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의 웃음을 따라 눈가에도 웃음이 밴다. 그래 좋은 레이스였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레이스로써 이보다 완벽한 경기는 없었을 것이다. 아쉽다는 말에 마미레는 눈을 가늘하게 접어낸다, 그렇지만 네가 건넨 손. 네 말을 듣고서 아, 작게 탄성을 낸다. 네 손을 꼭 잡아내며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후회 없이 달렸다는 그 말. 너와 처음 카페에서 만났을 때의 첫 모습이 기억 속에 스쳐 가고, 이어 네가 하는 말을 듣고서 마미레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떠낸다. 귀까지 쫑긋 세운 채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만 웃음소리를 낸다. 네게 옆으로 더 가까이 자리를 옮겨, 널 꼭 안으려 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네게 해줬던 건 말뿐인걸. 그렇지만..... 그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
널 가볍게 끌어안으며, 등을 도닥일 적에 마미레는 살짝 널 놓아주고서 가까이 얼굴을 마주한다. 사랑받는 사람이 가지는 그런 미소란. 흐뭇하게 바라보던 마미레는 네 콧잔등을 꾹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한다.
"그거였구나. 비밀로 했던 게. 정말, 결혼이라니 축하해. 나보다 유키가 먼저 어른이 되었네."
후후. 웃음소리를 흘린다. 물끄러미 바라볼 적에, 손을 뻗어 네 머리를 가벼이 쓰다듬는다.
"그래도, 이 모든 건 네 마음에 달렸었는걸. 오히려 고마운 건 나야. 달리는 것을 그만두지 안아줘서. 고생 많았어. 유키."
어떻게 될까, 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은 어째서일까. 레이니・왈츠는, 프롬에 입고 갈 드레스가 생긴다는 다름 아닌 유키무라의 취향으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는 희미한 예감을 가진 채로 핑크색 드레스를 받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프롬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이고... 나쁘진 않네. 저기 저 로리타 샵에 보이는 레이스 샤르르한 드레스를 건네주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래도 퍼스널 컬러가 맞지 않다던가, 하는 무의미한 항의 단어를 몇 개 생각하다가, 레이니는 마주의 업보를 짊어진 채로 탈의실로 향했다.
“모모쨩. 달리기, 그만둬...?”
여전히 제 옷이 아닌 것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핑크색 드레스. 탈의실 안의 거울을 몇 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변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고서 나온 뒤 처음 꺼낸 말은 역시 별로지 않느냐느니, 하는 불만이 아닌, 아까 꺼내지 않은 그런 말.
“말 돌리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아까부터 신경 쓰였어서...”
정말로, 그런 의도로 꺼내는 말이 아니라는 듯, 가볍게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면, 옷에 달린 꽃이 궤적을 그리며 나풀거리고. 응, 역시 나에게 이런 건 좀, 안 어울리지 않나, 하고, 또 마음속으로 그리 곱씹으면서.
wwwww텀은 당연히 다이죠부인wwww 넘 신경쓰지 마시고 언제나 그렇듯 편하게 편하게 하시는wwww 앗 온천 일상이요??? 🤔🤔🤔 근데 저히 온천 일상은 온천 그 티켓 있어야 둘이 갈수 있는 어떤 일회용 아이템이 아니엇나 요??? 뉴웃 그게 아니더라두 이래저래 좀 그럴것같아서.. 넘 죄송한www 저히 다른 일상은 어떠신지??
🤔🤔🤔🤔🤔 그 그런가 요??? 으음~~~~ 그래도 메이메이쨔랑 화해했는 데 먼가먼가 유열스러워지는것도 좀 죄송스럽구... 나냐쨘께서도 질 투하실지도몰 루니 까??(아님) wwwwwwwwwww 조아요 조아요~ 그러면 편하게 써올게 요 www 잠시만 기다려주시는... 마마 답레 쓰고 있엇어 서 이것만 마무리하고 금방 드리는...(낼룸)
너는 입가 뿐만 아니라, 눈가에도 웃음이 배었다. 눈을 가늘게 접어낸 뒤에. 내가 손을 건넨 뒤에야 아, 하고 탄성을 냈지. 너와 맞잡은 손은 따듯했다.
"아아, 정말... 그렇게 반응하면 꼭 울것만 같잖아."
"너무해, 마미."
조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작게 코를 훌쩍이고, 비어있는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이걸로 영영 끝이 아닌데. 앞으로 자주 연락하면서 즐겁게 또 지낼 수 있는데. 어째서 금방이라도, 크게 울어버릴것만 같은걸까. 헤어진다는게 뭇내 아쉬워서 그럴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는것 쯤은 알고 있는데... 정들어버렸기에. 처음 사귄 친구들이기에. 이토록 마음이 맞는 친구이기에. 그래서 그럴까. 너는 눈을 동그랗게 떠냈고. 웃으면서, 날 안아주자.
"...말을 전한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야. 누구나 전하지 못한 말, 내뱉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
"아무런 관심도 없는 타인에게는, 어떤 말도 전하지 않으니까. 네가 그때 날 위해서 뱉어준 말. 고양이로 인한, 우연한 해후였을 지라도..."
