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돌이 장사꾼의 대단하신 짐】 『가장 어두운 때라도 검의 끝이 항상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이끌고, 차가운 바위와 모래가 이윽고 뜨거운 날의 형태로 이 땅 위에 솟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들에게 배푸는 것. 그것이 칼과 제련의 신, 가장 오래 된 도구의 신이다. 인철신, 혹은 날붙이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드물게 오르내리고 있다.』
>>2 【칼과 제련의 신을 모시는 모험가】 『본업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고 비싼 값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랑상인. 현재는 파를 상인조합 소속이다. 은연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여정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다. 불행했던 과거를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무던히 살아갈 뿐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니까. 그러나, 순응은 하지만 이 세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저 시트 리뉴얼 번복해도 되나요?!!!! 컨디션을 핑계삼아 말하고 싶진 않지만 최근에 글이 넘 손에 안 잡혀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었나 봐요... 시트를 바꾼다고 해도 더 손에 잘 잡힐 것 같지는 않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이미 토코주랑 신님이랑 나눴던 이야기가 있어서 오히려 더 몰입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어제랑 오늘 토코주가 해주신 이야기 찬찬히 읽다 보니까 제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될 것 같아서요~!! 지금 성격에서 자유분방하고 속물적인 면도 있다고 염두에만 두고 또 토코주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부담 내려놓고~ 캐붕 설붕 연연하지 않고 가끔 구멍이 날 수도 있다 생각하고 이 감성 그대로 갖고가고 싶어져서요....!! 일상 나누던 중에 흐름을 확 깨버려서 정말 미안하지만ㅠㅠ 쇼핑하는 상황은 적당히 마무리된 걸로 하고 넘어가고 이후 적당한 상황에서 다시 이어볼 수 있을까요?! 어떤 걸 샀고 이후에 뭘 했는지는 이렇게 레스주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걸로 정리하고서... 애매한가요?! 그리고 하나만 더해서, 지금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듯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조금 더 생각 정리가 잘 될 것 같아서요! 아앗 그리고 토코주도 좋아하는 곡이었어요?! 진짜 신기하다~!! 듣고 있으면 왠지 감성적이 되어서 듣다 잠들면 슬픈 꿈을 꾸기도 하지만 뭔가~ 아무튼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 결국 번복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었더니~!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응, 얼마든지 존중해줄 수 있어~! 원래 앞서 해둔 것도 있으니까 아민주가 편한대로 하면 될 것 같아~ 사실은 나도 그런 기분이라면 왠지 굳이 시트 안 바꾸고 이대로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 말이지! ㅋㅋㅋ 그래도 첫 쇼핑이 이대로 넘어가는 건 역시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그리구 서로에 대한 이야기라면 오너끼리 이야기 하는 걸 말하는 걸까? 어떤 이야기가 해보고 싶어~?
ㅋㅋㅋㅋ 엄청 예전에 듣던 곡이긴 한데~ 다시 이런 곳에서 듣게 되니 반갑다는 거야! 왠지 쓸쓸하면서도 벅차는 멜로디이긴 하지!
흐므으으응... 맞아요. 사실 어렵다기보단 머리가 굳은 느낌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럼 스킵 없이 계속 잇는 쪽으로 가볼까요?!! 신님이 외투 골랐는데 이쁘다고 해주고 싶기도 하고~ 네엥. 오너끼리 이야기하는 걸 말한 거예요~ 그런데 계속 이어가도 괜찮다면 조금 나중으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제랑 오늘 이틀 날려버렸나ㅠㅠㅠ 뭔가 고민이 많았는데 한번 털어놓고 나니까 어 그걸 왜 고민했지 하는 기분...? 너무 잘 받아줘서 몸둘 바를 모르겠는 거예요 토코주...
