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썩을 상류층을 개혁하자. 한양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크니스라는 시스템에는 딱히 반기를 들 생각은 없었다. 위크니스의 본질과 목적을 흐리는 '장'이라는 자에게 반감을 가진 것.
"제3학구장님이 그러더라. 위크니스는 인첨공의 외부와 아이들을 위한 목적이었지만, 실상은 높은 사람들이 퍼스트클래스를 길들이기 위한 협박장치라고."
위크니스의 수단은 악하다. 그러나 목적은 이해한다.
인첨공의 모든 아이들에게 시작부터 폭탄을 설치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통제부에서는 이 많은 아이들을 일일히 감시할 수도 없다. 게다가 장치의 오작동이 생기면 억울하게 죽는 이도 생기겠지.
그렇다면 인첨공에서 순수한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퍼스트 클래스를 통제할 방법은? 먼저 소중한 이를 납치해서 협박하는 것이다. 그래야 퍼스트클래스들도 순순히 폭탄을 이식받을 테니깐. 위크니스에게도 폭탄을 설치해서, 퍼스트클래스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날뛰는 짓을 방지한다.
인간의 본성이 결고 선한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래. 과연 모든 퍼스트클래스가 통제 없이 순수하게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남들처럼 살 수 있을까? 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수단이 더 윤리적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 머리로는 지금이 최선인 걸로 보이고.
그런데 정말 '안전'과 '평화'를 위한 방법으로만 썼어야지. 그걸로 협박을 해서 마음대로 부리려고 하면 어떡해. 차라리 최소한의 통제만 했으면 됐을 텐데, 욕심이 너무 컸어.
퍼스트클래스에게만 위크니스를 빌미로 과중한 임무들을 몰아서 부여한다면, 결국 다른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 없어지겠지. 퍼스트클래스가 혹사해서 다 해주는데, 그 외의 레벨은 무슨 상관이냐..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는 인첨공 학생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작 레벨을 높혀서 인정을 받나 싶더니, 녀석들은 퍼스트클래스만 보니깐. 성장의 의미가 약해지는 것이다. 레벨 3~4 정도의 일도 퍼스트클래스가 다 해주는데, 레벨을 올려서 뭐 해. 솔직히 퍼스트클래스 3명을 더 모집할지 의논 중인 거..노예를 구하기 위함이잖아.
"그런 문제를 겪으면 누구나 다 혼란을 겪어. 아직 17살 밖에 안 된 고등학생이잖니."
아까 부실의 분위기도 정하 말고도 많이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분노했으니깐. 저지먼트,레벨 4 이런 것과는 관계 없이 , 본질적으로는 우리 모두 어린 학생일 뿐이니깐.
정하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청윤이의 얘기를 꺼냈다. 사실 청윤이의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일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이 사진을 톡방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는 정하.
"마음대로 해."
이어서 한양이 한식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어디서 들었는지, 정하는 한양에게 맞는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선택해둔 메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후배들은 본인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런 정하의 모습을 보니깐 후배들이 부부장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 이 생각을 하게 됐다. 저번에 마니또였던 리라가 한양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간식들을 줬으니깐 말이야.
"처음에 놀랐겠다. 갑자기 연어샐러드를 얘기해서."
라고 말한 뒤에 연어를 한 점 먹었다. 코스요리이다 보니깐, 양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것 만큼 맛있는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온다니, 기대가 됐다. 이후에 나온 메뉴들을 보는데 한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냐면 소고기를 엄청 좋아한다. 특히 구이.
'매실청 플로트 에이드...?'
처음 보는 음료이지만 어떤 음료인지 직감적으로 와닿았다. 하지만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먼저 얼음에 원액을 흡수시킨 다음에 탄산수에 원액을 먹은 얼음을 넣는다. 이후에 얼음이 깨지면 마시면 된다는데..어떻게 마시라는 거지. 고드름이나 아이스피치쿨 같은 얼음류 아이스크림이랑 비슷한 건가.
얼음은 정하의 약한 터치에 곱게 갈리며 거품을 뿜으며 녹기 시작했다. 슬러시 같네.
"신기하다.. 나는 이런 게 있는 줄 상상도 못 했어."
마치 소주만 마시다가 맛있는 칵테일을 처음 마셔본 20대 초반의 대학생처럼 신기해했다. 음료가 만들어진 후에 고기 한점을 집어서 먹어본다. 깻잎하고 고추는 싫어해가지고. 한 입 물어보니, 아까의 연어와는 다른 고소함. 특히 한우라서 고소함은 더 진하게 느껴졌다. 다른 소고기들보다 더 강한 감칠맛이 입안과 코를 맴돌았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 봐.."
한양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 전에는 소고기를 먹어봤자, 무X 같은 무한리필집에서 먹기만 했다. 그것도 큰 맘 먹고 말이지. 평소에는 나름 잘 먹고 다닌다고 생각하던 한양이었다. 하지만 오늘 먹은 것들은 정말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호텔음식 먹으면 기절하겠구만. 한양이 이런 이유는 가난해서라던가, 누군가를 위해 돈을 모아야 된다는 그런 슬픈사정은 아니었다. 그냥 이런 세계를 모르고, 우연히라도 접한 적이 없으니깐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던 것.
"대량으로 빨리 조리해야 되니깐. 맛있게 만들기가 힘들 거라고 봐. 식중독 위험이 있으면 한 번 더 조리해서 맛은 떨어지고. 아무래도 식당이 아니라 학교잖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되니깐. 맛있는 음식 말고 건강한 음식."
사실 이건 한양의 아버지가 장교였을 시절을 떠올리며, 군대의 밥이 왜 맛이 없는지 얘기해준 내용이었다. 학교도 비슷하지 않을까.
동월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게임을_시작하지 " 너말이야. 착각이 좀 심한데. " " 네가 뭔짓을 하든 그냥 인간이야. 네가 저지른 짓거리도 충분히 인간이 할만한 범주에 들지. " " 그러니 넌 나한테 놀이상대일 뿐이야. " " 제대로 도망쳐. 안그럼 기껏 넣은 코인이 아깝잖아. "
최애의_대사를_자캐식으로_말해본다 " 처음부터 잘못됐잖아. " " 너 지금 네가 그러고있는게 누군가가 널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 " 니가 걸려넘어진걸 돌부리 탓으로 넘기면... " " 대체 뭐가 바뀌냐? " " 결국 넌 남탓이나 하면서 자기를 정당화하겠지. " " 멍청하게 앞도 안본 주제에 말이야. "
자캐식으로_난_널_더_이상_못_믿겠어 " 그런 식으로 나오지 말았어야지. " "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 " 널 믿었었는데. " " 꺼져. 눈앞에 띄지 마. "
situplay>1597008088>946 캐비닛을 들였던 것처럼 병상과 책상, 그리고 파레트까지 창문 너머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도르레에는 밧줄만 남아 있다. 이 밧줄은 이제 일을 다했으니 원래대로 돌려놔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물건이 다 사라져 당길 필요가 없어진 밧줄을 후크에서 풀어내던 랑은, 괜찮다면 밧줄 좀 풀어줄 수 있겠냐는 성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미 푼 밧줄을 들어보였다.
"이미 풀었다."
굳이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성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조심스럽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그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니) 밧줄이 끌려 올라가다가 모습을 감추는 걸 보곤 창문을 빤히 쳐다본다. 이제 다 끝났나?
"다 끝났으면 난 간다."
어쩌다 보니 이사?같은 걸 도와준 게 됐는데, 딱히 먼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도 아니고 하니... 일이 끝난 시점에서 떠나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운의 은신처 외부를 눈으로 한번 훑는다, 기억해두기 위함이다.
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거하게 먹고 왔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분명 전에는 창렬이었는데 지금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중국집에서 1인 매뉴에 탕수육 시켜 먹는 것보다 가서 이런 저런 할인 받으니까 음식 메뉴 4가지+치킨 추가까지 해도 큰 차이가 없더라구요? 심지어 수험생 할인도 안 받았는데 말에요!
이제는 원할때 능력이 꺼져버리거나 하는 경황은 거의 없지만, 원하지 않을 때 켜지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뭐, 이거는 내가 능력이 각성했을때부터 겪었던거니까. 하지만서도 가면 갈수록 빈도는 줄어도 한번 일어났다간 악재가 되어간다. 왜냐면, 이제는 진짜 힘이 위험한 수준이니까. 그냥 힘이 좀 센 정도가 아니다.
"...이제 펀칭 머신은 못 하겠구만."
주먹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들 했던가. 그걸 통감하고 있다. 요즈음엔 정말 자칫했다간, 그냥 주먹질만으로 사람이 엄청 크게 다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후회하냐면 그건 아니다만...
"여튼 더 연습을 하는 수 밖에."
처음부터 이런 방식 일변도이긴 했다. 이론으로 주절거리는건 내 타입이 아니었어. 자세를 잡고, 샌드백에 중단 킥을 날린다.
결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앞으로 며칠 남았더라. 그 전까지는 최대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긴장 상태로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자리에 앉은 은우는 잠시 휴식이라도 취할겸, 책상에 자리를 잡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누가 보면 자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허나 당연히 그는 자고 있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
만약 모든 것이 끝난다면 이런 시간이 조금은 늘어날지, 아니면 여전히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피곤함이 조금 쌓인 탓일까. 묘하게 감은 눈 너머로 졸음이 살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잘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한번씩 쭈욱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일부러 숨을 크게 내쉬기도 하면서 최대한 버티려고 했다. 자면 안되지. 자면. 하지만 묘하게 편안한 느낌이 들어, 그는 굳이 자세를 풀지 않았다.
아마 부실에 들어온 이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게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 은우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말을 걸지,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할지는 자신의 자유였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은우는 자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구급차라는 말에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래도 웃는 표정은 유지했지만, 어딘가 금이 간 듯한 모습이 혜성의 눈에 비쳤을테다.
" 아니, 안돼. 구급차는 안돼. 절대로. 제발.. "
하지만 혜성이 구급차를 한번 더 언급하자 그의 웃음이 깨졌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애원한다. 구급차. 그것을 타면, 어디로 가지? 동월은 다음 단어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뭐라하더라, 코끼리. 그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 아니, 코끼리를 생각중이잖아. 생각하지 말자니까. 따위의 말들이 그의 머릿속을 빠르게 회전한다. 그 다음 단어를 생각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 아, 으아, 안돼. 싫어. 절대로. 싫어!!! "
결국 혜성이 '병원'을 언급했다. 그 단어를 듣자 마자 동월은 하얗게 질려 벽에 겨우 기대어 서있던것도 잊은 채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혜성에게서 눈을 돌리고 양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어떻게 다쳤는지, 앉아보라느니 하는 말들은 이미 들리지 않았다. 병원. 그 단어로 인해 동월의 무의식에서 기억이 끄집어내졌다. 환자, 간호사, 치료, 의사, 수술. 갖가지 병원에 관련된 단어들이 떠오를 때 마다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고, 동월은 끔찍하고 어두운 기억의 바다에 휩쓸려 방황하고 있었다.
" 메스, 티비, 침대, 간호사, 속삭임.... "
동월은 결국 벽에 기댄 채 몸을 웅크리고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들만 나직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경의 짐을 보고 물었다. 그가 아는 이경은, 장난스럽고 유쾌하며 잘 때는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책상을 안 쓰는 건 아닌데 항상 깔끔하게 정리된, 어딘가 기이한 사람이었다. 어울릴 일이 있으면 빼지 않고 밝게 웃으며 다가오고, 가끔 반응이 이상할 때는 있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배려심도 있고 뭔가 먹을 게 있으면 선선히 나눠주기도 하는 터라 좋은 룸메이트다 싶었는데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뭔가 좀 아쉬웠다. 무엇보다 그의 색은 보기 드물 정도로 하얀색이니.
"어차피 학교에서는 보잖아."
순백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다음에 학교에서 만나면 이름 불러줘. 자."
톡, 그의 손가락이 내 이마를 두드렸다. 쭉쭉 레벨이 올라가 이제 3이 된 그의 능력은 내 머릿속에 '최이경'이라는 세 글자를 새겨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자.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1학년 후배 중 하나가 자신에게 와서 이렇게 굳이 묻고 있었다. 자신이 자면 어쩔 참이고, 자신이 안 자면 어쩔 참인지. 은우는 잠시 조용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반응을 할까. 아니면 반응을 하지 말까. 그렇게 생각을 하던 은우는 굳이 여기서 분위기를 타고 자는 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며시 오른쪽 눈을 뜨고 여로를 바라봤다.
