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07070>948-949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힘을 준 탓인지 감시 휘청거리는 성운을 보고 밧줄을 살짝 느슨하게 붙잡던 랑은, 뒤를 돌아보지는 않은 채 감사하다며 이야기하는 성운의 뒤에 서서 박자를 맞춰 줄을 잡아당겼다. 약간씩 올라가던 캐비닛이 훨씬 수월하게 위로 올라가는 걸 보고 있자면, 두 명이 당기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쉽게 올라가는건가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보다 너무 가볍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줄을 당기다 보니 이미 캐비닛은 창문가에 닿았다. 그제야 뒤를 돌아보는 성운과 눈을 마주치는 대신, 창문가에 닿아 있는 캐비닛을 쳐다보던 랑은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하여 성운과 눈을 마주쳤다.
"어."
짧디 짧은 그런 외마디 대답, 아마 인사를 대신하는 것일 터다. 잠시 동안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표정을 짓던 성운이 밧줄을 후크에 걸고 매듭을 묶을 때까지 별다른 말이 없던 랑은, 놓아도 되는 건가 싶어 밧줄을 쥔 손에 들어가던 힘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뭐 하냐."
자신이 직접 캐비닛을 올리는 걸 도와주기도 했으니 성운이 당장 뭘 했는지 몰라서 묻는 건 아니다. 조금 더 넓은 범주의 질문. 왜 여기 있는 거냐부터 시작해서 캐비닛을 왜 창가로 올리고 있었느냐는 것까지 포함한 그런 의미의 물음이었다. 듣는 사람이 그걸 전부 알아챌지는 모르지만.
은우: 희야야, 잘 들어. 곰팡이 제거제는 곰팡이 핀 빵에 뿌려 먹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걸 샹그릴라 거래하는 학생들 얼굴에 뿌리는 게 아니야.
[은우의 운전 중 갑자기 끼어들기가 들어왔다]
랑: (……💢) 뭔 차를 저딴식으로 몰아
은우: 다들 안다쳤지? 하…,
희야: (창문 열기)
혜성: ?
철현: ?
희야: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차를 개같이 몰고 앉았어!!! 그렇게 급했으면 어제 나오지 그랬냐!?
은우: 태진아, 반성문 착실히 썼네. 응, 그래… 반성문 20장 모두 적힌 이름 마저 철현이야. 착실히 베꼈네. 엎드려.
여로: … 누가 불스원샷 좀…
아지: 여로야~ 레드불 아닐까~
여로: 아.
아지: 얼른 자자~ 내가 깨워줄게~
여로: 미안해♥ 사과의 키스라도 받아주지 않겠어♥?
정하: 응
여로: 정말?!
정하: 바닥에 해
여로:
정하: 바닥.
이경: 성여로, 소원 빌었어?
여로: 빌었어!!
이경: 무슨 소원 빌었어?
여로: 경이하고 같은 소원!
이경: (네가 성여로가 얌전히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어서 어쩌게....)
은우: 경진아, 만약에 너한테 사과 10개가 있는데, 태진이가 하나 달라고 했어. 그럼 몇 개 남게?
경진: 9개요
태진: 오?
경진: 내가 먹을 건데?
태진:
경진: 당신 앞에서 보란 듯이
태진, 은우:
성운: 만화나 소설에서는 '나 때문에 싸우지 말아줘!!!!'라는 대사가 자주 나오잖아? 이 반댓말은 뭘까?
여로: 싸워라, 이긴 놈 만을 사랑해주지.
혜우: 와..
소예: .... 모, 못 들은 걸로 할게.....
리라: 헤어지자
여로: 자기만 행복하겠다는 거에요?
리라: 요점은 그거지
여로: 지가 먼저 사랑한다 했으면서.
리라: 서로 애정없는 사랑은 그만하자.
동월: 저 둘 뭐해?
애린: 끝말잇기가 끝나지 않는다고 저러고 있슴다.
(만화 보던 중) 여로: 나도 등굣길 로맨스 있었으면!
정하: 예를 들면?
여로: 식빵 물고 달려오는 여자애랑 등굣길에 부딪히는 거야!
정하: 그 다음에는?
이경: 일단 차에서 내려야겠지.
여로: 교통사고 아니거든!
정하: 그다음 시체를 옮기고.
여로: 죽이지 마!!
여로: 있잖아!!!! 만약에
혜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지도 않고, 절대 그런 일도 없어.
랑: 신이란 뭘까?
여로: 가끔 뭔가를 간절하게 원하고 기도할 때 있잖아요?
랑: 있지.
여로: 그걸 싸그리 다 무시하는 존재가 신입니다.
호수: 내가 건강을 위해 뭔가를 끊어보려고 하는데 뭘 끊는 게 좋을까!?
리라: 동맥.
호수:
리라: 내 정신건강을 위해.
호수:
혜우: 상처를 주기 위해 남의 심장을 부수지 마라. 대신 뼈를 부숴라. 그건 200개나 있다.
성운: (질겁)
Q. 문장의 호응 관계를 고려하여 다음 빈칸에 들어갈 말을 적으시오. 내가 ( )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유하다.
낙조: 씨발이라고 적어도 돼?
청윤: 낙조씨. 예쁜 말. 예쁜 말.
랑: 어제 새벽에 갑자기 태진한테서 [야! 엉덩이에 하모니카...]란 톡이 왔다. 잠시 후[어 잘못 보냈다 새벽에 미안! 잘자!]라는 톡도 왔다. 새벽인건 크게 신경 안 쓰는데, 하모니카가 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좀 신경쓰인다
여로: "죽어버려."라는 말 자주 듣는데 내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가 괴로워한다는게 은근히 즐거워지는 것 같아.
성운: ?!?!?
은우: 은우와 회식할 사람?
청윤: 선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3인칭을....
은우: 은우가 쏩니다.(집어드는 블랙카드)
낙조: 낙조요!!
태진: 태진이요!!
여로: 장난으로 동월 선배의 일기장에 '나는 또 하나의 너야.' 라고 써뒀는데 그 뒤로 선배의 상태가 이상해졌어
은우: 겉보기엔 어렵지만 알고보면 쉽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뭐였을까. 희야야, 넌 알아?
희야: 사실조빱?
혜성: 예쁜 말! 예쁜 말!
정하: 자, 여기 잘 구워진 애플파이가 있습니다!
세나: 사 온 거야?
정하:이제 이 칼로 뭘 할까요~?
세나: 파이를 자르겠지?
정하: 아니. 난 이 칼로 파이를 지킬거야!
세나:
정하: 가까이 오지 마!!!
랑: 오늘 실수로 학생의 발을 밟아서 '미안합니다. 괜찮나요?'라고 하려던걸 실수로 "괜찮습니다. 미안한가요?" 라고 했다가 사과까지 받아버렸다
소예: 어, 어느 날, 혜성 선배가 교실에 들어온 고양이를 안고 나가선
혜성: 들어오면 안 돼
고양이: 냐
혜성: 냐ㅡ가 아니고 알았지?
고양이: 냐ㅡ
하고 진지한 얼굴로 대화하고 있길래 귀여워서 웃음 참느라 혼났다.
혜성: 여기 느낌이 안 좋아.
은우: 어느 정도?
혜성: 월이 부실에 갈치를 데려다 놓았을 때나 부실에서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을 때보다 안 좋아.
은우: 진짜 위험하잖아!(동공지진)
동월: 쯧, 난 탕수육 찍먹인데 왜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청윤: 난 주먹이야.
동월: ?
청윤: 주는 대로 처먹지 않으면 주먹으로 칠 거다.
동월:
혜우: 왜 바퀴 벌레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방 안에서 보는 게 더 징그러울까?
여로: 에- 모르는 아저씨를 밖에서 보는 건 괜찮지만, 집 안에서 왠 낯선 아저씨가 '이리와' 하고 반기는 것을 보면 징그러운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여로: 사람은 가끔씩 말투를 평소와 다르게 해보는것도 좋대☆ 사투리를 쓴다던가! 반존대를 한다던가?
이경: 뀨우? 뀨?
들어오던 정하:
이경: 아.
정하:
애린: 순찰하던 희야 선배에게 사이비가 나타나서 말임다-
사이비: 학생, 기운이 정말 맑네. 어디 살아?
희야: 희야는 르뤼에에서 산단다. 인간은 어디에 사니?
라고 태연하게 걸어가서 대단하다고 느꼈음다-
아지: 여로야~ IDK, ILU, TTYL이 무슨 뜻이야~?
여로: 나도 몰라(IDK), 사랑해(ILU), 나중에 말해줄게.(TTYL)
아지: 너도 잘 몰라~? 근데 갑자기 왜 사랑 고백을 하고 그래~? 오늘 뭐 잘못 먹었구나~!
여로:
성운: 저지먼트 뒤풀이 코스 중에 온천이 있었거든. 물이 제법 깊었는데, 희야 선배가 들어오면서 "여기 탕 깊" 까지 말하곤 눈앞에서 사라졌어.
혜우: 선물입니다.
낙조: .....주머니칼?
혜우: 밤에 너무 늦게 다니지 마시고 혹시라도 괴한을 만나시면 이 칼을 그에게 건네주세요. 그래야 괴한이 선배로부터 몸을 보호하죠..
낙조:
정하: 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까먹었다.
여로: 기억력 부족☆
정하: 아니거든.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래.
여로: 어휘력 부족☆
정하: 진짜 뒤진다?
여로: 싸가지 부족☆!!
한양: 부실에 벌레가 있길래 창문밖으로 날려줬더니 청윤이 와서 "왜 그녀석을 쉽게 놓아준 겁니까? 저희와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입니다! 역시 죽였어야 했습니다.." 라고 했어. 뭔가, 비밀 조직에서 외부인을 풀어 준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달까.
낙조: B형 독감 걸렸어.
랑: 넌, 병균을 죽일 것 같은데 어떻게 독감에 걸린거야?
낙조: 닥쳐. 너한테 말한 내가 멍청이지.
여로:
(_ ._.)_ 있잖아...
(/ '▽')/ 손잡게 해줘!
(_ ._.)_ 안돼?
(/ '▽')/ 안아줘!
(_ ._.)_ 안돼?
(/ '▽')/ 뽀뽀하게 해줘!
(_ ' -')_ 그것도 안돼?
(_ ' ^')_ 어쩔 수 없지.
혜우: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하얀색은 빛을 반사해. 그래서 열기를 잡아두려면 검은색을, 그 반대는 흰색을 사용해.
소예: 그, 그럼 나, 낙조 선배는 냉난방이 완벽한거네!
혜우: .......?
혜승: 아 바퀴벌레 진짜 싫어... 마음대로 튀어나와서 사람 놀래키고...
여로: 그럼 "앞으로 신세 지겠습니다. 식사는 바닥에 흘리신 부스러기로 충분하니 신경쓰지 마세요. 조용히 다니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바퀴벌레는요?
혜승: ...더 싫어...
리라: Grand Mother는 할머니고 Mother은 어머니잖아. 그럼 Grand는 무슨 뜻일까?
류화: '할'?
리라: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1학년의 마피아 게임]
죽은 사람: 이레
아지 : 앗, 나 의사야!
이경 : 난 경찰. 성여로, 너 마피아지?
여로 : 정하를 걸고 아냐-
정하: 야!?
경진 :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여로 : (고개를 든다)
경진 :
이경: 다리가 아팠던 아지가 전철에서 할머니께 자리 양보한 뒤, 옆자리의 내 무릎 위로 가방을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내가 앉아있는 건 좀 아닌것 같아 일어나려는데 아지의 오른손가락이 이마를 꾹 눌러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로간거지, 내 하체 힘. 어떻게 된 거야, 그 손가락 힘..
여로: 심리테스트야! 네가 우리집에 오려는데 강물이 엄청 무서운 기세로 흐르고 있다면 어떻게 할래?
혜우: 더 무서운 기세로 건넌다.
여로: 에-
혜우: 잠깐, 너네 집? 뭐하러 건너.
여로: 에.....
[말 못할 고민]
혜성: 내 사복 차림에 대해서 말을 못 하겠다
수강: 세은의 핸드폰에 내 번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여로: 내가 가끔 일부러 장난을 치거나 바보짓을 하면 경이가 내 뒷목을 잡아서 옮기고 한 칸 씩 수첩 칸을 색칠해. 저게 다 채워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수강: 수경아!! 내가 '노예'로 이행시 지어볼게!!!
수경: ....... 노예야
수강: 예....?
동월: ... 이레와 함께 괴이를 잡아서 돌아다니는데 동아리실로 들어가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 카드키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실수로 목검을 꺼내버렸고, 반짝이는 눈으로 기대어리게 날 바라보는 후배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할 수 밖에 없었어.
