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이그잼플 「캡틴...! 안 돼요! 그 드립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탕야오 도라하치 「요즘 86이라고 하면 라노벨 생각하지 누가 그걸 떠올린단 말이냥!!」
조용히 해──!!! 늬들이 두부 맛을 알어──?!
텐 스트로크스 「K... Kansei Drifto...!」
【겨울 피리어드】 1턴: 11/27 ~ 12/10 매일 아침 침대의 발치에 추위가 엄습해 오고, 털옷 없이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북쪽에 있는 츠나지에 추위는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겠지만, 눈꽃을 기대하고 있다면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계절이겠죠.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2/2)
【연말고사】 11/27 ~ 12/3 (>>1)
절대 피할 수 없는 세 가지. 죽음과 세금, 그리고 시험입니다. 한 해의 레이스도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달아 가고, 마구로 기념을 코앞에 둔 지금, 달리기가 아닌 마지막 장애물이 우마무스메들의 앞을 가로막는군요...! 【링크】
레이스 이론의 이츠무 선생은 알코올 소독제 냄새가 풍기는 손을 마주 붙이고 난처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2미터나 거리를 두고 있는데다가 방진 마스크 수준으로 두꺼운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뭐라고 웅얼거리는지 듣지 못할 법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죄송한데, 제가 좀 전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서 빨리 보건소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출제한 문제를 검수만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다음에 제가 스시 살게요! 비대면으로 사 드릴게요!"
그 말을 남기고 이츠무 선생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아 그대로 음압병실에 격리되고 말았다. 당황한 교직원들과 트레이너들 앞에 남겨진 것은, 이츠무 나나 선생의 1년간의 레이스 이론 강의를 집대성한, 약 30페이지 분량의 논술형 시험지였다.
우마톡으로 연신 「죄송하다」, 「이 죄는 죽음으로 갚겠다」, 「긴자의 참치 초밥 전문점을 섭외하겠다」, 「인연 토큰을 마구 뿌리겠다」는 내용이 날아왔지만, 병석에 누운 이츠무 선생은 지척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자는 오타로 얼룩져 알아볼 수 없었다. 어찌됐든 시험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트레이너들은 이마를 감싸쥔 오즈 학원장이 실신하기 전에 다 함께 달려들어 돕기로 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실의 우마무스메들은 교과서에 머리를 박고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우리 외할아버지한테 받은 유전자 비율을 내가 어떻게 알아!!!" "피치 주법이 있으면 마리오 주법이랑 쿠파 주법은 없나요─?!"
하여튼 이번 시험을 넘기고 유급을 면하면, 시니어 시즌에는 사실상 유급 걱정 없이 철밥통처럼 지낼 수 있다. 일본 각지의 트레센 학원은 단순한 기초교육기관이 아니라 성년이 되고서도 속할 수 있는 레이스 에이전시를 겸하는 단체이기에, 상위 학년으로 진급해야 한다는 압력에 비해 졸업에 대한 압박은 느슨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우마무스메들이여.
겨울의 한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녘 퍼펙트 원더는 지팡이를 짚으며 강변으로 향했다. 여전하다. 여전히 몸이 힘을 감당하지 못했기에 레이스 후에는 거의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하물며 그런 격전을 치른 후라서 그런지 지팡이를 쥔 손마저도 후들거리며 떨려왔다.
"......"
꿈에서는 다시 한 걸음 멀어졌다. 패배라는 글자가 한번 더해질때마다 멀어진다면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 멀어진걸까. 뭐 알고싶어도 알 수는 없겠지. 끼릭끼릭, 조금 오래된 휠체어의 바퀴가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하나쨩이었다.
"져버렸네. 미안하게. 거기에서 가속한다면 이길 즐 알았는데."
"아니, 나도 같은 걸 봤어. 딱 머리 하나차로 이길 수 있다고."
"그런가. 그럼 우리 함께 진거구나."
퍼펙트 원더는 졌는데도 기뻐 보였다. 우마무스메들이 뒤엉켜서는 혼돈을 이루어 낸 현장이었으니까. 한 수 한 수가 죽음에 이르는 공격들 뿐이었다. 어느 수에 운명을 걸고 깊이 읽을 것인가. 프로로서의 자질은 그것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퍼펙트 원더는 그것에 멋지게 실패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을 감이라고도 부르고 센스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그것을. 그 사고방식을 사람의 삶이라고 한다면. 퍼펙트 원더와 하나미즈키의 삶은 확실히 닮아있다.
"하나쨩."
"응?"
"나 최강이 되고싶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최강이."
퍼펙트 원더는 말했다. 언젠가의 맹세와 같던 말을. 하지만 이번에는 그 뒤가 있었다.
"언젠가 기력이 쇠해서 달리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거야. 세상에는 영원한게 없으니까."
"그러네. 카라스미에서 네가 보여줬잖아."
그러네. 하고 퍼펙트 원더는 마치 소녀처럼 웃었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너에 대한 사죄의 말, 너에 대한 감사의 말. 한때였지만 너에게 느꼈던 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감정. 이제는 그 무엇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언젠가 최강이 되면 말하기로 했다. 감사도 무엇도. 하나를 책임져야만 한다는 생각에. 하고싶지도 않은 말을 내뱉을 뻔 한 것이다.
"하나쨩."
"...응."
"마구로가 끝나면 호주에 다녀올게."
"이번에는 얼마나 걸려?"
"글쎄. 연수생으로 가는거니까. 실제 레이스에도 나갈 수는 있게 해준다는 것 같거든. 잘만 하면 이적도 해버리지 않을까? 뭐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갈 수 있는거지만. 왜 나 객관적으로 실적없고."
"그렇구나."
둘의 사이를 겨울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먼저 운을 띄운 것은 하나미즈키였다.
"원더쨩.'
"너를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너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나는 너를 동경했었거든."
"달리는 것을 처음 봤을때부터, 저렇게 처절하게 달리는 사람이 있구나ー하고. 놀랐었다니까?"
"그래서 그날, 달리지 못하게 된 그날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어."
"병원에 누워 한참을 생각했어. 만약 내가 너였다면ー하고. 우습지?"
하나미즈키는 조금 쑥쓰럽다는 것 처럼 뺨을 살짝 긁었다.
"그래서, 네가 반에이를 포기했다는 걸 들었을때는.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너의 족쇄가 되어버린걸까. 하고."
"전혀 그런 적은...!!!"
"알고있어. 정말이지 원더쨩은 머리가 나쁘구나."
푸흐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하나미즈키는 항상 원더에게 화나있었다. 그렇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데. 뭐? 나 대신 개선문에? 그러면 가지 못하면. 평생을 안볼 생각이었나? 내가 너를 잊을 거라고라도 생각한거야? 그런 생각만으로 지새워온 인생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느새 사랑한다는 감정조차 희미해졌는데도. 동경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원더쨩."
"...응."
퍼펙트 원더는 하나미즈키가 할 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만 하는 말도.
"좋아합니다. 저랑 평생 함께 달려주세요."
"......미안해."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너무나도 멀리 돌아온 탓이다. 퍼펙트 원더는 자신의 감정이 어느새 사랑에서 책임감으로 바뀐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탓에 몸을 태우고 한줄기 섬광처럼 빛나며 사라질뻔했다. 그리고 그것을 잡아세운것이 츠나지에서의 인연이었다. 그것이 앖었다면 분명 다 타고 남은 벌판의 흔해빠진 재가 되어 사라질 운명이었다.
"아아, 그런가. 나 지금 차인거구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둘 모두 그러했을테니까. 평생을 서로만 보고 달려온 두사람이었기에. 상대의 행복만을 바래온 두사람이었기에. 그 길은 평생을 달려도 겹쳐지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상대를 생각해도, 사랑하더라도, 곁에 있고싶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신은 상처입더라도 상대가 행복하기를 바란대도. 그 사람의 첫번째가 되는것은 불가능했다.
되돌릴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모두가 첫사랑을 품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두사람의 눈물이 터오르는 새벽동이 섞여들어갔다. 서로에게 남은 미련이 아침 햇살에 타들어간다.
갈림 길 위에서, 함께해온 두사람이 떠나려한다. 그리고 퍼펙트 원더는 그 날. 호주 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와시캔때 첫 2착했을 때처럼 온갖 이유를 붙여가면서 '아무튼 난 괜찮음!!'하다가 혼자가 되면 힝잉 으극 흑 흐극 흐어엉 하고 울면서 푸는 편입니다... 옥상에서 납븐말 들었을 때도 도망쳐서 혼자 해변에 있을때 흐극 으헝 으어엉 했던 거 보면... 남 앞에서는 잘 안 울려고 하는 거 같기도🤔
자캐가_안좋아할것_같은데_좋아하는_것은
귀 만지는 것과 뜬금없는 칭찬? 안 친한 사람이 만지면 발도 날라가고 친한 사이여도 으악~ 변태~ 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귀 쓰담담 좋아할거 같죠😌 저희집 고영도 그렇습니다(?) 뜬금없는 칭찬은.. 너무 당황해서 으갹!! 아니야!! 갑자기 무슨 소릴!!하면서 방방 뛰지만 좋아 죽을걸요
>>164 나이스 보트 때에만 😈 "유우가 무서워? 괜찮아. 유우가가 별이 되는 건 내가 제대로 지켜봐줄 테니까" 하면서 데레하는 거죠?! 2P도 정말이지 너무나 우마우마한...wwwwwwww 2P는 히다이가 흔들다리 효과(?)로 연인 되고 싶어하는데 헤카땅이 가족을 바라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상당히...wwwwwww
다이고에게 얌전히 안긴 뒤에도, 레이니는 히끅, 하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거친 손과는 대비되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잘게 떨리던 어깨의 움직임은 서서히 멎어 들고 있었으나, 오히려 울음이 그쳐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옥색의 우마무스메는 당신의 품 안으로 깊게 파고든다.
“모르겠어.”
트랙이라는 무대 위를 달리는 동안, 가을바람은 시원했고, 습기를 과하게 머금어 발을 잡아끌던 흙바닥은 푹신해서,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달리는 동안 즐거웠을까. 하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네. 응.
