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망가져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연인을 소유하거나 독점하지도, 새장에 가두려 하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맛본 사랑이라는 게 너무 달콤해서,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많이 실망했지."
중앙에서 온 트레이너가, 이런 구제불능의 미친 놈이라서. 이제 와서 잊어달라고 하기엔 너무 염치없겠지.
"...너희한테만큼은 좋은 트레이너이고 싶었는데." "결국 내가 다 망쳐버렸네."
자조적으로 말하면서, 안경을 벗고, 양 손바닥에 얼굴을 묻는다. 언그레이와 사미다레가 이 사실을 알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료 트레이너들도, 학원의 교직원들도, 모조리 자신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욕할 것이다. 그게 두렵다. 괜한 말을 했나 후회도 된다. 겨우 꿰매어 가린 상처를 스스로 열어버린 것 같다. 실밥을 풀어내고 계속해서 흐르는 피를 저 아이에게, 메이사에게 보여줘버렸다.
어, 어떡하지! 그래도 계속 쪼고 있다! 더 열심히 팔을 휘적거리며 새들을 쫓아 내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갈매기들이 잘못 맞아 죽을까 걱정되어 손속이 참 너그럽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으면 훼방 놓은 사미다레 역시 함께 공격 당하는 게 이치에 맞을 텐데도, 갈매기들은 요리조리 방해를 피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한 명만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 그만큼 열받게 했다는 건지, 혹은 그만큼 만만한 타겟이라는 건지……. 이대로면 끝이 안 날 것 같다. 사미다레는 얼굴까지 덮여 더욱 정체를 모르게 생긴 누군가를 보았다. 그리고 나서 허공을 빙빙 돌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일별했다가, 또…….
눈이 질끈 감긴다. 새들의 공세는 잠시 소강에 접어든 듯싶으나 오래진 못할 테다. 역시, 그걸 해야 할까? 하지만 그건 너무……. 어쩌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망설임의 대가는 히다이를 향한 지건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쯤되니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떨려 오는 긴장감을 짧은 숨으로 뱉어낸다. 그리고 입을 여는데.
"저, 자, 잠시 실례할게요!"
사미다레는 덥썩 손을 뻗었다. 어디로? 바로 바닥에 꽁꽁 묶여 애벌레처럼 나동그라진 히다이를 향해!
이제는 정말 '그것'을 꺼낼 때가 왔다. 어머니께 전수받은…… 파이어맨즈 캐리(Fireman's Carry)를 쓸 때가! 여기서 파이어맨즈 캐리란? 들고 그대로 메친다면 프로레슬링 기술도 되겠지만, 명칭에서 보이다시피 기본은 도수운반법이다. 유의미한 저항이 없다면 손쉽게, 있더라도 묵살하고, 사미다레는 히다이를 번쩍 들어 제 어깨에 짐짝처럼 짊어졌다. 음, 마침 둘둘 말려서 저항이 없으니 기술 걸기가 편하다. ……아니, 이게 아니지! 혹시라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한 손은 다리 뒤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 ㄱ자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제 도망갈 준비는 만반이다. 모래밭을 박차고 속도를 올려, 사미다레는 해변 저편으로 빠르게 달렸다. 어…… 승마감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뭐야, 자각은 있네. 없는 것보단 낫구만...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경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폭력을 쓰는 것도, 그걸로 인해 더 사이가 깊어졌다고 하는 것도. 그것도 둘이서 똑같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왜 진짜 주변에 이런 사람만 있지. 이쯤되면 내 인복이 이상한 것 같은데.... 내 문제인가 이거?
"...실망이래봤자 뭐, 내 트레이너도 아니고... 사-미의 정신건강은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아니 그게 또 거기서 그렇게 가는 거냐고... 하...."
