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지탱하는 3대 가문 중의 하나인 목정 가문은 당연히 따르는 가문도 많고 적도 많았다. 다른 가문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에서 암약하고 있는 레지스탕스들도 적들 중의 하나였다. 허나 제국의 국력은 아직까지도 쇠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독립을 원하는 세력들은 정말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결국 가문이 신경 쓰게 될 적은 다른 가문들의 협잡질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가문이 그러하듯이 다른 가문에서도 평범한 인물인척 시종의 신분으로 그들의 사람을 파견해두는 일이 많았다. 그들은 본가는 물론이거니와 연이 머무르는 저택에도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연의 저택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자신들의 가문으로 전해준지 오래였다. 연의 저택에 아라의 공녀가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과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까지 말이다.
" ... 이 정도인듯 합니다. "
늦은 밤, 그의 방에선 늙은 집사와 연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집사는 본가에서 가주를 모시다가 자신의 아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선 연을 따라 이 저택으로 와있었다. 그도 어릴적부터 봐온 집사를 전적으로 신뢰하여 굳이 무언가 지시한다기보단 일임한 형태에 가까웠으니 이런 모습은 쉽사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의외군. 다른 이들은 그렇다쳐도 ... "
집사가 가져온 명단을 바라보던 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얼핏 봐도 명단에 적힌 사람들의 수는 많아보였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리되어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이를 지시한 연은 그들이 왜 이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 중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기에 생각보다 혼란스러운듯 했다.
" 돌아가봐도 좋습니다. 이번에도 큰 신세를 졌습니다. " " 아닙니다, 도련님. 제 소임을 다할뿐입니다. "
정중히 인사를 건넨 집사는 방을 나섰다. 집사가 나가고 연은 한동안 명단을 바라보다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 공간에 그 명단을 숨기고선 걸어잠궜다. 이 정도까지 하는 것을 보면 꽤나 중요한 자료인듯 싶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여러 발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방에 식사가 들어왔다. 들린 것은 기침하셨냐는 물음이었는데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열리고선 화가 들어왔다. 명단을 미리 숨겨놨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들킬뻔했다. 그렇기에 연은 좋지 못한 시선으로 들어온 화를 바라보았다.
" 이젠 문도 불쑥 열어버리는구나. "
자세히보니 꼴도 말이 아니었다. 대체 이렇게 될때까지 다른 이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처음 봤을때랑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그의 눈엔 화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다른 공녀들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는 것 같던데. 고향을 강제로 떠나온 슬픔이 이 정도란 말인가. 자연스럽게 그의 기분도 착잡해졌다.
" 맘대로 하거라. "
검식이라니 황제 폐하도 아니고 자신이 받을만한 대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 말라고해도 어떻게든 할 것 같았기에 그냥 선선히 허락만 해주는 것이었다.
좋은 점심!! 안바쁠줄 알았는데 연휴는 생각보다 바빴고 ... 8-8) 난 세뱃돈을 받는 입장도 아니라서 출혈이!! (사망) 유화는 어떤 모습이어도 예쁠테니까~~ 가릴 수 없는 미모랄까? 후후 유화주야 말로 연이를 좋게 봐주니까 내가 항상 고맙지!! 이번 일상으로 많이 바뀌면 좋겠다 :3
제국이 한창 팽창하고 있을때엔 당연하게도 고위층에게 암살을 시도하는 적들도 상당히 많았다. 검을 들고 침입하는 무리부터 은밀하게 가문에 섞여들어 공작을 하는 이들까지 다양하게 있었고 그것이 심할때엔 제국 수뇌부의 절반이 죽어버렸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당시 황제의 카리스마로 어떻게든 넘겼지만 만약 다른 이였다면 제국은 붕괴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대부분의 귀족들은 기본적인 독인 비소를 구분하기 위해서 은수저를 마련하게 되었고 독살의 위험이 현저하게 옅어진 지금도 그것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시집 갈때 혼수로 고급 은수저는 필수라고 하니.
