.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던 금은 그런 말에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그만두지 못한다. 표를 가지고 있는 다른 부원들을 앞에서 만날 수도 있고, 맨 앞에 서 있으면 누군가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신이 하는 말에 금은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바라보았을까. 하지만 아직은 비밀로 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남들에게 당신과 사귀고 있다는 그 사실을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으레 담게 되는 표정을, 부끄러워할 모습을 아직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줄기가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금의 얼굴은 붉다. 금은 그런 당신의 손길에 제 뺨을 가져다 댄다.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한 미소로 당신을 바라볼 적에, 금 역시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손으로 훔쳐낸다.
"가장 보고 싶은 것이 이렇게 옆에 있는데.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 리가요."
이러고 있을 동안 이어지고 있을 초능력 쇼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당신만 바라본다. 긴 눈꼬리를 휘어내며 눈웃음친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당신과 잡은 손을 제 입가로 끌어당긴다. 당신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끝나가는 퍼레이드에 다른 것을 보러 가자는 듯, 후배는 당신의 손을 당긴다.
처음부터 평범하게 태어났다면 특별함에 집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운이 특별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난 것은 오히려 불운이라 할 수 있겠지.
이미 한 번 특별함을 알아버린 채, 그 특별함을 박탈당한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갈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로운이 가진 특별함— 최초에 그것은 지능이었고, 이제는 초능력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능력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었으니.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능력의 전조가 보이던 레벨 0. 능력이 싹트는 레벨 1. 제한된 조건 하에서의 초능력은 로운이 원하는 특별함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초능력을 쓸 때면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며 만족스러워한다. 초능력을 오랫동안 쓰지 못하면, 자신이 길거리에 있는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존재로 비춰질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런 상황에서 항상 초능력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라는 소망을 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
손때가 생길 정도로 이론서를 읽고 또 읽고, 고된 커리큘럼에 비명지를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도달한 것이—
'하이드로 핸드. 물을 다룬다는 의미를, 알 것 같아.'
제한적인 조건을 넘어, 가지고있는 초능력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경지. 레벨 2의 초입이었다.
>>711 숙지했어!!! 커플 픽크루 같은거 물론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이 보여도 조금 그렇긴 하겠지 역시! 특정캐릭터에 대한 반응에 대해선... 나도 분명 무의식중에 그런 일이 있었을테니까 반성하게 되네... 좀 더 빠릿하게 두루두루 이야기할수 있도록 할게!!! >>>:::333!!!
그리고 김에 나도 하고싶은 말! 요즘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몇몇 참치들은 지병(?) 때문에, 몇몇 참치는 컨디션 이슈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거 같은데... 물론 본인 몸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거고 그럼에도 즐거워서 계속 참치에서 잡담도 하고 썰도 푼단거 알지만... 너무 무리해서까지 하려고는 안했음 좋겠어. 😞🤒😢
나 역시 참치들을 오래 볼수 있는건 좋아하지만... 현실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원치 않거든! 나역시도 개인적으로 숨돌릴 틈이 필요하면 종종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 거니까!
자캐가_바다에_놀러갔다 : 대단히 높은 확률로 아무것도 안 하고 파라솔 밑에서 책읽고 있음... 바다? 눈에 담는 걸로 족함... 이러다가 동기조에게 가마 태워져선 안 된다 흐느적대다 다이브 하겠지(?)