"그때부터 우린 타인이 아니게 된 걸지도."
부드러이 웃으면서, 널 꼬옥 끌어안고는. 네가 날 살짝 놓아주자, 가까워진 네 얼굴을 바라보면서 키득여 웃었다. 네가 내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으에, 하면서.
"헤헤. 응, 그래서 그랬지... 고마워."
네가 작게 웃자, 나도 따라 웃으며.
"마마, 결혼식에도 와줘야 해? 마미의 결혼식에도, 나중에 갈거니까."
"안 오면 삐져서 울어버릴거야."
장난스레 말하며 다시 키득거리고. 네가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자, 다시금 편하게 웃었다.
따듯한 히트텍 내의에, 흰색 스웨터, 고급스런 상아색 무스탕 자켓. 청바지에 스니커즈. 제법 무난한 패션으로 집을 나섰다. 춥디 추운 겨울이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얼어죽을 정도로 춥지는 않았으니까. 어디 들어가 있으면 금방 또 따듯해지기도 할거고. 조금 뛰면 금방 체온도 올라갈테니, 응. 이정도가 딱 좋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계절. 오랜만에 아는 언니에게 연락이 와서, 나냐에게 줄 선물도 고르고.. 개인적으로 쇼핑도 할 겸, 백화점으로 향했다. 프러포즈도 했는데, 아무런 선물 없이 넘어가는 것도 좀 그렇고. 사실 그때,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다이아 반지를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물론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는 금액 상, 아직은 선물해주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반지도,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나냐가 좋아할만한 오팔 반지를 선물해줬으니까. 그래도 결혼반지는 해야 하지 않나? 결혼식을 올리는건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시간이 있다고는 한들, 어쨌든 커플링에서 결혼반지로 업그레이드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존의 반지는 어떻게 하는거지? 지금 결혼반지를 선물해주는게 맞나? 결혼식장에서 하는게 아닌가? 목걸이 같은거라도 선물해줘야 할까? 으으,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누군가와 사귄다는것도, 누군가와 결혼한다는것도... 전부 나냐가 처음이었고. 결혼도 지극히 당연하게도 처음이었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조만간 부모님도 서로 서로 뵈면서 이렇게 인사도 나누고 해야 할텐데... 하아. 이게 매리지 블루라는건가?(*아닙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새 백화점 앞이었다.
[언제 와?]
그렇게 문자를 하자, 처음 보는 고급 차인 우마=리 스포츠카에서 빵빵거리며 경적이 울렸다. 그쪽으로 향하자, 언니가 내렸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차림새였기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도쿄로 올라간다더니 도쿄에서 뭐 은행이라도 털었어?"
"야, 너는 오랜만에 보는 사랑하는 언니한테, 어? 첫마디가 그거냐?"
다짜고짜 걸리는 헤드락. 으에에, 하는 소리를 냈지만 사실 별로 아프진 않았다. 나는 우마무스메고, 언니는 인간이니까.
"아니, 촌동네에서 사는 꽃집 딸이 갑자기 우마=리 스포츠카에, 명품 옷을 입고 나오면 물어 볼 수도 있지!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부자가 된거야? 설마 훔친건 아니지?"
"그때는 완전 촌스러운 더벅머리 안경이었던 주제..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꿀밤 한대를 얻어맞았다. 짜증이 나서 이대로 우마무스메와 인간의 힘 차이를 보여줄까 생각하던 차에...
"우리 복숭아쨩, 언니를 그렇게 놀리면 슬퍼요? 응? 우리 복숭아쨩을 위해서 언니가 선물도 가져왔는데..."
"에, 선물? 뭔데?"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흰색 고급스러운 우마=올 가방. 에, 잠깐만, 이거 엄청 비싼거잖아. 그리고는 다짜고짜 흡연장까지 끌려가서는.
"복숭아쨩. 선물도 받았으니까 나한테 보고해야할게 있지 않아?"
"....에..?"
"완전 비뚤어져서 막나가더니, 어? 좀 정신 차렸나 싶더니 이제는 결호온? 결호오오오온???"
"....에..."
"하.... 안되겠다, 한대만 맞자."
"뺫?!?!?"
마구 이어지는 꿀밤 세례! 아야! 한대만 때린다면서! 아야! 아 씁 뼈맞았어 아!! 아프다!!!!!! 아프다구!!!! 삐엥...... 🥺🥺🥺🥺🥺🥺🥺 그리고 번뜩.
"...언니, 차였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꿀밤세례. 하지만 나 순순히 당할 방유식이 아니....아얏!!!!!
😿😿😿
"삐엣..... 그래서 뭐야...? 나 때려주려고 만나자고 한거야?"
"넌 진짜 안되겠다. 이리 와."
그대로 헤드락 걸리면서. 누가 보면 담배피우는 불량녀에게 삥뜯기는 불쌍한 방유식으로 보이려나.... 이 사람은 대체 왜 나보다 불량해진걸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너와 눈이 마주쳤다. 에... 이거 어쩌지.... 그러면서도 손에 든 명품 가방은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듯 소중하게 쥐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