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일상이라는 것은 마치 복잡한 톱니바퀴와 같다. 아무런 나쁜 일이 없는 평소와 같은 일상이라도 매일 같은 일을 쉼없이 반복하다면 녹이 끼고, 삐걱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중원 어딘가에서 평소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야견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같은 업무. 영역다툼에 걸린 흑도에게 술을 끼얹고 횃불을 던져 통구이로 만들기. 싫어하는 일은 아니지만, 응 아니지만...
“....배가 고파졌다...”
흑도를 끔직한 비명을 뒤로하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야견. 이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에 윤활유가 필요하다. 영혼에 자극을 주고,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야견. 오늘은 매일같이 가는 주점말고 다른 곳으로 가볼까. 그래, 저기 저 이국적인 객잔처럼. 야견은 조용히 객잔으로 들어간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 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무림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첩. 그 단어가 시사하는 바는 많았다. 정파, 그것도 남궁세가의 일원에게 사랑받은 결과, 정치적인 입지에서의 가장 큰 약점, 혹은 치부, 중원에 일으킬 커다란 파장…….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실은 재하를 보내주었고, 교국에서도 이렇다 할 말은 없었다. 재하는 그 이후로 쥐 죽은 듯 살았다. 언젠가 이 약점이 발목을 잡을 것임을 알았기에 재하는 자신의 목을 더듬으며 그 순간이 왔을 때의 변명을 고르고자 한 탓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자신에게 첩이라는 이름의 목줄을 내건 남성이 찾아와 잘 버텨주었노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재하가 쥐 죽은 듯 살듯, 그 또한 소식이 없었다.
첫날은 무던히 넘겼다. 혼란을 수습해야 함을 익히 알기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혼란은 여전하리라 믿었다. 최소 두어 달은 버틸 수 있었다. 신강과 안휘는 멀거니와 보통 사안이 아니리라. 그러니 견딜 수 있다. 전서구를 보내도 답장은 없다. 쏟아지는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히 잊힌다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났다. 전서구는 여전히 답장을 가져오지 않고, 기루에 찾아도 그는 없었다. 은야는 모른단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걱정 한 것은 이것이었노라, 네가 이 사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까 두려웠단다. 재하는 눈을 깔며 그래도 이리 누이 볼 수 있어 기뻤노라 얘기했다. 이곳에도 없다는 허탈함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란 재회의 기쁨이었음을 두 사람은 익히 알고 있었다.
두 달. 재하는 수련에 열중했다. 세 달. 밤에 마시던 술이 두 병 정도 늘었다. 넉 달. 재하는 향을 피우며 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곱 달.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를 쥐어잡을 수 없는 성정 탓에 이마에 손을 얹고 몇 날 며칠을 떨었는가, 손톱을 자근자근 깨물 수 없어 입술의 속살을 몇 번이고 깨물어 터뜨렸는가, 몇 날 며칠을 울었고 불안해하였는가, 버림받았노라 생각하며 얼마나 머리를 벽에 박아댔는가, 손톱에는 피가 묻어있고, 깃을 세워 목을 가린 옷은 다시는 내려가지 않는다. 술은 여전히 물과 같다. 제 수족인 요괴의 품을 빌리지 않으면 잠들 수 없어 행여나 따로 잠드는 날엔 밤새워가며 일에만 집중했는가, 그렇게 서너 번 쓰러지고 수면향에 의존해 눈 붙이길 얼마나 하였는가, 망상 속의 당신을 떠올리며 꿈에서나마 위안을 얻은 것이 몇 달이나 되었나…. 그마저도 불길한 꿈을 꾼 듯하여 재하는 당신을 만나는 꿈을 꿀 때마다 망상 잇지 않고 바로 깨어났다.
이제 전서구는 첩을 아니꼽게 보기 때문인지 되돌아오다 못해 다리가 꺾여 돌아온다. 재하는 전서구를 더 이상 보내지 않기로 했다. 혈서는 방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이따금 종이 태우는 냄새가 뒷마당에서 아릿하게 피어올랐다. 그러나 교국은 안온하고, 감찰국은 평온하며, 일은 순조롭다. 개방을 죽였고, 절정의 경지에 올랐으며, 주군께서 화경에 오르셨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재하는 스스로라는 반경만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이지러지고 마모되는 감정과 첨예하고 예리한 신경으로 살아갔다. 새하얗던 머리는 더 새하얘지고, 눈가를 덮는 애처롭고 병약한 빛은 진해졌다. 미의 정점을 찍은 뒤 세월이 흘러도 그 아름다움은 점점 농익어 마침내 찬연함을 품어내는 날.
재하는 오늘 치 기도를 올리고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모쪼록 정양하십시오, 국장님." "없는 동안도 잘 부탁합니다."
