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주가 잠시 쉬러 가셨군요, 최근 좀 바쁘고 힘드신 거 같아서 걱정이 좀 되지만 레이니주 스스로 판단하시길 현생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하신 것 같고, 결국 현생이 문제 없어야 취미도 즐기는 거니까요. 아무쪼록 현생 잘 풀리길 바랍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요즘 심란합니다. 왜 심란하냐구요? 물어도 안 말해주지롱. 그래도 전보다는 형편이 낫답니다. 온천의 좋은 물을 몸에 잔~뜩 끼얹고 사케를 마시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면 알 만 하죠? 그리고 여기다가 냉장고 안쪽에서 꺼낸 시원한 우유를 마셔주면 이야, 이게 극락이거든요.
오즈 이사장님은 신이야! 이사장 펀치가 되어줘!
...심심하네. 메이사 나올 때까지 뭐하지. 생각하며 라운지를 돌아다니다 당구를 발견했다. 보통은 탁구 아닌가? 물론 난 당구가 더 좋지만. 탁구는 돌아다녀야 해서 좀 무릎이 신경쓰인달까.
호오, 오호... 생각하며 자연스레 큐대에 초크를 문지르고 간단한 포켓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dice 1 15. = 9 1-2 : 2개 골인 3-10 : 1개 골인 11- : 바보...
뜨끈한 온천에 몸을 푹 담갔다가 나와서 마시는 시원한 바나나우유란, 정말 최고네에. 한 손에 바나나우유 병을 들고, 후끈후끈한 기분을 잔뜩 즐기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유우가 아직 안 나왔나? 라운지에 있나? 라운지에 없으면 아직 안 나온거겠지 싶어 슬쩍 둘러보다가, 포켓볼을 즐기고 있는 유우가를 발견. 뭐야뭐야. 얼마나 잘 하는지 볼까나.
"유우가- 여기 있었어? 뭐해? 당구?" "에~ 뭐야. 하나밖에 안 들어갔네~"
따닥!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이리저리 굴러간다. 하지만 들어간 건 딱 하나. 아- 나 사실 포켓볼이라던가? 당구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구르는데 두 개는 들어갈 줄 알았지. 근데 하나뿐이라니~ 오랜만에 돌아온 매수각희 모드로 히죽히죽 웃으면서 구경을 한다. 하나도 안 들어가면 허접이라고 놀려야지❤️
"...💢" "그러는 메이사는 당구대에 상반신도 못 걸치면서❤️ 직접 하면 들킬까봐 지켜보겠다는 거지? 거짓말도 허접이구나❤️ 다 들켰다고~❤️"
...발끈했냐고요? 네. 나는 오랜만에 명검 '오스가키 유우가'를 꺼내들고 청출어람의 매도를 선보였다. 풉킥❤️ 내려다보며 비웃어주는 건 덤. ...그나저나 메이사, 저렇게 우유를 마시는데도 왜 키가 안 크지? 말딸은 원해 인간보다 성장이 더딘가...??? 그러면 내가 호호백발 할배가 됐을때 메이쨔는 청년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럴 리가.
내가 누구? 중앙 라이센스 오우너.
나는 이제 말딸의 생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좀 더딜 수야 있지만 자랄 것이다.
"그나저나, 큐대 안 잡아?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 유우가는 전~부 넣어버리고 대승리 해버릴텐데요?"
"나의 이력서 증명사진은 가지고 싶지 않은가보지?"
가지고 싶겠냐?
아무튼, 다시 다이스를 굴립니다. .dice 1 15. = 11 1-2 : 2개 골인 3-10 : 1개 골인 11- : 바보…
아! 이게 안 들어가네! 공을 빗겨쳐서 들어가게 할 생각이었는데, 각도 조절에 실패해서 오히려 홀 가까이에서 간당간당하게 멈춰버렸다. 이게 공 구분을 하는 포켓볼이라면 괜찮지만, 메이사는 키에서 알 수 있다시피 포켓볼의 완전 초보자...! 공 구분조차 애초에 하지 않기 때문에 이거 초 핀치라구요.
