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그는 스스로가 무서워하는 것이 많지 않은줄 알고 있었다. 큰 착각이었지만. 그깟 치안대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 방금 일어날 뻔 해서, 아직까지도 손이 떨리는 느낌인데.
재하를 품에 안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설령 마교 전부와 싸운다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은데,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게 있었다.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이번 기회에 절실히 느꼈다. 진정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을. 그러니 더더욱, 제 것을 포기할 수 없어졌던가.
"글쎄."
재하의 물음에 답한 것은 무책임한 답이었다. 설령 이곳에서 제 집이 있는 안휘까지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꿈 속의 남궁세가가 저를 반겨줄지는 의문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품 안의 아이를 계속 쥐고있다는 안도감 뿐.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야겠구나. 사람들 눈을 피해서.."
숲속에 숨으면 일단 당장에는 안전하겠지. 그리 생각한 그는 재하가 살던 도시를 벗어나려 하였다.
재하는 당신의 품에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따뜻하다. 당신의 심장 소리가 어떤지 듣고 싶다. 피가 빠르게 돌기 때문에 심장 박동도 요란하겠지. 쿵쿵거리는 소리가 익숙하다. 금방이라도 당신이 제 머리를 부여잡고 탄성에 가까운 웃음을 쏟아내며 욕망을 드러낼 것 같았다. 자신이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속삭일 것 같았고, 그렇게 추락할 것 같았다. 지금의 당신은 멋진 형일 뿐인데 우스울 따름이다.
"으응……."
재하는 당신의 품에서 소매로 입가를 가렸다. 물 속의 언어처럼 먹먹하던 것이, 이제는 당신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봤자 떠나버릴 거면서. 입을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싶었다.
"조용한 곳……?"
그렇게 두고 잊을 거면서. 이곳을 떠나서 어디로 갈까, 안휘? 그리하여 목을 베고자 하나? 루주 죽였던 것처럼? 아무리 너절한 망상이라 한들 내 안의 당신이 갈수록 잔악해지는구나. 향에 취하는 모양인 듯싶다. 어서 깨어야 하는데…… 뜻 모를 소리가 울리고 재하는 천천히 얼굴을 덮어 가렸다. 언뜻 보기엔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형, 저, 저요, 무서워요."
왜 뜻대로 되질 않는 거야. 지금껏 잘 그래왔잖아.
"이, 이렇게 멀리, 나가본 적이 없어요."
이젠 선명히 느껴지리라. 이는 연기다. 열연이었고, 귀기로웁되 삶 그 자체였다. 재하는 당신의 품에서 가늘게 떨었다.
당신은 태산같은 존재인데. 쿵쿵거리는 심장의 박동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듣던 고개를 떼어 당신을 마주했다. 두려움에 수긍하고 멈췄다기 보다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당신의 모습에, 재하는 천천히 소매로 가렸던 입가를 드러냈다. 두렵다며 떨던 목소리와는 달리 아이 얼굴이라기엔 지나치게 딱딱한 무표정이었다. 아이의 모습으로 곱게 빚은 듯한 밀랍 인형과도 같이, 세상 만사가 질린다는 듯한 눈길이 당신을 향했다.
"……형."
아니, 나의 망상아. 재하는 조그마한 손을 뻗었다. 당신의 뺨을 쓸어주려는 듯 고사리손을 뻗던 것이 일순 멈춘다. 잠에서 깨어야 할 시간이라니? 화사한 봄날임에도 겨울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멀리서 풍령 딸랑거리는 소리 들려오고 아릿한 향 내음은 계화유에 섞인다. 재하는 돌처럼 굳어선 당신을 믿지 못하겠단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래."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품에 안긴 것은 어린 외형이되 더는 어리지 않았다. 아이의 몸이되 현세의 정신이었다. 아니, 어른이되 아이의 몸집인가? 아니,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재하는 담담하게 당신을 마주할 뿐이었다.
"이젠 이런 모습으로도 나타나는구나.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눈동자에는 절절한 사랑도, 그리움도 없다. 체념만이 가득하다. 당신을 어쩌면 그리움의 대상이었으나 체념까지 보게 되는 헛된 희망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꿈자리 망상의 대상으로. 재하는 기어이 울음도 웃음도 아닌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마다 꿈에서 깨려고 몇 번이고 당신을 해쳤는데, 이번에는 어떤 끔찍한 욕망을 마주하게 될까. 현실의 당신은 날…… 길들이고자 새장에 가둔 뒤 본인은 잊고 홀연히 사라질 것인데, 어째서 내가 깨어나 숨을 쉬며 부질없는 삶을 이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