재하 몸이 무너졌노라 상소문 올리니 주군께서 요양을 허하셨다. 모두 알고 계시면서도 아량 베풀어주심에 무한한 감사를 올려 오체투지하였다. 남궁세가는 안휘의 왕이나 다름이 없으니 그 경비 또한 삼엄했다. 누군가 멀리서 느릿느릿 걸어오자 문지기들이 예민할만치 그 존재를 막아세웠고,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온몸을 휘감아 가린 검은 면사 너머로는 패를 든 고운 손만이 빼꼼 나올 뿐이었다. 절강대협의 것이다. 둘째 공자의 손님임을 확인한 그들은 미심쩍은 눈길로 불청객을 위아래로 훑더니만, 무언가 느끼고는 길을 터주며 제각기 쑥덕거렸다. 저거 그것 같지. 그래, 그 마두. 막아세워야 하는 거 아냐? 글쎄, 일단 두고 보자고. 불청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들어섰다. 뒤늦게 막아세우려 했으나 품에서 패를 하나 더 꺼내 흔들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저마저도 남궁지원의 것이다. ……몸 내어준 날 슬쩍한 것이리라.
익숙한 곳으로 가면 관리는 되어 있으나 그렇게 멀쩡하지 못한 별채 하나 있었다. 시비 하나가 빗자루로 바닥 쓸고 있으니, 불청객은 시비에게 물었다.
"어찌 이리도 부산한 것이온지요."
목소리를 들은 시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셨군요." 짧은 말을 뒤로 시비가 눈을 흘겼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여버린 첩이, 그것도 남첩이 여전히 내키지 않지만 모시라는 명 받았으니 어쩔 수 없이 답할 수밖에 없었다.
시비를 휭 지나치자 당황한 듯 손 뻗으나 구름 위를 밟듯 가벼운 걸음은 이미 저 멀리 둘째 공자가 있을 안채를 향하고 있었다. 면사 드리운 멱리가 벗겨져 툭 떨어지고, 새까맣게 물든 머리카락이요 휘날릴 적 불청객은 자신의 정보력에 다시금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불청객은 천천히 남궁세가 안을 둘러보았다. 제 집 드나들듯 편안하고 우아한 걸음을 뒤로 저 멀리 검은 머리카락을 가면 속에서 마주했다. 많은 것이 달라졌으나 이 존재는 안다. 저 머리카락을 감히 상상한 적이 있고, 아직 그의 체향을 코가 기억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저 손마디의 감각을, 크기를, 온기를 안다. 착각할 리 없다. 찾았다. 보폭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공 담아 소리라곤 일절 없는 뜀박질이 되었다. 그리고 날갯짓하듯 픽, 소리 났을 뿐이다. 그렇게 높이 뛰어오르더니, 허공에서 벚꽃잎이 피어났다.
천앵 - 낙앵
만천화우와도 같이 수백 개의 벚꽃잎이 재빠른 속도로 하강해 당신이 있을 곳을 습격하려 들었다. 동시에 습격자는 꽃잎 속에 몸을 숨기더니만, 아래를 향해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품 속의 작은 단검으로 목을 일부러 스치려 들었다. 공격에 담긴 것은 흔한 장난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나 볼 법한 진득한 악의와 살의가 담겨있었다. 이 존재도 진즉 무덤 두 개 파 둬 자신의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
남궁세가 한복판에서 겁도 없이 사이한 무공과 함께 직계의 목을 노리려 들었던 존재는 미처 붙잡을 새 없이 재빠르게 뒤로 훌쩍 뛰어 지붕 위에 안착하려 들었다. 허리를 곧게 세운 습격자는 살수들이나 입을 법한 옷차림에,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고이 틀어올린 채였다. 울림 좋은 나른한 목소리가 날씨가 좋다는 양 실로 오만하다. 적어도 당신은 들은 적 없는 소리일지라.
의외로 객잔 안쪽은 허름한 편이다. 게다가 주인장으로 보이는 이마가 넓은 남자가 지붕을 보수 중이다. 으음, 맛집을 찾아내는 내 감이 무뎌졌나. 아니. 오히려 이건 좋은 기미일수도 있다. 주인장이 내부 관리에 힘을 쓴다는 의미니. 그건 그렇고 내부 장식이 많이 특이한 편인데. 어디선가 본듯한, 그러나 절대 익숙하지는 않은 문양이나 글귀가 곳곳에 있다. 희안한데.
“음.....주인장이 자신있는 걸로 하나 주시오.”
접대솜씨는 훌륭하다. 뭔가 감정이 끓어오른 듯 하다 다시 평정을 찾는 모습에서 전문 요리사의 관록이 느껴진다. 점소이 역할도 본인이 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한 야견은 주문을 요리사에게 맡긴다. 언뜻 주인을 믿는 듯한 말이지만. 잔뼈가 굵은 자라면 이것이 요리사를 시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겠지. 무림인의 비무와 견줄만큼 복잡난해한 승부, 요리인과 손님의 승부가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