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버티컬 슬러치 레벨 3 이상 사용 가능 추정 상대방 1명에게 사용. 세로 약 10cm 폭으로, 서로 다른 중력변수를 가진 영역을 대상의 위치에 생성해 덮어씌운다. 정중력과 역중력이 제각기 다른 배율로 교차되어, 맞물린 중력교란영역에 노출된 대상은 매우 심각한 물리적 구조 붕괴 위험에 노출된다.
데드락 레벨 3 이상 사용 가능 추정 상대방 1명 혹은 다수에게 사용. 2미터 높이의 2배수 역중력장 위에 2미터 높이의 2배수 정중력장이 형성된 중력장을 상대에게 덮어씌운다. 상대는 상반된 두 극성의 중력장 사이에 끼어 강제로 공중에 눕거나, 엎드린 상태로 부유하게 된다.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중력장의 높이를 조절해서 상대방이 구속되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청윤: 그래서, 전력으로 부장의 공격을 받은 느낌은 어땠냐고? 내가 50m를 도약하고 15t의 펀치, 22.5t의 킥, 100m를 4.5초, 심지어 능력을 쓰면 1초만에 주파할 수 있는 슈트를 입고 300t짜리 공격을 날렸는데 맞고 제대로 일어나질 못했다. 정도만 기억해 둬.
자러간다............. 모두 잘자 오늘밤은 귀여운 픽크루 코뿔소들이 나오는 꿈을 꿀 거야 This image was created with Picrew’s “인형 꼬옥 묘파 픽크루“!! https://picrew.me/share?cd=TWk9zSDYHn #Picrew #인형_꼬옥_묘파_픽크루
숟가락을 능력으로 강화하긴 했지만..... 이거, 푸딩 떠먹는 티스푼이다. 3레벨의 능력이라곤 해도 바늘 쑤셔박는 느낌 정도 아닐까?
" 요새 괴이는 인간말 잘하네. "
여기 사실 캣박스였나. 헛소리를 중얼거리던 동월은 다음에 경진이 '월 선배' 라고 하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아! 너! 라고 감탄사를 내뱉고는 이내 헛헛 웃으며
" 어, 아니? 내거 아닌데. "
숟가락에서 능력을 풀고, 다시 강아지 푸딩을 한입 더 떠서 물었다. 이제 강아지의 양 귀는 남아있지 않으며, 한쪽 눈과 입만이 남아 원래 강아지 모양이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원래 주인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분개할 것인지 모르는건지, 알 생각이 없는건지. 동월은 그저 쉬지않고 푸딩을 맛보면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캐비넷 뒤에서 나오는 정하를 보는 한양. 아직 정하가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요즘 정하를 관찰해본 결과로는 꽤나 생각이 복잡해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부장은 바빠서 아이들을 관찰할 시간이 없으니, 한양이 티는 안 내면서도 은근히 아이들을 면밀하게 관찰해왔다.
"아, 그럼 얘기하죠."
그래. 이야기를 할 상대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계속 속에 담아두다가는 더 힘들 뿐이니깐. 일단 먼저 나온 얘기는 저번 블랙크로우와 학교에서의 교전에서 무리하게 능력을 쓰게 한 것에 대한 얘기.
"그거는 이제 잊으세요. 몰라서 그런 거잖아."
정하는 꽤나 미안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한양은 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처음 활동한 저지먼트 아닌가 - 누군가와 협동해서 싸우는 첫 활동. 완벽하게 수행할 수는 없다. 이거는 레벨과는 별개의 분야였다. 아무리 레벨 4의 강자여도, 신참은 신참이다. 경험이 없고,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앞으로 있을 작전에 대해 대비하고 있었어요. 부원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대비. 장비들의 종류와 수량을 점검하고 있었어요. 녀석들을 소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다치고 안 죽는 게 중요하니깐요."
>>100 1. 스토리 직후 당신은 성운이 망설임없이 완장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여섯 명의 앞을 능력은커녕 호신도구 하나도 없이 막아서던, 처절하게 미련부리는 것만 같던 그때와는 달리 결연한 모습으로요. (추격전의 발생 여지는 있습니다만,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성운이를 미행하는 게 아니라면 발생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2. 아, 다쳐버렸네. “저기, 괜찮아요? 다시 보네요. 잠깐만 저한테 업힐래요, 이 근처에 치료받고 갈 만한 데가 있으니까, 잠깐 거기 들르죠” 혜성이 부상을 입습니다. 부상의 정도는 혜성주에게 맡기며, 다음 스진에 무리없을 정도의 부상을 권장합니다만 일단 최소한 발목을 삐거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적절한 응급처치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추격전을 생략하고, 즉시 성운의 아지트에 접근합니다. 성운이 능력을 각성했는데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성운의 아지트에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협동임무같은건 종종 해봤지만, 이런 본격적인 전투가 섞인건 고등학교에 와서부터니까. 다행히, 듣던대로 나름대로 유순하고 자신의 관점이 확실한 사람같아보이긴 한다. 저런, 사소한 배려마저도. 왜인지, 자세를 똑바로 해야할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
멋쩍게 웃으며, 자리의 컴퓨터 옆으로 가자, 저지먼트의 물자현황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확실히, 서류작업은 세은이, 혜우씨, 부부장님 이렇게 하는 이미지가 많지. 나도 가끔 손은 대지만, 주는 이 세명이라는 느낌이 있다. 으음... 부원들을 살리기 위한 대비라니... 확실히 위험하긴 하다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선배님은, 괜찮으세요?"
"시위 현장에 있었던, 그...소리 비슷한거."
생에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아니 앞으로도 이런 고통은 없지 않을까 싶었던 녀석이다.
"전...아무것도 못하고 기절해 버렸으니까요. 새삼 같은 레벨4인데도 버티는 선배님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만약 다른 위험이 함께있는 상태에서 그런걸 들어버렸다간... 아마 죽겠지. 아까 전엔 호기롭게 말했지만, 실제로 그 고통을 생각하고 죽는다는걸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미 저저번주만 해도, 같은 레벨4가 신호등에 매달린 엽기 살인사건이 있었고... 우리 고등학교에서도 반신불수상태가 되어버린 케이스가 있었으니까.
약속은 약속! 어쨌든 말을 하자면 블랙 크로우는 수연이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서 딱 주변을 노리고, 수연이를 정신적 끝까지 몰아갔었지요. 학교에서도 수연이의 친구를 노렸고, 만약 거기서 희야가 알아채지 못했다면 그 다음에는 가족을 건드렸을거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 중 하나를 신호등에 걸어버렸을 거예요.
이번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시위때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멤버들을 날려버리려고 한 것도 그렇고, 다른 학교 저지먼트를 저격까지 동원해서 쓸어버리고, 웨이버도 중상을 입힌 것은 엄연히 말하자면 은우를 정신적으로 끝까지 몰아가고자 한 거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은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결판을 내려고 했으니까요. 당연하지만 혼자서 결판을 내려고 하면... 그만큼 많은 능력을 써야하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꽤 오겠지요. 이전에도 일부러 베타버전이 아니라 프로토버전 샹그릴라를 뿌리면서 은우가 혼자서 스킬아웃들을 제압하고 처단하게 만들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만들기도 했고요. 결국 한계에 도달해서 입원을 하기도 했었고!
원래 그림자의 계획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은우 혼자서 블랙 크로우와 싸우게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지요.
어 나 질문이 있었는데 블랙 크로우나 그런 스토리 질문이 아니라서 미안! 이혜성 능력 3렙 되면 활용성이 꽤 넓어질 것 같은데.....캡틴이 생각하고 있던 이혜성 능력이 3레벨이 됐을 때 할 수 있는 거?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시 들어줄 수 있어? 내가 제대로 감을 못잡아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거면 된 거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 일 가지고 앞으로 똑바로 하라고 후배에게 꾸짖는 것도 꽤나 쫌생이 같아서 쿨하게 넘기고 싶던 것도 있었다.
정하는 한양의 컴퓨터 옆으로 왔고, 화면을 보며 질문을 건넸다. 바로 저번 시위현장에서의 캐퍼시티 다운에 대한 얘기였다.
"..안 괜찮았어요."
괜찮을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 본 결과로, 레벨이 높을수록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추측이 됐다. 한양 역시 레벨 4였기에 계수가 더 높은 정하보다는 덜 해도 매우 고통스러웠다.
"어..대단하다고 생각할 것까지야..저도 기절한 뻔한 걸요. 저도 정하양 만큼의 계수였으면 기절했어요. 그리고 괴짜로 보이겠지만..사실 버틴다는 생각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했었거든요. 이 고통들을 저항 없이 받아내면서 마치 처음부터 느꼈던 것마냥 적응하자. 이 생각을 했거든요. 신체를 절단하거나 타격하는 것도 아니고, 귀에서 들리는 소음이니깐요."
"몸이 조금씩 적응해가면 움직일 수 있겠지- 잘 안 되는 연산도 처음부터 '소음'이 있었다는 가정하에 연산을 하면 능력이 써지지 않을까 - 생각을 하고 했는데..실패했네요, 하하..그래서 나중에 그 핸드폰 또 보이면 바로 염동력으로 박살내려고."
한양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어쨋든 쓰기 전에 끝내버리면 되니깐.
"그 마음 이해해요. 저도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이니깐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하양. 우리가 잘 케어해줄게요. 그때는 저도 정하양을 못 챙겨서 미안했거든요-"
>>205 맞아맞아! 그땐 음...확실히 샹그릴라 섭취 중일 때는 일부러 노리고 능력을 썼을 테니 적대가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닐 것 같아! 지금은 그냥 예전에 조금 빡빡하게 굴었던 류화의 모습이랑 샹그릴라를 먹었던 일이랑 겹쳐서 조금 이야기하고 말 듯한?
선경은 리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눈밑은 시꺼멓고 얼굴은 창백해서 시체 같은 낯으로 아침부터 찾아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 오는 골칫덩이 환자는 착잡한 선경의 얼굴이 아니라 안내 책자에 고개를 박고 있다.
"쌤, 센터에서 시설 연계할 수 있죠. 저 도움 주고 싶은 애가 있는데요." "이리라 학생."
정적이 흘렀다. 리라는 천천히 안내 책자에서 시선을 뗀다.
"네?" "지금 신경 쓸 곳이 거기가 아니잖아요. 여기서 갑자기 증량해서 좋을 것도 없고 효과도 없을 거예요. 환경이 문제니까.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을 자꾸 맞닥뜨리는 게 문제인데 그걸 약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어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그럼요?"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다면서요. 그쪽은 왜 고려하지도 않는 건가요?" "안 가면요?"
리라는 팜플렛을 뒤집어 빈 공간에 볼펜을 끄적인다. 검은 나비가 빠르게 그려지고 곧 날아오른다.
"저 혼자 안전해서 뭐 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각오하고 가요. 저만 빠지기도 싫고 다른 사람들 다칠 때 안전한 곳에서 숨 죽이고 있는 것도 싫어요. 혼자 튀고 싶지 않고요, 무엇보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짐덩어리 되기 싫다는 게 그렇게 욕심이에요?"
나비는 팔랑거리다가 책상 모서리에 앉았다.
"결함 있는 거 들키기 싫고 걱정 끼치고 싶지도 않아요. 거기서 또 이상해지면 다들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각자 한 사람 몫은 하는 게 당연해요. 같지 않은 이유로 1인분 못 하는 부적격자인 거 티내고 싶지 않다고요."
임무 수행에 결격 사유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싫다. 두렵다. 당당한 척 착한 척 강한 척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외치면서 속은 그렇게 볼품없이 썩어 있다는 걸 알아버리면 날 어떻게 볼까.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위선자? 가식적인 어린애, 겁쟁이? 어느 쪽이든 받고 싶은 평가는 아니다. 그는 사랑과 신뢰를 줄 수 있고 필요할 때 마땅히 기댈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렇게 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다시는 미움 받고 싶지 않다. 살갗 맞닿는 것만으로도 역겹다는 눈빛을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흥분해서 죄송해요. 저 갈게요. 처방전 떼 주세요."