은우: 시말서 써야지^^?
수경: 낙지는 의외로 머리가 좋아. 기르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건지 내가 다가가면 낙지도 다가오는 식으로 애착이 쌓여. 낙지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인간에게 위협이 없다 판단하면 일주일 쯤이면 길이 들지. 손가락을 잡고 부비적거린다던지. 맛있었어
아지: 여로야~ 하루를 헛되게 보내면 안 돼~ 오늘 A야가 헛되게 보낸 하루는 누군가가 원했던 내일일 수도 있어~
여로: .......
여로: 갑자기 하루를 헛되게 보내는 게 더 즐거워졌어
아지: 어라아~?
경진: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닫히기 직전에 성운이 전속력으로 뛰어오길래, 열림 버튼을 누른다는 걸 실수해서 방긋 웃으면서 닫힘버튼을 눌러버렸어.
다급한 해명에 리라의 눈이 여로에게 돌아갔다. 깜빡깜빡, 눈꺼풀이 열렸다 닫히면 이윽고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아니아니, 그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요. 어떻게 모든 사람의 전화번호를 다 저장하고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지! 후배라고 꼭 선배 전화번호 저장해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전혀 신경쓰지 않으니까 괘념치 말아요."
콘 안의 아이스크림은 조금씩 녹아가지만 리라의 시선은 포즈를 잡고 앉아있는 여로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사각사각, 연필이 흰 종이 위를 달리는 소리가 조용한 부실의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
"취미...?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고, 굳이 따지면 노력일까? 아무래도 제대로 그릴 줄 아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런 것 치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말다로 취미보다는 노력에 가까웠다. 주어진 과제,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 사용자로서 마땅히 능숙하게 해내야 할 것. 하지만 특별히 재미없다거나 질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이것도 어떻게 보면 결이 맞는 활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정돈 해 본 적 있다. 이것도 나름 운이 좋은 케이스지.
"색칠은 아직 잘 못 해요. 저것도 그래서 많이 뜯어고쳤지."
곧 실루엣이 자리잡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전체적인 흐름이 잡혀가기 시작한다. 아이스크림이 완전히 녹을 즈음에는 대략적인 형태는 만들어진 상태다. 리라는 손을 멈추고 기지개를 폈다.
역시 전문가의 식견은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나무도 있다라. 확실히 나무라고 해서 모두 크다는 법은 없었지만, 화분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에 그는 자연히 신기함을 느꼈다. 이내 그녀에게서 웃은 것에 대한 사과가 들려오자 은우는 화들짝 놀라면서 두 손을 크게 휘저었다.
"아냐. 아냐. 아냐. 웃을 수도 있지. 아무튼 어려웠다 이 말이지? 이해해. 하핫. 아무튼, 그래서 조금 의외고 실망이려나?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퍼스트클래스라고는 해도 나도 19살 고등학생일 뿐인데."
물론 웃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아보였지만, 그는 굳이 그렇게 물었다. 실제로 퍼스트클래스에게 로망을 품고 있다가 실망을 하는 이는 적지 않았다. 당연히 퍼스트클래스 정도면 이러겠지. 퍼스트클래스면 이런 이미지가 있을거야. 퍼스트클래스는 완벽하겠지 등등. 그런 기대에 응하고 싶으나 전부 응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응해주지 않으면 대개는 실망하고 거리를 두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녀는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그는 일부러 괜히 키득키득 소리를 내면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부원 모두가 강건하고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은우는 소예를 바라보며 살며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도 포함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웃은 후,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화분을 놓기 딱 좋을 것 같은 자신의 자리 뒤쪽을 바라봤다. 배치를 잘하면 상당히 눈이 편안해지고, 인테리어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그녀의 제안이 들려왔다.
"화원에서? 나야 상관없는데... 원예부 화원일텐데 거기서 가지고 와도 되는거야? 그러니까... 보통 원예부 소유다..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해서. ...아. 물론 지금 네 눈빛을 보면 별로 상관은 없어보이긴 하지만..."
양 손까지 모아쥐고 강한 눈빛까지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안된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저렇게까지 강한 열의를 보이니 허락은 해주고 싶었으나, 가지고 왔을 때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없는지의 여부는 역시 확실히 해야만 했다. 남의 동아리의 것인데 인테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함부로 가져오고 그럴 순 없었으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한다면 좋아. 하지만... 혹시나 가져올 수 없게 되어서 따로 구입을 해야 한다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돈이 필요하다면 이야기해.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퍼스트클래스는 돈이 많아.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오른손으로 제 가슴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했다.
/좋아...갱신이에요! 아이고...춥긴 한데 어제보다는 조금 덜 춥네요. 하지만 안 속아. 이러다가 확 추워지겠지!
이어 동월의 역 갈!!!은 예상도 못 했던 것인지, 벙찐 표정으로 눈썹만 꿈틀대다가 입을 달싹였다. 적절한 말을 찾아 헤메는 것처럼 조심스레 동월을 보는 눈을 가늘게 눌러 뜬다.
“... 원래 불 맛이 나야 하는 건가요?” “하긴, 크림브륄레도 녹은 설탕 맛으로 먹는다는데.”
경진도 디저트엔 문외한이다, 그러므로 동월이 뭐라 말에 휘둘린 듯,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수긍해 보인다. 죄송하단 말이라도 짧게 하려다가 인덕션 위 사탄의 심장이 다시 시야 한 구석에 들어와, 표정은 다시 뻔뻔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제대로 익혔다는 동월의 말엔 생각을 그냥 포기해 버린다. 허, 하고 짧게 바람 빠지는 반응만 들린다.
“그것 참 고맙네요.”
그래도 쫓겨나면 갈 곳이 생겨 오너는 좋다. 경진은 그딴걸 정성스레 포장하는 동월을 가만 쳐다보며, 그가 들고 온 와인을 자연스레 집어들어 머그컵에 가득 따른다. 알싸한 포도향이 코 끝에 짙게 머물고, 뭔 소주 처마시듯 원샷 때려박으면 입 안이 바싹 마르는 느낌에 미간이 살짝 구겨진다. 연장자 먼저 한 잔 따라주는 예의는 어따 팔아먹었는지, 뒤늦게 새 컵에다가도 한 잔 따라 동월 쪽으로 건내준다. 받지 않는다면 지가 먹겠지.
“앟ㅎ, 선배랑 같이 죄 짊어지긴 싫은데.”
액체로 빚은 용기에 힘 입어 표정 한번 상쾌해 보인다. 동월과 대화 도중 아마 처음으로 웃는 얼굴이 아닐까. 경진은 숨을 내쉬더니, 누구 한 명 죽일 기세로 위스크를 집어든다.
“눈 크게 뜨고 보세요. 휘핑크림 500ml와 설탕… 적당히로 선배와 세은이의 관계를 전보다 더 두텁고 아름답고 완고한 우정으로 덮어드리죠.”
2번 타자, 해보자! .dice 1 100. = 62
0: 이딴걸 세은이한테 주면 독살 혐의로 안티스킬에 끌려갈 것이다. 1-30: 동월이 깔 처지가 아니다. 사탄의 부산물 no. 2 31-60: 그럭저럭 평범한데… 완벽하진 않다. 맛은 별로 없을 듯. 61-90: 오, 꽤 잘 만들었다! 맛은 무난할 듯. 91-100: 완벽해! 빛이 난다! 맛있겠다!
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요! 의외기는 했지만 실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장님이 정말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정말로 더 어려웠을 거에요! 진짜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시는 분위기를 보면 장난으로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 거겠죠?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강건하고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 부원들 안에 저도 포함된다는 말에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눈을 접고 웃었습니다. 계속 웃음을 짓고 계신 부장님에게서 웃음이 옮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3학년이시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한 부의 부장이시기 때문일까요? 상대방을 편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에요.
“아, 화,화원이라고 하면 일반 꽃집보다 조,조금 더, 아니 많이 큰 꽃집을 화원이라고 하거든요...! 그,그러니까 일반적인 꽃집이라고 새,생각하시면 되세요!”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키우는 식물 중에 떡갈고무나무가 있었다면 제가 기증하는 건데요!!!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헉, 부,부비가 아니라 사비로 사시는 건가요......?”
저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부비로 살 식물을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긴 생각해보면 하나의 부가 쓴다고 하기엔 이것저것 부실이 풍족하기는 합니다. 저 안마의자라던가 말이에요. 하긴 부장님이 사비로 쓴다고 들은 것들이 많기는 했습니다...!
"...어. 그것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른 거야? 그러니까... 막 정원 같은 것이 있고 거기서 막 식물 기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상하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항상 그런 느낌이던데. 그런 혼란스러움에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이쪽 세계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다음에 '크리에이터'에게 한번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와 관련 있는 이가 꽃집을 하고 있었으니 아마 잘 알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본적으로 이런 자잘한 활동비는 내 사비로 쓰고 있어. 어차피 돈을 크게 쓰는 것도 없고... 일단은 저 안마의자도 내 사비로 기증한 것이기도 하고."
별 문제가 없다는 듯, 그는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매달 2000만원 이상을 받고 있고, 아무리 고등학생이 돈을 펑펑 써도 한달만에 2천만원을 모두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나 이 인첨공에서만 살고 있는 이상 더더욱. 그렇기에 결국 돈은 남아돌 수밖에 없었고, 그 돈을 저지먼트에 투자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그리 나쁠 것은 아니었다.
"정 부담스러우면... 그래. 음. 다음에 맛있는 빵이라도 하나 사주면 고맙고."
최근 베이킹에 맛 들여서 맛있는 빵도 꽤 좋아하거든.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어어....... 그, 그러니까 화원이 두 가지 뜻이 있는데요. ㄲ,꽃피는 동산이라는 뜻도 맞고 꽃 파는 가게라는 뜻도 맞아요.”
저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말했습니다. “가,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뜻으로 이,이해한 거네요.” 하고 저는 작게 웃었습니다.
그나저나 태연하게 자잘한 활동비는 사비로 쓴다는 말에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특히 저 안마의자를 사비로 기증했다는 것에 더더욱요. 사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는데요! 정말이었습니다! 저거 엄청 비싼 것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안마의자 앉아보니 너무 좋아서 솔직히 검색해봤거든요.
게다가 빵으로 퉁칠 생각을 하시다니요! 얼른 인첨공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을 알아봐야, 아니 그게 아닙니다아! 그게 아니라........
“ㅂ,부장님은........”
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는 그 뒷말에 어떤 말이 어울릴지 몰라 말을 고르다가 말했습니다.
“저,저지먼트를 정말 많이 아끼시는 거죠?”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애정 없는 곳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그렇거든요. 돈이 수중에 들어오게되면 그것을 남을 위해서 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에요. 부장님은 정말로 저지먼트에 애정이 많으신 거에요.
“ㅅ,세은이는 부장님이 퍼스트 클래스라서...... 그,그러기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저,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제,제가 여기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요. 그,그런 면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저,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차마 부장님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맡대고 있는 손끝만 바라보다가 이내 마지막 말을 뱉을 즈음에야 부장님을 바라봤습니다.
아마도, 지난번에 블랙 크로우로 고생하셨던 건, 과로로 쓰러지셨던 건, 이 문제에 대해 손떼라고 말하셨던 건... 저지먼트 부원들을 아끼다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 무슨 논리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맛있다면 인간과 결혼울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가? 이쯤되면 동월은 자신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와인 가져온게 사실 한병 원샷하고 나머지 한병 가져온건가? 싶기도 하다.
" 고 럼!!!!!! 오돌뼈에 불맛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같은 이치다!!!!!!!! "
전혀 다르다. 연관점이라고는 굽는다는 것 외에 더 있나? 아무튼 사탄의 푸딩을 완벽하게 포장한 (적어도 포장된 겉모습은 수제 디저트 집의 퀄리티였다) 푸딩을 한쪽에 쟁여놓고, 다음 요리를 기다리려는데... 갑자기 경진이 와인을 드링킹 해버린다!!! 벙찐 표정으로 그걸 보고있으려니 갑자기 컵에 따라진 와인이 자신에게 내밀어진다. 아무래도 혼자서 먹긴 아까웠나본데, 바른생활 저지먼트인인 동월이 그걸 받아서 먹을리가 만무...
