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미트를 든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그보다 두어 체급은 작은 훨씬 더 평균적인 체격의 여성에게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지고 있었다. 말이 스파링이지, 맹렬한 연타는 균형을 바로잡을 틈을 아슬아슬하게 남겨줄 뿐 오히려 그것도 모자라다는 듯이, 훨씬 강하게 몰아칠 수 있는데 참아준다는 듯이 벼락폭풍처럼 연해 바락바락 들이치며 미트를 사정없이 밀어붙인다. 기어이 뿍, 하더니 한쪽 미트 모서리의 박음질이 터지는 게 보인다. 여성의 땀에 젖은 피부 위로, 이따금 스파크가 튄다.
"됐어, 그만!"
날카롭고 쨍쨍한 목소리의 구령이 체육관 안에 울려퍼지자, 다은은 가볍게 땅을 박차고 물러서고는 글러브 끝을 마주대고 목례해보인 뒤에 글러브를 벗어던지고는 이마의 땀을 쓱 훔친다. "후유!" 꽉 조이는 탱크탑에 복서 트렁크. 최대한 시원한 복장인데도 인정사정없이 땀이 난다. 연구원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타월을 건네주었다.
"1레벨이면 전기충격기는커녕 물리치료기 정도나 될 텐데, 그걸 이렇게 써먹는 건 또 신선한 발상이네." "그 '물리치료'의 재해석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소녀는 농담을 하며 타월을 받아들고 얼굴을 닦았다. 꽉꽉 땋은 머리를 한 연구원은 꽤 신경질적이고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지만, 모처럼 담당 학생이 빠른 시일 내에 거두어낸 성과에 속시원하다는 듯 얼굴의 신경질적인 미간 주름도 풀고 시원스레 미소를 지었다.
"이게 제 몸에 축적된 영양을 끌어다 에너지로 쓴다고 하셨죠." "그렇지, 그 과정에서 신진대사도 많이 일어날 테고. 능력이 개발되면서 몸이 과신진대사에 익숙해지기야 할 텐데, 그러기까진 좀 죽을 맛일 거야." "뭐, 앞으로 과식할 때 이깟 살 빼면 그만이지, 하고 속편하게 생각할 수는 있겠네요."
비스킷 상자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밀크티는 먹어본 적 없는데. 생소한 디자인의 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라는 몸을 푹 묻었던 자리에서 상체를 다시 똑바로 일으킨다. 랑의 말대로 계속 여기 있을 순 없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기숙사 통금 위반으로 벌점이 부과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역시 통금 같은 게 없는 자취 생활의 로망이 도로 피어나기도 하는데, 지금 당장 그의 상황과 상태를 고려하면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건 좋지 않다는 결론만 나서 결국은 다시 접어두는 거다.
"와, 자신감!"
장난스럽게 대꾸했지만 어쩌다 보니 정말 랑이 했던 말대로 되어버려서 이 이상 더 할말이 없다.(.....) 리라는 비스킷 두 개를 집어 하나는 랑에게 건네고, 받아갔다면 나머지 하나는 제 입으로 가져간다. 바삭. 잇새로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단단한 과자가 조각났다.
"맛있어요."
정말 그랬다. 한결 더 누그러진 분위기 속에서 바스라지는 비스킷의 소리는 적당히 기분을 좋게 만들고 부드러운 맛은 메마른 입 안을 자극해 식욕을 올린다. 그는 비스킷을 한번 더 베어물었다. 생각해보면 오늘 리라의 버킷리스트 중 항목 하나가 더 지워진 셈이다.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 집에 놀러오게 된 거니까. 무릎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모든 일이 어떻게든 잘 풀렸다. 리라는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진심으로.
>>59 그렇군 >:3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전혀 다른 분야 능력을 응용했는데 그 분야 특화 능력보다 더 강하면 반칙이지! 진행에선 아마 샷건으로 시작해 샷건으로 끝날 것 같아서 진행에서는 비상시 아니면 쓸 것 같지 않지만, 훈련이나 일상에서 쓸 수 있을까 해서 물어봤어.
드디어. 높아보이던, 거의 2년째 두드리고있던벽을 하나 넘었다. 레벨 4 진입 이후, 순조롭던 계수상승이 멈춘 그 곳.
능력계수 통지표에 찍힌 숫자의 자릿수가 달라졌으니까. ------------------------------------------------------------------- 본교 커리큘럼을 통해 개화시킨 진정하 학생의 초능력 개발 결과: 대분류: 하이드로키네시스(Hydrokinesis) 소분류(특화능력): 인스턴트 이바포레이션(Instant Evaporation) 개요: 물, 혹은 수분분자를 조작하는 능력의 본질에 매우 충실하게, 인스턴트 이바포레이션은 수분분자를 극단적으로 퍼뜨리는 데 특화된 능력이다. 순간적으로 얼음을 녹이거나 물을 증발시키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사과처럼 수분이 많은 물질의 경우 손을 대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모양을 바꾸는것 또한 가능. 판정: 레벨 4 [전회기 측정 대비 능력계수 변동 : 1774 -> 852] [증감폭 : -922] -------------------------------------------------------------------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길고 길었어.
"..."
연구원 언니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그리고 자그마한 박수소리 속. 능력개발 상담실 안에서 내가 너무 세게 쥔 나머지 꾸깃꾸깃해진 능력 통지서를 들고. 만세를 부리며 소리를 지른다.
아마 소식을 들은 이는 들었을 것이고, 듣지 못한 이는 듣지 못했겠지만 은우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서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부실에 정확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고 그저 '과로' 정도로만 전해졌을 겁니다. 정확히 왜 과로를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것은 아마 세은이 정도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다른 이들에게 정확한 사정을 말해줬을진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모두가 각자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와중, 이번엔 세은이에게서 톡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오빠에게 부탁을 받은 것이 있어서....] [가능하다면 모두 와주시겠어요? 소집은 아니고... 그냥 시간 되는 분들만요.]
딱히 소집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세은이 뭔가 전할 것은 있어보이는군요. 아무래도 은우의 동생인만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이것저것 전달받은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부실로 오면 텅 비어있는 부장의 자리와 뭔가 이것저것 준비 중인 세은의 모습이 보였을 것입니다. 아마 오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은우 선배께선 너무 무모하지 말라고 얘기하셨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모하게 몸을 막쓰다 입원하셨다니.. 어느정도 자신의 부상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그건 그거고 소집 비스무리하게 모일 수 있냐는 말에 청윤은 나갈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르니 외투와 완장을 챙긴 후 부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실에 도착해보니 은우 선배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청윤이는 무거운 마음으로 세은과 목례로 가볍게 인사 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도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장난삼아 연못 근처에서 친구에게 특수신발을 신게 해 주고 같이 놀다가 온 아지다. 머리가 젖어있는 걸 보니 한번 빠졌나 보다. 급하게 몸의 물기만 닦고 왔나 보다. 몸에서 비린내가 나고 있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름을 불러줬을 거다.
>>73 부장님의 과로 사실이 알려지고, 소년은 안 그래도 종이학 천 마리를 준비 중이었다. 참여율이 저조하긴 하지만 만들어두고 있던 것도 있기에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였다. 아무튼... 태연하게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도, 저지먼트적으로도. 까마귀들은 쓰레기장을 뒹구니까 말이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여로는 일단 저지먼트 부원들 먹일 우유 푸딩과 약간의 부탁 할 때 필요한 연겨자, 연와사비 튜브를 하나씩 사서 부실로 들어갔다. 와사비와 겨자 튜브는 안전하게 자신의 가디건 주머니 안에 넣은 그는 푸딩 뭉치가 담긴 봉투를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푸딩 사왔으니까 하나씩 드세요- 부장님은 괜찮으실까 모르겠네-"
소문이 났다면 과장의 90%는 본인 탓이면서 그는 모르는 체 시치미를 뚝 떼고 자신 몫의 우유 푸딩을 들었다.
복도 저편에서부터 따각따각 하고 특징적인 구두소리가 들린다. 유다은이 접근해오는 것은 언제나 알기 쉽다. 발소리를 죽이기 원한다면 언제라도 조용히 다닐 수 있는 그녀였고, 매너가 중요시되는 도서관 같은 데에서는 얼마든지 발소리를 죽일 중도 알았으나, 저지먼트 부실에 올 /때면 언제나 발걸음을 선명히 하는 다은이었다.
그러니까, 전에 뭐라고 했더라. 리라는 의무실에서의 대화를 되짚는다. 나를 아끼고 무리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 그런 말이었지. 대충. 근데 그 말을 한 당사자가 과로로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실에 들어오자 보이는 텅 빈 부장의 자리에 리라는 팔짱을 낀다. 부장님. 이거 언행불일치 아닌가요. 아무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지만.
리라는 스케치북과 필통을 들고 벽에 기대 섰다. 지난 일의 교훈으로 약은 늘렸으니 큰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나저나 부장님의 부탁이라니. 뭘까. 리라는 분주해 보이는 세은을 응시하다가 들어오는 부원 전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은우가 병원에 입원했다. 희야는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만, 자신이 아는 저지먼트의 부장 '은우'라는 사람이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크다. 희야는 무언가를 적어내리다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병원, 병원이라……. 에어버스터도 결국 인간에 불과하다는 반증이구나. 재밌는 사실이다. 은우에겐 미안하지만 흥미라는 것이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않은가! 희야는 마저 무언가를 적어내리기 위해 고개를 내리다, 메시지가 울리자 결국 손을 허공에 슥 밀었다. 그러자 홀로그램 판이 푸르스름하게 빙그르 돌더니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칩 속으로 사라졌다.
"뭐, 세은이가 위임받은 일이라면 후속 처리겠지요."
현관문을 닫자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희야는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학교가 있을 곳으로 걸었다. 오늘의 옷차림은 조금 다르다. 머리를 복슬복슬하게 올려 묶은 것도 있지만, 길고 소매를 가리는 외투는 연구소 백의에 가깝고, 긴 소매가 손에 걸려 늘어지는 부분에 지퍼가 있어 손가락을 바깥으로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지퍼가 열려있다. 섬세한 작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안녕, 좋은 하루 보내고 있었을까…… 아, 푸딩."
부실로 들어서며 인사하다가도, 희야는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뒤에서 안아 잠시 고장 난 탓이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없었는지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우뚝 멈췄다. 그러니까, 푸딩은 저기, 혜우는 여기, 팔은 그러면…… 어디에……?
세은은 오는 이들을 향해 하나하나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푸딩이 보이자 잠시 그곳에 눈이 고정되었지만 나중에 먹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지금은 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은우의 의자에서 장난을 치는 철현을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고, 혜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속으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그녀만 알겠지요.
