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돌이 장사꾼의 대단하신 짐】 『가장 어두운 때라도 검의 끝이 항상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이끌고, 차가운 바위와 모래가 이윽고 뜨거운 날의 형태로 이 땅 위에 솟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들에게 배푸는 것. 그것이 칼과 제련의 신, 가장 오래 된 도구의 신이다. 인철신, 혹은 날붙이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드물게 오르내리고 있다.』
>>2 【칼과 제련의 신을 모시는 모험가】 『본업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고 비싼 값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랑상인. 현재는 파를 상인조합 소속이다. 은연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여정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다. 불행했던 과거를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무던히 살아갈 뿐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니까. 그러나, 순응은 하지만 이 세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흥, 잘 알고있다면 된 게야. 다음에도 나의 옛 기적들을 함부로 이야기한다면 정말 얄짤도 없느니라."
천천히 걸어와 당신 옆에 나란히 선 신은 한 쪽 눈꺼풀을 닫은채, 하나의 눈동자만으로 당신을 쳐다보는식으로 새침스런 표정을 얼굴에 띄워보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멀쩡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되니 좋구나. 이 내가 직접 일으켜 세웠다고는 하나, 설마 나를 여기까지 멋대로 데리고 올 정도로 금방 회복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느니라. 훗후후. 그대는 꽤 남자다운 면도 있지 않느냐? 조금 놀란 게야."
그리고나서는, 그 사실이 신에게는 살짝 의외인듯- 가볍게 웃음을 흘린다. 신에게 치료를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모든 이가 당신처럼 그렇게 금방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걸까. 신에게마저 의외로 다가올 만큼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걸까? 그런 신에게 당신은 또 다시 손을 내민다. 신은 눈을 깜빡이며 그 손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코웃음치곤 이렇게 말한다.
"건방진 신자놈, 신도 혼자서 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대로 네놈을 그냥 걷게 하는 것도 적적하니... 흐음흐음, 그렇구나. 여기서는..."
그러더니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장도, 여기까지 당신의 등을 따라 반쯤 뛰는 걸음을 하던 와중에도 결코 몸에서 떨어트리지 않았던 그 물건- 【키즈나타치】를 손에 쥐고서는, 손을 펼치고 있는 당신에게 오히려 건네는 것이었다.
"자, 받는 게다."
그 모습은 신이 작은 체구의 소녀임에도 불구, 어쩐지 등 뒤로는 위풍당당한 풍채마저 드리워져 보이는듯 하다.
>>189 호오오~ 맞아맞아, 무난하면서도 소녀스러운 느낌이 잘 사는 의상이지~ 기습 일레이나 등장? ㅋㅋㅋ 그리고 아민주의 의견도 확실히... 일리있네! 사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토코주는 오히려 적안이 너무 주변 배경에 비해 튀는 느낌일까나~ 싶어서 스커트에 붉은 컬러를 주어서 희석시켜 보려고 생각했었던 거야! 원래 의상을 모티브한 의미도 있고... 그리고 원래는 무녀복, 하카마를 이미지 했던 것도 있네! 그럼 지금 의상 느낌에서 컬러정도만 변경한 것으로~ 그런 느낌으로 할까나? 위에는 후드를 쓸 수 있는 망토를 덧입히고 말야!
소년은, 소녀가 건네는 장도를 그대로 받아든다. 생각보다 묵직한 중량에 덜컥하고 손이 아래로 내려가, 남은 손으로 그것을 받친다. 무언가에 공명하듯 저 혼자서, 검집 안에서 덜그럭거리기도 하던 신비한 검. 제가 팔을 끝까지 뻗어도 다 뽑아낼 수 없었던 기다란 검을 가볍게 납도하던 소녀.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면 힘없이 끌려오는 가녀린 아이였는데. 소녀는 어떻게 이런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닐 수 있었던 걸까. 소년은 제 키보다 큰 검을 비스듬히 세워 한쪽 어깨에 기대인다. 그럼에도 검의 끝자락은 소년의 머리 위를 웃돌 정도로 길었지만. 신 되는 존재를 보필하는 것은 응당 신자의 몫임을 알고 있기에 짐꾼 취급 정도는 아무런 불만이 없는 소년이다. 어쩐지 우쭐해하는 소녀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선하다. 그런 소녀가 마냥 귀엽게만 보이는 것은, 소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비단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오... 역시 아민주~ 유려한 묘사다. 앗, 너무 아민주 신경쓰는 것처럼 보였으려나... 우리 둘 모두 비슷한 취향이니까 맞춰가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 거지만~ 혹시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면 미안해? 그럼... 캐미솔 원피스쪽으로 할까! 위에는 조금 두껍고 어두운 색의 클로크? 케이프를 걸치고 있는 것으로 하고!