한 손에는 처방전, 한 손에는 빗자루를 실체화 시키고 진료실을 나가는 리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경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1년간 조금씩 나아지나 싶더니 저지먼트에 들어가서 자기를 돌아볼 만한 이야기도 듣고, 한동안은 순조로운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향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저 애를 저렇게 절박하게 만드는 걸까.
모르겠다. 선경은 믹스커피 봉지를 뜯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내렸다. 부드러운 커피 향도 찜찜함을 씻어내진 못한다.
"중간부분 처치법이 옳지 않았으니 -20점, 상처부위를 덮는 과정이 허술해서 -20점, 결정적으로 붕대처치를 확실하게 하지 않아서 -40점임다. 아무리 갑갑하다 한들 잘 지탱해준단 느낌으로 감아야 나중에 활동할 때도 문제가 없다구여. ...그래도 얼렁뚱땅 넘어가려하지 않고 최소한 제대로 치료를 하려곤 했으니 +50점 드리져 머."
'평범함'을 여전히 고수하며 자신의 박한 점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당신에게 그녀는 졌다는듯 나름 납득할만한 추가점수를 주었다.
"......"
하지만 한번 글러브를 낀 순간, 불평불만을 들으면서도 그녀는 묵묵히 당신의 상처를 돌보았다. 딱히 전수받지도 않았고, 연구소에선 늘상 있는 일이었기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사실 맘같아선 당신이 뭐라 하던 더 적법한 상처봉합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마취제도 필요했을 것이고 놀러온 마당에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의료용 스테이플러를 들이대지 않은 것으로 내면적 합의를 보았을까? 상처 봉합용 테이프보단 그게 더 확실하겠지만 아마 당신은 그걸 보자마자 뭘 들고 온거냐며 놀랄 수도 있으니... 좌우간 처치를 마친 그녀는 어쩐지 갑갑하다 느끼는듯한 당신을 바라보다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무얼 하다 다치셨는지는 묻지 않겠지만, 가볍게 넘어갈 상처 같은건 없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상처가 화를 불러오는 경우는 많으니까여."
뭔가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문 그녀를 보고서 그렇게 읊조렸을까, 물론 금방 평상시의 웃는 표정으로 돌아갔으니,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음~ 사실 이 근처에서 그냥 고기도 구워버릴까~ 하고 바베큐 그릴도 챙겨뒀슴다만, 근처 가판대나 음식점도 좋겠지여~ 어느쪽이든 맛있을 검다!"
그렇게, 저지먼트 회합이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이 끝났다. 3학년생들, 2학년생들, 1학년생들.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누군가는 각오를 갖고, 그렇게 마음을 다진 채로 헤어져간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키가 작은 이가 있었다.
양 주머니에 한가득, 과자를 한아름, 무슨 설치류가 볼주머니에 먹을거리 한가득 채워넣은 마냥 채워넣고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1학년생인 이경과 애린이, ‘동아리’ 동기와 선배들에게 과자를 한가득 돌린 것은 혜성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성운 역시도 그것을 받았고, 마침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시점에 그것을 몰래 삽삽 먹었더랬다.
그런데 하필 그게 애린의 눈에 딱 걸려버린 바람에, 성운은 책상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무수한 과자의 요청에 휘말려버리고 만 것이다. 입 짧은 성운으로서 그것까지 다 먹기에는 무리였기에 동아리 모임이 끝나자마자 애린을 찾아가 과자를 돌려주려 했으나, 모임이 끝나는 즉시 귀신같이 사라져버린 애린을 찾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지금 이 나레이터는 제 4의 벽 너머에 있으니 그 1학년생의 이름이 류애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고, 서성운이라는 인물은 그 자기보다 껑충하게 큰 1학년생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 사실 그가 저지먼트 인원들 중에서 이름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이름은 명부에서 봤고 얼굴도 다들 모일 때마다 봤으되 이름과 얼굴을 매칭시키는 것은 아직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한 170cm쯤 되는 눈이 보라색이고 하여튼 큰 여자아이 봤어요? 하고만 물어볼 수 있지, 애린이 어디 갔는지 봤어요? 하고는 물어볼 수 없다.
거기에 덧붙여 각오를 다진 것과 별개로, 이 조그만 2학년생이 극한의 I라는 건 어디 안 가서 이름을 대고 물어보기는커녕 물어보는 것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성운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난처한 얼굴과 불룩한 주머니를 한 채로 이미 갈 사람 다 간 부실을 어정거리고 있는 것뿐이다.
따라가겠다고 당시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잊고 있던 것들이 있었다. 인첨공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은 둘째치더라도 저 밖에서 자신의 편지를 손꼽아기다리고 있을 자신의 가족들을 혜성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딸이, 동생이 인첨공에서 노력하고 있는 줄 알고 있을텐데 그 당사자는 너무나 쉽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일에 선뜻 찾아가겠다 이야기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부실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혜성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왜 잊고 있었을까. 무겁고,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이해하기도 전에 이해해야만 하는 것들이 쏟아진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답을 내려보면 스스로에게 경멸하고 만다. 다 털어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털어내지 못한 건 자신 뿐일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혜성은 쉽게 부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리에 올려놓은 자신의 완장을 바라보며 눈물이 난 탓에 따끔거리는 눈가를 차가워진 자신의 손등으로 눌러내고 있던 혜성의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향하는 건 당연했다. 사람이 빠져나간 부실에 남은 거라곤, 눈에 익은 후배와 자신 뿐이었으니까.
바깥보다 과학 기술이 20년가량 발전했다는 인천 첨단 공업단지에 대한 소문은 누구나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첨공에 발 들이는 순간 그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길가에 널린 호버 택시다. 바퀴 없이 일정 거리의 공중에 뜬 택시는 일반 사륜 차보다 빠르고, 승차감도 좋으며, 친환경적이고, 2학구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인공지능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시켰다. 그야말로 이동 수단의 혁명이었다. 때로는 인공지능을 믿지 못하는 불안감에 직접 운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호버 택시의 인공지능을 애용했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디에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때때로 증거를 인멸하는 좋은 변명거리가 되기도 한다. 호버 택시를 탄다는 말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야는 호버 택시를 타지 않았다. 스트레인지는 호버 택시의 안전 규정상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곽의 스트레인지는 온갖 인간 군상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엇나가기 시작했는지 담배를 입에 물고 독한 연기에 눈물을 찍 흘리는 스킬아웃 학생, 그저 이런 불량한 분위기가 좋다느니 어서 도망가자느니 쑥덕거리는 괴짜들, 고철 안드로이드에서 쓸만한 부품을 뒤적거리는 갈 곳 없는 부랑자……. 희야는 그 틈새에 능숙하게 섞였다. 지나치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자신을 잠깐 보긴 했지만 금세 잊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개조한 생체이식 칩의 안면인식 저해 기능 덕분이다. 아무리 강렬한 인상을 가진 희야라고 해도, 재머가 켜진 이상 사람들이 알아볼 수는 없었다. 안면을 덮는 홀로그램과 함께 희야는 어지간한 스트레인지 사람들도 향하지 않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밤이라 걱정이라도 한 건지, 마지막 양심이 남은 누군가 거기로 들어갔다간 인첨공 내부에서 어디 아픈 사람의 일부가 되어 흩어질 거라 말했지만 희야는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알아요."
골목을 지날 때면 습격하려는 멍청이들이 있으나 희야가 손에 쥔 것을 보일 적이면 제각기 놀란 눈을 하며 길을 텄다. 개중에는 동경의 시선을 비추는 자도 있었다. 그렇게 골목을 빠져나가고, 으슥하다 못해 스트레인지 내부에서도 인적이 끊긴 곳에는 높다란 건물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한때 스트레인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이 생긴 이후 주변은 자연스럽게 몰락하게 되었고, 텅 비어버렸다. 그렇게 점점 낙후 되어가는 계열에 가세하더니, 결국 스트레인지의 일부에 삼켜지고 말았다. 먼지가 쌓인 폴리스라인은 끊겨있지만 이곳의 흉흉한 소문으로 인해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 세월이 지나 각종 자연 현상으로 인해 낡아 끊어졌을 것이다. 진작 사람의 발길이 끊겨버린 폐건물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당장 뭔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희야는 이 익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암부 '그림자'를 만난 이후에도 이 장소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렇지만 제법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계단을 내려갈 적 발에 이따금씩 채이던 쥐의 시체는 이미 다른 쥐가 뜯어먹은 지 오래고, 벌레는 자신이 얼려버린 탓에 이젠 없다. 미처 치우지 못한 흰색 테이프는 사람이 쓰러진 흔적을 그대로 본땄지만, 이건 치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복도를 지날 적이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소리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이야기를 나누고, 희망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끝내 복도의 끝에 도달할 적이면 이 거대한 문을 열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덥석 잡은 문은 여전히 경첩에 기름칠을 하지 못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고, 여는 것도 꽤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드로이드를 이곳에서 얼어붙게 만들었던 탓인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싸늘한 한기가 볼을 감쌌다. 희야는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전경을 훑었다.
"선객이 있었네."
먼지가 쌓였지만 여전히 이곳만큼은 웅장하다. 거미줄이 켜켜이 쌓였지만 신소재로 된 둥그렇고 우아한 기둥과 대리석으로 되었지만 먼지가 굴러다니는 바닥, 홀로그램의 기동이 멈춰 캄캄하고 이곳저곳 금이 갔지만 인공 태양이 뜰 적이면 이 장소에서 화려하게 비산하던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높다란 계단과 그 위에 놓인 제단, 그 모든 것을 비추는 태양까지. 계단 밑에는 목과 팔다리가 부자연스럽게 뒤틀린 안드로이드가 여전히 얼음 속에 갇혀있고, 그걸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남성이 고개를 돌려 이젠 희야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왜 여기에 있어."
희야의 협소한 인간관계 중 안티스킬에 속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남성 대원이다. 나이는 젊은 편에 속하나 모종의 사건에서 지대한 공을 세워 특수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작은 팀의 반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평소와 달리 제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희야는 저 남자가 누군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장갑을 손에 끼고 있기 때문이다. 표정을 와락 구긴 것이 어두운 공간에서도 떼놓지 않는 선글라스 너머로도 눈에 확실히 담겼다.
"그쪽이 신경 쓸 일이 아니지. 여자는 어디 갔지?"
희야는 그를 향해 걸어가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는 늘 희야를 향해 따뜻한 말을 하는 여성 하나를 곁에 두고 다녔다. 파트너라고는 했지만 두 사람은 영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을 하나의 아이로 두고 얘기하는 모습에 그저 두고 볼 뿐이었던 여자가 없으니 어딘가 어색하다. 희야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는지 남성은 희야가 스쳐 지나가 계단을 오르자 뒤를 따르며 답했다.
"……4학구 치안 유지 때문에 잠시 파견 나갔는데, 그것보다 너 진짜 여기에 왜 있는지 말해."
희야는 계단에 온전히 오를 때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내 제단 가장자리에 능숙하게 걸터앉더니 다리를 꼬았다. 무릎이 올라선 쪽으로 팔꿈치를 괴고, 이내 손에 턱을 괸 희야의 자세는 아래를 시시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희야가 있겠다는데 뭐가 문제죠?" "폴리스 라인이 있으면 들어가지 말라는 거 몰라?" "끊겼잖아. 그쪽은 왜 여기 있는데?"
희야는 위에서 주변을 훑었다. 계단 아래의 전경이 확실하게 눈에 담긴다. 만일 제단에서 내려와 계단에서 몸을 기울이면 대략 5m 남짓한 아래에서 얼어붙은 저 안드로이드 꼴이 날 수도 있겠다. 희야는 주변을 모조리 훑은 뒤에야 시선을 돌려 남성을 쳐다봤다. 어둡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새하얗게 빛나는 것 같은 원반 같은 눈동자를 마주한 남성은 불쾌감을 느꼈는지 선글라스 너머로 시선을 피했다.