"일단 말을 시작하기 전에, 오빠의 상태가 이상하게 오버된 것 같아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게요. 오빠는 지금 인첨공 최고의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뒹굴거리면서 쉬고 있어요. 과로라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오빠는 딱히 일을 좋아하는 워커홀릭은 아니고... 이 부분은 일단 이후의 설명이 또 필요하니, 나중으로 넘기고... 어쨌건 결론은 병원에서 잘 쉬고 있으니까 막 걱정하지 말고, 그냥 저 인간 몸 굴리다가 쉬는구나...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니까. 뭔가... 중증처럼 퍼진 감이 있어서... 이 부분은 절대 아니라고 설명할게요."
딱 잘라서 은우의 상태를 설명한 세은은 이어 헛기침 소리를 여러번 냈습니다. 그리고 이어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부탁받은 것은 두 가지인데... 1번째는 이걸 알리라는 거예요. 목화고등학교 전원. 오늘부로 샹그릴라를 단속하는 일은 계속하나, 어디까지나 일반 학생들에게만 해당하고... 스킬아웃, 혹은 블랙 크로우 집단들과는 절대로 엮이지 말라고 오빠가 이야기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블랙 크로우에 대해서는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한다는 것이 오빠의 입장이에요. 그리고, 블랙 크로우와 엮여있을지도 모르는... 현 스킬아웃들도 포함해서요."
이어 세은은 살며시 팔짱을 꼈다가 이내 팔짱을 풀었습니다.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유는... 저지먼트가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에요. 딱히 누가 다쳤다거나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아니. 영향이 없진 않겠네요. 그때 병원 조에서 다친 이들 좀 된다면서요? 어쨌든... 오빠의 말에 따르면, 오빠가 상대한 이들은... 최소 레벨3. 혹은 레벨4 상위권 정도의 능력을 쓰는 이들도 있다는 모양이에요. 보고서는 저도 봤지만, 아래에서는... 딱히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고...아마 대부분 정예는 모두 위에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아마 리더라는 이도 거기에 있었다는 모양인데...이 부분은 안티스킬에서 이후에 조금 조사를 했는데 정확한 것은 대면을 하지 않아서 아직 알 수 없지만, CCTV영상이나 그 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무리 못해도 레벨4 최상위권. ...고작 스킬아웃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아마도 샹그릴라를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았을까. 어쨌든 정예들은 최소 레벨3. 그리고 그 위이며, 레벨4 상위권도 있는 것은 분명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빠는 블랙 크로우와 얽히는 말라고 저에게 전해달라고 했어요. ...참고로 오빠가 지금 쓰러진 것도... 그 블랙 크로우를 혼자서 쫓다가 결국 피곤함 때문에 집 안에서 잠들듯 쓰러진거긴 한데... 어쨌건 현 단계에서는 저지먼트에게 맡기기엔 너무 벅찬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할 말이 있냐는 듯이, 혹은 질문이 있냐는 듯이 세은은 잠시 말을 끊고 모두를 바라봤다. 없다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냥 아무런 말 없이 넘겨도 상관없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지의 표정은 그냥 평범하게 밝다. 푸딩 스푼을 살짝 물었다가 뺀 뒤 말한다.
"하지만 스킬아웃과 일반 학생의 경계가 흑백으로 따악 그어진 것도 아닐텐데~" "밖에서 만나면 구분은 어떻게 할 수 있으려나~"
질문이라기보단 혼잣말 같다. 그리고 푸딩을 다시 한입 먹는다.
"이미 병원에서 엮였다면 이제 와서 얽히지 않으려 한다 해도 무를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얽히지 않을 거라면 그걸 어떻게 보여줄 건데~? 그 사람들에게 직접 가서 보스에게 <이제부터는 엮이지 않을 테니 건드리지 마세요> 라고 전하라고 할 거야~?" "내 생각엔 무리~"
>>117 "에- 왜-" 하고 말하면서도, 소년은 크게 상관 없다는 듯, 아지의 곁에 티슈를 내려두고 자리에 앉았다.
>>164 "...스킬아웃이? 좀 과한데."
그 정도 레벨이면서 스킬 아웃? 흐음. 하얀 소년은 제 턱을 감싼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보니 샹그릴라.. 계수가 감소하는 효과는 확실히 존재한다고 하였던가. 잠시 우유 푸딩을 바리바리 싸온 보라색 머리 소년을 바라본 이경은 지속적인 약물 복용과 그에 따른 능력 상승을 먼저 떠올렸다. 아니면.. 어느 높은 곳의 그림자던가.
아니 이건 망상에 가까우려나. 허나 전에 들었던 암부가 실존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 노란 연기도 그렇고 일반적인 스킬아웃인 것 같지는 않았으니. 만일 그렇다면 안티스킬의 지원도 힘들까.
"근데, 지금까지 엮였던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그럴 마음이라 해서 저 쪽이 '그렇구나!'라고 해줄 것 같진 않은데."
>>164 들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진 않은 모양이다. 병원에 따라갔던 녀석들 중에 부상자가 나왔기 때문인지 블랙 크로우를 혼자서 계속 뒤쫓다가 피곤함에 지쳐 쓰러지듯 한 걸 강제로 요양시키듯 둔 것 같은데.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레벨 5의 초능력자도 버틸 수 없는 건 피로였던가.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건가."
이쪽에서 쫓는 걸 그만두는 건 합리적 판단이다, 실제로 부상자도 나왔고. 에어버스터의 판단이니 능력의 수준도 어느 정도 맞을 터, 그러면 이건 단순히 부상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선전포고하듯 사람 한 명을 죽여 매달았던 걸 생각하면 오히려, 계속해서 뒤쫓다가 무슨 일을 당하는 순간 일은 나쁘게만 흘러갈 것이다. 에어버스터가 전부 소탕하지 못한 건 상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점조직이기 때문이지.
"놈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지? 이미 학교에도 침입한 전적이 있다만."
그건 세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일반 학생들로 눈을 돌리게 되면, 다들 학교 주변에 머무를 것이니 지난번 같은 습격으론 제대로 시도도 해보기 전에 제압될 것이다. 총력전을 거는 게 아니라면 섣불리 학교는 건드리지 못하겠지, 그만한 일을 당하기도 했고.
>>164 어쨌든 과로는 맞다는 거 아닌가. 리라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다. 이어지는 말에는 미소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혼자 쫓다가 쓰러졌다고. 앞뒤가 안 맞네. 부장 본인은 저지먼트가 아닌가. 최은우 개인은 에어버스터라는 퍼스트클래스로서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람인데 혼자 범죄조직을 쫓으면서 동료들은 한발짝 물러나라?
"아지 후배님 의견에 동의해요. 저희가 얽히지 않으려고 해도 당시에 얼굴과 소속이 전부 노출된 이상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놓고 싸우려 들거나 찾아가지 말라는 것 정도는 이해했지만..."
그래도 은우 선배의 상태가 생각보단 심각하지 않다는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샹그릴라 건에서 손을 때고 아예 스킬아웃과도 앞으로는 엮이지 말라고..? 아예 이해가 안가는 조치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블랙 크로우와 직접 싸우며 전혀 상대가 안되는 수준의 강자였음도 몸소 체험했다. 이젠 레벨 3이지만, 아직 부족한건가. 청윤 본인은 자신의 손을 봤다. 무력감.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성운은 문득 게시판에서 보았던 비살상 총기 도입에 대한 공고문을 떠올렸다. 저번의 사태 당시 아직 격리 중이었던 성운에게 있어, 저지먼트가 지금 무언가 심상찮은 일에 휘말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그 공고문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수치가 너무 높은 게 아닌가.
“레벨 4 최상위권······.”
수치가 말도 안 돼서 헛웃음이 나온다. 저지먼트 측에도 부장이나 부부장을 제외하고도 레벨 4 최상위권이 있다는 말을 듣기야 했는데, 그러나 지금 인첨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이, 다시 말해 저지먼트와 대립 관계에 있는 인물이 덜컥 그런 레벨을 들고 나오니 말문이 턱 막힌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자신의 지난 아무것도 못하고 버려진 3년이 생각나서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한양은 은우가 병원에 입원해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같은 동기로서 매정한 태도 아니냐고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은우가 심하게 다쳐서 입원했으면 진작에 부원들이 알지 않았겠는가. 오히려 과로를 방치하지 않고, 병원에 가줬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세은이의 본격적인 얘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저지먼트는 블랙크로우를 포함한 샹그릴라와 관련된 스킬아웃들에게서는 손을 떼라는 것이었다. 저지먼트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는 것이 이유였다.
"......."
틀린 말은 아니다. 녀석들이 약을 먹으면 레벨이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는 일이니깐. 저지먼트가 치안을 담당한다고는 하지만 고작 고등학생들이다. 아직 성인도 안 된 고등학생들이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기에 벅차다는 건 정확한 판단이지.
"은우의 말은 잘 알겠어, 세은아. 블랙크로우가 먼저 공격하면 어떡하냐는 질문은 다른 애들이 하니깐 나는 다른 질문을 할게."
"왜 은우 혼자서 쫓은 건지 알 수 있니? 아..왜 우리랑 같이 안 했냐는 의미가 아니야. 저번 병원사태도 그렇고..안티스킬이 개입할 명분이 충분히 있다고 봤거든. 아무리 은우여도 혼자 쫓기에는 벅차고, 안티스킬의 협조가 있어야 더 수월하지 않나 생각했어. 또 안티스킬의 협조가 왜 없었는지 알고 싶고."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인일이네, 그래도 그 선물은 전달해줘" 그렇게 말하며 곰곰히 생각한다.
레벨 4 최상위권이 여럿이라니... 말도 안되는 위력이다. 오히려 내가 레벨 4니까 체감 가능하겠지. 다른사람은 상상조차 힘들것이다.
"저는 전면적으로 손을 떼는게 좋아보여요....일단, 체감이 안될수도 있으니까. 체험을 시켜드리자면."
능력을 끌어올려, 지금 자리에있는 전원의 오른손을 가볍게 억제하려고한다.
"다들 오른손을 움직여보실래요?"
"저도 레벨 4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상위라고 자부합니다. 나름 부장님 제외하면 유효전력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도 자부하구요. 이게 제가 가볍게 다인 대상으로 낼 수 있는 위력이에요. 다들 이 일의 위험성을 체감하시면 좋을것같아요." ㅡㅡㅡ 정하가 할법한 행동이라 생각해서 저질러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가장 신뢰도가 있는 건 제 3자, 그것도 직접 본 사람이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은우가 모두를 걱정시킬까봐 자신의 몸 상태를 좋게 포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철현은 두번째 은우의 당부를 들으며 그저 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결국 약한 너희는 싸우다가 다칠 수 있다. 그러니 나서지 말라는 뜻이라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굉장히 불쾌하고 짜증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너무나 맞는 말이기에 기분이 더러웠다. 이 말 밖에 그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철현은 세은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일단 난 은우 녀석 말을 따르겠지만...다른 부원들은 모르겠다?" "차라리 안티스킬과의 협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안티스킬은 블랙크로우 위에 더 큰 조직이 있다고 파악하고 놈들을 잡을 전략을 세운 상태다." "계획이 진행되면서 놈들은 더욱 발악할 가능성이 있으나 부디 충돌하지 않고 피해다니길 바란다." "우리가 잘 못 나섰다간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 접촉을 지양해달라는 협조문이 왔다.."