“후회하지 않을 날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뛰었으니까. 달리는 동안은, 단 한 번이라도, 마사바 양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미안, 다이고. 재미있었다거나, 즐거웠다는, 대답, 못해줘서.”
>>213 울음소리와 떨림이 잦아들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품 안 깊이 파고드는 레이니를 꼭 안아주던 다이고는 레이스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감상을 말하는 레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괜찮아, 열심히 했다는 거 아니까."
재미있거나 즐거운 건 결과에 만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1착이 아닌 아이들이 레이스를 마냥 즐거워할지는 알 수 없다. 개중에는 그저 달리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승리를 한번이라도 맛보거나, 어떤 계기가 있어서 레이스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면... 예전처럼 마냥 즐겁게는 느끼기 어렵겠지. 하물며 애초에 레이스를 두려워했던 네가 어떻게 단번에 모든 걸 잊고 행복하게 뛸 수 있을까.
"레이스에 집중했구나, 정말 잘했어."
그러니까, 정말로 잘해줬어. 오늘 네가 뛰어온 트랙에는, 제대로 된 누군가가 있었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잘했다고 칭찬해주면서 레이니의 눈물을 닦아주던 다이고는, 계속 서 있지 말고 앉을까 하며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 레이니가 떨어진다면 의자에 따로 앉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은 채로 의자에 앉았을 것이다.
보지 않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끌고 오는 손은 뿌리칠 수 없었다. 감히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 힘을 뿌리칠 수 있는 힘이 인간으로써는 없다. 선명히 양쪽에 남은 푸른 자국을 내려다 보다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무겁게 숨을 내쉬며 남청색 머리칼의 남성은 가볍게 말을 꺼내놓았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미즈호. ” “네. 평안하셨나요, 아버지? ” “네가 그렇게 토호쿠로 올라가버린 뒤로는 평안하지 않았다. ” “하하, 그러셨군요……” “그래. 나는 충분히 시간을 주었다. 그러니 이제 결정할 때가 되어야 겠지. ”
마사바 콩코드는 마침내 왕관을 거머쥐었다. 고작 지방에서의 3관이라지만, 그 3관은 뜻깊은 삼관이었다. 병약했던 과거를 이겨내고 거머쥔 삼관은 무엇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낸 결과. 그 과정을 옆에서 응원하고 도우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ー 부아아아앙 .......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리무진 안에서 나직이 내뱉는 말이었다.
“ーー아버지, ” “저, 이곳에서 좀 더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어요. “
조용히 내뱉는 말에 내부는 조용하기 짝이 없다. 옆에 앉아있는 아이도, 바로 앞에 앉아 바라보는 [ 아버지 ] 도 표정을 굳혔다.
“.....진심이냐? ” “네, 진심이랍니다. 아버님. “ 미간을 찌푸리는 남성과 달리, 결연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보였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부정해 보는 것이다. 처음으로 [ 그러지 않겠다 ] 를 말해보는 것이다.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섭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야 한다…..
“중앙의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지방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들 나름대로 빛날 가능성이 있답니다. 단지 지방이기 때문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을 뿐, 저는 그 원석을 골라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답지 않는 소리를 하는구나, 미즈호야. “
딱 잘라 말하는 목소리는 꿰뜷어보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심기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을 들었다는 듯, 이쪽을 향해 묻는다.
“너는 [ 니시카타 ] 다. 그에 맞는 격의 위치에 있어야 마땅하지 않느냐? ” “아니요, 저는 [ 미즈호 ] 랍니다. 아버님. 니시카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랍니다. ” “후계자라면 후계자의 본보기를 보이도록 해라. 미즈호, 나는 이 격없는 바닥에서 구르기 위해 너를 가르친 것이 아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가르친 것이지. 오직 최고만을 가르치기 위해서. ” “모두가 포그린 가의 영애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하진 않는답니다, 아버지.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오기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답니다. ”
차근차근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떨려오고 있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반항을 해본 적이 없다. 이대로 물러서고 뜻대로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바로 지금과 같이 말이다..
“제 담당인 아이는, 중앙을 꿈꾸고 있었으나 한계가 있었던 아이였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에 가고 싶어했어요. 저는 그런 그 아이를 돕기 위해 주니어 시즌부터 같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걸어왔답니다. 그리고 올라오고 올라온 끝에 마침내 왕관을 손에 얻게 되었지요. 바로 오늘. 이곳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게 되었답니다. “ “또다른 담당인 아이 역시, 중앙을 꿈꾸었으나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고 있었던 아이였답니다. 그만둘까 생각하였던 적도 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출발선에 섰고, 그 아이로써는 올라올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어요. 그리고 그 아이 역시 이제는 중앙이란 문에 다다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
전자는 마사바 콩코드를, 후자는 유키무라 모모카를 의미하는 말이다. 둘다 각자의 위치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고, 이제 더 넓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답니다. 갈고 닦아 가장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일. ” “그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한, 저는 올라갈 생각이 없어요. 이곳에서 계속해서 원석을 갈고닦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끝없이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주먹을 꽉 쥔채로, 눈앞의 이를 향해 미즈호는 말을 꺼내 보인다.
“이만하면 충분히 하지 않았나요? ” “아버지, 이만하면 저는 충분히 따라오지 않았냐는 거에요. ”
그래, 이만하면 충분히 다 하지 않았나? 신인으로는 할 수 있는 가장 찬란한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냈다. 어떤 이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할 만큼 했고 누릴 것을 누렸다. 그에 걸맞는 먹칠 역시 받았다. 짧지만 충분히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이었다.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곳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 나 ] 는 그 일을 해내고 싶다. 그런 마음이 훨씬 더 컸기에, 후련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했지 않나요. 이만하면 충분히, 원하는 대로 좋은 딸이 되었지 않나요. 그러니까.
자유로워지고 싶어. 이제는 자유로워 지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이 족쇄에서 놓아주었으면 해요….. 지금만큼 이토록 간절한 적이 없다. 덤덤히 묻는 말에도, 똑바로 응시한 채로 말을 이어나간다.
“후회하지 않느냐? ” “에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저는 진심이랍니다. ” “가장 빛나는 장미들만 모여 있는 화원을, 스스로 내치고 나가겠다고 하는 구나. ” “그 녹장미도 결국엔 꺾여버린 중앙인 것을요. 저는 요구가 없으면 그 화원으로 돌아갈 의향이 없어요. 이곳에서 계속하고 싶어요. ” “마치 이 바다냄새 나는 곳에 정이 들어버릴 대로 들어버린 사람처럼 이야기하는구나. 고작 2년을 있었을 뿐이면서. “ “네, 고작 2년이 아니랍니다. 제게는 츠나지에서의 지난 2년이,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 “헛된 시간이었다. 너에게는 헛된 시간이었어. 그 시간동안 더 많은 아이들을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릴 수 있었다. “ “아버지, 모래 위의 왕관이, 잔디 위의 왕관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게 뭐가 있나요? ”
이 말은 순수히 궁금하기에 물어본 것. 조금의 거짓도 없다. 잔디 위에서 얻을 수 있는 영예만이, 가장 높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영예인가? 이 모래진흙바람에서 얻을 수 있는 영예는 영예가 아닌 것인가? 참으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곳의 수많은 아이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다. 그런 생각밖에 머릿 속에서 들지 않았다……
“GI만이 가장 높은 길이 아니랍니다. 그 아랫쪽에서 얻을 수 있는 영예도, 왕관의 이름을 붙이기에 충분하답니다. “ “앞으로도 저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 왕관을 씌워주고 싶어요.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ー 끼이익!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안카자카를 벗어나 도착했다. 이제는 안식처가 되어 버린 곳. [ 미즈호 ] 로 있을 수 있는 곳. 아아, 이곳에 돌아오는 것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했어요, 아버지. “ “지금부터는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
그 말을 마치고 신호가 바뀌기 전에 나가려는 것을, 커다란 손이 가로막는다. 아아, 이럴 줄 알았다…… 이대로 놓아 줄 둘이 아니지. 괜히 둘이 같이 온 것이 아니니.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미즈호. “ “아니요,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이랍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있답니다. “ “아니,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러니 돌아가자꾸나. “ “그래요, 돌아가도록 하세요. 착한 아이는 말을 들어야 하지요? ”
하, 하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혀를 차고는 뒤를 돌아본다. 돌아있는 채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눈을 정확히 응시한다. 저 눈이 어떻게 저렇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레이스에 대한 집착. 명예에 대한 집착. 이 곳에 내려왔을 적에 무슨 생각을 했었지? 기억하고 있다. 그런 건 싫어. 더는 싫다. 이젠 정말로 다 놓고 싶어. 다 놓고 자유로워 지고 싶어…… 그런 생각을 했었지.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의 이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착한 아이라 들을 위치는 아닌데요. 다이애나. “ “어머, 아버님 앞에서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한참 선배님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요? ” “아니요,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답니다. 저도 이제 그럴 만큼 다 큰 사람이랍니다. ー더는 휘둘릴 필요가 없을 만큼이요. ”
주먹을 꽉 쥔 채로 다시금 문을 열려고 하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막고 있는 손은 굳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높인다.
“돌아가자. 집으로. “ “아니요! 저는 돌아갈 것이랍니다. 저의 집으로. 제가 있을 곳으로! ”
뿌리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제 힘으로는 감히 시도도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간신히 틈을 내서는 문을 여는데 성공해, 차 바깥으로 몸을 내뺄 수 있었다.
“제 일에 더는 상관 말아주시길. 아버지. 저는 저의 길을 걷겠습니다. “ “못난 딸은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말씀 나누는 동안 즐거웠어요. “
ー 타악 - !!!!