" 이젠 됐으니 가봐도 된다. "
상을 들고온 시종들의 눈빛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연은 손을 휘적이며 나가보라 손짓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시종들은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서둘러 나가려고 했지만 그 중 한명은 무언가 눈치를 보는듯 시선을 힐끗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연과 눈이 마주치자 다른 시종들과 마찬가지로 후다닥 나가버렸고 그는 화에게 다가가 수저를 받아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까이 갔을때는 이미 화의 입에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 독? "
제국이 한창 확장을 하던 것도 이젠 옛날 일이 되었고 그때보다 기술은 한참은 더 발전해있었다. 전쟁이란 본디 기술의 발전을 불러오는 법이니까. 자연스럽게 비소 같이 검출이 쉬운 독보단 무색무취의 검출하기도 힘든 독들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지금 연의 식사에 골고루 들어가 있는듯 했다. 그는 먹지말라고 외치며 쓰러진 화에게 빠르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외쳤다.
" 의원! 의원을 불러와라! "
그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가장 먼저 노집사가 빠르게 방으로 들어왔고 연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끝낸 그는 곧바로 저택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저택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말한 뒤에 의원을 부르기 위해 뛰쳐나갔다. 연은 화의 입가에 묻은 피를 자신의 소매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 살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이러는 것이냐. "
눈 오는 날 후원을 산책하면서 넌지시 일렀던 말이었다. 연은 화가 살아가길 바랬고 그 장소는 자신의 저택이 아니어도 좋았다. 공녀의 신분인 이상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바랬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착잡하게 느껴질뿐이었다. 그는 화를 끌어안은채 자신의 침상에 뉘이고선 물을 최대한 가져오라 말한 뒤에 시종들이 가져온 물을 화에게 계속해서 먹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먹은 것은 극독인듯 싶었다. 극미량의 독으로도 사람을 무조건 죽일 수 있는 그런 독. 허나 그런 독은 쉽사리 그의 저택에 들여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가에서 떨어져산다고한들 연이 머무르는 저택은 본가와 비슷한 경비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니 출입하는 사람들이나 물건 하나하나에 철저한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나는 괜찮으니 말은 하지 말거라. "
연이 생각한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것은 일단 조금 뒤에 다시 생각해보고 지금은 그녀가 어떻게든 살 수 있게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 가문의 의원은 전국에서 내노라하면 서러운 실력이자 은퇴한 어의였기에 오기만 한다면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물이라도 먹여서 독을 토해내게 하고 있었다.
" 정말,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
그러나 그녀가 한 말에 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선 말했다. 가족이라니, 지금까지 계속해서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필시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은 첫날 그가 내뱉은 말 때문일 것이기에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그는 차라리 화가 가족들과 가끔이라도 연락을 주고 받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고 있었다. 아무리 목정 가의 힘이 있다고 해도 그것까지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저번처럼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주는게 고작이었다.
" 내가 굳이 네 고향의 약초를 사오라 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
그녀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언동에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의원이 도착했고 집사와 함께 방에 들어온 의원은 급하게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풀어헤치고선 화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경험 많은 의원이다 보니 어떤 독인지 알아낸듯 화의 입에 억지로 무언가를 넣으며 어떻게든 먹게하려는듯 했다.
" 다행히도 식사에 들어있던 것이 독의 작용을 크게 약화시킨듯 합니다. "
의원은 어느새 땀을 흘리면서 그렇게 얘기를 해주고선 다시금 처치에 집중했다. 만약 독이 든 다른 음식을 먹었더라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겠으나 화가 먹은 것은 어떤 재료의 성분과 독이 서로 반응하여 효과가 약해진터라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듯 했다.
