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솔직히 말하자면, 좀 신경쓰였다. 이 사람 좀 위험한 거 아니냐, 뭘 생각했는진 몰라도 갑자기 자학하면서 망했네 뭐네 하더니 훌쩍 가버리고. 아니 이거 완전 위험하잖아. 내 입이 불러온 재앙이 또...! 물론 야나기하라가 잘못한건 맞지.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뭔가 그.. 그.. 나쁜 선택을 하면 엄청 찜찜하다고오...!!
뒤뜰에 오도카니 남겨진채, 혼자 안절부절하며 생각하던 중. 그때였다. 위쪽에서 펜스가 요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인가?! 에엑, 야나기하라 트레이너 옥상에서 뭐하는..아니 잠깐만! 그건 안돼!! 사색이 된 얼굴로 나는 급하게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가장 가까운 계단으로 향했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올라갔으니 당연하겠지. 문을 열고 옥상에 진입한 순간 귀에 들어오는 건, 야나기하라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아니라-
[따지고보면 그래, 니 애인이 울고불고 메이사 맡아달라고 떼를 쓰던 거 보면! 아주 끼리끼리 잘 만났네. 짝짝꿍하면서 평생 살아!]
-아주 익숙하고, 친숙한 목소리가 말하는 뭔지 모를 말이었다. 다급하게 현장으로 뛰어들던 발이 멈춘다. 옥상 문의 경계를 반만 넘어간 채로,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정확하게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아. 머리를 걷어차다못해 그냥, 터트려버리는 느낌이다. 아니야. 뭔가 잘못들은거 아닐까.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어떻게든 온갖 변명을, 온갖 구실을 끌어오면서 어떻게든 부정하고 있었는데
[아, 빌어먹을... 메이사 메이사 메이사 그만 좀 말해!]
[제기랄, 담당만 아니었어도 이따위 일 걱정할 필요 없었는데. 그 미친 여자가 괴롭힐까봐 잠깐 데리고 있을랬더니 니시카타 그 멍청한 건 멋대로 부탁 들어줬다고 착각하고 자빠졌고, 계약은 연장해달래고... 아! 진짜!]
열심히 끌어온 것들을 한번에 걷어차버리는 추가타가 들어온다. 차라리 무슨 소리인지 이해라도 못했으면 좋았을텐데. 빌어먹게도 귀를 통해 선명히 들린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이해해버려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경계선을 넘는다. 완전하게 옥상으로 나와, 당장이라도 힘이 빠질듯한 다리를 움직여 천천히, 문가의 그늘에서 몸을 끌어낸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다른 사람이 장난치는 걸수도 있잖아. 엄청나게 질이 나쁜 장난일수도 있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바보같을 정도로 어떻게든 부정하면서, 억지로 아닐거라고 우기면서 확인한 그곳에는 더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도 부릴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현실이 엉망진창으로 피투성이인채로 펼쳐져 있었다. 장난도 뭣도 아니고, 직접 말한게 맞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구나. 나는 덤에서, 짐이 되어버렸던거네. 그런 주제에 계약 연장까지 해달라고 했던거네..... 왈칵 솟아오르는 눈물에 담긴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어서.
"유, 우가....."
무심코 풀린 것은 떨리는 다리가 아니라, 의외로 입이었다. 툭 내뱉은 말에 내가 더 놀라서 입을 다급히 틀어막았다. 머리가 아프다. 흐려진 시야로 따가운 가을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눈을 깜빡이면 뜨듯한 것이 뺨을 타고 흐르며 시야가 맑아진다. 그래도 금새 다시 흐려지지만.
무언가가 목을 타고 치밀어오른다. 입을 가린 채로 다급하게 뒤를 돌아, 왔던 길을 그대로 달려간다. 경계를 넘어 계단으로, 아래로, 몇 번인가 발이 꼬여 넘어질 뻔하면서. 뒤에서 계속해서 들려올 말을 외면하면서.
메이사 이야기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히다이 트레이너. 문득 메이사가, 트레이너가 자기에게 중앙이라는 꿈을 만들어줬다며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 아이, 트레이너를 무척 신뢰하는 거 같던데. 정작 그 당사자는 담당을 「떠넘겨진 짐」으로밖에 보지 않고 있다니. 메이사가 들으면 큰일날 소리일지도.
"..."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아이가 안쓰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남자를 비난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울고 있는 메이사, 그리고 도망가는.
"큰일 났네."
무감정한 말. 비척거리며 상체를 일으켜세운다. 흘러내린 코피가 셔츠에 얼룩을 만든다. 가만히 있으니, 맞고 있을 때보다 외려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