그러고보니 부장의 입원소식이 퍼진 뒤에 다들 보이는 행동이 제각각이었나, 어느정도는 생각한것이었지만 저번 이상한 포스트잇 사건도 그렇고 여간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블랙크로우나 스킬아웃을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니 학생들 통제를 해야 한다.' 라는 거라면...
"그 안티스킬이 제대로 처리해준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임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전의 사건에서도 블랙크로우들은 마치 서두르듯 먼저 이탈한것 뿐이지 우리가 격퇴를 했던게 아니니까, 달리 생각한다면 그렇게 빼준것이 이쪽에겐 다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그들까지 이판사판으로 덤볐다면 당하는건 이쪽이었을 테니까, 저지먼트는 저지먼트답게 그저 학생들을 제대로 바로잡기만 하면 되는 일...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을 뿐이었다. 다음 순간에서 내 얼굴은 완전히 웃음기라고는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좋은 거야?"
나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가, 주먹을 꽉 쥔다.
"조금 부풀려졌다곤 하지만, 너희 오빠도 놈들 때문에 병실신세를 지고 네게 전언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야. 그리고 저번에는 우리 동료가 큰일을 당할뻔했어. 그건 절대 운이 좋았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냥 '놈들이 그럴 생각까지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성은 커녕 법조차 갖고놀기 위해 궁리하고 있는 녀석들이야. 그런데,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 나서야 할 저지먼트가 그런 녀석들에게서 물러나겠다고?"
어쩌면 지금도. 놈들은 활개를 치고있을지도 모른다. 학원도시의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미래, 생활, 노력을. 놈들은 침해하려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소집 첫날에 보았던 그 '사진'을― 놈이 잘못한 거라곤 친구와 조금 사이좋은 장난을 치려했을 뿐일 것이다. 그런 짓을 당해서 좋을 이유따윈 하나도 없다. 아니, 그 녀석뿐이 아냐. 우리들에겐 권리가 있다고... 샹그릴라 따위에게 놀아나지 않을 아무도 방해 할 수 없는 권리가. 그런데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왜인지 조금 답답해져서, 기세는 전에 없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희야는 혜우가 푸딩을 받아먹자 한 스푼을 더 뜨더니, 이내 입에 쏙 집어 넣었다. 사르르 퍼져나가는 달콤한 맛에 홀린 듯 한 스푼 더 뜨게 되어버린다. 맛있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반쯤 푸딩을 먹던 희야는 능력을 사용해 푸딩을 살짝 얼렸다. 사각거리는 식감의 변화를 주기 위함이다.
"마히다."
결국 뱉어버린 본심을 뒤로, 샹그릴라 단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스푼을 입에 문 상태로 세은을 빤히 쳐다봤다.
"일단 명령대로 하겠지만, 일반 학생과 스킬아웃의 구분은 같은 스킬아웃이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에요. 그건 은우도 잘 알았을 텐데, 달리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요?"
뭐, 이쪽은 알아서 잘 찾겠지만. 그것보다 레벨 4 상위권도 있었다고? 희야는 다시금 푸딩을 뜨다, 눈을 가늘게 떴다. 금빛 색채가 부서지듯 속눈썹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샹그릴라를 얼마나 처먹은…… 아니, 먹은 걸까.
"……그렇지만 우리가 활동하지 않으면 걔네가 활동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나요?"
혜우가 푸딩을 주겠단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말을 이었다. 손은 말과 달리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어!라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니 이번엔 고장이 안 난 듯…….
"이렇게 맛있는, 아니, 그러니까."
났네.
"그쪽에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보면서 저지먼트를 습격할 수도 있어요. 은우나 다른 저지먼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학생이라는 선에 존재한 이상 우리는 안티스킬과 동급으로 제압할 수 없을 테니 불리하겠지요. 먹이를 두고 다투던 것이 갑자기 물러서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할 테니까."
비어버린 푸딩 용기를 본다.
"먹이를 독점해 세를 불린 뒤 적을 먹이로 만들어버릴 기회거나, 안전히 치고 빠져 암약할 기회거나. 그렇지만 인간의 욕심이 전자를 이겨낼 수 있을까?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던 것을?"
세은은 저지먼트 멤버들의 말에 전체적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선 처음으로 대답한 것은, 그들이 과연 가만히 있겠냐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을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는 듯이 세은응 이어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그냥 가볍게 할 것만 하고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말라는 이야기겠죠. 솔직히, 저도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오히려 굳이 먼저 건들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일단 상황을 봐야겠지만... 어쨌든 '굳이 자극하진 말라'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냥..기본적으로 할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위주로 하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원래 규율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월광고등학교도 함께 하고 있기도 하고... 괜히 건드렸다간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건데..."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후 세은은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지시사항이에요. 적어도 오빠는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니까 가급적 자극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할 것만 해라. 어떻게 보면 그냥 소극적이 샹그릴라 압수..정도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자세한 것은 오빠에게 또 물어봐야 알겠지만...제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른 말들. 안티스킬에 대한 것, 그리고 철현의 말을 듣고서 세은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습니다. 뒤이어 세나의 말을 들으며 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책상을 주먹으로 약하게 쾅 찍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서 잠시 손을 아파하긴 했지만요...
"왜 그런 포장을 안했냐고요? 싫으니까요. 포장하는 것 따위. 누가 그딴 명령을... 저는 어떻냐고 물었죠? 싫어요. 그런 거. 진짜로. 안티스킬에 대해서 물었죠? 확실하게 이야기할게요. 안티스킬은 이번 일에 지원되지 않아요. 여름에 있을 '인첨공 15주년 기념 퍼레이드'의 준비를 위해서, 그곳의 안전을 위해 대부분이 4학구에 투입되었고 거기를 철통으로 보호하고 있어요. 물론 신고를 하면 도와주러 찾아오는 인력들이야 있겠지만... 아마 적극적으로 블랙 크로우를 어떻게 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왜인줄 알아요? 인첨공의 '높으신 분'이 그렇게 지시를 했으니까."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서 세은은 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종이컵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에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3학구에는 '에어버스터'와 '웨이버'가 있다. 이미 막강한 병기인 두 사람이 있는데, 굳이 3학구 문제에 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에어버스터'와 '웨이버'에게 완전히 맡겨버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1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대한 기밀 경비, 더 나아가 그곳의 치안에 집중한다. 그리고 3학구의 문제는 인첨공 최강의 병기 중 하나인 '에어버스터'가 책임을 지고 처리한다. ...알았죠? 이게 안티스킬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요. 애초에...오빠에게 거부권은 없어요. 하라고 했으니까 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불만을 털어놓듯이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어떻게 그녀가 높은 분이 한 말을 알고 있는지는 의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에 대해서 물어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321 부장 동생이 주먹을 내려친다. 그래, 이 상황에 있어서 가장 답답한 것은 나도, 저지먼트 녀석들도 아닌... 부장과 그 동생일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샹그릴라 따위 모조리 없애고 싶다. 블랙크로우따위, 전부 때려눕히고 안티스킬에 넘겨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을 격하게 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아파하는 거냐고! 얌마!
"...아아, 일단 들을게."
세은의 그런 사소한 모습에 조금 기분이 누그러져서, 옅게 미소지으며 말한다. 역시 레벨 4건, 5건 나와 같은 그냥 학생일 뿐이다.
일순간 오른손이 바싹 말라들었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참으로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성운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문득 자신이 이 실을 풀겠다고 거머쥔 칼리 스틱이라는 게 얼마나 무력한가, 하는 분명한 사실이, 분명한 한계가 눈앞에 쾅 하고 아로새겨지는 기분이었다. 방금 저 아직 이름을 못 나눠본 1학년생이 손이 아니라 심장이나 뇌를 노렸으면, 저항다운 저항도 못하고 즉사였다.
마음에 안 들면 찍 밟아버릴 수 있는 벌레 정도 수준. 성운은 자신의 위치를 다시 실감했다.
몇 가지의 기쁜 일로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냈다고 판단한 것도 잠깐, 자신이 벌레나 다름없는 몸으로 만리장성을 횡단하려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성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좋은 날은 어제뿐이다. 저번만큼 대놓고 정신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최하층 거주자가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상기해냈을 때의 얼굴이 결코 밝을 리는 없다.
조금 착잡해진 얼굴로, 딱히 발언할 것도 특기사항도 없기에 성운은 다른 동료들의 발언을 기다렸다.
"...확인했어. 지시사항이구나. 권고가 아니라." 솔직히 난 찬성이야. 이 말은 밖으로 내뱉진 않지만. 그야 솔직히 무섭다. 레벨 3? 4?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저번에 습격했던 녀석들은 능력을 크게 쓰지도 않았어. 그냥 '총'을 겨누고 압박했을뿐이야. 그것만으로도 우린 너무나 무력하게 제압당했어.
그런데 거기에 레벨 4? 대응할 수 있을리가 없어. 내가 무서운것도 무서운거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위험해. 자기 인식범위 바깥에서 전조증상 없이 날아오는 능력을 상대하긴 너무나 어려운일이니까.
심지어, 능력을 섬세하게 컨트롤 하지 않아도 되는 '살상해용'능력이라면.
"...에초에, 이딴일. 저지먼트가 하는게 이상해...!" 조그마하게 읊조리며 이빨을 까득 하고 깨문다, 뒷세계 조직과의 전면전? 이상하잖아. 레벨 4를 양산하고 세뇌를 시키는 집단? 안티스킬이나 저지먼트 따위가 아니라 군대가 출동하는것이 백번 옳은일이리라.
"차라리, 4학구에서 크게 벌이면...!"
말하고 나서, 즉시 후회한다. 당연해. 그건 '테러모의'나 다름 없으니까. 저지먼트가 함부러 입으로 뱉을 말이 아니다.
"...잘못했습니다. 말을 실수했네요."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야, 당연히 싸우라는게 아니라 피하라는거니까. 다만...이 사람들이 걱정될 뿐이지.
>>321 월광고등학교. 그 말을 듣는 순간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조금 전의 예상치 못한 신체 주도권 상실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일까.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마저 심하게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리라는 제 손톱으로 손가락을 꾹 눌렀다. 정신 차리자. 나는 저지먼트 부원이고 여기에 나약한 사람은 필요없다. 결격사유를 겉으로 드러내면 안된다. 지금 논제에만 집중해. 아무렇지도 않아. 여긴 부실이야. 나는 안전하다.