아니 ㅋㅋ 뭐지 왜 아민 말투 따라해요 저 ㅋㅋㅋㅋ 으음 그러니까 아민주 취향 의식하면서 맞춰주시려고 해도 저는 그저 고마울 뿐인걸요. 단지 취향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말을 아꼈을 뿐이고~ 무엇보다 의상은 언제든 바꿀 수 있고 신님은 뭐든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이거예요~
당신은 신이 내린 검을 받아든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도, 검의 실제 구조나 모습과는 별개로 무게가 가중 되는 것 같은- 그런 기분마저 들 것이다. 검을 당신에게 맡기기가 무섭게, 신은 이내 곧바로 당신에게 잘난듯이 주의의 말을 늘어놓는다.
"조심히 다루라고? 그대가 들고 있는 건 【키즈나타치】, 옛 히다네의 도공들이 이 내게 바쳐지기만을 위하여 들러붙어서 만든, 최초이자 마지막 도검인 게다. 어디에서나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검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주의, 또 주의하는 게다. 당연히 파는 것도 안 되는 게다. ...만약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땍― 인게다!"
그러나 말이 주의사항이지 그건 거진 잔소리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아마 은근한 자랑의 기색마저도 묻어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일테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남이 걱정하는 것은 흔히 성가시게 비춰지는 것이니까. 동굴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렇게나 꼭 끌어안고 있던 물건이다. 그런만큼, 당신의 손에 들려있는 그 칼은 신에게 중요한 물건이었을 테다.
당신은 밤하늘을 올려보고서는 신을 부른다. 처음으로 그 입에 올려본 신의 이름이었다. 그 나직한 목소리에, 신의 발간 눈이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동그랗게 커졌다.
"...앞장 서서 가는 게다. 아민―"
정말 오랜만에 남의 입에서, 그것도 인간의 입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이름이다. 이런 일이 다시 있을 거라고는 신조차 알지 못했던 탓일까. 신은 조금 얼굴에 복잡한 기색을 비춰보이면서, 별을 쫓는 당신과 나란히 걸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신 님은 제가 이런 물건을 함부로 팔거나 잃어버릴 것을 걱정할 정도로 저를 바보로 보고 계셨던 겁니까- 기세등등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녀의 모습에, 소년은 그저 고개를 돌리며 살포시 미소 짓고 말 뿐이다. 소년은 밤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길잡이별을 따라 숲으로 나아간다. 남십자성을 등지고서 풀숲을 헤쳐간다. 소녀의 복잡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소년의 발걸음은 평소의 것보다 느리지만 가뿐하다. 품에 안은, 책임이 무거운 장도마저 가볍게 느껴지는 소년이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어딘가에 매인다는 것은 외톨이였던 소년에게 있어서 썩 귀찮은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전부터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토코시에, 당신이 그랬죠. 우리 사이에 【유대】가 맺어졌다고. 유대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 지금 제 머릿속엔 당신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는 맹목적인 생각만이 맴돌고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당신의 떽떽거림이 싫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것도 그 유대라는 것의 영향입니까?"
사박사박 풀 소리가 멎으면 가파른 언덕 아래로 폭넓은 강이 펼쳐진다. 운이 좋게도 근처 나루터에 빈 배가 방치되어 있고, 강 건너의 평지엔 숲에서부터 이어진 교역로가 보인다. 소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강가 너머 먼 곳을 바라본다.
신 님은 제가 이런 물건을 함부로 팔거나 잃어버릴 것을 걱정할 정도로 저를 바보로 보고 계셨던 겁니까- 기세등등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녀의 모습에, 소년은 그저 고개를 돌리며 살포시 미소 짓고 말 뿐이다. 소년은 밤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길잡이별을 따라 숲으로 나아간다. 남십자성을 등지고서 풀숲을 헤쳐간다. 소녀의 복잡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소년의 발걸음은 평소의 것보다 느리지만 가뿐하다. 품에 안은, 책임이 무거운 장도마저 가볍게 느껴지는 소년이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어딘가에 매인다는 것은 외톨이였던 소년에게 있어서 썩 귀찮은 일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전부터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토코시에, 당신이 그랬죠. 우리 사이에 【유대】가 맺어졌다고. 유대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 지금 제 머릿속엔 당신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는 맹목적인 생각만이 맴돌고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당신의 떽떽거림이 싫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것도 그 유대라는 것의 영향입니까?"
