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몫은 없을 줄 알았다! 어찌 감히 행복의 몫을 달라고 하겠는가. 충분히 행복했던 가정을, 그렇게 매정하게 뒤로 내치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판단을 해버린, 제 발로 하데스의 저승에 오르페우스 대신 들어와버린 어린 왕자에게 무슨 행복의 몫이라는 게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은 고요히, 별 없는 밤을 혼자 동력이 다 떨어진 인공위성처럼 떠돌다 부서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궤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한히, 무한히 우주의 저 편으로 멀어져갈 것이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 소년은 어느 수면 위에 떨어졌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가 아니라, 냉막한 심연에 빠졌다.
그러나 고요한 공허보다는 차라리 그 얼음장같은 심연이 나았다. 대기권 재돌입 간에 발생한 열기가 아직 소년의 몸에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까. 열기가 다해 여기에서 얼어붙어 해저에 가라앉은 고철이 되더라도, 여기가 내 마지막이 된다면 좋겠다고, 소년은 감히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운은 혜우와 보내는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소년은 이제 인첨공을 퍽 덜 미워하게 되었다.
···근데 그건 그거고, 지금은 다른 문제가 있다.
“······어쩌면 좋아······.”
어제 레드윙이 동석한 하에 저지먼트 부원들끼리의 회합을 마치고 나서, 성운은 피곤해보이는 혜우에게 어딘가로 가서 쉬자고, 자기 집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수플레 팬케이크라는 말에 혜우는 캔따는 소리 들은 고양이처럼 반응했고, 그래서 어제 하루는 혜우를 처음으로 폐공장에 초대해서 지내게 되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그때 폐공장에서 있었던 어떤 사정으로 인해, 혜우가 아주 곤란한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성운은 심호흡을 하며 거울을 바라보다가, 온통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에 푹 파묻었다. 약속장소까지 이러고 어떻게 가.
─분명 15분이나 일찍 도착했건만, 혜우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다. 어느 순간, 붐비는 인파들 사이에서 이제 꽤 낮익은 눈높이의 쬐끄만한 게 톡 튀어나온 것이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조금 상기된 얼굴을 하고. 그런데, 위에 뭔가를 덧입으라는 말은 없었는데 이 녀석 말도 없이 큼지막한 가오리핏 후드집업을 입고 있다. 언제나 목에 차고 있는 까만 초커에, 거의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가오리핏 집업 아래로 레깅스- 아니, 스타킹, 한 50에서 80데니아 정도 되어 보이는 스타킹과 까만 스니커가 보인다.
“혜우야!······”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 녀석은 혜우와 눈이 마주치자 안도한 표정이 되더니, 잠시 뒤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 그대로, 그렇잖아도 약간 상기되어 있던 얼굴이 급속도로 발갛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달아오른 얼굴이 어버법 하는 표정이 됐다. 와 있었구나, 하는 말을 잇고 싶은데, 이을 수가 없다. 순진한 얼굴로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소박한 소년에게는, 혜우의 옷차림이 너무도 고자극이었던 탓이다.
“긋, 그, 와 있었구나. ··· 예쁘다, 옷.”
말이 형편없이 더듬거리며 나간다. ···카페 에인절스에서보다 더 더듬거리는 것 같다. 혀 씹어버린 게 부끄러워 성운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4학구의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단 인첨공에 속한 사람뿐만이 아닌, 바깥에서 온 손님도 가득한 나머지 평소보다 소란은 두 배였다. 서빙하는 안드로이드를 신기해 하며 한참이고 쳐다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이라도 사진이 찍고 싶다는 듯 안달이 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카페의 구석 자리에는 태오가 있었다. 그늘진 구석이라 그런지 태오의 뒷모습만 보일 뿐, 나머지 인물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단차와 구조물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마셔. 오늘은 내가 살게. 여기 커피에 아이리쉬 시럽 넣는 거, 좋아했잖아." "……그렇지요."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워. 선지자 말고 널 만나길 더 잘했지. 네게 그 근황을 들을 수 있잖니. 얘기해주지 않을래?" "선지자는……."
태오는 커피 잔을 내려다 봤다. 한 여름의 뜨거운 커피지만, 태오는 여기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걸 즐겼다.