안전할까. 죄송하다는 목소리에 리라는 무심코 정하를 바라본다. 입이 잠깐 벌어졌다가 도로 다물어진다. 대신 리라는 그의 후배님을 향해서 살짝 웃어보였다.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정치적 문제였나요? 그거 참~ 여기 생태계가 다른 곳과 다른 건 잘 알고 있지만 이 정도 건을 열아홉 짜리들에게 온전히 위임하다니. 그렇게 믿고 맡길 수 있는 근거라도 존재하나 봐요. 그게 뭘까~"
근거. 단편적으로는 레벨 5에 달하는 비상식적인 힘을 뜻하는 것으로 들리겠지만 리라가 보고 있는 건 조금 달랐다. 그 힘을 가진 학생들이 단 둘이서 범죄조직을 상대하고 치안을 수호하라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 못 하고 거부권도 없이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책임감만 보고 하는 건 아닐테지. 그 대단한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고 만다.
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을 '병기'로 칭하는 것. 그렇게 말을 하는 세은 역시 달갑지는 않겠지. 이 그림자로 가득한 도시는 언제나.. 사람을 지옥도로 밀어넣는 것 같았다. 턱을 톡, 톡 두드리는 리듬이 정갈하다. 평소와 다르게 침잠한 표정은 오히려 편안하다. 하지만 곧장 그 얼굴에 가벼움을 둘러쓰고, 평범한 남고생의 모습을 한다.
그래, 15주년, 물론 중요하지. 너무나 중요해. 보안 대책도 필요하고 사람들도 다치면 안되잖아.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학구의 모든 경찰력을 4학구로 몰아버려? 학생들이 마약에 중독되고 있는 데? 차라리 퍼레이드를 미루는 게 맞지 않나? 대체 무슨 의도로 인첨공 전체의 경찰력을 한 곳에 모으고 남은 학구를 학생 두명이서 지키라고 하는 거야? 이게 말이 돼?
높으신 분의 지시-라는 데에는 이해가 간다. 7위의 동생이고, 역시 3000위권의 최상위권 강자니까 그 정도 이야기는 같이 들을 수 있겠지 하고 편리하게 생각해둔다.
"그러면 일단 목화고 저지먼트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평시 활동만 이어가라는 거네요. 그것은 문제없지만..."
다은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안티스킬의 행적이 영 마음에 안 든 탓이다. 역시 안이나 밖이나 관료조직은 받아먹기는 돼지처럼 받아먹는 주제에 게을러빠진 점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 이상-이라는 울분이 입술을 박차고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짓누르며, 다은은 표정을 차분히 평상시처럼 가다듬고는 세은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나 확인해보는데, 월광고 쪽에선 뭔가 이렇다 할 소식이나 정보공유 같은 게 없나요?"
억제되어 불편했던 오른손으로 시선 내렸다가, 정하 쪽으로 올라가 잠시동안 고정된다. 반론은 짧게 그쳐 눈썹 밑 음영이 미세하게 짙어진 것 빼곤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무표정. 능력이 풀리면 손 한번 털듯 움직여 보고선 세은의 말을 경청한다. 사람 죽어가는 것보다 축제가 더 우선시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쉽게 스며들었다. 달갑진 않지만 늘 그러지 않았던가.
인력난인데도 부장은 우리까지 개입시키기 원치 않으시는 건 이해할만 한 말인것 같아 입 꾹 닫은 채 앉아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신체 한 부분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저 저지먼트가 어둠 속에 머리를 처박기 전 했던 일만 하라는 뜻일 테니. 그렇지만 웨이버와 에어버스터를 적으로 돌린다는 말은 머리로 이해해도 받아들이긴 어려운 일이다. 희야는 침묵했다. 나는 에어버스터가 화가 났던 표정을 기억한다. 그때 했던 말도.
"저런, 15주년은 중요하죠. 하물며 명분을 내세웠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겠어요."
지나치게 태연하다. 분노해야 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다. 명색이 공권력이라는 존재는 일개 고등학생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고, 하물며 믿고 맡긴 학생은 병상에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오로지 병기라고 칭하며 사람의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한다. 고작, 학생에게. 거부권을 가져도 마땅찮을 나이의 아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인첨공의 깊은 그림자는 달 뜨는 날이 다가오니 점차 짙어지는데 오로지 표면적인 성과와 제 잇속을 채우는 것이 먼저다. 이에 분노함은 옳은 일이지만 희야는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요."
이윽고 4학구에서 크게 벌인단 이야기에, 희야는 고개를 온전히 돌렸다. 새하얀 원반 같은 눈동자가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이내 희야는 난생 처음으로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인간 외적인 눈이 한참이고 반응을 훑더니, 경쾌하고 사근사근하던 목소리가 아니라 어조 하나하나가 기계적인 듯 딱딱한 목소리가 흘렀다.
>>354 "높으신 분들이야, 현장을 숫자와 글자로 보는 게 전부니까요. 5레벨이 4레벨보다 높잖아? 그게 두 명이나 있잖아? 그러면 이대로 내버려두면 되겠네. 이렇게 끝내버리는 거에요." 다은은 빙긋 웃었다. "정하 후배.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해요, 이 부실의 모두가 지금 좀 어처구니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언제 우리 이해를 구하는 것 봤어요?"
"나는 부장대리가 이니야. 부장대리는 한양 선배지. 난 그냥 오빠에게 부탁을 받고 말을 전해주는 것 뿐이야. 그리고, 월광고에서 주는 정보는 저도 몰라요. 그것을 받는 것은 오빠니까."
그에 대해서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외의 말들에 대해서는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어쨌든 세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언제나처럼 홀로그램을 띄웠습니다. 그건 전에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저지먼트 각성하라' 로 시작된 포스트잇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노력을 무시하지 말고, 더 이상 샹그릴라를 뺏지 말라는 일종의 항의문. 그것을 바라보며 세은은 말했습니다.
"이거 본 사람은 봤죠? 이걸 누가 썼는지 확인되었어요. 이틀전에 저지먼트에 탈퇴서를 제출한 '은시호'라는 여학생이에요. 1학년이었고요. 아무튼 그것을 떠나서 지금 여기저기서 저지먼트에 대한 불만이 꽤 늘어났어요. 오빠는 그런 상황이니까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조금 더 몸을 조심하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학교 내에서 샹그릴라를 가지고 있는 이가 발각되면 압수를 하는 것은 잊지 말라고 하면서요."
두 번째는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여론이 안 좋으니까 조금은 조심하라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그렇게 말을 끝내고 이제 할 이야기는 다 했다는 듯 세은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는 도중, 그녀의 핸드폰이 조용히 울렸습니다. 아. 잠시만요. 오빠에게서 온 거라서. 이렇게 말을 하며 세은은 잠깐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기를 약 5분 정도. 세은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3학구 자연공원에서 지금 학생들이 모여서 시위를 한다는 것 같네요. '자연을 지키자..'라는 느낌의 시위인것 같은데... 일단 평화시위라고 하지만, 그래도 일단 질서를 위해서 저지먼트 전원 다 참석하라는 오빠의 전언이에요. ...뭐, 정확히는 안티스킬쪽에서 협조를 구한 것 같지만... 아무튼 일할 시간이에요. 가요. 다들."
말 그대로 시위를 하고 있으니까, 질서가 어지럽혀지지 않게, 그리고 말썽이 생기지 않게... 라인을 치고 지켜보라는 그런 느낌인 모양입니다.
"덧붙여서 다른 곳에서도 여럿 이런 시위가 벌어진 모양이에요. 각각 저지먼트마다 한 구역을 맡게 되었거든요. 우리는 자연공원이에요."
일이 우리 생각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데. 다은의 이마가 다시 구겨졌다. 인첨공의 기술이 환경친화성까지 고려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다은 역시도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총기 같은 중공업 제품을 외부에 입찰을 내는 것도 내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들었고. 그런 인첨공에서 환경 시위라. 그것도 여러 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들의 최근 주요 업무가 샹그릴라 회수였던 만큼 엮일 일은 많았다고 볼 수 있다만. 거기에 영향을 크게 받아 아예 물든 사람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레벨 높은 사람이 곁에서 함께 활동하니까 자격지심이 생겼던 걸까? 하얀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해를 한다면 할 수야 있겠으나,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와아. 우리를 돕지는 않지만 우리는 도우라는 게 참?"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살랑살랑 고개를 저은 그는 이 시위가 평범한 시위일까 하는 의문을 먼저 품었다. 그들이 샹그릴라를 먹고 폭주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을 거 같은데
"퇴부한 학생도 있는 마당에 샹그릴라에 대한 모든 화살은 저지먼트에게 돌아오고, 분명 학교가 습격당했을 때에도 지켜준게 저지먼트인데 이거 완전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꼴 아님까~"
그만큼 샹그릴라가 좋으시단 거겠지.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빙글빙글 웃었다. 애초에 샹그릴라에 목매다는 학생이라면 후폭풍 따윈 두렵지 않다는 것이니까, 마약은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해볼까? 가 아닌 이거 아니면 안되니까, 라는 마음이 더욱 중독이 되도록 만들곤 했으니까,
"자연공원에서 자연에 대한 시위라~ 꽤나 역설적이네여."
애초에 인간이 자연을 걱정한다? 그것만큼 우스운 것도 없었다. 인간은 진화와 편의를 꾀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자연을 해쳐왔는데 이제 와서 자연보호를 하라는 외침은 모든 편의를 내려놓으라는 말과 똑같이 들렸으니까, 들어는 봤나? 정말 자연이 치유가 되려면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하는게 인간이라고,
"세은 선배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물론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네만, 실로 합당한 처사가 아닌가!"
"1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는 높은 분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릴터. 그렇다면 악인들은 우리같은 학생들을 노리기보다 그 쪽을 노릴 확률이 당연히 크지 않겠는가?"
"명령과 상부의 책임이란 그런 것이라네. 모든 이의 목숨은, 그 어떤 악인이라 할지라도 한번의 기회가 남아있는 한은 소중하고, 평등하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바!"
"그렇기에 공격받을 확률이 높은 쪽을, 군사력을 동원하여 지키는것이 실로 합당한 처사라고 보네만."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 모두를 살펴보았다.
"또한 세은 선배의 말에 따르면,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라는 강대한 힘을 가진 이도 존재하지 않은가! 우리는 버림받은것이 아니라네, 제군."
"분개하는가? 화를 참을수가 없는가? 그렇다면 오히려 역으로 묻겠네. 이 사건의 원흉을 아는가? 그 원흉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악의 조직과 맞선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뿌리채 뽑을 수 있는가?"
