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엑. 으에엑." 흔들린다 흔들려. 여선은 중심을 어찌저찌 잡긴 잡지만 흔들려서 그것 외에는 생각하기 힘든가봅니다. 평형기관에 치료를 부어서 가능한 거니 망념의 압박을 받는 사람들은 하지 맙시다(?)
"와 가까이 오셨네요!" 여선은 밀려오는 강산에게 고르돈의 올무를 걸어서 움직임이 힘들도록 만들려 합니다.
이 움직임이 힘들게 하는 것이 은근 틈을 만든 걸지도 몰라요?
"방어를 살짝 깨뜨릴 만한 걸.. 하고.." "밑에서 쏘아서 방어막이랑 교통사고를 내는 거에요~" 이번 턴은 서로 방어에 집중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여선은 치료를 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태세정비 이후에도 방어를 유지한다면..! 강한 공격을..! 시도할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새벽에 남기신 글 잘 봤습니다. 아마 꼭 답변을 바라고 작성하신 글은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이런 글을 봤는데도 대답을 남기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찬가지로 두서 없이 작성해봅니다. 솔직히 요 근래 저희는 꽤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 자신이 캡틴의 힘든 일에 포함되기도 할까 싶은 생각이 들면, 문득 문득 미안해지곤 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얼마전 캡틴이 사실 정시 퇴근을 하고 있는데 어장에 잘 안온다는걸 죄책감스럽게 밝힌 것을 기억합니다. 밝히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게 알려지면 시간도 남는데 왜 안오냐고 할까봐 무서웠다고도 했구요. 저는 사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그렇지만, 거기서 어느정도 공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이후 저는 뭐 어쩌면 당연스럽게도, 사실 그다지 바쁘지 않습니다. 다소 폐인같이 지내고 있을 뿐. 그렇지만 어장에 자주 얼굴을 내미지 않는 이유가 아마 캡틴과 비슷할까 짐작한거지요.
솔직한 심정으로 밝히자면, 아마 저도 어장에 애정이 떨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옛날에는 하루종일 붙어서 쉬지 않고 하던 잡담과, 2-3개를 쉴새 없이 돌리던 일상과 이벤트 참여도. 지금의 나에게는 꽤 부담스럽거나 지칠때가 있거든요. 혹은 사실, 날카롭게 굴던 어느날 제가 계속 그런식으로 열의라는 이름의 과몰입을 하다가는 성질만 예민해지고 다른 사람을 해칠 뿐이라고 느껴서일지도 모릅니다. 뭐 이렇게 말하면 저도 스리슬쩍 사라진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리 할까 많은 고민을 하긴 했지요. 이 곳은 이제 뭐랄까 저에게 마냥 순수하게 즐겁기만 한 곳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졌고, 상처 받거나 스트레스 받는 기억도 꽤 생겨버렸어요. 천천히 빌드업 해 나가는 기간을 유독 견디기 어려워 하는 것은, 제 성미가 급하기도 하지만 조용한 기간 동안에는 그런 상처들이 유독 떠오르기도 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는 캡틴의 잘못은 아닐겁니다. 나는 이 성격 때문에 솔직히 어딜 가서던 그럭저럭 잘 했습니다. 그리고, 이 성격 때문에 어딜 가서던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스트레스와 신경질에 짓눌려 쌓아올려둔 관계를 전부 터뜨리고 다른 곳으로 향하길 반복했죠. 그걸 뒤돌아보면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빈도가 꽤 된다는 것은, 사람의 성격이 참 얄궃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접률이 줄 지언정 캡틴이 보이면 인사 정도는 꾸준히 하러 오는 것은, 위에 언급한 상처 이상의 애정과 책임감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이야기죠. 옛날처럼 주연이 되어서 마구 띄워주는, 흔히 말하는 '뽕' 이라고 부를만한 자극이 끝나고. 신입의 패기에 가까웠던 미칠듯한 열의와 몰입이 사그라들고. 사람간의 마찰로 생긴 스트레스 속에서도 남게 해주는건, 결국 여기서 캡틴과 했던 이야기들과. 단순히 진행이 아니더라도 쌓아왔던 인간적인 교류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덕분인 것 같습니다. 마치 자폭 스위치처럼 '시트 내립니다' 라는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그 끝에서 어찌어찌 견뎌내고 있는 원동력이요. 나는 쉽게 떠나지 않을겁니다.
솔직히 캡틴이 나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여기는 것처럼, 나 또한 미안함을 느끼고 있어요. 스스로가 힘들다고 위로를 바라는 글을 많이도 올렸것만, 정작 캡틴이 힘들다는 어필을 조금씩 할 때는 능숙하게 위로해줬던 적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걸 잘 하고 싶어서 의료과에 진학한건데, 참 우스운 사람이죠. 다만 적어도 당신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가볍거나 무심하게 지내지는 않는다고, 나 또한 이 곳에서 보내는 시간과 관계가 진지하다고 전하면 조금 위안이 될까 싶어 이럴 때 마다 애써 본심을 담아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달될진 잘 모르겠어 불안하기도 합니다마는.
슬슬 시나리오에 대한 코멘트로 넘어가보자면, 확실히 기대가 되네요. 실은 한참을 방황하던 초기의 제가 이 어장에 1년 넘게 붙어있을 수 있던 원인을 꼽으라면, 전 언제나 대련대회때의 그 장면과 이어서 써줬던 연성을 얘기합니다. 거기서부터 히어로 모멘트 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거에 대한 시나리오들은 그야말로 제게 강렬한 임팩트와 감동을 선사해줬거든요. 그게 그 이후 고신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죠. 큐레이터 양과 잘 안되어서 그 쪽 루트를 꼬였던게 사실 간혹 간혹 지금도 떠오릅니다. 그 때 잘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럼 유럽 기사단에 안갔을까? 과거 시나리오들이 빨리 공개 되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아쉽거나 궁금하면서도, 또 막상 제니아 기사단장님과 만나 하이젠피우스 수련기사가 되거나. 지오씨와 만나 카자노 기사단의 스토리를 알게 되고, 고신 게이트에서 도라 어르신과 에브나를 만나는 이야기가 없게 된다고 생각하면. 꼭 그 쪽 루트를 가야만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게, 이 어장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이란게 그런 법이잖아요.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순 없는 법이고, 언제나 성공을 할 수 도 없는 법이지만, 노력하며 살면 그 뒤에 이어진 궤적에는 보람과 추억이 남는 법이라고. 저는 그래서 아직 남은 시나리오 3에서의 제 역할에도 나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언뜻 언뜻 들리는걸 보면 여기도 만만찮게 힘든 고비가 하나 더 준비되어 있는 것 같긴 한데 말이죠.
그리고 그게 끝나면 에브나와 소개 받은 바닷가 게이트도 가고 싶고, 에브나의 성장 진로도 고민하고 싶고, 예고된 시나리오 4에서 밝혀질 진실과 설정들도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면 궁상을 떨다가도, 이 곳이 참 매력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고요. 이러한 감상이 원하시던 응원과 위로의 일부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날이 춥습니다. 이런 추운 날은 어느날 무력해지기도 쉽고, 또 아프기도 쉽지요. 건강에 유의 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