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522 에스퍼 타입이라 고스트타입엔 약ㅎ(이런발언) 진짜 귀신을 만나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면 엄청나게 겁먹는데 (괴담을 듣거나 괴담 컨텐츠 혹은 영화를 보거나, 놀이동산에서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 귀신이 나온다는 폐가를 탐험할 때 등) 또 둔감한 부분도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 요소가 딱히 없다면 별로 겁먹지 않아요. 난개발지구만 해도 프리피야트를 방불케 하는 폐가가 가득하고, 성운이가 지금 거처로 꾸민 폐공장도 밤만 되면 귀신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한 곳이었는데 딱히 신경을 안 쓰고 있거든요. 다시 말해 이 폐공장에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면 새삼 폐공장을 돌아보며 벌벌 떠는 성운이를 볼 수 있어요
에, 그러니까.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 페어 순찰이다. 원래 동월은 혼자 순찰을 나가는 일이 잦았지만, 오늘은 어쩌다가 시간이 맞게 된 리라와 순찰을 나오게 된 것이다. 오늘 순찰은 별일 없이 끝나나 했는데, 어쩌다보니 단체로 비행중인 불량학생들의 현장을 목격해버려 동월은 칼을 뽑아들....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스킬아웃도 아닌데 지옥참마도를 쓰기는 좀 그렇지, 응.
" 오랜만에 무투로 싸우겠네. "
동월은 손가락을 꺾어 뚜둑소리를 내며 불량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앞으로 나와 동월의 일기토(?)를 받아들인 학생과 싸움을 시작한다.
" 필살. "
덩- 쿵- 쿵덕- 쿵
" 자진모리 장단. "
동월은 손가락을 꺾는것을 멈추고, 바닥에 떨어져있던 막대기 2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막대기들은 당황한 상대를 아랑곳 않고 난타하기 시작했다. 리라도 싸움을 했을까? 동월은 자신의 싸움에 집중하긴 했지만 이따금 리라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흘끔흘끔 보았다.
-
" 끄으으읕. "
뭐 아무튼. 불량학생의 수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 둘이서도 금방 정리된 듯 했다. 막대기 2개는 원래 있던 바닥으로 돌려보내준 동월은 기지개를 쭉 켜며 리라를 돌아본다.
" 슬슬 갈까? "
오늘 순찰은 성공적인 편이었다. 사실 아무것도 발견이 안되는게 평화롭다는 의미라 좋은거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좋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씻어냈다는 것도 좋은 거니까.
" 그러고보니까... 그 소문 들었어? "
동월은 문득, 저번에 게시판에서 봤던 이상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언뜻 봐도 신비해서, 마치 그건 괴이가 아니었을까 했던 그런 이야기.
>>5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자 성운이 에스퍼타입이지 (이마탁) 오호, 둔감하지만 귀신을 무서워하긴 하는 타입이군요.... 어라, 근데 폐공장? (메모장에 적힌 공장 괴이 본다) (안본다) 음... 괜찮아 성운아!!!!!!!!!!! 아무리 괴이라도 진입하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고, 충족해도 들어갈 확률이 낮으니까!!!!!!!!! (옆눈)
지난번 선배들과의 순찰 이후로 리라는 다른 사람과 순찰 나가는 것을 꽤 즐기게 되었다. 대화 상대가 있으면 즐겁고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대처하기 수월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시간이 맞는다면 같이 나가려고 노력했고, 오늘 그 상대는 동월이 되었다. 저지먼트에 입부한 지도 몇 주, 이제는 꽤 익숙해진 얼굴이어서 함께 대화 나누는 게 처음일지언정 딱히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그들은 동기가 아닌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출처 모를 친밀감이 피어올라서 그 날의 순찰은 꽤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었다. 적어도 리라의 입장에선 그랬다.