아마 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하기엔 너무나도 이곳에 정이 들어버렸으므로. 그리고, 여태까지 함께 해준 아이들을 뒤로하기에는 나는 그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그 아이들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는,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우웃 우웃 원더쭈 근육통만 남았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조심하시는... 넘모슬픈.... 그런 의미에서 와따시 원더쨩이 스카쟌 입은 유식이 보면 어떤 반응인지 너무궁금한wwwww 그런가... 유키무라 모모카... 불량의 길에 빠져버린거냐... 하면서 정신을 고쳐주는??wwww
여전히 자신을 꼭 붙잡고 있는 레이니 덕에 의자에 겹쳐 앉은 상태가 됐다. 무릎 위에 앉아 자신의 가슴팍에 기댄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너무 오냐오냐 해주면 어리광쟁이가 될 거라는 레이니의 말에 다이고는 웃음소리를 냈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멘탈 케어 역시 담당 트레이너의 일이다. 1착이라는 결과와 트로피를 얻지 못한 건 아쉽지만 직접 달린 우마무스메가 느끼는 아쉬움에 비하면 세 발의 피겠지. 더군다나 이번 경주에서 승리해 트로피를 안겨주고 싶다는 말까지 했었으니...
"으이구, 귀여우니까 괜찮아! 나한테는 해도 돼."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면, 방금까지 레이스를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바람에 날려 뒤로 넘어갔던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다.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다니 무슨 짓이냐!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머리를 단정하게 하긴 해야 한다. 정리하기 전에 마구 쓰다듬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오냐오냐 한 거 아니야,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1착을 하지 못했더라도... 네가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뻐."
마구잡이로 쓰다듬던 손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품 안에 들어온 레이니를 꼭 안으며 앞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카라스미가 지나가고, 추운 겨울공기가 찾아온 츠나지는 이제 프롬과 마구로기념만을 앞두고 있다. 올해도 거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클래식 시즌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며 부실 빈백 위에서 쭈욱 기지개를 켰다가 축 늘어졌다.
...에? 연말고사? 시험? 뭐야 그게, 먹는 건가??
라고 외면하기엔 연말고사가 제일 가까이 성큼성큼 다가와버렸지. 어떻게든 현실도피하고 싶었는데. 아니 어째서 이런 시험을 봐야 한단 말인가. 그냥 잘 뛰기만 하면 됐지!!! 너무해! 잔인하다! 뭐 이런다고 시험이 사라지진 않을테니까, 일단 방과후에 공부라도 할까 하고 부실로 오긴 왔는데 이럴수가. 사람도 우마무스메도 글러먹게 만드는 빈백이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물론 테이블도 의자도 있긴 하지만? 빈백이 있는데 빈백에 앉지 않는다는건 빈백에 대한 모독이고? 자연스럽게 습관대로 이쪽으로 와서 앉아버렸다고 할까 뭐 그런 거다. 하는 김에 자연스럽게 체르탄도 끌어안고.
".....하아... 중간고사로 충분한 거 아니냐고..."
왜 연말까지 시험을 봐야 하는 거야. 이게 레이스랑 무슨 상관이야..! 외할아버지의 유전자라던가 주법이라던가.. 아니 주법은 중요한가? 그치만 그냥 뛰면 되는 거 아냐?(?) 일단 공부하러 오긴 했으니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테이블에 책과 공책을 펼쳐두긴 했지만 그냥 그게 전부였다. 하나도 손대지 않고 빈백에 누운 채로 시간이 흘러간다. 아- 그치만 뭐, 아직 시간 여유있고 괜찮겠지이....
/이러쿵저러쿵해서 부실에서 공부 안 되니까 유우가네 집에 갈래~ 라는 흐름을 생각해봤습니다😌 답레는 편할 때 주세요~
>>0 일과 종료 후, 모두가 레이스를 준비하기 위해 트랙으로 달려나갈 무렵. 나를 비롯한 몇몇 우마무스메들은 옅은 신음을 내며 머리를 쥐어싸맨 채로 도서관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호주행이 결정된 이후 나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특기분야가 아닌 영어를 중점적으로 학업의 비중을 크게 늘린것이 그 예일까. 사실 다른 쪽에 비중을 두고 생활하다 보니 이전에 느낀 패배의 기억이 어슴푸레 옅어져가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만든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녀석들의 도움으로 도장도 순항중. 이런 시기에 설립자가 나가버리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뭐 어때, 강해지기 위해서 모인 녀석들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 정도는 자유로워야지.
"...이게 뭐지."
분명 나는 방금까지 수학을 풀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왜 영어가... X니 Y니... 아니 이거 중간때도 했던 것 같은데...
>>0 또다시, 사무치게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에는 정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친구가 생기고, 레이스에서 이겨 미승리전을 탈출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소중한 친구들과 크게 싸운 뒤 화해도 했다. 하하. 어쩐지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한걸. 하지만 아늑하게 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다. 늘 그렇듯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치워야 했고, 지금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공부하기 싫어어엇..."
연말고사였다. 수업을 조금 빠졌던 때가 있었고, 최근엔 트레이닝도 공부도 쉬엄쉬엄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었기에... 시험으로부터 오는 프레셔가 장난이 아니었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불안을 안던 차에, 너를 만났고.
탄 타카 탄 탓.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치며 비트를 느끼고 있었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히어로라니 뭔가 부끄러운데. 내년부터는 몰라도 올해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응, 역시 좀 부끄럽다.
"그래도 연말고사 정도는 제대로 하고 갈까 싶어서 말이야."
저번 중간고사는... 아니 기억에서 지워버린지 오래라 제대로 기억도 잘 안난다. 뭔가 그 때쯤에 언그레이 데이즈의 뼈를 부러뜨릴 뻔 했던 것 같은데... 아니 일단 여기서는 기억하지 말자. 괜히 사귀는 녀석 앞에서 니 여친 내가 박살낼뻔했는데? 박아버리는건 그냥 미친년이잖아.
생각해보니 도장에서는 말했던 것 같은데 주변에는 말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한데... 뭐 어때 지금 말하면 되는거지. 언젠가는 다른 녀석들한테도 말해야만 했던 거니까.
"이번 마구로가 끝나면 호주에 연수생으로 가게 됐어. 운만 좋으면 이적까지 할 것 같기는 한데... 뭐 그쪽은 우리랑 비교도 안될정도로 강한 녀석들 뿐이니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잘 안될것 같기는 하단 말이지 하고 팔짱을 낀채 말했다. 정말로, 이번에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중앙의 녀석들이 우선되지만, 몇 명정도 자진 사퇴를 한 녀석들 덕에 이런 지방의 무관에게까지도 기회가 온 것이다. ...뭐 그거 말고는 그냥 그 드레스를 보냈던 옷가게 아들이 호주에서 트레이너를 한 덕이지만. 이른바 인맥에 따른 추천이라는 거다.
"아니 그런 걸로 고민하면 나는 이미 진작에 끝장 났는데."
중간고사는 고사하고 나는 애초에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니까. ...이거 뭐 돌리는건가? 뭐 그 바다의 집에서 싸웠던 것이 이녀석이랑 메이사 프로키온이라는 걸 들었을 때에는 좀 놀라기는 했지만 결과를 보면 그저 귀엽게만 느껴지기도 해서... 뭐 아직도 반에이 물이 빠지지 않은 탓인 것 같기도.
제대로 하고 간다라. 어디로 떠나기라도 하는걸까. 그때 네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생각나서, 조금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있잖아, 히어로. 네 곁에 누구도 없다면 내가 기꺼이 네 곁에 있어줄 테니까. 조심스럽게 너를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너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짧게 웃어.
"그렇구나... 대단하네."
"축하해. 진심으로. 호주라... 응. 졸업하면 꼭 보러 갈게."
네가 잘 안될것 같다며, 팔짱을 낀 채 말하자.
"새로운 도전이라는건, 언제나 두려운 법이지. 그래도 괜찮아. 응, 분명 잘 될거야."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괜찮다. 나같은 녀석도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그리고 너도 날 끌어줬잖아. 우리는 어쩌면 모두 비슷할지도 몰라. 작은 일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그래도 그런건 전부 부질없을지도 모르지. 잘 안된다면 잘 안되는 대로. 잘 된다면 잘 되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라는건 한치 앞을 모르는거니까. 분명히 잘 될거야.
"에... 원더쨩, 저번 성적 몇점이었는데?"
머리 위에 물음표라도 띄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를 바라보다가. 네가 노트를 슬쩍 바라보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리키자...
"......원더쨩..."
"고, 공부 열심히 하자..? 분명 진급할수 있을거니까... 유급만 피한다는 느낌으로..."
아직 이적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누가 보면 완전히 가는 것 같잖냐. 거기에서 제대로 성적이 나온다면 모를까 거기에서도 일단 츠나지 소속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말에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기도 했고. 머리위에 느껴지는 손길을 피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원래 목표였던 타카라즈카는 못나가게 되었지만... 콜필드랑 콕스 플레이트까지 해서 호주의 메이저 G1을 전부 터뜨려버리는 편이 더 재미있을지도. ...나갈 수는 있나? 모르겠네.
"...그거 알고 있냐 유키무라?"
"호주는... 클래식이 2년이라고?"
그래!!! 나는!!! 유급이랑 연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내년은 클래식(2년차)!!! 시니어에 가서 은퇴가 1년 빨라지는 녀석들이랑은 다르다!!! 이건!!! 유급이 아니다!!! 전략적 후퇴지!!!
"아니 뭐 일단 전부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런건 아니야. 일단 급한 건 영어지 영어. ...내년부터는 영어로 된 교과서로 공부해야하잖냐."
"...이렇게 보니까 이거 좋은 선택이었나 싶은데."
유키무라의 설명을 들으며 문제를 풀어보지만... .dice 1 100. = 64정도의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는 시험에 있어서는 위험한거 아닐까.
"에, 내년부터 중앙 소속이라니... 마구로 기념에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거잖아. 모두 강한걸."
"돌려말하거나 겸손떠는게 아니야. 모두, 마지막 레이스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할테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걸."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나 역시 모종의 이유로 레이스에서 크게 실수할수도 있고. 출발이 늦는다던지, 어쩌면 전략이 잘 먹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몸상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사실 그런 취급이 두렵다. 승자로 확정된 강자라는 인식이. 그렇게 높이 올라갈 수록 떨어지는게 더 아프니까. 닿지 못하는 아픔은 조건전에서도, 산마캔에서도... 충분히 맛봤다.