"……이곳에서 신호가 잡혀서." "아, 그런가요?"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희야가 신경 쓸 일이에요? 아, 그래. 어디 있냐 물어볼까?" "알려줄 리가 없지." "왜, 희야를 안 믿어서?" "기밀이라서. 새끼야."
희야는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어련하시겠어,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남성은 희야에게 비키라는 듯 손을 내젓더니, 이내 옆에 털썩 걸터앉았다. 희야는 남성이 앉기가 무섭게 눈을 흘겼다.
"신성모독이다." "네가 앉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당연히 나는 문제가 없지요." "그래서 왜 왔는데."
아마 남성은 자신이 대답할 때까지 절대 이 제단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을 심산인 것 같다. 이런 찰거머리 같은 녀석이 뒤를 밟았으니까 다 조졌지. 희야는 질린다는 듯한 형식적인 반응을 보내고는 이 장소가 깨끗해지면 얼마나 웅장하고 아름다울지 가늠하는 듯한 남성에게 툭 던졌다.
"어이, 죽을 각오라고 알긴 하나?"
같은 저지먼트 동료 중 나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에게 보였던 시건방진 말투였다. 남성은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금세 미간을 좁혔다. 저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마침 이곳에서 둘의 유치한 말다툼을 막아줄 여성도 없었다.
"갑자기?" "대답이나 하시지." "맹랑하긴, 우리 같은 안티스킬이야 늘 있는 일인데, 왜." "그러면 죽여본 적 있어?" "사살이라면…… 그래. 있지. 그건 또 왜." "종용한 적은?" "뭐? 없지." "죽어본 적은?" "없지, 왜, 갑자기 또 그 지랄이야? 이 맹랑한 애새끼야." "난 있어." "뭐라는 ㄱ- 에취!"
희야는 허리를 펴더니 괴던 팔을 뗐다. 이내 꼬았던 다리를 펴며 팔을 뒤로 기대고는, 체중을 실었다. 몸은 천천히 뒤로 기울더니, 이내 팔은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제단 위에 풀썩 눕게 됐다. 갑작스럽게 먼지가 피어오르자 남성은 고개를 돌려 재채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남성을 배려하지 않고 희야는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누가 죽음이니 뭐니 얘기할 때면 흥미부터 생기더라고. 저 인간들이 과연 죽음의 가치를 알까? 뭐, 아니까 얘기하겠다마는 동조하는 것들은 어떨까? 바깥 것들은?"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어이, 애새끼."
먼지가 묻은 것 같은 코 끝을 손등으로 훔치던 남성은 허리를 굽히더니 손으로 제단 끝을 부여잡아 몸을 지탱한 채 희야를 내려다봤다.
"그런 건 네가 더 이상 신경 쓸 게 아니잖냐." "이제 보니 얼굴 반반하다? 몇 살이야?" "개지랄 떨지 마라. 맹랑한 애새끼." "하하하-! 맹랑하다고 해줘서 이것 참, 고마운걸."
희야가 깔깔 웃자 남성은 표정을 다시금 와락 구겼다. 이래서 이 녀석을 대하는 게 싫었다. 이런 사람을 대할 때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을 아무렇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매체에서 본다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그 사람들은 대다수 자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고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 이 맹랑한 고등학교 3학년이 무엇을 따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직감은 말을 해주고 있지만 확답을 들어야 할 것 같아 남성은 미간에 새긴 주름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너, 그거 네 말투 아닌 거 다 알아, 이 새끼야." "……어떻게 알았지?" "그야 내가 아는 맹랑한 애새끼는 말이다, 늘 희야는요~ 뭐 했는데요, 아~ 뭐였더라, 뭔가 아무튼 했지 뭔가요? 어라~? 같은 얄밉다 못해 주둥아리 손바닥으로 후려치고 싶은 말투를 쓰는데. 너, 지금 누굴 따라 하는 거냐."
가성까지 섞어가며 자신을 어색하게 따라 하는 모습에 희야는 눈을 반쯤 감았다. 지루하다는 듯,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표정 센서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표정을 습득하는 과정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남성은 사람 같지 않은 눈동자와 함께 저런 표정을 짓자 돋기 시작하는 소름을 지우기 위해 무진 애썼다.
"흉내 내는 인위적인 인격을 알아서 무엇에 쓰려고?" "글쎄다. 적어도 지금 상황은 막겠지, 소름 돋으니까 하지 마라." "막지 마. 방어기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말 좀 들어보란 소리지. 나 미쳐버릴 것 같아. 이미 미친 새끼긴 한데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아. 나 미치겠다니까." "설명을 해라, 애새끼야." "아- 새끼, 아가리 존나 더럽네." "뭐?"
희야는 푸르스름한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남성은 희야의 인간답지 않은 손에 시선을 둬야 할지, 아니면 덮어가린 얼굴 너머의 눈을 마주해야 할지 고민하다 이내 손에 시선을 두기로 했다. 적어도 눈보다는 불쾌감이 덜했다.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한다면 익숙한 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요? 그런데 불청객이 있을 줄이야. 그것도 평안을 방해하는 녀석이." "무슨 일인데." "대답해 줄까 보냐." "아, 지금 여기서 데 마레로 데려가달라고? 사정까지 낱낱이 설명하고?" "나 레벨 3이에요." "어쩌라고, 다시 그때처럼 제압해 줘?" "에어버스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던 새끼가." "적어도 너는 제압했지." "하아. 어쩌다 저딴 새끼에게 잡혀서 내 찬란하던 인생을 조졌대요?"
희야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남성은 저 반응이 인위적임을 알고 있지만 달리 말을 얹지 않았다.
"첫째, 샹그릴라를 만든 녀석들이, 그러니까, 암부가 나에 대해 알고 있어요." "뭐?" "너는 아가리 가볍지 않은 놈이니까 나랑 기밀을 공유해 줘야 해." "갑자기? 이 애새끼가. 확 퍼뜨린다?" "그러면 에어버스터가 터뜨린다."
저지먼트는 아이들 집단 아냐? 학생들에게 암부가 왜? 그렇지만 이 맹랑한 꼬맹이는 좀 다른 세상을 살았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남성은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아무튼 뭐, 암부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시위 막고 여기에 동조할 자격이 없지 않냐고." "그 저격 사건 말이냐?" "응, 암부 짓이죠. 하, 뭐, 이해는 가요."
희야는 메마른 웃음을 뱉었다.
"하하, 뭐 그럴 법도 하지. 내 말 한마디에 다들 호버로 들이받고, 그 난동을 부리고 그랬는걸……. 그쪽과 퍼스트클래스에게 제압되기 전까지 말이야. 그런 수라장이 벌어졌는데 범죄자 녀석들이 나를 모르겠어요? 아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말이죠, 신경 안 쓴단 말이에요. 어차피 알려지든 말든 난 더 이상 책임이 없어. 무죄잖아." "무죄가 방패는 아니지만 말이다." "닥치고 내 말 끝까지 들어요." "이 애새끼를 진짜 확." "여기까진 괜찮아…… 시위든 뭐든 다 괜찮아. 내가 무슨 짓을 했든지 이제 난 저지먼트고, 무죄고, 아무튼 그렇다고…… 그런데 갑자기 데 마레에 애새끼가 생겼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지먼트 중에 하나가 나한테 애새끼들을 맡기고 갔다고. 차일드 에러를……. 그리고 난데없이 다들 죽음을 각오해야 한대잖냐, 죽음을……."
희야의 목소리가 긁히는 것 같이 갈라졌다. "인간들이… 인간들이 이상해졌어……." 작은 짐승이 앓는 듯한 목소리에 남성은 금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맹랑한 꼬맹이는 이다음에 일어날 일을 안다. 그리고 남성도 알고 있다. 어째서 이 꼬맹이가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지도 안다. 남성은 침묵을 지키다 무거운 입술을 뗐다.
"야." "…뭐." "……그거 트라우마 증세 같은데, 소장님께 말씀 안 드렸냐?"
남성 또한 저런 반응을 보인 적이 많다. 안티스킬 대원으로서 처음 사살을 경험했을 때, 그리고 이 맹랑한 애새끼를 제압한 이후로도 줄곧 이런 반응을 겪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희야는 달랐다. 희야는 푸르스름한 손가락 틈새로 빼끔 시선을 내비쳤다. 홉뜬 눈동자는 창백한 달을 그대로 담은 것 같기도 하고, 태양을 온전히 담은 것 같기도 했다. 남성은 피조물을 관망하는 듯한 제3의 존재가 내비치는 시선을 애써 마주했다.
"아니, 이건 그저 시련일 뿐이야."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희야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표정을 바꿨다. 명령을 입력 받은 안드로이드처럼 표정이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은은하다 못해 명화 속에 나오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빼닮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음, 희야가 방금 그렇게 프로그래밍 했다고 하면 믿어줄래요?" "……데 마레로 간다." "어라-? 이러면 안 되는데. 어어, 이거 납치야, 이거 납치야-" "개소리 마라, 애새끼." "아, 진짜 싫어요! 집에 보내줘요!" "집이 데 마레 아니냐?" "희야 사는 곳 따로 있거든요?! 누굴 연구실에서 숙식 해결하는 생물학과 대학원생으로 알아!!" "어디 사는데." "알려줄까 보냐!" "그럼 진짜 데 마레로 간다." "아! 아!! 3학구! 3학구!"
남성은 결국 희야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 짐짝처럼 어깨에 둘러메더니, 그대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게 또 재밌다는 듯 깔깔 웃는 소리가 예배당을 울렸다. 경첩 바르지 않은 문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등지고 닫혔다.
"코피 흘린 건 다친 것도 아니예요~ 뼈 하나는 부러져야 어디 가서 다쳤다고 할 수 있죠. 오히려 싸게 먹혀서 좋았지. 코피 한 번 흘리고 세 명의 생명을 구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두동강 내버리고 싶은 녀석들이지만요."
사실 저번에 세 무리의 수장격으로 보이는 녀석이 손가락으로 빔을 쏘기 직전에 염동력으로 손을 하늘이 아니고, 옆의 동료로 향하게 만들까 말까 고민을 했던 한양이었다.
"EMP가 있다면 좋죠. 녀석들이 쓰는 이상한 핸드폰도 방해할 수 있고. 근데 어떻게 넣는 건가요? 저는 EMP 하면 미사일 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테이저건 개념의 emp인가."
EMP가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는 것임은 알지만 자세하게 알지는 못 했다. 애초에 한양은 군사지식에 능통하지도 않고, 그 세부분야도 CQC, 개인화기, 시가전 전술만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CQC야.. 한양의 비능력 분야 중에서 제일 관련이 깊으니깐..
"그렇다면 믿을게요. 그렇게 각오하니깐 믿어야지."
이어서 정하는 그 동안의 속풀이를 하려고 하는 듯, 다른 질문을 꺼내려고 했다. 역시 예상대로 생각이 복잡한 건 맞긴 맞구나..라고 생각했다.
"네. 말해봐요."
한양은 타이핑을 하던 문서를 저장해서 끄고, 정하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부담감이요?"
그러니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본인이 충분히 그 값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 과연 본인이 이런 힘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라는 속뜻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거 저는 과거형이 아니예요. 지금도 느끼고 있어요. 부부장이 되어서 느끼기 시작했죠. 작년까지는 그런 거 안 느꼈어. 사실 레벨보다는 직책에서 오는 부담감이 더 컸죠. 내가 어버버대면 애들 다 뒤진다, 잘못 판단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죠."
레벨도 레벨인데.. 그 이전에 부부장이었다. 직책에서 오는 책임감. 책임감으로 인해 어깨는 늘 무겁기 마련이었다. 없던 책임감도 만들어줄 정도니깐. 본인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책임감이 생길 줄은 몰랐었다.
정하는 저번 시위에서 쓰러질 때..사실은 아무것도 안 해서 안심했고, 그 모습에서 역겨움을 느꼈다고 했다.
