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인첨공 15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4학구 문화광장은 발 들이기가 무섭게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가족들과 재회하며 눈물을 펑펑 쏟는 학생, 오랜만에 만난 친구 손을 잡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단순히 초대를 받고 들어온 사람, 가족 없이도 충분히 잘 놀고 있는 휘황찬란한 색조의 사람들, 하도 더운 날씨에 진땀을 빼며 어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커플……. 북적북적한 인파 속에서는 그 유명한 레이브의 의뢰를 받아 진짜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안드로이드도 있었다. 태오는 안드로이드에서 시선을 떼고는 다시 적당한 자리를 찾아 헤맸다. 내부에서 이루어진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온갖 신기하고 경이로운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지만, 태오의 눈에는 영 차지 않거니와 이 자리는 지독한 멀미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저렇게 서로 얼싸안고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과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홀로 다니는 부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태오는 후자였다. 그것도 아주 끔찍할 정도로 사람을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통에 귀에 꽂히는 소음과 함께 이따금 마음의 소리가 의도치 않게 들릴 때면 태오는 금방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마지막 날에는 이런 수많은 인파를 통제하고 경호까지 해야 한다고?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재촉하던 태오는 어딘가에서 걸음을 멈췄다. 부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고, 흡연자를 안쓰러울 정도로 조그마한 박스 안에 몰아넣지 않는 얼마 없는 개방된 흡연구역이다. 학생이 흡연을 한다는 소식에 저지먼트나 타 학생들은 기함을 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이 울렁거리는 속과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충분한 니코틴과 타르, 그리고 불안을 가라앉히는 습관적인 행동이 필요했다. 종이로 된 담뱃갑을 엄지로 밀어 올려 손목을 능숙하게 턴 태오는 입에 연초를 하나 끼워 물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손을 멈췄다.
"무슨 일이니?"
흡연구역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 때문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할 것 같은 단정한 인상의 소년은 태오의 앞에 떡하니 걸음을 멈췄다. 태오는 잠시 입 가장자리로 궐련을 밀어내더니 눈을 굴려 소년을 위아래로 훑고, 고개를 빼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에 쥐고 있는 여기에선 쓰이지 않는 기종의 핸드폰과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눈을 보니 바깥에서 온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부모는 주변에 없는 것 같다. 태오는 어쩌면 부모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인간이니까.
"여기에 딥상어동 있어서요."
이제 보니 GPS 신호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하던 모양이다.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저 멀리서 먹먹하게 들리는 웅성거림 뒤로 핸드폰에서 선명한 소리가 울렸다. 몬스터를 잡아 도감에 새로 채우는 소리가 들리고, 만족한 표정을 짓던 소년은 태오를 정확히 마주하더니, 신기한 것을 봤다는 듯 시선을 고정했다. 멋지다. 귀가 아닌 두뇌로 꽂혀 들어오는 소리에 태오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형." "그래." "담배 피우는 거 구경해도 돼요?" "네 나이대에서 좋은 경험은 안 될 거야."
여기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어째서 안 되는지부터 얘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은 몇 없는 진귀한 광경이라는 듯 고개를 젓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 자리에서 발붙여 떠날 생각이 없다는 듯아예 한 걸음 더 다가가더니, 벽에 엉거주춤 기대기까지 하자 태오는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을 보았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눈을 시큰거리게 찔렀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 보다는 덜 따가웠다.
"저기로 다시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싫단 말이에요. 얌전히 있을게요."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제가 보는 건데요?"
태오는 눈을 슬쩍 굴려 소년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인첨공에 평생 있을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태오는 주머니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굿즈로 나온 라이터를 꺼내더니, 불을 댕겨 연초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뒤 고개를 돌려 연기를 뱉자 일직선의 희뿌옇고 독한 연기가 길게 뻗어 나오다 금세 흩어졌다. 그 광경을 신기하게 보던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린 태오는 벽에 등을 기댔다. 이런 게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형은 여기 살아요?" "응." "그럼 얼마나 살았어요?" "15년." "여기 생길 때부터 있던 거예요? 짱이다." "너는 몇 살이니?" "13살이요."
태오는 다시금 연초를 입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13살이라. 자신은 13살 때 뭘 했더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태오는 티가 나지 않게 입술의 연한 살을 씹었다. 화한 멘솔 때문에 짓씹은 살이 금세 아려왔다. 그런 태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소년은 자꾸만 재잘거렸다.