"헤헤. 그거 좋겠네. 나는 나냐랑 트레이너 공부 하고 있을지도. 원더쨩, 호주의 중요한 레이스가 있으면, 꼭 응원하러 갈테니까."
네가 쓰다듬으려는 손길을 피하자 우에, 상처받았어~ 같은 말을 장난스럽게 뱉은 뒤에. 사뭇 진지한 말투로.
"너무 걱정하지마, 원더쨩. 분명 잘 될거야."
이 위로가, 네게 닿았으면 좋겠다.
"에에, 정말?! 그래도 원더쨩..."
"시험점수가 낮으면... 약간 위험할지도..."
오들오들 장난스럽게 떨어보이다가 풋 하고 웃었다.
"영어는 자신감이야. 단어랑 문맥정도만 파악하면 쉽게쉽게 말할 수 있다구? 그래도 호주 영어는.... 으음,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있는 미국식 영어랑은 이래저래 다르니까, 좀 적응하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다양한 웹만화에 손을 대다, 이제는 해외 웹만화에도 손을 뻗어 키운 영어실력을 여기서 발휘할 때인가..!!!(???)
자빙의 모든 우마무스메들이 동경하는 회색의 괴물은 추쿄배에서 이겨서 중앙으로 이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마구로 기념은... 츠나지를 비롯해 도호쿠 일부의 우마무스메라면 꿈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이기는 하겠지. 이기기만 한다면, 중앙으로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그 무엇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트리플 반다나도, 사카나 삼관도.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저 지방의 G3. 그것만으로 스카우트를 해오는 스카우터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이번 마구로 기념에는 중앙으로의 이적 외에도 개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장이라는 점에서의 의미가 더욱 커다랗기는 하다. 여기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준다면...
"...생각해보니 그러네. 어차피 내가 이길거니까 아마 여기서 중앙으로 가는 녀석은 없지 않을까."
나는 이기고 호주로 도망쳐버릴거니까. 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 나라는 우마무스메가 달리기에는 너무 작다고, 그렇게 비웃어주마. 거악이 되어서 돌아와줄거라고-
"호주의 중요한 레이스라..."
왼손바닥을 오른손 검지로 툭 툭 쳐가며 일정을 계산했다. 내년 개선문 상이 10월, 그리고 멜버른 컵이 11월. ...그나마 멜버른 쪽이 더 뒤라는 걸 생각하면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아, 시간 비겠네. 개선문이랑 멜버른 사이에 한달이나 텀 있으니까. 대충 스태프 초대장같은건 줄 수 있을지도."
"아, 그거 아냐? 멜버른 컵은 드레스코드도 있는거?"
뭐 전부 내가 출주 할 수 있을때의 이야기지만!!! 연초의 스탠디시 핸디캡정도는 내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으니 일단 거기서부터 해봐야겠지. 1200m면 잔디에 익숙해지는 것 부터 시작해야하지만.
"오, 오오오!!! 영어가아앗!!!!!"
"...보통이구만."
아니 뭐, 이해가 안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팟 하고 오지는 않네. 레이스는 그렇게 괴물같이 달리더니 의외로 이런 데서 인간적이란 말이야.
🤔🤔🤔 은근 많을것같은ww 유식이 은근 단순해서 먼가먼가 감정적으로 날카롭다던지, 안좋은 감정을 품은 말이라던지 하면 되게 예민하게 반응할것같구... 싸움을 거나? 아니면 화를 내나? 비꼬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동요할것같은ww 그 외에도 나냐짱 소중하니까? 요거 관련해서 먼가 안좋은 말들을 한다면 분명히 화낼거인wwwww 메이메이쨔랑 싸우면서 이래저래 배운게 있으니까, 이제 질투하면 볼 부풀리면서 콕콕 찌르는 정도겠지만... 그 외에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면 당연히 화를 내지 않을까 싶은ww 또 그 밖에는 으음... 친구가 그만 만나자고 한다던지? 아니면 친구가 안좋은 일들로 고민한다던지??? 그런.. 화내는 부분 들..????
자캐가_꿈꾸는_미래
이건 간단명료한www 나냐쨩이랑 행복하게 사는wwwwwwwwwww 유식이 개인적으로는 또레나로써 잘 풀려서 금전적인 부분으로 걱정 없이 살아가는게 아닐까 십네요~~~ 맛있는것도 많이 먹구... 이리저리 여행도 많이 다니구... 그런 늑김?? 히히 생각만해도 즐거운www
자캐의_가사_능력치
유식이는 은근 가사 잘할것같은wwwwwww 요리도 맛있게 할줄 알구~ 청소도 제법 깔끔하게 하는?ww 그래도 어느정도 허당인 뺫뺫허접무스메기도 하니가, 의외로 이거저거 놓치거나 하지 안을가요?ww
앵시어스 웨이브의 오늘 풀 해시는
수면마취중_자캐가_헛소리를_한다면
아마... 웹만화의 부끄러운 대사라던 지... 나냐쨩 조아해 같은 말들을하지안을 가 요..???
자캐가_레이드_보스라면_등장_시_출력되는_대사는
"아름다운 장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법이지."
"춤춰보자. 죽을 때 까지, 아름답게."
자캐에게_스스로를_사랑하는지_묻는다면
"응. 이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라고 말할것같 네요ww 유식이는.. 토모땃쥐들 덕분에.... 여기까지 성장했 어...
프리지아 부실은 아늑하다. 아직 떼지 않은 암막커튼을 반쯤 쳐두고 있으면 적당한 밝기의 교실이 되고, 영화를 보기도 좋고. 비치되어있는 라디에이터는 빵빵한데다, 무엇보다 빈백 두개가 문을 열자마자 몸을 파묻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저 한 박스 있는 페브리즈에서 좋은 냄새가 폴폴 나서 뭐랄까.
비싼 돈 주고 계약한 내 집보다 공짜 부실이 더 좋은 거 같기도 해. 그냥 부실에서 살아버릴까...
그렇게 생각하며, 빈백에 눕다시피 앉아있는 녀석의 정수리를 돌돌 말은 문제집으로 통 내리쳤다. 가벼웠지만.
"공부를 해라 인석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빈백에 풀썩 누워버렸다. 코어근육이 살살 녹는 느낌이 참을 수 없단 말이지 이거. 공부하니까 젠장, 나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으그극...
"아니, 안 해도 될지도..."
그렇게, 프리지아는 낙제지아가 될 위기를... ...겪으면 안되지! 퍼뜩 일어나서 벌써 노곤노곤해진 메이사 녀석을 귀찮게 굴러 간다.
"어~이. 일어나 일어나. 여기서는 절대 공부 안 돼. 내가 보기에 여기서 공부는 글렀어. 자자,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많이 봐둬야 한다고. 일어나 세수하고 가방 싸세요~"
이게 엄마야 아빠야 선생이야... 메이쨔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곤 나도 겉옷을 챙겨입었다. 요즘은 패딩 없으면 안된단 말이야, 스쿠터의 찬 바람이 매서워서... 그나저나 어디로 가지.
그러냐,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함께 밑바닥을 해쳐온 동료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동시에 기껏 마음을 다잡은 녀석을 흔들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같은 형태의 두번째 패배를 겪은 이후, 나는 몇주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을 해칠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몇번이고 레이스를 돌려보고 아직 성치 않은 몸으로 여러 주법들을 시험해보았다. 황제도 여제도 괴물도 번개도. 자료가 남아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얻어내기 위해 미친듯이 달렸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그저 판을 보는 눈 밖에 없는것이 아쉬워질 정도로. 영웅들의 신전 끝에서 보인 것이 너희들이었다고 한다면 믿을까. 세대 최강이라는 무쌍의 섬광보다도 지방의 작은 더트위를 달리는 모두의 모습이 마지막에 보였다고 한다면.
홀가분해보이는 유키무라 모모카를 바라보았다. 보기는 좋구만.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의 눈은 저렇게까지 빛나고 있는건가.
"아니, 내가 이겨. 이건 확정된 사실이야."
기어오르지 말라는 듯 녀석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려 손을 뻗었다. 유키무라 모모카 주제에 건방지다!!!
지금까지 난 평생 빚을 갚기 위해 살았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새긴 지울 수 없는 상처에 대한 속죄를 위해. '나'의 달리기를 잊은채로 살아왔었다. 가르쳐주는 것을 배웠다. 그러면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시키는대로. 남이 준비한 길 위를 험지를 개척하듯 거칠게 달렸을 뿐이었다. 그런 길의 끝은 누구라도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고, 나는 나락의 끝까지 처박혔었다. 사실 지금도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길로 가야 꿈을 쫓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강해지고싶다. 마지막 패배에서 시야가 암전된 것과 동시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몸을 전부 집어삼켜버릴듯한 불씨. 그런 것을 몸에 받아들였으니 나와야하는 말은 하나 뿐이었다. '강해지고싶다-'고.
"흠... 글쎄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커플여행 가이드가 될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너스레를 덜면서 웃어보였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그렇잖아. 최악의 경으 헤어지게 된다고...아니 가정이 안되네. 무슨 최악의 수를 가정해도 이 녀석들이 헤어지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결국 커플놈들의 호주여행 가이드가 되는 것인가... 역시 그냥 연말에나 돌아 오는게 나은 것 같기도
"..뭐 어때 괜찮겠지. 괜찮은 밥집정도는 필사적으로 찾아둘테니까 걱정말고."
"아니 근데 외국인이랑 아는거냐. 개쩌는구만!!!"
예전부터 묘하게 발이 넓은 것 같다는 인상은 있었는데 그런가... 이제는 해외까지 뻗어가는가... 그렇다면 도움을 받아도 되는건가... 그런건가...
"...아니 역시 내 힘으로 해볼래."
어느정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니까 이 이상 유키무라 모모카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조금 그렇잖아.