—그랬는데 마지막에 이런 걸 봐 버릴 줄은 몰랐지. 리라는 눈 앞의 단체 비행 현장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아무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마주쳐 버린 이상 선도는 해야 한다. 포스트잇을 꺼내 들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던 리라는 문득 동월의 손 안에서 잠깐 반짝인 칼날을 발견했다. 어. 저거... 저거...? 저거? 너였니? 지옥참마도? 그런 질문을 하기도 전에 동월이 한발짝 먼저 나서버렸고, 그런 동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라는 곧 포스트잇을 꺼내 쥔다. 일단 일부터 처리하자. 자진모리 장단! 이라는 강렬한 대사를 뒤로 하고 끈끈이풀 물풍선을 꺼낸 리라는 적대적으로 나오는 학생들을 향해 그것을 던져 제압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불량학생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상황의 정리는 빠르다. 리라는 끈끈이풀로 묶인 채 전의를 상실한 학생들에게 풀을 녹이는 가루를 뿌려주고 난 뒤 동월을 돌아본다.
"응, 가자! 월이도 고생 많았어~"
성공적인 마무리. 끝까지 평화롭진 못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곳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성과다.
"어?"
그래서 이제 돌아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동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 리라의 관심을 끈다. 벽 속 커리큘럼실. 본 적 있는 단어다. 분명 게시판에 그런 게 써 있었지. 오싹하지만 그런 곳이 왜 그런 애매한 형태로 숨겨져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었는데.
"월이도 그 소문 들었구나? 나도 봤어."
혼자 가기는 좀 무서워서 미루고 있었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딱 맞다. 속닥속닥 다가오는 목소리에 리라의 눈이 반짝인다.
"......순찰도 끝났고, 난 아직 여유 시간도 좀 있는데. 월이는 어때? 시간 있어?"
솔직히, 동월은 그 이야기에 대해선 반신반의 중이었다. 일단 괴이는 아닌 것 같은데, 괴담이라고 하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서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 괴담이 진짜라면? 동월은 괴이부에 진지하게 목화고를 안전 구역이 아니라 수색 구역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상담을 걸테다.
" 오늘은 다른 일정도 없고.... 시간이야 남아돌지. "
동월은 휴대폰을 꺼내 일정표를 확인했다. 급하게 수색이 터질 일도 없었고, 오늘은 순찰만 끝내면 비번인 날이다. 방금 이야기를 꺼낸게 자신이기도 하고. 동월은 흔쾌히 리라를 따라가기로 했다.
" 근데 나 사실, 어딘지 잘 몰라. "
동월은 딱히 길치는 아니었지만, 외우지도 않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다. 리라는 알고 있으려나....
" 일단, 커리큘럼실 쪽으로 가볼까? "
그래도 '커리큘럼실' 이라는 딱 정해진 이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벽 안의 방' 같은 추상적인 이름이었다면 탐색따위 진작에 때려치고 부실 소파에 누워서 하루를 보냈을테다.
" 일단 가보자. "
다행히 순찰이 끝난 직후였기에, 커리큘럼실은 멀지 않았다. 일단 거기에서 찾아보는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리라가 어딘지 알고있다고 하면 잘 쫓아갈 의향이 있다.
시간이 남는다는 말을 듣자 리라의 얼굴에는 기대가 한껏 차오른다. 학교 탐험이다! 물론 아직 담력 테스트를 하기엔 좀 이른 계절이지만, 즐거운 일은 언제 해도 늦거나 이르지 않으니 상관 없지 않을까.
"좋아! 잘 됐다, 그럼 가 볼까~ 어디..."