" 하, 우린 죄를 짓지 않았어! 오히려 선행을 베풀고 있지! " " 푸딩을 훔쳐먹은건 악행이지만 푸딩을 직접 만들어주는건 선행이다. 그런고로 우리가 당장 하고있는 행위는 선행이다!!!!!!! "
하지 않았다. 동월은 받은 잔을 그대로 목구멍에 때려박았다. 아무튼 이 논리는 과연 논파될 수 있을까? 없을거라 본다. 세상에 신념을 가진 멍청이만큼 무서운 녀석이 없다고 했으니. 경진이 술을 마셔서 이상해지는게 아닌 이상 동조할리는 없겠....지...?
" 호오, 완벽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구나 후배여!! "
동월은 경진의 손놀림에 감탄했다. 디저트를 잘 모르는 그에게는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경진이 놀라운 것
저지먼트를 정말 많이 아끼냐는 말에 은우는 맥락없이 그런 말을 했다. 저지먼트를 많이 아끼냐는 질문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답이었다. 아낀다, 아끼지 않는다. 둘 중 하나라면 또 모를까. 그렇게 말을 한 은우는 살며시 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굳이 더 뭔가를 말하진 않았다. 해석은 마치 너의 자유라는 듯, 그는 입을 꾹 다물면서 잠시 고개를 옆으로 살며시 돌리면서 비어있는 저지먼트의 자리를 하나 하나 바라봤다.
"...세은이가 무슨 말을 한 거야? 또 내 안 좋은 말을 한 거지? 그 애는 진짜. 정말... 여동생이라고 있는 것이 좋은 말을 해주는 적이 없다니까."
대체 어디서부터 교육이 잘못된거지. 하아. 그런 투덜거림을 작게 내뱉으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굳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더 캐묻지 않았다. 뒷담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안 좋은 말일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굳이 묻지는 않는 것. 물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지만 은우는 굳이 그런 것을 묻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으면, 욕을 먹는 것도, 좋은 말을 듣는 것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것이 자의는 아니긴 했지만.
"하핫. 그래도 좋게 봐주면 고마운걸? 나야 어차피 올해만 하고 졸업하고 나가겠지만, 너는 1학년이니까... 계속 한다고 한다면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잖아? 이 공간이 너에게 있어서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에게 그런 것처럼 말이야. 당장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예상이 안 가지만 말이야. 아. 올해를 넘기는 것이 문제인가."
하필 블랙 크로우에다가 샹그릴라, 암부라니. 부장이 되자마자 참 골치아픈 일만 생긴다면서 그는 짜증을 내듯 투덜거리면서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필요한 경비는 내가 지원해줄테니까 돈은 아끼지 말고, 최상품으로 준비해둬. 기왕 퍼스트클래스도 있는 저지먼트겠다. 인테리어도 최상급이어야지. 안 그래?"
>>340 .....그건... 굳이 리라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제 3학구의 저지먼트에 바로 연락이 올 사안이네요. 그리고 하필 지금 멀쩡한 저지먼트는 목화고등학교 뿐이니까 은우에게도 다이렉트로 연락이 왔을테고요. 아마 누가 갔더라도 은우는 그 자리에 동석해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아요!
음. 그렇다면 일단 리라주가 생각한 사건이니... 선레를 부탁해도 될까요? 그런데 저 친구. 그때 그 애죠? 전에 리라에게 왔다가 치료 받으러 가자고 끌려갔던 애.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공간’이라는 말에 저는 그 말의 깊이를 헤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지먼트의 부장이 아닌 부장님은 어떤 사람으로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에어버스터’인 것일까요? 하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일 테니까요.
“아, 아니에요! 그,그런 게 아니라. 세,세은이는 늘 부장님을 걱정하고 있는 걸요. 그,그때 병원에서도요.”
분명 제 생각이지만 세은이는 부장님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는걸요. 원래 그렇게 걱정해줄 수 있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게 이 인첨공에서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사실 이곳에는 이런 저런 사유로 가족들과 떨어진 이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이곳에 이르게 들어온 편이라 이래저래 들은 것들도 많습니다.
저에게 저지먼트가 좋은 곳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시작했다가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긴다며 투덜거리는 말로 마무리되는 것에 저는 조금 바보같은 웃음을 짓고 맙니다.
“그,그래도 다 잘 될거에요.”
너무 낙천적인 말일까요? 아니면 바람일까요.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련 앞에서는 대비를 하고 노력을 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치 여러해살이 풀들이 월동 준비를 하는 것처럼요. 힘들고 괴로운 시절이 지나면 다시 꽃을 피울 때가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네,넷 알겠습니다! 최고로 좋은 화분으로 골라올게요. 그,그리고 앞으로 3년간은 제,제가 있으니까 화분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에요.”
훈련시작 전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키던 그녀에게서 불길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허리를 부여잡고서 부들거리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뭐야뭐야, 무슨 일인데?" "허리가... 주거씀다... 리스폰 대기중이래여..." "어휴, 벌써부터 그러면 나중엔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으... 왜 그런거 있잖슴까~ 너무 누워있거나 앉아있다보면 몸이 뻣뻣해지는 그런 느낌 있잖아여~" "얘는? 앉아있던 누워있던 얼마나 있는다고, ...그러고보니 요며칠은 제대로 몸을 풀만한 훈련 스케쥴이 없긴 했네...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격하게 움직이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 몸에 무리가 갈만도 하지."
여성이 이후 일자의 스케쥴을 확인하며 방향성을 조금 바꿔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그녀가 책상을 두 손으로 짚고선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자세를 고쳐앉았다. 입술을 꿈틀거리지만 눈빛만큼은 의지가 가득한 모습일까?
어쨌건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 이상, 가능하면 모든 것이 다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은우에게는 어쩐지 이번 일은 그냥 아주 큰 일의 시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런지.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숙하게 판단하지 않으면서 그는 한숨을 내뱉는 정도로만 끝냈다.
"하핫. 나는 올해만 지나면 나가야하니까 2년 동안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세은이에게 부탁하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기대를 해야겠는걸? 과연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볼게."
엄지를 척 위로 올린 후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제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코뿔소 모양의 치즈쿠키를 하나 꺼낸 후에 소예에게 가볍게 던졌다.
"일하러 온 건지, 쉬러 온 건진 모르겠지만 하나 먹어봐. 일도, 휴식도 이런 작은 행복이 있어야 능률이 오르는 법이라고 난 생각하거든."
어제 구운 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피식, 어떻게 보면 조금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운송 차량에서 폭발 사고, 이송 중이던 학생 도주, 운전자 경상, 도로 파손. 저지먼트에 전해져 온 소식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랬다. 목격자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 목격된 용의자는 도망친 1인을 포함해 5명 정도. 당시에 목격했던 게 전체 아닌 한 팀에 가깝다고 예상했던 걸 고려하면 그때 그 인물들 그대로일 확률이 높다. 리라는 폴리스 라인으로 가려진 현장을 착잡한 얼굴로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망가진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화약 냄새가 불쾌하게 다가온다.
"10분 전 쯤 3학구 남쪽 외곽 골목 쪽으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습니다. 일행 중 하나가 초능력으로 차량 문짝을 뜯었고,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운전자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이 흉기를 지참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자의 설명을 듣고는 있는데 이게 머릿속에 남는지 한쪽 귀로 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아팠다. 아니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금니를 악물고 설명을 끝까지 들은 뒤 포스트잇과 펜을 꺼내 손에 들었다.
"그럼 은우 선배님, 일단 목격됐다는 쪽으로 가볼까요? 현장은 충분히 봤고, 거기서부터 짚어나가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나름 든든한 동행인이 있다는 점일까. 포스트잇에 그려진 것들을 한번 훑은 리라는 곧 시선을 은우에게 돌린 뒤 살짝 웃었다.
"부장님과 업무 보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잘 부탁드려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외투 안의 팔은 거의 다 나았지만 새삼스럽게 시큰거리는 것 같다. 리라는 지도 앱을 켠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걸어서 10분 쯤일까.
모든 시작은 업무를 보는 중에 온 전화였다. 이송 중이던 스킬아웃이 도주했고 그로 인해서 피해가 발견했다는 다급한 목소리에 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원을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블랙 크로우와 결판을 앞두고 있었기에 체력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으나, 다른 저지먼트에서는 가용할 인원이 극히 적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샹그릴라가 더 퍼지고 있을 정도이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뿐이었고, 당연히 그 책임자이자 부장인 은우도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스킬아웃이 초능력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샹그릴라를 먹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하나..."
브리핑을 들으며, 은우는 팔짱을 끼고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사실 흉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혹시나 모를 차후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난동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죄없는 피해자가 생긴다면? 여러모로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기에 은우는 작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발견하는 즉시, 바로 절차대로 제압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살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사실상 이 현장은 굳이 오래 볼 필요는 없으니까. 일단 최대한 빨리 하나하나 잡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고.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흉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으니까.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강하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보다 약하기도 하고."
리라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은우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가만히 주변 지형을 살폈다. 남쪽 외곽 골목. 그렇게 멀리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계속 거기에 있느냐였다. 일단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을 옮기기로 했다.
"하핫. 뭐, 요즘에는 계속 웨이버와 순찰을 돌고 있었으니까. 이거 끝나고 또 바로 순찰을 가야한다는 점이 조금 피곤할 나름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지도를 토대 삼아 그는 특정 포인트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그 상태에서 핸드폰 앱을 확인하며 걸어가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관계자 중 하나라고 했던가?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지 않을래? 능력 여부라던가, 특징이라던가 말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샹그릴라를 먹고 일시적으로 능력을 강화시켰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일반적인 스킬아웃보다는 조금 제압이 힘들 수도 있으니까."
저는 부장님이 책상 서랍을 여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가볍게 던져준 코뿔소 모양 치즈쿠키를 받았습니다!
“와ㅡ! ㄱ,감사합니다. 저,전부터 생각했는데 부장님이 주신 쿠키 마,맛있어요.”
단 것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왠지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정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정성껏 키운 유기농 농산물이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요? “저,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작은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게 저에게는 사탕이나 쿠키같은 단 것들입니다. 너무 좋아요!
그러다가 부장님이 건넨 말에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왜갑자기그때의일을꺼내시는거죠?! 저는 잊고 있었는데요!!!! 아니, 잊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머리 한 쪽 구석에 조용히 있었단 말이에요!
“······캐비넷을 올리고 있었어요. 2층 복도가 무너져있어서 계단으로는 가구를 못 올리거든요.”
약 3층 높이, 제법 규모가 있는 폐건물. 부지 형태로 보아 아마도 폐공장이다. 도르래가 설치된 것은 2층 창문이고, 거기가 성운의 목표인 모양이다. 일단 굳이 도르래를 써서 창문으로 이걸 올리는 이유는 알았는데, 이걸 어디 쓰는지는 말을 안 했다. 성운 역시도 설명이 너무 불친절했나 조금 고민하다가, 마저 말을 덧붙인다.
“이 폐공장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혼자 지내기엔 남는 방이 너무 많아서 혹시나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도움이 되려나 해서 다른 용도의 방도 꾸며보려고 했어요.”
무슨 용도의 방인지는 딱히 안 물어봐도, 병원에서 환자를 호송할 때 쓰는 저 이동식 침상만 봐도 대충 그 다른 용도라는 게 보건실 비슷한 거라는 짐작이 간다. 확실히 그 정도의 시설을 갖춰두면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저지먼트에겐 쓸만할 테다. 그러나 그것도 근본적인 대답은 아니다. 제대로 대답하려면 왜 편한 기숙사를 뒤에 던져두고 굳이 스트레인지로 나와서 이러고 있는가일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전부 다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저, 그러면 잠깐 저걸 안에 좀 들여놓고 와도 될까요?”
성운은 팔레트가 곤돌라에 걸려 매달려 있는 창문 바로 옆에 달린 빗물받이 배관을 돌아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배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두꺼운 나사못이 좌우로 번갈아 박혀 있었다. 마치 사다리의 발판처럼. 설마 저게 출입구인가?
>>383 뭐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명확했고, 부연 설명도 적당했다. 2층 복도가 무너져 있어서 곤돌라를 통해 올리고 있었으며, 어째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느냐면 이 폐공장에서 지내기로 했기 때문, 거기에 남는 방이 많아 다른 용도로 쓸 방을 꾸미려고 했다...
사실 좀 더 근본적으로 넘어가면, 왜 하필 이 장소를 택한 거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지만 그에 대한 질문이 없기 때문에 굳이 먼저 꺼내지 않는 건지 성운은 말을 더 하는 대신 안에 물건을 들여놓고 와도 되냐며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본인이 머물 장소인데 굳이 허락을 받아야 하나 싶은데.
"안 된다면."
그래서 한 번, 부정해 본다. 안 된다고 하면 안 가려는 생각인가? 그 와중 잠시 성운이 돌아보는 배관에 박힌 나사못들을 보며, 무너진 2층 복도 대신 2층으로 향하는 통로로 배관을 쓰는 건가 생각해 본다,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성운의 반응을 기다리듯 섰지만.