"뭔가 내얘기만 한 것 같은데. 유키무라 모모카. 너는 마구로에서 우승하면 어떻게 할거냐. 중앙으로 가면 언그레이 데이즈하고는 못만나게 된다고?"
초기에는 제법 달아올랐지만 의외로 최근시점의 원더는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데스wwwww그야말로 강철멘탈... 이라고 하고는 싶은데 의외로 뭔가 노력이 폄하된다던가 하면 소리도 안치고 그냥 조용히 더트 아래쪽 구경을 시켜버릴것같은...
자캐가_꿈꾸는_미래
세계최강=개선문 1착 예전에는 하나쨩의 꿈이었어서 대신이라는 느낌이었으면 최근에 비로소 자기 꿈으로 삼아버린 느낌인wwwwwwwww 어릴적에 봤던 동경심과 너무 과했던 책임감을 내려놓은 덕에 조금 자유로워진데스wwwwwww
자캐의_가사_능력치
할때는 한다!!! 는 인상인데스. 그래도 평소에는 잘 안치우고 살것같은데치. 요리정도는 미식가 기질탓에 기깔나게 할 것 같긴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생활력이 거의 없지않을까 싶은데스웅
앵시어스 웨이브의 오늘 풀 해시는 수면마취중_자캐가_헛소리를_한다면
수면마취중에 스시를 주문하는 타입의 우마무스메. 다른 병실에서 주문받는 아저씨도 있을것같음
자캐가_레이드_보스라면_등장_시_출력되는_대사는 "허접한 새끼들이 이렇게 무리지어서 오고말이야아..."
"전부 뒤질 준비는 하고왔겠지이이이이!!!!!!!!!!!!!!"
자캐에게_스스로를_사랑하는지_묻는다면 "지금의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레이스 뿐이다." "그러니 일단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달릴거야. 이상."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퍼펙트 원더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다이고의 반응에 무언가 불만이라는듯 한쪽 귀를 튕기던 레이니 었지만, 곧 이어지는 손길에 결국 아하하, 하는 작은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직, 여유는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정리하면 괜찮겠지...
“그래...?”
고개를 들어, 짙은 갈색의 눈동자를 마주 본다. 문득, 눈물로 엉망이던 첫 번째 고백을 떠올리며, 레이니는 조심스럽게 한쪽 손을 다이고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봄의 끝자락과, 겨울의 초입.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구나.
“반년이나 기다려줬구나. 고마워, 다이고.”
엄지로 조심스럽게 뺨 위를 문질러보다, 장난스럽게 꾹, 하고 눌러본다.
“...그런데, 더 기다려달라고 해도 괜찮을까.”
“오늘 마사바 양과 퍼펙트 양에게 쏟아졌던 것과 같은 환호성이, 나에게도 쏟아질 때까지.”
클래식 시즌에서 이제 남은 대상경주는, 마구로 기념. 츠나센에서도, 선두를 내어주지 않으며 달려 나가는 우마무스메들이, 출주 하는 장소. 그리고, 그 끝에, 누군가는 중앙으로 올라간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 영광은 내가 차지할 수 없어.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겨울 내내 세상을 보길 기다리고 있던 새싹이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서야, 시니어 시즌은 시작된다. 어쩌면, 지루한 기다림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승리의 여신을 제외하고선,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말이지,
“다이고랑 함께라면, 분명할 수 있을 거야. 그야, 내 트레이너는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니까.”
가볍게 정수리를 두드리는 느낌에 어느새 감겨있던 눈을 슬그머니 뜬다. 우우. 유우가 너무해애. 공부라니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강요할 수 있지! 그렇게 눈을 흘기며 속으로만(입을 움직이기 귀찮았다...)꿍시렁거리다 똑같이 빈백에 늘어지는 모습을 보고 히죽 웃었다. 결국 같은 처지다 이거네요~
"그치~ 쭉 이대로- 으악. 어쩨서어...."
네녀석 빈백에게 사로잡힌게 아니었냐! 라고 외칠 기력마저 빈백에게 흡수당한지 오래라. 나는 그저 무력하게 어깨를 잡혀 일으켜 세워졌다. 마치 엄마 고양이에게 뒷덜미를 물린 응애 고양이처럼... 히잉. 바이바이 빈백...
"카페? 으음..."
카페 같은 데라도 갈까?라는 말에 잠시 고민. 아니 그게, 겨울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나갈 곳이 제법 있다고 할까. 연말고사와 프롬과 마구로에 가려져 지금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도 있고, 선생님의 바깥양반을 진로조사서에 써서 낸 녀석과 담판(?)을 지을 때 알아낸 유우가의 생일도 크리스마스 이후에 있고, 아무튼 쓸데없는 지출은 삼가고 싶었다. 카페 정도야 유우가가 사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유우가도 자취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니 돈 나갈 곳이 제법.. 응...? 잠깐만. 자취...?
"아니, 카페도 좋지만... 유우가네 집에서 공부할까?" "나 한 번도 안 가봤으니까. 가보고 싶어~"
이쪽도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입으며 말했다. 패딩인 유우가와 다르게 나는 아직 코트를 입는다. 아직까진 달리면 제법 후끈후끈해지니까. 곧 패딩을 꺼내게 되긴 하겠지만... 아무튼! 카페말고 유우가네 집에 가보고 싶은 걸!!
유키무라랑 또 싸웠다는 이야기는 메이사에게 자진해서 들을 것도 없었다. 일단 화해했다고 하니 크게 나무라지도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았지만... 그 이후에 또 같은 반 녀석을 겁박(?)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누구 닮은 거야 이 녀석.
나 닮은 거 아니겠지.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니었는데, 날 만난 이후로 걸핏하면 싸움질을 하고 다니는 것 같아 내가 마음이 참 안 좋다. 유전자라는 거는 삼여신 조각상에서만 계승받는 거 아니었나요. 나라는 인간도 무언가의 인자를 넘길 수 있는 건가요. 그럴 수 있다면 왜 하필 싸움질 인자여야 했던 겁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아빠 늙는다 늙어. 효도 해줘어 메이사아...
"...그보다 뭐? 내 집?"
"......... 내... 집?"
안방은 미묘하게 오싹하고 서늘한데다 가위가 눌리고 거실에는 소파베드와 난로와 그 옆에 상당한 맥주병들이 놓여있는 그것 말하는 것인가? 심지어 맥주병만 있는 것도 아니야. 팩소주라던가 안주 봉지라던가 그리고...
... .......
"아, 안된다면?!" "집을 개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셈이지?"
아, 말하고 보니, 최근의 메이사는 달리기 대신 주먹으로 츠나센을 평정할 계획인데다 나보다 세단 걸 잊고 있었다.
"...아뇨역시현관에서십분만기다려주시면사람꼴로만들어놓겠습니다."
나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했다. 원래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 법이랬으니까 어쩔 수 없어.
"나는 그래서 스쿠터 타고 가려고 하는데... 타볼래? 스쿠터."
수락한다면 내 뒷편에 태우고 탈탈탈 집앞까지 친히 모셔줄 수 있다고. 얼마 걸리지도 않을걸.
"우우.. 싸움질이라니.. 딱 한 번.. 아니 합숙 때까지 하면 딱 두 번 싸운 건데...."
그렇게 아무한테나 싸움걸고 다니는 건 아니거든? 담판을 지었다는 건 서로 사이좋게 우미야에서 대화로 잘 풀었다는 뜻이었다고! 그리고 싸움이라고 해도 두 번 전부 시비를 걸길래 대응했을 뿐인걸!! 난 억울해! 넘치는 불만에 입이 댓발은 튀어나온채로 겉옷을 다 챙겨입고, 펼쳐놨던 책과 공책도 다시 가방에 쓸어담는다. 뭐, 부실에서 공부가 안 된다는 건 인정하니까... 아무튼 유우가네 집에 가서 할 거라고!
"응, 유우가네 집." "....개방할 수 없다면... 열고 들어갈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 코트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든다. 츠나페스 기간 중, 마미에게서 건네받은 그것. 바로바로 유우가네 집 열쇠지롱. 내가 가져도 된다고 마미가 그랬지만, 역시 집주인인 유우가에게도 허가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아직 키링은 달지 않은(?) 쌩 열쇠 그대로다.
"마미가- 에, 그러니까... 도로마미레 퀸이 줬어. 돌려주거나 내가 갖거나 하래. 그래서 내가 가지려고. 괜찮지?"
괜찮지?라고 허락을 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말이다. 왜냐고? '아니 안돼 내놔'라고 해도 안 돌려줄 거니까. 자신있다면 힘으로 뺏어보시지? ...아니 물론 농담이다. 안 된다고 하면 순순히 돌려줄 생각은 있다. 좀... 아쉽지만...
"유우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청소는 제대로 하면서 살고 있는 거지...?"
라고 믿기엔 조금 전에 현관에서 십분만 기다려달라고 한 말이 걸린다. 나는 슬그머니 부실에 구비해둔 페브리즈를 챙겨 가방에 넣었다. 아니 만약을 대비해서.. 대비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니까....
"스쿠터? 응! 타볼래! 나 타본 적 없어서 궁금해~"
뭐랄까, 평소라면 '내가 달리는 게 더 빠른데?'하고 안 탔을지도 모르지만, 유우가랑 같이 타고 간다면야. 그리고 사실 달리는 게 더 빠르다곤 해도 한번은 타보고 싶었어. 한번도 안 타봤으니까! 기대감에 귀는 쫑긋,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린다.
>>0\ 몇 번이고 확인해도 변하지 않았다. 결국 찾아오고 말았다... 연말고사 기간.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결국 쓸데없는 저항일 뿐이었나... 반쯤 죽은 눈으로 흘려듣던 종례가 끝나고, 사라져~ 라는 끝맺음까지 듣고 나서야 자리에서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마사바가 있는 곳이다. 어째서냐면, 혼자만 죽을 수 없으니까...(?)