힘들면 리셋도 필요하니까 너무 무리해서 이어줄 필요는 없다는 거야~ 아민주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마저 이어줘~! 토코주도 신님도 아민 반응 보고 싶기도 하구 말이야~ 후후. ㅋㅋㅋㅋ 괜찮아~ 토코주도 가끔씩은 정말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오기도 하구... 상판하고 있는 참치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 아닐까? 지금이라도 생각이 정리 됐다면 토코주는 그걸로 좋아! 담에도 혹시 막힌다 싶으면 부담 없이 말해달라구~ 그럼 아민 성격은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널널한 느낌으로~ 그렇게 가게 되는걸까나?
그리고 좋은 소식일지 좋지 않은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다음주 주말부터 출근 확정이 되어버렸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주말에 놀 수 있는 시간은 조금 줄어들겠지만~ 평범하게 9to6 근무시간 정도니까 지금까지랑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토코주도 평소에 일하시고 저도 워낙 손이 느린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한시름 놓고 상황극 고민도 두시름 놓은 거예요~
앗~ 일자리 받았구나! 축하하는거야 아민주~~! 쓰담쓰담~ ㅋㅋㅋㅋ 좋아해야 하는 소식 맞는 거지?! ㅜㅜㅜ~ 음음, 그렇구나~ 아민주 리미트 해제! 그런 느낌일까~? 상황극 같은건 너무 얽매여 있어도 좋지 않으니까, 어느정도는 자유롭게 굴리는 편이 좋다는 거야~ 그럼 바로 직전의 레스에서 이어주게 되는 거려나? 기대하고 있을게~!
고마워요 고마워요~ 이제는 아주 쓰담쓰담을 자연스럽게 하시는데~ 아민주는 좋아 죽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항상 느끼지만 어느 순간 턱 하고 막혀버릴 때가 있어서~ 이제 걱정이 줄었으니까 더 열심히 토코주와 놀 수 있습니다~ 그럼 직전 레스에서 이어오도록 할게요!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자러 가야겠지만... 내일 다시 차분하게 신님이랑 놀러 오겠습니다~ 토코주 항상 고마워요~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에서 시선을 떼어놓지 못하던 소년은 제가 골라준 신발을 선뜻 신어주는 것이 내심 기뻤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디자인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나막신의 굽만큼 키가 약간 더 작아진 느낌이 드는 소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소년의 얼굴에 조금 의외다는 표정이 스친다. 후드까지 뒤집어쓴 소녀가 붉은 눈을 빛내며 소년을 올려보고 있으면, 소년은 엄지와 검지로 후드를 가볍게 집어 옷감의 재질을 느껴보기도 하고, 옷깃을 살짝 끌어와 매무시를 해주기도 하며 소녀의 차림새를 착실히 감상해 주는 것이다.
"확실히 추위 걱정은 없겠어요. 이렇게 차려입으니 제법 모험가처럼 보이는걸요. 너무 튀어 보이지도 않고. 신 님은 의외로 이런 옷도 잘 어울리네요. 이게 마음에 든다면 고민할 거 없죠."
소년은 보는 자신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눈꼬리를 휘어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구매할 물건들의 금액을 가늠하며 가방에서 꺼낸 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주화를 헤아렸다.
"어디 보자. 원피스가 은화 열, 샌들이 다섯, 코트가 열다섯. 음음."
여관의 고급 방에 금화 하나, 원단을 구매하는 데에 둘씩이나 써버렸지만 소년은 조금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매일을 고급 방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말이다. 머릿속으로 남은 여비의 계산을 끝마친 소년은 소녀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느냐 물었고, 없다고 한다면 그대로 옷값을 계산하러 점원에게 향했을 것이다.
토코주 안녕하세요~ 오후만 견디면 주말이네요~ 점심은 이제 먹으려고요! 맛있는 거 먹어야지~ 야무지게 먹어야지~ 흠~ 남은 여비도 어느정도 생각을 해두는 게 좋을까요~? 아무리 상인이래도 계속 펑펑 쓰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너무 빠듯하지만 않게? 이제 조금 아끼자~ 하는 느낌으로만? 흠~~ 그리고 환율 같은것도 조금 생각해봤는데요~ 1금화는 지금 우리 돈으로 20만원 쯤이고, 은화는 8천원, 동화는 천원이라고 하면 얼추 물가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냥 재미삼아 계산하다 보니까 그렇더라구요~ 그럼 토코주 남은 오후도 힘내세요~
당신의 연이은 칭찬에 신은 숨기는 기색도 없이 의기양양해진다. 아예 허리에 손을 얹고 콧숨을 흘리면서 이렇게 자랑스레 말하는 것이다.