"정하양이 왜 안심을 느꼈는지 아세요? 그것도 상황이 다 잘 풀리니깐 안심을 느낀 거예요. 그거는 가진 힘이랑 상관이 없다고 봐요. 아, 그래. 잘 풀려도, 나는 잉여인간인가..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근데 정하양이 느낀 감정, 그거 역겹고 이상한 거 절대 아니예요."
"내가 쓰러졌어도 그랬을 거야. 내가 쓰러져도 애들이 알아서 잘해줬구나. 안심된다. 그러니깐 거기에 역겹다는 둥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요. 애초에 정하양이 그렇게 느낀 건데 뭘 어쩌라고. 그런 생각이 들거나 느껴지면, 그러면 그런거지..거기서 더 나아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어서 말을 이어갔다.
"잘하고 있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정하양이 한 것이 없었던 건 저번 시위 때만 그랬으니깐요. 게다가 정하양이 그때 무력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잖아요.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어떻게 항상 활약하고 다녀. 그런 걸로 따지면 우리 도움 없이도 은우가 항상 쓸어버리고 다녀야지. 안 그래요?
그리고 저지먼트 생활 길어요. 앞으로 많은 싸움도 있을 거구요. 그때 더 잘하세요. 3년이라는 관점으로 길게 보면 정하양이 그때 막 쓰러지고 기절한 거..그거 정말 새발의 피 수준도 안 되는 흠일 뿐이니깐요. 또 사람이 커리어에 흠이 없을 리가 없으니깐."
희야는 당신의 마니또였기 때문에 연락처에 적힌 레벨과 다르다는 점도, 그리고 현재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물론 물어보지 않는 이상 끝까지 꼭꼭 숨길 생각이지마는. 흥청망청 쓰겠다는 점은 진심인지 이것저것 휙휙 주문해버리곤, 희야는 이어지는 주문에 당신을 흘긋 바라보더니 눈을 휘었다. 이 후배, 마음에 든다.
"자리 부탁할게요!"
희야는 당신이 자리를 찾는다 하자 잠시 고개를 돌려 걷는 방향을 쳐다본다. 그리고 계산을 끝마치려 했다.
"그러니까...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로투스 카라멜 크로플에 아이스크림 추가, 오레오 프라페, 과일 크로플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추가, 메론소다 큰 사이즈, 생크림 롤케이크 한 조각 맞으시죠?" "네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드 앞쪽에 대주세요."
희야는 소매 너머로 가느다란 손목을 드러내더니 카드 리더기에 댔다. 삑, 소리와 함께 결제가 완료되자 점장은 한 마디 뱉는다.
"영수증 드릴까요?" "아뇨." "준비되면 불러드릴게요."
벨은 따로 없나? 아, 칩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구나. 희야는 팔랑팔랑 당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히 웃었다. 저 멀리서 음료 준비를 위해 블렌더를 꺼내는 소리가 들려오고, 볕 잘 드는 자리를 찾은 당신을 보며 소매로 가려진 팔을 쫙 폈다.
"자리 너-무 멋져! 여로는 자리도 멋진 곳을 찾는구나-! 맞다, 우리 수상한 메뉴가 나오면 사진으로 증거부터 남겨요!"
"코피 흘린 건 다친 것도 아니예요~ 뼈 하나는 부러져야 어디 가서 다쳤다고 할 수 있죠. 오히려 싸게 먹혀서 좋았지. 코피 한 번 흘리고 세 명의 생명을 구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두동강 내버리고 싶은 녀석들이지만요."
사실 저번에 세 무리의 수장격으로 보이는 녀석이 손가락으로 빔을 쏘기 직전에 염동력으로 손을 하늘이 아니고, 옆의 동료로 향하게 만들까 말까 고민을 했던 한양이었다.
"EMP가 있다면 좋죠. 녀석들이 쓰는 이상한 핸드폰도 방해할 수 있고. 근데 어떻게 넣는 건가요? 저는 EMP 하면 미사일 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테이저건 개념의 emp인가."
EMP가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는 것임은 알지만 자세하게 알지는 못 했다. 애초에 한양은 군사지식에 능통하지도 않고, 그 세부분야도 CQC, 개인화기, 시가전 전술만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CQC야.. 한양의 비능력 분야 중에서 제일 관련이 깊으니깐..
"그렇다면 믿을게요. 그렇게 각오하니깐 믿어야지."
이어서 정하는 그 동안의 속풀이를 하려고 하는 듯, 다른 질문을 꺼내려고 했다. 역시 예상대로 생각이 복잡한 건 맞긴 맞구나..라고 생각했다.
"네. 말해봐요."
한양은 타이핑을 하던 문서를 저장해서 끄고, 정하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부담감이요?"
그러니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본인이 충분히 그 값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 과연 본인이 이런 힘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라는 속뜻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거 저는 과거형이 아니예요. 지금도 느끼고 있어요. 부부장이 되어서 느끼기 시작했죠. 작년까지는 그런 거 안 느꼈어. 사실 레벨보다는 직책에서 오는 부담감이 더 컸죠. 내가 어버버대면 애들 다 뒤진다, 잘못 판단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죠."
레벨도 레벨인데.. 그 이전에 부부장이었다. 직책에서 오는 책임감. 책임감으로 인해 어깨는 늘 무겁기 마련이었다. 없던 책임감도 만들어줄 정도니깐. 본인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책임감이 생길 줄은 몰랐었다.
정하는 저번 시위에서 쓰러질 때..사실은 아무것도 안 해서 안심했고, 그 모습에서 역겨움을 느꼈다고 했다.
"정하양이 왜 안심을 느꼈는지 아세요? 그것도 상황이 다 잘 풀리니깐 안심을 느낀 거예요. 그거는 가진 힘이랑 상관이 없다고 봐요. 아, 그래. 잘 풀려도, 나는 잉여인간인가..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근데 정하양이 느낀 감정, 그거 역겹고 이상한 거 절대 아니예요."
"내가 쓰러졌어도 그랬을 거야. 내가 쓰러져도 애들이 알아서 잘해줬구나. 안심된다. 그러니깐 거기에 역겹다는 둥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요. 애초에 정하양이 그렇게 느낀 건데 뭘 어쩌라고. 그런 생각이 들거나 느껴지면, 그러면 그런거지..거기서 더 나아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나는 오히려 정하양 기특하게 느껴져요. 무력화됨에도 안심했다는 건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어서 말을 이어갔다.
"잘하고 있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정하양이 한 것이 없었던 건 저번 시위 때만 그랬으니깐요. 게다가 정하양이 그때 무력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잖아요.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어떻게 항상 활약하고 다녀. 그런 걸로 따지면 우리 도움 없이도 은우가 항상 쓸어버리고 다녀야지. 안 그래요?
그리고 저지먼트 생활 길어요. 앞으로 많은 싸움도 있을 거구요. 그때 더 잘하세요. 3년이라는 관점으로 길게 보면 정하양이 그때 막 쓰러지고 기절한 거..그거 정말 새발의 피 수준도 안 되는 흠일 뿐이니깐요. 또 사람이 커리어에 흠이 없을 리가 없으니깐."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운은 혜성의 이름을 깍듯이 불러오며 혜성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없는 부실을 황망히 둘러보다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돌아가야 하는데······ 혹시, 그, 170cm에, 눈이 보라색이고, 회색 머리카락에, 하여간 큰 여자애 혹시 누군지 아세요?”
혜성이 애린을 알고 있을지는 성운 역시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 당장 말을 붙일 수 있는 안면있는 사람이 혜성밖에 없다. 애초에 이 부실에 남아있는 사람이 성운과 혜성 말곤 없긴 했지만, 부실에 아까 있었던 인원이 다 집합한다고 해도 말을 붙여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네 명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은우, 한양, 리라, 아지. 성운은 낙담한 듯이 고개를 떨궜다.
“······하긴 이제 와서 여쭤봐도, 걔는 이미 가버리고 없고······.”
그러나 성운은 꽤 쉽게, 그냥 자기 양 주머니에 가득차버린 과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고개를 금방 바로 세웠다.
“선배님은 안 돌아가시······.” 하던 성운은 멈칫한다. 혜성의 양 눈가가 빨갛게 부어있는 것을 눈치챈 탓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 레스 길이는 딱 이 정도가 적당하며 / 늦는 것은 성운주도 마찬가지이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
아니 무슨 정신으로 사람을 5~6층 높이까지 맨몸으로 올렸다가 떨군거야...! 그것도 세명을 묶어서! 농담으로 할 말은 아니잖아! 진정하 무슨 정신이였냐구!!
"으음... 확실히 좋긴 한데... 소형 펄스폭탄이나, 리모컨 느낌으로 나온것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인첨공 기술이면 emp 폭탄정도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뭐 아니면 만들수라도 있고"
인첨공쯤 되면, 동네 철물점에서도 구할 수 있는게 천차 만별이니까. 약간 위험하긴해도, 에초에 우리가 상대하려는것도 불법이다.
그리고 나서...이야기를 잇는다. 어느새 문서를 끄고, 경청을 해준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장이 되고 나서, 본인의 책임과 위험성에 대해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
"...대단하네요. 한양선배."
난 그걸 자각하자마자, 무너져버렸으니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 한다는 것 부터 상위 10퍼센트 안의 정신력이리라. 그리고... 선배님은 내가 듣고싶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이상한가, 난 쓰레기인가. 난...잘못되었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싸그리 반박해준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
"푸흡"
웃음이 나온다.
"아니, 너무 듣기 좋은말만 해주는거 아니에요? 선배?"
그렇게 말하곤, 가까이 끌었던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돌려다 놓는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레벨이랑 별개로, 전 제가 약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인드와 멘탈 부분에서. 난 아직 많이 모자라다. 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
"레벨이 높다고 활약하는게 아니에요. 저 진정하가 약해서 활약할 수 없었던거에요. 제가 기절한건 상관 없어요. 그것보단, 제가 기절하기 전, 추태를 부리느랴 두명이 자기들도 고통스러울텐데... 절 챙겨줬어요."
분하다. 너무나도 분했다. 왜 나는 저사람들처럼, 고통을 딛고 다른사람을 챙기고,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네요."
하지만 한양 선배가 말씀하신것처럼, 아픈건...익숙해지지 않았지만, 그거야 익숙해지는쪽이 이상한거고. 내 감정도 이젠 잘 알았다. 그럼 앞으로 남은건. 저 까마귀자식들을 날려버리는거지. 다음에, 다음에 내가 그 두사람을, 아니 저지먼트 부원들을 챙기면 되는거야.
"선배, 뭐 먹고싶은거 있어요?"
인생 상담을 해준 값이니까.
"배 안고프세요? 상담 해준김에, 귀여운 후배 밥한끼 사주실래요? 아니면 제가 사고!"
내가볼땐, 이런 고지식한사람은 밥사준다고하면 절대 안먹어. 이렇게 사전작업을 해야한다.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해야하니까.
후배가 하는 설명을 들으며 혜성은 꺼낸 생수를 뜯지 않고 안경을 벗은 뒤 부어있을게 분명한 눈가에 가져다댔다. 얼음찜질의 차가움보다는 아니지만 적당히 차가운 생수의 표면이 열오른 눈가를 식힌다. 혼자 함몰되어 있던 생각은 차가운 게 닿자, 다른 것에 신경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보라색 눈동자에, 회색 머리의 키가 큰 여자아이. 겨우 돌아가기 시작한 머리가 후배의 설명을 받아들였고 혜성은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 얼굴은 알 것 같지만 이름을 모르겠다. 워낙 애들이 많아야지.
"글쎄. 누군지는 알 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어. 할 말이 있으면 게시판에 써놓는 게 어때?"
눈가에 댄 생수를 살짝 떼어낸 혜성의 손이 부실에 있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 애매한 웃음이 얼굴에 걸렸다가 사라진다. 후배의 이어진 말 때문이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모두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긴 했다.
"나는 조금만 있다가 가려고."