자캐에게_1순위는 : 우와...🙄 본인의... 삶? 생존? 뒷골목 출신이니까~
자캐가_희망으로_삼았던_것은 : 노코멘트 할게😇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92 자캐의_사랑에_대한_태도 : 언제든 흩어지는 감정. 한철 피어나고 지는 것, 쉬이 피어나고 쉬이 지는 의미없는 것, 자신과는 영 상관이 없다 느껴지는 것, 맹목적으로 굴고 서로를 희생해야 하니 지치는 것, 욕망, 소유하기에 불행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
상당히 부정적이랍니다.😗
539 자캐가_새벽_4시까지_깨어_있다면_깨어_있는_이유는_무엇인가 : 진짜로 잠이 안 와서……. 아마 이 시간에 잠이 안 오니까 안드로이드 칩셋이나 만지작대고 있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는 카레가 있었다는 것에 놀란 모양이다. 인첨공을 누비면서 카레가 있는 곳은 전부 가봤다고 자부한 모양지만... 카레광공(?) 에게도 허점이란 존재하는 법이다.
"' 내가 미안해 애린아... " " 너 가면 나도 가야하잖니... " " 그거 먹고 일주일은 식욕이 안들었단 말야... "
동월은 안 그래도 죽어있는 눈이 조금 더 죽어서 대답했다. 그야 매운맛은 고통스럽고, 정신을 조금 아득하게 만들긴 했지만... 여운이 길지는 않았다. 다만 그 맛은... 그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같은 맛은 입에 댄 순간부터 동월은 괴롭혀왔더랜다. 그런것을 맛보고 맛있다고 말해야 하는 그 순간의 불합리함과 절망이란...
" 근성이 넘치는거야 좋지만... " " 아직 약해. 한참 멀었어. "
결국엔 근성도 강함과 연결되는 지점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힘에 대해 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나는 100배 부족하니까 100배 더 노력할 뿐이다' 였을 정도니까.
아무튼. 애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도착한 공원을 빙 둘러보고 있자니, 애린이 한 정자로 움직였다. '한적한 곳' 이라고 하긴 했지만 정말 아무도 없는 공원의 모스을 보니 뭔가 이질감과도 같은 것이 느껴졌으려나. 원래 항상 사람이 많은 곳에 단 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을 경우에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던데.
" ....? 거기에? "
그렇게 한 정자를 택해 그곳에 앉은 애린이 무언갈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자신에게 손을 뻗어오며 말하는 모습에 조금 당황했을테다. 그야... 동월은 누군가의 무릎을 베는 일이 완전히 처음이었으니까.
" 으음..... "
조금 망설이듯이 뒷목을 문지르며 뻗어있는 애린의 손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다가갔다. 괜시리 쑥스러운 기분이 드는 느낌이었다.
" 이런건 처음인데.... "
느릿하게 움직인 몸은 정자 위에 오른 다음, 천천히 눕혀 그녀의 무릎에 머리가 닿게 했다. 애린이 말한 대로 등지고서 누운 모습이라, 옆으로 뉘여진 공원의 모습이 동월에 눈에 들어왔다.
─천재는 직관적으로 이해하되, 그 과정이 가랑비에 옷 젖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설명할 수 없다더니만. 태오는 한 번도 손 대본 적 없던 것의 구조를 이해하고, 원리를 파악하며, 문제를 짚고 보완할 수 있는 천재였다. 특히 그 천재성은 안드로이드에서 두드러졌다. 태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손과 머리, 그리고 성역에 가까운 재능을 타고났다.
인첨공이 아니라면 평생이고 꽃 피우지 못할 재능이었다. 인첨스타그램에서 작품의 제목을 제외하면 어떠한 게시물도, 응답이나 반응도 하지 않던 레이브가 유일하게 답글을 단 것이 있었다.