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라는 걸음을 옮긴다. 샹그릴라. 분명 그럴 것이다. 당시에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지갑을 뻿어 도망칠 때 그렇게 쫓고 쫓기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무슨 사단이 나도 났겠지.
"네,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거 미리 드릴게요. 부장님도 몸 조심하셔야 해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레벨 5더라도 미리 방어할 수 있을지언정 위험할 상황은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리라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뒤지더니 무언가를 실체화 시켜 건넸다. 눈 부분에 녹색 보석이 박힌 은색 코뿔소 모양의 뱃지다.
"공격을 막아주는 아이템이에요. 일회성이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조금은 도움이 될 테니까 가지고 계세요. 바로 다음에 일정 있으시다면 더더욱 조심하셔야 하니까. 흐음... 은우 선배님, 퇴원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금 나아지자 마자 일거리가 마구 몰려드시네요~ 어쩐다. 최대한 서둘러 봐요."
건네준 것을 받았다면 리라는 보라색 구슬이 끼워진 머리끈을 따로 실체화 시켜 그것으로 머리를 깔끔히 묶어올린다. 모양은 다르지만 아마 비슷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일 것이다. 그 상태로 걸음을 옮길 무렵, 또 다른 질문이 건네져 왔다.
"그랬... 죠."
사실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그 날 하루의 해프닝으로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감당 못 할 눈덩이처럼 커져서 도로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솔직히 무슨 감상을 내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리라는 천천히 머릿속을 되짚는다.
"얼마 전 순찰 중에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소매치기 한 지갑들을 가지고 가던 걸 제가 압수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뒤에 거기에서 제일 어린 애가 절 찾아왔는데... 아니, 찾아온 건 아니지.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때 좀 다툼이 있었죠. 당시 일도 있고 소매치기 전과도 있으니까 그대로 제압해서 데려갔었는데 오늘 일어난 일을 보니 탈출해서 다시 원래 무리들이랑 합친 것 같아요. 구하러 온 건가... 확실하진 않지만."
특징이라. 테이블 앞에 앉아있던 소년의 얼굴 생김을 곱씹어본다. 반항적인 갈색 눈동자가 기억난다.
"제가 제압했던 아이는 위쪽은 검정, 아랫쪽은 금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이었어요. 나이는 중학생 정도. 다른 인원들은 인상착의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 애보다 덩치도 키도 컸던 거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초능력을 쓸 수 있던 구성원이 없었던 거 같은데,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이지만 부장님 말씀대로 샹그릴라를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부장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아마 내년 부장도 나와 비슷하게 일할걸? 아무튼 이거. 네 능력으로 만든거야? 고마워. 일단 차고 있을게."
일회성이지만 공격을 막아주는 아이템이라. 마치, 게임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크리에이터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같은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 계열의 능력자였던가. 참으로 무서운 힘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뱃지를 조심스럽게 제 옷깃에 채웠다. 떨어지지 않는지 몇 번 옷길을 흔들면서 그는 확인했다. 이어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왼쪽 팔에 차고 있는 코뿔소 모양의 완장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제 팔에 붙게 채우면서 앞으로 걸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소매치기를 한 지갑들을 압수했고, 이어 보복? 아무튼 그런 느낌의 일이 있었고 제압해서 데려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대충 흐름은 확실하게 파악했고, 특징을 들으면서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는 검정, 아래는 금갈색. 그리고 날카로운 인상. 중학생 정도. 다른 이들은 덩치도 키도 컸다고 한다면, 어쩌면 리라가 본 이는 가장 말단이거나, 혹은 들어간지 얼마 안된 이일 가능성이 클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가능성은 확실히 클거야. 다른 저지먼트가 그때 시위 시간에서 대부분 큰 타격을 입은만큼, 샹그릴라 방어선에 구멍이 뚫려버린 셈이니 말이야. 더더욱 깊게, 넓게 퍼지기 좋은 상황이 되었어. 그 때문에 하루 빨리 블랙 크로우를 완전히 잡아들여야하지만... 아. 걱정은 말고. 이제 와서, 역시 나 혼자서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을테니까. ...나로서는 역시 가능하면 많이 따라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그러라고 해서 말을 들을 애들도 아니고."
아마 대부분이 따라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도 마음을 제대로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의 설명을 머릿속으로 곱씹다가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왕관의 무게인가요~ 하긴, 그럴 거 같긴 해요.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저지먼트로 연락 오는 걸 보면 총 관리자의 업무가 과중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고~"
그래, 좀 지나치게. 리라는 안티스킬의 지원 없이 퍼스트클래스 단 둘이서만 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한 지령을 기억한다. 그 다음에 알게 된 진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생각만 하면 입 속에 모래가 구르는 것처럼 껄끄럽고 갑갑해진다. 리라는 은우의 옷깃에 뱃지가 달리는 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앞으로 한다. 녹색 보석은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상황에 맞지 않게 조금은 뿌듯해지고 말았다.
"역시 그렇겠죠. 새삼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는 게 실감나네요."
이어진 말에는 다시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고 보면 새삼 문제의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피부로 다가와서 한순간 뒷목이 싸해지고 만다. 죽을 수 있는 임무. 위험한 임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말은 하시면 안 되죠!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고요~ 은우 선배님 마음은 이해해요. 솔직히 위험할 게 뻔하니까. 하지만 저지먼트 부원들 의견은 변함 없을 걸요? 다들 은우 선배님 혼자 보낼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때 사랑의 매를 한껏 맞으셨으니까 마음에도 몸에도 깊게 인식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장이 한 대씩 두들겨 맞는 진풍경은 심각한 때에 맞지 않게 정감 있는 풍경이었기에 리라는 그걸 회상하는 순간 살짝 웃어버리고 만다. 그조차도 이어진 질문에 금세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와아! 리라 언니에게 부탁드렸던 씨앗을 받았습니다! 사탕 열매가 열리는 나무라니요. 어릴 때 상상만 했었던 것을 리라 언니를 만나서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리라 언니의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로 정말로 신기해요!
저는 분홍색 리본을 조심히 풀어 하늘색 종이 봉투 안에 들어있는 씨앗을 확인했습니다. 능력으로 보았을 때도 연산이 통하는 정말 씨앗이에요. 능력으로 만들어낸 상상의 씨앗은 어떻게 자랄까요? 너무 궁금하고 호기심이 샘솟습니다.
저는 얼른 커리큘럼실로 향했습니다. 일단 보라색 포도맛 나무부터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
저는 원예부실에서 쓰는 초록색 핸드카트를 빌려 그 위에 자그마한 나무가 담겨있는 화분 세 개를 얹고 저지먼트 부실까지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떡갈고무나무를 두려고 했던 자리에 나무 세 그루를 두었습니다.
나무는 겉모습은 일반적인 모양새인데 달려있는 열매는 매우 특이합니다. 껍질로 쌓여져 있는 사탕이에요! 저는 미리 나무가지에 달아둔 종이 택이 잘 보이게 세팅해 둡니다. 그 메모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져 있어요.
[이 나무는 리라 언니가 만든 사탕이 열리는 나무 씨앗을 발아시켜 키운 사탕 나무에요. 제가 하나 먹어본 바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고 아주아주 맛있습니다! 보라색은 포도맛, 빨간색은 딸기맛, 노란색은 레몬맛입니다.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편하게 드셔요! (개별 사탕 수확이 끝나면 화분은 다시 회수해 가겠습니다) - 소예-]
사탕은 보통의 사탕보다 살짝 큰 느낌이고 안에는 과즙이 들어있어서 달달한 사탕을 먹다가 안에서 달콤 상큼한 맛이 터져나와서 너무 맛있습니다!
"사랑의 매 맞는거지? 그거? 평소에 나에게 가지고 있던 작은 원한들을 이때다! 싶어서 푼 건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몇몇은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쩝, 소리를 내면서 은우는 다시 한 번 지도를 확인했다. 슬슬 목적지 포인트였다. 바로 다른 곳으로 도망쳤을 가능성도 있었고, 혹은 누군가가 오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전자가 되면 그때부터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하기 어려워지기에, 가능하면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쭈욱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어 리라가 다쳤던 부위와 정도를 이야기하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가서 멀쩡하다고 한다면 일단 현 상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놀랐을지. 팔을 베였다고 한다면... 아무리 얇게라고 해도, 사람의 본능상 비명을 지르거나 놀라서 자빠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때처럼...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그때의 일 ㅡ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제 마음 속의 가시ㅡ을 떠올리던 은우는 시선은 계속해서 정면으로 향하면서 이야기했다.
"고생 많았어. ...그리고 다행이야. 네가 지금 그렇게 서 있는 것이 말이야."
굳이 깊은 말은 더 하지 않으며 은우는 막 목적지에 들어섰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는 살며시 오른손에 조용히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생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 그녀에게 내밀었다.
"지금부터 포인트에 들어갈게. 만일의 경우는 이걸 던지거나 방어하는데 써.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면 터지면서 풍압을 일으켜서 단번에 상대를 날려보낼거야. 흉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특히나 널 보면 보복을 위해서 더욱 달려들 가능성이 커. 가급적, 너무 앞으로는 가지 말고... 내 뒤쪽, 혹은 옆쪽에서 이동해줘."
이어 그는 반대편 손에 다른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생성했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정확히는 포인트에 온전히 들어서는 순간, 그의 눈빛은 매우 날카롭게 바뀌었다. 한 순간의 방심도 보이지 않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그 모습은 다른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3학년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발소리 하나 내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은밀하게. 하지만 빠른 속도로 걸어가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는 주변을 샅샅히 살피고 있었다.
리라언니, 저 소예에요! 다름이 아니라 언니가 주신 사탕 나무를 발아하여 키우는 것에 성공했어요. 너무 맛있어서 하나씩만 먹고 부원들하고 나눠 먹으려고 부실에 두었습니다. 언니도 꼭 드셔보세요! 인기가 있으면 남은 사탕 나무들도 키워서 다시 부실에 놔둘 생각이에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사탕 나무를 보는 게 꿈이었는데 제 로망을 이룰 수 있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언니!
그리고 이 나무를 키우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알아낼 수 있었어요. 일단 다른 식물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 났습니다. 뭐랄까, 미리 프로그램 되어 있는 파일을 설치하는 느낌일까요? 물론 씨앗에는 그 식물의 유전정보가 ...(중략)... 그렇게 다양한 형식으로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씨앗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략)... 합니다.
그런데 이 씨앗은 뭐랄까, 그런 자유로운 우연의 산물이 끼어들 수 없는 씨앗 만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연산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자라게 하려고 해도 거부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완성형이 정해져 있고 저는 그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힘만 준다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세 그루 모두 열매를 20알만 만들어 내는 것도 신기했어요. 제가 아무리 연산을 해서 더 만들어보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무의 목질이나 나뭇잎의 질감이 마치 종이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데 이 식물은 이상하게 종이로 나무를 만드는 것 같달까요.
그리고 연산을 통해 자라는 것이 아닌 자연 상태로는 발아나 성장이 굉장히 어려운 특성을 가졌습니다. 자연 생장을 위해서는 흙과 공기와 햇볕에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았어요. 조금의 실험 결과 흙에는 철분 성분과 ...(중략)... 라는 조건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이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사탕인데다가 사탕 껍질을 만들어 낼 때에 필요한 알루미늄과 비닐 등 때문인 것 같아요.
목질의 상태를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하 전문 지식의 나열)... 하고요. 꽃이 열리지 않는 ...(이하 수분과 관련된 전문 지식의 나열)... 합니다.
(이하 두 페이지 가량의 보고서 분량의 보고서 느낌의 내용이 적혀져 있다)
혹시 너무 재미없는 내용만 주구장창 적었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감사했다는 거에요. 제 편지가 언니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요. 히히.
"자. 잘 봐라. 이걸 이렇게 놓으면 고도리, 삼팔광땡, 이러면 독박, 피박. 알겠냐?" "......" (끄덕끄덕) "이 카드는 이렇게 맞추면 투 페어, 쓰리 페어, 이렇게 하면 플러쉬, 스트레이트 플러쉬, 그리고 이게 제일 센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흠..." (흥미) "그리고 이 패는, 이거 보고 기억해. 리치, 쯔모, 역만..." "흐으음..." (매우 흥미)
다 읽었다고 광고하듯 큰 소리 내며 책을 덮는다. 늘 그렇듯 뇌가 어쩌고, 감각이 어쩌고, 전기신호가 어쩌고 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읽고 있으나 도움이 되는진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외국어를 보는 것처럼 마냥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던 처음과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최소한 어떤 내용인지 눈에 들어오긴 하니까. 그런 의미에선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당장 들이닥칠 시험에선 이해보다 암기가 중요할 터. 빈칸 잔뜩 있는 새하얀 종이 떠올리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착각이 일어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다. 이대로 자버리면 좋을 텐데.