사박사박 풀 소리가 멎으면 가파른 언덕 아래로 폭넓은 강이 펼쳐진다. 운이 좋게도 근처 나루터에 빈 배가 방치되어 있고, 강 건너의 평지엔 숲에서부터 이어진 교역로가 보인다. 소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강가 너머 먼 곳을 바라본다.
그런거야? ㅋㅋㅋ 음~ 토코주도 아민주가 그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항상 볼때마다 술 마신 상태인 것 같아서 뭔가 놀랍기도 하구... 주로 어떤 술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되려나? 헉 설마 오너인 토코주 이상으로 애정 강한 거야? ㅋㅋㅋㅋㅋㅋ 나의 캐릭터가 아민주에게 이렇게까지 이쁨받다니... 영광이네~!
으으으음~ 술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소주가 깔끔하고 좋더라구요. 대꼬리 빨간거 홀짝홀짝 마십니다~ 한 병이면 며칠동안 마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신님이 귀여운걸요...? 아민주가 좋아하는 요소가 대체 몇개람~ 영상지원 음성지원 게다가 직접 글을 주고받고 있다고요? 애정이 갈 수밖에~ 흠흠 영광으로 여기세요!
새까만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 그 중에서도 당신은 남십자성을 등지고서 어두운 풀숲을 걸어 나아간다- 장도가 맡겨졌음에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이미 방랑하는 상인의 일을 일찍이 하고 있었던 당신이기에, 이미 이런 일은 익숙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을, 신은 요령도 좋게 따라가고 있었다. 힘든 기색조차도 없다. 그렇게나 여린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잘만 수풀 사이를 헤쳐걷는 것을 보면 과연 범인은 아니라는 것 같다. 신은 당신의 물음에 지체하는 일도 없이 대답했다.
"그건 다르느니라. 신과의 【유대】가 그런 것까지 해주는 건 아닌 게야. ...그리고 나를 부를 때에는 뒤에 항상 '님'을 붙이는 게다! 굳이 그런 걸 가르쳐 주어야 아는 게냐, 이 바보 신자놈!"
에잇에잇! 그런 소리를 내며 짧은 다리를 조금 격히 움직여 당신에게 발길질 한다. 마음을 몰라주는 신자인 당신의 신발을 밟아, 조금 성난 마음을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작 체면치레인 것임에도 불구하고서... 하지만 그런 체면치레야 말로, 신에게는 정말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외로 엄격한 규율을, 당신은 가볍게 위반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 뒤는 밤 산책과 설명의 계속이었다.
"【유대】는 말이다, 인간이 듣기 쉽게 말하자면 계약과도 같은 것인 게다. 아주 오래 전, 이 내가 군림하던 시절인 까마득한 옛날로부터 전해져 오는 간단한 술식이니라. 지금이야 대여신놈이 종교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지만, 그때는 신 나부랭이들이 발에 채이듯 많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신자와 신 사이의 신앙을 확인 할 필요가 있었던 게지. 원리는 간단한 게야. 인간은 특별한 의식을 행함으로써 신과의 【유대】를 맺어 신앙을 바칠 것을 맹세하고, 신은 인간에게 그와 상응하는 기적을 내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인간의 운명이 신에게 약간이나마 묶이게 되는 것이니라. 그렇게 유대가 깊어지면 깊어 질 수록, 그 신과 가까워지게 되고 하사 받을 수 있는 기적이나 부장품도 많아지는 게지. 그러나 그때는 이걸 악용하는 악신도 많았다고? ...거기서 【유대】의 댓가이니라! 이 유대의 댓가를 발휘하면 나같은 경우엔, 네놈을 나의 '검'으로서 만들고 부릴 수 있는 게다. 신의 검이 된 그대에게는 이 나를 위해 칼을 쥐게 하고, 싸우게 만들고, 칼을 만들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그리고 그대는 신의 검이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전장에서 죽는 게야. 이건 단순히 비유같은게 아니라고? 네놈을 '검' 그 자체로 인식을 개변하여, 그대의 영혼을 밀어내고 이 내가 몸을 취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한 게지. 마치 그대의 손에 들려있는 【키즈나타치】처럼 말이다― ―만, 그대에게 내가 그런 짓을 할 이유따윈 없느니라. 그런 건 너무 극단적인 방식인데다... 당시에도 그런 댓가를 취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게야. 그때 나의 마음은 그저, 인간놈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칼을 휘두를 수 있는 형편을 만들어 내는 데에만 온종일 팔려있었기 때문이었겠지... 흠흠, 그리고 나의 신자라는 녀석들이 하나같이 올곧고 강한 녀석들이라 운이 좋았었던 것도 있구나. 헌데, 그런 그대에게 【유대】와 같은 구식 술식을 맺은 것은 단지, 두 가지 이유-"
거기서 신은 손가락을 펼친다...만, 어째서인지 펼쳐진 것은 새끼 손가락인 소지. 여기서는 보통 검지가 아니던가? 물론 신은 그런 것, 신경쓰는 일 없이 마저 설명을 늘어놓아갔다.