이 모습으로 가면 담당자에게 놀림을 받거나 그 인상 나쁜 얼굴이 찌푸려지는 걸 보는 게 뻔했기 때문에 적당히 울었다는 티가 안날 때쯤 커리큘럼을 갈 생각이었다. 혼자서. 그 계획에 덩그러니 남겨진 후배가 낄 줄 몰랐지만. 손등으로 열기가 조금 빠진 눈가를 눌러내던 혜성은 후배를 바라봤다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성운은 그제서야 게시판의 존재를 자각했다. 저지먼트 게시판이 있었지. 거기다가 써두면 되겠다. 해결책을 찾은 성운의 얼굴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성운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도움이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부부장님 소개해주신 것도 그렇고, 선배한테는 도움을 많이 받네요.”
하던 성운은, 꼼질거리며 눈치를 본다. 혜성의 그 차분함에 익숙해져 있는 담담한 무표정으로도 채 다 가리지 못한 붉게 상기된 눈가가, 영 눈에 짚였던 탓이다. 성운의 내면에서 또 한차례, 싸움이 시작된다. 타고난 성정이 쓸데없이 상냥한 탓에 그런 것을 가만히 외면하고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성정이 쓸데없이 상냥한 탓에 타인의 아픈 부분을 함부로 건드리기 싫어하는 성격이 내면에서 와장창 충돌을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성격에서 비롯된 모순이 일으키는 내면의 전쟁은, 성운이 흔히 겪는 성격상의 문제였다.
“······그런, 가요.”
신경쓰지 않아도 돼, 하는 담담한 말에 순간 후자의 성격이 성운의 내면에서 승기를 잡는가 했으나, 성운은 이내 한번 숨을 고르고는, 주머니를 뒤적여서 양 주머니에 빵빵하게 가득찬 과자 중 하나를 살짝 뜯어서 혜성에게 내밀어준다. 이 과자를 나눠준 1학년 애한테는 나중에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는 것으로 벌충하기로 결심하고는.
남성은 한숨을 푹푹 쉬며 빈백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인형들이 가득한 건 둘째치고 저 기분 나쁘게 생긴 사람 얼굴 인형은 또 뭐야? 알 게 뭔가, 남성은 희야를 냅다 빈백에 내던졌다. 인형이 우수수 옆으로 밀려나고, 희야의 북슬북슬한 머리카락이나 몸에 붙어 따라온 먼지는 나풀나풀 허공으로 날렸다. 희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남성을 노려봤다.
"아니, 저번에 냉혈한 이미지 바꾸고 싶다면서 세상 너털웃음 가득하던 아저씨같은 면모는 어디에 뒀어요? 이거 희야 학대에요-" "내가 지금 상황에서 사회성 가득한 아저씨처럼 굴어야겠냐?" "하긴 안 어울리긴 했어요. 쫌-생이." "뭐? 이자식이 진짜, 어른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으- 시끄러워요."
희야는 손을 횡방향으로 내질렀다. 다시금 입이 얼어붙은 남성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희야의 조그마한 머리통을 덥석 쥐었다.
"은므, 으그 은 플으?" "안 풀어요, 평생 그러고 사시지." "흐, 뜨뜨튼 믈르 느그믄 드그든?" "어디 해보시지?"
정수기로 걸어가다 우뚝 멈춘 남성은 발치까지 얼려버렸음을 깨닫고 희야를 노려보았다. 희야는 빈백에 등을 기대며 승자의 미소를 얼굴에 출력해냈고, 남성은 그 모습이 얄미웠는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느 으그 은 플믄." "안 풀면 뭐요." "즈그 읏는 을븜으 층쓴드." "이 몰상식하고 무식하고 아무튼 온갖 추악한 것은 다 품은 인간을 봤나!"
남성이 총을 꺼내자 희야는 손을 얼리려 들었지만 이미 겨눈 상태다! 희아는 이를 악물며 얼음덩이를 눈송이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 차라리 데 마레로 데려다달라 할 걸." 불만 가득한 목소리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안전장치가 확실하게 자리한 권총을 다시 집어넣은 남성은 성큼성큼 희야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새끼." "뭐요." "씻고 자라." "나가면 할 거랍니다-" "못 믿겠다. 너 나갈 것 같은데." "어라? 희야가 왜 나가요?" "감시한다 그 뜻이지. 옷 챙겨서 욕실 들어가고 알아서 씻고 나와. 너 자는 것까지 보고 나갈 테니까." "그런 취미가 있었어요? 비록 이 몸뚱이가 고등학교 3학년의 육체는 아니지만, 어라, 더 큰일이네요- 아무튼 미성년자가 씻는 걸 관음하는 취미가 있을 줄 몰랐는데……." "뭐 인마? 나도 눈이 있어!" "이거 혜우랑 혜성이랑 에어버스터랑…… 아무튼 다 일러버려야지." "다른 애들은 몰라도 에어버스터는 내 편 들어줄걸? 가서 씻고 나와라." "싫-어-" "앨범." "이 무뢰배!"
소리를 악악 질러대도 하필이면 층간소음까지 완벽히 커버하는 신소재로 이루어진 집일게 뭔가! 희야는 발버둥을 치다가 힘에 부쳐 늘어지더니 "이씨…… 이 배교자, 이단, 못되먹은 사단마귀." 같은 말을 줄줄이 늘어놓다 남성이 앨범을 가리키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라앉았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네. 눈가는 가라앉았어도 눈은 빨갛게 되어있을테니 굳이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혜성은 임시방편을 그만두기로 했다. 계속 눈에 생수를 대고 있는 것도 좋은 건 아닐테니까. 게시판에 대해 알려주고나서 혜성은 잠시 뚜껑도 따지 않은 생수를 양손으로 쥐며 후배의 반응에 평소대로 웃어보인다.
".. 그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한양이는 만난 것 같네."
도움. 그 단어가 유난히 무거웠다. 왜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는 채 그 무거운 단어와 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혜성은 아주 잠깐 숨을 들이마신 뒤,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었다. 생수 뚜껑을 따며 여러 부원들이 놓고간 완장이 놓여져 있는 곳이 아닌 소파로 걸어가려던 혜성은 잠시 멈취선다. 후배가 과자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과자와 후배를 번갈아바라보던 혜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좋은 생각이네. 고마워. 잘 먹을게."
열었던 뚜껑을 도로 잠구고 혜성은 내밀어진 과자를 집어들었다. 그래, 지금의 자신은 단걸 먹어주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집어든 과자를 입안에 넣고 혜성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나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린다. 선심써서 50점이라 해도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숫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뭐, 상관은 없겠지. 오구오구 당하는 건 이쪽도 그다지 취향 아니고.
"묻지 않는 다라..."
그래, 그게 상호간에 좋을 것이다. 상처가 어쩌니 이전에, 오늘 이렇게 들킨 것도 완전한 내 실수였고. 들키지 않았다면 네게 이런 일 시킬 필요도 없었을 텐데. 후회가 남는다. 그러니 구태여 사족으로 늘어지지 않는 건 이쪽에게도 좋다. 나는 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도록 하면서 움직였다.
"글쎄, 바베큐도 좋긴 하지만... 둘이서 온 것 치고는 너무 소란피우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안 쓰자니 조금 아까운가."
사소한 고민거리로 돌아온다. 그보다, 그릴도 있던 거냐... 대체 돈을 얼마나 써서 누구를 고용했으면 그런 무거운 것까지 챙겨 들고 올 수 있는 걸까. 나로서는 상상이 힘든 이야기다. 여자애 둘이면 근처 노점에서 적당히 때우는 걸로 충분할텐데. 과하다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점례, 넌 어쩌고 싶은데?"
그러니 여기서는 이번 여행의 호스트... 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아무튼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녀석에게 묻는다.
하며, 성운은 꽤 밝게 웃는다. 같은 짐을 짊어진 게 맞나 싶다. 아니, 같은 짐을 짊어지고 있더라도 지금 혜성에게는 어깨의 짐 외에도 발목에 채워진 차꼬가 있지 않나. 가족이라는 이름의 차꼬가. 그렇게 따지면 성운 역시도 발목에 뭐가 채워져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저 밝은 얼굴도 꾸며낸 것일지도 모른다- 염세적으로, 깊이 생각하면 거기까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확실히, 일단 그 짐을 지고도 이 후배는 지금 혜성보다 조금 더 가뜬히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다. 성운은 주머니에서 애린에게서 받은 과자를 꺼내 혜성에게 쥐어주고는, 혜성이 하는 양을 가만히 보다가─
혜성이 앉은 소파 옆자리에 땔롱 앉아버린다. 그리고, 성운은 혜성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그녀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427 곧이듣기 장인인데 또 회유 장인이기도 해서 안티스킬 분께 오해라는 말 충분히 들으면... 성운: “희야선배, 그런 이야기는 잠깐 내려둬요. 식사는 하셨어요?” 성운: “꼬들꼬들하게 삶은 콘길리에 파스타에 수비드한 닭가슴살 깍둑썰기해서 알프레도 소스랑 무쳐서, 모짜렐라랑 파마산 얹고 노릇하게 구워서······.” 성운: “생 파슬리까지 잘게 썰어 올린 다음에, 포크로 한가득 확 찍어서 버억······ 어때요?” 하고 주의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 먹히려나요 👀
도움을 받았다는 말에 혜성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처음 봤을 때와 사뭇 달라진 후배의 모습과 행동은 혜성으로 하여금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했던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왜 멀쩡해보이는 거야? 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밝을수록 어둠이 짙어지는 수순과 같은 것이다. 사실은 그것과 정 반대일지도 모른다.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을 주지 않고 쌓여가서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무언가에 눈을 돌리면, 편의점에서 만난 후배에게 뱉었던 그런 말들을 내뱉을까봐 무서웠다. 자신은 그만큼 겁쟁이임과 동시에 끔찍하리만치 모순적인 인간이었다.
"응?"
후배에게 받은 과자를 집어넣은 혜성은 입을 오물오물,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가 어느새 옆자리에 앉은 후배가 건네는 말에 도록 눈을 굴려서 바라봤다.
까지 말하던 성운의 얼굴에, 뭔가 원래 비밀이었던 이야기를 실수로 흘려버린 사람의 전형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눈이 조금 커지고 시선이 갑자기 요동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성운은 ‘어차피 그리로 모실 생각이었잖아. 몇몇 정도는 한번쯤 데려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라고 생각해내는 데에 성공했고, 다시 시선 방향을 원래대로 바로잡고는 혜성에게로 다시 시선을 맞췄다.
“주방을 다 정리했는데, 혜성 선배와 같이 식사하고 싶어서요.”
뜬금없는 제안일지도 모르겠다. 성운 스스로가 보기에도 이건 꽤 급작스러운 제안이었으니. 그러니 거부당해도 할말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난데없는 제안을 꺼낸 것은, 차분한 미소 뒤로 혜성의 눈동자 속에 가득 차올라 있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저게 아마 눈물샘을 짓눌러 선배의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놓았으리라.
물론, 자신의 이 뜬금없는 제안이 해결책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해결의 계기가 될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주고 싶었고, 그것이 이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성운은 조심스레, 혜성의 입에서 떨어질 승낙 혹은 거절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없이...일까요. 8~10위라면 제로원이 끝나면 퍼스트클래스 셋정도가 사라진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딱히 진지하고 깊고 현실성 있는 생각은 아니지만, 수경은 그냥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막지 않고 말없이 무게감 있는 것들을 옮기려 시도하는군요. 오늘따라 더 무거워보이는건 기분탓일 겁니다.
그 어떤 루트를 타더라도 은우와 세은이가 위크니스를 입에 먼저 담는 일은 없어요. 뭐가 있겠구나.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언동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위크니스가 있고 / 사실 내가 오빠의 위크니스인데.. 위크니스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일은 없답니다. 정사에서 벗어나서 어제 조금 더 빨리 알게 된거고... 사실은 챕터2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개가 있을 예정이었어요! 이 2개의 포인트를 제외하면 다시는 위크니스의 존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고 봐도 좋아요!
