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505 성운: “그렇지만 기분으로 이사한 걸 갖고 친구한테 일일이 보고한다거나 하기도 그렇구··· 👀” 성운: “그래도 혹시나 어디 피신할 일이 있거나 편하게 쉬어갈 데가 필요하면 폐공장에 놀러와~ 오기 전에 연락 한통 해 주고. 보통은 잠가놓고 다니니까···.” 저신경쓰여요.신경.⬅️그거나도신경쓰는쪽이에요.나도피해자야. 그림자가문제가아니야 더가까운게있어 흑흑이 흑흑흑흑흑흑이...!!! 무려 캡틴 공인...! 이건 할 수 있다..!
<[ 리라야, 고마워! ] <[ (외투와 그래플링 훅을 입고 찍은 셀카. 높은 목깃 사이로 보라색의 눈만 빠끔 나와 있다.) ] <[ 이번 경호 일에 혹시 모를까 해서 이런 걸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잘 입을게. ] <[ 혹시 내가 보답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도와줄 일이라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거나? ]
[별말씀을! 언제든 말만 해!]>
메세지 하나를 보낸 리라는 친구의 셀카를 눈에 담았다. 잘 어울리네. 이 디자인으로 하길 잘 했어.
[잘 어울린다~]> [그러게,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불안하지. 나도 조금 더 대비해 두는 게 좋을지도🤔]> [음~ 여름이니까 과일 펀치? 성운이 요리는 뭐든 좋으니까~ 네가 가장 자신 있는 걸로 부탁해. 부원들이랑 함께 먹자!]>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서로의 얘기를 뒤로 하고- 성운을 달래주던 중에 그런 말을 들었다. 인첨공에 들어온 이래로 자라지 않았다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성운을 마주하며 그런 의구심이 든 적이 있었다. 보통 18세의 남자아이라면 평균적으로 나보다 키가 컸다. 그런데 성운은 오히려 나보다 작아서, 커리큘럼의 부작용인가 했었다. 이전까지의 의구심이 부작용이었다면 지금은 더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본인도 모르는 증상이라고? 오늘 헤어지기 전에 성장판을 살짝 건드려 볼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 한 켠을 유유히 지나갔더랬다. 성운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내 말이 끝나자 성운은 별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새삼 힘이 그새 늘었구나 하고 느껴질 만큼. 나는 내가 말했던 기분을 느끼며 마주 안았고 놓아준 후에는, 그런 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터링을 성운의 손에 쥐어주고서 말이지.
방금 전까지 온순하던 얼굴이 다시금 새빨갛게 물들고 가터링 든 손이 덜덜 떨리는게 눈으로도 보였다. 그러면서 또 어찌어찌 채워주고, 나만 들리게 하는 말이 은근히 소유욕의 표시 같기도 해서 가터링을 채우던 성운의 손을 부드러이 잡아 말랑한 허벅지 위로 살며시 누르며 나도 그렇게 소곤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너한테만 허락하는 거야. 서성운."
...그 말의 진의를 아마 성운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음식을 사는 것도 옷단장도 끝났으니 이제 식사를 할 차례였다. 성운 먼저 자리에 앉힌 다음 그 옆에 앉아 음식들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닭다리살과 각종 야채가 꽂힌 꼬치구이, 향신료 은은한 고기 듬뿍 케밥, 잘 익은 새우구이 한 접시까지 둘이 먹기에 이보다 좋은 식사는 없지 않을까. 내가 직접 꼬치도 빼고 할까 하다가, 대뜸 성운의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어깨에 턱을 살짝 걸치고서 말했다.
"나아 손 쓰기 귀찮은데에 먹여주라- 응?"
그러는 편이 성운에게도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성운도 알겠다고 한다면 그대로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을 것이었다. 간간히 내 입이 아니라 성운이 먹게끔 유도하면서 서로 적정량만큼 먹고 나면 그 많던 음식 다 어디 간 양 사라져 있었겠지. 다 먹은 후엔 내 클러치에서 물티슈를 꺼내 성운의 손을 닦아주려고도 했고. 그 즈음 퍼레이드를 보러 가면 딱일 시간이기도 했을 터였다.
