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의문을 표했다. 그녀도 말재주라면 꽤 있지 않은가. 거기다 타인에게 먼저 도움을 청할 성격도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하지 않던가. 그런 그녀가 협력을 구하고 싶다고 그 사람을 설득해달라고 하는 것에 토고는 직감했다. '쪼까 빡셀것 같은디...' 냉큼 승낙하기엔 보수도 없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여러모로 하자가 많은 부탁이다. 그렇기에 토고는 더 물어본다.
"첫번째로 와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일단 즐길 건 즐겨야지. 토고는 조금 작은 소리로 거기다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기능을 사용하며 헬멧의 스피커로 통화를 하며 걷는다. 아싸 공짜 음료. 중간 중간 토고가 "고맙습니더. 아싸 공짜 포도주스" 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어떤 우려를 하시는 줄은 알지만 공교롭게도 저는 다른 일이 있어 그 사람을 설득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요." 네가? 말의 끝에서 대체 어떤 상대이길래 언변이라면 꽤나 자신있을 그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느껴졌다. 게다가 특히 말재주나 득실을 따지는데 있어 비슷한 류인 토고에게 다툼 이후로 솔직하게 대하기는 해도 무의식적으로 동류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존심을 세워 지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니 더 의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설명을 한다.
"설득해주었으면 하는 상대는 황서비고의 학생회장 자오 한이에요. 이명은 천자이고, 토고씨도 잘 아는 그 사람이 맞아요." "지금 저는 바티칸 중앙도서관에서 마카오에 출몰한 인형의 출처에 관련하여 조사중이라 여유가 없어요. 무엇보다 저는..." 순간적으로 마음에 걸리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입밖으로 내려다 가까스로 멈춘다. 물론 천자가 자신과 다른 나라의 그것도 거의 10년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흥미가 있을거라 생각치는 않지만. 그녀로서는 걸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저희 쪽에 저를 제외하고서 적극적으로 적을 추적하고 그 세력을 분석하는데 능한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시시각각으로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 한시가 촉박해요." "그러던 차에 제가 아는 분들중 이런 협상과 설득에는 토고씨가 제일이라 생각들어 연락들었어요."
포도주스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전화상으로 들린다. 저는 도서관에서 실컷 논문과 논문과 해명만 하던 참이건만. 더 이상 미워하지는 않지만 참 그를 대할 때 묘하게 약이 오르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카페라도 들르신 건가요?" //5
꿀꺽꿀꺽 캬... 맛 진한 거 봐라! 여는 큐브 스테이크고.. 오... 이 냄새... 이 크기.. 소시지다!!! 역시 독일은 소시지지. 암! 토고는 소시지도 구매하며 통통하게 육즙 오른 소시지를 이빨로 껍질을 뚫는다. 탄력감 넘치는 껍질이 순간적으로 팟! 끊어지며 내부에 갇혀있던 육즙이 폭발하듯 튀쳐나와 입 안을 각종 향신료와 돼지고기가 오랜시간 만나 서로 이루는 조화로운 맛을 선사해줬다. 쓰읍.. 맛있다... 여기에 빵 끼워서 다진 양파랑 피클 넣고 머스타드.. 아니, 소금으로만 먹어도 맛있겠다...
"아, 미안.. 제대로 못 들었다."
먹는다고... 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다.
"자오 한. 천자 녀석을 설득해달라는기제? 바티칸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토고는 잠시 소시지를 우물우물 먹고 삼킨다.
"요약하믄 바쁘기도 하고 천자를 설득하기엔 내가 적합해 보여서 부탁하는기제? 마침 내도 독일이라 가라면 갈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정확한 위치다. 천자의 위치.
"천자, 고놈아가 바티칸에 있나? 바티칸 어디? 그 신원부터 내가 찾아야 하는 기라믄.. 쪼까 힘들고 엇갈릴수도 있데이. 알고 있제?" "그리고 바티칸이 심상치 않다면 거기에 가는 내도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말해도가. 뭔 일인데?"
전화 너머로 들리는 먹방 asmr에 린은 먹는데 정신이 팔린 상대는 못 알아챌 작은 소리로 콧방귀를 꼈다. 마카오 사건을 끝내고 공교롭게도 후련하게 먹고 마시고 식사 타이밍을 즐기던 중에 그녀가 끼어든 모양이다. 마침 방금 전에 술에 꼴아 잠든 사제와 대화했더니 여태 비어있는 배의 굶주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참아야 하느니라...이 모든 고난도 나중에 신께서 알아주실테니, 참는다.
"네. 정확하셔요." 먹고는 있어도 토고 쇼코 특유의 회전이 빠른 머리로 핵심은 다 캐치한 것 같았다. 게다가 마침 독일이라니 무슨 일이지는 알 수 없으나 잘 되었따 생각하면서 얘기를 이어간다.