뭐지? 차라리 그냥 니시카타처럼 '에~ 이상하지 않은데요~ 정상정상 완전 정상!'이라고 하면 와! 얘는 정말 머리가 위험하네! 라고 할 지 몰라도 대체로 안 건드리면 오케이인 부류인데. 이렇게 갑자기 자학으로 드리프트하는 건 그거보다 더 위험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를 보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망치긴 뭘 망쳐 또!! 쫙 퍼진 것처럼 얘기하지마! 이거 지금 나밖에 모르는 거잖아! 아니면 뭐야, 다른 애들한테도 까발리고 다녔어? 니시카타가 소문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뭐 그쪽은 먼저 말을 안 하는거지 물어보면 답하긴 하더만..." "아무튼 그, 자각도 있는 거 같고. 반성하고 있으면 됐지 뭐... 다신 그런 짓 하지 말고." "또 그러거나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그땐 정말 많이 실망하겠지만."
.....굳이 퍼트릴 생각은 없으니까, 이런 무거운 얘기는 퍼트리기도 좀 그렇고. 사-미에겐 그냥, 조심하라는 정도로 일러둘까. ...아니 그래도 역시 사-미는 알고 있는 게 나을라나? 모르겠다. 일단 뭐, 한 번 정도는 기회가 있어도 되잖아. 그 다음엔 얄짤없이 신고해버릴거지만.
그것은 완벽한 암흑이었다... 코트에 옴짝달싹 못하도록 둘둘 말려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이따금씩 나의 허리 머리 등짝 목 아얏 아무튼 여러 곳을 쪼아오는 경험은 평생 해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해보고 싶지도 않았던, 그러나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이 일은 정말이지 사람이 당해낼 것이 아니었다!
"으, 으브븝 아 여 으애여"
나는 겨우내 막힌 입으로도 살려달라는 말을 내뱉었으나, 그 간곡한 외침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 듯 했다... 나에게 판초를 주고 가신 은인이여, 다시 한 번만 여길 돌아봐줄 수는 없을까요!
나 장기를 팔아서라도 은혜를 갚을 테니까! 제발!
그 마음의 외침만은 닿은 것일까, 돌연 내 몸은 두둥실 떠올라...
"으븝!??!"
산처럼 거대한 누군가의 솥뚜껑같은 손에 붙들려!?
이,, 이거 뭐지? 나 무슨 가로등에 걸쳐진 건가!? 이 단단하고 무쇠같은 것이 사람의 어깨 일리는 없는데!?
어 어라 어라 이상해 지금 다리도 잡히고 머리도!? 나 묶이고 있어?! 옴짝달싹못하겠는데!? 기어코 나에게 원한을 가진 야마토우지나 와카바야시 아니면 토리야마나 이치세라던가 니시카타라던가? 다이고와 이야기가 좋지않게 끝난 레이니라던지 히토미즈인가? 결국 야쿠자 토리나시구미를 건드리고 만 건가 난?!??!!?
처형당하는 거야!
그, 근데 뭐야 이거, 떨리고 있어?! 아니 아니 떨어지고 있어?! 그게 아니라 빨래통처럼 돌려지고 있는 건가!? 모 몰라 우엑 이거 멀미갓 으 으억... 어흑... 우그윽 게헤엑
...요즘 놀이기구들은 참 똑똑해서, 거창한 레일도 뭣도 필요 없다고 하지. 단순히 태우고 적당히 흔들어주면서 가상현실의 영상을 보여주면, 몸이 멋대로 착각한다고 한다. 나는 그걸 당했다...
가을을 맞이한 츠나센은 활기차다. 하늘은 높고 우마무스메가 살찌는 계절이라고도 하니. 코우는 혼자 옥상에 우두커니 서서, 활기차게 트랙을 뛰어다니는 우마무스메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메이사와의 대면 이후, 팀의 존속에 대해 고민이 생겨버린 탓이다. 여태까지는 능력있는 트레이너를 연기해왔지만, 그런다고 해서 가면 뒤의 미성숙함, 미숙함까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메이사 앞에서, 그 날것을 그대로 드러내버렸고. 메이사는 이번 한 번만 넘어가주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이렇게 망가진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나 있을까? 지금까지는 잘 해왔지만서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고개를 휘저어 잡념을 떨쳐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