"그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나의 옛 이름 중에서는 무려 【가장 아름다운 칼날】이라는 이름도 있었던 게라고?"
그걸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걸까... 싶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과거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신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고대라고 불릴 정도로 옛 이야기이고, 신앙따위는 관심 없이 상인노릇 정도를 하고 있던 당신에겐 그렇게까지 와닿는 이야기는 아닐테지만 말이다.
"뭐, 결국 나는 모험가 같은게 아니라 신이라는 말이니라. 그대도 그 사실을 잘 상기해두는 게다. 그런고로, 이번 공양은 감사히 받는 게야, 아민~"
옷을 둘 씩이나. 거기에 새로운 신발까지 받아버렸다. 그 이상으로 딱히 필요한 것도 더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신은 위에 덧입은 케이프 코트를 손으로 꾹 쥔채로, 장난스레 웃으며 당신 곁을 쪼르르 따라 나섰다.
토코주는 곧 퇴근! 아민주 점심 너무 늦게 먹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하긴 아직 쉬고 있을 때니까~ 먹고 싶을때 먹는게 좋긴 하지! 여비도 신경써두면 좋을 것 같지만~ 너무 자세할 필요는 없지는 않을까나? 그냥 상황에 따라 재정이 좋다 나쁘다 정도면 괜찮다구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민주가 원한다면 한 번 생각해봐도 괜찮을지도~ 근데 환율까지 생각해본거야? 토코주는 그냥 적당적당한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조금 더 와닿는 느낌이기는 하구나~
소년은 소녀의 말을 되뇌며 무언가 즐겁다는 듯이 가볍게 그러쥔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서 쿡쿡 웃음을 흘렸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귀엽다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소녀가 벗어놓은 옷가지와 나막신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서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확실히 알고 있다고요. 고마우면 나중에 또 무릎베개를 해주시는 겁니다- "
여관에서는 소녀가 부끄러워 이불 속으로 도망쳐놓고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농을 던져오는 소년이다. 무언가 하룻밤 새에 급격한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기보다는 소녀에게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방증이겠지. 점원에게 옷값의 계산을 마치고서 거리로 나서면 소년의 배에서 꼬르륵-하고 배고픈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참. 궁금한 게. 신 님도 허기를 느낍니까? 저.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요."
이제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었을까. 소년은 우선 여관으로 돌아가 식사를 할 것을 제안하며 낮의 거리는 적당히 둘러보았으니 해가 지면 다시 구경하러 나오자 이야기한다.
방금 이루어진 자기주장에 당신이 쿡쿡거리며 웃으며 반응하자, 신의 눈은 또 별안간 얇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예 볼까지 살짝 부풀리고서 믿어주지 않는 당신을 시원찮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신은 고개를 휙하니 돌려버리며 말한다.
"흥, 네 녀석은 또 그렇게 간단히 호사를 누리려 하는구나. 본래 신의 몸은 인간이 그렇게 쉽게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게야! 알고 있는 게냐?"
그렇게 완고하게 말하는데, 거리 밖으로 나온 당신의 배에서 허기의 신호가 들려온다. 벌써 시간은 두 시를 지나고 있었다. 지금 끼니를 챙긴다 하더라도 늦은 점심이 될 것이다. 이윽고 이어지는 당신의 물음에 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허기라... 배고픔 말이냐? 흐음흐음, 그러고보면 밥이 아직이었던 게로구나. 나는 먹는 공양물도 딱히 사양하진 않는 게야."