"안 자고 있어. 자면 어쩔 참인거야."
피식. 이내 왼쪽 눈마저 뜬 후에 그는 의자를 살며시 돌려 여로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부실에서 잠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던가? 그것 때문에 불평을 내뱉는 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자면 어쩔 참이었는지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 여로야?"
정말로 그 점에 대해서는 궁금했는지, 그는 빤히 여로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이전, 게시판에 붙었던 포스트잇을 조용히 떠올리며.
>>158 🤔🤔🤔 동월이 속여도 어차피 무전기로 왜 안오냐고 괴이부에서 닥달할것 같지만.... 🤔🤔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 (?)
>>160 이게 없네... (시무룩)
>>162 (옆눈) 병원이 나쁜거야요 병원이... (문문) (?) 뭐 딱히 없어요? 일단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서가 주된 목적이죠!!!!!!!!!!!!! 근데 이제 수색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괴이부에 4명밖에 없기도 하고, 괴이부 내에 수색엔 참여 못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실종당해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고, [노이즈] 도 있네요!!!!!!!!!!!!!!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그렇고, 지금 하는 말도 그렇고. 은우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미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게시판에 붙어있던 포스트잇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 자고 있었다면 아마 무슨 짓을 했어도 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그것을 굳이 추궁할 생각 또한 은우에겐 없었다. 애초에 여기서 정말로 뭔가를 하려고 했다...같은 답이 나올 리는 없을테니까.
"참고로 말해두지만, 나에게 능력을 쓰거나 하진 않는 것이 좋을거야. 개인적으로 안 좋아하거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뭘 당하거나 하는 거 말이야. 하핫. 물론 그런 거 좋아하는 이가 있기야 하겠냐만... 하지만..."
이어 그는 지금은 비어있는 세은이의 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세은이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아마, 좀처럼 끝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은우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세은이에겐 더더욱 하지 마. 나는 조금 화를 내고 말겠지만, 그 애는... 진짜로 싫어할테니까. 아마,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을 당하는 것을... 그 애는 진짜로, 무서울 정도로 싫어하거든."
그 이유에 대해서 은우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 상태에서 잠겨있는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늘 구워서 넣어둔 코뿔소 모양 초콜릿 쿠키를 꺼낸 후에 여로에게 가볍게 휙 던져줬다.
"그래서 여로야. 너, 샹그릴라를 먹었었니? 전에 그런 비슷한 말이 나왔다고...내가 보고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180 (모른척) 핫하하 [노이즈]는 [노이즈]입니다!!!!!!!!!!!!!!!! (긁혀서 너덜해짐) 음, 일단 순서를 정리해보자면, '괴이를 알게 됨' -> '저지먼트 입부' -> '괴이부 입부' 순서입니다. 저지먼트 들어와서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해서 발 뺴라고 해도 절대 안빼는 상태인데, 그 와중에 저번에 괴이를 알게 된 것도 그렇고 괴이부 부장한테 들은 이야기들도 있고 자꾸 써먹는 것 같지만 [노이즈]도 있어서 괴이부까지 가입한거죠.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신념 문제에요. 얘가 이런 결정 하면 안굽히는 애라... (옆눈)
>>183 음... 사실 그거 3도류라... (옆눈) 뭔가 임팩트있는 기술 만들고싶긴 하죠..... 사실 동월이라서 기술 안만들어도 이것저것 멋진 기술 이름들은 많지만??? 트레이드마크 기술은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은우는 트레이드마크 그거 아니었어요?? 공기팡? (??)
칼, 동월은 지금까지 칼이라는 것에 목메고 있었다. 사실 칼이 제일 좋긴 했다. 이미 날카로운 것을 능력을 이용해 강화하면 나쁘지 않은 시너지를 냈으니까. 하지만 옛날 1, 2레벨때 했던 훈련들처럼, 다양한 물건으로 능력을 시도하는게 좋다. 동월의 능력은 다양성이라는 것에 이점이 있으며, 생각지도 못한 물건으로 능력을 사용해 싸우면 상대에게 방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옛날에 권총으로 안쏘고 베어냈던 것 처럼, 변칙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
아지야. 넌 대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짓을 당하는거니.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후배를 떠올리며 그는 멍한 눈빛을 보였다. 혹시 약점이 잡혀서 훈련 도구로 쓰이는 것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금 안쓰럽다는 듯이, 비어있는 아지의 자리를 바라봤다. 일단 당사자가 허락했다고 한다면 자신이 뭐라고 할 말은 없었지만, 만약 아니라면... 일단 다음에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혹은 지금 답으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어떤 보고의 내용인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하는 여로의 말에 은우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빤히, 여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지금 이걸로 거래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데. 지금 그 말은 대답하기 싫다...라는 것으로 알면 될까?"
물음을 던졌는데, 먼저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그 목소리에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서랍에서 코뿔소 초코릿 쿠키를 꺼낸 후에 입에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것을 다 먹는 동안 은우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리고 가만히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더니 그에게 물었다.
"한번만 더 물을게. 먹었니? 안 먹었니? 대답하기 싫으면 싫은 것도 괜찮아.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고, 획안만 하려는 건데... 대답하기 싫다면 그 또한 하나의 대답에 해당하니 말이야."
금강살타, 아촉불이요, 물이며, 의식의 집합체는 식온이라고 하니 이를 구현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이 집합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리라. 그러나 삼라만상을 눈에 담아도 모든 것이 허상인 자가 어찌 이를 설명하겠는가? 희야는 한때 세상을 눈에 담고 있었고, 의식의 집합체에 대해 마땅히 설명하거나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둠에 발 들이고 새로운 각오를 품어 움직이길 각오한 지금은 가능할 것 같았다. 그저 감이었지마는, 이 순간이 아니라면 할 수 없으리라 믿었다.
희야는 천천히 눈을 떴다. 집중하니 얼음으로 된 연꽃이 주위에 피어나고, 눈보라가 넘실거리며 주변에서 피백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발치에 놓인 장신구를 집어들었을 때, 희야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291 그...정말로 죄송한 말인데 서희주. 지금 저 대답은 적당히 상황을 회피하려고 대충 둘러댄 답인가요? 아니면... 진짜로 진지하게 그런 이유로 온 건가요?
제가 어지간하면 다른 분들의 일상에는 안 끼이려고 하는데... 후자라면 진지하게 캐릭터메이킹을 다시 해줬으면 하고 요청 드릴게요. 저지먼트는 누구 죽이고 살해하고 그런 집단 아니에요. (흐릿) 저런 이유라면 당장 은우가 보고를 들으면 바로 탈퇴를 시켜버릴 사안인지라...
>>315 허엉 손그림이라 완전 별론데 내집 스캐너도 없는데 허어엉 (널브랑) 해동하면 같이 녹아서 사라져버릴거야... 시트에서 미남이면 말 다 했지 저번에 영혼체인지 썰 때 나온 짤 기억한다 경진이는 얼굴이 무기야 혜우우가 귀엽다는 건 솔직히 그렇게 봐주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해 이런 냥싸가지를 대체... 감사합니다 (큰절)
스케치북을 뺏겼다. 이게 말이 되나? 연구원이 학생의 발전을 향한 노력을 막아도 되는 건가? 대신 준비된 영상물의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아서 자동적으로 커리큘럼 시간도 단축되었고,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에 정처없이 헤매다가 홀리듯 댄스부실로 갔다. 당연히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다. 사실 부실이나 기숙사로 가서 따로 그림을 그려도 되긴 하지만, 요즘 일정을 다소 쫓기듯 소화하느라 맘 편히 이곳에 발 붙이고 있어본 적이 드물어서 그렇게 됐다. 약간 차가운 공기, 벽을 메운 커다란 거울. 리라는 휘적휘적 걸어가 댄스부실 중앙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그럼 이제 뭘 하지. 뭘 하고는 싶은데 아무것도 하기 싫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자니 찜찜해서 뭐라도 해야 할 거 같다. 짜증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살짝 굴리면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가방이 팔에 툭 하고 부딪힌다. 내부를 괜히 뒤적거려 봐도 안에는 별 게 없다. 스케치북은 없고, 그나마 공책... 여기에 낙서라도 할까, 하고 촤르륵 넘겨보는데 문득 사이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뭐지?"
A4용지에 샤프로 그린 것 같은 그림. 의상 같은데—... 아, 그건가. 최근에 공연에 올릴 안무 정하면서 그린 의상 디자인. 리라는 나풀나풀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것도 내가 그린 건데.
몇 분 뒤, 조용한 부실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린 듯한—이라기 보다는 진짜 그린 게 맞다—의상을 입은 채 추는 춤은 생각보다 더 즐겁다. 마땅한 조명도 무대장치도 관객도 카메라도 없지만 오히려 지금은 이게 나았다. 리라는 물 흐르듯 몸을 움직인다. 온 피부로 공기가 들락거리는 느낌.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 복잡한 생각이 씻겨 내려간다. 지금은 이걸로 좋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입에서 불을 뿜듯이 성을 낸다. 쥐고 있던 폭죽이 흔들리며 사납게 불티를 흘려댔다. 비의 기세는 줄어들었다만 여전히 쏟아지는데 왁왁 대는 낙조의 불길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궁지에 몰리긴. 그리고 대련하면 좋은 거지!”
스스로 궁지에 몰았다는 자각이 없으므로 아지가 한 말이 반쯤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뭐. ⋯재밌었지.”
성의 없는 손짓으로 폭죽을 휘저으며 불길의 궤를 따라가던 시선이 과거를 회상하듯 아득함이 잠깐 떠올랐다가 잠겨든다.
“좋지. 가르칠 것도 없는 거지만. 어쨌든 가자, 바다.”
인첨공에 한 번 발 디디면 영영 나갈 수 없겠지만 바다 정도는 내부에 있을 테니 가능할 테다. 그러나 이전에 갔던 바다에 가지 못할 거라는 점은 못내 아쉬웠다.
“에엑. 귀찮게. 아무튼 그래.”
자신이 멋대로 내기를 주입했으니 상대 쪽에서 멋대로 걸어오는 조건도 수락해 줘야겠지. 그런 생각으로 낙조는 고개를 까닥였다.
해서 폭죽을 바라보는데, 옆의 빛이 푹 꺼졌다. 순식간이었다. 그럼 제 것은? 시선을 내리니 여전히 스파크가 튀기고 있었다. 낙조는 아싸! 하고 방방 뛰더니 척, 아지를 향해 검지로 가리킨다.
“당장 내일 뛰자!”
이긴 쪽은 응원만 하는 조건이었으나 기세를 보면 본인 또한 옆에서 백 바퀴를 뛸 것 같은 에너지다. 낙조의 의욕이 불같이 피어올라서일까, 비는 어느덧 수 초의 간격을 두고 조금씩 떨어졌다. 우산을 안 써도 별로 젖지 않을 만큼. 하늘을 힐긋 일별한 낙조가 폭죽을 탈탈 털어내 끄더니 폭죽을 담았던 주머니를 주워들었다.
“아, 기숙사까지 갈 수 있겠네 이제. 이제 슬슬 가자, 밤늦게까지 안 자고 내일 졸았다간 유도부 녀석들한테 몰매를 맞을 거야⋯⋯.”
여로의 말을 조용히 들으며 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천천히 굳어지고 있었다. 먹었다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걸렸기에 그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었다. 과연 얼마나, 더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고자 하기 위함이었기에... 먹은 것은 죄송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라. 그리고 그걸 참으로 가볍게 이야기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굳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너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어?"
가만히 말을 듣자하니, 부작용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제 몸을 희생해서 믿음을 주려고 했다인 것처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점이 은우에게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딱히 여로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한 적이 없었고,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호기심에 먹은 것까지 괜찮았다. 능력이 올라가는 것이 욕심이 나서 먹었다고 한다면 그것조차도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이것만큼은 쉽사리 이해해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표정을 찡그렸고 조용히 목소리를 올렸다.
"그게 왜 너여야 하는거고, 누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했는데? 나는 우리 부원 누구에게도 그렇게 지시를 내린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게 만약에 목숨을 잏게 하는 약이라면? 자칫 잘못해서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약이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약이라면? 더 나아가서 아에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약이라면? 영원한 장애를 만들어버리는 약이라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책상을 내려칠듯 했으나 은우는 직전에 멈췄다. 그러더니 이어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천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한숨을 조용히 내뱉다가 시선을 그렇게 두고 이야기했다.