"레벨 3, 레벨 4라는 실로 놀라운 힘을 가진데다, 총같은 병기로 무장한 악인들을 상대로, 맞서 싸우고, 서스럼없이 목숨을 앗을 각오가, 제군들은 되어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네. 우리는 일개 학생에 불과하고, 그들과 맞서 싸운다면 누군가가 희생될 테야."
"이런,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라는 것은 아닐세. 대비를 하자는 게지."
"그 외에 훌륭한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도 좋다네. 명령에 맞설 힘이 있고, 권력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당연히 따라오는 '사람의 목숨' 이라는 무게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말일세."
"허나, 우리에게 명령이 내려진 이상, 나는 그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게야."
입꼬리를 올려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는.
"핫핫하!!! 불법 약물을 빼앗지 말라니, 실로 어리광이 심한 아이로다. 실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해보이는군. 세상엔 불법 약물보다 좋은것이 많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어야겠어. 있지 않은가! 달콤한 음식이라던지... 아, 최근에 3단 아이스크림이라는 놀라운 음식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네! 핫핫하!! 생각만 해도 뺨이 떨어질 것 같군."
'은시호.. 너였냐. 샹그릴라를 노력이라고 포장하지마. 자신을 믿지 못해서 찾아낸 편법일 뿐이지. 그나저나.. 역시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더니, 우리한테도 있었군.'
"그래. 몸을 더 사리는 건 그렇다고 치고.. 은시호 걔를 좀 설득해야 될 거 같은데. 학교에서 우리에 대한 불만이 더 늘어나고 있잖아. 은시호 역시 불만이 있는 애고. 걔가 입을 털면 그 불만층에 대한 선동이 더 커지겠지. 저지먼트에서 활동하다가 탈퇴한 녀석이니, 불만층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뢰가 가는 녀석이겠어. '사실'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걔가 어떤 말을 할지 모르고, '저지먼트 탈퇴생'이란 타이틀을 무기로 뭔 말을 할지 모르니깐. 강압적인 방법은 절대 아니고.. 온건적이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말이야.
강압적으로 대하면 우리는 정말로 강압적인 녀석들이 되는 거고, 은시호가 불만층을 더 크게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되니깐.
그 뒤에 세은은 전화를 하고, 내용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쩝..시위..알았다. 가자."
자연을 지키자는 목적으로 하는 평화시위라.. 그런데 왜 이게 같은 시간에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이건 당연히 계획된 시위이고, 뒤에서 누군가가 컨트롤을 한다는 의미인데..
굳이 한 장소에서 하면 될 일을 왜 여러 곳으로 분열시켜서 하는지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불만이라고. 그래. 불만이 많겠지. 솔직히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눈엣가시겠어? 하지만... 리라는 스케치북을 닫았다. 필요한 건 다 그려둔 참이다. 포스트잇에도 예비로 준비한 게 몇 개 있고. 이 정도면 됐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한 사람 몫은 해야 한다. 리라는 주머니의 약통을 쥔다. 마음이 조금은 안정됐다.
"왜 갑자기 자연 시위일까. 학생들이 시야가 넓은 건 좋은 거니까 뭐 그렇다 쳐도, 우리까지 가라니. 와~ 이게 어른의 지혜인가요? 학생들을 시위 질서 관리에 참여시키다니. 다들 알뜰하신 게 인첨공의 미래가 참 밝을 것 같아~"
>>546 "부부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이에요." 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친환경주의 시위라니 별 문제 없을지 모르고, 우리가 집단 편집증을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죠. 그러길 바라지만, 혹시나 우리 모두가 염려중인 그 상황이 벌어진다면 부부장님 말씀을 한 번은 더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은시호라... 가엾은 녀석이다. 어째서 자신의 상황을 상황을 안 좋은 쪽으로 끌고 가는걸 모르는 거냐고. 그렇지만 그쪽이 그렇게 나오겠다면 이쪽이 막을 방도는 없다. 다만, 언젠가... 한꺼번에 부숴주지.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상황이 어쨌든 일은 해야하는 거니까 말이지. 하아-"
나도 블랙크로우같은 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상대하고 싶지 않다. 계속 이런 저지먼트다운 일만 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지않다.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그러니 지금 같은 일은 요전번에 겪었던 일에 비하면 그저 한 숨 돌릴 수 있는 산책정도로 느껴졌다. 뭐, 그렇다고 힘을 빼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럼 가볼까, 저지먼트!"
파팟-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완장을 잽싸게 꺼내어 순식간에 팔에 걸어버린다. 후후... 이거 나름 연습했던 거란 말이지! 그럼 가볼까! 그렇게 나는 빠르게 다리를 움직여 지정받은 장소로 향한다-
희야는 홀로그램을 묵묵히 눈에 담았다. 저지먼트 각성하라, 노력을 무시하지 말고 샹그릴라를…… 희야의 표정은 담담했다. 저지먼트에 탈퇴서를 제출하고 어디로 갔을까? 좋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 학생이 단순하게 뜻이 맞지 않아 탈퇴하고 학교의 생활을 온전히 즐길까, 아닐 것 같다. 샹그릴라를 뺏지 말라는 걸 보니 저 학생도 곧 샹그릴라에 푹 빠져선 눈이 돌아갈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하물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야기를 퍼뜨릴 수도 있다.
진위는 필요하지 않다. 당장 지금 하루를 불태울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걸로 족하다. 인간은 제각기 이야기의 가치를 매기고 좋을 대로 떠들다 사라지는 존재다. 아마 저지먼트와 샹그릴라, 인첨공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여론을 불태우겠지. 그렇게 개개인의 폄하로 이어지다 어떠한 사건이 터져 여론이 반전되면 입을 싹 씻을 것은 자명하다. 익숙한 일이다. 그리고 지루한 일이다. "알겠어요." 따위의 대답으로도 대충 넘길 수 있는 일.
그리고 희야는 불편함을 느꼈다. 불편함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알기 때문에 어렴풋이 그렇구나 단정지을 수 있는 감각이다. 학생들의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들리는 것 같다. 열등생과 엘리트는 없습니다, 하나의 사람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인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차별은 없어야 합니다……. 무시하자니 어딘가 멀미가 나는 것처럼 불편하다. 아찔한 감각이 머리르 후려치는 것 같지만 겉으론 아무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평소처럼 멍하니 몽롱하게, 명령 듣는 아이와도 다를 바 없다.
"준비할 게 있어서,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미안해요, 혜우야."
희야는 아이처럼 미소 짓고는 혜우가 먼저 가는 걸 보다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 속으로 셋을 센 뒤 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건 그때 일이 아니야. 괜찮아, 난 괜찮아. 나는 잘못한 거 하나 없어…. 괜찮아."
>>550 다은은 뭐라 입을 열려 했으나, 상황이 곧 정리되지 이내 입을 다물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거 끝나면 디저트라도 먹을까, 리라야? 머리아픈 소리를 너무 들었더니 당이 좀 딸리는 기분이네."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했지만, 끝 라인을 단정하게 정리해두던 단발이 정전기라도 탄 것마냥 잔뜩 부풀어 있다.
다들 각자의 생각을 하면서 아마 3학구 자연공원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 대충 서른 명 정도의 학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목화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플랜카드까지 들고 있으며, 꽤나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맨 앞에 있는 붉은색 트윈테일 머리카락 여학생 ㅡ교복으로 보아하니 2학년입니다.ㅡ 은 뒤를 돌아보면서 질서를 지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보면 교복에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색 연기' 모양의 뱃지를 달고 있습니다.
"자. 자. 여러분. 모두들 질서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외칩시다! 자연을 지킵시다! 자연을 지킵시다! 자연을 지킵시다!"
ㅡ자연을 지킵시다. ㅡ자연을 지킵시다. ㅡ자연을 지킵시다.
전혀 말썽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화로운 시위 현장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멤버들이 다 모일쯤에 갑자기 구호가 바뀌었습니다.
"저지먼트는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라!"
ㅡ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의 노력을 보장하라!"
ㅡ우리의 노력을 보장하라!
"그 약물에 대해서 간섭하지 마라!"
ㅡ그 약물에 대해서 간섭하지 마라!
어느덧 구호는 그렇게 바뀌었지만, 그들은 조금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맨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은 손에 쥐고 있는 확성기를 들고 저지먼트 멤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친애하는 저지먼트 여러분! 오늘도 일이 바쁘신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런 방식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여러분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절대로 폭력은 휘두르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그쪽에서도 피차 마찬가지로 폭력을 써서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맙시다."
"마침 에어버스터도 없겠다. 우리 에어버스터가 없는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합시다. 여러분들은, 왜 그렇게 샹그릴라를 뺏고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까? 물론, 샹그릴라를 먹고 날뛰는 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이가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인격의 문제지. 부작용이 아닙니다."
"애초에 여러분들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까? 저지먼트의 부장인 에어버스터의 지시가 그래서입니까? 아니면, 여러분들이 생각했을때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막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겁니까?"
또박또박. 확성기를 이용해서 발음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는 여학생은 정면으로 저지먼트 멤버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답을 해달라는 듯, 가만히 그들을 바라봤습니다.
시위의 내용이 바뀌자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얽는 아지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걸렸구나 한아지!! 여학생의 말에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얹고서 저지먼트 부원들의 눈치를 본다. 그림자에 대해 얘기해도 되는 걸까...?
"부작용을 알고 있다니 말이 조금 통하겠네요오"
그러다 헤실헤실 웃으며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좋은 인상의 아지라는 남학생이 손을 모으고서 말하는 모습은 매우 무해해 보인다.
"샹그릴라를 먹고 부작용으로 날뛰는 사람도, 거기에 휘말려드는 사람도 걱정돼요~ 게다가 양보를 해서 먹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건 본인의 책임으로서 본다고 해도, 조금의 확률이라도 관계도 죄도 없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저지먼트로서 간과할 수 없겠지요~" "제대로 승인이 난 약물이라면 저희도 간섭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런 약물을 승인할 거라면 누구라도 그 생각부터 할 걸요~?"
아지가 눈을 감고서 누군가들을 마음 속으로 그리고 얘기한다.
"0.1%의 확률로라도 이 약물이 누군가를 현혹하고 날뛰게 하여 주변의 많은 자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면," "그 다치게 될 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664 성운은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 따라오긴 했으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른 이들의 뒷열에 서서, 혹시나 누군가 돌발행동을 하는 이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시위대 중에서도, 저지먼트 중에서도.
'서른 명..많군. 하지만 질서정연해. 확실히 들은 그대로 자연보호에 관련된 시위이고. 그런데 모두 우리학교 학생들이네?'
한양은 조용히 시위현장으로 간다. 생각보다 온건하고 주제에 맞는 시위이기에 오늘은 편하게 넘어가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지먼트가 오자,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구호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를 여기로 끌어들이기 위한 연막이었군. 역시 뭔가 느낌이 쎄했어. 그런데 저 뱃지는 무엇이지..'