"레벨 4를 달성했답니다……." "정말이니? 의미있는 결과구나. 그간 커리큘럼으로 억눌렀다 생각했는데 데 마레에서 수를 쓴 모양이야. 참 대단한 작자들이지.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뒤로는 어떤 커리큘럼을 할지 궁금할 정도로." "거기까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하하! 나도 안단다. 어차피 그 작자들은 너를 품는다면서 내칠 존재들이거든. 한 번 ALTER로 보냈으니, 너도 그 말을 믿지는 않겠지마는. 네가 두 번 속을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거야. 그렇지?" "……그렇죠. 안 믿어요…." "그래서, 가족과의 상봉은 어땠니? 누구더라, 태영? 신기한 이름이야. 태오와 태영. 어떻게 태자 돌림을 뻔뻔하게 쓸까? 너는 인첨공에 버리고, 새 아들이 첫째 아들이니 뭐니 외동이니 하면서 애지중지 키운다니."
태오는 커피 잔을 손에 쥐었다. 앙상한 손가락이 손잡이를 감싸고, 뜨거운 액체가 목 뒤로 한 모금 넘어간다.
"이미…… 선을 긋고 자른 존재인데 더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나요." "참 너 답구나. 뭐, 가족조차 명분이라면 버릴 수밖에 없는 게 그쪽 삶이지. 나는 네 심정을 이해한단다." "네에." "고생 많았지, 태오야."
태오는 잔을 내려두었다.
"……고생이랄 것이 어디 있겠나요. 뒷골목 개새끼가… 호사를 누리는데." "그래, 잘 컸더구나. 마침 내가 네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지 않겠니?"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것이 있단다. 너도 아는 그거 말이야." "……예." "하도 소중해서 고이 모셔뒀는데, 누군가 손을 뻗어 훔쳐가버렸어. 그쪽 생활이 다 그렇지 뭐." "저런……." "하지만 그것만큼은 뺏겨선 안 된다 생각해서 내가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봤단다. 나와 함께 하던 가족과 절연도 하고, 추한 꼴을 보이니 난리도 아니었지. 그런데 말이다, 사람들이 그래도 돌려주질 않는 거야. 뻔뻔한 작자들이지." "……." "내가 피 땀 흘려 손에 쥔 건데 그걸 안티스킬과 협업해 약탈해놓고 쓰질 않더구나." "……그거, 참, 안타깝네요." "그래서 그중 하나를 며칠 전에 인첨공 앞바다에 대충 버렸어. 사람들은 아마 오늘 횟감으로 먹는 것이 왜 통통한지 모를 거야. 맞다, 데 마레 소장도 회를 좋아하는데. 후후." "……." "안색이 창백해, 선생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게?"
존재는 길고 가는 웃음을 지었다. 태오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여전히 속내를 읽을 때마다 손에 식은땀이 맺힌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자의든 타의든 읽어왔기 때문에 그 심연까지 들여다본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겁이 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신만큼은 예외다. 당신은 자의든, 타의든, 심연이든 얕은 수면이든 상관없이 모두 두렵다.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을 때, 태오는 머리를 테이블에 쿵! 소리가 나게끔 박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든, 커피가 엎질러져 머리를 적시든 말든 태오는 손으로 귀를 틀어 막았다.
노력은 안 해도 된다는 앞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변덕을 부렸고, 주제넘은 일을 벌였으니 당신이 그것을 받아 주었을 때,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 것에 얼떨떨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생각했으니 단 한 번 누구에게 이런 권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당신의 시간을 빼앗은 주제에 아무것도 못 한다면, 그것만큼 한심한 것은 없을 테니까. 당신에게 좋은 날로써 기억에 남을 수 있기를 바라 것이었다. 그래. 손을 잡고 있으면 인파 속에서도 서로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맞잡은 손을 꽉 잡아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일 적에 금은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당황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면, 당신보다 몇 걸음 앞서던 금은 걷는 속도를 늦추고, 어느새 당신과 발을 맞추며 걷는다. 앞만 바라보며 걷던 후배는, 그 질문에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아, 그러니까...."
그 질문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을 이유를 찾던 질문이었다. 무어라 답해야 할까. 핸드폰에 있던 수많은 연락처들 중에서 당신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고립된 사람의 인상을 보였던 그 벤치에서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랬을까. 적당한 농담으로도 넘길 수 없을 것 같은 그 질문에. 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을 이었다.
"연락처에서 선배의 번호를 보니, 그때 벤치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