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29129>345 와 와와와와와 와 세상에 뭐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더 미궁됐어ㅋㅋㅠㅠㅠ 나는 바보야... 근데 너무 재밌다 제사장이 어딘가에 암약하고 있는 건 확실한거 같고 안드로이드를 쓴다라... 태휘가 경호로 붙은 게 이것 때문인가? 아 너무 두근거려 최고야 짜릿해 희야 머리싸움 싫다는 것 치고 수 잘 읽었는데 아기무너야... 정말 최고인데 불안불안하다 뭘까...
>>348 저거 두 사람 부모님이야?? 물????? 물 부은 거야??? 이이게무슨 아니........ 세리쌤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야 진짜 우리 애린이한테 왜이래 우우우우우 붐따 사람들 다 휴가 끝났다고 어 매운거 막 올리는 거 봐 맛있지만 속이 쓰리다... 크으으으으윽 그치만 맛있어
사람에겐 그에 맞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사람의 모습에서도 나오는데, 한아지는 태도, 말투, 웃음에 보이는 것까지 전부 손가락을 꾹 누르면 들어갈듯 말랑한 사람이었다. 저지먼트의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부드럽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었으나 한아지는 유독 그것이 강했다. 너무 대놓고 말랑해서 그런가? 사람을 미워할 줄 모르는 골든 리트리버가 연상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근육이 그렇게 쉽게 잡히진 않지 않겠어요? 저만 해도 이런데."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 양 팔을 활짝 펼쳐보았다. 이 소년, 아침 조깅이나 활을 당기기 위한 훈련 같은 것은 꾸준한 편이다. 그런 것에 비해 운동을 많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게 꾸준하고 오래 단련을 해온 몸 치고는 상당히.. 얄쌍하고 부드러운 편이었다. 심지어 보이는 것 이상으로 힘도 좋았다. 사람들 번쩍 들고 태연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탓에 소년은 가끔 어디서 개조 받은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저는 말 하지 않아도 전할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을 꾸물거렸다. 하얀 소년의 능력은 닿지 않아도 발동이 가능하며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고 기억을 집어 넣을 수도 있다. 당시의 전투는 누구나 도움이 안 된 사람이 없었다. 자랑스러워 해도 좋겠지만, 그와 별개로 분위기를 타고 부끄러운 말을 읊은 사람도 많은 만큼 질색할 사람도 있겠지. 소년은 아무래도 좋은 편이었다. 성운은 아닌 모양이니까... 살짝 대사만 읊으면...
"그거 흥미가 생기는 발언인데!"
진짜 살짝 대사만 읊으면 괜찮지 않나? 그러니까 인상에 남은 것이, '적어도 너희들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리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그리고...
즐겁게 기억을 더듬어가던 하얀 소년이 잠시 멈칫거린 것은 위화감 때문. 성운의 옷이 몸집보다 상당히 커다란데, 언젠가 그것이 정말로 잘 어울리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 먼저 걷기 시작한 성운은 소년보다도 작은데... 웃는 낯 아래로 잠시 고민을 이어나간 그는, 성운의 뒤를 따르며 태연하게 질문하였다.
큐티:어머. 여전히 말이 심하네요. 이렇게 다 모여서 채팅하는 거 오랜만이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느긋하게 있다가 가요. 응?
aaaaaa:너는 한가할지 몰라도 난 보고서 쓰다가 온거야. 어떻게 느긋하게 있어.
절대무적드래곤:그것보다 말이야. 둘이 싸웠다면서? 왜 내가 없을때 싸운거야! 이번에야말로 내가 다 박살낼 수 있었는데!
aaaaaa:*****
aaaaaa:아. 젠장. 어차피 우리끼리 다 알잖아! 그런데 왜 이거 필터링 되는건데?!
퇴근하고싶어요:어쩔 수 없잖니. 이 아저씨도 영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여러 규칙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으니까.
코뿔코뿔:그래서 왜? 그건?
절대무적드래곤:그 와중에 왜 코뿔코뿔 닉인거야? 평소에는 그런 거 안 쓰고 다른 거 쓰잖아.
