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봐도 되냐는 말에 나는 선선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웃음이 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 심각하게 하고 싶진 않아서 적당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에 가깝겠다. 하지만 뭐랄까, 저 작은 애가 내 걱정을 한다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았고… …무릎으로 너무 연민받는 것도 싫었다.
“육상경기…라고 하지 보통. 내 종목은 중거리였는데, 너도 알다시피 중거리가 제일 인간들도 넘쳐나고 만만하기도 하잖아? 난 거기서 천재였단 말씀.”
“……청소년 국가대표도 노려볼 정도로. 그랬지.”
“전국대회에서 1착은 아니더라도 입상도 종종 하고, 그래서 도쿄에 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있었지… 동네에 날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선생님들도 다 날 좋아하고 그래서 공부 못하더라도 넘어가주고, 수업 시간에 자고만 있어도 뭐라 안 하고. 내 인생이 황금길일 줄 알았지.“
이젠 정말 옛날의 영광인데, 내 인생의 유일한 영광이어서 돌이켜보니 어쩐지… 초라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더더욱. 숨을 삼켰다.
“근데 내가 도쿄에서 배우다가 다시 와카야마로 돌아왔어. 그냥… 고향이 그리웠던 거 같기도 하고. 내 동네도 아닌 외지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훈련하는 것도 그랬고. 늘 칭찬받다가 질책받으니까 어린 마음에 그랬던 거 같기도 해. 근데… 그냥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좀 어설퍼도 내가 믿고 날 전국권까지 올려준 코치한테 배워서 후일을 도모하고 싶다고. 제대로 전국에서 대상을 따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돌아오니까…”
“혼났어. 넝쿨째 굴러들어온 기회를 걷어차고 멍청하다고. 그리고는 조급했는지 전보다 더 빡세게 훈련을 시켰는데 그걸 하다가…”
“…그렇게 된 거야. 그래서 달리기를 관뒀어.”
메이사의 발을 잡고 발목을 돌려주며, 나는 언뜻 담담해보이는 어투로 이야기를 늘어놨다. 여기서부터는 차마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난 여전히 달리는 게 좋아. 근데 이제는 못하지.” “그래서 너희가 신나게 달리는 걸 보다보면 질투가 나.” “그런 내가 널 가르쳐도 되는 걸까 많이 고민했는데…“ ”넌 이런 나여도 괜찮다고 해줬으니까, 같이 도쿄로 가자고 해줬으니까, 중앙 라이센스를 따보려고 힘내봤어, 나.“
숨을 삼키는 유우가를 보며 나도 같이 숨을 삼켰다. 지금껏 듣지 못했던 이야기는 너스레와 함께 시작해서 침울한 얼굴로 이어진다. 내용도 그러했다. 나와 비슷한-물론 우마무스메와 히또미미의 기준 차이는 있겠지만-중거리를 뛰던, 국가대표를 노려볼 정도였던 엄청난 재능이 부상으로 꺾여버리는 이야기.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담담한 듯한 말투와 함께 돌려지고 있는 내 발목이, 무릎이, 다리가 꺾여서 더 이상 달리게 되지 못한 나를 상상해보면. 내가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 멀쩡히 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부럽고, 질투했을 것이다. 그게 마-사바라고 해도, 아니, 오히려 가깝기에 더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우가의 얼굴만큼이나 내 얼굴도 어두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질척거리며 따라붙는 상상을 애써 털어내며 나는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유우가..."
아, 이제야 알았다. 사바캔 이후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했을 때, 어째서 유우가가 그렇게 놀랐는지. 기한이 정해져 있었던 계약이니까, 내가 달리는 걸 보고 질투가 나도, 괴로워져도 그 기한까지만 참으면 됐는데 내가 그걸 늘려버려서 그랬던 거구나. 옥상에서 들었던 그 말들에는 이런 감정도 들어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그걸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먹먹해졌다.
"...난,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고집부렸던거네.. 내 고집이... 내가... 유우가를 힘들게 한 거 같아서...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그런데도, 내 고집을 받아줘서, 힘내줘서. 노력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진심으로..."
그런데도 나를 위해서 노력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어쩐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여서 뭐라 말하기 힘든 느낌이 되어서, 어쩐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