아니나다를까 메이사도 그걸 노리고 공을 직진으로 쏘는데...!
따 닥!
이걸 못 치네! 허접! 공은 아슬아슬하게 벽을 치고 튕겨나가 데굴데굴 당구대 가운데에 멈춰버렸다.
"자, 여기까지 치느라 수고했고 유우가가 신기한 거 보여줄게 ❤️"
나는 요염하게 당구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채로 건방진 오스가키 당구를 선보였다. 역겹겠죠. 힘겹겠죠! 하지만 그것도 정신공격의 일환입니다.
너는 당구대에 앉는 것도 어렵지? 엎드리기조차 쉽지 않지? 하지만 유우가는 합니다. 키가 크거든요.
.dice 1 15. = 7 1-2 : 2개 골인 3-10 : 1개 골인 11- : 바보❤️
아니 제정신입니까 휴먼.. 왜 그런 자세로 공을 치는 거지... 이, 이, 이거 실격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나 아무리 유우가를 좋아하지만 이건 정신공격이 너무 세...! 아찔해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애써 시선을 당구대 위에만 고정한다. 보지말자.. 보지말자.. 휘말리는 순간 끝이다. 아니 이미 휘말린 것 같지만.
"그, 그런 건 안 보여줘도 된다고!!!"
내가 잘못쳐서 가운데로 온 공은 그대로 별 괴상한 자세로 큐대를 놀린 유우가에 의해 무참하게 골인해버린다. ...당구에서 골인이란 용어 쓰던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분명한건, 내가 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아? 이런 이상한 자세로 공을 넣는다고? 이게 왜 됨??? 왜???
"으, 으극... 질 수 없어...!"
저렇게 치는 사람한테(?) 지면 내가 뭐가 되는 건데! 아무리 초보자라고 해도 자존심은 있거든요?! 마음을 다잡고 큐대를 들었다. 뭐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dice 1 15. = 15 1-2 : 2개 골인 3-10 : 1개 골인 11- : 허접~
아냐 다음엔 진짜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지만 이미 공들은 무참하게 쓸려들어가버렸다. 우우. 이게 뭐야. 당당하게 반칙이라니! 스포츠맨쉽은 어디로 갔냐! 우우-! 쓰레기 우우-! 마음 속으로 야유를 보내면서도 사실 정말 진짜 진심으로 했던 건 아니니까? 결과가 어떻든 딱히 상관없다고?하고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둘러대기를 시전했다. 아니 뭐.. 아무튼 그래. 큐대를 놓고 정리하기가 무섭게 유우가에게 떠밀려 당구대를 떠나게 되었다. 으으. 돌아가면 당구 연습을 좀 해볼까..
"아, 안마의자다. 유우가, 저거 할래?"
라운지엔 매력적인 곳이 참 많았지만, 일단 가장 가까운 것부터 눈에 들어왔다. 안마의자다! 이런데 오면 꼭 해줘야지. 온천에 들어갔다 나와서 노곤노곤 따끈따끈 풀어진 몸엔 딱 좋을 거야. 사실 해본 적 없지만.
"헤헤, 사실 해본 적 없어서 조금 기대..으갹?"
들뜬 마음으로 안마의자에 앉아서 전원을 켠다. 모드는.. 잘 모르니까 대충 아무거나 골라볼까. 그리고 작동을 시작한 안마의자는 롤러와 공기압을 이용해 팔도 다리도 등도 어깨도 주물주물, 인간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이거, 나, 앉은 키가 작아서... 유우가처럼 일반적인 사람들은 뒷목과 등이 있을 자리에 나는 머리가 닿는다...
그렇다. 등과 뒷목을 풀어주는 무자비한 쭈물쭈물이 나의 두피를 덮친다. 으, 으갸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