"마-사바~ 파미레스 가자~"
좋든 싫든 아무튼 연말고사 대비는 해야하는지라. 공부를 하긴 해야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하는가! 학교 도서실은 이미 우등생 친구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아놨을 것이다. 아마도. 부실은... 휴식엔 최고지만 공부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저번 일로 깨달았다. 교실에 남아서 하기엔.. 으엑, 어째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실에 있어야 하는 거지? 부당하다(?)
따라서 결론은 파미레스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지금 굉장히 감자튀김과 탄산이 끌리는 날이라서. 하는 김에 친구와 수다떨기도. 에? 공부할 마음 있냐고? 당연히 있지. 아마도.
다 쓰진 않았지만 곧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이런저런 돈 나가는 이벤트가 있으니까 아껴야지! 뭐 한 턱 쏘라고 말하긴 했지만 내가 먹을 건 내가 낼 생각이긴 하다. 드링크바랑 감튀 정도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고. 물론 그 정도로 안 끝나고 이것저것 먹으면서 수다떨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특히 사미다레가 없는 지금, 우리는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전거와도 같다.
마마는 무서우니까.. 파파한테 물어봐야지. 배달가면 장하다고 팁을 좀 받긴 하지만 홀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아무튼 신나게 일어서서 가자고 하는 마-사바를 보니 책 한 권도 없이 가려는 모양이다. ....뭐, 삼관 우마무스메고 연말고사는 상관없으려나. 나는 적당히 양심상 책은 들고 가겠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공?부를 위해 우리는 파미레스로 향했다. 열린 자동문으로 들어서면 아무래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애들이 많은지, 제법 사람이 많다. 적당히 빈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마지막 양심을 위한 책과 공책을 꺼내 옆에 쌓아두고(...) 주문을 한다.
물론 난 한 입도 안 먹어서 잘 모르겠다만. 별로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다... 벌써 눅눅해지기 시작한 감자튀김을 먹다가 마사바의 머리 부비부비 어택을 받았다. 으헤~ 그보다 사실 키운 기억은 별로 없지만 말이야. 같이 사고치고 다니고 놀러다닌 기억이라면 한가득이지만.
"아~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 사-미의 정리노트가 없잖아! 연말고사는 망했네."
브레이크가 없어진 꼬꼬꼬는 그저 폭주 자전거일뿐이라. 결국 이 자리도 먹고 마시며 수다떠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에~ 공부? 나중에 사-미랑 같이 오면 하지 뭐! 아직 시간은 많아!
치열한 접?전 끝에 미스 츠나센을 거머쥔 건 마사바였지. 이건 별로 부럽진 않다. 인형을 못 받게 된 건 조금 아쉽지만, 사실 키링도 그럭저럭 괜찮고... 그, 그나저나 배는 왜 찌르는 거야! 샤샥하고 손으로 배를 가린다. 아, 아니. 살은 빠졌어 아마도... 간식 금지당했었고.. 아 맞다. 금지인데 오늘 엄청 먹어버렸네. 그것도 튀김에 탄산...
...오늘은 공부할 거니까! 칼로리 보충이란걸로!!
"음~ 나는 무난하게 미니드레스일까. 무릎 정도 오는 기장으로 할까봐." "마사바도 드레스? 아니면 정장? 둘 다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이건 조만간 안카자카 백화점에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네! 사실 가서 입어보는 편이 고르기 쉽고 말이야.
자신의 뺨에 살짝 닿은 손, 엄지손가락이 뺨을 문지르다가 꾹 하고 뺨을 누르자 저항 없이 미소짓던 다이고는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해도 괜찮겠냐는 레이니의 목소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문 채 두 가지 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만 더를 외친다면 기꺼이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기다림, 그 어디에도 절대란 없기에 언제가 되어야 끝날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이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혼자 남아 과거를 추억하는 것도 아닌 네가 닿을 미래를 함께 기다리는 것일 테니까.
너는 나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나는 애써 작게 웃으며 머리를 부르르, 털었다.
"좋아. 마구로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마구로.
어렸을때부터 나는 계속해서 져왔다. 몇번이고 말했던 것 같지만, 내겐 아주 쓰라린 상처의 편린이기에.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모의 레이스를 했을 때. 메이사에게도 졌고, 나냐에게도 졌고, 사랑스런 우마무스메쨩에게도 졌다. 미승리전에서도 그랬다. 왈츠쨩에게도 졌고, 네게도 졌으며, 마지막엔 다시 메이사에게도 졌다.
허나 패배하면 좀 어떤가.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다쳐서 울더라도 나는 웃으며 일어나는법을 배웠다. 필요없다며 버렸던 수많은 것들이, 지금의 내게는 없어서는 안될것이 되었다. 우리는 무리를 지어서 살아간다. 혼자는 외롭기에. 서로 사랑하고 서로 좋아하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화해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긴 삶을 사는 동안, 레이스에서의 1착보다 더욱 중요한게 많다는것을 배웠다. 숨을 돌리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 포기하지 않는 법. 다쳐도 훌훌 털어내고 웃는 법. 그런 법들을 배웠다. 아주 중요한 것들을, 지금에서야. 그리고 너 역시도 그런 것들을 배운것 같아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두워지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가치있으며, 소중한 사람이니까. 너의 여행을 응원해, 퍼펙트 원더.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인 뒤에.
"보는 앞에서 마구마구 애정행각을 하면서 원더쨩을 놀려줘야겠다."
너스레를 떨며 웃는 네게, 키득거리는것으로 대답했다. 뭐어, 물론 나냐가 그런거 싫어할테니까 정말 가게 된다면 잘 하지는 않겠지만. 은연중에 그런거 있지 않겠는가. 손을 잡는다던지. 밥 먹을때, 뺨에 묻은걸 손수건으로 닦아준다던지. 그때 원더쨩의 반응은 어떠려나? 다시 소리내어 웃었고.
"헤에, 고마워~"
"별거 아냐. 만화 얘기 하면서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여기 근처에 사는 무스메쨩이더라고. 만화가 너무 좋아서 유학을 왔다나?"
그리고는 잠시 말을 멈춘 뒤에.
"헤헤, 좋아. 힘내, 원더쨩."
고개를 끄덕인 뒤에.
"마구로에서 우승한다면... 글쎄, 어떻게 하려나. 역시 조금 더 달리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는건 싫은걸."
우리는 항상 싸우고 있었다. 쭉, 스스로와 싸우고 있었다. 자기 생각만 하느라 남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서 도착한 곳이 이미 전부 타버린 벌판이라도. 그럼에도 달리는 것이 좋다며, 달려간다. 내가 새긴 발자국 아래에 새싹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며.
얼마나 뒤쳐지더라도 상관 없다. 얼마나 멀어지더라도 상관 없다. 우리는 지금 약속을 나누었으니까. 조금은 멋쩍어서 말뿐인 약속이었지만, 다시 싸우기로 약속했다. 나는 너를 이미 이겨보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것을 알기에. 더욱, 더욱 강해지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쫓아갈 차례다.
“진짜냐. 상상이상이구만…”
확실히 주변국 중에서는 제일 환경이 괜찮은 편이기는 하지만 만화 하나 때문에인가… 진짜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구만…
“뭐 언그레이 데이즈라면… 음, 그녀석이라면 같이 가자고 할 것 같기는 한데…”
안다. 녀석도 강하다. 대상에서 두 번이나 1착, 게다가 책임감은 뭐가 그리 강한지 그렇게까지 똑 부러진 녀석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강하고 올바르다. 그것은 레이스에 대한 사랑 역시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와중에 애인은 마구로에 이겨서 중앙으로 가는 것이 확정된다면… 나였으면 솔직히 못 받아들일 것 같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말이야.
“뭐 너도 잘 생각해둬. 시간이 얼마 없잖냐. 중앙으로 간다면 적어도 새해 첫 주에는 도쿄로 가야할텐데.”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제대로 된 작별을 하기까지 7년가까이 걸렸으니까.”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가 될 지 모른다고 중얼거리고는 노트를 덮었다. 도망치기만 해왔던 나날을 청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생각만 괜히 복잡하다. 하나쨩이 작별의 선물이라며 주었던 나의 레이스를 분석한 파일. 추천할만한 주법부터 특징까지 요약된 노트의 끝. 대도주의 가능성에 가위표를 해두고 적은 [원더는, 절대, 도망치지 않아.]라는 말. 확신에 찬 어투로 적혀있던 그 노트가 지금은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원더주의 전략에 광장히 당황했음. 나.. 나를 저격한 메타로 온다고?! 하며 굉장히 머리를 싸메고는 크아아악 했기 때문. 그래서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가장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는 스텟을 골라보았다. 포화였으면 마마나 왈츠나 나카요시쨩에게 당하겠다는 마음으로....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ssta 안정권으로 들어왔지만... 다갓의 억까에... 98연속 말이 되냐구! 심장도 쿵쾅거리고 긴장대고 그래서 속도 울렁 울렁...
마지막에는 진짜 식겁했어. 3의 의미라는 착순표 발표의 이름을 보고도 아, 하고 심호흡 하고 전문 보았다.
정말 기뻤고, 이런 긴장과 기쁨은 츠나지의 모두가 없다면 없었을 일이기에 모두에게 너무너무 고마워... 사랑해... 우리 시니어까지 힘내자!!
열고... 들어간다고? 얼어붙은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명실상부한 내 집 키. 마미레에게 키를 받아두면서 신뢰의 증명이랍시고 줬던 건데(사실 맨날 자느라 쓸 일도 없을 것 같았고) 이걸 이렇게 되팔이하다니 너 뭐하는 악덕상인 거냐?!
"도로마미레 이 녀석 내 신뢰를 배반하다니...!"
나중에 만나면 볼도 쫘악쫘악 꼬집고 머리도 쥐어박고 귀도 잡아당겨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역시... 저 키를 가지게 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것이다. 아니, 저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고. 인권이 있고. 물론 인간의 꼬라지로 살고 있진 않지만, 아무튼 인권이 있단 말이죠. 흘끔흘끔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다...
"......그래도 역시 키는 주지 않을래?"