"나는 약을 먹은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어. 충분히 탐이 나는 약이니까. 보고에 따르면, 류화가 꽤 먹었떤 것 같은데... 그래. 거기까지도 난 이해할 수 있어. 쉽사리 능력을 올릴 수 있는 약은 이상적이지. 허나, 그 이유가 자기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시험해보고, 믹음을 주기 위해서였고, 마치 자기 자신이 희생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유는 납득할 수 없어. 답해봐. 누가 너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지? 누가 네 몸을 가지고 그런 약을 시험해보라고 했어? 만약 잘못되면 어쩔 참이었던거야?!"
>>351 진짜 초기에는 모카고 뱅크는 캡틴이 혼자서 다 관리하고 혼자서 다 수정해주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자율적으로 바뀌어서 사실...그럴 필요는 없긴 한데, 가끔 장난질을 하는 이가 있는지라...캡틴이 불시에 검사할 때 >>0 이거로 확인하려고 달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 지금까지도 불시에 4번 검사를 했어요. 아직 걸린 것은 없긴 하지만.
>>325 음~~~ 세나 성격상이라면 일단은 은우랑 세은이 앞에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구 자신이 도와주게 해줬으면 한다구 말 할 거 같아여 안 된다면 혼자서 멋대로라도 움직일 거라 반쯤 강제이지만 말이조 >< 자신이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위크니스와 레벨 체계 자체를 해방시키고 싶어 할 거 같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갈리가 없져 헤헤
“마음을 가다듬어. 넌 항상 너무 본능에 충실해. 제어할 수 있으면서 굳이 고삐를 쥐지 않으려 하지. 그러니 능력의 섬세한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거야. 매번 하나 발동하면 하나 풀리고. 능력 특성상 괜히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되레 몸만 더 다쳐. 어쭈, 눈썹 각도 올라가? 자세 똑바로. 명상 계속해.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무튼 잘 좀 생각해 봐라. 위력도 높이고 스스로도 방어가 되는 능력을 대체 왜 하나만 써서 다치냐 이 말이야. 애초에 넌 기본적인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일단은 방어에 치중해. 게임으로 설명하자면 상대만 HP가 깎이는 게 낫지, 너까지 같이 HP 깎이는 게 낫겠어? 너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사례를 좀 살펴보면⋯⋯”
고등학교 1학년, 희야에겐 향 내음이 가득했다. 이것저것 향료를 섞었는지 차분하고 몽롱하나, 스쳐 지나가면 금세 흩어져 어떤 내음이었는지 정확히 명시할 수 없는 향이었다. 몸도 유독 허약하고 몽롱한 면모가 더 돋보였다. 금방이라도 어딘가에 사라질 것만 같은 사람과도 같았으니 스네구로치카라 부를 만도 하였다.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은 없어선 안 돼요. 근데, 버리기 좋은 패는 다른 의미거든. 평소에도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에 대놓고 수상한 행동을 해도 의심 받지 않고. 이렇게 쓰기 좋은 패가 또 어디있나요, 부장님. 아, 부작용 하나 더 알아낸 거 있어요. 저번에 그 암부가 뭔가 핸드폰을 조작하니까 두통이 엄-청 심했거든요."
더 먹었다면, 아마 무언가 다른 걸 알아냈겠지만. 그 점은 아쉬웠기에 여로가 속으로 혀를 찼다.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더 이상 안 먹어요. 약속했거든요. .... 아니, 약속 맞나. 그거."
기어이 은우는 자신의 책상을 오른손 주먹으로 크게 내리쳤다. 쾅! 하는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것은 상당히 높아진 언성이었다. 쓰기 편한 패가 있다면 써야한다라던가, 다른 저지먼트 부원은 없어선 안되지만, 마치 자신은 마음껏 써도 된다는 듯한 그 발언이 은우에게 있어선 쉽사리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이건 적당히 상황을 둘러대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잔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은우로서는 납득할 수 업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뭐가 패고, 뭘 써먹으란 말인가.
"너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거야?! 누가 널 패로 쓴다고 했고, 누가 널 이용한다고 했어?! 멋대로 규정짓지 마!!"
마치 그 말이, 그때 그런 말을 한 그 사람 같았기에... 남의 동생의 심장에 칩을 박아넣고 이후에 자신에게도 똑같은 수술을 요구한 그 사람 같았기에...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기에... 평소 화를 내지 않던 그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도 제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폭언을 퍼부을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그 직전까지 간 자신의 정신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너는 말이야. 너 자신도 없어선 안되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해. ...저지먼트 부원들이 과연 네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 널 이용해도 좋은 패라고 생각할 것 같아? 만약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다른 이를 위하는 척 하지만, 전혀 위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라는 이야기야."
적어도 지금껏 자신이 본 저지먼트 멤버 중에서는 그럴 이는 없었다. 제 아무리 불신이 어쩌고 저쩌고 라고 해도 절대로 그렇게 이용할 이들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을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로서는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었다.
"너는... 불신이 깔려있는거야? 아니면 불신이 깔려있다고 믿는거야? 질문을 바꿀까? 불신이 깔린거니? 깔려있으려고 하는 거니?"
서랍 속에서 다른 초콜릿 쿠키를 꺼낸 후에 그는 그것을 입에 쏙 집어넣거 천천히 씹었다. 그러다가, 그는 한 개를 더 끄집어내서 천천히 씹었다.
"...네가 남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와 동시에 남도 너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리고... 그걸 다 떠나서도, 나는 절대로 너희들을 패로, 이용하거나 하지 않아. 너도 포함해서 전부 내 소중한 부원들이고... 끝까지 데려갈거야. 너희들이 스스로 저지먼트를 떠나지 않는한 말이야. 그러니까 이용하기 좋은 패니, 쓰기 좋은 패니 그런 말은 하지 마. ...어떻게 스스로를 패라고 칭할 수 있는건데? 그 말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말인지 아는거니? 넌?"
높아진 언성은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듯,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상태에서 은우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삐걱이는 의자 소리가 잠시 조용히 울리는듯 했고, 그 뒤를 이어 한숨 소리가 조용히 터져나왔다.
"...한 명이라도 널 위하는 이가 있다면, 그러면 안돼.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너는, 너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너도 필요한 존재야. 이용해 마땅한 존재가 아니야. 나도, 다른 이들도 전부 다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자신을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줘. 여로야. ...만약 그것을 못한다면, 네가 진정으로 너를 이용해야만 하는 패라고 생각한다면...나는 몇 번이고 대답해줄게. 너는 패가 아니야.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이야."
>>426 류화의 시트를 짤 때 자주 들었답니다. 응. 쏜스러움이 여전하니, 이번 앨범 모든 곡이 좋아 귀가 늘 행복하답니다. 그리고 씁쓸한 현실을 말하는 곡이라. 희야주의 픽을 따라서 들어봐야겠네요. uu
이이이이. 희야는 비밀이 너무 많아요. 향냄새가 나는 이유가 희야의 자의에 따른 건가요? 타의에 따른 건가요? 그리고 >>419의 키워드. 바보라 첫 번째, 두 번째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세 번째로 보면 희야가 한 말에 따른 이들, 방어기제, 안티 스킬인 남성이 퍼트린다는 희야의 비밀?
"그걸 판단하는 것은 네가 아니야. 나고, 타인이야. 너에 대한 평가를 네 스스로 내리지 마."
경계하는 부원이 있건, 불신을 준다는 자각이 있건 그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내리는 거지, 스스로가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자아성찰은 가능하겠지만, 지금 이건 자아성찰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결국엔 자신은 불신을 사는 존재니까, 그렇게 이용당해도 상관없고 희생당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아닌가. 누가 뭐라고 해도 은우는 그 사실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대로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네가 왜 스스로를 패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몇 번이고 말할게. 너는 패가 아니야. 다른 부원들도 패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용하지 않을 거고, 버리지도 않을 거야. 너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작은 신념이었다. 자신이 부장이 되고 나서 이것만큼은 꼭 지키리라 마음 먹은 것 중 하나. 절대로 부원을 멋대로 이용하거나 패로 부리지 않겠다는 것. 그런 신념이 있었기에,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여로에게 다시 한 번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을 신뢰하냐는 말에 은우는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어. 그럼 나도 지금은 이 정도로만 할게. 하지만 기억해둬라. 여로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라도 막을 거니까."
다시 한 번 그는 패가 아니라는 의미의 말을 남기면서 은우는 여로의 다음 물음에 귀를 기울였다. 쿠키에 흥미가 생긴 것일까. 그는 서랍을 연 후에, 다시 쿠키를 하나 집어서 그에게 살며시 던져줬다.
"내 입에는 잘 맞아. 네 입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알 수 있도록 하나 더 먹어보는 것은 어때?"
이어 그는 열려있는 서랍을 다시 닫은 후에, 자물쇠를 걸어잠그면서 여로에게 살며시 질문을 던졌다.
"아무튼 일하러 왔니? 쉬러 왔니? 그것도 아니면 저기에 있는 안마의자에 앉으려고 왔니?"
이어 은우는 부실 한쪽에 있는, 자신의 사비로 구입해서 기증한 안마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기껏 사긴 했는데 아직 이용하는 학생이 적어보였기에 아쉬웠던만큼, 이 참에 살짝 권해볼까라는 마음을 품으며 그는 여로에게 살며시 권유했다.
"혹시 아니? 저기에 앉아서 30분 정도만 쉬면 피로가 싹 풀리고 나중에 근무나갈 때 풀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을지 말이야."
/...슬슬 시간도 시간이고 눈이 감겨오기에... 일단 전 자러 가볼게요!! 막레로 끝내도 상관없고, 킵하고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괜찮아요! 그 부분은 여로주가 자유롭게 해주세요!
>>460 헉, 커다란 하늘에 눈가가 시큰거려 만들어낸 다짐은 누군가 지어낸 말이었던 것마냥 이젠 아무 쓸모가 없네 / 들켜버릴까 숨만 죽이는 비겁한 하루를 바랐던가 < 이 부분 류화랑 살짝 어울리는 것 같구... 후반은 샹그릴라 먹었던 류화같기도 하구...! :0 수하 다음 매비운은 음... 1집 공식도 좋지만 유튜브 콘 라이브 영상도 좋더라구 히히~ >:3
갠이벤을 못하는 설움을 여기다 풀겠다 2트! >:3 (나쁨) 자의도 있었다! 그렇지만 타의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 희야가 너무 힘들어 했으니까~ :3 첫번째는 희야의 교주님/말랑희야 모먼트를 말한 거구, 두 번째는~ 놀랍게도 안햐주가 어라 이거 풀었나? 싶었는데 아니었고요 그만 여기서 까버리고 말았지 뭐야(바보) situplay>1596991089>149 이거였어요 훌쩍. 류화주는 언제나 진실에 가깝게 추측해서인지 두렵다... 혜우우의 냥펀치도 무서운데 류화주의 파이어 펀치도 못지 않아...(오들오들)
밧줄을 다 거둬들인 성운은, 창문 너머로 랑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도르래까지 다시 거둬들이기 위해 손을 뻗는데, 난 간다, 하는 담담한 목소리가 턱 날아오자 성운은 잠깐 멈칫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다가, 창틀을 타넘었다. 이번에는 성급하게 창문 아래로 몸을 날리지 않고, 제대로 파이프를 붙잡고는 내려온다. 후다닥, 하는 급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바뀌지 않았지만.
“저기, 선배······!”
딱히 먼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건 아니지만, 랑의 선의는 분명히 성운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성운은 기억하고 있다. 랑이 기억하고 있는 일도, 기억하지 않고 있는, 아니 랑이 채 알지도 못한 일에서까지 성운이 얼마나 랑에게 많은 신세를 졌는가. 자신이 무언가를 따라가고 싶다고 난생 처음으로 원했던 게, 바로 그 뒷모습이 아니었던가. 언제고 거북이의 역설처럼 앞선 이의 등을 영영 따라잡지 못할 자신이었지만, 그래도 영원히 가까워지고라도 싶어서. 그래서 성운은 용기를 한번 쥐어짰다.