만약 유화가 냉철히 사고할수있는 상태였다면, 사람이 항상 진심대로 말하는것만은 아니고 설령 당시에 진심으로 말했을지라도 언제든 마음을 바꿔먹을수도있다는점을 상기하여, 제가족의 일을 연이 생각할여지가 없도록 차라리 침묵했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육신의고통과 혼미한정신과 유일한염원에 압도되어 앞뒤 가리지못하는 그야말로 무방비상태였다. 하여 말하지말라는 당부를 거스르고 물마시기도 마다하며 그간감추려던 속내를 드러냈다. 여즉 숨붙이고있는것도 어쩌면 제가족에게 관여하지않겠다는 한마디를 바란 결과일지도
그랬기에 미골의 약초를 구매하기로한 연유가 무엇이겠냐는 반문은 회광반조(回光返照)로 이어졌다. 함정수사일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의심했던것이 실은 타국에 끌려온 공녀를 순수하게배려해준것뿐이라는 사실이 와닿은것이다. 그건 다시말해 연에게 유화의가족을 해코지할의사일랑 추호도없었고 앞으로 없으리라는 의미이리라. 거기까지 알아챘기에 초점흐려진 핏물고인 눈이 힘없이 감겼다. 이젠 여한이 없었다. 아니 여한을 품을만큼 제힘으로 할수있는게 없었다. 가족이 위협당할 일은 없으리란걸 알게된것만으로도 행복.. ..
그러다 돌연 섬뜩해졌다. 이사람이 지금의 날 부러워해버리면 어떡하나? 죽어서라도 저주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사람이다. 때로는 누가 죽여주길 바라는 것같기도 했다. 그런 그가 눈앞에서 시신을 보면 .. 그렇게 죽음을 직면하면 .. . 다 포기하고 싶어지지는 않을지 .. ..
거기 생각이 미치기무섭게 미친듯이 구역질이 치밀었다. 한참 헛구역질을 한끝에 마침내 토해낸것은 연두색액체에 뒤섞인 검붉은핏덩이. 유화가 반나마 흘리다시피해도 연이 포기하지않고 물을 마시게한 효과가 비로소 나타난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유화는 까무룩 탈진하였다. 가래끓는소리와도 흡사한 숨넘어가는 헐떡임도 잦아들어갔다. 이대론 안되는데. .. 그가 죽음을 희망 삼게하면 안되는데.. ...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을것만같은 입을 필사적으로 달싹였다.
그때 입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지독히도 쓴맛에 의식이 확 돌아오는듯했다. 너무나도 써서 기력이 조금이라도 남았더라면 또다시 토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밀어넣는 완강한 힘이 무기력에 묻히다시피한 직감을 자극했다. 삼켜야한다. 그리하여 오물거리고 삼킨게 유화가 마지막으로 느낄수있었던 감각이었다.
연의 저택은 평소와 다르게 시끌벅적했다. 곳곳에서 시종들의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다수의 사람들이 부산히 뛰어다니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수도의 구석에 위치해서 망정이지 조금의 이웃이라도 있었다면 시끄럽다며 항의가 들어왔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목정 가를 지키는 최정예 병사들이 순식간에 파견되어 저택 내부를 정리하는 동안 연은 여전히 화를 바라보며 초조한 모습으로 방을 돌아다녔다.
" 도련님, 계속 그러하시면 의원이 집중하기 힘듭니다. "
본가에 연락을 취하여 어느정도 사태가 일단락 될 것이라 생각한 집사는 어느새 연의 옆에서 그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연은 그런 집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듯 의원의 뒤에서 방을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검붉은 핏덩이가 화의 입에서 뿜어져나온 것을 본 연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의원과 화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의원은 능숙하게 그녀의 입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강제로 먹이고 있었다.
" 연구소에서 개발중에 있던 해독제를 급히 가져왔습니다만 ...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 어찌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
강대한 국력을 자랑하고 있는 제국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점령한 국가의 저항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다 외적으로도 척을 지고 있는 국가가 많은지라 이런 독살에 대해선 심혈을 기울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흡사 창과 방패의 싸움과도 같은 모양새였지만 연구력 자체는 제국이 한참 앞서는 모양이라 웬만한 독에 대해선 해독제를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허나 단순히 시종이 독을 먹었다는 이유로 한창 개발중인 해독제를 빼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연은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지 한숨을 내쉬며 말했따.