"먼저 첫 번째. ...내가 애써 살려놓은 인간이 하필 신도 몰라뵈는 바보천치 도둑놈이었어서 신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하물며 나의 소중한 【키즈나타치】까지 뺏어 들고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이니라! 그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녀석은 찾아가서 떽― 해버리는 게다!"
말하자면 분실을 방지하는 장치였던 것일테다. 방금의 조금 섬뜩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미루어보자면, 신자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그 장소에 바로 나타나는 것은 신에게는 일도 아닐테니. 그리고 곧 다음으로는 소지 바로 옆의 약지가 펼쳐진다. 그 희연 손에 있는 가장 작은 손가락 둘이 이렇게 나란히 펼쳐지니, 어쩐지 토끼와 같은 소동물의 솟은 귀를 연상시키는 것은... 단지 기분탓일까. 신은 계속해서 말한다.
"그리고 두 번째. 뭐, 어찌보면 이게 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만... 간단한 게다. 【그 녀석】이 들러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니라. 그대가 끝내 시체가 되지는 않았기에 아마 문제는 없을 게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유대】를 통해 운명을 조금이라도 묶어서 만약에라도 찾아 오는 걸 방지하고 싶었던 게다. 이런 건 확실한 편이 좋은 게야. ...그대는 아직 인간이지 않느냐. 숨이 붙어있는 동안엔 그런 것과 엮이지 않는 편이 좋느니라."
의미심장한 한 마디. 그리고 동시에 그 얼굴은, 정말 조금이었지만 진중한 얼굴이었던 것도 같다. 다만, 신이 그런 얼굴을 할때면, 진중함과는 별개로 새침스런 분위기가 따라오는 것 또한 사실. 그렇기에 전해져오는 말과는 달리, 흐르는 분위기는 그다지 무거움이 없는 것이다.
"이상이, 그대에게 맺혀져있는 【유대】의 개요이니라. 헌데 【유대】와는 하등 관계없을 그대의 그런 마음에 대해서는... ...뭐~ 네녀석도 역경을 극복하고나니 이제 이 인철신의 위대함과, 칼날의 고마움을 다시 알아봤다는 것 아니겠느냐? 훗후후~ 이번 만큼은 솔직하게 말해도 좋느니라! 그럼 특별히 몸소 쓰다듬어줄 수도 있다고~?"
과거에는 얼마나 뛰어났던 신인지는 몰라도, 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으스대면서 당신에게 자신의 명성에 대해 뻐겨오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또 약간은 능구렁이같기도 하다. 다른 신도 이런 모습이었던 걸까... 한 편으론 그런 의문이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인가 풀 소리는 멎고- 드넓게 펼쳐진 평지와 강, 그리고 교역로가 보인다. 그것은 좋은 의미였다. 교역로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 즉, 마을의 인간들- 혹은 마을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였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둘이 향하고 있는 【엠버그루】 마을은, 최근 분주하게 지어져서 제대로 도니 상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모양이니. 이 사실에 대해서는 상인인 당신이 더욱 잘 알고있을 터였다. 그러니 좋은 신호다. 당신에 비해서는 짧은 다리 덕인지 걸음이 다소 늦는 신은 조금 뒤늦게 합류해서 당신의 곁에 선다. 신의 시야에도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풍경이 단번에 들이닥쳤다. 깊은 저녁. '새벽'이라고 겨우 표현해야 할 만큼 무서운 어둠이 내린 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치 땅에서부터 거꾸로 솟은 것처럼, 강에 반사되는 달과 별은 아주 선명토록 비춰지고 있었다.