"휴우."
하지만 그랬다간 후환이 두렵다. 결국 한숨 내쉬며 상체를 일으킨다. 그러고는 책을 다시 뒤집어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앞으로 몇 번 정도 이 행위를 반복하게 되리라.
희야에게 있어 승환의 방은 보물창고다. 정확히는 여러 모험을 할 수 있는 대단한 장소였다. 엄중한 보안을 뚫고 들어오는 것도 스릴 넘치는 행동이지만, 안에 있는 각종 연구의 결과물이나 서재에 꽂힌 수많은 책, 가끔 책상에 놓인 학생들의 과제물과 논문은 호기심 많은 희야의 모험심을 자극했다. 아주 가끔 연구 자료를 띄운 홀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굳이 손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물창고로 몰래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경호인력을 몰래 따돌리는 건 가능한 일이지만, 승환의 방에는 온도를 감지해서 인물이 출입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인식 ai가 있기 때문이다. 걸리면 이건 뭐가 위험하고 저건 뭐가 위험하니 삼촌이 있을 때 같이 와라! 혼자 모험한다면서 다쳤다가는 외출금지다-같은 재미없는 설교 시간을 거쳐야 하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그렇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잔머리를 잘 굴리는 레벨 3이니까!
희야는 경호인력을 피해 살금살금 복도로 들어와서는, 복도에 능력을 사용했다. 온도를 감지한다면 ai를 헷갈리게 만들면 된다. 어째서인지 ai에게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어, 주변 배경이 인식하던 것과 다른 온도가 되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때문이다. 희야는 강아지와 머핀을 구분 못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따뜻하면 뭐든지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겠거니 생각했다. 또한, 한때는 과학 기술을 악용해서 침입했다면 지금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들어가고자 했으니 이런 장난 정도는 봐주겠지. 꽁꽁 얼어붙듯 반질반질한 서리가 내려앉자 ai는 역시나 희야를 인식하지 못했고, 희야는 쪼르르 방에 들어섰다.
"우와아."
역시 신기한 게 많다. 삼촌이 없으니 고리타분한 책도 구경하고, 소파 밑도 들여다 보고, 테이블 위의 사탕이 든 도자기도 몰래몰래 뒤집어 보고. 모험을 즐기던 희야는 책상 위의 낯선 물체를 발견하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편지다! 누구에게 작성하는 거지? 이 정도는 몰래 봐도 괜찮겠지?
[……해야 할 일을 팽개치고 살 때는 언제고 지금에서야 찾는다고 하십니까. 염치없는 행동입니다. 그 과정에서 동의가 있었습니까?
(중략)
외국물 먹는다고 타인이 외국물 먹은 걸 이해할거라 생각한다면 심히 통탄스럽습니다. 그쪽이 무얼 하셨는지 기억하시지 않습니까?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이제 아무런 상관 없는 외지인입니다. 멀쩡히 가족 꾸린 외인이 어떻게 안사정에 신경을 쓰냔 말입니다. 우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을 겁니다. 당신이 없는 것이 훨씬 정서적으로 이로울 테니 더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으응-?"
재미 없는 편지네. 희야는 관심이 식어버렸는지 편지지에서 눈을 떼고 다른 것을 살폈다. 이건 삼촌이 가끔 읽어주던 책, 이건 초전도체인가? 뭐지? 이건 대학생의 과제…… 이것저것 보다 이제 용건이 끝났는지 희야는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아니, 나가기 전에 이건 해야지.
"아몬드 사탕!"
이거 맛있단 말이야. 희야는 눈치를 두어 번 살피더니 슬쩍 사탕이 든 도자기에서 사탕을 하나 챙기고 부리나케 방을 빠져나갔다.
"에이, 설마~" 라고 대꾸하며 웃었지만 조금은... 글쎄... 알 수 없다. 사람 속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순수한 사랑의 매로 선해하는 것이 건강한 마인드 유지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아니라면 어떤가 싶기도 하고. 원래 고등학생들은 치고받고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지 않나—아니다. 모든 고등학생들이 딱히 그렇진 않다. 순전히 리라의 이상한 로망이다—.
그렇게 걷고 있으면 목적지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수다를 떨며 조금 풀어졌던 마음은 다시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혼자 왔으면 꽤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솔직히 지금은 무섭거나 불안한 것 이상의 감정이 심장 속에서 들끓고 있었다. 그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했던 대화에서 기인한 감정이다. 순수한 의문. 약간의 분노. 그걸 덮을 만큼 큰 궁금증. 대체 왜?
"고생은요. 그래도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이게 고생일까. 은우의 한마디에 리라의 시선은 잠시 먼 곳을 헤맨다.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걸 보면 사실상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수준인데. 그걸 굳이 은우 앞에서 말할 생각은 없지만 굳이 고생이라고 치장할 만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무르게 굴지 않았으면 이 모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골목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보이고, 손에서 손으로 녹색 구체가 전해진다. 그때 나무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 최은우의, 에어버스터의 능력. 손 안에 들어온 구체는 기묘한 감각을 안겨준다. 압축된 기체를 물리적으로 쥘 수 있다는 게 마냥 신비롭다. 다만 지금은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기에 리라는 금방 고개를 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네, 명심할게요. 부장님도 조심하세요."
지시를 받은 리라는 포스트잇에 그려져 있던 진압방패 하나를 꺼내 들고 움직이는 은우의 뒤를 따라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한다. 눈동자는 바쁘게 구르며 골목 사이사이를 훑는다. 아직까지는 조용한데, 이게 더 문제다. 더 안쪽까지 도망가 버렸다면 몹시 골치 아파지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좌측 상단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dice 1 3. = 3 타깃 은우 리라 둘다 .dice 1 2. = 2 칼 벽돌
동시에 앞쪽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대략 세 사람 정도. 그늘에서 사람의 형태가 드러나면, 그들이 모두 붉은 역삼각형이 그려진 검은색 캡모자를 쓰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도 들어서 처박을 수 있어요. 그러니깐 누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그니깐 '능력을 이용한 충격'이 아니고 '순수한 능력'만으로 부수는 걸 보고 싶다, 이거죠? 그건 안 될 걸. 사과를 두 동강으로 쪼갠다거나, 그냥 갑자기 으깨버리고 그러는 건 안 돼. 나도 그런 걸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아직 그런 능력은 없는 거 같더라고. 쨋든 내 능력은 엄연히 비행능력이지, 파괴능력은 아니예요."
"그래서 내가 맘에 안 드는 녀석 보이면 관절을 돌려버린다고 하지, 부러뜨린다고는 안 하잖아요."
"그러면 만화에서 염동력 쓰는 애들 중에서도 허공에다가 염동력 빔(?) 같은 진공파 쏘는 것처럼. 염동력의 힘으로 무언가를 들지 않고 타격을 줄 수 있냐, 이 말이지."
"누나. 제 능력은 물체를 지배하는 능력이지, 허공의 힘을 지배하는 능력이 아니예요. 어떻게 허공에 염력파(?)를 쏴요. 제가 뭘 하려면 무조건 물체를 잡고봐야 뭘 할 수 있어요. 아, 비슷한 건 가능하다. 저렇게 사과를 밀어서 충격을 주는 거요. 근데 저것도 결국 염동력으로 물체에 접촉을 해서 민 거라서.."
"그래도..해 봐.."
한양은 사과를 향해서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 자세를 하며, 연구원 누나의 지시대로 원거리에서 염력파를 쏜다고 생각하며 사과를 움직이려고 한다.
얼마나 앞으로 걸어갔을까. 그의 눈동자는 상당히 바쁘게 움직였다. 만약 어디론가 도망쳤다면, 사실상 여기서 추적은 끝날 것이고, 만약 이 안에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고작 스킬아웃을 제압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샹그릴라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고 한다면, 조금 벅찰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얼마 안되는 인원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좌측 상단에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벽돌. 그것도 두 사람을 함께 노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날아오는 것과 동시에 은우는 살며시 왼손을 그 방향으로 뻗었을 것이다. 이내 강한 풍압과 함께 벽돌은 날아온 그 방향 그대로 빠르게 돌아갔다.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면 어쩌면 역으로 공격을 당했을지도 모르고, 없었다면 벽에 단단히 박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바로 앞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것은 사람의 실루엣. 그것도 셋이었다. 붉은 역삼각형이 그려진 검은색 캡모자를 모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모두 한패가 맞을 것 같다고 그는 판단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입니다. 잠시 업무가 있어서 이곳으로 왔는데 협조해주지 않겠습니까?"
일단 그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절차에 걸맞는 메뉴얼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눈의 힘은 풀지 않았고 경계심도 풀지 않았다. 이어 그는 고개만 살짝 돌린 후에 리라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저 사람들이니?"
말 그대로 확인을 해보라는 의미였다. 만약 맞다고 한다면 아마 은우는 일단 리라를 다시 뒤로 이동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그녀는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는 아니나 지금 같은 상황은 이야기가 달랐다. 보복을 어떻게 해올지 알 수 없는 상황. 부장으로서 부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으며, 앞의 저들이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라면 당연히 절차에 맞게 제압을 해야만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치 2주 내에서.
그는 빠르게 제 손바닥 안에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다시 생성했다. 그리고 눈동자를 저들의 몸에 집중했다. 갑자기 움직일지도 모르는 일. 대처를 하기 위해선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푸른 수정인데 가공 불가한 거 너무 혜우같아.... 가공 불가⬅️이게 진짜. 진짜.진짜.....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옆에 벨벳 쿠션 깔아주고 진주 장식 해주는 건 되나🥺 반팔돌핀팬츠포니테일 긴팔집업레깅스양갈래땋머? 역시 혜우주는 배운사람이다 아... 아름다워 천혜우라는 고양이의 집사가 되고싶다. 그리고 마지막 뭐야 유준이야?????? 유준이면 진짜 아우 딱밤 파들파들파들 애한테 자꾸 이상한거(?) 가르치지 어!!! 혜우랑 카드겜 하고 싶다
>>517 과학적으로 따져봤을때 '머리카락'과 '손톱'은 세포가 아니라 단백질의 영역이죠! 그래서 그 자체에 능력을 쓰긴 힘들 거예요. 하지만 결국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자체는 세포분열과 영향이 있기 때문에...
자라나라 머리머리가 가능해진다 이겁니다. (어?)
이빨 역시 제가 알기로는 상아질은 세포와는 조금 관련이 멀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 안의 신경은 세포와 관련이 있겠지만요. 그러니까.. 음. 신경 치료를 해서 썩은 신경을 다 빼도... 능력으로 다시 그 안에 신경을 살아나게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상아질을 재생시키는 것은 힘들겠고요.
>>519 응앜 (뽑뽀당함) 억지로 가공하려고 하면 스스로 깨져버린다던가 더 떠오른건 있는데 뇌절같아서 거기까지만 씀 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 어허 혜우우의 집사자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혜우 주변에 반말 찍찍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무조건 유준입니다 카드겜은... 나중에 합숙 가서 한다던가? 할 수 있을지도?
날아오는 벽돌은 뜬금없는 위치에서 들어왔지만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진 않았다. 리라는 진압방패를 들어 그것을 쳐낸다. 동시에, 곁에서 느껴진 강한 풍압에 고개를 돌리면 담장 위에 서 있던 인영 하나가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가 버리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애초 날아올 때보다 강한 에너지를 받고 되돌아간 탓에 대미지가 더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리라는 힘없이 넘어가는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앞쪽으로 향한 은우의 시선을 곧장 따라간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고등학생 혹은 성인으로 추정되는 사람 둘, 그리고 두 사람에 비해 아담한 체구를 가진 사람이 하나 있었다. 가장 작은 사람은 검은 백팩을 앞으로 둘러메고 있었는데, 열린 틈으로 보이는 건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병으로 추정된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여기에 샹그릴라 복용자로 예상되는 인원이 있는 걸 고려하면 저 병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쉽게 유추 가능할 것이다.
"네, 맞아요."
그렇게 대답하며 방패를 살짝 내려놓은 리라는 포스트잇에서 클레이건을 꺼냈다. 마주쳤으니 잡아야 한다. 보내준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선우!"