" 해독제가 효능이 있기를 바래야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그래도 무언갈 토해냈다는 것은 독이 전부 흡수 되기 전에 체외로 배출했다는 뜻이기에 예후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연은 자신의 방에 누워있던 화의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내준 뒤에 그녀의 처치를 의원에게 맡기고선 방 밖으로 향했다. 최근엔 보기 힘들었던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그가 향한 곳은 시종들이 머무는 방이었고, 그곳에선 모든 시종들이 병사들의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모여있었다. 연은 그 중에 한명을 노려보고선 옆의 병사에게 손짓했고 곧 지목 당한 시종은 그대로 끌려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렇게 일련의 소동이 있고 나흘 정도가 지났다.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이라 할 정도로 세가 강한 목정 가문에서 이 사건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손쉬운 일이었다. 화가 잠들어있던 중엔 수도의 어느 곳에서는 피바람이 불 정도로 엄청난 후폭풍이 있었지만 그것을 깨닫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연은 화가 자신의 방에서 누워있는 동안 잠도 거의 안잔채로 옆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도 해독제가 효과가 있었는지 몸 상태는 어느정도 안정 되어가는듯 했다.
" 이젠 염려하실 필요 없을듯 합니다. "
의원은 화의 맥을 짚어보고선 말했다. 이젠 몸이 회복세에 들어섰고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깨어나리란 예상도 덧붙였다. 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한 뒤에 화가 깨어날때까지 옆을 지키고 있었다.
연휴엔 친척들이 잔뜩 와있어서 바빴다 ... 이제서야 답레를 가져왔다~~ 유화주는 연휴 잘 보냈을까! 화가 잠들어있던 나흘 동안 있었던 일은 나중에 독백으로 풀어볼까해~ 답레로 쓰기엔 너무 길기도 하고 ... 연이가 왜 목정 가문의 삼남인지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일것 같기도 해서! 그 가문의 피는 어디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테니! 후후 ... 화가 깨어나면 심정의 변화가 조금은 있을까나~
죽어도될 이유는 많았다. 앞날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공녀가 되기로한 순간 이미 돌이킬수 없게되었고, 이제는 어떻게살아도 조국과 조상님들을 저버린 불충불효한 죄인이자 그사람을 기만하여 신의를 저버린 인간이었다. 그에게 호감을지닌채 시중을들수록 작게는 원수가문인 목정가의 일원을 위해 크게는 조국을 핍박하는 제국을 위해 일하는것이고, 조상들의 피맺힌한에 멋대로 개입하지않고 함구할수록 외롭고약한 그 사람을 기만하는것이므로. 이대로 끝나봤자 그 죄와 모순이 덜어질리는 만무하나 더 불어나지않을수는 있다. 그리된대도 내 가족을 해치지는않으리라고 그가 일러도 주었고, 공녀하나 죽는거야 사소한일이니 산간벽지인 미골에 전해져 가족들이 비통해하는 불상사도 없으리라. 그 고단한사람이 죽음을 탈출구로 여겨버리는것만은 걱정이나.. . 다 죽게된 일개공녀가 무얼 할수있으랴 ... 워낙 다감한성품이라 돌발상황에 놀란것뿐이길 그래서 금세잊고 살아가길 비는게 고작이었다.
그랬기에 몸이 사라지고 만것처럼 통증이 없어도, 의식만 떠도는듯하다 난데없이 짙디짙은안개가 드리운 새까만강이 나타나도, 그앞에 음산한분위기의 나룻배와 사공이 있어도 놀랍지않았다. 저 강이 삼도천(三途川)이고 저 배로 저승에 이르리라는 예감이 막연히 스쳤을따름이다. 밑도끝도 없는 망상이건만 위화감은 들지않았고 한발한발 나아갈수록 예감이 확신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무슨미련이 남았던걸까. 고작 두어발짝 남았을무렵 무심코 고개가 돌아갔다. 놀랍게도 돌아본 그자리에는 그사람이 자기도 배를 탈 차례라는듯 서있었다. 경악하여 그를 뒤돌리고서 힘껏밀쳤다.
- 여기가 어디라고 오셨사옵니까?! 저승 문턱이옵니다! 도련님이 오실 데가 아니옵니다!