그러고보면 이 쪽도 길을 모른다. 성큼성큼 내딛어지려던 발걸음이 순간 움찔하며 멈췄다. 으음, 어쩐다. 그래도 커리큘럼실이라는 힌트 정도는 있으니 찾아볼 범위 자체는 줄어든다. 학교 전체를 돌 필요는 없으니 발품 들이기 어려울 정도도 아니고. 그럼 동월의 말대로 일단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음,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래도 못 찾으면 물어보면 되니까~"
저지먼트 부실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이야기니까 단체 톡방에 메세지를 올리면 누구든 대답해줄 것이다! 그런 대책없는 마인드를 앞세우며 핸드폰을 한 번 흔들어 보인 리라는 이윽고 커리큘럼실들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둘 다 어딘지 모르니까 보폭 차이는 크게 나지 않게, 되도록 나란히 걸어가도록 거리를 유지한다. 목적지까지의 도착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순찰을 돌던 장소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학교 건물은 발 들이는 즉시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약하게 차오른 더위를 털어내 주었다.
"도착! 흐음~ 벽 속... 벽 속이라... 벽을 두드리면 알 수 있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벽을 톡톡, 두드려 본다. 정말 이걸로 판별할 수 있을지는 둘째 치고 여기는 아닌 것 같다. 당연하다. 보통 비밀의 방 같은 곳은 들어오자마자 간단히 찾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장소가 아니니까.
"일단 여긴 아닌 거 같고."
음, 그냥 어디 있냐고 먼저 물어볼까. 무심코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는 순간 고개를 퍼뜩 들었다.
"벽 속이란 말이지."
생각해보니 더 간단한 방법이 존재한다. 물론 얼마나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안이 비어 있는지 메워져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리라는 포스트잇을 하나 뜯어내 간단한 생김새의 안경 두 개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것을 실체화 시켜 하나는 동월에게 내밀고, 하나는 자신이 썼다.
"한번 써 볼래?"
부연설명은 덧붙이지 않고 대뜸 권유부터 하는 얼굴은 이유 모르게 들떠 있다. 만약 월이 안경을 쓴다면 그 이유를 대충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벽 안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흐릿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을 테니까.
>>538 이제 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로 썰면 몸 다치고 끈끈이는 끈끈이대로 맞고.... 기분이 굉장히 안좋을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좋은 성능) >>542 굉장히 엄청나게 먹었습니다!!!!!!!!!!!!!!!! 작은 1인분짜리 피자였지만 파스타까지 든든하게!!!!!!!!!!!!!
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다. 안경을 건네기 직전 귀에 파고든 목소리에 식겁한 리라는 조금 떨리는 눈으로 드러난 검신을 바라본다. 지옥참마도 맞네. 아니, 이런 데 쓰라고 만들어 준 게 아닌데... 물론 사람한테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지만!
"신기하지? 투시 안경이야. 아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뭐가 있는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안경은 꽤 쓸모가 있었다. 막힌 벽은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문제의 구간에 도달하면 귀신같이 이질적인 게 드러나 보인다. 약간 흐릿한 벽면을 마주하자 리라는 걸음을 멈췄고, 그건 동월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이 뒤에 뭔가... 어?"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뭘? 뭘?! 느긋하게 안경을 벗던 리라의 눈이 빠르게 동월에게로 돌아갔다.
"월아, 잠깐만. 너 이거 부수면 다시 붙일 수 있어?"
왠지 절대 아닐 것 같지만. 침착하자, 아직 안 썰었다. 아직은. 리라는 조심스럽게 칼을 쥔 동월의 팔을 붙들려 한다.
"들어가는 건 좋은데 저지먼트가 학교 기물 파손하면 징계 받지 않을까?"
최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당장이라도 썰어버릴 기세인 동월을 말려보려 했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다시 꺼냈다.
"잠시만, 내가 여기다가 문 만들어 볼게. 만약 안 되면 그때는 네가 벽 갈라서 들어가는 걸로 하자. 어때?"
포스트잇에 급히 분필을 그려내는 동안 시선은 동월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리라도 성격이 느긋한 편은 못 됐지만 상대방은 그걸 뛰어넘을 만큼 급하다. 리라는 분필을 실체화 시켜서 동월의 눈 앞에 보인다.
"기다려, 금방 되니까."