>>502 아니요 전 사실 북극에 살고 있습니다 (???) 허억 또다시 사장님의 쿠킹 타임!!!!!!!!!!!!!!!! 저어는 케이크같은 햄버거요!!!!!!!!!!!!!! (??) 그리고 사장님 미소도!!!!!!!!!!!!!!!!! 실물!!!!!!!!!!!!!!!! (안됨) 후우... 이번만 봐준다 다음에 또 꼬르륵대면 기증해버릴테야
눈을 떴을 때, 성운은 자신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뉘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닥을 손으로 짚어본다. 낡은 나무 패널. 자신이 얼마 전 그렇게 힘들게 쓸고 닦고 새로 기름칠한, 폐공장 기숙사의 바닥이다. 낯익으면서도, 낯선 바닥이다. 왠지 어라? 바닥이 이 재질이 아니었을 텐데? 하는 기분으로 낯설다. 이게 아니라, 회색 우레탄 덮인─ 짹짹, 하고 들리는 새소리에 성운은 그제서야 땅에 손을 짚고 상반신을 비스듬히 일으켜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스듬히 비뚤어져 있는 침대와,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이불. 자다가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충격 때문에 깨지는 않았는데, 바닥에 굴러떨어지고도 잠이 안 깬 걸까?
성운은 관자놀이를 짚었다. 두통이 있었다. 아니,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찍거나 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심각한 두통도 아니다. 그렇지만 무시할 정도도 아니고, 머리 깊은 곳에서 딱 거슬리기 좋은 강도로 존재감을 뽐내는 짜증나는 두통이 지끈지끈. 감기일까.
조그만 몸이 침대를 짚고 비틀비틀 일어선다. 파자마에 돌핀팬츠 차림의 몸이 힘겹게 가누어진다. 아직 잠이 덜 깬 머리가 몽롱하다. 이 모든 것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성운은 가까스로 몸을 가누고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허공에 반쯤 붕 뜬 몸이, 땅을 떠미는 발의 힘에 물 속을 나아가듯 붕 떠밀려 공중을 흐르듯 가로질렀다.
>>522 에스퍼 타입이라 고스트타입엔 약ㅎ(이런발언) 진짜 귀신을 만나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면 엄청나게 겁먹는데 (괴담을 듣거나 괴담 컨텐츠 혹은 영화를 보거나, 놀이동산에서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 귀신이 나온다는 폐가를 탐험할 때 등) 또 둔감한 부분도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 요소가 딱히 없다면 별로 겁먹지 않아요. 난개발지구만 해도 프리피야트를 방불케 하는 폐가가 가득하고, 성운이가 지금 거처로 꾸민 폐공장도 밤만 되면 귀신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한 곳이었는데 딱히 신경을 안 쓰고 있거든요. 다시 말해 이 폐공장에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면 새삼 폐공장을 돌아보며 벌벌 떠는 성운이를 볼 수 있어요
에, 그러니까.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 페어 순찰이다. 원래 동월은 혼자 순찰을 나가는 일이 잦았지만, 오늘은 어쩌다가 시간이 맞게 된 리라와 순찰을 나오게 된 것이다. 오늘 순찰은 별일 없이 끝나나 했는데, 어쩌다보니 단체로 비행중인 불량학생들의 현장을 목격해버려 동월은 칼을 뽑아들....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스킬아웃도 아닌데 지옥참마도를 쓰기는 좀 그렇지, 응.
" 오랜만에 무투로 싸우겠네. "
동월은 손가락을 꺾어 뚜둑소리를 내며 불량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앞으로 나와 동월의 일기토(?)를 받아들인 학생과 싸움을 시작한다.
" 필살. "
덩- 쿵- 쿵덕- 쿵
" 자진모리 장단. "
동월은 손가락을 꺾는것을 멈추고, 바닥에 떨어져있던 막대기 2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막대기들은 당황한 상대를 아랑곳 않고 난타하기 시작했다. 리라도 싸움을 했을까? 동월은 자신의 싸움에 집중하긴 했지만 이따금 리라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흘끔흘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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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으으읕. "
뭐 아무튼. 불량학생의 수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 둘이서도 금방 정리된 듯 했다. 막대기 2개는 원래 있던 바닥으로 돌려보내준 동월은 기지개를 쭉 켜며 리라를 돌아본다.
" 슬슬 갈까? "
오늘 순찰은 성공적인 편이었다. 사실 아무것도 발견이 안되는게 평화롭다는 의미라 좋은거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좋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씻어냈다는 것도 좋은 거니까.
" 그러고보니까... 그 소문 들었어? "
동월은 문득, 저번에 게시판에서 봤던 이상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언뜻 봐도 신비해서, 마치 그건 괴이가 아니었을까 했던 그런 이야기.
>>5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자 성운이 에스퍼타입이지 (이마탁) 오호, 둔감하지만 귀신을 무서워하긴 하는 타입이군요.... 어라, 근데 폐공장? (메모장에 적힌 공장 괴이 본다) (안본다) 음... 괜찮아 성운아!!!!!!!!!!! 아무리 괴이라도 진입하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고, 충족해도 들어갈 확률이 낮으니까!!!!!!!!! (옆눈)
지난번 선배들과의 순찰 이후로 리라는 다른 사람과 순찰 나가는 것을 꽤 즐기게 되었다. 대화 상대가 있으면 즐겁고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대처하기 수월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시간이 맞는다면 같이 나가려고 노력했고, 오늘 그 상대는 동월이 되었다. 저지먼트에 입부한 지도 몇 주, 이제는 꽤 익숙해진 얼굴이어서 함께 대화 나누는 게 처음일지언정 딱히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그들은 동기가 아닌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출처 모를 친밀감이 피어올라서 그 날의 순찰은 꽤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었다. 적어도 리라의 입장에선 그랬다.
—그랬는데 마지막에 이런 걸 봐 버릴 줄은 몰랐지. 리라는 눈 앞의 단체 비행 현장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아무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마주쳐 버린 이상 선도는 해야 한다. 포스트잇을 꺼내 들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던 리라는 문득 동월의 손 안에서 잠깐 반짝인 칼날을 발견했다. 어. 저거... 저거...? 저거? 너였니? 지옥참마도? 그런 질문을 하기도 전에 동월이 한발짝 먼저 나서버렸고, 그런 동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라는 곧 포스트잇을 꺼내 쥔다. 일단 일부터 처리하자. 자진모리 장단! 이라는 강렬한 대사를 뒤로 하고 끈끈이풀 물풍선을 꺼낸 리라는 적대적으로 나오는 학생들을 향해 그것을 던져 제압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불량학생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상황의 정리는 빠르다. 리라는 끈끈이풀로 묶인 채 전의를 상실한 학생들에게 풀을 녹이는 가루를 뿌려주고 난 뒤 동월을 돌아본다.
"응, 가자! 월이도 고생 많았어~"
성공적인 마무리. 끝까지 평화롭진 못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곳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성과다.
"어?"
그래서 이제 돌아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동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 리라의 관심을 끈다. 벽 속 커리큘럼실. 본 적 있는 단어다. 분명 게시판에 그런 게 써 있었지. 오싹하지만 그런 곳이 왜 그런 애매한 형태로 숨겨져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었는데.
"월이도 그 소문 들었구나? 나도 봤어."
혼자 가기는 좀 무서워서 미루고 있었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딱 맞다. 속닥속닥 다가오는 목소리에 리라의 눈이 반짝인다.
"......순찰도 끝났고, 난 아직 여유 시간도 좀 있는데. 월이는 어때? 시간 있어?"
솔직히, 동월은 그 이야기에 대해선 반신반의 중이었다. 일단 괴이는 아닌 것 같은데, 괴담이라고 하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서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 괴담이 진짜라면? 동월은 괴이부에 진지하게 목화고를 안전 구역이 아니라 수색 구역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상담을 걸테다.
" 오늘은 다른 일정도 없고.... 시간이야 남아돌지. "
동월은 휴대폰을 꺼내 일정표를 확인했다. 급하게 수색이 터질 일도 없었고, 오늘은 순찰만 끝내면 비번인 날이다. 방금 이야기를 꺼낸게 자신이기도 하고. 동월은 흔쾌히 리라를 따라가기로 했다.
" 근데 나 사실, 어딘지 잘 몰라. "
동월은 딱히 길치는 아니었지만, 외우지도 않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다. 리라는 알고 있으려나....
" 일단, 커리큘럼실 쪽으로 가볼까? "
그래도 '커리큘럼실' 이라는 딱 정해진 이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벽 안의 방' 같은 추상적인 이름이었다면 탐색따위 진작에 때려치고 부실 소파에 누워서 하루를 보냈을테다.
" 일단 가보자. "
다행히 순찰이 끝난 직후였기에, 커리큘럼실은 멀지 않았다. 일단 거기에서 찾아보는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리라가 어딘지 알고있다고 하면 잘 쫓아갈 의향이 있다.
시간이 남는다는 말을 듣자 리라의 얼굴에는 기대가 한껏 차오른다. 학교 탐험이다! 물론 아직 담력 테스트를 하기엔 좀 이른 계절이지만, 즐거운 일은 언제 해도 늦거나 이르지 않으니 상관 없지 않을까.
"좋아! 잘 됐다, 그럼 가 볼까~ 어디..."
그러고보면 이 쪽도 길을 모른다. 성큼성큼 내딛어지려던 발걸음이 순간 움찔하며 멈췄다. 으음, 어쩐다. 그래도 커리큘럼실이라는 힌트 정도는 있으니 찾아볼 범위 자체는 줄어든다. 학교 전체를 돌 필요는 없으니 발품 들이기 어려울 정도도 아니고. 그럼 동월의 말대로 일단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음,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래도 못 찾으면 물어보면 되니까~"
저지먼트 부실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이야기니까 단체 톡방에 메세지를 올리면 누구든 대답해줄 것이다! 그런 대책없는 마인드를 앞세우며 핸드폰을 한 번 흔들어 보인 리라는 이윽고 커리큘럼실들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둘 다 어딘지 모르니까 보폭 차이는 크게 나지 않게, 되도록 나란히 걸어가도록 거리를 유지한다. 목적지까지의 도착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순찰을 돌던 장소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학교 건물은 발 들이는 즉시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약하게 차오른 더위를 털어내 주었다.
"도착! 흐음~ 벽 속... 벽 속이라... 벽을 두드리면 알 수 있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벽을 톡톡, 두드려 본다. 정말 이걸로 판별할 수 있을지는 둘째 치고 여기는 아닌 것 같다. 당연하다. 보통 비밀의 방 같은 곳은 들어오자마자 간단히 찾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장소가 아니니까.
"일단 여긴 아닌 거 같고."
음, 그냥 어디 있냐고 먼저 물어볼까. 무심코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는 순간 고개를 퍼뜩 들었다.
"벽 속이란 말이지."
생각해보니 더 간단한 방법이 존재한다. 물론 얼마나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안이 비어 있는지 메워져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리라는 포스트잇을 하나 뜯어내 간단한 생김새의 안경 두 개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것을 실체화 시켜 하나는 동월에게 내밀고, 하나는 자신이 썼다.
"한번 써 볼래?"
부연설명은 덧붙이지 않고 대뜸 권유부터 하는 얼굴은 이유 모르게 들떠 있다. 만약 월이 안경을 쓴다면 그 이유를 대충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벽 안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흐릿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을 테니까.
>>538 이제 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로 썰면 몸 다치고 끈끈이는 끈끈이대로 맞고.... 기분이 굉장히 안좋을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좋은 성능) >>542 굉장히 엄청나게 먹었습니다!!!!!!!!!!!!!!!! 작은 1인분짜리 피자였지만 파스타까지 든든하게!!!!!!!!!!!!!
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다. 안경을 건네기 직전 귀에 파고든 목소리에 식겁한 리라는 조금 떨리는 눈으로 드러난 검신을 바라본다. 지옥참마도 맞네. 아니, 이런 데 쓰라고 만들어 준 게 아닌데... 물론 사람한테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지만!
"신기하지? 투시 안경이야. 아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뭐가 있는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안경은 꽤 쓸모가 있었다. 막힌 벽은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문제의 구간에 도달하면 귀신같이 이질적인 게 드러나 보인다. 약간 흐릿한 벽면을 마주하자 리라는 걸음을 멈췄고, 그건 동월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이 뒤에 뭔가... 어?"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뭘? 뭘?! 느긋하게 안경을 벗던 리라의 눈이 빠르게 동월에게로 돌아갔다.
"월아, 잠깐만. 너 이거 부수면 다시 붙일 수 있어?"