말은 그런 식으로 하는 신이었으나. 동굴에서 당신이 줬던 간단한 간식, 【겔】도 그렇게 잘 받아 먹었던 걸 보면 신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마음 정도는 있는 것일테다. 날붙이 신만 유독 그런 것인지, 다른 신에게도 해당 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오늘 밥은 무엇인게냐? 오랜만에 받는밥이니 만큼 맛있는 녀석이라면 좋겠구나~"
벌써 밥 생각을 하는지 옆에서 걷는 소녀의 발걸음이 비교적 가벼워 진 것같으니. 적어도 당신의 주신은 식사를 가질 마음 만만인 것 같아보였다.
지금은 아주 빠듯하진 않지만 매일매일 고급 방에서 묵기는 곤란한 정도일까요~?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면 신님이랑 모험이 주가 될 테니 어떤 사건이 하나 지나갈 때마다 전리품을 팔거나 해서 여비를 충당했다- 하는 느낌도 괜찮겠네요~ 음음 일단 아민주는 잠시 자리 비울게요~ 이따 봐요 토코주~
"저희가 묵었던 여관은 1층에 식당도 겸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메뉴는 가서 살펴봐야겠지만. 그보다 신 님은 좋아하는 음식이 따로 있습니까?"
...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이 묵었던 객실에 도착한다. 소녀가 입었던 옷가지며 장도와 원단 등을 침대 한쪽에 풀어놓은 소년은 밥을 먹으러 갈 생각은 않고 곧바로 원단 말이를 바닥에 쫙- 펼치더니 장도를 그 위에 올려서 둘둘둘 말기 시작하는 것이다. 부드럽고 얇은 회갈색 비단이 장도를 도톰하게 감싼다. 소녀, 날붙이 신의 도움을 받아 끝부분을 몇 가닥 잘라내면 그것은 장도를 꽁꽁 동여매는 끈이 되어준다. 총대를 메듯이 그것을 등 뒤로 가게끔 하여 한쪽 어깨에 걸치면 대단하신 짐인지 무엇인지 모를,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가 나온다. 소년은 장도를 메고도 움직임이 자유로운지 확인하기 위해 바닥에 놓인 커다란 가방까지 그 위에 겹쳐 메고서 몇 걸음 걸어보기도 하고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기도 하다가 이내 소녀의 앞에 서서는 아까 옷 가게에서 소녀가 그랬듯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띠며 제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는 않느냐고 물어온다.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검이 너무 눈에 띄어서 준비해 본 건데."
귀해 보이는 물건이 너무 눈에 띄면 강도가 꼬이기 쉽다거나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다는 사족은 우선 제쳐두고서라도. 왜인지 긴장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은 침대 한쪽에 고이 개어둔 소녀의 옛 의복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뭐라고 입을 떼지 못하는데 마치 저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소녀에게 묻는 것 같다. 신 님이 입었던 의복을 잡다한 물건이 가득한 가방에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괜찮은 걸까를 생각하면서.
"나는 경단이 좋은 게야. 후후, 옛 신자놈들의 마을에 경단을 잘하는 경단 무사의 가게가 있었는데... 그놈 가게의 경단이 그렇게 맛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운 일이구나."
당신과 신은 그런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여관으로 돌아온다. 옷차림이 바뀐 신과 그 옆의 당신, 그리고 카운터에는 여전히 속모를 눈을 하고 있는 여관주인이 그 둘을 조용히 맞아주었다. 그리고 조금 뒤 도착한 객실에서는...
"이상하구나!"
당신의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신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기울어진 눈썹을 하고서 단칼에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본래 눈에 띄기 위해 만들어진 칼이니 눈에 띄는게 자연스러운 것이거늘, 그걸 부러 가린다니 통 마음을 알 수 없구나! 그러니 이상한 것이 당연하지 않더냐!"
역시나 불호령. 이쯤되어서는 당신조차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신의 생각에는 당신이 키즈나타치의 기골장대한 모습을 구태여 가리려고 하는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야 당신의 앞에 있는 것은 인철신, 모든 날붙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아낀다는 칼과 제철의 신이다. 오히려 칼을 드러내고 다니라면 그렇게 하라고 했지, 가리고 다닌다는 것에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키즈나타치를 가리고자 하는 당신의 마음을 또 아주 모르겠다는 것은 아닌지, 팔짱을 낀 신은 눈 한 쪽만을 감으며 조금 뒤에는 이렇게도 말해왔다.
