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겨울 바람이 차갑거늘 세상은 봄이다. 계절을 거스르는 기이한 무공과 함께 나타난 습격자는 당신을 지붕 위에서 거만히도 내려다 보았다. 얼굴을 온전히 가려버리는 가면 탓에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지금 고개가 당신을 향하고 있으니 어딜 노려야 할지 여유로이 가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느릿느릿한 손길이 가면 위로 한 가닥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네 기만이 하늘을 찌르기 그지없구나. 살초 하나 받아주고 기회 준다 하니, 파마전율이라기엔 전율 느끼는 것들이 어리석을 정도지 아니하더냐. 오만한 것들 따르는 건 네놈들 특성이더냐? 그럴 것이면 귀의라도 하거라. 여기 오만한 놈들이 세고 세었으니 다들 만족은 하겠구나."
피하거나 막지도 않은 주제에 저리도 덤덤한 모습이니 살수 입장에선 기가 찰 일이리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몸이 반응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알고싶은 생각 없단 이야기에 단검을 쥔 손아귀에서 가죽끼리 맞닿아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됐지. 당신 또한 한 패다. 전서구 꺾어 보낸 것이 네 뜻일수도 있겠다. 그래, 그렇겠지. 당연히 그럴 테지. 마교도라며 피 흩뿌려 죽여버리고는 그 마교도 기만했으니 얼마나 즐거웠을까.
"마지막 기회라. 가르치려 드는 것들은 이래서 싫구나. 적당히 손보면 노인장만 죽이고 우리는 살려달라느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느니 하며 빽빽 소리 지르다 죄다 죽을 터면서."
습격자는 팔짱을 끼더니 한 손을 들어 제 뺨에 댔다. "그 양반 재밌긴 했지." 긴 손가락이 무기질적인 가면을 일부 덮고, 팔을 괸 다른 손은 손가락 하나 자유로워 단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얘, 하나 묻자꾸나. 폐관으로 재미 좀 봤더니? 성취는? 아, 그래. 죽여보는 게 좋겠다. 어디 그 실력 한 번 보자꾸나. 내 직접 보아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동시에 다리에 내공 싣고 지붕에서부터 쏘아지듯 달려드니, 존재는 단검 휘두르지 아니하고 가죽에 가려진 길쭉한 손 뻗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지만 자세히 보면 무언가 다르다. 조법이라기엔 네 손가락 곧게 뻗고 엄지는 손바닥에 붙여두거니와, 손목에 불룩한 것이…….
수라선 - 혈월선
소매에 꽂아둔 부채 그대로 엄지로 밀어 펼치고, 손목 단숨에 꺾어 상향세로 올리려 드니 노리는 곳 정확하게 가슴팍이다. 살며 부채를 암기로 쓰는 살수요 하물며 마기 짙은 살수는 사파에 없을 터이니, 마교도임은 틀림 없다.
"말했지 않나.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상제든지, 천마든지, 그 누구도 내 믿음을 받지 못할 것이다."
설령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믿는다고 구원이 찾아오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는 누구의 구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그 끝에 기다릴 허무한 파멸이었으니. 다만 먼지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싸우는 것, 그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바라는 죽음은 그것이고, 바라는 삶이란 또 다른 것이었지만... 그것들을 전부 제 손으로 망쳐버렸으니.
자객이 말함에도 그는 칼을 뽑기는 커녕 손잡이를 건드리지조차 않는다. 어쩌면, 내공조차 쓰지 않는 듯 했다. 벼락과 같은 소리를 뿜어내는 뇌기가 그의 몸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 많구나. 나를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라도 있느냐?"
어쩌면 자객을 보낸 이가 자신의 진심을 캐내오라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 경비 삼엄한 남궁세가에 들어올 정도면 자객을 보낸 이가 누군지는 쉬이 알 법도 했다. 더군다나 비수가 아닌 부채를 쓰는 자객이라니. 사파의 살수들은 그런 암기를 쓰지 않는다. 허나 그는 그런 것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언급할 자격이 없는 것일지도.
"빨리 죽이거라. 나를 죽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
그의 말과 함께 자객의 몸이 쏘아져 나온다. 이번에는 제대로 반응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칼의 손잡이 위에 손 올렸다. 허나 그럼에도 뛰지 않는 심장이라니. 그는 조용히 손잡이에서 손을 떼어냈다. 정말로 제 몸이 스스로를 뉘일 곳을 여기로 정한 모양이었다.
"....하하. 생각보다도 별거 없구나."
가슴팍과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히죽 웃으며 눈 앞의 자객을 향해 손 뻗는다. 손은 자객의 가면을 벗기려는 듯, 재하의 얼굴 앞을 허우적거렸다.
벗겨졌든 아니든, 그는 이미 자객이, 혹은 자객의 뒤에 있을 이가 최소한 누군지는 알았기에, 피흘리면서도 히죽 웃을 뿐이었다. 생각보다도 죽음이란 별거 없었지만, 이만한 죽음이면 만족스러웠을지도 몰랐다.
"함께....떨어져달라고 했었으니..."
피가 흘러내려 말을 더듬었다. 그날 난간 밑에는 내가 없었다고 했었던가. 나는 그날 생각했다. 난간 위에 없을지라도 난간 아래에는 반드시 있겠다고. 그래, 이만하면 그 아래에서 기다리는 것 아닐까. 그는 적어도 그리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