왠지 절대 아닐 것 같지만. 침착하자, 아직 안 썰었다. 아직은. 리라는 조심스럽게 칼을 쥔 동월의 팔을 붙들려 한다.
"들어가는 건 좋은데 저지먼트가 학교 기물 파손하면 징계 받지 않을까?"
최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당장이라도 썰어버릴 기세인 동월을 말려보려 했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다시 꺼냈다.
"잠시만, 내가 여기다가 문 만들어 볼게. 만약 안 되면 그때는 네가 벽 갈라서 들어가는 걸로 하자. 어때?"
포스트잇에 급히 분필을 그려내는 동안 시선은 동월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리라도 성격이 느긋한 편은 못 됐지만 상대방은 그걸 뛰어넘을 만큼 급하다. 리라는 분필을 실체화 시켜서 동월의 눈 앞에 보인다.
"기다려, 금방 되니까."
대충 이 정도 위치. 벽 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던 리라는 곧 분필을 벽에 긋는다. 분홍색 선이 리라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크기의 직사각형을 그려낸다. 그리고 좌측에 동그란 문고리. 다소 허접한 모양의 문 그림은 딱히 신뢰 가게 생긴 생김새는 아니었다. 열리긴 할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자르면 안 돼."
리라 또한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더 당부한 뒤, 손을 뻗어 실체화 시킨다. 찰칵.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끼이익, 문이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공을 인첨공에게 돌리겠습니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려했는데, 어쩐지 '어, 아닌가?' 싶어서 말을 바꾼다. 아무리 인첨공이라도 투시하는 안경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투명안경은 혁신적인 것이다. 뭐 좀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투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특허를 받아도 될 물건이다.
" 붙이는건, 본드로 하면 되는거 아냐!?!?!!!! "
동월답게 대책이 단 1도 없었다. 부순다 치고, 본드를 구해온다 치면. 복구하는동안 과연 아무도 여길 지나가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있나?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 완성하게?
" 징계...... 징계....... "
징계라는 말에 꼬리를 내리고 시무룩해진다. 뭐 평소의 동월이라면야 조금 더 오래 고민을 했겠지만, 지금 사고쳤다간 자신뿐만이 아니라 리라도 연대책임으로 처벌을 면치 못할테니.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것이다.
" ...... " "쳇, 알았어. "
리라가 동월을 만류하고,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분필을 그려 보여주자 완벽히 체념한 동월은 다시 칼을 집어넣었다. 다만 리라가 말한대로 잘 안되는 순간 동월의 지옥참마도가 울부짖을 것이다. 리라도 그것을 아는건지, 대충 문을 빠르게 그려내었다.
" ......? 문, 맞지? "
자르면 안 된다는 말에 수긍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문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어폐가 있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아무리 분필로 칠한 그림이라고 해도 리라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던 찰나에,
네 능력이냐고 묻는 말에 방긋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리라였지만, 이어진 발언에는 그 웃음마저도 살짝 가라앉고 만다. 본드로... 될... 까? 될 리가 있나. 되겠니? 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왔지만 그 전에 애써 말린 게 효과가 있어서 체념하는 게 눈에 보이자 굳이 날카로운 말은 꺼낼 필요가 없어졌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등 뒤에서 이게 문이 맞느냐는 질문이 들려온다. 솔직히 그런 질문이 나올 만큼 얄팍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라서 리라는 슬그머니 침묵했다. 레벨 2였을 때,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보기 좋게 실패했었는데 이번엔 과연 어떨까.
"맞... 을 걸?"
—아니, 어떨까가 아니다. 해내야 한다. 무조건. 안 그러면 정말 이 벽이 조각조각 찢겨 버릴지도 몰라.
"아! 열린다. 봤지? 이제 여기로 들어가면—"
다행히도 문은 잘 열렸다. 벌어진 문 틈으로 내부의 정체된 공기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 갇힌 채 차가워진 공기가 어쩐지 조금 섬뜩해서, 문을 여는 손길이 느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안쪽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찰나.
"어? 어어? 잠ㄲ... 잠, 잠깐! 살살!"
경고하기 무섭게 우다다 달려오는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자 곧장 발길질이 날아든다. 콰앙! 리라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려버린 문과 그 소음을 일으킨 장본인인 동월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 안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저렇게 열리는 문에 맞았으면 백 퍼센트 기절 했을 거야.
"...월아. 너 이 정도면 칼 없어도 부술 수 있을 거 같은데."
같이 안 왔으면 어쩔 뻔했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리라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활짝 열린 문 옆으로 다가갔다.
내부 .dice 1 3. = 2 1. 먼지가 조금 쌓여 있고 낡았지만 생각보다 음산하지는 않다. 평범하게 오랫동안 방치된 커리큘럼실. 2. 으스스하다. 벽으로 막아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걸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3. 한술 더 떠서 영 찜찜한 냄새가 난다. 바닥을 보면 굳은 피로 추정되는 얼룩이 보인다.
낙조가 화내는데도 나름대로 억울한 아지다. 끙끙대는 강아지가 따로 없다. 억울함이 화남을 이겼다는 것은 다행일까 아닐까...
"물론 대련은 좋은 거긴 한데요오..."
듣고보니 또 설득이 된다. 대련은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지... 하지만 그 바람직하고 좋은 것에 굵직하니 큰 글씨로 포스트잇을 써서 붙여둘 만큼 과도하게 즐기는 듯한 이 선배님의 모습이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뭐라고 줄여서 말해야 하나... 아지는 작은 한숨을 쉬고서 빗방울 아래서 화려해지는 불꽃을 바라본다.
"네에~ 가요~ 바다~"
벌써 마음만은 바다에 가 있는지 활짝 핀 웃음꽃이다. 어느샌가 긴장이 풀렸나 보다.
"앗~ 잘 보고 있었는데~"
낙조와는 반대로 승부보다도 예쁜 불꽃이 꺼졌다는 사실이 더 신경쓰이는 듯한 아지다. 어느새 옆에서 신나하는 낙조에게 방긋 웃으며 박수를 쳐주고 있다.
"좋아요오~" "...뛸 수 있겠지~?"
뒤의 말은 소리가 작은 게 혼잣말인가 보다. 조금 식은땀이 흐른 것 같다...
"낙조 선배님이 맞기도 해요~?"
맞는다는 건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다. 한아지는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상상을 해보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빨간 고무장갑 낀 엄마(아지의 상상 속 낙조 엄마다)에게 등짝 맞는 거라면 조금 상상이 되는데...
"그래도 친한가 보다~" "이번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저만 따라 오시라구요~"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다. 꺼진 폭죽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꼭 쥐고 하늘로 치켜올리더니 그것을 신호로 앞장서 걸으려고 한다. 낙조가 따라온다면 뒤를 돌아보고 또 한번 웃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의 끝없는 소망 중 하나였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가벼워서 인간도 훨훨 날아다닐 수 있었다면 그런 소망이 생기지는 않았겠죠. 그러한 소망은 패러글라이딩이나 비행기처럼 과학 기술로 인해 점차 실현되어 가고 있었지만 역시 한계점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바로 최첨단 과학 기술의 집합체인 인첨공이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아지가 신고 있는 신발이 특수 신발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그런 신발이라는 거에요! 굉장합니다. 신발을 신은 것만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니. 역시 인첨공의 첨단 기술은 초능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 것일까요? 에어로키네시스 능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발일지도 모릅니다.
“와아ㅡ! 어,얼른 보여줘!”
저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선 아지의 시범을 기다립니다. 여기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담장ㅡ담쟁이 덩굴로 뒤덥혀져 있습니다ㅡ 근처이고 바닥은 풀들로 덮여있으니 넘어지더라도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문을 향해 뛰어들기 직전, 아무래도 리라가 살살 하라고 말한 것 같지만, 이미 추진력을 받아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동월에겐 의미없는 요구였다. 그래도 동월은 리라의 요구를 들어줄 심산으로 곧게 쭉 뻗어가는 다리를 살짝 뒤로 물림으로써 100kg짜리 힘을 95kg으로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 이정도면 의미 있지. 봐라. 문이 부숴지지 않고 그저 힘차게 열리지 않았나.
" 칼이 있으면 편하잖아. "
몸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부수는 행위는 무거운 도구를 들고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정작 부술 때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물체가 단단할 수록 부상의 위험이 올라가지. 하지만 칼이 있다면? 게다가 그 칼이 지옥참마도라면? 모든 것을 무리없이 썰어버릴 수 있다.
" 그건 그렇고 여기.... "
일단 부수지 않았으니 만사ok라며 호기롭게 안으로 들어간 동월은, 입구에서 멈춰 안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별로 좋은 분위기는 아닌데. "
뭐 물론 클럽처럼 해맑고 맑은 광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벽을 막아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무래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안에 뭐 좀비같은 거라도 살고있나? "
뭐 괴이도 아니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일단 동월은 충분히 경계하며 안으로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겨본다.
저는 아지의 장난기어린 모습에 작게 키득거리다가 이내 아지가 공중에 조금씩 떠올라서 움직이자 오오, 하는 소리를 냈어요.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지면에서 살짝 떠 있으니까 아무래도 마찰력이 적어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손뼉을 치다가 이제까지는 연습이었다며 속도를 더 높이더니 공중회전을 하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신발에서 나오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확 날렸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한 번이 아니라 세번을 연속으로 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위로 빠르게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요. 천천히 바닥에 내려오는 것 까지 확인한 뒤에 저는 박수를 짝짝짝 쳤어요!
“어,엄청 멋있었어! 대단하다! 어,어려울 것 같은데ㅡ!”
신난 아지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제 얼굴도 마찬가지로 조금 상기된 것 같기도 해요. 엄청 신기하잖아요! 물론 인첨공의 초능력들이 다 신기하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이러한 것들이 신기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도 모른 채 아지를 칭찬하기 바빠요. 그러다가 아지가 비틀거리자 놀라서 아지의 팔을 잡아주려고 합니다.
확실히 어려워 보이는데요! 저는 아마 못할 것 같아요. 전에 진실게임 때 말했던 것처럼 아지가 스스로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넘어질까봐 잡아줬더니 고맙다고 하는 아지의 말에 저는 히히 웃고 말았어요. 이제 아지가 바로 서 있어서 팔을 놓아주는데, 아지가 저를 빤히 보니 저는 눈을 깜빡입니다.
“어? 지,진짜?”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는 것에 놀란 표정으로 아지를 바라봤어요. 아마 바람이 불 때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요? 아지가 손으로 정리해주려고 하길래 저는 가만히 있어요. 손가락이 닿으면서 머리카락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고,고마워ㅡ.”
조금 부끄럽지만 이정도는 괜찮아요. 저는 아지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도 신발을 신어봤다는 것일까요?
“헉, 그,그러니까 생체칩이랑 신발이랑 연동 되는 거야? 화,확실히 그러면 조종하는 게 편할 것 같아.”
이전에 아지가 눈으로 손전등을 켜는 것을 보여줬던 걸 기억해요! 눈 앞으로 빛이 나가는 것은 조금 무섭긴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인첨공인 것일까요? “그,그럼 생체칩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조종해?” 친구가 신발을 신었을 때는 어떻게 조종했던 것일까요? 아지가 대신 조종을 해주었던 것일까요?
편하다로 끝나는 일인가. 보통 맨몸으로 벽을 부수는 게 가능한가. 신체 강화 계열 능력자도 아닌데? 리라의 머릿속은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게 돼? 라고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한편으로는 그게 된다고 못박히면 더 놀랄 거 같아서 미지수로 남겨두고 싶기도 하다. 그래, 일단 안 부쉈으니 됐다. 조용히 동의하며 동월의 뒤를 따라간 리라는 음침한 분위기에 마른침을 삼킨다.
"그러게. 막혀있었고, 그래서 사람 손 안 탄지 꽤 됐다는 건 알겠지만 별개로 느낌부터가 좀 나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선다. 그건 이 분위기가 뚜렷하게 경계할 만한 어떤 형태를 띈 게 아닌 말 그대로 '분위기'라서 이기도 했지만 곁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나오는 태도이기도 했다. 즉, 혼자가 아니라 덜 무섭다는 거다.
"좀비..."
