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때로는 기연이란 것이 부질없는 일몽一夢일 때가 있다. 다디단 꿈의 한 부분이 누군가의 삶이었을 때가 있고, 깨어나 잊힐 것이 중한 정보일 때가 있으며, 어느 순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나, 저 사람은 그렇지 않았나 아스라이 기시감만 떠오르는. 재하는 향에 취해 잠들기를 청했고, 당신은 알 수 없다. 그저 잠시 눈 붙였을 수도, 혹은 온전히 잠들었을 수도 있을 터다. 손 뻗어 당신에게 삶 비치는 존재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단지 무상한 봄, 부질없는 꿈, 그리고…….
눈을 뜨면 밖이라는 사실 뿐.
당신이 폐관을 위해 들어선 곳은 이리 밝지도, 사람이 가득하지도 아니하니 이는 꿈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눈치채는지, 눈치채지 못하는지는 당신의 재량이다마는, 확실한 것 하나 있었다. 이곳은 안휘가 아니다. 흙에서부터 담뿍 느껴지는 안휘 특유의 향취와 전혀 다른 물 섞인 흙비린내가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켰고, 마기가 은은하게 기감을 건드렸다. 이곳은 신강이다. 그리고 골목 구석이며, 저 바깥에서 들려오는 행인의 목소리로 보아하니 막 비가 오고 난 이후의 저잣거리임은 분명하다.
웅크려 머리 감싼 무언가의 손은 조그맣고 새하얬으니, 손목을 타고 흐르는 소매는 길고 폭이 넓어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가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완벽하진 못하였으니 소매 너머로 상앗빛에 가까운 백색 머릿결 한 타래가 보였고, 비색 바림되는 새하얗고 어여쁜 비단옷 등허리에도 머릿결은 온전히 굽이치고 있었다. 오들오들 떨고 있던 조그마한 인영을 톡톡 두드리자 몸이 움찔 크게 떨렸다.
그리고 달달 떨리는 넓은 소매 사이로 천천히 고개가 들렸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비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였다. 그리고 새하얀 속눈썹이, 그 속에 담긴 익숙한 눈동자까지. 공포에 질려선 목소리도 나오지 못하는지 입술만 달싹이던 것은 아무리 보아도 당신이 아는 그 색이요, 얼굴이었다. 백화인白化人이며 만고의 슬픔 담아낸 흑요석과 홍옥을 깎아 만든 듯한 눈이 세상 또 어디 있겠는가. 앳된 얼굴은 실로 어여뻤다. 꽃이라 함은 본디 만개하였을 때가 가장 아리땁다 하나 그 망울마저 고귀함과 어여쁨 둘둘 감싼 듯한 모습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ㄴ─."
어린 재하는 날서지 못한 경계심을 내비치며 겨우 더듬더듬 입을 벌렸다. 뻐끔대는 입모양으로 보아하니 누구세요, 라고 묻는 듯하다.
피...폐...? (희번뜩) 피폐가 또 제가 맛나게 찔 수 있거든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손조차도 더럽히고, 그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면서 서서히 안에서부터 곪고 썩어서 문드러지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웃으면서 '난 괜찮아' 를 몇 번이고 되뇌이고 말하는 그런 피폐도 맛있고...
어렸을 때 모두한테 미움 받아서 그게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호의를 호의로도 못 받아들이고 자학과 자책을 하지 않고서는 되려 버틸 수 없다거나...
어린 재하는 당신을 보며 가늘게 떨고 있었다. 보통의 아이라면 누구세요? 하고 쉬이 물었을 텐데도 경계심과 함께 두려움에 젖은 모습을 보아 하니 바깥 세상이 익숙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면 그만큼 사람을 경계하라는 옳은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교육을 받았다기엔 경계심은 지나치게 무뎠다. 재하는 당신의 이름을 듣고 한층 더 누그러진 시선을 내리 깔았다. 이름을 알려주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믿어도 될까? 이름을 곱씹듯 입술이 잠시 오물거리다 꾹 다물렸다. 여전히 목에서 소리는 나지 않았다.
"……."
당신이 상체를 숙이며 손 뻗을 적 재하는 몸을 한 번 더 흠칫 떨더니, 소매로 입가를 휙 가렸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잠시, 재하는 당신을 힐끔 올려다 보았다. 당신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름을 알려줬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거기다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대. 그러니까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천마님이 도와주셨을지도 몰라……. 조그마한 머리로 뭘 그리도 생각하는지, 힐끔 쳐다보던 눈길은 어느새 물끄러미 닿아 있었다. 그리고 재하는 경계심이 누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다른 사람이 채가기 딱 좋은 무르다 못해 물러빠진 태도였다.
"길."
처음으로 뱉은 목소리가 선명했다. 길, 하고 소곤소곤 한 글자만 발음했음에도 옥을 고이 새 모양으로 빚은 뒤 소리를 내게끔 시키면 딱 이런 느낌일 터였다. 자그마한 입술이 벌어져 다음 문장을 천천히, 더듬더듬 이어갔다. "잃었, 어요…." 하나하나 명료히 발음하려 노력하던 재하는 눈을 내리 깔았다. "손을, 놓쳐버려, 서." 마침내 부자연스러운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고는 머뭇거리다 당신의 손이 비어있음을 깨닫곤 황급히 자신의 치맛단을 잡고 무릎을 폈다. 여인이 입을 법한 고운 비단치마가 구겨졌다.
"……아, 그, 그게. 죄, 죄송, 합, 합니다. 그, 금방 일어, 날게요."
일어나는 것도 성급하여 잠시 휘청이더니만, 재하는 애써 땅에 두 발을 지탱하고자 했다. 부자연스러운 기립이었다. 마치 다리를 쓰지 못해 서는 것이 어려운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