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하긴 그렇겠네. 랑의 질문에 리라는 별다른 의문 없이 납득한다. 스트레인지에 갑자기 나타난 저지먼트 부원. 심지어 손에는 출처불명의 지갑 여러 개가 담긴 가방. 누가 봐도 수상하다. 오해하지 말라곤 했지만 반응을 보니 빠른 해명이 없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져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짐작할 수 있다. 리라는 숨을 고르고 손 안의 가방에서 지갑 몇 개를 꺼내들어 보였다.
"도난품!"
지갑들은 각각 디자인과 퀄리티가 상이하고 두께와 크기도 다르다. 누가 봐도 여러 군데에서 마구잡이로 모아온 것 같은 물건들. 리라는 그대로 말을 잇는다.
"순찰 돌다가 소매치기를 맞닥뜨려서요. 잡으려고 쫓다가 제가 쫓던 소매치기가 속한 것 같은 그룹을 봤어요. 모여서 훔친 물건들을 합치고 있길래 중간에 낚아채 왔고요."
이거 보이시죠. 하면서 한손으로는 에코백을, 다른 손으로는 바닥을 구르는 빗자루를 들어올린 리라는 그것들을 랑이 잘 볼 수 있도록 앞세웠다. 앉을 수 있도록 안장이 얹혀진 빗자루는 동화책이나 영화 따위에 흔히 나오는 마녀나 마법사의 운송수단처럼 보였을 것이다.
"제가 그린 건데, 이거 타면 날아다닐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그냥 뛰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낫고... 그런데 여기 길이... 좀... 복잡하더라고요. 와중에 제가 이거 압수한 사람들이 자꾸 뒤따라 와서 길 찾기에 전념할 정신이 없었어요."
문득 다리가 욱신거려서 빗자루를 지지대 삼아 서 있기 위해 무게중심을 옮기면, 뿌득! 하고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가뜩이나 좀 무리하게 사용했는데 방금 전의 추락으로 내구도가 완전히 닳아버린 모양이다. 살짝 휘청한 리라가 두 동강이 난 빗자루 대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새하얀 빗자루는 곧장 펑! 소리를 내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아— 하는 허탈한 소리가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나왔다.
"......아무튼, 그렇게 피해다니다가 가까스로 따돌리고 이쪽으로 와서 숨은 거예요. 바로 나가면 또 쫓길까 봐 좀 더 숨어있으려고 했는데..."
와. 이게 무슨 일이람?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마냥 철판 깔고 뻔뻔하게 넘어가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그래. 부끄럽다. 엄청! 이게 대체 무슨 추태야! 이게! 리라의 귀끝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차, 착지하다가 미끄러져서......"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줄어든다. 리라는 랑의 눈을 살짝 바라보았다가 허리를 숙여 마지막 남은 지갑을 에코백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됐네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인 말은 거의 들릴락 말락 하는 수준이다. 거의 즉각적으로 따라붙은 발소리에 충분히 묻힐 수 있을 만큼. 리라는 서서히 숙여지던 고개를 퍼뜩 든다. 아직은 거리가 있었지만 분명히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여섯 쌍의 신발이 번갈아가면서 바닥에 부딪혀 거슬리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리라의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소매치기가 훔친 물건을 낚아채 도망치다가 여기에 추락했다는 것 같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긴 애매하지만, 지금까지 봤던 모습을 생각하면 딱히 다른 사람의 물건을 노리고 훔칠 만한 느낌은 아니고... 일단 도난품이라는 건 알겠다. 지갑들이 생긴 게 통일성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혼자서 저렇게 많은 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냐."
리라의 말을 듣고 꺼낸 감상은 조금 건조했지만, 일단 상황은 이해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좀 더 봐야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발소리가 들려오자, 랑은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아직 여기를 발견한 것 같진 않은데... 누군진 몰라도 추적하는 건 꽤 하는 모양이다. 다시 리라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포스트잇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곤 손을 뻗어 리라의 손목을 덥썩 붙잡았다.
"일단 들어가자,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면 그렇게 해."
이미 쏟아진 종이들을 전부 담거나 치울 시간은 없다. 흔적을 보고 이 주변을 뒤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당사자를 그대로 발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뭣보다 리라의 상태가 좋지는 않아 보였다. 무릎은 다 깨지고, 아까 말을 들어보니 머리도 부딪힌 모양이니.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랑은 리라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몸을 돌려 별관 건물의 문을 열어젖혔다, 어떡할까... 같이 들어가? 아니면 밖에 있을까?
"일단 상황을 좀 볼까.""
아무도 없다면 그냥 돌아갈지도 모르지, 확률이 희박하다는 건 안다. 잃어버린(엄밀히 따지자면 훔쳤다가 빼앗긴) 물건들이 중요하다면 어떻게든 주변을 뒤지겠지, 그럼 그 때 대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만약 리라가 잘 따라온다면, 사람이 살 수 있게 가구가 들어선 별관 내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짝 지직거리지만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와, 널찍한 소파, 그리고 난로. TV는 없지만 꽤 아늑하다, 무사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면 말이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가 거진 열마디에 가깝게 되돌아오자 혜성은 어질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도로록 굴렸다. 설득을 하기 전에 저 텐션에 기가 빨려서 나가떨어질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건 결코 자신 앞에 있는 후베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텐션이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거한 것 뿐이다.