확 꽂혀오는 단어를 그대로 받아 읊으며 슬금슬금 같이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렇게 들어선 내부는 서늘했다. 창문도 없고, 먼지가 쌓여 있고, 그런 주제에 내부는 꽤 멀쩡하다. 테이블이나 의자, 체력단련용으로 보이는 운동기구와 여러가지 서적이 꽂혀 있는 책장, 모니터가 깨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
"아예 치우질 않은 거 같네. 왜지? 폐쇄하는 건 폐쇄하는 거고, 보통 앞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 공간이라도 이런 건 다 치우지 않나?"
급하게 은폐해야 할 일이 있었다. 뭐 그런 걸까. 조금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 게시판에 뭐라고 적혀 있었지? 무슨 사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학교의 공간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사고가 났다고 해서 커리큘럼실 하나를 통째로 메워버린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대처 방식이다. 리라의 눈이 초조하게 내부를 헤맨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처없이 헤매던 눈동자가 한 곳에서 멈추었다. 리라는 커리큘럼실 안쪽에 녹음 부스 같이 생긴 공간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부가 보이는 유리창, 방음재가 붙어 있는 내부 벽면, 조금 무거워 보이는 문.
순간 이상한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dice 1 3. = 2 1. 바스락 바스락. 하얀 쥐가 어디선가 기어나왔다. 2. 휘이잉—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여기 창문 없는데...? 3. '???? ????' 기계음 노이즈 섞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지가 머리카락을 만져주니 금방 머리카락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막 꼬이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서로 고마운 일을 해주었으니 아지의 말대로 쌤쌤입니다.
“그,그렇구나.”
확실히 어느정도 만들어진 범위 내에서 움직이지 그 이상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바람으로 바닥을 밀어내서 만들어진 힘과 에어로키네시스 특유의 연산을 통해서 가능한 기기인 것일까요?
“으,응.”
저는 아지에게 설명서를 받았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어봐요. 어느정도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신발 끝을 바닥에 쳐서 떠오르게 한 뒤에 발 끝의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앞 뒤로 살짝씩 움직이면서 정도를 조절하고....... 뭐 대충 그런 느낌이군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습니다.
“스,스케이트? 여기 들어오기 전에 타본적 있어.”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타본 기억이 납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도 빙판에서 스케이트도 타 본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한 번 해볼게!”
저는 신발을 벗고 아지가 벗어놓은 특수신발에 발을 넣어요. 아지 발이 저 보다 크다보니 조금 큰 듯 한데 신발끈을 묶어서 빠지지 않게 합니다.
“해,해본다아?”
그리고 앞 코를 툭툭 치는데......... 꺅, 소리와 함께 바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어요.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으응~! 높이 올라가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많이 넘어졌다~? 커리큘럼실에 쿠션벽이 폭 패인 적도 있어~"
가슴 한복판에 손을 펴서 얹고서 그렇게 자랑 아닌 자랑 같은 걸 해보이는 것이다. 소예를 보아하니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아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넌지시 암시를 주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운동신경이 아주 좋은 친구들 아니면 대부분 넘어지는 것부터 시작하더라고 얘기해 주었다.
"소예는 할 수 있다아~" "3초만 버텨 보자아~"
방긋방긋 웃으며 응원해주는 것이다. 이 소년 치어리더에는 적성이 있는 것 같다. 주변에 풀들이 순식간에 자라나는 것을 보고 있으니 타임랩 영상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이 풀들 소예가 한 거야~? 대단한데에~"
눈이 웃는 모양으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호흡 하는 소예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소예를 응원하고 있다. 소예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유는 딱히 없지만!! 분명히 잘 할 것이다!! 아까보다 조금 위로 뜨자 덩달아 얼굴이 환해지는 아지다.
"어어~"
그런데 앞으로 넘어지려고 한다!! 이번에는 넘어지도록 놔둘 수 없어 소예의 앞으로 무작정 다가가 어리버리하다가 양팔을 쭉 벌리고 섰다. 이렇게 있으면 팔의 어딘가에는 걸리겠지!! 아지 그물망이다!
"일~ 이~ 사아아암~"
소예가 떠있는 시간을 세어주는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1초보다 빠르게 세버린 것 같다. 어쨌든 3초는 3초다!!
그래도 저만 넘어지는 것은 아닌가봐요. 아지도 몇 번 넘어졌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응원의 말을 지지대 삼아 저는 다시금 힘을 냈습니다!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그냥 ㅍ,풀을 자라게 하는 것 뿐이라서어.......”
하지만 아지의 칭찬이 들려오자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져요! 결국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부끄럼을 털어낸 뒤에 신발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결국 신발로 떠오르는 데에 성공했어요! 하지만 금방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것 같습니다! 아지가 빠르게 삼초를 세어주고 저는 제 앞에 선 아지의 팔을 잡았어요!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후아ㅡ. 해,해냈다.”
그리고 아지의 팔을 놓고는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 했어요! 저는 신발을 주섬주섬 벗었습니다.
“더,더는 못하겠어. 어,엄청 어려운데?! 아지 정말 대단하다.”
폭신폭신한 풀들이 마치 방석같이 느껴집니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용기를 준 고마운 풀들이에요.
그래도 대단한데~ 부럽다아 집중하려는 듯한 소예의 모습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더이상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싱글싱글 웃으면서 부러워하는 아지다. 삼초를 세고 나서 소예가 팔을 붙잡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고 내려오는 것이다. 아지 그물망이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꽃같이 확 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우와아~ 해냈어~ 소예야~ 해냈다아~ 소예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아~"
막상 소예보다 더 기뻐보이는 것 같다. 긴장했었는지 바닥에 주저앉는 소예다. 어느새 풀물이 든 자신의 양말을 내려다보더니 그저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 소예가 벗어준 신발의 끈을 사이즈를 맞게 꿰어 다시 신기 시작한다.
"나는 칩으로 연동해서 반칙을 하니까 그렇지~" "소예는 그것도 아닌데 버티는 데 성공했잖아~? 그게 더 대단한 거야~"
아지는 웃으며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딱히 입에 발린 소리라기보단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제 땅 밟고 있으니까 안심이 되지?"
자신이 처음 특수신발에 적응할 때를 생각하며 키득키득 웃으며 묻는다.
"잔디가 자라나서 꽤 푹신푹신하다~ 밟아야 하는 건 좀 미안하지만~"
소예의 능력으로 달라진 발 밑의 느낌에 새삼 놀란다. 특수신발에 처음 적응할 때 소예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았으려나~?
징그러운 게 문제지. 하지만 좀비 같은 기상천외한 괴물을 썰어버리면 해결된다고 단순히 단정 짓는 걸 듣고 있자니 왠지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니, 안심된다는 게 맞을까. 뭐가 튀어나오든 간에 형태 있는 것이라면 동월이 가차없이 베어넘겨 줄 거 같다는 믿음이 싹텄다. 그럼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으. 그거 꽤 무서운 가정이다."
치울 수 없게 됐다니. 하지만 일리 있는 의견이다. 뭔가 심각한 사고가 터져서 치울 수도 없이 덮는 게 최선이었다던가... 대체 교내에서 어떤 사고가 터져야만 그런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렇지. 나도 사고라는 단어만 기억나. 하지만 사고가 있었다기에 여긴 꽤 깨끗한 편인 거 같은데... 먼지 쌓인 걸 제외하면 오히려 깔끔하지 않나?"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즈음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분명히 이질적이었다. 순간, 몸이 언다.
"......응. 월이 너도 들려?"
바람 소리. 사방이 막힌 곳에서 들릴래야 들릴 수가 없는 소리가 선명하게 공간을 울리고 있다. 심지어 열고 들어온 문 쪽에서 나는 것도 아니다. 방향을 고려하면 이 부스 쪽 어딘가인데.
"어디랑 연결이라도 돼 있나? 아니면 구멍이 났다거나... 보이지 않는 창문이 있거나. 환풍구...?"
찜찜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리라의 시선이 문득 부스 유리창 한 켠에 꽂혔다. 살짝 깨진 가장자리. 손을 가까이 대자 손바닥에 공기 스치는 느낌이 났다.
"부스 안쪽에서 바람이 부는 거 같아. 이해가 안 되는데. 이게 말이 되나?"
막힌 장소 안의 막힌 공간이다. 상식적으로 저기에서 바람이 부는 건 말이 안 되는데.
"...들어가 볼까?"
부스 내부 .dice 1 3. = 3 1. 겉보기에는 깨끗하다. 하지만 공기가 미묘하게 건조하고 탁한 냄새가 난다. 2. 약간 축축한 느낌이다. 물이 꽉 채워졌다가 빠진 거 같다. 물비린내가 진동한다. 3. 바닥에 검은색 자국이 어지럽게 퍼져 있다. 이게 뭐지?
문득 바람 소리가 다시 울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방음재 타일 하나가 애매하게 떨어져 덜컥거리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뜯어볼까?
힘을 돋궈주고 나서 자신의 양말을 다시 한번 내려다본다. 소예가 자신의 신발이라도 줄 걸 그랬냐는 물음에 으음~ 소리를 낸다.
"그럴 걸 그랬나아~?" "괜찮아아 봄 답고 좋다아~"
그것도 잠시 배시시 웃고 만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까!! 빨면 얼룩이 어느정도 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날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신으면 되지 않을까? 그저 좋을대로 생각해버린다.
"그렇구나아 소예는 운동같은 건 잘 못해~?" "운동 중에서도 여러가지 있지만~ 균형잡기는 잘하는데 달리기는 못하는 사람도 있고 구기종목만 잘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참고로 세 바퀴를 돈 건 어느 종목이든 잘 하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친구였다고 얘기해준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전부인 것은 아니니 칩의 도움을 받는 자신이나 적응이 오래 걸리는 소예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맞아아 그래도 조금 미안해..."
이 소년은 분명 어릴 때는 발 밑을 보며 조심조심 다녔을 것이다. 풀이나 개미를 밟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민들레꽃을 단숨에 피워내는 것을 보고 탄성을 낸다.
"부끄러운데에~ 그래도 꽂아준다면 좋아~"
보통은 자신같은 남자아이보단 소예같은 여자아이가 꽃을 귓가에 꽂는 것이 잘 어울린다고들 하니까 조금 망설인다. 하지만 꽃은 예쁘고 냄새도 좋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예가 주는 선물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고개를 조금 숙여서 소예의 손을 빌려 귓가에 꽃을 꽂는다.
"고마워어 역시 부끄럽다아~"
조금 밝게 물든 뺨이다. 헤헤 웃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칩의 유일한 단점... 스마트폰처럼 비치는 화면이 있는 게 아니어서 셀카를 찍거나 거울로 쓸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포기한다.
"그런데 신기하다~ 정말 이런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게~" "난 있지이 원래 소예같은 능력을 가지고 싶었거든~"
딱히 운동을 했을 때 뭔가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영 빼고요..... 한 평균 정도 한다고 해야할까요? 평균 조금 이상 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운동신경이 없거나 했으면 저지먼트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은근 식물을 키우면서 힘을 쓸 일이 많더라고요. “아지는 어때?” 아지는 몸집도 작고 부드러운 인상이라 운동신경과는 멀어보이지만 넘어질 뻔 하면서 잡은 팔은 은근 단단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나,나도 식물을 시들게 할 때는 조금 미안하더라구.”
저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었어요. 하지만 식물들을 해치지 않고는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식물은 우리의 삶에 유용하게 쓰이니까요. 그래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저는 아지의 허락을 받아 귓가에 민들레 꽃을 꽂아줬어요. “부,부끄러우면 나도 같이 할까?” 민들레 꽃봉오리를 찾아 꽃을 피운 뒤에 제 귀에도 꽂아요. 솔직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둘이 같이라면 덜 부끄럽지 않을까요? 아지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으,응? 지,진짜?”
제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는 것에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떠요.
“하,하지만 나,나는 아지의 능력이 더 저,저지먼트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걸. 요,요즘 들어서 험한 일이 자주 생기니까....... 왜,왠지 나는 도움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구.......”
저는 클로로키네시스에 레벨 2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다른 사람을 제압한다기에도 애매하고 누군가를 서포트하기에도 애매합니다. 저지먼트 활동에는 순찰도 있지만 소소하게 도움을 주는 일들도 많다고 들어서 들어왔고, 나름 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능력을 발휘해서 활약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내심 제 능력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483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고맙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창문을 넘어서 파이프를 타고 급하게 내려온 성운이 자신을 부르자 멈춰선다. 무슨 이유로 부르는 걸까, 이미 볼 일은 끝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성운을 무슨 일이냐는 듯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더니,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식사라도 하고 가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들려왔다.