리라가 은우의 등 뒤에서 그렇게 외치는 순간, 무리 중 가장 작은 사람이 어깨를 떨었다. 고개를 들면 캡모자 아래로 보이는 인상착의는 리라가 조금 전 전달했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아랫쪽이 금갈색인 흑발, 날카로운 인상의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
'뭐야, 이름 말했어?' '아니, 그게, 아 씨! 왜 부르고 난리야!'
저들끼리 몇 마디 나누는가 싶더니 금세 이쪽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러대자 리라의 표정이 살짝 가라앉았다.
"너 대체 뭐 하는 짓—"
말은 끝까지 맺어지지 못한다. 순간 등 뒤에서 불꽃 줄기가 날아들었으니까. 리라는 은우를 불이 다가오는 방향에서 떨어지도록 당긴다. 미처 피하지 못한 진압방패는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하나가 아니었네요. 저기 셋, 아까 부장님이 쓰러뜨린 사람 하나, 그리고 지금 공격한 샹그릴라 복용자 하나."
>>566 혜우주는 기억조작의 달인이구나 지금 저 상황에 들어갔다 나온거 같은데 정상입니까?(삑 정상이 아닙니다) 어떡하면좋지 이 치명블루고양이를......... 하....🙃🙃🙃🙃🙃헤드스핀!!!! 황조롱이인거 너무 귀엽고 신뢰도...... 그렇군... 역시 쉽지 않은 고양이군...... 알고 있었지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다가가보도록 하겠 따
으악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한대 맞은 모양이었다. 과연 어떤 상황일런지. 적당히 배에 맞고 쓰러진 정도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은우는 조용히 앞을 바라봤다. 한편 눈앞에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자 은우는 가만히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자신의 또래,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이. 그리고 키가 작은 이.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병 같은 것이 담겨있는 것을 보아하니 대충 무기로 쓰려고 하는 것임을 그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리라가 그때 본 사람들은 저 사람들이 맞고, 저 중에 하나가 리라가 제압해서 데려갔다는 그 녀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드는 것 같았기에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저 키 작은 이를 탓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다음은 자신들에게 위협을 하는 것이겠고. 전형적인 스킬아웃들의 행동이었다.
한편 그러는 와중 등 뒤에서 불꽃 줄기가 날아들자 은우는 순간 움찔했다. 그러는 와중 리라가 끌어당겼고 그 덕에 은우는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고마워. 아무튼 불꽃이라..."
파이로기네시스 계열인 것일까. 불꽃 줄기가 날아드는 것을 보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만들어서 던지는 계열 같은데. 그렇다고 한다면...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은우는 일단 리라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잠시. 그래도 우리는 저지먼트니까 지킬 절차는 지켜야지."
이어 그는 목소리를 살며시 가다듬었다. 이어 앞을 바라보면서 제법 큰 목소리로 ㅡ상당히 차분하면서도 가라앉은 목소리로ㅡ 이야기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입니다. 여러분들은 도주, 차량 폭발, 도로 파손, 운전자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여러 문제를 저지른 상태입니다. 지금 여기서 모두 손을 들고 앞으로 나오고, 위험한 흉기나 무기 등을 모두 버리고 협조해주신다면, 그럭저럭 가볍게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어 그는 가만히 오른손을 펼친 후에 살며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은우와 리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정확히 15cm~20cm 부근에 있는 모든 공기를 압축해서 제 손바닥 위의 구체로 올렸고, 그 부근을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불꽃이 닿을 수 없는 절대 영역. 태울 것이 없는 불꽃이 날아온다고 해도 절로 터지는 상황을 만들고, 그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살며시 앞으로 내밀었다.
"만약 저항하거나, 덤벼들거나, 도주하거나, 불꽃을 쏴서 이쪽에게 날아오게 하는 경우에는...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 철저하게 제압해서 안티스킬에 넘기겠습니다. 과중 처벌을 받게 되겠죠. 이렇게까지 문제를 계속 키우면... 적당히 끝날 수 있는 지금 단계에서 끝내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도주하려고 하거나, 불꽃을 이쪽으로 쏘거나 등등. 공격적이거나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게 될 경우에는..."
거기서 말을 끝낸 후, 그는 눈을 날카롭게 뜨면서 앞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즉시, 여러분들을 5분 안에 모두 잡아들이겠습니다. 허세라고 생각된다면... 불꽃을 쏘셔도 좋습니다. 닿을 수 있다면."
/원래는 레벨5의 힘으로 전부 잡아버릴까 했지만...그렇게 하면 리라가 활약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없어지는걸!
수경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소중한사람의_죽음을_눈앞에서_봤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저인간 소중한 사람이 저렇게 갔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냉혈한같으니라고. 같은 반응 나오게 덤덤하게 굴 것 같지만.. 완전 혼자면 결국 혼자로 갈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싶은 감정이 있을 것 같네요.
사랑한다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은 흠칫하고는 친구끼리 하는 사랑해라고 생각하려 할 것 같네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근데 그걸 굳이 말하진 않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자캐의_나이를_열살_내려보자 7살 수경이라면.. 그냥 평범한 소녀에 가까웠을 것 같은데요.
>>576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속은 타들어갈 것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흐릿) 음...뭔가 이렇게 보면... 약간 수경이는 뭔가 많이 마음을 닫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요. 뭔가 뭔가..음. 마치 조용히 묻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강해보이기도 하고?
오늘은 정석적인 훈련이다. 라기보단, 에초에 커리큘럼은 매번 진행하지만... 이쯤되면 능력의 다양성과 활용능력, 순발력을 기르는 느낌이라, 제대로된 능력 훈련같은 느낌의 훈련은 하지 않으니까.
"안보이고 안들리나요오~?"
"응, 제대로 아무것도 안보이고 목소리는 울려들려어~ 근데 꽤 어지러우니까 빨리 풀어줄래?"
연습하고있는건, 적의 시계 방해다. 내 이명의 근본이 된 미세증기(파인 베이퍼). 원래는 넓게 퍼트려서 공간장악, 그리고 시계 방해등의 용도로 썼지만... 대규모 전투에선 오히려 아군의 시야또한 가릴 수 있다는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안에선, 이경이도 목표를 맞추기 힘들만큼 잘 보이지도 않고.(원래 그러려고 만든 수증기막이니까, 당연하지만.)
그래서 내가 택한건, 적 주위만 증기로 감싼다! 라는것. 이러면 오히려 적에 대한 마킹도 되니까, 식별하기 쉽겠지.
"그래서 정하야? 이거 언제풀어줘어? 슬슬 멀미나는데... 내 목소리도 엄청 울려들린다구?"
저 도짓코 킹받는 연구원 언니정도는, 좀 더 괴롭혀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약간 있고. 그야 당연하게도, 내 몸이나 카메라를 세워두고 실험해도 되는 부분이니까.
타들어가는 방패를 보는 리라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하필 불이야. 그의 능력은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 만큼 불에 약했다. 파이로키네시스는 천적이나 다름없는데, 행운의 여신은 잠시 휴가라도 떠났는지 오늘따라 되는 일이 없다. 리라는 손 안의 클레이건을 꾹 쥐고 은우와 등을 맞댄다. 한양 선배님과 태진 선배님이 그랬으니까. 서로를 등지고 싸워야 뒤에서 오는 기습을 막을 수 있다고.
"아, 그렇죠. 맞다."
머리에 열이 올라서 절차를 잊을 뻔했다. 은우의 말에 흩어지던 이성을 붙잡은 리라는 등 뒤의 목소리가 끝날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주변의 공기가 한순간에 압축되어 은우의 손 위로 올라갔다. 불꽃이 닿을 수 없는 안전지대. 전신의 근육을 굳히는 긴장이 압도적인 힘 아래 한순간 풀린다.
'...야, 어떡해.' 'X발, 저거 에어버스터잖아. 왜 우리 같은 것들 잡는 데 저런 거물이 온 거야.' '......빌어먹을. 저 마녀 때문에 덜미 제대로 잡혔네.'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거슬리는 단어가 꽂혔다. 아예 그렇게 부르기로 작정한 건가... 한 건 빗자루 타고 날아다닌 것밖에 없는데 그 한번의 이미지로 마녀 소리를 주구장창 듣고 있다. 클레이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갈 무렵, 눈치를 보던 세 사람 중 가장 작은 사람—강선우라고 불린—의 품에 있는 가방 사이로 병이 미끄러져 나온다. 눈 깜짝할 새 박살난 병에서는 수많은 샹그릴라가 물밀듯 쏟아졌다.
'아, 이 멍청한 새끼. 돌아가서 보자.' '다 튀어!'
동시에 아까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불꽃이 날아왔지만 제대로 된 화력을 발휘했을지는 의문이다. 공기가 없으면 발화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법칙이니까. 흩어진 세 사람은 각자의 속도로 도망친다. 물론 그게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아까 부장님 말씀 들었죠? 이제 경고 끝. 가만히 있어."
리라는 달려나가는 한 사람의 다리를 향해 클레이탄을 쏜다. 곧게 날아간 탄환은 다리에 닿는 즉시 거대한 푸른색 클레이로 변해 움직임을 막고, 도망가려던 스킬아웃은 그대로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고 만다. 총구는 뒤이어 가장 작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너희들은 항상 그런 식이야. 문제를 일으켜놓고, 문제를 수습하려고 하는 이에게 온갖 악담을 퍼붓고 마치 그 사람 때문에 다 꼬였고 잘못되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해. 지금처럼."
당연히 은우는 리라가 빗자루를 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마녀'라는 단어는 그만큼 악하다, 교활하다 등등의 악점으로 해석을 하고 있었다. 방향성이 아주 잘못되다 못해 저 멀리 날아가버렸지만, 어쨌든 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편 '다 튀어'라는 목소리와 함께 어딘가에서 불꽃이 날아오자 그는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갈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당연하지만 불꽃은 닿는 일 없이, 안전지대에 들어서자마자 팍 하고 꺼져버렸다.
"제압해. 리라야. 하나도 빠짐없이."
경고는 총 두 번 했으며, 그 두 번을 다 무시한 것은 저들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절차대로 잡아들이면 될 뿐이었다. 제 동기 혜성의 말대로 최대한 평화롭게 해보려고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이었다. 그냥 순순히 항복을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텐데. 어쨌든 그는 가만히 앞을 바라봤다. 지금 두 명이 리라에 의해서 제압되었기에, 그는 남아있는 한 명을 노리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리고 리라에게 이야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꽃이 두세발 더 날아올 수도 있어. 그 위치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불꽃이 날아오는 방향을 눈으로 쫓아줘. 결국 능력자가 있는 쪽에서, 날아올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을 마친 후 그는 잠시 숨을 참으면서 진공지대를 벗어났고, 그 상태에서 손에 쥐고 있던 공기 구체를 살짝 떨어뜨리면서 터트렸다. 막대한 양의 공기를 압축했으니 그 풍압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 풍압을 이용해서 정말로 빠르게 앞으로 질주하면서 그는 스킬아웃 중 아직 제압되지 않은 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 상태에서 그는 앞에 보이는 벽을 향해서 점프하면서 제 손에 다시 공기를 압축했다. 그리고 벽에 충돌하기 직전, 다시 풍압을 터트려 아직 제압되지 않은 이를 향해 방향을 틀어 달려들었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그 자의 머리를 잡아 땅에 처박아버리듯, 아래로 힘을 주었다.
"말했지? 5분 내로 다 잡는다고. 더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봐."
이어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승줄을 꺼내들었고, 리라가 제압한 두 명과 함께 방금 자신이 붙잡은 한 명을 묶으려고 했다. 저항한다면 아주 가볍게 공기를 모은 풍압을 배쪽에서 터트려서 강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전치 2주가 넘어서지 않도록,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해서.
남은 것은 하나. 은우는 포승줄로 묶은 3명을 근처에 밀어넣으면서, 방금 자신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분명히 뒤쪽에 있을 것 같은데... 이어 그는 풍압을 터트려서 단번에 높게 뛰어오르려고 했다. 만약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높은 곳에서 보면 될 일이었으니까. 찾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제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자신들의 뒤쪽에 있었고, 자신들이 들어온 방향으로 도망치려고 한다는 것. 그렇기에 그는 자신들이 들어온 길목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떨어지지 않도록 공기를 압축해서 터트리는 풍압을 조절했다.