"...그래. 이 내가 베어내는것 만큼이나 예리함이 없는 이상, 그렇게 사람의 마음이 쉽게 스러지는 일은 없는 게야."
데박... 엄청 몰입해서 읽었어요! 아민주는 상황극 한정으로 답레 쓰면서 이전 레스를 열 번은 넘게 되읽거든요. 이번에도 역시 엄청나다! 새끼 약지 펼쳐서 토끼 만드는 신님... 으으으윽 아민주는 심장이 아파버리는 거예요~ 다채로운 배경 묘사도 일품이었다~ 헉 그러고 보니 벌써 네시가 다 되어가요~ 결국 오늘도 토코주를 늦게 재워버리는구나... 저는 죄 많은 참치...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가져올게요~ 토코주도 얼른 주무셔야죠! 어제도 오늘도 일하는데 피곤할 것 같은데... 토닥토닥 자장가라도 불러줘야 잠드는 건가요~
후후후~ 이번에도 마음에 들었어? 토코주 은근 타율 높을지도...? ㅋㅋㅋㅋ 후후~ 그리고 아민주 그렇게나 되읽는구나... 대단해~ 토코주도 가끔 생각날때 다시 지나간 레스들 읽어보긴 하지만, 그정도는 아니거든! 역시 아민주는 나이스~ 쓰담쓰담~ 앗, 자장가 불러주는 거야~? 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 애어른은 아니니까 사양할래! 그렇잖아도 이번 레스만 쓰고 자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마음먹으면 5시까지도 가능이지만... 그러면 내일이 버겁긴 하네! 응!
유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나요. 역시 토코시에 님은 귀여운 외모로 사람을 홀리는 악신이었던 겁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소녀를 내려본다. 어두운 밤에도 선명한, 달빛이 내린 새하얀 머리카락이 유난히 곱다. 본질은 신이라지만 이토록 작고 가녀린 소녀의 품에 안겨 응석이나 부리고 있었다니,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귀가 뜨거워져오는 것을 느끼는 소년이다. '이 내가 베어내는 것만큼이나 예리함이 없는 이상, 그렇게 사람의 마음이 쉽게 스러지는 일은 없는 게야-' 이보다 더 안심이 되는 말은 세상 다시없겠지. 소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보다 환한 미소는 눈앞의 신이 부끄러워 달그림자 뒤에 숨어버렸지만. 소년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평지를 이루던 숲의 끝자락에 발을 딛고서 가파른 언덕 아래를 살핀다. 경사가 심하지만 바위 등의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쪼그려앉아서 자라난 풀과 흙을 손으로 만져본다. 언덕 아래의 강가 근처에까지 균일하게 분포한 풀은 어디에서나 자라나는 볏과의 잡풀이고, 낮 동안 햇볕에 잘 마른 흙은 알갱이가 고와 쉽게 바스러진다. 소년은 언덕을 한번 내려보고, 고개를 돌려 소녀의 발을 바라본다. 그냥 걷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나막신을 신고서 험하다면 험한 숲길을 잘도 따라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지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소녀. 겉모습은 마냥 여리게만 보여도 신은 신이라 이건가요-
"잠깐 이리 와보십쇼."
소년은 배낭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언덕의 시작점, 경사진 곳에 펄럭-하고 돗자리를 펴듯 깔아놓으며 소녀를 부른다.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너비로 고르게 펼쳐진 것은 야영이나 할 때에 쓰이는 두껍고 빳빳한 천. 소년은 그 위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소녀에게 여기 앉아보라 말한다. 잠시 쉬었다 가자는 건가- 이 새벽에 피크닉이나 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닐 테지. 소녀가 그런 의구심을 품고서도 소년이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아주면 언덕 아래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그 한 귀퉁이를 가로지르는 넓고 고요한 강물이 한눈에 다가와, 달아래 너른 평원은 해밝은 낮의 풍경과는 색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잠시 그 고독하리만치 평화로운 풍경을 눈에 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온 소년이, 소녀의 작은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툭- 소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소녀가 올라앉은 천 쪼가리가 마치 썰매처럼 가파른 언덕을 빠르게 미끄러져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귓가를 연신 스쳐가는 풀 소리, 얼굴에 부딪히는 시린 밤공기. 신에게도 심장이 있다면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잠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지는 않았을까- 순식간에 강변에 다다른 소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면, 뒤이어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소년이 데굴데굴 굴러온다. 소녀의 뒤를 따라 두 다리로 버티며 미끄러지듯 언덕을 내려오던 소년이 중간에 중심을 잃고 시원하게 넘어져 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몸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소녀를 바라보고 이가 보이도록 시익- 웃어 보인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이 좋았네요."
