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이라는 곳이 그렇지. 새로운 신을 인정하는 것도 힘들던 아이들이 악신이 실존한단 것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아느냐? 악을 경계하라. 그 말을 가장 순수하게 듣고 있는 아이들이 바로 바티칸의 아이들이란다. "
그렇게 잠시 걸음을 옮기고 나자 두 사람은 작은 집 앞에 도착합니다. 그녀가 까치발을 들어 문을 열자 곧 여름에 가까운 날씨임에도 온화한 분위기가 알렌을 스쳐갑니다.
" 들어오렴. 너도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구나. "
>>107 " 심법, 링크, 저장고, 단전.. 뭐 그런 말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간단하다. 의념으로 하여금 내 의념의 일부분을 다른 곳에 저장해두는 셈이지. "
그는 천천히 시윤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립니다. 손가락을 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뜨거운 감각이 느껴집니다.
" 인간의 흐름은 뇌로부터 시작되어 한 호흡이 뱉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 과정에서 힘을 모으고 저장하는 것을 누군가는 '축공'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서클을 만든다 따위의 이야기를 해. 실제로 의념시대에 들어 가장 많이 연구가 됐던 분야이기도 하다. 망념화를 각오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면 더이상 위험을 감수하고 싸우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야. "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는 시윤도 알고 있습니다.
" 그것은 불가능했다. 우리는 의념이라는 힘에 너무나도 깊게 빠져 있었어. 오히려 어중간히 접근한 타 게이트의 힘마저도 의념은 자신의 하위 분야로 흡수시켜버렸거든. "
의념은 독선적이되, 포용적입니다. 왜 아직까지도 인류는 망념화를 정복하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의념은 다른 무언가를 써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마에서부터 타고 흐르는 뜨거운 감각에 작게 신음하면서도,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의념의 저장, 이라. 확실히 그게 가능하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겠죠. 몸에 흐름에 관련된 이야기는 흔히들 말하는 기, 라고 해야할까. 신체에 타고 흐르는 기운을 끌어모아 정제한다는건 옛날부터 인간이 가진 개념이기는 했지만....역시 잘 안됐던거네요."
지오씨가 말하는 흐름이란 개념은 조금 알 것은 같다. 구세대 부터 인간에게 유행했던 개념인, 일종의 기(氣)와 흡사한 것 같기도 하니까. 물론 솔직히 말해 그런 쪽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지도 않았으니,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문외한 이지만.
어쨌거나 인간에겐 원래부터 그런 에너지 저장소에 대한 개념이 있었고, 의념이 도입된 시점에서 그 개념을 시도해보고자 했다...라는 것 까진 알 것도 같다.
"그건......솔직히 놀랍네요. 그런게 가능하다니."
나는 솔직하게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타 게이트의 힘의 개념을 의념 사용자가 접촉하자, 의념의 하위분야로 흡수된다니. 그런게 가능한건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늘 쓰고 있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뭐라고 해야할까, 팔다리를 움직일 줄은 알지만 그 안에 근육과 신경 구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반성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하면서, 나는 지오씨의 말을 조금 더 경청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거의 내 몸과 마음에 피 마냥 당연하게 흐르고, 당연하게 다를 수 있는 의념이지만. 그 개념과 본질에 대해선, 나는 그다지....아니. 그다지는 커녕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모른다. 내 의념인 '찰나' 에 대한 고찰 마저도, 급급하게 달려오느라 안한지 한참 되었으니까.
>>111 위두르는 그 말을 듣고, 웃습니다. 지독한 광의를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린은 그 내용을 알고 미쳤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린의 절망과, 무너짐 속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표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더이상 자신을 상처입히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상처부위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눈에서 느껴졌던 번들거리던 광증은 씻긴 듯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목표를 잃은 이는 쉽게 미치곤 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다시금 찾은 이들은 광증 속에서도 스스로 나아가야 하는 길을 세웁니다.
" 으흐흐흐흐흐흐흐........... "
위두르는 낮은 웃음을 마치며 린을 바라봅니다.
" 곧 기별을 드리지. 그 때가 되면 그대가 바라는대로 될 것이오. "
위두르의 손이 튕겨쥐고. 린은 이전의 위치에서 정신을 차립니다.
기술 ??? - ??의 ??자의 단서를 얻습니다! 1/???
>>112 " 사람에게 쓰고 그런 건 나는 신경 안 써. 돈만 충분히 주면 장땡이지. "
그는 가볍게 귀를 파고는 조디를 바라봅니다.
" 저항 없이 40레벨 전후에게 통할 만한 독이라. 알다시피 준 가디언 급부터는 독 가격이 좀 비싸.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
>>122 이제 상인들은 조금 솔깃한지 강산에게 다가옵니다.
누구에게 물어볼까요?
1.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중년 여성. 2. 어린 축에 들어가는 상인 3. 시장 치안대 소속 남성
자신이 믿던 모든 것이 산산히 부셔져 깨져가던 세월과 그 파편을 그러모아 그저 주저앉은 채로 숨죽여 절망하고 분노하던 나날, 그 나날들의 깊이로도 알 수 없을 아득한 감히 표현할 수 없을 감정이 웃음속에서 휘몰아쳤다.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꼈기에 이해하지 않고 그저 느끼다가 돌아온 대답에 답을 하려 입을 연다.
"...!" 감사함을 표현하려 했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말을 하려 했는지 조심스럽게 들어올려진 손은 허공의 공기만 움켜잡았고 린은 황망하게 바티칸 중앙 도서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단서가 뇌리에 맴돌았따.
아, 린은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내려 그 자리에 그대로 남은 채팅의 기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 녀석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없단 것은 알았습니다. 흔한 일입니다. 의념시대에 들어서 부모가 없든, 없고 싶든 한 사람들은 많았으니까요. 오히려 이런 시대라 그런지는 몰라도 녀석은 성공을 바랬던 것 같습니다. 의념 각성자도 아닌 녀석이 의념을 각성하겠다고 오만 짓을 하질 않나. 결국 열일곱의 나이가 지나서는 포기하듯 학업을 이었죠. 녀석은 옛날부터 육지에 가고 싶단 얘기를 했습니다. ...아. "
그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얘기합니다.
" 최근의 일이긴 합니다만 녀석이 지인을 집에 데려온 적 있습니다. 섬 바깥에서 온 지인이라고 하더군요. 그 집에서 머물면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면서 꽤 다양하게 얘길 나눈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결심을 한 것마냥 제 어머니에게 섬을 나가겠다고 한 모양이더군요. "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는 웃습니다.
" 아쉽게도 자세한 내막까진 모릅니다. 깊게 친해져봐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