inch_momo 안드로이드는 레이브에게 있어 무엇인가요? ㄴ rave_ 유일무이한 이해자
이렇게 앉아있자니. 기분은 참 이상합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가질 수 있는 호감의 감정이라는 걸 알기는 하지만. 그 기반이 잃어버린 경험이 묻힌 무의식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왜 드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기본적으로 우정적인 것에 가까운 것이고. 자신 같은 것이 우정적으로도 가까워져서는 안된다는 그런 속삭임 또한 계속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어머니같은 분께서 절." "저는.. 그분들을 거역할 수 없어요.." "어떻게..감히.." 그들에게 학습되어진 무기력함을 알아도 그것을 떨쳐내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방치된 목줄을 다시 잡고 끌어당긴다면 수경은 끌어당겨질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동월 군을 끌어들여버린 걸로도.." 두려운 일이건만, 언제든 썰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동월을 수경은 차마 쳐다보자 못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맞서면 분명 다치실 거에요.. 그런 걸 원하지는 않아요." 저만..다치면 되는 것이니까요. 라는 말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은 일이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 한양주와 랑주! 그리고 제가 했던 공지...말인데 이건 화력이 너무 세서 반응을 하지 않는 그런 것이 아니라... 솔직히 여러분들도 몇몇분들은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특정 캐릭터에게만 유독 강하게 반응하고, 그 캐릭터에게만 집중하고 그 캐릭터 이야기만 해대는 분들이 몇몇 있어요.
그 사람들도 나쁜 의도는 아니겠지만, 이 문제가 웹박수로 이전부터 조금 이야기가 되고 있던 것도 사실이고... 좀 나쁘게 말하자면 내로남불 아니냐는 말도 나온 것이 있어서..(흐릿) 조금 지켜봐달라는 말이 나온 것도 있는지라... 일단 조금 주시하고 있다가 김에 말을 꺼낸 거니까...
"동백 선생님의 강의시간이야~" "3차원과 11차원이라는 것부터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도 꽤 있을걸.." . . . "그래서 텔레포트를 실제로 사용할 때 차원과 차원 사이의 막과 모든 입자의 진동수와 관련해서...유체이론은.." "....그래서 멤브레인 이론. 혹은 마더 이론은.." "자니?" 수경은 안 자고 있지만 나머지는 초토화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감독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 있던 리태마저도 꾸벅꾸벅 졸고 계셨답니다.
"일어나렴~ 이녀석들아아.." 안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본인 강의 녹화를 보고 자신도 졸아야 심각성을 깨달을 텐데 자기는 졸지도 않아요. 하지만 알찬 강의였습니다.
그녀는 굶주렸고, 토끼도 그러했다. 비록 그녀의 토끼가 산책토끼라고 한들 제 집사만큼이나 돌아다닌다면 그녀가 지쳤을 때 토끼 또한 지치는 법, 이번엔 고기가 아니라 풀이 구미가 당겼는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그녀의 눈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파릇파릇한 식사시간'이라는 피켓이 붙은걸 발견하게 된다.
웹박수로 다음부터는 그냥 콕콕 찍어서 그 분만 주의를 주면 안되겠냐는 메시지가 왔는데....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대놓고 강하게 경고를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말을 하고 그럼에도 계속 반복하는 행동이 나온다면 그때는 아마도 직접적으로 찝어서 경고를 주게 될 것 같네요.
경고를 준다는 것이 캡틴으로서는 늘 고민이 되고 힘들고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하는 것이 제 입장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주의 환기를 계속 반복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느낌이 조금 들긴 했지만... 솔직히 제가 단체적으로 주의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 것이 그렇게 많은 횟수는 아니고.. 좀 공지처럼 말한 것이 이번이 2번째인 것으로 기억을 해요.
일단 여러분들의 자율은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고 있고... 간섭을 최대한 안하려고는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이것저것 조금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또 말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 제 입장이에요. (주륵)
일단 전체적으로 주의를 하는 것은 그 선에서 조용히 끝내고자 하는 것도 있음을 밝히고 그럼에도 게속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땐 저도 실명을 거론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특정시간대는 어쩔 수 없지 나야말로 떠들다가 사람 많아지면 힘에 부쳐서 쉬고 연어도 잘 안해서 그만......떠드는 중에 레스 놓쳐지는 기분도 알기 때문에 내가 버겁다 싶으면 끊는 경우도 있긴 해 미안하다 그리고 반응하기 애매한 건 레스 못달기도 하고 예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