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정리가 될 거라는 확신도 없으니 지금 뭐든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미 결정을 내리셨고, 쉬러 가셨을 테니 레이니주가 그 뒤의 말들을 보지 않으시는 게 제일 나은 일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읽힐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몇달 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있어서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쉬러 오는 곳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는 곳이니만큼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면 떠나는 게 옳겠지요. 그런 의미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레이니주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오히려 제 쪽에서 레이니주에게 신경쓸 거리를 너무 많이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가 뭔가 소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제가 애초 계획했던 레이니의 이야기를 비틀어 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이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저 역시도 레이니주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단 한 가지도 서운함을 느낀 적이 없고,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레이니주는 제게 전혀 폐를 끼친 적이 없습니다. 이건 제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거니까 다른 답은 없습니다. 폐를 끼치신 적 없습니다.
좋은 기억으로만 남겨주세요, 그게 안 된다면 전부 잊으셔도 좋습니다. 이런 시간과 기억으로 힘들어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최근에 독감인지 코로나인지는 모르겠으나 아프셨고, 아직 완전히 낫진 않으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부디 건강 악화되지 않도록 보온 단단히 하시고, 앞에 놓인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어렵더라도... 버티고 넘어설 수 있길 바랍니다.
익명의 바다에서 잠시 멈추기 위해 내린 닻에 쓰인 이름으로 마주했던 사이인만큼, 닻을 올리면 우리는 다시 익명의 타인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기에 저는 당신에게 따뜻한 말도 할 수 있고, 차가운 말도 할 수 있는 거겠죠. 직접 손을 내밀고 도울 수는 없지만 이 짧은 인연으로나마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택한 길에 후회하지 말고, 부디 건강하게 지내주세요. 다시 한 번 미리 성탄절 잘 지내시고, 새해에는 부디 좋은 일이 당신을 기다리기를.
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좀 더 여유가 있고 세심했더라면 고민이 뭐였을지 여쭤보고 말씀이라도 나눠드리는 거였는데 아쉽습니다. 다시 보기 어렵게 된 건 슬프지만 상황극판이 삶을 좀먹는다면 치워야지요. 모쪼록 안 보이는 곳에서도 본인을 잘 케어하시고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레이니주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신년에는 건강하시길.
그렇게 메이사의 발길이 향한 곳은 안마의자. 100엔에 15분이라는 괜찮은 가성비의 물건이라 나는 흔쾌히 동전을 넣어주려는데... 뭐? 여기는 고급 료칸이라 팔찌를 갖다대면 된다고? 이거는 사물함 열쇠만의 역할이 아니었던 건가! 젠장, 이렇게 돈 쓴다는 실감없이 팔찌만 갖다대다간 나갈 때 파산을 면치못할텐데...
아무튼, 나와 메이사는 둘다 안마의자를 나란히 차지하고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꾸욱꾸욱, 잘근잘근- 토닥토닥, 주물주물...
"이야하아, 이히거 괘핸찮네헤..."
등을 두들기고 목을 주물러주는 손길(?)에 몸을 맡기려던 찰나,
-으, 에, 거, 거기 목이 아닌, 아갹?! 두두두두두. -으, 으갸아아아악!!! 두다다다당.
옆에서 관자놀이 꾹꾹을 당하고 절찬리에 뒷통수에 꿀밤을 맞고 있는 메이사가!
"기다려 메이사,내가 구해줄테니까!"
라고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어라?
종아리 주무르는 부분이 다리를 꽉 잡고 있어...? 파, 팔이 붙잡혀서 떨어지지 않아!? 무섭다, 전신안마기!!!
나는 기어코 에잇 에잇, 놓으란 말이다~ 하며 안마의자와 싸워 이기고 나서야 메이사 의자의 전원을 꺼줄 수 있었다. 마치 떡 주무르듯 의자에게 주물러진 메이사의 얼굴은...
"우와 바보같아..." 하며, 서러운 애 볼을 살짝 꼬집어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던 것입니다. 헉, 내가 무슨 짓을.
저, 저저저 저이 봐라 간신배처럼 웃으면서 몸 푸는 거! 나는 배신감이 너무 큰 나머지 실언을 해버렸고, 모모카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아, 실수 했다 그런 실감이 들어버렸다. 삐걱거리는 눈을 돌려 코털가위씨를 바라보면, 저거 진짜 재앙신이다! 재앙신이다아아앗 싶은 표정의 코털가위씨가 극대노해서 시뻘겋게 물들어가고 있...
그 때! 어쩔 수 없단 듯이 코털가위를 붙드는 모모카!
어이 젠장 모모카아―! 믿고 있었다고 제기랄!!!
역시 우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헥토파스칼 킥을 날리려는 코털가위씨를 피해 야구 모자와 콧수염 안경을 구매하고 카페로 피신했다... 아, 이 안경은 뭐냐구요? 변장입니다. 발견됐다간 전봇대에 널린 채 발견될 거 같아서.
"...덕분에 살았다 모모카. 답례로 커피는 내가 사주마... 난 에스프레소로 할 건데, 넌 뭐로 할래? 역시 JK답게 푸치푸치노 같은 거?"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 쏟아지는 안마의 향연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막상 등이라던가 종아리같은 곳은 또 시원해서 괜찮긴한데... 그, 그래. 모드를 바꾸면 좀 낫지 않을까...?했지만 슬프게도 손 역시 안마의자에 사로잡힌채다. 이쪽은 공기압으로 쭈물쭈물 당하고 있어서 묘하게 시원-이 아니라 아파아파아파!손가락!손가락이 짜부러진다!
"크..크아악.. 우, 우리 꼬꼬꼬의 기지는 북쪽에 있다악!"
나도 모르게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서 자백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안마의자.... 하지만 어릴 때 만든 꼬꼬꼬 비밀기지(비밀아님)의 위치가 살짝 북쪽인건 사실이다. 뭐 아무튼. 옆에서도 에잇에잇-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갑자기 안마의자에서 몸이 해방됐다. 지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얼굴을 들자 어째선지 유우가는 내 볼을 꼬집었다. ...아니 정말로 어째서...
-우와 바보같아...
"흐아....?"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원망을 담아서 하아? 라고 해주고 싶었는데, 볼이 꼬집히는 바람에 힘없는 소리가 되어 나와버렸다. 으..으으... 아까 당구부터 이상하게 내가 당하기만 하는 느낌인데... ...불합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