그 연락이 온 건, 늦은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휑한 내 집 내 방 내 침대에 누워 정말 하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폰이 울렸다.
우웅
늘 조용한 내 폰에 누가 연락을 했을까- 하고 예전이라면 생각했겠지만 요즘 이런 연락이 없던 것도 아니라서 별 생각 없이 폰 화면을 켰다. 자연스럽게 메신저를 켜 발신인을 보는데 어라,
이혜성?
그 연락의 상대가 의외인 것도 잠시, 연락 내용 속 한 이름을 보고 그만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태오. 현태오...
[지금 나갈게요] [여기서 뵈요] [(어느 카페의 주소와 지도)]
재빠르게 가까운 카페의 주소를 찍어 톡방에 전송한 후 더 빠르게 움직여 옷을 입었다. 새로 갈아입고 그럴 시간은 없었기에 대충 입고 있던 옷 위에 집업 하나 걸쳤다. 내가 체온이 낮아 이 날씨에도 긴팔을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살짝 스쳤다. 간단한 시술용 도구집을 챙긴 뒤, 머리는 대충 하나로 올려 묶고 신발도 뒤축 구겨 신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내가 이 때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아니, 모르지 않았다. 어쩌면 혜성과 같이 있을지 모른다고,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가버리기 전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버렸지.
그러나 서둘러 도착한 카페에는 혜성 혼자만 있었다. 조금 빠르게 걸었을 뿐인데도 살짝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보았지만 없었다. 카페 안 어디에도.
순식간에 피가 식는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숨을 고른 뒤에 혜성을 향해 인사하며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평소라면 뭐라도 시키고 오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앉아서 몇 초 멍때리다가, 아 하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도구집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가, 또 몇 초가 지나서야 혜성에게 말했다.
"그럼, 어디를 회복시켜야 할지 보여주시겠어요?"
그렇게 보게 된 환부는 왼쪽 손목의 절개 후 봉합한 자국이었다.
"아, 이건 1차로 회복을 한 후에 실을 제거하고 남은 흔적 회복할게요. 걱정 마세요. 아프지도 않고 흉터도 안 남을 거에요."
차근히 회복 과정을 설명한 후에 테이블에 올린 도구집을 열자 휴대용 사이즈의 의료도구들이 깨끗한 케이스 안에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 중 가위와 핀셋을 미리 꺼내두고 앞서 설명한 대로 혜성의 손목을 회복시켰다. 1차 회복 후 조심히 실을 제거하고 남은 흔적과 실구멍까지 완벽하게 지워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혜성의 손목은 태오에게 시술 받기 전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을 것이었다.
"끝났어요-"
간단히 말하며 가위와 핀셋을 케이스에 집어넣고 뽑은 실을 티슈에 싸서 뭉치는 둥 뒷정리를 했다. 이제 용건이 끝났으니 가면 되는데, 어쩐지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런 말을 꺼냈다.
"...선배, 태오... 선배랑, 친해요?"
서서히 창백해져 가는 흰 얼굴에 죽은 듯 가라앉은 푸른 눈이 혜성을 바라보았다.
"혹시 시간 괜찮으면, 얘기 좀 들어줄래요?"
그 눈빛 만큼 가라앉은 목소리가 눅눅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는- 5살에 혼자 여기 보내졌어요. 집에서 나를 버린 거죠. 그 집에 처음부터 내 자리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여기 떨어진 후에 만난 사람들이 가족과 같이 대해줘서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운 좋게 아버지 같은 선생님을 만났고, 운 좋게 서로를 남매로 여기게 되는 애들도 만났죠. 둘이었는데, 그 둘도 형제는 아니었지만 나랑 같이 잘 지냈어요. 그렇게 셋이 언제까지고 함께 지내면 더 바랄게 없었어요."
