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7년의 시간만 따지면 변한 것은 없다. 전혀 늙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늘이 내린 동안임에도 변화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침침한 눈그늘은 지워지고 나무 비녀를 꽂았던 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찰랑거린다. 인상과 분위기의 변화다. 심지어 연초 향마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옅어졌으니.
"아니, 잠깐..."
귀가 아리며 검은 환영을 펼치나, 검을 쥔 자 까지 환영 뒤에 숨지는 못한다. 검수를 보면 검로가 보이고, 검로가 보이면 선이 읽힌다. 그녀는 선 밖으로 총총 걸어서 피했다.
이쯤 하면 경지의 차이가 저 쪽에도 보였을 것인데 멈출 생각을 않는다. 경지고 나발이고 건드리기만 해 봐라 나는 남궁세가다. 기억 상 지원이 그렇게 굴 사람은 아닌데?! 자살희망자도 아니다! 지원에게는 가족이...
....설마? 직감이 솟은 그녀가 자연지기를 움직인다. 속세와 떨어져 살아도 속세를 향한 귀는 닫히지 않았다.
"갈!! 결혼 생활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나한테 화풀이하느냐!"
[생장선술 - 과성장] [생장선술 - 친화]
땅이 꾸물대더니 나무뿌리들이 화산이나 지룡처럼 터져나왔다. 적당히 잘라서 땔감으로 쓰거나 씹어서 즙을 마실만한 뿌리가 아니다. 물처럼 흐르듯 자라며 꾸불텅대는 것이 이 세상의 뿌리가 아니다. 그녀는 뿌리를 몰아 지원을 그대로 묶어버리려고 했다.
피가 낭자하던 봄날은 가고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일에 매진하여 여러 공을 세우기 시작했지마는 개인의 삶은 나날이 무너지니, 실로 끔찍한 나날이었다.
이따금 재하는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꿈을 꾸곤 했다. 그리고 온몸이 불타는 듯한 격통에 잠에서 깨 하루를 지새웠다. 차라리 죽음의 공포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재하를 옭아매며 명줄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은 따로 있었다. 존경하는 사람에게 제 출신을 들켰고 그 이후로 연락 한 번 할 수 없으니 불안은 쌓이고, 낮은 자존감에서 기인한 피해망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단순히 목을 내리치던 꿈은 날을 거듭할수록 경멸과 혐오, 그리고 절연을 외쳤다.
남궁세가에 전서구를 보내도 편지는 반송이요, 이젠 다리가 꺾여 돌아왔으니 미칠 노릇에 요란한 꿈자리까지 더해지니 재하를 결국 한계 끝자락 주변으로 몰았던 모양이다. 이마를 몇 번이고 짚으며 다른 손으로 목을 더듬던 재하는 결국 잠시간의 휴가를 냈다.
그리고 지금, 재하는 후회했다. 요녕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신강과 요녕 사이의 거리도 있지만 그 순간 몇 번이고 마음이 뒤집혔다. 반기지 않을 것이니 돌아가라, 죽일 것이니 도망쳐라, 네가 무얼 잘했다고 거기까지 발걸음을 하느냐, 나무가 보일 적이면 밧줄이 같이 보이는 듯싶었고 중간에 객잔에 들릴 적이면 찻물에 독이 있으면 했다. 전자는 범무구가 어깨에 얹고 뛰어 매달 새도 없지만 후자는 반절 채 못 마시다 스스로 자리를 떠야만 했다. 그렇게 한 반절 정도 왔나? 재하는 그 이후의 기억이 끊겼고, 요녕 숲 근처 호수에서 놓았던 넋을 되찾았다.
"내가 미쳤지."
온정. 그놈의 온정이 무어라고……. 재하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객잔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정신적인 압박이 심해 또 몽유병 비슷한 것이 도진 모양이다. 멍청이!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 터인데 이리 와버리다니, 이 아둔해빠진 것! 이 와중에도 빼꼼 욕심이 나타나는 통에 마지막으로 숲을 나가 주변이라도 돌아볼까 생각이 들더니만, 이내 진실로 마음 접고 손을 모아 천유양월, 하고 기도문 떼었을 적이다.
"─!"
재하는 저도 모르게 부채를 꺼내 겨눴다.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던 압도적인 감각에 기가 눌려버린 탓이요,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기인된 객기였다.
요녕에서 겨울이 온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싸울 또다른 적을 만난다는 말이다. 먹을 것은 온전치 못하고 농사를 짓기에도 마땅치 못한 요녕의 땅에서는 겨울을 안락한 집 안에서 보내려 하는 것이 보통인 곳이다. 그렇기에 나무를 떼러 오는 이들의 발길마저 끊어지게 되고 숲은 긴 겨울동안 손님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찾아오는 모든 이들은 숲의 불청객이 된다.
한 손에 대검을 들고 중원이 숲으로 향한 것도 그런 이유다. 반로환동으로 어려진 몸으로 세가를 노다니는 것보단 차라리 인적 드문 숲에서 수련을 하고 호수의 물을 깨어다가 몸을 씻는 것이 그에겐 맘이 편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전의 반도 채 되지 않는 발을 놀리며 마른 가지로 앙상할 숲을 걸었다. 그러나 숲에 도달했을 때 중원이 느낀 것은 숲이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숲은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듯 이리저리 가지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몸에 파고든 이들을 내쫓지는 않았다. 그저 내민 것을 흔들며 자신들이 줄 것이 없음을, 마른 가지는 뗄감으로도 그 가치를 더할 수 없으리라는 듯 몸을 흔들 뿐이다.
그리고 중원은 그 곳에서, 맘 한 켠에 묻어두었을 인연을 만났다.
"네가 어찌....."
어린 아이의 몸으로 어울리지 않을 말을 뱉으면서도 그것에는 어색함이 조금도 없었다. 어려으나 재하에게는 외모와 다른 기운이 보일 것이다. 루주와 다른 이들의 감정을 엿보아온 그에겐 지금 중원의 눈이 당황을 말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에 미안함은 없었다. 아니. 있었더라면 오히려 그것은 모용중원이 아니라 믿었으리라. 중원은 검을 내려놓았다. 바닥 깊게 만년한철이 조금 뒤섞인 대검이 깊게 파뭍혔다. 깊게 뿌리내린 대검을 두고 느리게 걸음을 딛는다. 그러다가 입꼬리가 자그마한 삭을 그리면서 언제나 그랬듯 인사를 보낼 뿐이다.
"원망하러 왔더냐."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안다. 중원은 머릿속으로 재하란 사람이 자신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를 원망할 것임을 알았다. 사람을 믿은 자신의 잘못이요. 사람을 잊은 자신의 벌이리라고 하겠다. 그러니 중원은 그 말들이 머릿속에 떠도는 것을 대신하여 온기가 남은 왼팔과 온기를 잃은 오른팔을 벌리며 부채를 들고 경계하는 재하에게로 걸어갔다. 갑옷은 입지 않았다. 호신강기도 두르지 않았고 비취신공도 사용하지 않아 검은 눈이 재하에게 선명히 보였다. 뿌린 것을 거둘 때가 온 것이라는 듯 중원은 걸음마다 자신과 재하의 선들을 살폈다. 자신에게서 이어지는 푸른 선은 억지로 끊어내며 재하를 물들인 붉은 선들로 가득해졌을 때. 그러니 재하가 자신에게 무기를 휘두르면 저항 없이 죽어줄 수 있을 때. 중원은 기꺼이 입을 열어 자신의 말이 되었을 사람에게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