"바티칸 근방에 머무르고 있다 보았어요. 딱 지금 출발하시면 따라잡으실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그런 거라면 당연히 말씀드려야지요 키르카 보디악과 같은 존재가 바티칸에 나타난 것 같아요. 아니, 출몰한게 거의 확실해요" 천자의 위치를 메세지를 통해 좌표로 찍어 보내며 답한다.
토고는 남은 소시지를 마저 다 먹고 말한다. 아, 목마르네. 다시 포도주? 아냐. 깔끔하게 끝내고 싶어.... 탄산수! 그래!! 라임향으로 상쾌하게 입 안에서 톡 쏘는 탄산과 시원한 액체가 목구멍을 통과하며 기름진 육즙을 씻어내준다. 이거야... 이 맛을 위해 난 살아왔다고!!! 이거 돈 된다!!! 비상식량으로라도 몇 박스 구입해서 가져가야지. 우헤헤헤헤
"그라믄... 뭐... 우짤 수 없네. 내 솔직히 바티칸에서 그렇게 날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더 놀랍지마는.. 신성...과 개입되어 있다고 한다면 납득은 간다. 바티칸이 어디고? 신성이 가득한 장소 아니가. 다르게 말하면 의념이 가득한 장소고."
"말씀대로 장소도 장소이며 저는 종교인이니까요. 의례 그러하듯 그런 문제에 예민해서요." 상대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며 완곡하게 돌린 화법으로 사태의 심각성과 그의 추측이 맞음을 전달한다.
방금 전까지 읽은 줄글과 실컷 생각해두었던 여러 협상 방안과 그 외 기타 등등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일행과 연락은 어떻게 해야할지 골치 아픈 문제들을 처리하는 머리 한켠을 시원하게 넘어가는 음료수 소리가 치고 들어온다. 머리 한켠이 원초적 본능에 의해, 과열된 머리가 초자아와 자아가 이드에 굴복하여 어린 애처럼 목 마르다를 외치는 것을 애써 아직은 멀쩡하게 돌아가는 부분으로 누르면서 대화를 한다.
소시지, 포도주스, 탄산수.. 좋아. 포장해야지~ 잔뜩 사야지~ 토고는 정보원에 대해서 모르는 그녀에게 자기는 이랬다는 식으로 입을 열어 말해준다.
"극비라서 대부분은 어디로 가서 정보원에게 자세히 들어라. 이러지 않나? 내 의뢰는 그랬다. 자세한 건 정보원을 통해 들으라고."
흠... 아니 잠깐... 바티칸은... 신앙의 개입이 높은 곳이야. 하물며 그런 바티칸에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의 개입이 확인되었다? 그걸.. 대놓고 말할리가 없겠지. 이건.. 가디언과 바티칸은 별개의 세력이다. 라고 보는 게 옳겠군.... 토고는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다 다시 입을 열어 대답한다.
"가디언과 바티칸은 별개데이. 바티칸에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에 의해 되살아난 망자가 있다... 라고 한다면 입장이 어떨것 같은데? 흠... 아마 정보원도.. 없을 것 같데이. 바티칸에는. 직접 사제들의 신임을 얻으며 확인해야 하는 것 밖에 없겠는데?"
누가 되살아났는가... 에 대한 것도 추론이 불가능하니 이변이란 이변은 싹 다 뒤져보거나 혹은 사람들의 입에서 정보를 캐내야 한다.
나 지금 시나리오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다들 해외 어딘가로 파견나간 느낌이야? 독일 느낌 나던데. 기사재전? 그런데 가는 과정에 gp가 많이 필요하고 그랬어? 정식으로 복귀해서 진행 참여하게 되면 대충 누구한테 연락받고 아 오랜만임 ㅇㅇ 여기 이런거 있는데 오실? 해서 합류하는 쪽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은데. 연락하는 내용은 가볍게 일상으로 풀어도 좋겠고.
"어머 감사해라." "앗..." 순간적인 기습에 본능에 굴복해버려 제 반응에 굳은 암살자겸 새싹 교주겸 심상찮은 과거가 있는 여자 되시겠다.
"저도 그럴 줄 알고서 지역 가디언 협회에 가보았지만, 잘 모르겠네요. 지령은 어떤 식으로 왔었나요?" "아무래도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여기에서는 그 교단과 관련 신에 대해서 발언을 조심하는 게 좋아요. 물론 저는 다른 이유로 더 조사를 받긴 했지만 그 주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태호군은 사정을 듣더니 원숭이 손으로 부르자 하셨어요."
토고가 정확하게 문제를 짚어내자 더 숨기지 않고 그런 이유로 마침 곤란했던 차라 말하며 주의사항을 더한다.
"...실은 이미 수면 아래서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조사중인 사제님으로부터 부활자로 의심되는 자의 사진을 전달받았어요."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