"저지먼트 부부장 3학년 서한양입니다. 우리 역시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한양은 앞에 나서서 대답하기 시작했다.
"네! 그건 인격 문제가 맞습니다. 날뛰려는 이들이 샹그릴라를 먹고 강해져서 날뛴다는 게 문제지, 샹그릴라가 그들을 날뛰게한다는 부작용은 없으니깐요. 당신들 말이 맞아요. 그 이유로는 샹그릴라를 막을 이유가 못 됩니다. 먹고 날뛰는 이들을 잡아서 처벌하면 되니깐요."
한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샹그릴라..연구결과로 이 약을 주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당신들의 계수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부작용이 사라질 때까지는 계수는 계속 올라가요. 부작용 기간 동안에는 어떤 커리큘럼을 받아도 계수는 안 줄어듭니다. 결국은 부작용이 끝난다면 원래의 힘보다 더 약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쉽게 얻은 힘인 만큼 쉽게 잃는 법.'
한양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가리키며 말한다.
"맛탱이가 가는 겁니다."
이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계속 샹그릴라를 복용해서 평화롭게 살면 끝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샹그릴라는 불법약품입니다. 정식적으로 판매되지 않습니다. 가격은 엿장수 마음대로죠."
"음지에서 판매되는 샹그릴라. 당신들은 약이 급해질 때마다 가격을 수시로 올려댈 겁니다. 샹그릴라로 강해진 레벨로 받은 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요? 음지에서는 당신들을 상대로 그 이상의 값을 요구할 겁니다. 당신들은 약이 절실한 상황이고, 음지는 약을 가진 상황.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올려서 최고의 이익을 보려고 할 겁니다. 당신들의 부작용으로 인해 올라가는 계수? 걔네는 신경 안 써요. 당신들은 샹그릴라를 만들 기술이 없잖아요. 그에 비해 음지녀석들은 공급책을 확실히 쥐고 있고요."
"당신들은 조만간 돈이 필요해질 겁니다. 엄청나게 큰 돈이요. 단순히 지원금이나 알바로 충당할 돈이 아니예요. 불법이나 범죄를 접해야 충당할 수 있는 돈일 겁니다. 당신들이 샹그릴라를 시작으로 더 어두운 길을 걸어서 비극을 맞이할게 될까봐 우려되는 겁니다. 당신들을 위해서 막는 거지요."
단체로 정신이 나갔군. 우산을 들고 서있던 나는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조용히 있을 생각이었지만... 역시 나는, 그런 위인이 되지 못했나 보다.
"그딴 꼴보기 싫은 격식따위 알까보냐...! '객관적'인 이유따위,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확성기에도 의지하지 않은채, 나는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히 들을 수 있도록 앞에 있는 여학생에게... 아니, 모두에게 말을 전한다.
"나는 샹그릴라에 의해 무너지는 녀석을 봤다. 친구를 봤다. 그리고... 동료를 봤다. 놈들은 하나같이 죽은 눈빛을 하고 있었어. 이상한 일이지. 분명 녀석들의 계수는 올랐을텐데. 대우도 전보다는 한참이나 달라졌을텐데. 나같은 무능한 레벨 0보다 훨씬 유능해졌을텐데... 바로 어제, 이 학원도시를 어둠에서부터 보호하자고 같이 웃던 녀석의 미소가. 이제는 한 없이 비겁한 것이 되었어. 그래, 만약. 이게 전부 '샹그릴라'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너희들이 말하는 것 따위 알까보냐!! 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아! 바로 옆에 있는 친구조차 지키지 못하는 '샹그릴라'라면 싸그리 없어지는게 좋은 거라고...!!"
까드득. 너무 강하게 깨문 탓에 이빨이 서로 맞물리지 못하고 진동하는 소리가 골에 울려퍼진다. 샹그릴라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 둘 씩 영원히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이 녀석들은, 그걸 보고만 있으라고 말하는 건가?
"그래, 그리고 「에어버스터」... 말 잘했다. 그렇다면 너희는 이 자리에 만약 에어버스터가 있었다면, 그런 주장도 마음놓고 하지 못했다는 거냐?"
"그건 왜지? 너희들이 정말로 떳떳하다면, 너희들이 믿는 샹그릴라가 그렇게나 형편 좋고 깨끗한 거라면, 대체 왜인거냐. 이제는 계수도 오르고 힘도 취했어. 뭐가 문제인 거냐." "왜 스스로 주눅들고 쥐새끼마냥 숨어서 수근대는 거냐. 왜 자신의 힘으로 한계를 넘어서 레벨 5에 도달한 녀석의 눈을 왜 마주하지 못하는 거냐. 왜 너희 곁에 있는 친구가 친구의 친구를 무참히 망가트리는걸, 왜 막지 않는 거냐."
"너희들이 갖고 싶었던건, 그런 걸 위한 힘이 아니었던 거냐?! 샹그릴라엔 어떤 부작용, 불순함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 너희들에게 남은 문제가 뭐라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냐고!!"
다음 날 목이 쉬어도 상관없다. 당장 누군가 내게 다가와 칼을 찔러도, 상관 없다. 해볼테면 해보라지. 설령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이것 만큼은 꼭 물어야겠다.
다들 정론을 말하는 중. 누군가의 '노력'이라는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다. 노력했다고 할 수 있냐고? 누가 저들에게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친듯이 노력해도 안될 수도 있는 게 레벨 0에서 1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운좋게 레벨이 올랐으면서 다른 이들을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난하는 건가? 대체 무슨 권리로?
한때 진심으로 약을 먹을까 고민했던 그였기에 철현은 자신이 있어야할 곳이 어디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뱃지. 희야의 눈은 뱃지에 꽂혀 떠날 기색을 보이지 못했다. 저건 단체다. 애초에 단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체라는 사실에 다시금 불편함을 느꼈다. 평화로운 시위가 바뀌기 시작했을 때는 아예 고개를 숙였고, 움직이지 않았다. 깃을 세운 백의 속에는 목을 가리는 새까만 받침옷이 있다. 희야는 갑작스럽게 그 옷이 불편하다 생각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숨이 불편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그러모아 쥐었다.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확성기 소리가 먹먹하지만 하나하나 귀에 칼날처럼 꽂히고 있다.
대체 뭘 안다고 권리를 주장하지? 그 약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입증된 사실이 있나? 오로지 인간의 욕심으로 이루어진 더러운 약이 무엇이 좋다고 삼키지? 객관적으로 확실히 막아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있잖아, 여기 있잖아, 여기……. "임상실험은 입증이 됐나요?"
희야는 고개를 들었다. 인간을 쳐다보는 눈이 아니다. 끔찍한 현실을 염증이 난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일반 약국에서, 혹은 시중에서 쉬이 유통되는 약인가요? 아니잖아요. 인격의 문제와 부작용을 논하기 전 합법과 불법을 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희야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토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몸을 정결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쎄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늙어가는 냄새가, 숨결이 세상을 채우는 소리가, 끝내 계시를 받아 움직이는 자들의─ 귀를 틀어막고 무시하려 하니 멀미를 하는 것 같다. 숨을 쉬기 어렵다. 저 배교자들이, 어리석은 이단들이, 신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간악한 것들이.
"그 약 뒤에 무엇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사람 하나의 고혈 정도야 대의를 위한 희생이면 괜찮다 그것인가? 그 뒤에 어떤 것이 있든 말든? 너희는 이 이후에 남을 탓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나? 너희는 이미 스스로를 고작 운 나쁘게 낮은 레벨으로 배정받아,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못하며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잘 나오는 학생들을 바라봐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하여 그런 얘기를 하면서, 그 간악한 이단의 술수에 어떤 결과가 있든 순순히 받아들일 거란 보장이 있나? 불법이면 먹지 않겠다고 보장하나? 합법이면 우리가 나서지 않음을 알지 않은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행하는 자들이면서, 은밀한 이유를 스스로 알면서도 면죄부를 사겠단 것인가?"
그분의 뜻을 곡해하는 것들이, 저깟 것들이, 저것들이 감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
입이 틀어막혔다. 희야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이내 온몸이 경직되듯 굳다 천천히 늘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제 귀를 틀어막았다. 멀미가 난다, 토할 것 같다. 눈앞이 아찔하다. 보인다. 보이기 시작했다. 봐서는 안 될 것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희야는 이내 고개를 휙 들어 시위대를 쳐다봤다. 소름 끼치도록 비현실적인 눈동자가 정확하게 눈을 마주하려 하더니.
>>759 "부부장님, 샹그릴라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인첨공의 연구원 분께서 직접 분석해주신 결과가 있습니다."
다은은 리라가 만들어두었던 메가폰 하나를 거머쥐고 대중들을 향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학생 여러분. 목화고의 부학생회장 유다은입니다. 물론 저지먼트는 지금 이 자리에 여러분의 환경 보호 집회가 안전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렬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도와드리고자 나왔으나, 이 자리에서 환경 보호와는 다른 중요한 안건을 발의해주신 분이 있어 해당 건에 대해 답변드리고자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칭 '샹그릴라'라 불리는 불법 약물의 유통이 엄격히 금지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샹그릴라가 능력 계수를 증폭시키는 원리는 뇌내 연산을 폭주 및 교란시켜, 일시적으로 여러분의 이능력을 과다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엔진도 정격 이상의 출력을 내면 엔진 자체에 손상이 가며, 지나치게 오버클럭한 CPU는 그 성능이 크게 저하되죠. 하물며 우리의 신체에서 가장 예민한 두뇌는 더욱 심합니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연구원 분께서 정확히 분석한 결과, 샹그릴라를 복용했을 경우 능력 레벨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만, 두뇌 연산에 일시적 손상이 발생해 그 누구라도 예외 없이 능력이 복용 이전보다도 더욱 퇴행되는 부작용이 있음 또한 입증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샹그릴라로 상승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샹그릴라를 계속 먹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샹그릴라의 공급원은 인첨공에서 그 누구도 신원을 보증하기는커녕,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미상의 집단입니다."
"계속 샹그릴라를 먹지 않으면 능력 계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여러분에게, 신원 미상의 집단은 샹그릴라를 인질로 잡고 가격을 올려 여러분이 정상적인 생활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정상적인 생활이 아닌 다른 삶으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샹그릴라 복용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첨공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저지먼트를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여러분을 돕기 위해 이 곳에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총포, 폭발물, 도검(刀劍),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器具)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휴대하게 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 2.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3항 제5조제2항 또는 제16조제4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경과 성운은 각각의 위치에서 돌발행동을 하려는 이가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그런 이는 없어보입니다.