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아! 안다고! 도로마미레에겐 신뢰한다면서 키를 주고는 메이사에게서 가져가려고 하는 거, 오해할 만한 거 이제는 안다. 서술하는 시점에서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는 알게 됐다. 근데 이때는... 그저 내 생지옥과 같은 집을 불시에 들어오게 된다면, 아무리 '한심한 유우가도 괜찮아' 라고 하던 메이사도 실망할 거 같아서.
...솔직히 누나가 걷어차면서 홀애비 냄새나니까 방 치우라고도 안 하고, 쓰레기도 혼자서 사니까 쌓이기야 하지만 막상 버릴 만큼 쌓이는 것도 아니어서 방구석에 차곡차곡 모아져만 가고, 집에서 따듯하게 담배필 수 있으니까 냄새는 자욱한데 쓸고 닦지도 않아서 머리카락도...
신뢰인가~ 식은땀을 흘리며 이쪽을 흘끔거리는 유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을 곱씹어본다. 신뢰구나. 헤에~
- ......그래도 역시 키는 주지 않을래?
그 말에 애써 누르던 것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합숙 때 느꼈던 그것과 조금은 비슷할지도 몰랐다. 그때와 다른 점은, 그게 향하는 대상과 세세한 부분의 차이 정도일까. 잠시 뜸을 들이며 유우가에게 보이도록 들고 있던 열쇠를 손 안에 감추듯 꽉 쥐었다. 뭐야 그게? 마미는 신뢰하면서 나는 신뢰하지 못한다는 거야?
유우가의 담당은 마미가 아니라 나인데도?
"그래애?"
겉옷을 챙겨 입느라 잠시 떨어져 있던 거리를 메우듯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간다.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절반의 햇빛은 내 시야에도, 얼굴에도 음영을 드리운다. 물론 난 웃는 얼굴인채겠지만, 글쎄, 조명의 위치에 따라 얼굴은 얼마든지 달라 보인다고들 하니까. 절반만 드리운 음영 아래에선 어떻게 보일지 난 모르겠네. 내 앞에 거울은 없으니까.
"——마미는 되고—"
한 발짝 내딛으면서 손을 뒤로 감춘다.
"—나는 안 된다는 거네."
또 한 발짝. 이제는 완전히 가까워진 거리에서 등 뒤에 감췄던 손을 꺼내 뻗는다. 몰래 고쳐잡은 열쇠가 마치 흉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대로 뻗어서— 유우가의 배에 닿기 전,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우뚝 멈춘다. 몇 센치만 더 움직이면, 손에 쥔 것이 열쇠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그런 가정들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분위기인채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 "뭐어, 농담이지만. 자 여기~"
히죽,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손을 뒤집어 손바닥 위의 열쇠를 유우가에게 보인다. 농담이야. 정말로. 아직까지는 말이지.
육감이라는 게 있다. 일반인들은 무시해도 체육인들은 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버리는데, 그건 그들이 매번 느끼기 때문이다. 상대편 선수가 어디로 파고들어올지, 옆에서 달리는 녀석이 언제 죽을 힘을 짜낼지, 저 녀석의 체력은 얼마나 남았는지― 그런 것들을 알기 이전에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랬었고, 또 달리기를 관두고 나선 잠시 자유분방하게 살기도 했던지라. 나는 육감이 발달했다. 그래서일까, 메이사가 되묻는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상하지, 웃고 있는 걸 보면 그 귀여운 메이사가 맞는데 뭔가 달라. 뭔가 다른데, 뭐가 다른 거지. 지금 느끼는 건 분명한 위협인데...
메이사가 날 위협할 리가 없잖아.
이성이 그렇게 가로막았다. 그래서 나는 행동하기도 전에 메이사가 쑥 찔러오는 손을 막지도 못한 채, 배꼽 지척까지 용인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기분만으로는 그 손에 쥔 열쇠가 당장 살갗이라도 뚫은 듯 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잠시 뒷걸음질쳤다.
식은땀이 손과 뒷목까지 배어나오고, 우마무스메라는 종족의 강인함을 다시금 체감하며, 나는 땀이 축축이 배어나온 손으로 열쇠를 받아들다 짤그랑, 바닥에 떨어트리고 만다.
"...농담 맞아 그거? 하하..."
메이사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열쇠를 다시 주워들고, 스쿠터 뒤에 태우고 오는 내내... 허리에 감고 배 앞에 놓인 손이 신경쓰였다. 배가 아직도 오싹거리는 착각이 들었다. 그런 긴장되는 운전을 하며 나는... 집 앞에 주차하며 결단을 내렸다.
"...메이사."
아까 받아챙겼던 열쇠를 다시 내밀며.
"네가 열어볼래?"
근데 진짜 좀 더럽고 끔찍하고 솔직히 여자애한테 보여주면 기겁할 거라서 절대보여주고싶지않았는데 공부하고싶어하니까, 아니그래도 내 방쯤이야 진짜, 정말로 내어줄 수 있지, 근데 네가 싫어할 거 같아서 좀 그랬을 뿐이거든... 절대로 못 믿었다 그런 거 아인 거 알제... 구차하게 주절주절 덧붙이면서.
농담이야. 정말로 농담이었다니까. 열쇠를 받아들다 떨어트리고, 다시 주우면서 물어보는 말에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조금 괘씸하니까 놀려주고 싶었다고 할까.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고. 하지만 뭘 경고했던건데?라고 물어본다면... 설명하기 힘드네. 아무튼 농담이라니까. 농담이 아니었다면 그 몇 센치를 더 뻗었겠지.
그렇게 스쿠터를 타고 유우가의 집으로 향했다. 뒤쪽에 앉으면 필연적으로 운전자의 허리에 팔을 감게 되는구나. 앉아 있는데도 가볍게 뛰어갈 때랑 비슷하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잠시 즐기고, 하는 김에 유우가의 등에도 기대보고 하다보니 도착했다. 그래서... 이제 현관 앞에서 10분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건가. 아-까 전에 했던 말을 상기하며 과연 10분 안에 얼마나 정리가 될지?하는 의문을 안고 있자니, 유우가가 열쇠를 다시 내밀었다.
....엥, 어째서?
"...내가?"
그 뒤로 뭔가 묻지도 않은 말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아니 그보다 대체 어떤 상태길래...? 이게 과도한 기대를 막기 위한 블러핑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날것 같은 설명인지? 구분은 잘 안 되지만... ...솔직히 좀 구차한 변명 같아... 잠시 유우가와 열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받았다. 음~ 아까 잠깐 쥐어봤다고 어쩐지 손에 익은 느낌인걸.
"그보다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어떤 상태인거야... 방에 시체라도 숨겨놨어?"
약간의 농담을 던지면서 현관문에 열쇠를 꽂고, 돌린다. 철컥하고 쇠가 돌아가는 느낌과 소리가 나고, 잠금이 풀린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사실 뭘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뭘 보기도 전에 물씬 풍기는 담배냄새가.... 뭐지 여기...?
"........."
나는 말없이 가방으로 손을 뻗어 챙겨온 페브리즈를 들었다. 한 손에 하나씩. 양손에 쌍권총마냥 쥔 페브리즈를 마구 난사하면서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메이사를 반기는 건 물씬 풍기는 담배냄새. 벌써부터 벽지 곳곳에 스민 담배냄새는 집값을 꽤 깎아먹었대도 손색이 없었고, 페브리즈만으로는 감출 수 없는 매캐한 향이 있었다. 신발장에는 손님용 슬리퍼따윈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다, 대신이랄 것도 없지만 주간 소년 선데이와 점프들이 차곡차곡 쌓여 메이사의 발치에 알짱거리고 있다.
현관을 넘어 들어서면 일단 부엌. 단촐한 부엌에는 식기 건조대도 딱히 없이 싱크대 옆에 그릇과 접시 두 쌍이 수저를 담은 채 물기를 말리고 있고. 가스렌지 위에는 급하게 계란 후라이를 해먹고 남겨두고 간 후라이팬까지 놓여있다.
그리고 커텐도 달리지 않은 거실 창 옆에는 소파베드가 하나 있고, 그 옆에 마치 MT날처럼 놓인 맥주캔과 팩소주들... 소파베드는 이제 펼칠 수는 있나 싶을 정도로 주변이 너저분했다. 그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메이사의 시선이 닿자마자 유우가는 한 달음에 가선 테이블 위의 책을 소파 뒤로 집어던져 버렸다! 하지만 몸부터 나간 건지 본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곤 해도 테이블 위의 공책과 볼펜까진 치우지 못했지만.
캔이 유우가의 움직임에 치워져 떨그렁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러다닌다...
잠시 얼떨떨해하던 유우가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곳은 히다이 유우가가 인생 처음으로 가진 온전한 자기 공간. 아무도 개입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너저분한 이면을 잔뜩 내보일 수 있는 곳...
...맨날 잠만 자는 마미레라면 모를까, 본인을 볼 때면 눈을 반짝이는 녀석에게 불시에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유우가는 마른 세수를 하며 모든 것이 납득되는 한 마디를 조용히 흘릴 수밖에 없었다.
🤔 히다이는 사실 고전 선생일 거 같다는 느낌이에요 체육선생처럼 생겼고 그렇게 굴지만(트레이너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수업 들어와서 가르칠 때는 고전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스타일은 글쎄요 🤔... 고전이라서 나오는 어머어머ㅁㅊ~❤️ 스러운 것들을 여고생이 환장하게 MSG를 뿌려서 해설하고 이미 해둔 필기 그대로 옮겨 적는다는 느낌이네요 그래서 시험 출제는 오히려 못하는 편이고 어려운 문제은행을 베끼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
>>0 나름대로 효과가 세다고 한 걸로 골랐던 페브리즈도 이 응축된 담배냄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난사하던 손을 멈추고 축 늘어트렸다. 뿌리나 안 뿌리나 비슷비슷하단 느낌이 들어서였다. 현관에는 선데이랑 점프들이 쌓여있었다. ...뭐 그래. 이건 내놓을 시간을 자주 놓쳤다고 볼 수 있겠군... 주방도 뭐, 식기건조대가 없다는 건 충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도였다. 아직 못샀나보지. 그리고 아침에 바빴나보네.