/2시... 이제는 자야 할 시간!! 아무래도 상황이 바로 다음 턴으로 끝날 것 같진 않아보이니... 일단 킵을 요청드릴게요! 이어주시면 퇴근 후에 저도 잇도록 할게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계속 깜빡깜빡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지마는 일단 나 무시하려는 의도 전혀 없고 내가 초겨울~겨울~초봄 이 3시즌 동안(특히 한겨울) 주말에는 심하면 18시간을 때려 자야 추위를 좀 이겨낼 수 있는 비운의 체력이기 때문에 그런거야...... 체력 기르는데도 이래서 미안하다......🫠🫠🫠
>>639 그냥 이전의 류화와의 일상으로 인한 적폐 상상이에요. 더욱 뒤틀리고, 평화를 놓게 된다면. 레벨에 연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이요. 그런 적폐를 제외하고 지금의 혜성이와 상황을 생각한다면... 음. 🤔 정확히 고르자면 분노일까요. 이제 그 분노의 대상은 평화를 방해하는 악들로 향한다는?
리라는 게시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요청사항을 보다 편하게 받기 위해서 게시판을 활용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지... 옥 참마도...?"
의도도 원하는 기능도 무엇도 모르겠는 요청이 붙어있었다. 일단 칼을 만들어 달라는 것 같긴 한데 무슨 추가 기능을 원하는지도 써 있지 않고, 레퍼런스로 추정되는 사진은 사실상 도구보다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활용하기 애매하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해 달라는 거겠지?"
리라는 휴대폰을 들었다. 지옥참마도를 한자로 어떻게 쓰더라.
저지먼트 부실. 눈에 잘 띄는 곳에 나무 지팡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하나 놓여 있다. 끝부분의 작은 검은색 폼멜을 붙잡고 당기면 칼집이 분리되어 날이 드러나고, 은빛 검신에는 地獄斬魔刀 라는 각인—묘하게 못 썼다—이 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루에는 간단히 on off 가 가능한 버튼이 달려 있다.
[스위치를 조절하면 칼날에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어요. 원하는 기능에 대한 코멘트가 없어서 임의로 부여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다시 알려주세요.] [근데 이거 부탁한 사람 누군가요? 당연하지만 평소에는 쓰지 마세요!]
자기가 머무는 장소인데 허락을 구하는 말을 한 것은, 랑이 혹시나 성운에게 더 물어볼 것이나 용건이 있거나 했을 때를 대비해 여지를 두었던 것이다. 집주인도 예절바른 이들은 손님을 객실에 두고 잠깐 용무가 있을 때 손님에게 의중을 구하기 마련이고, 성운 역시도 일단 꽤 예절바른 축에 속하는 사람이니. 성운은 반쯤 엉거주춤 돌리던 몸을 랑에게로 돌려세우고는 다소곳이 손을 모은 채로 랑을 올려다보며, 랑이 무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직 조금은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0 요 며칠간, 하루 일과에 힘든 육체노동이 하나씩 섞이면서 성운은 꿈 없는 잠을 며칠 연속으로 편안히 잘 수 있었다. 첫날에 텐트 지퍼를 열고 나왔을 때 내심으로 경악했던 살풍경한 폐공장 내부의 전경도 이제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스토브 가스불에 밥을 해먹었고······ 이제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을 줄 알게 됐다. 마음 한켠으론 아직 자신이 경험할 필요가 없었던 일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지금 꽤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된다.
커리큘럼을 신청하지 않은 지 시간이 꽤 오래 지났다. 2주 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입에서 단어가 나갔던 날, 몇 번이고 흘러나간 기억을 붙잡으려 시도해봤지만 무언가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했다. 0레벨. 인첨공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한 명의 무능력자 학생. 모브의 삶을 이제 그럭저럭 마음 속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모브에게도 모브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성운은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자신은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변하지 않을 전쟁 앞에서, 자신은 전력을 내고 있다. 돌이킬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파국이 찾아오더라도, 자신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성운은 오늘도, 등교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순찰이 있는 날이다. 순찰을 끝내고 나면 다시 이 새 집을 좀더 지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할애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그럭저럭 듣기 좋았다.
결과는 뭔가 도와야 할 게 있냐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성운의 모습이다. 어떤 반응이 올지 조금 호기심이 동했었는데 꽤 허무하게 해소되어 버린지라 랑은 어깨를 으쓱이며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즉 용건은 없다, 혹은 방금까지 있었으나 성운의 반응으로 용건이 끝났다는 의미임에 틀림없었다.
"올라가 봐."
뭔가 명령하는 것 같은 모양새에다 성운의 행동을 허락해주는 느낌이 됐다. 워낙 말이 짤막하고 대강 이야기하는 랑과 조심스러운 성운의 반응이 겹쳐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 아무튼 랑은 성운에게 가봐도 된다며 살짝 고갯짓했다.
리라주 감사합니다!!!!!!!!!!!!!!!! 칼은 제대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피카츄가 되어버린 동월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상상도 못한 기능 넣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동월이 주무기 저걸로 잘 쓰고 다닐거래요 괴이들 전부 짜라짜라 해버릴 것 (?)
일상.... 🤔🤔 아지주 몸도 안좋으신데 일단 쉬어야 하는 것 아닌지...? 아무튼 전 당장은 무리.... 하던게 마무리된다면 가능하겠지만 4시 반까지는 아마.... (흐릿)
성운은 잠깐 눈을 깜박였다. 무슨 의미로 그런 걸까, 잠깐 생각해보다가 성운은 한 박자 늦게서야 랑이 자신을 가볍게 골려보려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껏 바짝 기합이 들어있던 자신이 조금 바보같았다고 생각은 들지만, 저렇게 담담한 얼굴로 가볍고 짓궂게 구는 것도 조금 야속하게 느껴져서 성운은 시선을 비스듬히 떨어뜨리곤 나직이 한 마디 툭 던져버렸다.
그렇게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어색한 기색은 조금 사라졌으니 이것도 아이스브레이킹이라면 나름의 아이스브레이킹이라고 해도 되겠다. 성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호다닥, 빗물받이 파이프 쪽으로 도망가버렸다. 보통 빗물받이 파이프라는 게 건물 외벽에 생각보다 그렇게 튼튼히 연결되어있는 건 아니지만, 발판용 나사못을 박을 때 보강도 한 것인지 성운의 자그만 몸이 잽싸게 빗물받이 파이프를 타고 오르는 동안 파이프는 별다른 눈에 띄는 흔들림 없이 제법 튼튼하게 버티고 섰다.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 배관을 잡고 창문으로 쏙 들어가는 폼이 제법 익숙하다.
팔레트에 캐비넷을 비끄러매고 있던 스트랩이 스르륵 풀리는 게 보이더니, 팔레트가 얼레벌레 들려서는 창문 너머로 들어간다. 덜컹 하고는 무거운 걸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성운은 2층 창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은우의 허락과 지시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리라는 주위를 둘러본다. 현재 전투불능인 건 은우가 제압한 사람 하나에 그가 제압한 사람 둘, 그보다 전에 벽돌을 맞고 쓰러진 사람을 합해서 네 명. 총 인원은 6명이었는데 불을 쏘는 한 사람은 존재를 알렸다 치고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 주위를 훑고 있으면 또 한번 풍압이 느껴지는 동시에 은우가 저 위로 떠오른 것이 보이고, 그와 동시에 리라에게 달려드는 누군가가 있다. 손에 파이프를 쥐고 있는.
한 손에는 클레이건. 한 손엔 녹색 구체. 먼저 겨눠진 것은 .dice 1 2. = 2 클레이건/녹색 구체 였다. 이쪽은 샹그릴라 복용자가 아니었는지 생각보다 쉽게 나가떨어져 제압되고 만다.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은우의 시야에는 머잖아 그 예상대로 들어온 방향을 향해 내달리는 한 사람이 보였을 것이다. 일을 벌린 스케일에 비해서 계획적이지 못하고 다소 오합지졸로 보이는 건 이 스킬아웃들이 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그룹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도망치는 저 사람만 잡으면 일은 마무리 될 것이다.
"......"
리라는 방금 제압한 사람과 가장 먼저 쓰러진 사람을 각각 끌어와 수갑을 채워둔다. 당장은 일단락됐다고 봐도 좋겠지. 리라의 시선이 포승줄에 묶인 가장 작은 사람에게 향한다.
"왜 그랬니."
조용한 물음에 대답 않겠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리자, 리라는 그런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왜 그랬냐고. 탓하려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래. 나는 분명 너한테 피해 안 가게 해 준다고 약속했고 최대한 편의 봐 주면서 여기저기서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했어. 나랑 있을 때 협조 안 한 거, 상관 없어. 그럴 수도 있지. 몇 살 차이 나지도 않는 사람의 뭘 믿고 털어놓겠어. 이해해. 그런데 이건 얘기가 다르지 않니. 더 큰 피해를 끼치면 어떡해." '...끄러워.' "응?" '시끄럽다고. 닥쳐! 짜증나니까! 누가 도와달래? 그냥 잡아넣고 끝낼 것이지 꼬치꼬치 캐묻고 참견질, 웃기지도 않아. 누구 놀리냐? 기만해? 동정하는 거야? 착한 척 하고 싶어?' "......"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도와주겠다고만 하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덥썩 받을 줄 알았어? 저지먼트고 학교고 시설이고 힘들 때는 단 하나 제대로 도와주는 곳이 없었는데, 한참 늦은 뒤에야 찾아와서 훈계하면 곱게 들을 것 같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줬어야 했을까. 무시하고 넘어갔어야 했니? 누가 봐도 두들겨 맞은 애를 앞에 두고? 개인적인 감정 이전에 저지먼트인 입장에서 그건 불가능한 선택지야." '그럼 적어도 봐 주지는 말았어야지! 그게 더 기분 나빠. 얕보는 거야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팔을 베는 게 아니라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시선이 맞지 않는다. 똑바로 노려보고 있지만 리라의 시선과 소년의 시선은 맞물리지 못했다. 그는 쪼그린 몸을 편다. 그리고 은우를 돌아보았다.
일련의 짧은 대화로 성운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이, 나직하게 짖궂다는 말을 남기고 파이프를 향해 도망갔다. 그냥 간 게 아니라 도망갔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재빠르게 파이프를 타고 올라 창문으로 들어간 성운을 쫓던 시선은, 창문 안으로 들어가는 캐비닛 대신 사람 한 명이 타고 올랐음에도 멀쩡한 파이프를 향해 있었다. 몇 걸음 걸어 파이프 쪽으로 간 랑이 파이프를 건드려 보고 있을 때,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려와 두어 발자국 물러서며 창문 쪽을 올려다보니 성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내려오려나, 다시 파이프를 타고? 아니면 줄 같은 걸 내려서? 몇 가지 그럴싸한 방법을 생각하기도 잠시.
"?"
창문에서 내려오는 건 성운 뿐. 랑은 성운을 받기 위해서였는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팔을 벌렸다.
그러나 이 파이프를 손댄 사람은 이걸 오르는 용도로만 사용할 요량인가 보다. 아무 망설임없이 창문 너머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는 성운의 동작에는 주저함이나 어색함의 기색이 없이, 이미 이 창문에서 1층 뒷마당으로 뛰어내리는 데 매우 익숙해져 있는 자세였다. 처음 몇 번은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이프를 타고 내렸지만, 그러다 한번 이거 뛰어내려도 괜찮겠는데, 하는 생각에 뛰어내려 봤더니 생각보다 별탈없고 안전하며(성운 본인 생각에) 제법 재미도 있었던지라, 유튜브에서 낙법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몇 번 연습해본 뒤로는 숫제 바깥으로 다닐 때 짐이 너무 무거운 것만 아니면 어지간하면 뛰어내리는 버릇이 이미 들어버린 게다.
그래서 성운은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흡사 나뭇가지에서 몸을 던지는 날다람쥐마냥 폴짝 뛰어내렸다. ······착지지점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다는 것은, 이미 발이 창문틀을 박차고 나서야 알아챘다. 성운의 얼굴에 어라? 하는 당혹감이 번지는 게 보였고, 성운의 몸은 뒷마당에 사지를 모두 이용해 날렵하게 착지하는 게 아니라 랑의 품에 쏙 안착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상한 것은, 성운이 아무리 가볍더라도 약 38kg. 품 안에 떨어질 때 한순간에 그 무게가 턱 꽂히는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묘하게도 랑의 품안에 안착하는 순간 랑이 느낀 무게는 좀 무거운 고양이 한 마리가 품에 착지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거기서 약 2~3초에 걸쳐, 원래의 정상적인 무게가 느릿하게 따라붙는 듯한 감각.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이 편안해져서 리라는 마주 웃어버리고 만다. 왜 저지먼트의 후배님들은 모두 귀여운 걸까. 하나같이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없어서 문제다. 이건 후배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고 동기들, 선배들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그렇지, 나 혼자만 쓰는 거면 몰라도 지금처럼 디테일이 필요한 물건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줄 용도로 하는 거면 최소한 형태는 바로 잡혀 있어야 하니까요."