"흠."
아직 식사는 안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스킬 아웃을 제압했을 때 언제 한 번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말도 들었었지. 그 때는 딱히 생각이 없어서 나중에 같이 식사하자는 식으로 넘겼었다. 그럼 지금이 그 나중이 되려나.
"그럴까."
그다지 고민은 하지 않은 채로 긍정의 대답을 한다. 약속이나 이야기했던 부분 중 주고받아야 할 것은 확실히, 깔끔하게 주고받아야 한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진 빚 없이, 그렇게 그대로 쭉.
//앗 너무 오래 붙잡는 것 같아서 그랬던 거야! 답레 텀도 무지 길고 허허 그럼 좀 더 이을까!
동월은 결국 금기어를 입에 담고 말았다. 이 말만 하면 무언가 상황이 벌어진다 Top 5안에 드는 문장! 하지만 리라가 그 사실을 알고있는지도 잘 모르고. 동월도 자신이 플래그성 대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 어.... 환풍구는 일리 있긴 한데, 우리 커리큘럼실 환풍구 다 기계식이잖아? 안켜놨으면 바람이 통할 일이 없을텐데. "
통한다고 해도 이렇게 다 들릴 정도로 바람소리가 나진 않을 것이다. 괴담같은 곳이니 어딘가와 연결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여기가 괴이도 아니고 목화고인데,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 진짜 말이 안되는데... "
아무리 그래도 부스 안이라니. 방 안의 방 안의 방을 만들 이유가 있나? 차라리 괴이였다면 '그런 불합리쯤이야 당연한거다' 라면서 넘어갈 수라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현실이 아니던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분명히 뒤가 구린 무언가가 잠들어있는 것이다.
일단 리라가 들어가볼까, 하고 물어본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부스 안에는... 신원 불명의 검은색 자국들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검은색? 뭘까. 동월은 고민에 빠졌다. 검은색이라니. 부스는 끽해야 취조실이나 커리큘럼을 받는 학생들의 상담을 위한 곳이다.그런데 그런 부스 안에 검은색 자국들? 대부분을 프린트로 해결하는 인첨공에서 잉크를 쓸 리는 없고....
이리저리 추리를 하는 와중에 다시 한 번 바람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타일이 반쯤 떨어져서 덜그락거리고 있었다.
" 이 뒤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
나지막히 중얼거린 동월은, 자신이 지금 리라와 함께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허락을 구할 생각도 없이 거칠게 타일을 뜯어내어버린다.
은우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편 쿠키를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괜히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해보이는 후배일 뿐인데.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묘하게 애매한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애초에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선만 넘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한 일이었다.
"...정말로 내가 잘 때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만, 굳이 캐묻진 않을게. 들어서 서로 좋을 건 없을테니까."
사람이 잠들어있을때 뭔가를 한다는 것. 그것은 가장 불쾌하고 꺼려지는 일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최면이 걸리거나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법이었으니까. 적어도 여기서는 잠들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편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있기야 하지만, 지금 굳이 여기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은 것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없었다. 결국엔 안으로 직접 침투해서 결판을 내는 수밖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살며시 여로를 바라봤다. 이 녀석은 또 거기서 자기를 써야 하는 패니 뭐니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은우는 경고하듯, 혹은 그냥 지나가듯 이야기했다.
서한양은 안경을 벗고 교복을 입은 차림으로 목화고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의 정문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 학교의 학생인 OO중학교 이사장의 딸이 목화고의 학생을 길을 막고 있다는 이유로 밀어서 다치게 하고, 사과 하나 하지 않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한 여학생이 중심인 것으로 보이는 남학생 무리가 학교에서 나가려는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며 오기 시작한다.
"멈추세요. 목화고 저지먼트 부부장입니다. 당신이 우리 학교 학생 건드렸다면서요..."
한양은 이들을 멈추려고 했지만, 덩치가 큰 남학생이 한양을 어깨로 밀치고 째려보며 지나간다. 한양의 말에 철저히 무시하며 지나가는 일행들.
'하..저 새X들 봐라..'
한양은 일행들을 조용히 따라가기 시작한다.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한 호화로운 식당. 한양은 그 안에 들어갔다. 이사장의 딸이 있는 자리 근처에는 그녀를 따르는 걸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지키고 있었다.
"야, 안 비켜? 늬들한테 볼 일 없고, 쟤한테 볼 일이 있다니깐?"
어찌어찌 뚫고나오는 한양. 이사장의 딸은 다른 학교의 남학생 한 명과 함께 웃으며 얘기를 하다가, 한양을 보면서 표정이 굳어진다.
"야.. 애가 길을 막고 있으면 비켜달라고 하면 되잖아. 애를 밀쳐서 다치게 해? 너 사과도 안 하고, 치료비도 안 주고 가버렸다며? 그것도 모자라서 저 모자란 덩어리들 시켜서 애를 조롱해?"
이사장의 딸과 같이 있던 남학생은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딸은 한양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한양은 식탁보를 당겨서 음식들이 바닥으로 모두 떨어지게 만든다. 여학생은 한양을 차갑게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횡포를 부리면 목화고 저지먼트의 인식이 어떻게 되겠어요?"
"아주 X 같아지겠지."
한양의 뻔뻔스런 대답에 째려보며 기싸움을 거는 여학생.
"너는 너 삔또 상할 때 째려보기만 하면 사람들이 다 설설 기어주는 삶을 살았냐? 인생 쉽게 살았네. 눈깔에 힘 풀어. 어쨋든 이렇게 무시하면 내가 달라붙는다. 남학생분~ 미안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렇게 식당 밖으로 나오는 서한양이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일행들은 밖으로 나왔으며 여학생의 표정은 몹시 좋지가 않았다.
"밥을 뭔 한 시간 동안 먹냐. 보기보다 대식가인갑네?"
그걸 또 앞에서 한 시간 동안 기다린 서한양. 한양은 여학생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지만, 덩치가 큰 남학생이 두 손으로 한양의 가슴을 밀치며 접근을 금지시킨다.
"야, 돼지. 너한테 볼 일 없다고."
돼지라는 말에 발끈한 덩치는 힘을 오른쪽 주먹을 한양의 얼굴에 뻗었다. 하지만 덩치는 자신의 오른손을 감싸잡으며 고통스러워 했다. 주먹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한양은 왼쪽 팔꿈치를 쭉 뻗었기 때문이다. 덩치의 주먹은 한양의 팔꿈치에 방어되면서 주먹보다 단단한 뼈에 부딪히면서 큰 고통이 느껴지는 것.
"이 돼지가 내 팔꿈치 전기 오르게 만들었네. 꺼져."
한양은 고통스러워 하는 덩치의 왼쪽 머리를 왼손으로 덮어잡으며 왼쪽으로 밀어낸다. 이어서 다른 덩치가 두 손으로 빠르게 한양의 멱살을 잡는다. 이어서 몸을 뒤로 돌음과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한양에게 업어치기를 하려고 한다. 한양은 녀석이 옷깃을 잡아서 뒤를 돌고, 무릎을 꿇으려는 타이밍에 한양 역시 무릎을 꿇으며 중심을 낮춰서 업어치기를 방어한다.
오른쪽 발을 꿇어진 녀석의 오른쪽 무릎 옆에 위치시키며 마치 런지자세와 비슷하게 간단하게 방어한다. 그리고 방어를 하기 전에 한양 역시 녀석의 두 멱살을 잡아둔 상태. 업어치기 방어로 인해 녀석은 한양에게 등을 내주는 포지션을 잡게 되었다. 이 맛있는 포지션은 절대 안 놓치는 서한양. 그대로 뒤에서 두 팔로 녀석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두 다리로 녀석의 허리를 잠구며 완전히 제압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풀려고 애쓰는 덩치.
다른 녀석이 바닥에서 뒹구는 한양의 얼굴을 향해 오른발로 킥을 차려고 한다. 한양은 사커킥임을 예상하고, 중심을 오른쪽으로 당겨서 구른다. 그러면 이 사커킥은..애꿎은 녀석이 맞게 되는 거지. 알아서 기절해준 덩치. 한양은 백초크를 풀면서 일어난다.
"이제는 친구도 쓸모 없으면 패는 거야?"
사커킥으로 본인의 동료를 기절시킨 구릿빛 피부의 학생은 점프를 하면서 공중에서 회전을 하며 한양의 얼굴에 오른발로 돌려차기를 하려고 한다. 서한양은 디테일한 자세 하나 없이 , 그냥 쪼그려 앉듯이 앉아서 킥을 피했다. 이어서 녀석의 착지하는 왼발. 정확히는 가장 먼저 착지해서 중심이 몰리는 왼다리의 바짓단을 잡아당겨서 뒤로 쓰러지게 만든다.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남학생.
마지막으로 남은 샤프한 인상의 꽁지머리 남학생. 꽁지머리는 이사장의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고, 한양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아가씨한테 다가오지 마라."
"아가씨? 오글거리네. 나는 말로 해결하러 왔어. 먼저 뭣 같이 무력행사를 한 건 너네들이야. 그러니깐 저리 비켜. 머리 다 깎아버리기 전에."
여전히 다가가려고 하자, 꽁지머리는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아주 빠르게, 단단하게 핀 오른손의 손가락끝들로 한양의 목을 찔러넣으려고 한다. 녀석의 손끝이 목에 닿기 전에 왼손으로 녀석의 오른손을 잡아버린다. 그대로 왼발을 틀고, 골반을 돌리며 오른발로 녀석의 왼쪽 안면을 차려고 한다. 꽁지머리는 왼손으로 가드를 올리며 킥을 방어해낸다. 한양의 킥을 방어했지만 킥의 파워가 매우 셌는지, 가드를 뚫고 데미지가 들어왔나보다. 오른쪽으로 휘청거리는 꽁지머리였다. 한양은 녀석의 잡은 왼손을 잡아당기고, 오른발을 앞으로 접어차면서 꽁지머리의 명치를 타격해서 쓰러뜨린다.
"경호원들 다 쓰러졌네? 이제 우리끼리 얘기 좀 할까?"
아까의 차가운 표정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매우 독살스러운 표정으로 바뀐 이사장의 딸.
"제가 뒷배경만 믿고 이렇게 당당한 줄 알았어요?"
이 말과 동시에 한양은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숨을 못 쉬기 시작한다.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기침과 함께 침을 흘리는 서한양. 그녀의 능력은 원하는 공간을 진공상태로 만드는 능력이었던 것. 그것도 한양과 동급인 레벨 4.
"상대를 봐가면서 설쳤어야죠. 당신처럼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 일찍 죽는 법이죠. 걱정은 하지마세요. 저도 당신을 죽이지는 못하니깐. 하지만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교육해야 될 필요는 있겠네요."
고통스러워 하는 한양을 보며 희열감이 넘치는 표정을 짓는 여학생. 하지만 곧 그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신의 머리를 잡고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기 시작한다. 이어서 기침을 하긴 하지만 멀쩡하게 숨을 쉬기 시작하며 일어나는 서한양.
"켁..케흑..! 능력 한 번 살벌하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내가 너의 뇌를 흔들기 전까지는 말이야. 아, 안 들려나?"
한양의 말을 듣고, 쓰러진 채로 한양의 죽일 듯이 보기 시작한다.
"나는 너처럼 막 누가 고통스러워 하는 거에 희열 느끼는 변태가 아니니깐 용건만 딱 말할게. 어제 그 친구한테 가서 정식으로 사과해. 물론 너가 직접 우리학교로 찾아와서."
"제가 왜...그런 밑바닥에게..."
"내가 훈계하는 걸 귀찮아해서 너 같은 애들한테는 말도 안 듣고 행동부터 해."
여학생의 뇌를 더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이내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직전에 능력을 풀며 말했다.
"경고했어. 와서 사과해. 깽값도 주면 좋고."
사람들이 몰리기 직전에 빠르게 염동력으로 몸을 띄워서 현장에서 벗어났고, 이사장의 딸은 실핏줄이 터진 눈과 헝클어진 머리를 보이며 날아간 한양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한 작가로 보이는 남성이 감독으로 보이는 중년에게 계획서를 건넵니다. 감독은 계획서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주 좋아요. 잘했어요. 김작가..그런데 제 의견 한 번 들어볼래요?"
"네네. 말씀해주십쇼."
[10분 뒤]
"하아..이게 맞나..."