"흥, 그러나 외견에 대해서는... 뭐 적당히 장사치놈처럼 보이니 괜찮은 것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하면 퍽 자연스러운 것처럼도 보이는구나."
그것은 상황을 미루어 본 암묵적인 동의인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달리 말하자면, 당신에게도 당신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이상으로 추궁해오는 일은 없었으니. 그리고 신은 옛 의복으로 향하는 당신의 시선에, 조용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저건 문제 없는 게야. 신경쓰지 말거라."
그렇게 말하니 의복은 돌연 빛으로 화하여 흩어지더니, 당신의 주변에서 맴돌았다 사라지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키즈나타치의 안쪽으로 흡수되는 듯한 그런 흐름을 하고 있었다.
"장사치 놈이라니... 하나뿐인 신자에게 너무한 언사 아닙니까? 토코시에 님의 체통을 생각해서 기껏 귀한 비단을 구해왔더니. 이게 다 얼만 줄이나 아냐고요. 은화로 오십 개, 동화로 무려 사백 개나 되는 거라고요?"
소년은 한쪽 발로 바닥을 쿵쿵 구르면서 서운하다는 투로 제 주신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대었다. 하지만 소년 또한 검을 감추려는 의중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진 예물을 감춘다는 것이 영 불평스러울 소녀, 신 되는 자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름의 불만 표출은 뺨이 볼록 도드라질 정도로 입술을 꾹 다물고 토라지듯 소녀에게서 고개를 홱 돌려버리며 예물과 함께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툭, 내려놓는 것으로 끝이 난다. 와중에 소녀가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소녀의 옛 의복이 빛이 되어 사라지고 나면, 소년은 비단으로 감싼 키즈나타치(이하 예물)를 벗어 내리고서 쓰러지듯 침대에 드러누워버리는 것이다.
하여튼간에 객실에만 돌아오면 되는 일이 없구나 생각했다. 신의 날카로운 눈이 빛나며 당신- 정확히는 당신이 누워있는 침대에게로 향했다. 방금이나 지금이나 저 침대이다. 분명 저 침대가 문제렷다. 이 참에 그냥 저것을 반으로 베어버릴까?
"...휴우."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죄없는 주인장에게만 피해를 끼치는 꼴이 될테니 한숨과 함께 날려보낸다. 동시에 눈에 감돌던 광채도 흩어져버렸다. 신이라는 것도 참 못해먹을 노릇이다. 역시 무언가를 베는데에 벌써 신의 힘을 쓰는 건 좋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신의 힘을 쓰는게 좋겠구나.
"―그럼 무릎베개도 없느니라."
그렇게 생각한 신이 단호하게, 그렇게 한 마디를 떨어트린다.
"자그마치 수백년이니라. 고작 하루 밥 안 먹는다고 죽겠느냐? 네놈 좋을대로 하는 게야."
그러면서 신 역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기세인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팔짱끼고 앉아서 그저 있을 뿐이었다.
소녀의 생각처럼 이 침대가 문제였다. 숨기도 좋고 특히 푹신푹신한 것이 아프지 않게 넘어질 수 있는 유용한 어리광 도구이니까. 응석이나 부리자고 딱딱한 바닥에 나자빠지는 건 제아무리 몸이 튼튼한 소년이라도 분명히 아플 테니 말이다. 한심스럽다는 듯이 내쉬는 한숨에도 아랑곳 않고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양 고집스럽게 귀를 막고서는 죽은 듯 미동도 않고 영히 누워있을 것처럼 굴던 소년은 무릎베개라는 말에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신의 신자를 조금 더 소중히 대해달라고요..."
소녀의 말에 대꾸도 않고 머리맡에 놓인 예물만 주섬주섬 챙겨 들고선 하느작거리는 걸음으로 방문 앞에 선 소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신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오늘은 애써주었구나' 했던 아침의 일도 그렇고. 평소에 놈 놈 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지만 역시 장사치 놈이라고 낮잡아 부르는 말은 소년에게도 상처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 밥이나 먹으러 가요. 점심 다 지나겠다."