...후. 작게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에, 큰 오빠가 연구소를 옮기게 됐어요. 우리는 대분류가 다 달랐거든요. 그 연구소에 해당하는 건 작은 오빠 뿐이었고. 그래서 언젠가는 각자 다른 곳에 가게 될 예정이었는데 큰 오빠가 먼저 나가게 된 거에요. 그건 괜찮았어요. 연구소를 나간다고 해서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잖아요. 나가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해서, 나가는 날 꼭 연락하라고, 나 만나러 와야 한다고, 실을 보내기 싫지만 큰 오빠니까, 믿었어요. 믿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얼마 되지도 않아서 큰 오빠가 옮겨간 연구소를 나가 실종됐다는 연락만 돌아왔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이 좁은 인첨공에서, 3학구에서, 행방불명이 되느냐고. 하지만 정말로 그 일은 일어났고 다신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
...차츰 말하는 목소리가 먹먹해져갔다.
"큰 오빠를 찾고 싶어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한테, 다른 어른들한테 말해도 돌아오는 건 어렵다는 대답 뿐이었어요. 나는 그래도, 잠깐 가출한 거일 거라고,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큰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내가 중학생이 되고도, 그렇게 한참을."
말하기 위해 잠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릿함과 함께 피맛이 느껴졌지만 참고 말을 이어갔다.
"작년, 중학교를 졸업할 쯤엔 거의 해탈한 수준이었어요. 정말로 이젠 못 보나 보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젠 그렇게 여겨야 하나 싶었어요. 거진 6년, 7년 가까이를 그렇게 버텼는데, 안 오잖아요. 소식도 없잖아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그랬는데, 그랬는데 어떻게, 하필이면 내가 진학한 고등학교에."
북받치는 울음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 기어코 터진 눈물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엉망이 된 말들을 늘어놓았다.
"인첨공을, 나간 것도 아니고, 계속 이 안에 있었으면서, 어딘가에 있었으면서, 어떻게 단 한 번을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어떻게, 어째서? 나를, 나를 소중하다고, 소중한 동생이라고, 마지막에 그렇게 말하고 갔으면서, 그럴 거면 소중하단 말을 하지 말지, 동생이라고, 하지 말지..."
억누른 울음소리와 달리 눈물은 둑 터진 듯이 연달아 떨어졌다. 이러면 혜성이 곤란할 것을 알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6년, 거의 7년을 삭히려고 삭이려고 눌러오던 마음이 깊숙히 곯아버린 것을 이제는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울음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짧고 굵게, 거의 빗물마냥 눈물을 떨어뜨리며 울고 난 후 그새 부들거리는 손으로 티슈를 집어 얼굴과 떨어진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럴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만 조절이 안 됐네요."
그렇게 울었음에도 붉어지기는 커녕 혈색이 미미하게 돌 뿐인 흰 얼굴이 잠깐 혜성을 보았다가 조용히 아래로 숙여졌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천천히 일어나, 도구집을 챙겨 들고 터덜터덜 그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남은 눈물이 자꾸 새어나와 곤란했던 건, 나만 알 일이었다.
랑 자신은 리라의 과거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진전되었을지도 모른다. 랑 역시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었으나 그가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리라는 생각은 보통은 하지 않는 법,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물론 태진이 그런 부분 때문에 리라와 관계를 끊겠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팬 말고 친구 하면 되잖아."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태진과 리라가 팬과 아이돌이라는 관계성에서 생긴 것 같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살짝씩만 드러나는 태진의 생각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둘 사이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았다. 리라가 거리감을 빠르게 좁혀오는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성운은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꺼낸 말이었으나, 그 또한 깜찍했다. 이렇게 무해한 얼굴로 소유욕이니 독점욕이니 내비쳐봐야 주인을 너무 좋아하는 소동물 정도로 비칠 테고, 실제로도 너에게 있어 지금의 성운의 입지는 그 비슷한 어딘가일 테니까. 이 조그만 것이 얼마나 부끄러움에 떨며, 그 부끄러움마저 쳐낸 간절함으로 그 말을 내놓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손끝에 서늘하고도 말랑한 신체가 한가득 잡히자, 성운의 얼굴이 더 보기좋게 익어들어간다. 어떻게 가터링을 흐트러짐 없이 깔끔히 채웠나 경이로울 정도다. 식사를 앞에 놓고 일단 얼굴로 손부채질을 하고서야, 성운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네 요청에 성운은 “으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배시시 웃었다. 적어도... 적어도 방금의 그것에 비하면 언제든지 가볍게 받아줄 수 있는 요청이다. 방금의 충격 때문에 쑥스러움의 역치가 높아진 덕도 있겠다만, 이 정도는 평소의 일상에서라도 혜우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손이 없냐 발이 없냐! 하고 타박하기에는 너무 순박한 아이라. (이런 일이 너무 잦아지면 먹여주기 전에 너 요즘 게을러졌어- 하고 타박하면서 볼잡땡 좀 하기는 하겠다만.) 유원지 기분의 축제 거리 한복판이 아니라, 언젠가는 폐공장이나, 아니면 좀더 나은 집의 거실에서 네게 아침을 차려주면서 이럴 수 있다면─ 소년은 잡념을 떨치고, 네가 먹기 좋게 꼬치구이의 고기들을 뺀 뒤에 너와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다.