안 그러면 조작도 어렵고 보기도 좋지 않겠지. 그나마 리라가 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데에 일가견이 있어서 아직까지 큰 무리를 겪은 적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오."
그리고 건네진 질문은 신박했다. 리라의 눈이 한순간 반짝였다.
"그러게...? 한번도 생각 안 해 봤지만... 가능... 할 것 같은데?"
위장 속에 들어가서 종이로 변해버릴지도 모르긴 하지만 위산에 녹는다면 인체에 문제는 없지 않을까. 리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스케치북을 한 장 더 넘겼다.
가까이 다가가서 파이프를 보니 제대로 출입용도로 쓸 요량으로 손을 댄 티가 난다. 파이프에는 나사못만 박힌 게 아니라 벽면 고정용 클램프도 여러 개 새로 달려있다. 표면의 까만 도장이 벗겨지기는커녕 흠집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최근에 설치된 클램프들이다. 잡고 흔들어보면 좌우는 물론 위아래로도 흔들리지 않아, 성운보다 더 덩치가 큰 사람들이 타고 오르내려도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적어도 저지먼트 내에서 이 파이프를 타고 오르는 데 문제를 겪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꽤 장기적으로 이걸 이용할 요량으로 꼼꼼하고 튼튼하게 손을 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냐 근데 난 심하지 않아 그냥 올락말락 정도? 기운이 있다 정도? 내일 일어나면 다 나을지도~~ ㅋㅋㅋㅋㅋ성운이 너무 귀엽잖아!! 토마토잖아!! 귀여워!!! 근데 창문에서 뛰어내리는거 이거 사실 안전한건 아니잖냐 이 친칠라 몸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빗자루 타고 가정방문 해버릴 테다
사과라. 리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자리에서 커다란 필통을 꺼내왔다. 펭귄 모양의 필통은 색색깔의 색연필, 사인펜, 그 외 여러가지 채색 도구들과 플라스틱 자 같은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리라는 개중에 붉은색과 노란색, 주황색, 갈색과 분홍색 등을 꺼내 내려놓고 가볍게 형태를 잡는다. 이것도 사진을 보고 해야 더 정밀하게 나오겠지만 이 실험에서 중요한 건 맛과 식감의 구현이지 온전히 똑같은 모양을 재현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만큼의 품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각사각. 사과의 단맛, 부서지는 식감과 단단함의 정도, 내부의 색깔... 씨앗은 굳이 없어도 되겠지. 기왕 만드는 거 번거로운 건 빼버리는 게 이득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리라는 말이 없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며 종이 긁는 소리만 만들어내고, 그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야 리라는 얼추 완성된 사과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해 볼게요. 아, 종이 맛 나면 어쩌지."
제발 사과 맛이어라. 사과맛, 사과 식감, 아삭아삭한 맛! 리라는 사과를 실체화 시켰다. 적당한 크기의 붉은 사과가 손 위로 올라오고, 그건 곧 여로에게 내밀어진다. 그는 여로가 사과를 한 입 베어물기를 기다리다가 사과에 입이 닿자마자—어쩌면 닿기도 전에—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다.
"어때요? 어때요? 안 이상해요? 종이 맛 안 나요? 진짜 사과 맛이에요?"
.dice 1 3. = 2 1 진짜 사과맛 2 진짜 사과보다 좀 더 달다 사탕 정도의 맛 3 진짜 사과보다 좀 밍밍하다 물탄 맛
자신이 쏜 것이 아닌데, 풍압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 은우는 잠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저 편에서 힘없이 나가떨어진 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없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일단 관심을 끊은 후,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들어왔던 그 위치로 도망치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저곳으로 도망치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빙고."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은우는 땅으로 내려온 후에 양 손에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생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번, 그리고 또 두 번. 각각 터트리며 정말로 빠르게, 그야말로 바람에 몸이 날아가듯, 빠르고 유연하게 공기를 타고 질주하듯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며 벽을 박차서 튕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공기의 흐름을 풍압으로 바꿔서 다시 질주하듯 달려가고... 아주 가볍게 도망치는 이를 따라잡으며 그는 상대의 뒷통수를 손으로 잡으면서 그 상태로 벽으로 밀어붙였다.
"......"
약간의 저항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봐야 헛수고에 가까웠다. 그는 그 상태에서 반대편 팔을 상대의 배 쪽으로 이동시킨 후에 풍압을 터트려 강하게 타격을 주었다. 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질 정도로만 만들어버리며, 그는 그 상태에서 수갑을 채웠다. 포승줄로 묶지 않는 것은 혹시나 능력을 써서 줄을 태우고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수갑의 반대쪽은 자신의 팔목에 채워서 완전히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며 그는 그 상태에서 그 자를 데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시끄럽다고. 닥쳐! 짜증나니까! 누가 도와달래?
안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는 바로 그런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었기에 정확히 모두 다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어조로 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지는 그도 짐작할 수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는 은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수갑으로 묶어 끌려오는 이를 다시 천천히 끌고오니 자연히 그는 리라와 마주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다친 곳은 없지? 그리고 연락 부탁할게. 아무리 그래도 우리 둘이서 이 사람들을 다 끌고 갈 순 없으니 말이야. 아. 그 전에..."
이어 그는 방금 전까지 리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허나, 그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절대로 방금 전에 나온 다정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자세히 다 들은 것은 아니지만, 넌 정말로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기만하냐고? 동정하냐고? 착한 척 하냐고? 그것조차도 못하는 이가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 그것조차도 넌 할 수 없었기에 지금 이 사단을 만들었고, 그 결과,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이렇게 붙잡힌채로 처벌만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지. 혹시 나는 가식적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되었다...라고 말할 거면 집어치우렴. 그 결과, 너는 0인 결과를 더욱 마이너스로 만들었으니까."
잠시 거기서 말을 끊고서 말하는 그의 눈빛은 제법 차갑게 바뀌었다.
"듣자하니, 무슨 내가 이렇게 힘들 때는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는데 왜 이제 와서 내미냐. 이 가식덩어리야. 날 얕보는거냐... 나를 비참하게 만들 참이냐? 이렇게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아니지. 아니지. 너는 그런 불평을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단지, 내 후배가 상대적으로 만만하고 약해보이고, 뭐라고 떠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괜히 화풀이를 하는거야.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악이라도 부려야하는데 그 악을 부릴 수 있는 이가 여기엔 내 후배밖에 없거든. 손을 내밀지 않아서 힘들었어? 그땐 뭐했냐고? 한참 늦은 뒤에 찾아와? 내 후배가 네 전용 정신케어 상담자니? 내 후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네가 거기에 없었던거고, 뒤늦게 뻗은 손을 뿌리친 것은 너인데 누구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왜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감정팔이 짓이야? 뻗은 손을 뿌리친 것은 너인데. 네가 받아줄때까지 손을 뻗어줘야 할 의무는 내 후배에겐 없어. 뿌리쳤으면 뿌리친 그 순간부터 누구 탓이 아니라 네 탓이야. 네 기분을 맞춰줘야 할 이유 따위 손을 뿌리친 순간부터 존재하지 않아. 네 기분? 알게 뭐야. 너는 너를 걱정하고 도와준 내 후배의 기분을 생각해주기라도 했어? 아니. 더 나아가서 정말로 너에게 손을 뻗은 이가 없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네가 모를 뿐이고, 네 뒤에 저런 이들이 있으니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이는 저 사람들 밖에 없다...라는 생각에 빠져서 다른 이들은 다 가식쟁이야. 그 따위 논리를 펼치며 너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지. ....그래서 너의 편, 너의 이해자들은 너에게 어떤 결과를 주었지? 에어버스터가 나타났을 때, 한 명이라도 널 지켜주려고 한 이가 있었어? ...다들 나 살자고 도망치기 바쁘던데? 넌 그런 비겁자들과 겁쟁이들의 손이, 내 후배의 손보다 더 가치있다는거야?"
조금 길게 이야기를 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으며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감정을 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차디찬 눈빛이 그를 향해 있었다.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잘라버렸어야 했다고? 잘라봐. 어떻게 되는가? 그때 가서 똑같이 내가 힘들 때 어쩌고 저쩌고 또 얘기해봐. 고작 이 정도의 일도 감당할 수 없어서 다 붙잡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면서, 일을 더 크게 만들어야 했다...식으로 떠들지 마.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우리는 너의 과거에 어쩌고 저쩌고 힘들었고 어쩌고를 들어주는 이들이 아니야. 그 말은 네 변호사나 고용해서 변호사에게나 해. 우리는 저지먼트고, 너희들, 아니. 너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을 제압하고 처리해서 인첨공의 치안을 지키는 이들이야."
거기서 말을 끊으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시선을 그대로 고정하면서 그는 리라에게 이야기했다.
"이쪽은 내가 지킬게. 너는 골목 밖으로 나가서 안티스킬에게 연락해줘. ...그리고, 이 녀석들의 말은 신경쓰지 마. ...애초에 신경 안 쓴다면 쓸데없는 참견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 말이야. 결국... 이 일을 하는 이상은 이런 말을 듣은 것은 흔하기도 하고 말이지."
/다이스를 돌렸고... 일부만 들었다...라고만 했으니 거기에 맞춰서 쓰다보니 길어졌다.. 흑흑...이 무슨 꼰대에 잔소리에 내로남불 부장님인가..(절레절레) 아무튼 갱신이에요! 다들 좋은 밤이에요!
"안녕하세요 여로 씨." 수경주의 기억력은 끔찍해서 기억을 못하고 만 겁니다. 하지만 처음이나 나중이나 인사 자체는 비슷할 거 같아서 다행인가. 여로가 말을 하는 걸 멀뚱하게 보다가.
"...반하면 뭔가 있습니까?" "순찰을 같이 해야 하는데 혼자서면 곤란한 감이 있습니다." 고개를 갸웃합니다. 물론 진담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은 있기 때문에, 그냥 서 있었습니다. 빨리 순찰을 하러 가자. 같은 의견표현인 걸까요? 하지만 딱히 재촉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듯이 여로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마무리만 적당히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물론 아예 순찰을 안한다면 여로를 잡아끌고 가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 고영이 있는지 전혀 신경 안 쓴다면 고양이도 수경을 전혀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라요.
>>829 위치가 엇나가거나 하지는 않아서, 성운을 무사히 받아낸다. 성운의 생김새를 생각하면 무게가 많이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받아내는 건 다소 부상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서, 팔이나 허리, 다리에 가해질 수도 있는 부담에 대비하고 있었으나...
"응?"
받아낸 존재의 부피와는 전혀 다른 무게에 랑은 의문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자신이 받아낸 건 평균보다 작긴 해도 분명 십대 후반의 소년일 텐데 실제로 느껴지는 무게는 조금 묵직하네 싶은 정도. 근력 훈련을 통해 힘이 강해져서 그렇게 느낀다든가 하는 게 아니다, 힘이 강해져도 들어올리거나 하는 것의 무게는 동일한 법... 자신의 능력과도 연관은 없을 것이니, 자연스레 생각의 흐름은 성운을 향한다. 그러자 약간의 텀을 주고는 서서히 돌아오는 무게에 맞춰 받아든 팔과 지지하는 다리에 힘을 더 주던 랑은, 성운의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을 더듬자 눈썹을 치켜들었다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괜찮냐."
바로 내려놓아도 되긴 하지만, 무게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현상을 직접 체험한 터라 흥미가 동한 건지 그런 질문을 하면서 성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0 말 못 할 사정으로 등장이 적었던 수강은 말이 권유지 사실상 숙제나 다름없었던 개인 훈련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교내 커리큘럼을 꾸준히 참가하는 학생들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약간의 성장이 보이는 학생은 곧바로 선생님들이 놓치지 않고 관심을 주는 덕이다.
"나사빼기.. 했고, 기와 깨뜨리기.. 손부러졌었고, 벽부수기..폰게임으로 했고."
그렇게 마음에 드는 훈련내용은 없다시피 했다. 그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를 찾아 뒤적이던 중,
"모래성 무너뜨리기 이거죠!!!"
순식간에 화색이 돌아 즉시 해보러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애초에 모래로 되어있어서 손으로 쳐도 허물어져버리지만 능력을 사용해서 가라앉히는게 이번 훈련의 목적. 훈련 목적으로 받아온 모래에 물을 적신 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성을 지어본다. ... "크으.. 판테온 완성입니다!! 돔을 만드는데서 많은 실수가 있었지만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그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속도보다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모래성의 속도가 더 빨랐고 그 자리에는 넋나간 표정으로 모래덩어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떨게 하는 학생만이 남아있었다 //늦은 갱신하고 나갔다 올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