ㅋㅋㅋㅋㅋ 사실 그렇긴 하죠! 실제로 이 스레에서는 데플은 없기도 하고! 하지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블랙 크로우 전은 부상 요소가 분명히 있어요. 난이도는 여러분들의 현 전력보다 비슷 혹은 조금 더 위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무작정 능력을 쓴다고 막 쓰러뜨릴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니. 왜 내 능력을 썼는데 적이 한번에 쓰러지지 않죠? ....라고 하면 캡틴 엄청 슬퍼요. (눈물)
>>0 퍼스트 클래스를 제어하기 위해 위크니스라는 인질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일어났고 눈 앞에 있는 부장님과 그리고 세은이라니요.........
거짓말, 거짓말이죠? 아무리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학생이잖아요. 부장님도 세은이도 학생이잖아요.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인첨공이라는 곳에서 미성년자라고 보호받는다는 명제는 참이 아니라는 것을요. 오히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학대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인첨공이라는 사회 분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몇몇 개인이 그것에 저항하거나 나름의 방법으로 소극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거스르고 있습니다.
“저,저도 함께 할래요.”
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그 한 마디만 가까스로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죽는다는 말이 와닿지는 않아요. 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면... 죽는 건 두려워요. 하지만 아픈 건 두렵지 않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이 더 두려워요. 제 행동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저는 할 거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요.
저는 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씨앗들을 손으로 매만집니다. 씨앗의 박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0 수도관과 전기설비의 연결이 끝났고, 스토브도 올렸다! 수도관과 전기설비를 합법적으로 연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성운이 스킬아웃 껄렁패가 아니라 성실히 일해 상가에서 평판이 좋은 저지먼트라는 점이 큰 몫을 했다. 가스 연결까진 어려워서 주기적으로 LPG 통을 배달받아야 할 것 같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주방의 기초가 얼추 완성됐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극한의 자취생활치고는 시작이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다. 이 2층에 있는 몇 개의 방들 중 성운이 머무를 방 하나만 꾸미려 했는데, 점점 갈수록 일이 커지는 기분이고, 2층 창문으로 물건 올리는 게 갈수록 어렵긴 하지만 꽤 재밌다. 체력 단련도 되는 것 같고.
기왕 수도관을 연결한 것, 내일은 화장실과 샤워실(놀랍게도 있었다)을 청소해서 다시 물을 틀면 학교에까지 오락가락하지 않아도 일반 하숙집이나 자취방과 별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정수 필터를 달면 조촐하나마 의료실도 꾸밀 수 있겠고. 폐건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스킬아웃들의 주거지 중에서도, 이 정도면 출입구가 무너져내려서 배관을 타고 창문으로 출입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상위 5% 이내에 들리라.
─능력도 상위 5% 이내에 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히 각오는 다졌다. 그렇지만 각오를 다지는 것만으로 열세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능력은 개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엉킨 실들은 하나를 풀면 제곱으로 더 복잡하게 엉킨 실뭉치가 나타나고, 그것을 풀면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균열이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하고 최남선이 싯구로 자아낸 바다마냥 아가리를 벌리는 것이 가히 경악스럽다.
이 인첨공에서, 학생이란 그 인권을 상실하고 마치 자원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학생 중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이들이라고 예외일까. 아니, 오히려 높은 성취를 이룬 이들일수록 더 거대하고 끔찍한 균열이 찍혀있었다! 그것도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워내야 할 어른의 손으로, 그 인격과 인권을 모조리 부정당한 채로. 그리고 성운은 이제 그 커다란 균열 앞에 서 있다. 우연히 만난 어느 뒷모습을 따라온 끝에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이제서야 알아냈고, 때맞추어 만난 유능한 어린 선생의 도움으로 양 손에 그 수단까지 들었건만, 균열 앞에서는 양손에 바늘 하나씩을 든 햄스터 꼴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한 각오다. 그 사실을 알고도 성운은 완장을 던졌다. ─상위 5%는커녕 제대로 자각도 못한 능력이지만, 외면하고 싶지 않은 결심이 있다.
정의. 正義가 아닌 定義를 위해, 성운은 자신이 도망쳐나온 인첨공의 그늘을 다시 한 번 마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더 이상 도망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싶다. 평온한 삶을 갖고 싶다. 평범하게 웃고 떠들며 싸우기도 하는, 바깥과 다를 바 없는 학창생활을 하고 싶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참혹한 운명에 목이 잡아채인 부장님과 세은이도, 부부장님도, 정하도, 아지도 리라도 혜성 선배도 그 누나도 아직 인사나누지 못한 저지먼트의 다른 모든 아이들도 목화고 아이들도 인첨공 아이들 모두가, 지금 스킬아웃이란 이름 아래에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까지 모두, 행복한 삶을 되찾도록 도와주고 싶다.
성운에게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성운은 햄스터가 이빨과 바늘로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로 했다. 아무리 하찮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아킬레스 건을 찔러올 조그맣고 뾰족한 이빨이 되기로. 그리고 고통스러울 그 시간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충실하고, 매사에 행복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하기로. 그래서 마침내 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그 날이 가까울 때, 흔들림 없이 서있을 내실을 다지기로.
어째서 그렇게 결심했는가 하면, 성운은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전쟁, 전쟁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우 선배와 세은이의 위크니스라는 비밀이 밝혀진 당일. 원래였다면 부실이 거의 빌때까지 자리를 지켰을 청윤이었지만 리라의 상태가 뭔가 조금 이상했다. 이전의 진실게임에서 분명 행복하다고, 분명 즐겁다고 했지만 청윤이에겐 리라가 정말 괜찮은지 제대로 믿을 수 없었다. 리라는 어려서부터 모델로써 연예계 활동을 계속했고, 무서운 부모 밑에서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태도로 고생했다. 이걸 직접 마주한 입장에서 과연 이 부모 밑에서 자란 리라가 그 힘들다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괜찮았을까? 만약 괜찮았다면, 아이돌로써 활동을 계속하지 이런 인첨공에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떠나지 않아다.
어쨌든, 청윤이는 리라에 대한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잠시 나가보겠다는 리라의 모습이 조금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리라를 따라나섰다.
"..리라야, 괜찮은거야?"
리라의 뒷모습을 보고 청윤은 조심히 말을 걸었다. 리라가 약통을 들고 있는 건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푸른 눈동자가 굴러가며 자신을 훑는 것을 눈치챈다. 리라는 그런 청윤을 가만히 마주보았다. 올곧은 눈빛, 그러나 머리를 붙잡은 동작 하며 충격이 덜 가신 표정은 지난 이야기의 여파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청윤이 리라를 관찰하듯 리라 또한 청윤을 관찰한다.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반응을 내놓기 위해서.
"내가 그랬나? 흐음, 조금 놀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럼 나 걱정돼서 나와준 거야? 고마워라. 청윤이는 정말 섬세하네. 저번에 부축해 줬던 것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표정도 안색도 평소와 다를 것 없다. 단지 급하게 걸음한 탓인지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힌 정도가 달랐다. 리라는 가만히 청윤을 바라보다가 한발짝 더 다가간다. 그리고 청윤이 피하지 않았다면 가볍게 청윤의 어깨를 감싸안으려고 했을 것이다.
"응, 충격적이었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인가 싶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건 둘째치고 발상 자체가 잔인해."
인첨공에 처음 와 머리에 전극을 꽂았을 때, 레벨에 따라서 학생들 간의 계급이 구분되는 걸 체감했을 때, 그런 내부 법칙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마주할 때마다 이곳이 그가 원하던 낙원이 될 수 없단 사실은 진작에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아무리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고 해도 지옥이 도사리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았나. 화려한 기술력과 마법 같은 초능력 뒤에 숨겨진 이면이 너무나도 지저분하다. 치가 떨린다.
"나이를 먹으면 뇌가 제 기능을 잃고 계산기 역할만 하도록 구조가 바뀌는 걸까. 어른이란 작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런지 모르겠어. 정말 지겨워. 그렇지?"
묻는 말에는 대답 않고 딴소리로 대꾸한 리라는 이윽고 가만히 청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이다. 그와 다를 것 없는.
리라는 낙원이 될수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받아들여서 인첨공이 지옥이라는 걸 알고 받아들이려는 반면(캐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혜성은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됐음에도 인첨공이 언젠가는 낙원이 될거라고 믿는 미친 생각을 하는 게 참 재밌다......(맘대로 남의 자식이랑 내새끼랑 섞어 캐해해버리기)
손을 뻗어 화분 안에 들어있던 꽃 한 송이를 꺼낸다. 가까이 가져와 코에 대고 숨을 들이마시자 은은한 향이 훅 끼쳐온다. 눈을 감고 여타 인공적인 냄새와는 다른 향긋한 냄새에 집중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시기를 몇 번 반복하던 중 순식간에 향이 사라진다. 단순히 같은 냄새를 오래 맡아 후각이 둔해진 것과는 다르다.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하는 것이 올바르리라. 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안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매끈한 느낌을 통해 여전히 꽃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 어느덧 레벨 3이 되어선지 감각을 차단하는 정도는 쉬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다시 한번 연산을 거치자 이전보단 옅어진 꽃 향이 여전히 코 끝을 맴돌고 있었다.
어깨를 감싼 손끝이 살짝 떨렸다. 걱정. 걱정을 시켰구나. 리라의 눈빛은 잠시 밑바닥을 헤맨다. 그런 건 원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걱정 끼쳐서 미안해. 하지만 나 괜찮아, 청윤아. 언제 내가 힘들어 하는 거 봤어? 이 정도로는 끄떡 없지. 저번에는 워낙 머리가 아파서 좀 그랬지만~ 이젠 다 나았어. 괜찮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쉽게 알아챌 수는 없을 거다. 이들 앞에서 크게 티낸 적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직접적으로 증상을 마주하고 파악한 건 아직까지는 혜우 뿐이고, 청윤의 앞에서도 정신을 놓을 뻔 했지만 그건 두통 탓으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은 괜찮다.
"그렇지, 무서운 게 정상이지."
리라는 청윤의 말을 가만히 귀담아 듣는다. 차분한 목소리는 안정적인 템포로 이어지지만 그 안의 내용은 불안을 촉진시킨다. 리라는 지난날 병원의 일 후로 청윤이 얼마나 다쳤는지 대략적으로 전해 들은 바 있다. 시간이 애매해서 입원 당시 병문안은 가지 못했지만 심각성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러니 걱정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난 청윤이의 그런 점이 염려돼. 이번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임무라는 말까지 들어서 더더욱 그러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너무 희망적인 소리인 거 알지만..."
모순적인 태도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라는 청윤을 감싸안은 팔에 살짝 더 힘을 준다.
"신념은 중요하지, 이해해. 하지만 전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어떨지 모르겠어. 난 네가 전처럼 다치지 않길 원해, 청윤아. 손톱만한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는 건 무리더라도 과도한 부상은 없었으면 하고. 다치면 힘들잖아. 너도, 우리 저지먼트도."
>>642 자신이 걱정하고 있다는 말에 리라의 표정이 깨진 것 같았다. 손도 조금 떨렸던 것 같았다. 하지만, 리라는 금새 자신은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다며 그렇게 말했다. 리라는 남들을 챙기면서, 정작 자신에게 걱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일까? 이게 더 걱정되는데.. 그리고..
"리라가 힘들어 하는거.. 으니까.."
청윤은 무심코 그때, 어려진 리라와의 일을 말할 뻔했다. 괜히 말했다가 상황만 혼란스러워질까봐 굳이 그 얘기를 꺼내려고 하진 않았는데, 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아냐,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이 너무 희망적이고, 허무맹랑할 수 있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결과이니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난 리라 말에 동감해."