코뿔코뿔:아무래도 내 이미지가 그렇게 잡힌 것 같아서 당분간 이거 쓸 거야.
aaaaaa:아 모르겠고 다 모이니 뭐니해도 두명은 빠졌잖아. 아니. 애초에 둘 다 채팅을 할 상황이 아니긴 하겠지. 꼭두각시가 무슨...
큐티:하지만 그 둘은 역시 좀 그래요. 왕따 시키긴 싫은데 뭔가 좀...
퇴근하고싶어요:아무튼 이렇게 부른 것은 별 거 아니야. 15주년 행사가 조만간이야. 그래서 우리 모두 호출된 것은 알고 있지? 이 아저씨. 그것 때문에 지금 며칠째 야근중이야. 힘들어. 그러니까 너희들 제발 부탁이니까 이 아저씨 일 더 늘리지 말고, 정시퇴근 할 수 있게 도와줘라. 알았지? 아저씨는 집에 가서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과 해피라이프를 보내고 싶어.
절대무적드래곤:아. 그거 공감. 나도 우리 낭군님과 데이트 하고 싶은데.
코뿔코뿔:하면 되잖아. 왜 여기서 불평하는거야. 너는 지금도 할 수 있으면서.
절대무적드래곤:우리 낭군님 요즘 안에 불순한 짓 하는 이가 있는 것 같다고 자체 조사중이라서 말이야. 많이 바빠.
aaaaaa:니들 연애질이니 단란한 가족 이야기 들으라고 부른 거라면 나 나가도 되겠지?
큐티:어머. 어머. 참을성 참 없나보다. 영양소 제대로 섭취해서 인내심 좀 기르는게 어때요?
aaaaaa:내일까지 제출이란 말이야! 인내심 문제가 아니잖아!!
퇴근하고싶어요:아. 나중에 결혼하면 불러라. 이 아저씨가 돈 많이 넣어줄테니까. 어쨌든 각자의 위치에서 위치를 잘 지켜주면 좋겠는데... 우리끼리 휴일..하루씩 잡힌거 순서라도 정해야 하지 않겠니? 그래도 하루는 쉬게 해준다잖아.
절대무적드래곤:내가 제일 먼저! 첫 날 바로!
큐티:어머. 낭군님과 데이트하게요?
절대무적드래곤:아니. 그냥 1등이 좋아서.
코뿔코뿔:그런 것을 1등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건데.
절대무적드래곤:핫! 일단 1등은 좋은거야! 뭐가 되었건 말이야!
aaaaaa:1위가 되어서 그꼴나는 것을 보니까 난 1등은 생각도 안 들더라. 핫.
절대무적드래곤:아.그건 나도 조금 싫긴 한데...이건 관계없잖아요!
퇴근하고싶어요:어느 쪽이건 상관없는데 나는 마지막 날만 아니면 돼. 마지막 날엔 따로 경비를 서야하기도 해서 말이야. 그 날만 아니면 오케이다.
큐티:아. 저도 마지막 날은 곤란해요.
aaaaaa;그럼 마지막 날에는 그 오드아이나 쉬라고 해. 어차피 걔는 아무 날이나 상관없을 거 아니야. 나도 마지막 날에는 못 쉬어. 그 날이 제일 조심해야 하는 날이잖아.
코뿔코뿔:확실히 저도 마지막 날은 부탁받은 것이 있어서 힘들 것 같네요.
큐티:아. 오빠는 그 날 잘 부탁할게요!
코뿔코뿔:아니. 아직 확정난 것은 아니고... 조만간에 우리 쪽으로 와. 애들에게도 정식으로 소개를 해야지.
큐티:네~♡
절대무적드래곤:납득이 안 가! 왜 우리 쪽이 아닌데 저 녀석 쪽인데?!
큐티:거기보다는 이쪽이 조금 더 믿음직하니까요. 부원의 질이나 힘이나... 무엇보다 저, 월광고 안의 불손한 움직임은 조금 별로라서요.
>>368 애린이 때문에 마음이 애린... 🤔🤔🤔🤔 의도하진 않은 네이밍이지만 말장난 넘 재밌고, 근데... 마냥 방치만 하는건 아니니 다른 의미에서는 애정 아닐가...? 특별하게 여기기도 해주구... 일단 신변걱정 정도는 해주구... 🤔🤔🤔🤔 (?)