"형은 몇 살이에요?" "비밀." "어, 형 어른 아니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빠가 그랬는데 찔리는 사람들만 그렇게 답한다고 저는 따라 하면 안 된댔어요." "그렇구나. 아버지가 좋은 걸 가르쳐 주셨네." "으, 아닌데요. 맨날 이거는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너는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하는걸요. 막 간섭하고 짜증 나." "하지만 언젠가는 다 쓸모가 있을 거야." "형도 아빠랑 똑같은 소리 해요!" "형은 곧 어른이 되니까 그래." "나는 어른 되기 싫어요."
소년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불만 가득한 듯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며 괜히 부스가 있는 곳을 노려다 보자, 태오는 그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최신 AI 기술로 20년 뒤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보였다.
"왜 되기 싫을까?" "다들 너무 무서워서요." "무서워?" "응. 맨날 늦게까지 일하고, 뭐 하나만 잘못해도 사람들이 엄청 욕하고, 뉴스에서 사과해야 하고, 뭐 국정감사 끌려가고 그래요.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데요, 아빠는 저보고 맨날 이렇게 되기 싫으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만 하고 친구들이랑도 못 놀게 하는 거 있죠? 아빠 탓이잖아요." "섭섭하구나." "…다들 라면 먹으러 가고 그러는데 나는 못 먹고 맨날 학원만 가고, 밤에 돌아오면 바로 자고 일어나서 또 학교 가야 해요. 이것도 오늘 겨우 한 거예요. 집에 돌아가면 못 해요."
소년은 고개를 들어 태오를 마주했다. 곧 중학생이 될 나이지만, 아직 마음만큼은 순진무구한 것 같았다. 올곧고 말간 눈동자를 마주한 흐린 비색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진심으로 억울한 듯한 마음이 이해가 간다. 저 나이에는 누구든 놀고 싶겠지. 무리에 어울리고 싶을 것이고, 같은 심정을 공유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소년은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 같다. 소년이 진정 부모의 뜻에 휘둘려 채찍질 받는 삶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들려오는 생각으로 알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런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이제 막 변성기가 시작되려는 목소리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 태오는 시선을 피하고는 연초를 다시금 입에 물었다. 몇 모금 빨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반절 넘게 타들어 있었다.
"형은 부모님 간섭 없이 자유로워요?" "그런 셈일까." "나도 인첨공 가고 싶다."
태오는 연기를 뱉었다. 입술 속을 생각보다 세게 깨물었던 건지 입안에서 피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심하게 쓰렸다. 소년은 고개를 돌렸지만 바람이 불어 생각하지도 못하게 덮친 연기에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냐." "왜요? 저 그래도 공부 잘해요. 여기는 너무 재미없어. 다들 나한테 뭐 기업이니 뭐니 하면서 막 그러는데, 저는 그런 거 싫단 말이에요. 저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쟤네처럼 뛰놀고도 싶고요……." "얘."
태오는 허리를 숙여 제법 상냥하게 눈을 마주했다.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작고 귀여운 투정이지만 어쩐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바깥의 사람들에게 인첨공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란 사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끔찍하다.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에 가까운 약물로 사람들이 수많은 피해를 입고, 인명사고도 있었으며, 생사를 가르는 싸움이 있었다면 믿기나 할까? 어쩌면 이 소년은 영화 같고 멋지다고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세상이 제일 나은 거야. 여기 오면 형처럼 된다." "형 멋진데요? 잘생겼잖아요! 연예인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태영아!" "현태영, 너 이 녀석. 또 멋대로 빠져나가선!"
잘 빼입은 중년의 남성과 명품 가방을 든 여성이 멀리서 아이를 발견하고는 다가오다 태오를 마주치곤 우뚝 멈췄다. 피어싱 일색에 팔엔 붕대를 칭칭 감고, 딱 봐도 불량한 모습에 기가 눌렸던 건지, 잠시 침묵이 오갔다. 태오는 소년이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딱 달라붙을 때, 그제야 허리를 곧게 세우며 두 사람을 마주했다.
여성은 더듬더듬 입을 벌리더니 태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태오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여성은 뺨을 더듬지도 못하고 허공을 배회하던 손을 달달 떨다 주먹을 쥐고 아래로 내렸다. 남성은 그제야 태오의 얼굴을 바라보곤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소년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갈아 쳐다보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끔뻑였다. 이제 보니 태오와 소년은 많이 닮아 있었다.