하지만 거실은, 거실은.... 시체만 없다 뿐이지(?) 그냥 쓰레기 불법 투기현장 그 자체잖냐!! 인간은 이런 곳에서도 생활할 수 있던 거였나?! 매체를 통해 가끔 쓰레기집에 대한 걸 보긴 했지만, 매체가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야말로 경악했다. 경악을 담은 시선이 차례로 훑다가, 테이블에 닿기 전 유우가가 먼저 움직였다. 무언가를 집어 소파 뒤로 내던지는 재빠른 동작에 감탄을 해야할지, 그렇게까지 해서 감추려는게 대체 뭔지.....
".......햣..."
무언가가 소파 뒤로 날아가고, 캔이 떨어져 내는 소리에 움찔. 정신없이 사방으로 향하던 귀가 유우가를 향해 멈춘다. 으음...
"...아니.. 이건...." "유우가... 이건... 이걸.. 왜 마미한테는 보여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건 마미도 아웃이야 아웃. 마미가 됐건 내가 됐건 일단 누구한테 보여주기엔 아웃 아니냐고 ..? 부실에서 느꼈던 질투는 순식간에 동정 비슷한 무언가로 바뀌었다. 마미... 대체 어떤 이미지길래 이런 걸 보여줘도 괜찮겠다는 인식이 생겼던건데??
".....좋아. 청소하자. 난 이쪽부터 정리할 테니까, 유우가는 소파 쪽부터 치워."
이건 즉, 소파 뒤로 던진 무언가를 제대로 수습할 시간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청소 안 하면 유우가 이런 곳에서 자고 먹고 생활한다는거지? 지금 공부가 중요해? 당장 유우가의 집이 더 큰 문제다. 오즈 학원장이 와서 봐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걸??? 그러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곧바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대체 뭘 숨긴 걸까. 핫... 서, 설마... 불온서적...?!
".....뭐, 뭐어... 그럴 수 있지...."
수수께끼는 풀렸다...!같은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그래서 얼굴 빨개졌던건가! 유우가.... 여기서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파를 등지고 보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르자. 프라이버시는 중대문제니까.
억울합니다. 해명합니다. 소파 뒤에 처박힌 것은 중앙 트레이너 시험 문제집이었습니다... 아니, 나도 왜 보자마자 쪽팔리다고 생각했는진 모르겠지만 뭔가... 그래서. 사실 나 아직도 영어 철자같은 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고등학교 영어 수준 단어도 찾아봐야 하고 그래서 메모해둔 게 많단 말이야. 그걸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고...
...끄응, 뭔가 설명하긴 어려운데 아무튼 메이사에게 내가 공부하는 걸 들키는 건 싫었다. 나는 조용히 테이블 위의 '고전 문제 기출용 메모' 도 소파 뒤로 집어넣으며 증거를 인멸했다.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이걸 먼저 숨겨야 했던 거 아닌가 싶긴 한데.
...메이사가 한 문제 정도는 맞아도 되지 않을까? 이 녀석 D반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너 없으면 우리 반 망해!
아무튼. 소파 주변에 널린 캔과 팩소주들을 연소/불연소 쓰레기로 분류해 집어넣고, 다른 쓰레기들도 쓸어담고 현관 밖으로 내놓고 나니까 훨씬 깔끔해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간단하게나마 쓸고 닦고 나니...
...집이란 거, 바닥에 앉을 수도 있고 소파베드를 펼칠 수도 있는 공간이었구나. 소중하다. 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환기까지 해 조금 쾌적해진 방이 되고 나자, 소파에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느새 바깥은 깜깜하고...
앗 뜨거, 라는 소리에 잠시 귀도 고개도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음~ 기름 소리가... 튀었나보네. 튀김이라던가 기름을 좀 쓰는 요리에선 흔히 일어나는 참사다(?). 가죽을 단련해서 튀는 기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수밖에...(개인적 견해입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책을 읽는다. 과목은 레이스 이론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어도 읽어도 뭔지 모르겠다. 그냥 나가서 뛰면 됐지 뭐 이런 이론까지 알아야 한담?? 그야 레이스 연구회 애들은 좋아라 연구하고 있을 내용인거 같긴 하지만... 난.. 난 그런 쪽은 영 모르겠단 말이야. 그대로 책이 옆으로 흐르고, 내 고개는 뒤로 젖혀지고 몸은 소파에 흐늘흐늘 늘어진다. 흐에엥. 모르겠어. 그냥 레이스나 나갈래...
그렇게 늘어져 있다보면 집 안에 맛있는 냄새가 감돈다. 아~ 맛있는 냄새다! 그리고 점점 식탁에 놓여가는 오늘의 저녁밥. 유우가의 도시락은 많이 먹어봤지만 집에서 먹는 밥은 처음이네, 어쩐지 들뜨게 된다.
"우와, 맛있어보여~ 잘 먹겠습니다~"
누룽지밥 맛있어~ 고소해~ 고등어 자반과 미소시루도 맛있다. 이 고등어 그냥 기름에 구운 게 아닌거 같은데. 맛있어~
연말고사가 끝나면 실질적으로 학년이 종료되어, 마구로 기념에 출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프롬27」이라는 명칭의 무도회에서 한적한 연말을 만끽하게 됩니다. 찰렌타인 데이의 날선 분위기와는 달리, 프롬27에서 다른 학생이나 트레이너에게 꽃이라든지 선물을 건네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나와 함께 있어 주겠냐’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아이마스 파면서 삐돌 근본주의자(?)인 아타시쟝이라고 해도 뭔가 레이니 의 서사 가 저의 능 력 부족으로 다이고에게만 의존 하 는형 태가 된 것이 슬 퍼요 (뭔가 많이 하고 싶 었음) 하지만 집중력에 하자 있고 남들이 일상 10개 돌릴 때 하나 돌릴까 말까 하는 마주로썬 방대한 뭐시기 는 무리 데 시타...
고등어 살을 찢어 입으로 가져가던 손이 멈칫했다. 갑자기 무슨... 열쇠라니.... 어... 아? 아. 깜빡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은 열쇠. 아니 이거 습관이라고 할까. 우리집도 열쇠 쓰니까... 무심코? 그러고 나서는 현관 열고 들어서서 페브리즈 뿌리고 청소하고 하다가 완전 잊어버리고 있었다. 정말로. 진짜로. 고의가 아니야!
아니 뭐 그대로 잊은 채 집에 가서, 그 뒤에 발견했으면 오 예 하면서 그냥 입 닫긴 했겠지만.
아무튼 일부러 챙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유우가의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무슨 말이야?'라는 의문을 담은 표정이었고, 그 뒤로는 깨달음이 이어졌다. 아. 맞다 그거. 근데 가져도 된다고? 진짜로??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열쇠에는 이런저런 조건이 붙어왔다. 사실 조건이라고 해도 충분히 상식적인 범위 내라서 별 의심도 의문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 정도야 뭐.
"그럼 평일은 아무때나 와도 된다는 건가.. 뭐 알았어. 제대로 지킬테니까! 에헤헤..." "그보다 마미는 그런 이미지였구나..."
그래서 준 거였다고? .....그래도 맘 편히 준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열쇠 받았으니까 뭐 됐나. 다시 평온한 분위기로 돌아와 식사를 계속했다. ...그래, 이제 냉장고도 있으니까 다음에 올 땐 반찬이라도 가지고 와야겠네. 그리고... 열쇠에 어떤 키링을 달아둘지도 조금 고민해야겠는걸. 아아, 생각할 게 많구나~ 그 와중에 연말고사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는게 살짝 찔리긴 하지만. 아, 방금 생각했으니 역시 안 찔리는 걸로.
'중앙으로 이적한다/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선택이겠지? 현실의 제도와 얼마나 다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긴 하지만, 게임이나 코믹스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편입시험(이 있다면)만 뚫으면 대상경주 트로피를 땄든 못 땄든 URA에 등록할 수는 있을 거라고 봐
문제는 중앙으로 가서 꾸준히 이기면서, "이적"당하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냐는 거지. 기본적으로 본 어장의 파워밸런스는 메리 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전원 범부 레벨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애초에 (주니어 시즌 시점에서) 일찌감치 중앙으로 향할 만큼의 재능이 엿보이지 않은' 레벨이 되거든 (물론 엔딩 이후에는 어떤 전개를 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
앵시어스 웨이브(클래식 시즌)에서 중앙에서 통할 정도의 능력이 뒤늦게 개화했다고 치더라도 현실로 따지면 2~3세 시절을 지방에서 소모해 버리고 중앙으로 향하는 것이 순탄한 여정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봐
메이사는 은근 약은 구석이 있다. 뭐라 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약은 거로 따지자면 내가 메이사보다 심할 테니까. 그저 뭐랄까, 사탕 뭉치를 '우와 먹고싶어 난 딸기맛이 조아' 생각하면서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간절히 바라보고 있다보면, 내가 보다못해 한 주먹 쥐여주게 되는 류의 약음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할로윈 분장은 참 어울리는 걸 한 거다. 여우는 꾀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실제론 바보니까.그렇다고 완전히 바보인 것만도 아닌 그런 느낌. '에헤헤...' 하며 웃고 있는 게 '으닝닝~' 하면서 웃는 거로 보이는 건 왜일까.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장 소중한 녀석이고, 귀여우니까, 약은 걸 알면서도 계속 낚여주겠지만.
"아니다 역시 셋째 조항 추가할래."
저 으닝닝~한 얼굴을 보면 이제 무슨 생각하는지도 얼추 보인다. 여길 부실 mk.2 정도로 쓰면서 눌러앉을 생각이지? 엄마 아빠보다 오냐오냐하는 사람 옆에서 있으니까 즐겁겠지! 이 녀석아.
"연말고사에서 80점 못 넘으면 열쇠 압수?"
네가 공부 안 하면 우리 반 망해... 하는 간절함을 담아 슬쩍 떠봤다가, 아까의 '농담'을 떠올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