(.dice 1 2. = 2 1. 연한테 들릴 정도로 소리가 똑똑히 나왔다 2. 꿈결의 중얼거림이라 또렷이는 안나왔다)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그가 듣긴하는지 모르겠다만 상관없었다. 그저 그는 이승에 남았으면했다. 피의저주는 어쩌지못할지라도, 호의를 진심으로 돌려줄줄아는 사람을 만나고 삶의보람도 느끼며, 괴롭고 버거워도 좋았던나날도 많노라 위안하며 지내길 바랐다. 난 틀려버렸지만 이사람은 그럴수있길.. .. 바랐다. 하여 그의등을 떠밀고 떠미는데 돌연 그가 돌아섰다. 어느틈에 유화의 팔도 낚아챘다.
"?!"
눈이 번쩍뜨였다. 뻑뻑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쌈박이자 희뿌옇던시야가 점차또렷해졌다. 천장만 보인다만 고향집은 당연히아니고 깰때마다 새삼막막해지던 시녀처소도 아니었다. 죽지 ..않은건지? 그걸 의식하기무섭게 목구멍부터 위장까지를 달구고 헤집는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그런데도 무언가에 감싸인 감각은 포근하고아늑했다. 몸뚱이가 누운자리에 스며든것만 같을만큼. 어찌된영문인지? 눈을 돌리자 낯익은 얼굴윤곽과 새하얀단발이 보였다.
"!!"
몸을 일으키려한 순간 아뜩해졌다. 신음조차 삼키질못했다. 골이 띵하고 어지러운게 좀은 가라앉고서야 주위를 다시 살필수있었다. 그사람너머로 서류더미가 그득한 책상이며 창문을 가린 암막커튼이 보였다. 꿈이 아니라면 그사람의 처소다. 허면 이자리는. .. 그사람의 침상?! 흐리멍덩한 머릿속을 더듬기시작했다. 검식했던 음식에 독이 있었고 그에게 가족의일을 애걸했다. 그가 강녕하길 빌었던것도 같다. 그러고 어찌되었기에 사람이 이토록 초췌한가? 독을 먹진 않았던듯한데 ... 설마? 내가 예 뻗은통에 쉬지도못했다?! 얼마나?!? 아연한나머지 눈을 감고말았다.
드디어 불금!! 평일엔 회사 집 반복인데다 넘 바빠서 여유가 없었네 ... 자꾸 답레 텀이 늘어져서 미안해 8ㅁ8) 유화주는 일주일 잘 보냈을까? 나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너무 많았달까 ... 흐흐 그래서 내일은 늘어지게 자볼 예정이야! 답레도 오늘 새벽이나 내일 낮 중으로 써둘께! 너무 기다리게하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미안해 ... 기다리게 하는 것치곤 퀄리티가 높은 것 같지도 않지만 (,_,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구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이 말은 여러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제국의 세 가문 중의 하나인 목정 가문에게도 분명 해당사항이 있는 것이었다. 황가 바로 다음 가는 위세를 자랑하는 그들에겐 강력한 권력과 수많은 재물이 주어졌지만 그만큼이나 위험한 일도 생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빈번한 암살 시도와 다른 가문들에게 견제 당하고 도리어 견제하는 그런 것들이 그들이 손에 쥔 것에 대한 반동이나 다름 없었다.