"으응, 칭찬 고마워."
열마디쯤 되는 후배의 말에 혜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다가 겨우 대답을 한마디 내놓을 수 있었다. 텐션도 텐션이고, 저런 독특한 말투를 계속 유지하는 게 순수하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저런 텐션에, 저런 말투로 쉬지도 않고 하는 걸 보고 있자니 혜성은 절로 기가 쭉 빨려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게 풍기문란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진짜로 풍기문란이라고? 우리 학교 교칙이 그렇게 팍팍했나? 길게 이어지는 말의 파도를 한번도 제지하거나 막아서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던 혜성의 동그랗게 떴던 눈이 가늘어지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원래라면 귀에 낀 인이어를 빼서 경청했을테지만 그것마저 없으면 이 후배가 하는 말의 폭탄에 휩쓸려서 나가떨어지는 건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차마 빼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 있던 혜성은 이내 후배를 아주 바라본다.
"전우는 모르겠지만 명령은 절대 아니야. 단순히 부탁이었어. 그래도 비밀로 해준다고 하니까 고맙.. 아니,아니. 그렇게 심각하게 약속할 필요는 없으니까!"
무슨 부탁을 들어주는데 일급비밀이라는 말이 나오는거니? 너 진짜 뭐니?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줘야하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생각들에 잠식되어 어지러운 기분을 느낄 때쯤, 경례를 해보이는 후배의 모습을 보자마자 혜성은 예의 식겁한 표정으로 경례하고 있는 후배의 손은 붙잡아서 내리려고 했다. 애를 진짜 어쩌면 좋지. 혜성은 이렇게 마이페이스에 불도저같은 타입의 사람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한테는 경례할 필요없어. 나는 네 상사도 아니고, 같은 부원일 뿐이야.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부탁인데..."
그러냐, 하는 목소리는 조금 건조해서 그의 말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졌는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렵다. 리라의 눈은 불안하게 헤매다가 슬쩍 랑의 눈을 마주한다. 아까부터 느꼈지만 뭔가 다르다. 평소보다 미묘하게 더 차가운 느낌. 내지는 경계하는 느낌. 지금 자신의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일 법 하긴 하지만 이런 공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자니 어쩔 수 없이 조금 움츠러들고 마는 거다. 그러던 도중 손목이 붙잡힌다.
"어? 들어가?"
어디를? 여기? 이 건물 안? 리라의 눈이 다시금 건물을 향한다. 그러고보니 떨어질 때 창문 너머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봤었지. 그리고 랑은... 생각해보면 먼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왜 여기 있었던 걸까. 어디서 나타난 거지? 리라의 눈이 다시 랑에게 꽂힌 건 별관 건물의 문 앞까지 간 다음이다. 발소리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고 리라는 숨을 죽인 채 뒤를 살핀다. 이윽고 추격자들의 기척이 이동을 멈춘다. 바로 직전에 랑과 리라가 서 있던 그 자리에서.
'이것 봐라.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종이를 집어올리는 소리, 뒤이어 짓밟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몇 보 떨어지지 않은 거리지만 다행히 이쪽은 아직 랑과 리라를 발견하지 못한 듯싶다. 그 사이 리라는 열린 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별관 내부를 짧게나마 스캔할 기회를 얻었다. 누가 봐도 생활감 있는 공간. 약간 지직거리는 라디오의 음악 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발소리가 이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리라는 랑을 마주 붙잡고 안쪽으로 냉큼 발을 들여버린다.
"실례할게요."
제대로 허락 받지도 않고 입장하는 주제에 착실하게 인사까지 남기고서 문을 닫았다. 숨을 죽이고 바깥의 상황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여러 명의 발소리가 산발적으로 퍼진다. 절반은 뒤편으로, 절반은 문 앞을 위주로 주변을 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 소리라도 새어나갈까 조마조마하며 동태를 살피고 있기를 삼 분. 그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주변을 돌던 사나운 목소리와 인기척이 조금씩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부까지 뒤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리라가 이 안에 들어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잔뜩 긴장한 채 바깥 상황에 가만히 귀 기울이던 리라는 그제서야 다시 랑을 똑바로 바라본다.
"....가는 것 같아요. 아, 다행이다. 놀라라. 언니 덕분에 살았네요. 고마워요, 랑 언니."
궁금한 건 산더미지만 일단 감사 인사가 먼저다. 리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랑의 손등을 가볍게 감싸쥐었다. 글러브로 가려진 손의 감촉은 익숙하지 않지만 낯설거나 나쁘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음, 그리고 혹시 제가 언니 쉬는 데 방해한 걸까요?"
리라는 난로를 중심으로 퍼지는 미미한 온기를 느낀다. 다시 눈에 담은 공간은 밖에서 막연히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아늑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