소년은 물 위에 떠있는 주인 없는 나룻배를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소녀를 일으켜 세워 물가로 이끌어가고서는 주저 없이 훌쩍 뛰어서 배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짐이나 날아 시르던 작달만한 나무 배는 물 위에서 이리저리 넘실거린다. 행여나 소녀가 배에 오르기 어려울까 배의 한 귀퉁이에서 소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손을 내밀어 보이는 소년이다. 소녀마저 배에 올라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소년은 목적지를 등지고서 찬찬히 노를 저어가기 시작하겠지. 참방- 참방- 소리가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잔잔하게 퍼져간다. 한동안은 이렇게 마주 보고 있어야겠지- 웃음기를 거두고 마주 앉은 소녀의 어깨너머, 강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묵묵히 노를 젓는 소년이다. 입을 다물고 한곳을 바라보는 소년의 표정은 세상을 달관하기라도 한 양 평온하기만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여로에서, 주저 없이 앞길을 나아가는 소년의 모습은 신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달이 바라본 소년의 얼굴은 아직 애티를 벗지 못했지만.
"토코시에. 【그 녀석】은 무얼 말하는 거죠? 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라도 되는 겁니까?"
얼마간의 침묵을 깨고 소년이 묻는다. 소년은 눈동자만 데굴- 굴려서 소녀의 눈을 바라본다. 소녀가 아까 그렇게 성을 내었건만, 소년은 끝내 '님'자를 붙여주지 않는다. 떽떽거리는 모습이 그리도 귀엽게 보였던가-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바라보면 시선이 느껴지는 모양인지, 신은 그런 당신이 의문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에 고개를 기울였다.
"...? 무엇이느냐. 아까부터 그렇게 보고... 할 말이 있다면 하는 것이 좋은 게야."
신이라고 하더라도 한 길 사람 속을 알리라는 법은 없는지, 당신이 속으로만 품고있는 그런 발칙한 생각을 알아채는 일 없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어둠과 잿빛 머릿칼에 가려진 당신의 달아오른 귀도, 마찬가지로 알아채는 일은 없었다. 날붙이 신은 여전히 반뜬눈을 하고 당신을 의문스레 바라보며 곁을 걸었다.
"호요? 무슨 일인 게로고?"
그러는 한편, 신자가 부르는 말에는 바로 반응하여 바로 당신에게 의심없이 다가갔다.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당신은 하나뿐인 신자였으니 말이다. 무려 그 신 자신이 직접 선택한 -달리 수가 없었다곤 하더라도- 이 시대의 첫 번째 신자. 그것이 당신이었다. 그러나 그런 걸 당신이 전혀 자각하고 있을 리는 없다. 만에하나 그런 자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의 언행이 그렇게 간단히 바뀔리는 없는 것이다. 상대가 신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호욧...!?"
아무 의심 없이 당신이 말하는 대로 천 위에 다리를 틀어 정자세로 앉은 신을, 당신은 주저도없이 경사에서 밀어낸다. 그렇지만 의외였을까, 신은 내려가는 순간에만 그런 짤막한 소리를 낼뿐, 비명따위는 내는 일없이 돗자리에 탄 채로 아주 간단하게 경사를 미끌어지며 내려간다. 그리고 부딪히는 바람은 신의 긴 머리칼을 마치 궤적의 형태로 늘어트린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가 '의연'과는 다른 것 같다. 엄연히 따지자면 그것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굳었다'...라고 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겠지. 신은 그렇게 침묵된 채로, 빳빳하게 경직된 몸으로 아래 끝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얼었던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무, 뭐어. 조금 정도는...? 탈 만했던 것 같구나. 흐음흐음. ...가 아니라! 이런 걸 할 때는 미리 말이라도 해주는 게다! 하마터면 놀라서 키즈나타치로 도로 돌아갈 뻔했지 않느냐~!! ...콜록!"