" 적어도 나 때문엔 ... "
제국이 점점 안정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시기에도 그는 수많은 것들을 지켜보았다. 측근들이 독으로 죽어가고 음모로 인해 투옥 당하고 유배를 가고 심한 경우엔 사형까지 당하는 일이 잦았다. 지금에서야 그런 일들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화의 사례도 있듯이 아예 없어지긴 요원해보였다. 특히나 그가 저주를 잇기 위해서 다른 지방으로 향하던 때엔 일련의 무리에게 습격 당해 호위단이 대부분 죽고 그와 몇몇의 병사들만 살아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 적어도 나 때문엔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다니 그것은 어불성설이요, 견강부회였다. 비록 그런 일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형님들과 여동생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가 받은 충격은 그들의 것에 비해선 상상 이상이었다. 결국 저주를 받으면서도 그는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누군가가 죽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고. 그렇기에 미칠듯이 고통스러운 저주의 순간에서도 그는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 애써 말할 필요는 없다. 이레는 더 쉬어야한다고 의원이 그랬으니. "
그는 누워있는 화의 앞머리를 살짝 쓸어주며 말하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의식이 돌아왔으니 자신도 밀린 업무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가 누워있는 곳이 자신의 처소였기에 필요한 것들은 다른 방으로 다 옮겨둔 상태였다. 마침 밤이라 움직이는데에도 지장이 없었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는 말과 함께 그는 방 밖을 나서려했다.
주말에 써온다고 해놓고 월요일이 다 끝나갈때 써온 나를 매우 쳐줘 ... (머리쾅쾅) 피곤하면 글이 잘 안써지는데다 주말엔 또 친척분들이 오셔서 한바탕 난리였거든 ... 친구 집으로 막 도망가고 그랬다니까 (풀썩) 그래서 답레도 좀 짧은 것 같은데 다음껀 좀 더 디테일하게 이어볼께!! 일단 이 정도 반응만 생각해두고 있었거든 ...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화도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눈물줄줄)
평일엔 최대한 놀다 자려고 늦게 자니까 괜찮아!! >:3 항상 유화주가 배려해줘서 즐겁게 놀 수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3 앗 오피셜이라니! 유화는 소중하니까 당연히 살아야해! (엄지척) 후후 그 사심 나도 동일하지 ... 답변은 당연하게도 yes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눈가는 젖어들었고 울음을 삼키려할수록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화끈 아려왔다. 그 독이 더 강했더라면 좋았을걸. 그래서 고통을 느낄새없이 끝났더라면 이사람은 고생을 않았을텐데. 사람목숨이란게 허망하게 스러지는 경우도 숱하건만 내목숨은 어쩜 이다지도 질긴지? 내가, 공녀따위가 이 사람이 이토록 진빼가며 살릴 가치가 있나?
코를 훌쩍인순간 허파가 뜨거워 찌푸리는데, 폐부 깊숙이서 올라온듯한 서글프면서도 비장하게 물기어린 대답이 띄엄띄엄 내려왔다. 막힌 숨을 골라가며 눈을 떠보니 아직 흐린시야에도 그는 수척하고 창백한 이상으로 피폐하고 처참한 몰골이었다. 대관절 무슨일들을 겪었는지?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대갓댁 자제면서, 스스로를 이리탓할정도로 사별을 겪어왔단건지? 어쩌다?
안타깝고 가슴이 저미는 한편 여태 지녔던 대단히 큰착각도 깨달아졌다. 그가 누군가의 사망을 목도하면 부러워하다못해 생을 포기하고픈 유혹에 휩싸일줄만 알았는데, 이 사람은 숱하게 목도하고도 유혹을 견뎌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죽음이 아물지못할만큼 깊디깊은 상처로 더해지고 더해졌구나. 내가 독을 먹은순간 그 해묵은 상처가 한꺼번에 밀려든거였구나 ... 그들이 모두 되살아나 제각기 자기삶을 누리지못하는한 돌이킬수없는 상처겠으나.. .. 어느새 유화는 덩그러니놓인 그의 텅빈손으로 제손을 옮기고있었다. 그가 피하지않았다면 그의손을 감싸쥐었을것이고 그가 피했다면 멈추어 주먹을 쥐었을것이다.
뱉고보니 우습다. 이사람이 이제껏 못쉬었고 지금도 못쉬는건 내가 침상을 버젓이 차지해버린탓일테니. 내가 비켜나야 이 사람이 쉬겠구나. 하여 팔다리에 힘을 주고자했다. 내몸같지않은데 뻐근하고 막태어난 송아지다리처럼 후들거렸지만 서서히 뜻한대로 움직여지는것 같다. 조금만 더.. . 몸이 일어나지면., 침상에서 내려와 시녀처소로 가야... .