# 퍼레이드 및 오후 시간대 부분은 원하시는 대로 추가해주시거나 빼셔도 좋아요. 저녁도 먹었다거나...
식사시간을 보내고 나니, 본격적인 퍼레이드가 시작될 시간이다. 퍼레이드가 거행되기 직전의 도로에는 일종의 엔트리 존이 형성되어 있었고, 빠짐없이 가져온 티켓(불렛에게서 받은 그것)을 제출하자 한 치 틀림없이 앞자리로의 입장을 확인받았다. 그때 퍼레이드 티겟을 가져간 게 자기 하나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성운은 혹시나 아는 얼굴을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으나(보통이라면 반가웠겠지만 이 차림새로 마주치면 성운이 정신적으로 죽는다), 다행히도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성운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 손을 꼭 잡은 채로 함께 퍼레이드를 만끽했다.
시가지에서의 퍼레이드라 하면 보통 군 열병식이나 이익단체의 시위 같은 따분한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었겠고, 시작부터 척척 걸어나오는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안티스킬 부대원들은 확실히 조금 따분했으나, 퍼레이드 기획자도 바보는 아니라 4열 정도의 안티스킬 대열의 뒤로 바로 입에서 불길을 뿜어내는 드래곤을 배치하는 강수를 두었다. 리얼리티 매니퓰레이터나 포토키네시스트가 일으키는 현상이거나, 바이오키네시스트가 조종하는 개체인 듯했다. 저 정도 드래곤을 구현하려면 4레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뒤를 따르는 포토키네시스 능력자가 낮의 하늘 위에 덧씌워 그려내는 밤하늘이나, 텔레키네시스 능력자의 염동력 쇼, 파이로키네시스트와 하이드로키네시스트들이 발레단과 함께 연출하는 얼음과 불의 춤 등등 퍼레이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있는 스토리라인을 테마로 잡은 듯한 어트랙션이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중간중간 능력자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인첨공의 최첨단 기술도 하나의 볼거리라 할 만했다.
퍼레이드를 만족할 만큼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그럭저럭 오후가 되었고, 아직도 따가운 햇살 아래서 선크림을 다시 발라가며 너는 성운과 함께 나쁘지 않은 데이트를 보냈다. 부스 몇 개를 더 돌아보고, 사격장이며 게임장에도 들러보았다. 게임장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게임 장르가 무엇인지 알아가며 협동게임도 해보고 대전게임도 해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성운이 뜻밖의 에어하키 괴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취미로 테니스 해서 그런가 봐. 2학년 들어서는 통 못했지만.”) 바로 그 다음에 사격장에를 갔다가, 너와의 점수내기에서 갑자기 재채기가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네 점수의 반토막밖에 안 되는 성적을 거두고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너는 내기 벌칙으로 무엇을 시켰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가기로 한 것이, 대관람차였다.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의 너머로, 대관람차의 화려하게 빛나는 실루엣이 성운의 이목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사격장에를 나와서, 흥미로운 부스는 한 번씩 다 들러본 끝에 그렇다고 아직 가기는 이르고 무엇을 하고 가면 좋을까, 하던 차에 성운이 발견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