끼이익- 하고 맥빠진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리면, 아직도 입술이 비죽 나와있는 소년이 소녀를 돌아본다.
"기적을 바라기 이전에, 그대도 조금 더 그대의 신과 그 파편들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고?"
당신의 중얼거림에 신은 오히려 완고한 태도로 그렇게 대꾸한다. 신이라는 것은 앞에 있으니 둘째치고, 그 파편은 아마도 이 세상의 날붙이들... 그러니까 검과 칼들을 말하는 것일테다. 달리 말하자면 신의 본질들인 것이다. 점지받은 신자라고는 하나, 당신은 아직 그것들에게 대해서는 도구 이상으로 어떠한 애착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범인의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진실로 인철신을 믿는 자- 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언젠가 그 믿음이 신에게도 들게 되면, 신도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는지.
신은 당신을 따라 객실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거기서 입술이 튀어나온 얼굴을 하고 있는 당신을 본 신은, 이윽고 두 번째로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러더니 별안간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서는 다가와, 손바닥을 휘둘러 당신의 뒷 허리를 팍- 소리나도록 때린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그 자그마한 손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매서운 손길이었다. 그것에 당신은 그만 정신이 번쩍 들거나 할지도 모른다.
"끼니를 앞두고 죽상 쓰지 않는 게다!"
그 뒤를 이어, 성난 눈썹을 달고 그렇게 불호령을 잇더니만. 그렇기를 수 초, 이내 또 금방 누그러진 얼굴이 되어서는 당신의 손을 쥐고 이끌듯이 걸음을 움직였다.
으음~ 신님이랑 아민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오너적으로 이야기해보자고 했던 건~ 아직 엄청 초반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성격이나 하는 행동의 편차가 너무 심한 거 아닐까? 하고 저번에 고민이 많았을 때 생각했던 거예요. 한번 리뉴얼 번복하면서 해결된 고민이기도 한데! 토코주가 하고 싶으시면 그런 이야기는 언제든 해도 저는 좋은 거예요~ 아민주는 샤워 한번 하고와서 답레 가져올게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따갑고 매서운 손길이었다. 소년은 억울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얼얼함이 진하게 남은 허리를 연신 손등으로 문지르면서도 앞서가는 소녀의 걸음에 맞추려는 양 보폭을 줄여서는 그 자그마한 손에 이끌리듯 그 뒤를 얌전히 따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서면, 점심이 늦은 탓일까, 아까까지만 해도 꽤나 분주해 보이던 1층은 어느새 한산해진 모습이다. 한갓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곧 커다란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이 다가와 물병을 내어주며 주문을 받아 간다. 소년은 양고기 스튜와 빵을 주문했다. 대량으로 조리해둔 것을 주문에 맞추어 내어주는 것인지 음식이 나오는 데까지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소년은 식사를 하는 소녀를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조금 뒤늦게서야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스튜를 한 술 떠올렸다. 접시와 스푼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쉴 새 없이 이어지다 접시가 바닥을 드러내고서야 잦아든다. 멀건 수프와 딱딱한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던 소년에게 제법 씹을 건더기가 많은 스튜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빵은 상당히 호화로운 것이었다. 식사하는 동안 대화는 한마디도 않고 접시를 비우고 나서는 남은 빵이나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왠지 소녀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소년이다. 그야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으니까.
당신은 스튜와 빵, 그리고 소녀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샌드위치는 【제비꼬리 샌드위치】였다. 정말로 제비꼬리가 들어간 것은 아니고... 이 여관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말하자면 시그니처 메뉴라는 것이었다. 구운 빵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보통의 샌드위치 구성과 특별한 건 없지만 단지 신선하다. 샌드위치를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따뜻한 수프같은 것을 두고서 굳이 주문할만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신에게 있어서는 샌드위치니 하는 것 자체가 낯선 것이어서 그저 흥미로 주문한 것임에도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샌드위치가 맛이 없기는 굉장히 힘들다. 종업원이 주문한 것을 내오자 토코시에 신은 금방 그것을 손에 들고 한 입 베어물더니 그것을 시작으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당신이 바라보는 시선조차 눈치채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훗후후~ 옛 음식보다는 덜하지만 요즈음 인간 놈들 밥도 먹을만 하구나!"