이와 함께 자신은 무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려 했지만, 과연 확답을 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기에 청윤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아직 샹그릴라는 돌고 있다, 그래도 지난 번 일 덕분인지 학생들 사이에서의 거래는 좀 줄어든 것 같지만... 거래를 하던 학생들이 어디서 그 약을 구해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멀쩡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아니라 스킬 아웃을 노리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런 생각으로 지금 랑은 한 스킬 아웃 패거리가 잡다한 물건을 거래하는 장소를 찾아내 잠입(?)해 있었다, 당연하지만 코뿔소 완장은 잘 숨겨둔 상태, 이런 장소 자체는 자주 봐 왔기 때문에 꽤 능숙하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샹그릴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기판에 낀다. 이런저런 내기가 있지만 두어 번 정도 따고 그만둔다, 초반 한두 번 정도는 따기 쉽지만 그 이상은 무슨 수를 써서든 털어내려고 하는 게 기본이니 그 수법에 어울려주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이랄까, 조금 더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내기판 하나를 찾아냈다. 그건 바로 팔씨름, 힘 깨나 쓸 것 같은 녀석들을 데려다 놓고 순서대로 도전해서 이기면 내기에 건 상품을 챙겨갈 수 있는 모양이다, 도전을 멈추면 거기까지, 그러나 도전했다가 패배하면 땡이다, 지금까지 승리한 건 전부 물거품, 랑은 선글라스를 내려 쓴 채로 팔씨름을 하도록 준비된 테이블 앞에 섰다.
"도전하는 거냐?" "그래."
여자잖냐~ 같은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런 건 실없는 소리일 뿐, 랑이 내깃돈 삼아 내려놓은 건 이전 내기에서 딴 것들이었고, 계속 손해만 보던 스킬 아웃 입장에선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도전을 받아들인다. 앞에 앉았던 남성이 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더 없냐는 듯 주변을 한번 슥 둘러보며 사탕을 꺼내 문 랑은, 맞은편에 사람이 몰려 있는 걸 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두 팀으로 나뉘어서 한다고 했던가?
급히 입을 막는 태도에 고개가 절로 기울여진다. 뭐지. 내가 힘들어하는 걸 안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건가? 안다면 어떻게. 내가 이 애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있었나. 병원에서는 청윤이와 함께 있던 적 없고 저번은... 모두가 그랬는데. 내 반응이 유독 심했나. 사실 그때는 잘 기억나지 않아서 모르겠다. 일이 끝나고 나서 입안 살점이 죄다 너덜너덜해져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심했던 거 같긴 한데, 그보다 심한 사람들도 즐비했던 판국에 그걸 가지고 걱정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고. 그럼 결국 어디선가 주의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게 어디인지는 도저히 찾기 어렵다.
"힘들어 보였어? 음~ 어느 부분이 그랬을까? 아마 딱히 심각한 일은 아니었을 텐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
다만 이어진 말이 확답이 아닌 건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다. 정작 자신에게 같은 걸 묻는다면 청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대답을 내놓을 텐데도 그랬다. 괴상하게 꼬여버린 사고회로는 정상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마음을 갖게 만든다. 나는 너희를 위하고 걱정하겠지만 너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마음의 짐 삼지 말라고. 그저 너희가 맘 편히 기댈 나무이길 바란다고... 지독하게 이기적이지 않나. 이건 이타심이 아니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게 예쁜 말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추잡한 심리다.
"노력이라도 해 주면 그걸로 족해. 우리 둘 다 많이 아프지 말고 돌아오자. 모두가 그러면 더 좋고."
그러길 잠시, 리라는 살짝 웃는다.
"뭐~ 죽을 각오 한 사람 죽여버린다고 한 친구도 있으니까 다들 쉽게 죽을 생각 하진 않겠지. 다칠 생각보다는 다치게 할 생각으로 임하자. 내가 웬만해서는 이런 말 안 하지만 걔네는 좀 다쳐도 될 거 같아. 블랙 크로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게 벌써 몇 번째야? 다시는 그러지 못 하게 만들고 싶네."
말을 하고 있자니 몸이 식고 습해진다. 손의 일시적 떨림은 어째서인지 잦아들지 않아 리라는 청윤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뒷짐을 졌다.
이번에는 두 명이서 여기, 스킬 아웃 놈들의 바자회 비슷한 곳으로 침투하는 작전을 맡았다. 샹그릴라를 거래하는 곳이라는 정보를 얻었고, 그게 진짜인지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현장을 검거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잠입수사라는 느낌이다. 그러한 와중에 왜 팔씨름 내기를 하는 곳에서 이러고 있냐면... 가만히 서서 시장을 살피는 놈이 수상하게 보일까, 아니면 내기로 힘을 쏟고 있는 놈이 수상하게 보일까? 그런 공식을 통해 우선 가장 적당하고, 중앙에 앉아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팔씨름 내기를 하기로 했다. 위치도 괜찮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고. 무엇보다 어느정도 연승을 하다보면 이목이 집중된다.
나 외에도 한명이 더 같이 숨어들었으니, 시선을 끌어줄수도 있겠지.
이러나 저러나 해도 이런 녀석들은 힘에 매료되고 힘으로 위계 질서가 정해지는 곳이다보니, 이런 팔씨름 내기에 집중들 하는 것 같다. 여전히 후드를 쓰고 마스크를 쓴 채 얼굴을 가린 모습이 흐트러지지도 않은 채로 몇 명씩을 쓰러트렸다.
능력 하나 쓰지 않았는데도 다들 이정도라니, 이거 맥이 빠질 정도로구만...
"다음! 더 없냐?"
자리에 앉아 관중들 속에서 다음 상대를 찾는 척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까지는 잡히는 게 없다... 아직까지는.
행여 모르는 생각에 맞은편을 본다. 분명... 같이 잠입을 한 후배. 랑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녀석도 팔씨름 자리에 앉아 있다. 저쪽은 뭔가 찾은게 없을런지.
상황을 보는 동안 또 한 명, 패배한 녀석들은 힘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야유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우우~ 하는 소리 속에서 어째 자신 쪽에 판돈을 거는 사람도 생기고... 그렇게 연거푸 몇을 넘기다 보면 더 이상 도전자가 나오지 않을 때가 온다.
"이제 더 없나?"
이미 내기에서 이긴 건 기정사실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마리는 못 잡았다, 이쯤 되면 누군가가 샹그릴라를 꺼낼 때가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상황을 보다 못한 이번 바자회(?)의 관리자 같은 녀석이 와서 말을 걸어온다.
"아가씨, 힘에 자신 있나 본데... 저기 저쪽에 있는 남자랑 한번 붙어보는 건 어때? 걸린 내깃돈 절반 줄게." "...누구?"
저쪽, 이라며 가리키는 손끝에는 벌써 몇 명을 더 쓰러트린 태진의 모습이 있어서, 랑은 흐음... 하고 턱을 괴다가 몸을 일으켰다.
"판은 어디다 깔 건데." "해주겠다는 거지? 좋았어... 저쪽 넓은 테이블 있지? 저쪽에서 할 거니까 얼른 오라구." 다음 상대를 찾는 듯 보이는 태진에게도 누군가 다가가 같은 제안을 했을 거고, 만약 태진이 받아들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소에서 가장 큰 판이 하나 열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음 상대를 찾는 척, 두리번대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다가온다. 이번에는 저쪽 맞은편 자리에 있는 상대랑 붙어 보라고. 그렇담 그 말은 사실상 여기서는 상대가 없다, 이 말이다. 벌써부터 티켓이 팔린다. 많은 녀석들이 누가 이길지 제멋대로 예상하고 응원한다.
피식 웃고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녀석들이 주선한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어이! 어느 쪽이 정배냐!"
아무리 시선 끌기용이라고 하더라도, 관중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는 없지. 잠깐의 쇼맨쉽을 보여준 다음 자리에 앉는다. 맞은 편에서 상대가 걸어오는 것을 본다. 역시, 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함께 잠입했던 후배가 걸어와 자리에 앉자, 대전을 준비하는 듯 자세를 앞으로 하고 팔을 올린다.
커리큘럼이 끝나면 돌아가서, 숙제랑. 설거지거리가 남아있고 청소도 좀 해야하는데.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라 해야할 일은 천지였지만 전부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생수통을 기울여 물을 몇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던 터라, 후배가 처음 말을 절었던 내용에 대해 혜성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점이 있었다.
"응? 주방?"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기분이 든 혜성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판단하는 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다. 혜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후배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했고 곧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을 것이다. 후배의 제의에 거절이나 승낙을 해야한다는 생각보다 의문이 먼저 드는 건 당연했다. 마시던 생수 뚜껑을 닫으며 혜성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왜 그런 제의를 하는거야?"
우리가 그만한 친분이 있는 사이였나. 후배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과 달리, 혜성의 말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정도로 우리가 친했던가. 자신이 후배의 제안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매몰된 생각은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게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가로젓는 청윤의 모습에 리라는 의아한 듯 눈을 깜빡인다. 왜 사과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너의 마음을 무겁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데 지금 청윤의 반응으로 봐서는 이런 건 역효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
이번에는 할 말을 잊었다. 저게 정말인가 따져 보기도 전에 짐작 가는 데가 있어서 목구멍에 구슬을 넣은 듯 아무 말도 나오지 못한다. 눈 떠 보니 저지먼트 부실이었던 그 날. 사라진 몇 시간의 기억.
"내가... 그래 보였어?"
리라의 표정은 읽기 어렵다. 더 이상 웃지는 않지만 일그러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표정이라기에는 여전히 미미한 감정으로 일렁거린다. 리라는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나는 몰랐어. 기억이 안 나서, 그게,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기서 문제는 어린시절의 내가 어디까지 떠들었는지 정작 나는 모른다는 거다. 저렇게 말할 정도면 심하게 칭얼거렸나. 딱히 그런 타입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였을까. 사실 이유를 떠올리기 어렵진 않다. 이청윤은 좋은 사람이고 아이들은 좋은 사람 앞에서 쉽게 경계를 푸는 법이니까.
"...고마워."
저지먼트 부원, 동료로써, 친구로써, 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도울 테니 기대도 괜찮다. 힘들다고 해도 괜찮다. 그 말은 너무 벅찬 것이라 차마 말을 길게 잇지 못하고 쥐어짜듯 감사인사만 전하고 만다. 리라는 청윤의 얼굴을 혼란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기억할게."
하지만 결국 겁쟁이는 겁쟁이다.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하는 순간 모든 걸 놓고 나약해질까 봐. 나약하게 보일까 봐. 더 이상 내가 의지할 만 한 사람이 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언젠가 귀찮아지면 버려질까 봐.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고마워, 내 친구. 마음이 든든하다. 그래도 정말 너무 걱정하진 마. 난... 난 괜찮아. 정말로."
짧게 대답했다. 별로 해줄 말도 없고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지금은 그런 것 보단 까칠한 실종자를 어떻게 데리고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무튼 혜우가 일으켜주는 것에 맞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 구역엔 너무 오래 있었으니 슬슬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야지.
" 나 인기 많아. " " ....여기서는. "
생기다 만 놈들한테 많다는게 문제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으면 실종자들에게도 러브콜을 받곤 한다. 그야 내가 안도와주면 갇히는데 러브콜 때려야지.
"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
쓸데없는 말을 한다며 재미없다는 혜우에게 툴툴거리듯이 대꾸한다. 뭐 물론 동월도 자신이 그다지 유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남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 슬프긴 했다. 돌아가서 개그 모음집 책이라도 봐야하나.
"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긴 한데.... "
어휴. 아니다. 중얼거리듯이 말한 동월은 혜우의 손을 이끌고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들고있던 칼은 다시 납도하고, 깜빡거리는 비상구 전등이 켜져있는 문을 열었다.
" 그럼, 저런건 어때? " " 무섭다고 도망치면 안되거든. "
혜우와 잡고있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근처에서 배회중인 괴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번엔 있어야 할게 없고, 2개만 있어야할게 더 많아 엎드려서 기어다니는 모양새를 하고있는 녀석을 가리켰다. 동월이나 혜우의 생김새를 따라하진 않았지만.... 사람을 따라하려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을테다.
역시, 아직은 뭐가 없나... 조금만 더. 일단 경기를 하면서 살피자. 아직 시간은 있다. 무엇보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내깃돈을 받아챙기고 그걸 들고서 '어디다 쓸까, 뭐에 쓸까' 하는 챔피언이라. 제멋대로 시장을 둘러보기에 딱 좋은 포지션이지. 어쩌면 그 중에 샹그릴라를 발견할수도 있고.