>>373 쩜녜 이미 익숙해져서 그냥 애정표현 중 하나로 받아들였대, :3c 그치만 이젠 중요에서 특별로 올라갔구! 4렙이니까 이정도는 탈출할수 있겠지...? 하면서 친히 테스트도 해주시고! 이런 부모님 세상에 없습니다! (진짜 없음) 휴먼은 맞고 저지먼트도 맞는데 킹왕짱은 아냐! 킹왕짱은 으누야! (일단 맞음)
>>374 애끼고 있음! 진짜임! 평범한 사고방식의 애낌은... 어... 아닌가? 🤔🤔🤔🤔 글구 마지막 문단은 그거 맞아오~~~ 아뉘~~~ 코뿔소들 다쳤다면 당장 달려가야지~~~ 게다가 월월이자나~~~ 괴이부로서도 가야지~~~
3학구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병원의 상담실에 밝은 목소리가 채워진다. 리라는 일주일의 휴가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고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재잘거렸다. 그에 맞춰 선경의 얼굴 또한 밝아진다. 위험한 임무를 다녀온 다음부터 줄곧 상태가 불안정했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휴가가 그에게 꽤 좋은 전환점이 되어 준 모양이다. 덕분에 상담은 꽤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된다. 이따금 보이던 방어적인 태도도, 까칠함도 오늘은 없었다. 물 흐르듯 진행된 대화는 평화롭기 짝이 없었고 리라의 마음은 언제보다 가볍다.
"그럼 가 볼게요! 다음 주에 봬요!" "잘 가요, 다음 주에 만나요."
다정한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처방전을 카운터에 제출하면 약봉투가 나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리라는 출입문 앞의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혜성 [혜성 언니] [혜성이 언니] [케이크 쿠폰 기간 연장해 주는 거 안 잊어버렸죠?] [늘려주기로 한 거예요~ 약속했어요~]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갈게요! 언니 최고~]
술기운에 놔 버린 말 이대로 놔버리기로 작정했는지 '선배님' 은 어디다가 버려놓고 그렇게 메세지를 보낸 리라는 그대로 화면을 끈 다음 고요한 병원 내부를 천천히 훑어본다. 위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곳은 환자가 많이 오가지 않았다. 눈에 띄길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다. 조금 낡은 감 있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장소. 인천첨단공업단지에서, 아니,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서 몇 안 되는 리라의 온전한 안식처. 그래도 환자가 있어야 유지가 될 텐데 이대로 괜찮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출입문이 열렸다. 문이 밀리면서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이 하복을 입어 드러난 팔에 닿는다. 추운 날씨도 아닌데 어쩐지 서늘한 기분이 들어 시선을 돌리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복으로 바뀌었지만 소속을 알아보지 못할 수 없는 교복. 반갑지 않은 얼굴. 뱀 같은 눈동자. 눈이 마주쳤다.
-이리라 씨, 약 나왔어요. 다음 예약일 일주일 후로 잡아드릴게요. "......" -이리라 씨? 아, 박호수 씨 오셨네요.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박호수는 돌처럼 굳어버린 리라를 남겨두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힌다.
날이 더워지자 해가 저무는 시간 또한 늦춰졌다.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덜 저문 해를 바라보며 건물을 나서던 박호수는 문득 강한 힘에 끌려가 한참 떨어진 골목의 담장에 등을 부딪힌다. 어떤 새끼인가 하고 통증을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 하얀 장갑을 낀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녀 하나다. 한쪽 팔이 붙잡힌 채 멍하니 리라를 마주보던 박호수의 입에서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오랜만이야, 리라. 그동안 왜 연락 한 번 없었어? 하복으로 바뀌자마자 메세지 보냈는데." "너 차단했으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 팔 부러뜨리기 전에." "......차단? 누구 마음대로 차단을 해?"
팔 부러지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가. 불쾌함 위에 황당함이 겹쳐 올라갈 때, 손에서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하얀 장갑이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리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따끔거리는 손을 붙잡는다.
"너 미쳤," "뭘 새삼. 후... 어디 봐, 다쳤어?" "다치든 말든! 나한테 손 대기만 해 봐." "...팔 부러뜨린다고 엄포 놓은 사람 치고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네."