그렇지만 역시- 과정이 어땠느냐와는 별개로 말도 없이 신을 밀치고 장난스레 웃어보이는 신자놈이 괘씸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 그러나 마지막에 와서는 그것조차 채 잇지 못하고서는 기침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마도 큰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힘에 부치는 것이겠지. 신은 손등을 가져가 입가를 조숙하게 훔치며 당신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이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장난을 치라는 말이다. 그러다 크게 다쳐도 난 모르는 게야!"
그러더니 이번엔 흙먼지가 된 당신을 손으로 팡팡 털어주는 것이다. 걱정과 원망이 반반씩 섞인 것이, 작은 손이지만 꽤나 매섭다. ...우스운 일이지만 순간 이런 손으로 이런 정도의 박력이라면,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무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촐랑대며 저먼저 배 위에 올라 탄 당신을 따라가서는, 손을 잡고 올라타 "흥." 하고 콧방귀 할 뿐이었다. 그렇게 배는 유유자적하게 수면 위를 미끌어져 나아갔다. 방금 아민이 꽤한 간이 어트랙션과는 상당히도 다른 상황이다. 신은 별들이 반사되는 작은 강을, 신자가 모는 나룻배로 건너고 있는 이 상황이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는지- 당신과 마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의 모퉁이를 손으로 붙잡고서는 이따금씩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님'을 붙이는 게다! 그대 앞에 있는 것은 네놈의 신 되는 자라고 막 알려준 참이지 않느냐, 이 바보 신자 녀석! ...파하- 네 녀석은 정말이지, 섬세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게로구먼... 어쩌다 이런 놈이랑 엮이게 되었는지 내 팔자도 원..."
그러나 그런 것도 아주 잠시였을 뿐이고, 끝끝내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주지 않는 신자놈과,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신생(神生)마저 원통스럽게 느껴지는지 실망스런 눈이 되어 고개를 젓는 것도 당신의 앞에 있는 신. 인철신(刃鐵神)이었다. 그런 신은, 이런 이야기는 조금 꺼려지는 듯이 역시 머뭇거리는 눈치였지만. 어차피 당신이 먼저 화두를 던진 것이고, 이대로 두어도 딱히 수가 없다고 느꼈는지 이내 입을 다시 때며 곧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말대로이니라. ―'사신'. 정확히는 【죽음과 되풀이의 신】이니라. 그런 주제에, 네 녀석 인간들은 너무 그 이름을 너무 가볍게 올리는 경향이 있는 모양인 게지만... 설령 신 나부랭이들조차 두려워하며 피하는 게 바로 【그 녀석】이다. 주의하는게 그대의 남은 운명을 위해서라도 좋은 게다. 뭐, 말은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그대가 평생 놈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는 말 그대로, '죽었을 때' 정도뿐일테지만 말이다."
"하나뿐인 신자를 그렇게 바보 취급 해도 되는 겁니까?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 건 너무 부담스럽단 말이에요. 마음속으로 붙여줄 테니까 묵음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됩니까? 토코시에." '님.' "어때요. 들렸나요?"
소년은 【죽음과 되풀이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이 대꾸하는 것이다.
"원래였다면 그런 거 안 믿는다고 했겠지만. 눈앞에 버젓이 신 님이 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죽었을 때에나 그 녀석인지 뭔지를 마주치는 거라면 걱정할 거 없잖습니까? 안 죽으면 되잖아요."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당장 내일 죽는다는 것이 운명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받아들여야겠죠. 그런 걸 신경 쓰고 두려워하기엔 저희 같은 인간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더 바쁘다고요."
소년은 노 젓는 것을 멈추고 물가에 배를 대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한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죽는 것보단 아픈 게 더 무섭습니다."
어느새 강 건너편에 도착한 배가 서서히 멈춰 서고, 소년은 이번에도 저 먼저 풀쩍 뛰어내려선 자연스레 소녀에게 손을 뻗는다. 소년은 배에서 뛰어내리는 소녀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아마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겠지. 두 사람의 앞엔 최근까지도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있는 교역로가 길게 뻗어있다. 굽이진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인 엠버그루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네요. 빨리 여관에 가서 자고싶다...."