여학생은 모두의 말을 조용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말이 끝나자 다시 확성기를 높게 들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은 조금도 폭력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얌전히 서서 저지먼트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서 불법 약물이라서 안된다, 약이 다 떨어지면 어쩔 참이냐,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행동이다. 0.1%의 확률로 날뛸 수도 있는데 그 후는 어쩔거냐? 뭐하는 녀석들이 퍼뜨리는지도 모른다, 불법이다, 어쨌건 음지에서 나오는 약이니 너희가 손해를 볼 것이다, 뇌에도 문제가 생긴다, 먹어서 죽을지도 모른다... 부작용으로부터 아무도 지켜줄 수 없다. 아무튼 위험하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연구원의 보장으로... 더 나아가 우리가 남을 탓하지 않을 보장이 어디 있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순간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던 랑은 그 여학생에게서 뭔가 안 좋은 예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위험함과는 다릅니다. 그건 명백히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악의입니다. 하지만 그건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들은 애초에 그런 것을 고려하고 먹는 겁니다. 불법이라고 했나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십시오. 저지먼트 여러분. 정작 안티스킬은 이 약물을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불법이라고 어떻게 규정하는 겁니까? 진정으로 법을 집행하는 안티스킬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것은 정말로 불법이 맞습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당연히 이건 안되지! 라면서 움직이는 것 뿐 아닙니까? 애초에 정식으로 그걸 막으라는 공식적인 입장이 있었습니까? 있다면 보여주십시오. 그럼 납득하겠습니다."
피식 웃어보인 후, 여학생은 또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노력이니 하시는데... 여기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그 노력이라는 것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포기한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나타난 것이 바로 샹그릴라입니다. 그래요. 안 좋은 거 압니다. 노력과 성의를 짓밟는 거 압니다. 편법이라고 하셨는데... 우리가 편법을 왜 썼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정행위라고 했는데 왜 부정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답은 저지먼트 여러분들도 잘 알 겁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능력을 키우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분이 계십니까? 있다면 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거기서 조용히 말을 마칠 무렵, 랑은 또 다시 악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명백히 '위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명백히 저지먼트 안으로 향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대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편 여학생은 정하, 그리고 세나를 바라봤습니다. 이어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말을 비슷한 톤으로 계속 이어갔습니다.
"에어버스터에게 주장해서 뭐가 달라집니까? 여러분들은 진정으로 그 퍼스트클래스 에어버스터가 우리들의 입장을 생각해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은 레벨5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아십니까? 레벨0와 레벨5가 똑같은 병원에 동시에 입원했을때 더 많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는 레벨5며, 레벨5는 더욱 더 많은 돈을 받고... 그 존재만으로도 찬양받고 존경받는 이입니다. 그야말로 인첨공 안에선 절대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 이가 레벨0의 고충을 알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릅니다. 모르기에, 우리들의 이런 소리에도 불법이니까 위험하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막으라고 지시를 내리는 겁니다. 더 나아가도록 하죠. 레벨5 에어버스터에게 강해지고 싶다..라는 말을 해본 분 계십니까? 저는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에어버스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강한 힘은, 결국 스스로를 해칠 뿐이다' 라고...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정작 자신은 그 절대적인 힘을 손에 넣었으면서, 강해지고 싶다는 후배에게는 강해지면 안된다. 이런 소리를 하는군요. 그래요. 고충은 있겠죠. 하지만 자신은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정작 남들에겐 그렇게 말하는 이와 무슨 대화를 한단 말입니까? 다시 말하죠. 에어버스터는 이 자리에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에어버스터처럼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우린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되고 싶다면... 저희들이 왜 이런 약을 먹는지, 이런 약에 의존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에어버스터.. 즉 퍼스트클래스는 우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해할 생각조차 없지요. 그렇기에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는 겁니다. 대화를 해봐야 시간 낭비인데, 뭐하러 하겠습니까?"
거기서 잠시 숨을 돌리던 여학생은 이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차피 안티스킬도 막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약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먹으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책임은 모두 저희가 지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못 본 척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차피... 그냥 냅둔다고 해서.. 여러분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여러분들은 왜... 안티스킬조차 막지 않는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겁니까? ...정의감 때문입니까? 아니면... 그렇게 해야만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까? 우리들은 그 모든 것을 각오하고 먹는 겁니다. 우리들이 부당하다고 할 참이라면, 이 인첨공의 부당함. 그리고 레벨의 부당함. 또한 여러분들부터 능력을 키우지 말고, 더 위로 오르지 말고 그 자리에서 쭉 사십시오. 방식의 차이일 뿐입니다. 어디까지나."
여학생은 말을 마치고 숨을 후우 뱉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엄청난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딱히 폭력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랑이 느낀 것은 착각인 것일까요?
>>903 "부부장님, 샹그릴라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인첨공의 연구원 분께서 직접 분석해주신 결과가 있습니다."
다은은 리라가 만들어두었던 메가폰 하나를 거머쥐고 대중들을 향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학생 여러분. 목화고의 부학생회장 유다은입니다. 물론 저지먼트는 지금 이 자리에 여러분의 환경 보호 집회가 안전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렬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도와드리고자 나왔으나, 이 자리에서 환경 보호와는 다른 중요한 안건을 발의해주신 분이 있어 해당 건에 대해 답변드리고자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칭 '샹그릴라'라 불리는 불법 약물의 유통이 엄격히 금지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샹그릴라가 능력 계수를 증폭시키는 원리는 뇌내 연산을 폭주 및 교란시켜, 일시적으로 여러분의 이능력을 과다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리미터를 해제하고 최대출력을 낸 엔진이나, 오버클럭한 CPU와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엔진도 정격 이상의 출력을 내면 엔진 자체에 손상이 가며, 지나치게 오버클럭한 CPU는 그 성능이 크게 저하되죠. 하물며 우리의 신체에서 가장 예민한 두뇌는 더욱 심합니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연구원 분께서 정확히 분석한 결과, 샹그릴라를 복용하다 중단할 경우 두뇌 연산에 장기적 손상이 발생하여, 능력이 샹그릴라 복용 이전보다도 더욱 퇴행되는 부작용이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샹그릴라로 상승한 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샹그릴라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뇌에 과부하를 거는 샹그릴라를 우리의 뇌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아직 정확히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샹그릴라의 공급원은 인첨공에서 그 누구도 신원을 보증하기는커녕,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미상의 집단입니다."
"계속 샹그릴라를 먹지 않으면 능력 계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여러분에게, 신원 미상의 집단은 샹그릴라를 인질로 잡고 가격을 올려 여러분이 정상적인 생활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정상적인 생활이 아닌 다른 삶으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것이 저지먼트에서 샹그릴라 복용을 엄격히 단속하는 이유입니다. 학생 여러분께서는 샹그릴라 복용을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첨공 사회의 비평형적인 구조에 대한 억하심정은 마찬가지로 얼마 전까지 0레벨이었다가 며칠 전에서야 1레벨로 각성한 저 역시도 마음속 깊이 공감합니다만, 그것을 타파할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샹그릴라여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여러분을 돕기 위해 이 곳에 있는, 저지먼트의 입장입니다."
청윤은 이를 악물며 참았다. 절대 한마디도 지지 않는, 심지어 공감되는 말에 청윤은 당장 공기탄을 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청윤은 옆에서 혜성이 뒤로 빠지자 자신도 스스로를 통제 못할 것 같아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빠져나갔다.
>>903 아, 알겠다. 저들은 자신이 정당하다. 그렇기에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위험성도, 부정적인 면모도 알 바 아니다. 자신들의 이 선택은 정당하므로. 하얀 소년은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역사상의 선례를 무시하는 것일까. 마약이 처음부터 불법이었던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한 문제가 생겼기에 금지가 되었고, 관련된 법이 재정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미 나왔다. 어쩌면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레벨이 그렇게 중요한가? 소년은 의아했다. 그는 레벨2이다. 꾸준하 노력으로 올라온 수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활과 화살이, 공상에 가깝지 않느냐는 묘기같은 사격을 성공했을 때의 달성감이 더욱 강했지.
그렇기에 소년은 이 말을 퍼트리고 물러섰다.
"그러면 이후,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걸 우리 저지먼트의 탓이라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확성기를 내린 소년의 백색 눈은 잠시 그녀를 살폈다가 주변으로 퍼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세은의 주변으로 다가갔다. 나오는 내용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저들은 에어버스터, 부장 은우에게 반감이 강하다. 그리고 이 곳에는 그의 역린 같은 것이 있다. 하여, 소년은 세은의 주변으로 다가갔다. 문제가 생기면, 뭐 어떻게든 막을 작정으로.
>>903 "―아니, 네가 말하고 있는 건 변명일 뿐이다. 그것도 대표치고서는 치졸하고, 허울조차도 나쁜 최악의 변명."
기분 나쁘게 웃는 눈 앞의 여학생을 보며, 나는 오히려 더욱 굳어진 얼굴로 이야기 했다. 그렇지만 입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런 궤변에 멈추지 않는다.
"에어버스터처럼 되고 싶다고? 그래서 먹었다고? 웃기지 마라...! 자신이 나약한 것을 뭘 남에게 덮어 씌우고 있는 거냐. 너희들은 결국, 이 상황을 샹그릴라에게서 핑계를 찾고 싶을 뿐이잖아? 그렇다면 레벨이 낮은데도 부러 먹지 않는 녀석들은 뭐지? 단순한 바보인 거냐?"
어려운 것은 모른다. 복잡한 것은 모른다. 그런 머리 나쁜 나라도 알 수 있다. 왜 다들 샹그릴라를 먹지 않는 것인지. 어째서 그런 속편한 약에 손대지 않는 것인지. 어째서, '윗사람'들이 나서서 이 상황을 제압하려 나서지 않는 건지. 하물며 눈 앞의 이녀석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넌, 단지 지금을 보려하지 않고 눈돌리려 하는 것 뿐이야.
"지금처럼 아무런 능력없이 무능한 것도 나야. 열심히 노력하는 나도 나야. 그래서 결국 계수가 오른 것도, 오르지 않고 미친듯이 바닥을 뒹구는 것도 나라고...! '샹그릴라'가 아니라!"
"그래, 내가 되고 싶은 건 '나'뿐이야! 그게 바로 너희같은 겁쟁이들과, 먹지 않는 녀석들의 차이점인게 당연하잖냐!!"
확성기를 든 이의 말에 철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말한 고레벨과 저레벨의 차별은 철현 자신도 역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었으니까.
"..."
시위대 철현이 저지먼트 철현을 비판한다. 너도 알지 않냐고. 이들의 기분이 어떤 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저지먼트 철현은 답하지 못했다.
잘 알고 있었다.
은우의 병문안을 갔을 때, 그가 있었던 병실은 자신이 갔던 병실과 너무나 달랐다. 은우가 받는 지원금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돈의 수백배일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레벨에 절망하여 포기할 뻔한 적도 많았다.
