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응? 아, 그때... 아니 그땐 별로 몰랐어." "....으으, 말하기 부끄럽긴 한데..... 그 전날부터 너무 울어서 코가 막혀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그땐 몰랐어..."
알잖아. 나 그때 거의 온몸의 수분을 전부 눈물샘으로 내보내고 있었다고. 유성우가 하루만 더 늦게 왔어도 탈수로 쓰러졌을걸 분명(?). 하여간 그렇게 울다보면 어째선지 코까지 막혀서 목소리도 코맹맹이 소리가 되어있었고. 그래도 덕분에 담배냄새는 못 느꼈던 것 같다. 아마 느꼈어도 분위기상(...) 그냥 묵인했겠지만.
"그래. 부실에 페브리즈도 사놨잖아. 그거 쓰라구~" "너무 풀죽지는 마. 냄새야 어차피 언젠간 익숙해질테니까. ..그래도! 유우가의 건강을 위해 이참에 줄여보자는 걸로."
분명 언젠가는 담배 냄새조차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담배는 몸에 나쁘니까! 오래 살려면 역시 금연하는 쪽이 좋겠지? 그러니 이참에 조금씩 줄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그나저나 다음 부스인가... 법정에서 너무 많은 기력을 빨려서 슬슬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긴 한데.... 아. 돌아가기 전에 메이드복 돌려주러 가야지 참...
"...일단 원래 옷으로 갈아입으러 갈까. 우리 계속 메이드인채로 돌아다녔어..."
물론 주변이고 부스고 죄다 광기(...)에 물들어 있어서 메이드복이 눈길을 받는 일도 없고 딱히 신경쓰이고 그러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데이트를 끝내고 온 시라기 트레이너와 레이니가 '뭐야 우리 옷 돌려줘요'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돌려주는게 좋을 것 같아..
축제 분위기가 한참인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던 차에, 법률 동아리 부원으로부터 재판에 참여해 보라는 제안을 받아 재밌겠다는 듯 미즈호는 눈을 밝혀보였다. “가보아요, 코우 씨! “ 라 말하며 코우의 팔을 끌어당기며 법률 동아리 부원을 따라가려 한 것은 덤이다. 그러나 니시카타 미즈호 역시, 이 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제 XX회 혼인 무효 소송을 시작하겠습니다. ]
이 민사 재판이 이혼 소송 체험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니시카타 미즈호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건너편에 앉아있을(아마도) 코우를 바라보며 어정쩡히 웃어보이며 이렇게 말해보였다.
“저어, 코우 씨. 아마도 저희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인 것 같지요….? “ ー 아니다 히토미미야! 제대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도록 하여라!!!!! ー 우우 미즈호 트레이너님! 제대로 학생들을 위해 본보기를 보여주시도록 하세요!!!! “….하아……어쩔 수 없네요….. “
가볍게 머리를 쓸어보이며 코우에게 먼저 말하라는 듯 미즈호는 손짓해 보이려 하였다. 아, 이거 코우 씨가 제일 싫어하실 것 같은데…….[ 이혼 ] 자체가 우리에게 맞는 이야기인가….?
죄 책 감... 내가... 메이쨔를 울렸어... 냄새난다는 고백에 이어 이틀 정도 메이쨔를 울렸다는 죄책감에 짓눌린다... 난 최악인듯... 메이사는 분명 "우리 그래도 계속 계속 함께니까 괜찮아!" 라고 할 거 같지만, 내 마음이 안 좋다고. 우는 건 중대사잖아.
아무튼, 이 죄책감을 어찌 소화시키지 못한 채로 메이드 카페에 옷을 돌려주러 계단을 오르던 찰나. 롱스커트는 계단을 오를 때 치맛자락을 잡아들어야 한단 걸 모르던 나는(나중에 다이고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그 자세는 예쁘자고 하는 게 아니었다!) 치마를 밟고 넘어...!
질 뻔 하다가, 옆에 있던 메이사의 어깨를 꼬옥 잡고 버텼다. 약간 무릎이 찡하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아파서 인생에서 세번째로 울 뻔 했지만 괜찮아.
하여간 다시 안심되는 추리닝 차림으로 환복하고 돌아와, 다시 플라네타리움에서 뒹굴거리는 일상으로 복귀입니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치고 다니니 기가 쭉 빨렸다. 으하~ 늘어지게 한숨도 쉬고, 질리도록 보던 별을 보면서 "아레가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 여름의 대사각형이야." 하다가 삼각형이라는 사실도 알고. 그러다 보면 또 잠이 오다가 무릎이 아파서 깨고.
'...무릎 이야기도 해야 할텐데.'
목발 짚는 걸 권유받은 지 몇 번째니까. 갑자기 짚고 오면 또 토끼귀를 해서는 기절해버릴 거 같고... 메이사쪽을 돌아보고 잠깐 고민하다...
사실 전날만이 아니라 옥상에서 야나기하라랑 싸우면서 하던 말을 듣고나서부터 쭉 울긴 했었는데.... 이것까지 말하면 유우가가 더 풀이 죽어버릴까봐, 이미 충분히 축 처진 느낌이라 여기서 더 하지 말자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적신청서 제대로 안 봤구나. 그거 다시 쓰면서 울었던거라서. 사실 매번 눈물자국 때문에 여기저기 번져가지고 다시 받아가고, 다시 받아가고 했었느으아햑?!"
말하다가 갑자기 어깨를 잡혀서 깜짝. 놀라서 유우가를 보니 이런, 계단 오르다가 치맛자락을 밟은 모양이다. 큰일날뻔했네. 잘못하면 넘어졌을거야... 안 다쳤냐고 물어보며 프러시안 부스에 가서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그리운 부실로 돌아왔다. 생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벌써 애착이 생겨버린 것 같네.
그렇게 다시 느긋하게 누워서 기력을 회복하면서,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별을 쭉 보며 '여름 대사각형이 아니라 대삼각형이야 유우가'라고 제대로 알려주거나, 옆에서 뒤척이는 듯한 기척에 귀를 기울이거나 하다보니 자느냐고 묻는 나직한 물음이 들려왔다.
"아-니. ...왜애?"
빈백에 파묻힌채로 위를 보던 자세에서 몸을 돌려서 옆을 본다. 사자인형을 품 안에 끌어안은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