"좋아. 어디 그러면 해 볼까."
그렇게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랑의 손을 잡고 넘기려 힘을 준다. 척 보기에도 시간 끌기용 봐주기따위는 없구만. 어쩔 수 없지.
여기에서 내가 봐줬다간 그건 오히려 모욕이나 마찬가지다. 테이블 한쪽을 반대편 손으로 잡는다. 다만 능력 하나 없이, 순전히 자신의 힘만을 쏟아 손아귀에 힘을 주고 넘기려 한다. 마주 잡은 양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715 "...응. 힘들지만 이것마저 참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하나, 속으론 조금이라도 쉬고 싶어하는게 보였지."
리라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윤은 죄책감이 들었다. 괜히 말한걸까.. 본인도 본인의 과거와 만났다는 말을 듣는다면 당연히 저렇게 혼란스러워 했을 것이다. 일단 부모님에 대한 발언은 당연히도 하지 않기로 했다. 1시간 정도의 대화만으로 판단하는 건 좀 그랬으니까.
고맙다며 쥐어짜듯 말하는 리라를 보며 눈에 약간 눈물이 고인 청윤은 리라가 피하지 않는다면 리라를 조심히 안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나도 널 혼란스럽게 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네가 말하는 대로 너무 걱정하지도 않을태니까.."
바늘 쑤셔박는 느낌이면 괜찮은데? 그대로 경진이 대가리에 꼽아도 괜찮았을 듯. 인간말 잘한다며 잇따르는 말에는 육성으로 “...보글보글." 이라고 호응해 줬을 것이다. 담담한 표정은 곧 한쪽 눈썹 올라감에 따라 파훼된다. 본인 게 아니라고 하는 시점부터 조용하더니, 세은이 거라고 태평히 말할 때 대놓고 예? 하는 표정. 끝내 본인을 공범으로 만들려(?) 푸딩 한 입 제안할 땐 이미 표정에 어벙한 기색 드러내고 있다.
“성의만 받을게요.”
이젠 눈깔도 없어 형태도 알기 힘든 푸딩을 슥 보더니 말을 잇는다.
“선배, 전에도 이러시다가 세은 씨가 저주한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 시뻘건 글씨체로 저주한다는 문장만 도배한 광기어린 (그럴만 하다고 경진은 생각한다) 포스트잇이 기억에 세게 남아, 동월과 눈을 마주치며 물음보다는 공지에 가까운 말을 한다.
“간부들이랑 척을 졌어요? 다음 부장 자리에 관심 없는 거에요?”
게시판 부순 건 저어어언에 부부장이 고쳐줬고, 부장 동생 푸딩은… 상습범이니… 그래도 어조 딱히 굳어있는게 아닌 걸 보면 농담으로 하는 말일 테다.
마주 잡은 손이 서로를 넘어가기 위해 가해지는 힘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린다, 랑 역시 탁자를 반대쪽 손으로 붙잡고는, 이러고 싶어서 벼른 것 같아 보이잖냐는 말에 까득, 하고 사탕을 깨물며 그리 대답한다. 태진의 능력이 무엇인지 정도는 대강 안다, 능력을 사용했다면 자신의 팔은 넘어가고도 남았을 테지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힘의 균형을 통해 능력을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던 랑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조금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원초적인 힘겨루기를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는가?
"...흡!"
아주 잠깐 풀리는 것 같던 힘이 짧은 호흡과 함께 급하게 들어가는 와중, 조금 지지부진해지는 듯한 경기에 진행자는 옆에 서 있던 남자에게 뭐라고 작게 속삭였다. 슬슬 결판이 나 줘야 재미가 있을 텐데, 판돈은 더 걸리지 않고... 여기선 특단의 조치를 쓰기로 한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속삭임을 들었던 남자는 케이스 하나를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자연스레 쏠리는 시선, 그리고...
"오늘 최대 이벤트인 만큼, 이 물건을 꺼내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승자에겐 판돈 절반과 함께 이 케이스에 담긴!"
그 말과 함께 열리는 케이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금이다."
랑은 그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태진의 팔을 넘기는 쪽으로 향하던 힘을, 탁자를 내리누르는 쪽으로 바꾸었다. 탁자를 박살내서... 소란을 일으키자!
들은 대로 받아 읊었군. 그게 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리라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상대의 눈에 고인 눈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왜 울지. 눈물을 닦아줘야 하나 싶어서 떨리는 손을 앞세울까 고민하던 찰나, 먼저 다가온 건 청윤이었다. 리라는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사과하지 마.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 놈의 사탕은 정말..."
헛웃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다음 조심스럽게 팔을 앞으로 둘러 마찬가지로 청윤의 등을 토닥인 리라는 곧 청윤이 떨어지자 다시 뒷짐을 졌다.
"응, 돌아가자. 우리 오늘 너무 피곤했다, 그치. 쉬어야 해. 그래야 내일도 힘내지."
갈까? 그렇게 말하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손을 뻗어본다. 잡아주었다면 그대로 기숙사까지 함께 돌아갔을 것이다.
탁자가 산산조각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탁자 조각을 집어던진 태진의 뒤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태진은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케이스를 가지고 온) 남자를 걷어차 넘어트리곤 케이스를 집어든 상태, 후배님 몫으로 소개를 넘긴다는 말이 들리자. 랑은 한숨을 한 번 쉬곤 주머니에서 완장을 꺼내 찼다.
"뭐야! 누군데!"
"저지먼트다."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대놓고, 스킬 아웃의 시선이 쏠린 위치에서 저지먼트라는 걸 대놓고 말해버린 시점에서 난리가 났겠지만... 지금까지 팔씨름으로 적잖은 놈들을 쓰러트렸기 때문인가, 아니면... 당돌하기 짝이 없는 현 상황에 당황한 것인지 생각보다 잠잠하다.
"...아무도 달라붙는 놈들이 없는데."
랑은 손목을 흔들어 털고는, 태진이 의자를 걷어차 날린 덕에 생긴 약간의 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당연하지만 막혔고.
"곱게는 안 보내주겠다는 것 같은데, 어쩔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말, 태진에게 묻던 것도 잠시, 랑은 자신을 막아선 놈 한 명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우당탕 하는 소리가 신호탄이 되어,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situplay>1597003086>269 그래, 저지먼트로써 지켜야 하는 의무도 저버린 채, 모두를 속이고 있었으니 누구 한 명 붙잡고 고해성사 하듯 고백하지 못했다.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계속 거짓말은 쌓여만 갔으니 나중에서는 내 고백을 들었을 이들이 나를 바라볼 눈빛이 두려워 더욱 감추려 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강해지고 싶다는 나약한 욕망까지 더해져, 복용한 알약의 개수가 늘어 날 수록 마음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으니 모든 것을 고백한 지금에서는 바람 불면 잿더미만 남은 것이다. 지금에서라도 샹그릴라를 포기해서 다행인 건지. 애초에 시작 하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네가 손가락을 감아오면 류화는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맞잡은 손이 가늘게 떨릴 뿐이다. 상상은 언제나 불안하고 불행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던 것인데, 현실은 달리 세나도, 너도 모두 나에게 경멸의 말은 없고 다정하고 상냥한 말만 해올 뿐이라. 나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가와 붙잡으라며 손을 내미는 것에. 류화는 여전히 그런 너희 모두를 실망시켰다는 마음을 지워내지 못한다.
"... 그렇지만. 선택한 건 나고. 그 선택의 죗값을 치러야 하는걸."
원흉은 따로 있다지만, 놓여있는 선택지를 고른 것은 자신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 자신은 죄지은 것이 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나쁜 아이였고, 그 어떤 고통을 받아도 싼 것이었다. 류화는 시선을 들며 다시 너의 자줏빛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런 류화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조금은 밝아져 있으니, 옅은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848 나는 할로윈 상황을 한 번도 안 돌려서 돌려보고 싶은데 수경주는 이미 두 번이나 돌린 것 같아서...... 일반 일상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수경이랑 소예랑 동갑인데 혹시 선관 짜고 싶은 것 있으면 이야기해줘도 좋고~ 초면이라는 것도 괜찮아! 수경이는 보통 어디에 자주 잇고 무엇을 하려나? 아니면 저지먼트 부실에서 만나는 것도 괜찮고 그렇다! 수경주 하고 싶은 상황 있으면 편하게 말해줘~!!!
>>866 수경이 부업하는 것 궁금하긴 한데~~ 아니면 소예도 기숙사 사니까 밤 중에 기숙사에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소예 달토끼라서 왠지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아 기숙사 주변 밤산책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 수경이는 머리가 가려져 잇으니까 밖에서 만나면 못 알아보려나..........?
스스로 죗값 치러야 한다고 말하는 류화를 바라보며 리라는 딱히 더 깊은 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샹그릴라는 손 대기 좋은 곳에 놓여 있었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건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다. 선택일까. 다만 굶주린 아이 앞에 마시멜로우를 놓아두고 선택하라고 하면 그게 정말 제대로 판단하고 내려진 선택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우리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에서라도 관두고 돌아와 준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마주본 눈동자가 붉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밝아진 표정이 보기 나쁘지 않다. 리라는 활짝 웃어보인다.
"고맙기는요, 왕자님~ 웃으니까 훨씬 보기 좋네."
그리고 가늘게 떨린 손가락을 살짝 잡아올려 다른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렸다. 옅게 떠오른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지길 바라는 농담은 덤으로 따라온다.
"죗값은 샹그릴라 퍼뜨린 자식들 혼쭐 내 주는 걸로 갚자. 그거면 충분해."
잡은 손을 살짝 흔든 뒤 놓은 리라는 이윽고 냉장고로 다가가 작은 생수병 하나를 꺼내왔다. 그것를 류화에게 내밀고 다시 곁에 앉아 고요한 부실을 둘러보면 어쩐지 기분이 가벼워진다.
달토끼가 된 소감이요? 어........ 잠이 안 옵니다. 저는 밤에 잘 자는 편이거든요. 물론 악몽을 꾸면 중간에 깨기도 하고 그렇지만 잠에 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 잠이 오지 않아요. 그리고 계속 달을 올려다보고 싶은 충동이 자꾸 올라옵니다. 이게 바로 달토끼의 본능 같은 것일까요? 귀소 본능이라던가 향수병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결국 뜬 눈으로 누워있다가 기숙사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어요. 잠이 오지 않으니 산책이라도 하면 그나마 나을 것 같습니다. 학교 안에서도 이런 저런 모습으로 변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기숙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주변에 밤중에 돌아다니는 드라큘라와 미라를 마주치고 나니 이제는 어떤 사람과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건 제 오산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말과 그 위에 앉아 있는 목 없는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어요. 저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꽝 얼어붙어서 절굿공이만 양손으로 꼭 쥐고는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921 그에 대해서는 조금 언어적 의미가 다르다고 봐야하는데... 일단은 무능력자들도 인첨공에 있는 '능력자'에 해당한답니다. 단지 능력을 못 쓰는거지.. 어느 정도의 자질은 뿌려진 상태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훈련을 하거나 트레이닝을 하면서 레벨1로 싹이 트는거고요.
저는 얼굴이 가려진 거대한 흑마가 위협하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자 겁이 납니다...! 저는 토끼이고 앞에 있는 것은 말인데 말이 토끼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둘다 초식 동물이 아니던가요?! 저는 얼은 몸을 가까스로 땡 깨고는 두어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으로 몸을 숙여 능력으로 풀을 자라게 한 다음 풀을 한 웅큼 뜯었습니다.
“ㅍ,풀 머,먹을래?”
나는 맛이 없어!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저는 한웅큼 뜯은 싱싱한(?) 풀을 말에게로 내밀었습니다. 물론 목 없는 기수 또한 무서웠지만 그것보다는 말에게 더 신경이 갔을까요. 가까이에서 본 말은 생각보다 크고 크고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