시위대 철현은 저지먼트 철현에게 물었다.
너 역시 이 약을 먹고 싶지 않았나? 약의 부작용이 두려워서 먹지 못한 주제에, 저들보다 덜 간절했으며 두려움이 더 커서 안 먹은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거기 서 있느냐
철현은 자신에게 있는 열등생 딱지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그러나 남들 눈에는 그에게 붙어있는 열등생 딱지가 그대로 붙어있었고 스스로 떼버린 딱지가 있던 곳에는 접착제 자국이 남아있었다.
"..."
진실은 중요하지 않는다. 안티스킬이 마약을 금지시킨다고 해도, 어떤 논리로 그들의 논리를 부순다해도, 바뀌지 않는다. 분명 이전에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믿었던 감정들이 분리되어 눈 앞에 나타났다. 지금 눈 앞의 절망을, 질투를, 분노를 없애지 않는 이상 저지먼트 철현은 시위대 철현을 이길 수 없다.
한양은 안티스킬이 왜 단속하지 않는 것을 저지먼트가 굳이 나서서 왜 단속하냐는 논리에 한숨을 쉬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안티스킬은요- 단속을 '직접' 안 할 뿐이지, 단속에 대한 임무는 저지먼트에게 위임된 상황이랍니다. 지금 안티스킬이 가만히 있고 싶어서 그런 상황이 아니거든요."
자세한 사유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글쎄요- 저는 딱히 은우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각오하고 먹는 거라고요? 책임지겠다고요? 당신들 샹그릴라를 구할 돈을 얻겠다고 인첨공이 정말로 더욱 더 디스토피아가 된다면 책임질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어서 먹는다고요? 이거는 대응할 필요도 없네요. 항상 그래. 다 어쩔 수 없었대. 다른 저레벨자들은 어쩔 수 없어서 샹그릴라를 안 먹게요? 바보라서 안 먹는 거야?"
한양은 갑자기 주제를 바꾸기 시작한다. 앞에 나선 여학생의 뱃지를 보며 말이다.
"학생이 규정에 맞게 교복을 입어야지. 왜 허가되지 않은 걸 교복에 차고 있어요. 저 뱃지 뭐야. 규정을 어겼으니깐 벌점을 받아야죠. 저지먼트 권한으로 통제합니다. 신원조사를 위해 아이디 카드를 주시죠."
...이건 좀 긁히네. 차근차근 듣다보니까. 못들어줄수준까지 와버렸어. 원래 이런건 묵언대응이원칙이지만. 이건 참을 수 없는걸? 가장 기초적인 능력을 끌어올린다. 물을 미세한 방울로 쪼개서 공기중에 흩뿌린다. 전에 3레벨때는 자기 앞 약간이 한계였지만, 이젠 이렇게 넓게도 되네.
30명정도 되는 시위 현장을 모두 둥글게, 무색의 물이 가득 찬다. 약간 환상적이기도 하지만, 약간 찝찝하기도 하겠지.
그렇게 공기중에 흩뿌린 물은, 내 목소릴 울리게하는 하나의 지향성 스피커의 역할을 해준다. 정확히는 스피커보다는 종이로 만든 고깔과 반향판에 가깝겠지만. 그리고 나서, 투명한 발판을 만들어. 천천히 올라간다. 남들의 머리위에 올라갈때쯤, 치맛속이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공중에 걸터앉는다.
"...저 모르는사람 많이 없죠? 목화고 명물. 레벨4. 기행녀 진정하. 저정도면 말 섞을만 하죠? 레벨5도, 퍼스트클래스도 아니겠다. 그지? 적당히 레벨 높고 좋잖아요."
아무래도, 레벨 5보단 약간 흔하지만, 어중이 떠중이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저 지금 저지먼트로 나온거 아닙니다. 반박할거면 알아서 하시던가, 개인적으로 찾아오세요."
그렇게 말하며. 코뿔소 완장을 거칠게 잡아떼 어딘가로 던진다.
"레벨 0에서도 2년 걸리긴 했는데...제가 레벨0...아니, 무능력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초능력 개화 했을때 능력 계수가 얼마였는줄 아세요?"
"4만8천."
"뭐어뭐어~ 그렇게 낮진 않은 점수긴 하죠. 그죠? 나름 봐줄만 하다!"
"그래서, 지금 7년뒤 저를 보세요. 레벨 4가 됐어요."
"레벨 낮은사람 이해 못할리가 없잖아요! 태생부터 레벨 4에서 5로 태어나는사람은 없잖아요! 다들 커리큘럼을 받는건 똑같은거라구요!"
"근데, 뭐? 정의감? 에라이 X발 진짜 못들어먹겠네! 우리 학교 학생이, 약빤놈들한테 집단린치당해서 병원신세 진게 몇주지났죠? 몇주도 안지났어요. 그런데 무슨 정의감타령이에요? 그리고 명확하게, 그 여러분이 호소하는 '안전한 약'에 대해 조사결과를 받으러 간날. 그날 기억나시죠? 그 있잖아요 개수대 싹다 터진날! 그날 사람이 죽을뻔했어요.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입원한사람도 있다구요!"
그렇게 말하며 청윤을 한번 가르키고, 숨을 고른다.
"필요 이상의 힘은 불필요라는건 그런겁니다."
"전 지금, 앉은자리에서 여러분을 모두 기절시켜 버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 일이 있나요? 없어요! 당신이 그 힘으로 하려는게 뭐죠? 없잖아요! 그냥 레벨이 높아지고 싶어서! 그런 막연한 목표 아니에요?"
"여기서 강해지고 싶은 이유가. 명확히 있는사람 있어요? 전 명확히 있었어요."
"여러분을 지키고싶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망가지는걸 보기 싫어했고 이건 저지먼트 사람들도 똑같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을 줘요. 알잖아요? 저희가 그 약을 권장할순 죽어도 없어요. 그럼 하다못해 약간, 약간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여러분 주장대로 정말 안전하다면 그 샘플을 들고 어디 연구소나 국가기관, 하다못해 목화고에 정식으로 의뢰를 맡기세요. 여러분 담당 선생님들도 알거아니에요. 이렇게까지 단체적인 가파른 계수상승은 뭐가 있구나."
"그리고 안전하다고 입증이 되면, 그때해도 안늦잖아요. 아니에요? 정말로 안전하고 빠르게 능력을 올릴 기회라면, 그리고 약이 퍼진지 얼마 안되어서 레벨 4정도의 능력자가 양성될 정도의 능력자라면 그때 해도 안늦는거 아니에요?!"
"그냥...그냥... 뭔말 하고싶은지도 모르겠네!"
머리를 거칠게 헝클고는 능력을 전부 해제한다. 금새 평소대로의 풍경으로 돌아간것만 같은 공원. 가볍게 공중계단에서 뛰어내린다.
"...믿어줘요. 저 진정하의 이름을 걸고, 여러분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일은 하지 않을거에요. 이건 저지먼트소속 일개 부원 1이 아니라. 3년동안 저지먼트 활동에 참여하는 인간, 레벨4. 아무것도 아닌 1학년 진정하의 신념이에요."
순간 신경이 곤두서는 감각과 함께 명백히 느껴지는 악의에, 랑은 눈을 떴다. 분명 저 붉은 머리의 여학생에게서부터 향하는 악의. 이건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겠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단순히, 이 대화를 통해서 저지먼트의 입지를 줄이려는 속셈인가. 저지먼트의 부원들과 주고받는 이야기의 사이사이, 또 다시 느껴지는 악의는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이건 위험하다 싶은 느낌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 랑은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저지먼트의 무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안으로 향하는 악의, 누군가를 겨냥하고 있는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랑은 슬쩍 뒤로 물러섰다. 저지먼트 중 하나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이 자리에 모인 저지먼트 자체를 적대하는 것일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긴장을 놓지 않으며, 계속해서 어떤 불안한 감각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긴장 늦추지 마, 이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저지먼트를 향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우리 중에 누군가.... 있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랑은, 시위대와 저지먼트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것을 방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저지먼트의 선봉에 가까운 자리를 지켰다. 이미 리라에게 이야기는 해 뒀다, 상황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보이는 희야의 모습은 재회 전에 전혀 없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일전에 스스로를 몸의 주인이니 했던 그 순간들과 얼핏 겹쳐보였기 때문이었다. 희야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는 놓아주었을 것이었다. 희야만 계속 붙잡고 있기에는 상황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희야.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다치면 꼭 나 불러."
희야를 놓아주면서 속삭인 말은 딱 그 한 마디였다.
직후 걸치고 있던 후드 집업을 벗어 등 뒤로 들고 부원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나는 특별히 감지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이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계속 들으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저레벨과 무능력자의 불합리함을 논하는데 왜 자꾸 에어버스터가 언급되지?
굳이 따지자면 이런 구조를 만든 인첨공에게 분노의 화살이 돌아가야 옳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최세은."
부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세은을 부르며 팔을 잡으려 했다. 세은이 나를 눈치채면 검지를 입술에 올려보이고, 시위단체에게 눈에 띄지 않게 세은에게 내 후드집업을 씌우려 했다. 그리고 가까이 붙어 세은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후드 푹 눌러써. 얼굴 들지 마. 애들 뒤에 가려서 뒤로 살짝만 빠져. 저들이 네 위치를 찾을 수 없게."
지금 여기엔 에어버스터가 없었다. 그러나 그 혈육인 최세은은 있었다. 목적지 잃은 분노는 언제나 엄한 곳으로 날아가기 마련이었다. 세은을 무사히 뒤로 물러나게 한다면, 나는 그 앞에서 서서 세은을 가리려 했다.
리라는 마이크를 떨어뜨리듯 내려놓았다. 바닥에 부딪힌 마이크는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이 펑, 하며 무로 돌아간다. 그는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게 들어먹히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대략 예측하고 있었다. 이미 저들 마음 안에서 답을 정해놓고 있는데 원칙이 들리겠는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시위대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던 도중 귓가에 랑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리라는 성급히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마찬가지로 눈에 띄지 않게 고개만 끄덕인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시작된 후에는 늦어버릴 수도 있다. 리라는 뒤로 조금 물러나 미리 그려둔 방패들을 실체화시키기 시작한다. 이후 조용하게 부원들 사이에서 사이로 말을 전해서 원하는 사람들은 가져갈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제16조(주최자의 준수 사항) ④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총포, 폭발물, 도검(刀劍),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器具)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휴대하게 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 2.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⑤옥내집회의 주최자는 확성기를 설치하는 등 주변에서의 옥외 참가를 유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0조(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 ①관할경찰관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自進)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解散)을 명할 수 있다. <개정 2016. 1. 27.> 5. 제16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
제22조(벌칙) ③제5조제2항 또는 제16조제4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