장도를 품에서 고쳐안은 소년은 하품을 하며 느린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하늘의 한구석이 쪽빛으로 물들어오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당신이 모시기로 한 것은 칼의 신. 딱히 독심의 신같은 것은 아닌 것이다. 격식이라도 차리며 기도했다면 모를까, 노를 저으며 마냥 적당히 하는 생각이 닿을리는 만에 하나라도 없는 것이다. [신조차 모르는 것]은 있다. 이 세상의 일은 그렇게 형편 좋게 꾸며져 있지 않다는 것이겠지. 신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하게 배 위에 털썩 앉아버린다. 그러더니 별로 두려운 기색도 없는 당신의 말에 이렇게 대꾸한다.
"하여간, 방금 아픈 꼴을 넘어 죽는 꼴 당할 뻔한 녀석이 말은 잘 하는게로구나. 그렇지만 그건 네가 방금 죽음의 운명에서 가까스로 건져졌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니라. 주제에 당찬 대답은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만, 네놈은 오해하고 있구나. 확실히 그대의 말처럼 인간이 막연한 죽음보다 두려워 해야할 것은 많겠지... 그러나 내가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예외의 경우."
"만약, 아직 죽을 운명도 아닌 자에게 【그 녀석】이 들러 붙어온다는 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만약의 경우. 당신이 동굴에서 쓰러졌을 때, 만약에 이미 강을 건넌 뒤였다면, 숨 하나 차이를 놓쳐버리고 말았다면, 그리고 토코시에 신이 그것을 강제로 되돌렸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자'라고 해야 좋을까, '죽은 자'라고 해야 좋을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운명이라고 한다면, 그건 대체 어디로 어떻게 향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건, 자신이 스스로 정하고 받아들인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한 밤 중의 강 위에서도 여전히 올바른 붉음이었다.
"놈은 끈덕지다고? 죽음이라고 하는 녀석은 모시는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 '님' 자도 안 붙여주는 건방진 신자를 봐주는 나 만큼 융통성이 있지 않다는 게다. 그러니 감사하는 게야! 아민."
고집스럽게도 마지막까지 그것을 일갈로 함으로써 당신에게 붙인 뒤, 배에서 뛰어내려 다시 지면을 밟는다. 워낙에 작은 몸에 땅과는 단차가 조금 있었기에, 폴짝하고 뛰어야했다. 엠버그루 마을까지는 앞으로 금방이었다. 길을 따라 마냥 걷기만 하면 그만이니, 출입구까지 도달하는 것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둘이 엠버그루의 마을에 다 다르자, 그 앞에 있는 갑옷을 입은 남자 둘이 창으로 당신과 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커져가는 마을이다. 이미 경비대가 배치 된 것 같았다.
"이 새벽 중에 누구냐. 모험가인가?" "멍청한 놈! 팔에 두른 저걸 잘 보라고. 저건 상인의 증표잖냐." "과연, 조합의 떠돌이 상인인가..."
무쇠 헬름의 안쪽으로 눈동자가 굴러가더니 팔에 찬 완장으로 시선이 향하는 것을 당신은 느낀다. 그 경비대원은 이내 창을 치우는 싶더니, 현재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눈에 띌 만한 것을 두 가지 물어왔다.
"그런데, 그 '아이'와 '막대기'는 뭐지? 무기인가?"
그때였다. 정작 흐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러나 이미 매우 익숙한- 따가운 공기가 당신의 옆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이런 찌르는 듯한 기백을, 이런 대목에서 내뿜을 수 있는 존재는 여기서 하나 밖에 없었다. 당신 곁에 있는 신은 순식간에 퍽이나 심기가 안 좋아졌는지 흐린 낯빛 위에 이미 칼날처럼 매서워진 눈매를 하고서는, 그 안의 붉은 눈동자도 마치 불꽃이라도 지펴진듯이 일렁거리고 있다. 그 시선이 향하고 있는 끝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경비대원이 서 있었다, 라는 것은... 말할 필요 조차도 없으리. 일촉즉발이라는 상황이라는게 바로 이런 것일테다. 긴장이 감도는 공기 속에 뭔가 일어나기 전에, 당신이 어떻게든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여관은 둘째치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정도면 다행이고, 구속을 면할 수 없게 될 것 같으니.
응, 아민주 어서와! 나도 답레 써서 올려뒀다구~ ㅋㅋㅋ 놀다 와서 피곤 하진 않으려나? 괜찮아? 그것도 그렇고 점심을 지나 벌써 곧 저녁시간이네... 이번 답레는 엠버그루 마을까지 조금이고 해서, 내가 앞까지 이어봤어! 이 편이 조금 더 빠르지 않으려나~ 싶어서 말이야. 괜찮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