"엄마, 형이랑 아는 사이에요?" "그러니까, 태영아, 인사하렴. 네……."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많이, 컸구나." "그래, 태오야. 잠깐이라도 얘기는 하고 가자꾸나. 어때? 그러니까, 보고 싶었단다." "아뇨, 괜히 사진이 찍혀서 트집 잡히지 않을까 싶으니… 나중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바라지 않으실 듯하니까요." "태오야, 할아버지는 너를 아끼셔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얘기 좀 하자. 응?" "……진짜로 아낀다면, 태영이는 인첨공에 안 왔으면 좋겠네요. 마음의 소리에 귀도 기울여주시고요." "태오야." "저처럼 정치 싸움에 휩쓸려서, 여기에 명분을 이유로 잊힌 존재가 되지 않아야 할 거 아닌가요……." "태오야!" "태영아." "어. 네, 네."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태오는 지금껏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던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를 떠났다. 붙잡으려는 손길이 뻗쳤지만 차마 잡을 염치는 없었는지 얼굴을 가리며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손에는 여전히 끄지 못한 담배가 불잉걸을 반짝이고 있었다. 태오는 손등을 감싼 붕대 위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멀리서부터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던 부모의 심정이 느껴지자 홀로그램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노이즈 속에서 입술을 자근 깨물더니 시선을 굴리지 않으려 애쓰다가도, 결국엔 실소가 터져나왔다. 아니, 일소였다.
"……하하!"
아무리 피로 이루어진 관계라도 모두 다른 꿈을 꾸고 있으니, 삶이란 한순간의 꿈처럼 덧없는 것이다.
세삼 인첨공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든 청윤이었다. 이런 날에는 분명.. 그래.. 소매치기도 있곤 하지.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누군가를 잡으며 든 생각이었다. 남자는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청윤은 지갑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거기서!"
청윤은 도망치는 소매치기의 뒤가 갑자기 미끄러워졌다. 기름을 뿌린걸까? 아니면 마찰력을 줄인걸까? 뭐, 사실 둘 다 같은 말이지만 제대로 쫓아가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청윤은 중심을 잡더니 손가락을 들곤 등에 고무탄 수준의 공기탄을 맞춰 쓰러트렸다. 15주년 기념이라는 큰 날인만큼 안티스킬들이 달려들어 소매치기범을 체포해갔다. 청윤은 심호흡을 하다 지갑을 떨어뜨리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뒤에서 불쑥, 누군가 지갑을 건네줬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려는 찰나,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빠..!"
청윤은 오랜만에 만난 아빠의 품에 안겼다.
"소매치기를 잡다니, 역시 우리 딸이라니까... 벌써 경찰이 된 것 같단 말야! 하하." "아..아빠.."
청윤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 그 얘기를 천천히, 정말 머뭇거리며 꺼내기 시작했다.
"저.. 경찰이 되겠다는 꿈은 포기했어요.. 아니, 경찰이 되고 싶지 않아요!"
"갑자기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언제부터?" "인첨공에 오기로 한 그때부터였어요. 전.. 전..!"
"참고로 사다리타기는 정말로 했었어. 나온 것은 철현이였는데 걔는 안 나올 것이 뻔해서 말이야.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그 녀석이라면 무슨 슬픈 일이 있어서 남정네와 같이 퍼레이드를 보러 가냐고 불평만 했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오른손으로 제 입을 막고 쿡쿡 웃었다. 물론 강제로 호출한다면 호출할 수 있겠지만, 자신도 툴툴거리는 동기를 데리고 퍼레이드를 볼 생각은 없었다. 이 기간 동안 딱 하루 쉬는 날. 자신도 같이 보고 싶은 이가 있으면 같이 보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는가. 이내 줄이 다시 줄어 카운터 바로 앞까지 오자 그는 카드를 꺼낸 후에, 회오리 감자 하나. 그리고 통감자 하나를 각각 주문했다.
"그럼 20%는 뭐야?"
자신이라서가 80%. 그렇다면 남은 20%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조금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제 잠깐 나온 그림자 관련 이야기가 거기에 끼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니지?"
밝힐 생각은 없었다만, 그 타이밍에서 숨겨서 좋을 것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꺼낸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는 자신에게 톡이 왔다는 이야기. 그것으로 물고 늘어질 이들이 분명히 몇 있을 거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후배가 바로 제 2순위였다. 1순위는? 아마 지금 이곳 어딘가에 있을 어떤 후배였으나, 굳이 그는 그 이름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이어 그는 통감자와 회오리 감자를 받아든 후, 회오리 감자는 자신이 챙기고, 통감자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쑤시개가 꽂혀있는 통감자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제법 양도 많았다.
"아. ...참고로 나는 많이 감동이야. 80%나 된다는 것이 말이야. 적어도, 내가 작년부터 해서 저지먼트 생활을 못하진 않았구나 싶어서 말이야. 하핫. 작년의 나도 그렇고, 올해의 나도 그렇고 못난 모습만 계속 보인 것 같지만 말이야."
자. 가자. 슬슬.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천천히 앞장서듯 입장하는 곳으로 향했다. 최고 앞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석으로 향하는 자리는 사실상 텅텅 비어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이들만이 볼 수 있는 자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