의자가 너무 높아 땅에 닿지도 않는 다리를 느긋하게 저으면서, 신은 생글거리는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 샌드위치라는 것이 아무튼간에 퍽 만족스러워서 행복한 식사를 가진 모양이었다. 그런 신은 식사 내내 당신이 아무 말도 없던 것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뒤늦게나마 시선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이제야 맞은 편의 당신과 눈을 마주쳐왔다.
토코주도 저녁 먹고 와서 답레 썼다! 에에~ 그런 거였어? 토코주는 이번 상황이 끝나고 그런 시간을 한 번 갖자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ㅋㅋㅋㅋ 아민주가 스스로 해결 했다면 토코주도 그런 이야기 없이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거야~ 이야기 거리 같은거 생각나면 팍팍 말해달라구!
저 정말 안되겠다 싶어요 토코주. 토코주랑 신님이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오락가락하면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할 수 있다고 힘내왔고 그러려고 했는데 정말 안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글이 너무 안 써져요... 머리가 굳은 거나 컨디션이나 그런 이유겠지만. 캐릭터가 손에 안 맞는단 이유를 떠나서 그냥 글이 안 써지는 이유겠지만ㅠㅠㅠㅠ 전에 말했던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다던가 했던 이야기들은 빈말이 아니었어요.
그렇구나~ 그럼 나도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물어보겠는데... 정말 괜찮은거지? 글이라는게 당연히 항상 술술 써질 수는 없다고 생각 하는 건 토코주도 마찬가지거든. 왜냐하면 우린 작가같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길이가 신경쓰이는 거라면 대사 위주 지문으로 잇는 방법도 있을테고 말이야.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돌리는 건 더더욱 안 되니까... 아민주가 정말로 그만하고 싶다고 한다면 토코주도 여기서 헤어질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지 못하는 것이나 레스 길이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제가 글이 안 써지는 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성향이 안 맞다거나 답레를 쓰면서 숙제처럼 느껴져서 하기 싫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겠지만, 토코주와 글을 나누는 게 정말 즐거운데 막상 이어보려고 손에 잡으면 몇 글자 쓰는 데에도 한세월이나 걸려버려요.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단지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때문뿐이에요. 미안해요.
음음, 알겠어~ 그런데 그런 문제 때문에 아민주가 미안할 필요는 전혀 없는거야! 나도 여러번 겪은 문제이기도 하고, 사실은 지금도 가끔 겪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기분은 아니니까 ㅋㅋㅋㅋ 사실은 상판하는 참치 대부분은 경험해본 생각 아닐까? 그러니까 토코주도 아민주 생각 이해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더 안타까운 거기도 하구. 응, 너무 길게 해도 안 되겠다! 아민주 지금까지 즐거웠구~ 신님도 아껴줘서 고맙고... 아무튼 전부 고마웠다는 거야! 신님에게 시켜보고 싶은 대사랑 아민이랑 여러가지 이야기 해보려고 꿍쳐둔 메모도 있었는데 못 하게 되어서 그저 아쉽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지만 다음 주부터 일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잘 됐으면 좋겠네~ 후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20일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고마웠어요. 하루의 단 한 시간도 토코주와 신님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우리 귀여운 신님... 토코주. 저도 많이 아쉬워요. 아쉬움보다 미안함이 커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저를 나쁘게 기억하지 말아주세요. 고마워요. 정말.
왜 나쁘게 기억하겠어~ 이렇게 취향이라든가 생각이 통하는 참치는 나도 살면서 처음인걸~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ㅋㅋㅋㅋ 역시 어떻게 하기 어렵다... 아민주가 미안해 할 필요라면 전혀 없는데 말이야~ 응... 그럼 슬슬 끝내자! 토코주도 여태까지 어울려줘서 고마웠어~ 다른 데 가거나 일 나가서도 열심히 하기야 아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