작가는 한숨을 쉬며 수정된 계획서를 뽑네요. 계획서의 이름은 ' 출동! 히든 히어로즈! EP 3. 저지먼트의 은혜' 입니다. 히든 히어로즈는 최근에 인첨공에서 방영을 시작한 특촬물인데요, 평소에는 '학생회장 모범생' , '바람둥이 날라리' , '은둔형 아웃사이더'. 이렇게 서로 친해질 리가 없는 학생 셋이 히어로의 힘에 눈에 뜨고, 평소에는 학생으로 지내다가 위기가 터지면 사람들 몰래 히어로로 변신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병맛 특촬물입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저지먼트의 은혜'는 이 히어로 셋의 힘으로도 부족한 적들을 저지먼트가 도와줘서 함께 무찌르는 내용이예요. 이 저지먼트 역들도 처음에는 연기경력이 별로 없는 엑스트라들로 구성했는데..
"김작가? 이거 진짜 저지먼트 학생들을 배우로 촬영하는 건 어떨까요? 그래야 실감이 나는데 말이죠."
"네? 감독님..하지만 다시 대본을 짜야 되고, 학생들의 연기력으로는..."
"전부 애드리브로 하면 되죠. 어차피 이 드라마의 특성이 병맛 아닌가요? 사전에 짜여진 대본은 살아있는 느낌이 안 나요.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나오는 애드리브가 더 느낌을 살린다고 보는데요."
>>712 혼자서 살인마가 누구일지 추리하다가, 결국 살인마가 누구인지 알아냄. 그런데 이걸 친구들에게 얘기하기 전에 살인마랑 마주침. 살인마랑 접전 끝에 살인마에게 큰 부상은 남기지만 결국 당해버림. 막판에 주인공이 살인마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죽은 줄 알았던 한양이 팔로 기어와서 뒤에서 살인마의 발목을 잡으면서 퇴치에 도움을 주고, 진짜로 죽으면서 리타이어.
>>751 그래서 보고싶다!(?) ㅋㅋㅋㅋㅋㅋ 희야 감으로 당구 가릧는거 너무 귀엽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캠핑 트라우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일박이일 정도의 캠프라면 좋아할거라구? 소예 불 때문에 전열기구밖에 못썼지만 하이드로키네시스 희야와 함께라면 불 걱정 없이 불장난 할 수 있다...! 마시멜로 넘 달달할거같고 그렇게 소예는 야구를 보기 시작하는데....!(?)
미각이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오렌지 주스는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도 나고, 솔티드 카라멜은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난다. 이처럼 미각은 복합적인 요소가 이루어진 고유한 맛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그중 한 부분이 무너진다면? 당연히 겉모습만 같을 뿐인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어버릴 터.
이레는 연노랑빛 음료가 담긴 투명한 컵을 양손으로 쥔다. 작은 움직임에 얼음끼리 부딪히는 투박한 소리가 난다. 고개를 숙여 빨대를 문다. 길을 타고 올라온 액체가 혀 끝에 닿자 새콤달콤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새콤달콤. 그러니까 신맛과 단맛의 조합이다. 만약 여기서 한 가지 맛만 남기면 어떤 맛이 날까? 사소한 호기심에 뇌가 단맛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연달아 올라오던 액체에선 어느덧 레몬 특유의 상큼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음... 그냥 레몬즙..."
중얼거리며 다시 빨대를 문다. 이번엔 반대로 신맛을 배제하고 단맛만 남긴다.
"설탕물...? 으..."
설탕과 섞인 물은 맛있지만, 온전히 설탕뿐인 맛은 영 좋지 않다. 황급히 미각을 원래대로 되돌리자 다시 혀가 레모네이드의 복합적인 맛을 되찾는다.
>>0 "동물한테도 능력이 생긴다면 오레오는 분명 총알도 피할수 있을 정도로 빨라질거 같슴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게 토끼한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여. 꼭 순간이동 능력을 가졌는데 5cm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들림다."
이제는 버릇처럼 올라와있는 건물 옥상의 풍경 속에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쯤에서 저 먼곳을 바라보면 이제 막 재건되어가는 건물들과 아직도 그대로 방치중인 낡은 건물들이 있었을까, 어림잡아 반년 전만 해도 모두 다 너저분하게 널려있었을 텐데... 자신이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던 사이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있던걸까? 원래 세상이란 나름대로의 자정작용을 하는 법이었다. 그건 자연을 넘어 문명의 장소에서도, 고일대로 고여 썩어버렸을 이곳에서도 당연하다시피 일어나는 일이었다.
한손에 쥐고 있던 메모리카드를 손으로 굴리던 그녀는 늘 따라다니는 토끼가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물고 잡아당길 때 쯤에서야 사색을 방해하는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원래 이 바닥 친구들이 버려진 쓰레기들도 폐품업자처럼 악착같이 모으면서 산다는 건 알고 있는데 말이져... 근데 어디서 주워왔는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한숨을 한번 내쉬곤 자신을 향해 흉흉한 날붙이를 들고서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두 남성들을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이건 내거라서 말이지."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더니 토끼는 짧게 으르렁거리자마자 바로 튀어나갔고 이내 한명의 발목을 물기 시작했다. 그것에 맞추듯 그녀는 다른 이를 향해 살짝 구겨진 알미늄배트를 휘둘렀고, 비록 그녀 자체의 힘은 그들 한명보단 약할지라도 능력을 통해 한층 더 공격적으로 변한 금속의 타격음은 제법 묵직하게 들려왔다. 무엇보다 그녀 역시 그들와 같은 곳에서 구르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마다의 약점이 어딘지도 나름대로 잘 꿰고 있었다. 단지 다른점이 있다면, 마치 부위파괴 기믹이 있는 보스몹을 상대하듯 한부분씩 순차적으로 집요하게 노리는 점일까?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토끼도 돌보아야 했다. 그녀야 전치2주라는 정해진 규율을 철저하게 지키려 하지만 참지 않는 토끼의 분노는 그런 인간이 정한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반드시 물어뜯고 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토끼의 공격이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진 않다고 해도, 행여나 급소를 노리거나 하는등의 영 좋지 않은 이슈로 2주하고도 1일이라던가 그 이상의 일수를 채우고 싶지 않았기에...
누가 그랬던가? 토끼가 자기방어적 성향이 강하기에 언뜻 소극적으로 보일뿐이지 사실은 꽤나 공격적인데다 반드시 풀만 먹는건 아니라고, 하물며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 여느 동족들보다도 더 강하게 발현되어있는 토끼라면 어떨까?
작게 찢어진 옷가지들과 그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동물에게 물린 자국이 남은 채 의식을 잃고 연행되는 스킬아웃들은 대부분 그녀의 토끼가 원흉이었다.
"...가끔은 오레오가 헐크처럼 보임다. 엄청 작고, 초록색도 아니지만여."
-흥-
입을 오물거리며 옷조각 같은 이물질을 뱉어내던 토끼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건물 옥상에서 머리를 박은 채로 부들거리는 한명의 머리카락을 한껏 물어뜯다가 뒷발질을 했고 이미 쓰러져있는 한명의 바지에 자신의 승리를 상징하듯 영역표시를 하고서 짧게 흥흥거리며 머리를 치켜올렸다.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이 식물들은 양지에서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음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적응해버렸고, 종래에는 양지에서 자랄 수 없는 식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햇빛을 받으면 죽어버리고 말아요.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냐면요. 제 눈에 이끼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끼가 보이냐면요....... 제가 체육 창고 안에 갇혔기 때문입니다!
“호,혹시 밖에 누,누구 없어요?! 여,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저는 쾅쾅쾅 철문을 두드리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연유는 커리큘럼에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 체육창고에 갔다가 농구공 바구니를 엎어버렸고, 그 농구공들이 굴러가다가 창고 문을 바치고 있던 도어스토퍼를 건들여 창고 문이 저절로 닫혀버렸기 때문입니다. 하필이면 그 창고 문을 고정해두었던 이유가 그 문이 고장났기 때문이었어요!
누군가의 모략 같은 것이나 괴롭힘으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는 나름 착하게 살았다고요.
이론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은 연산 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더욱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새로운 식물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즐겁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부분은 조금 지루하기도 해요. 어렵기도 하고요! 외워야 할 것도 너무 많습니다! 차라리 식물백과를 읽을래요!
죽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패로 써도 된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었다. 그만큼 방금 여로가 말한 자신을 패로 써도 좋다는 말이 임팩트가 컸던 것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빤히 바라보긴 하나, 굳이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으며 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더 무슨 말을 해도 결국 되돌아가는 것밖에 되지 않고, 같은 말의 반복이겠지.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는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을 더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 자신도 믿었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후에,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몸을 풀기 위함이었다. 이어 켜져있는 노트북을 닫고,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슬슬 움직여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다.
"잠시 자리를 비울게. 날 찾는 이가 있다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줘."
그리고 너도 쉬고 싶으면 푹 쉬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려던 도중,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면서 여로를 바라봤다.
"...너도 저지먼트고 내가 책임져야 할 부원이라는 점. 잊지 말길 바랄게."
/슬슬 이 일상을 마무리지어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중요한 것은 다 나왔으니! 아무튼 막레를 부탁할게요!
2.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짓을 하면?」 소예는 보복할 생각보다는 그 사람을 피해다니는 쪽에 가깝고, 자신이 해코지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아마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자신의 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타입.
3. 「외로울 때에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는 편! 잠이 오지 않으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시도한다. 시도했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다시 잠자기를 시도.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질거야. 라고 생각하는 편.
동월의 말이 맞다. 목화고등학교의 환풍구는 모두 기계식이고, 설령 그게 이 소리의 원인이라고 해도 이상하다. 환풍구로 드나드는 공기의 소리가 이렇게 클 리는 없으니까. 말도 안 된다. 의도도 모르겠고—의도적으로 구축된 환경일 리 없어 보이긴 하지만—원리도 모르겠다. 짐작 가는 게 하나도 없는 환경은 무지에서 비롯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건 결국 공포영화에서 가장 먼저 죽는 인물이 하는 짓을 시도하게끔 만들고 만다.
"이게 뭐야."
발 들이자마자 보이는 건 난잡하게 묻어있는 검은 자국들이다. 잉크인가? 리라는 고민하다가 겉옷의 옷소매로 손을 가리고 몸을 낮춰 바닥의 자국을 쓸어본다. 새까만 가루가 묻어나온다.
"가루, 아니. 액체가 굳은 건가?"
뭔지도 모르는 와중에 위험천만한 짓이었지만 위험을 따지고 행동하기엔 이미 이곳에 제발로 발 들인 것부터 한계를 넘은 거다. 리라는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이게 문제였을 것이다. 계속 동월을 주시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
"잠깐만, 너 지금 뭐 해...!"
고개를 들자마자 방음재 타일이 거칠게 뜯겨 나가는 소리에 더불어 바람이 불어닥친다. 좁은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의외로 봄의 향기를 품고 있다. 그건 이게 바깥에서 들어온 공기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경로를 살필 수는 없을 것 같다. 엄청난 열기와 에너지를 가진 무언가 때문에 뚫린 듯 한 구멍은 부스의 벽, 그리고 커리큘럼실의 내벽까지 부숴놓은 채 깊은 암흑 구덩이를 형성하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로 파손됐는데 외벽에 금 하나 가지 않았다는 건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들어가도 될 만한 모습은 아니다. 마치 무저갱 같은.
깊은 곳에서 오래된 탄내가 올라온다.
"바닥에 이거... 재... 인가 봐."
더럽혀진 소맷자랏을 바라보던 리라는 문득 동월에게 다가가 팔을 살짝 붙든다.
"나가자."
손끝이 살짝 떨린다. 리라는 일단 저 정체모를 구덩이에서 멀어지고 싶었고, 멀어지게 하고 싶었다.
1.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 -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만 눈빛은 솔직해서 간단한 반응 정도는 드러난다~~ 평상시엔 아무런 광택도 없이 죽은눈, 긍정적일 땐 별무리같이 흩뿌려지거나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눈빛 부정적일땐 동공에서부터 빨려들어가는듯한 검은 기운? 🤔
2. 「무언가를 기른다고 한다면 식물파? 아니면 동물파?」 - 이미 오레오라는 동물이 있서!
3. 「가까운 사람의 부정적인 소문을 듣게 된다면?」 - 오~ 하고서 그냥 넘기는 정도? 🤔 들어봤자 어따 쓰겠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