좋은 주말이야 유화주!! 답레 수정된 것도 잘 봤다구!!! 하 ... 마음 같아선 연이가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아쉽다!! 답레를 빨리 이어주고 싶은데 내가 화요일까지 해외여행을 온 상태라서 답레가 좀 늦어질 것 같아 8ㅁ8) 기다리게 해서 미안 ... 대신 다녀와서 후딱 쓸테니까! 나도 슝슝 쓰고싶으니까!
앗 아앗:□ 동접인걸 모르고 이제야봤네 아까워라~~(울망) 가족여행이면 편하지만은 않겠지만 음식이 맛있는건 좋다:) 여행의 백미는 먹거리와 볼거리 아니겠어?(히죽히죽) 연화들 여행 좋다X9 알콩달콩한 사이가 되어서 방방곡곡 다니며 서로 챙겨주는거 상상만 해도 몽글몽글해~~(초롱) 암튼 즐거운시간 보내 연주~☆★
삼도천을 보았다는 말에도 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여줄뿐이었다. 실제로 유화는 나흘동안 위독한 순간이 있었기에 그때라고 생각하면 믿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허나 그곳에서 자신을 보았다니 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은 그저 강제로 끌려와 모시게된 윗사람일테니 원망의 대상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몰골이 엉망이었던 것도,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지만 따로 조치를 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 그래, 살겠다고 생각했으면 살아야지 ... "
초면에 그녀에게 보인 태도는 방어적인 부분에서 기인하던 것도 있었다. 가문의 내정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는 그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의 존재는 너무나도 명확히 보였을 것이고 처음엔 유화 또한 그 범주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청해서 데려온 공녀라곤 하지만 어쨌든 한때 적국이었던 곳에서 온 사람이니까. 허나 그런 범주는 빠르게 흐려지고 연은 화에게 어느정도 애착을 갖게 되었다. 이미 흐트러져있는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겨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화도 의식이 돌아왔으니 그동안 뒷전으로 내팽개쳐놨던 일들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 너는 ... "
허나 자신의 옷자락을 잡는 화의 손길에 일어나려던 연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도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집무실로 만든 방과 이곳을 몇번이나 왔다갔다하며 잠도 거의 자지 않았으니 말이다. 햇빛이 강렬한 한낮에도 복도에 암막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그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움직였던 그였다. 하지만 유화 자신의 상태가 이렇게 안좋은데도 자신을 걱정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 네가 빨리 나아야 나도 푹 쉴 수 있을 것이다. "
그래도 정신을 차렸으니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화가 몸을 일으키려는 것 같아보여 연은 화들짝 놀라며 화의 어깨를 살짝 짚어 누르려했다. 답답해서 앉아있으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다리까지 후들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일어나려는 것 같았다. 나흘을 누워있던 사람인데다 아직 몸의 상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정상적인 거동이 가능할리 만무했다. 그렇기에 연은 화가 일어나려는 것을 제지하고선 말했다.
" 다 나을때까진 이 방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 애당초 그런 상태로 어딜 가려는 것이냐? "
예전부터 느꼈지만 이런 부분에선 무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기에 연은 짐짓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화에게 말하고선 옆에 앉아 화의 손을 살며시 잡으려하며 말했다.
으앙 너무 늦었지!! 미안해!! (머리박) 여행 다녀와서 밀린 일들도 처리하고 하다보니 너무 바빴지 뭐야 ... 거기에 오랜만에 쓰려니 손에 잘 안잡히는 느낌이라 주말 내내 고민하면서 썼다 ... 오래 걸린 것치곤 퀄리티가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예쁘게 봐주면 좋겠어! >< 일주일 잘 보냈을까? 유화주도 바쁜 느낌이라서 항상 걱정된단 말이지 ... 혐생은 고달파 (,_,
생각해보니 유화는 저택에 와서 화장을 조금이라도 했을까? 예전에 연이랑 외출했을때 말곤 안했을 것 같기도 하고. 연이랑 화가 좀 더 가까워져서 예쁜 옷을 잔뜩 입게 되었으면 좋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