서슬 퍼런 눈빛에 박호수는 라이터를 든 손을 살짝 들어올리고 한 발자국 떨어졌다.
"어차피 실행 하지도 못 할 협박 말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 리라야. 나도 궁금한 게 많아."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왜 여기 있냐고." "아, 그건 좀 얘기가 길어지는데... 월광고등학교도 시위 관리 나갔다가 큰일 났던 건 알지? 우리 부장님도 크게 다치셨고 부원들도 한 사람 빠짐 없이 중상 경상 다양하게 입었어. 나도 꽤 다쳤고." "그래서 뭐야? 트라우마 치료, 뭐 그런 거라도 해?" "정확히 맞혔어. 그런 일을 겪었는데 충격을 안 받을 순 없더라."
거짓말. 리라는 빨개진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박호수를 노려본다. 거짓말이다. 숨길 생각도 없는 거짓말.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근데 왜 하필 여기로 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네가 여기 있잖아. 처음에는 학교로 찾아갈까 했는데 더 확실하게 만나려면 이쪽이 낫겠더라고." "양심도 없어?" "요즘 연락도 안 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나 입원했을 때도 연락 한 통 없고 말이지. 그 때 그렇게 헤어졌었는데." "내가 너한테 연락을 왜 해." "못 보던 사이에 좀 까칠해진 거 같다." "기분 좋았는데 방금 누구 때문에 바닥 쳤거든. 그래서 뭐야? 대화하자고? 어디 해 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하나 궁금하긴 하네."
땅거미가 지고 있다. 리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는 걸 보던 박호수는 주머니에 라이터를 집어넣고 두 걸음 더 다가간다.
"하복 입을 때까지 네 의견이 그대로라면 존중해줄 생각도 조금은 있었는데, 한번 죽을 뻔 하니까 새삼 깨달은 게 있어서 말이야."
포스트잇을 꺼내고 펜을 쥐려던 손이 덜 가신 통증으로 욱신거린다. 미끄러져 바닥을 구르는 볼펜을 검은 신발 신은 발이 짓밟는다.
"15주년 행사. 같이 갈래?" "풋."
아. 못 참았다. 제 입을 틀어막고 고개 돌리는 리라의 옆얼굴에 의아함 섞인 사나운 눈빛이 그대로 날아와 박힌다.
"왜 웃지?" "아, 아냐. 하아... 대답, 대답은 해야지. 잠깐만 기다려 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파들파들 떨리는 어깨에 상대의 표정은 점점 더 기묘하게 변해가지만 그런 건 리라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골목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자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옅은 색조를 띄고 반짝인다.
"음~ 싫어!" "예상은 했지만 기분 좋은 대답은 아니네. 왜?" "질문 전에 먼저 여태까지의 본인 행동을 돌아보지 않으실래요, 박호수 씨?" "같이 가는 편이 좋을텐데." "협박 말고 제대로 된 대화 하자던 게 누구더라~" "협박이 아니라 조언이야. 나랑 같이 가는 게 나을걸."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세요." "그래?"
한순간 공기의 흐름마저 멈춘 듯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 리라는 미리 그려놓았던 끈끈이 풍선을 몰래 손에 쥔 채 상대의 동태를 살핀다. 하지만 경계한 게 무색할 만큼 상대는 별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 아니, 웃었다.
"그래, 그럼. 축제 재밌게 즐겨. 그 다음에 보자." "아뇨, 앞으로 보지 말죠. 소문 퍼뜨리든 말든 맘대로 하고. 어차피 뒷받침할 증거도 없잖아, 당신. 안 그래? 이제 헛소문 조금 따라붙는 건 아무 상관 없어. 믿어주겠다고 해 준 사람들이 많거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네."
그 믿음 언제까지 가나 지켜보지. 낮게 깔린 음성이 곁을 지나치며 섬뜩하게 깔린다.
"그래도 병원은 와야 하지 않겠어? 곧 다시 보자, 리라."
데어버린 손바닥이 점점 화끈거려 오는 게 불편하다. 리라는 인상을 찌푸린 채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빨갛게 된 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병원을 가야 하겠지. 머리가 지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