대충 이 정도 위치. 벽 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던 리라는 곧 분필을 벽에 긋는다. 분홍색 선이 리라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크기의 직사각형을 그려낸다. 그리고 좌측에 동그란 문고리. 다소 허접한 모양의 문 그림은 딱히 신뢰 가게 생긴 생김새는 아니었다. 열리긴 할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자르면 안 돼."
리라 또한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더 당부한 뒤, 손을 뻗어 실체화 시킨다. 찰칵.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끼이익, 문이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공을 인첨공에게 돌리겠습니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려했는데, 어쩐지 '어, 아닌가?' 싶어서 말을 바꾼다. 아무리 인첨공이라도 투시하는 안경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투명안경은 혁신적인 것이다. 뭐 좀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투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특허를 받아도 될 물건이다.
" 붙이는건, 본드로 하면 되는거 아냐!?!?!!!! "
동월답게 대책이 단 1도 없었다. 부순다 치고, 본드를 구해온다 치면. 복구하는동안 과연 아무도 여길 지나가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있나?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 완성하게?
" 징계...... 징계....... "
징계라는 말에 꼬리를 내리고 시무룩해진다. 뭐 평소의 동월이라면야 조금 더 오래 고민을 했겠지만, 지금 사고쳤다간 자신뿐만이 아니라 리라도 연대책임으로 처벌을 면치 못할테니.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것이다.
" ...... " "쳇, 알았어. "
리라가 동월을 만류하고,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분필을 그려 보여주자 완벽히 체념한 동월은 다시 칼을 집어넣었다. 다만 리라가 말한대로 잘 안되는 순간 동월의 지옥참마도가 울부짖을 것이다. 리라도 그것을 아는건지, 대충 문을 빠르게 그려내었다.
" ......? 문, 맞지? "
자르면 안 된다는 말에 수긍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문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어폐가 있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아무리 분필로 칠한 그림이라고 해도 리라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던 찰나에,
네 능력이냐고 묻는 말에 방긋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리라였지만, 이어진 발언에는 그 웃음마저도 살짝 가라앉고 만다. 본드로... 될... 까? 될 리가 있나. 되겠니? 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왔지만 그 전에 애써 말린 게 효과가 있어서 체념하는 게 눈에 보이자 굳이 날카로운 말은 꺼낼 필요가 없어졌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등 뒤에서 이게 문이 맞느냐는 질문이 들려온다. 솔직히 그런 질문이 나올 만큼 얄팍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라서 리라는 슬그머니 침묵했다. 레벨 2였을 때,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보기 좋게 실패했었는데 이번엔 과연 어떨까.
"맞... 을 걸?"
—아니, 어떨까가 아니다. 해내야 한다. 무조건. 안 그러면 정말 이 벽이 조각조각 찢겨 버릴지도 몰라.
"아! 열린다. 봤지? 이제 여기로 들어가면—"
다행히도 문은 잘 열렸다. 벌어진 문 틈으로 내부의 정체된 공기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 갇힌 채 차가워진 공기가 어쩐지 조금 섬뜩해서, 문을 여는 손길이 느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안쪽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찰나.
"어? 어어? 잠ㄲ... 잠, 잠깐! 살살!"
경고하기 무섭게 우다다 달려오는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자 곧장 발길질이 날아든다. 콰앙! 리라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려버린 문과 그 소음을 일으킨 장본인인 동월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 안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저렇게 열리는 문에 맞았으면 백 퍼센트 기절 했을 거야.
"...월아. 너 이 정도면 칼 없어도 부술 수 있을 거 같은데."
같이 안 왔으면 어쩔 뻔했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리라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활짝 열린 문 옆으로 다가갔다.
내부 .dice 1 3. = 2 1. 먼지가 조금 쌓여 있고 낡았지만 생각보다 음산하지는 않다. 평범하게 오랫동안 방치된 커리큘럼실. 2. 으스스하다. 벽으로 막아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걸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3. 한술 더 떠서 영 찜찜한 냄새가 난다. 바닥을 보면 굳은 피로 추정되는 얼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