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74 워밍업이 필요하다. 좋은 변명이었다. 그래. 변명을 해버린다. 결국 나는 거기까지다. 애초부터 남들의 꿈을 이고 갈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만약 메지로였다면. 좋은 집안에서 좋은 혈통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하지만 레이스 트랙 위에 서면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게 레이스다. 나처럼 세간에서 볼 때 낙오자나 다름없는 학력조차 보장 못할 쓰레기조차도 레이스만은 평등하게 대해준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목숨을 걸고 달렸다. 목숨을 걸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속죄는 그것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새벽같이 트랙에 가면 항상 뛰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동이 트기도 전에 달리고 있는 녀석들이 매일같이 달린다. 몇 번은 모의 레이스나 주니어 시즌에 본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클래식 시즌에 와서는 볼 일이 없어진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분명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기에, 다들 모여서 뛰어다닌다. 그 근성은 자신 역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뛰고 싶다. 저 멀리 개선문에서. 브리더스 컵에서. 재팬컵, 인터네셔널 컵. 모든 경기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경기장에서 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이제 겨우 보이지 않게 되었던 하나쨩의 우는 얼굴이 보인다. 마치 그런 위로는 필요 없다는 것처럼. 너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정말로 그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시라기 다이고가 하는 말은 지극히 옳았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기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두러웠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강요 받았다.
원해서 고른 것이 아니었는데. 정말로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닌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더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었는데. 남을 상처입혀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바라지 않았는데.
퍼펙트 원더. 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완벽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았으니까. 이름에 비해 내가 너무 작게만 보여서 부담스러웠다. 남들은 나에게 이름다움을 원하지만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저 글러먹은 방식으로 속죄는 고사하고 참회조차 되지 않을 길을 달려왔다. 이제와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도 모르는 채로. 그저 글러먹은 가시밭길위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각성은 언제든지 찾아온다. 이 껍질이 깨진 순간에, 껍질에 의존하게 되어있는 나를 본 순간에.
이제는 레이스로 맛볼 수 없게 된 그 감각을,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다른 것으로 손쉽게 접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프로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프로가 되기 직전까지 그 고통을 겪는다.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벽에 대한 공포를 넘어야 한다는 고통을. 그리고 그것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얼버무리기 위해 그릇된 것으로 빠지고 만다. 장기 기사는 손톱이 깨져라 수행을 거듭한 손가락으로 슬롯머신을 굴린다. 야구 선수는 사랑하는 배트를 괜히 후배에게 휘두른다. 모두가 그렇다. 쇠퇴하고 있음을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아직 나은 편이다.
분명 이제라도 다른 녀석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실력이 안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습 상대를 찾아 공부해야한다. 촌스럽고 끈질긴 것 만이 특기인 추입 우마무스메니까.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리다.
몇 번이나 몇 백 번이나 생각했다. 개선문을 원한다고 그렇게 외치고 돌아다녔으면서, 남들에게 꿈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으면서. 그 길은, 그 두가지를 완벽하게 배신하는 길이다. 오롯이 홀로 서서 모든 것을 얻어야 하는 길을 편하게 가려고 드러누운거니까. 이것은 나의 긍지. 그저 의미 없는 긍지. 그것마저 잃는다면…… 내 인생에는 대체 뭐가 남는거지?
“…”
그럼에도. 그럼에도 저 단순한 이야기가. 바보 같아서 통하지도 않을 법한 도발이.
“…뜨겁구만.”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우리는 목숨을 깎아가면서 레이스를 한다.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 내 대신 책임을 질 어른은 잔뜩 있다는 허풍이. 일어설 수 없으면 함께 가자는 벗의 말이. 전부 잘려나간 줄 알았던 짚단에 불을 지폈다. 아니, 분명 아니다. 불을 지핀 것이 아니다. 그 말은 분명 마음속에 남아있던 정말 자그마한 불씨를, 나마저도 잊어버린 불씨에 공기를 불어넣은거다. 새로운 바람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이전만큼 커다란 목소리는 역시 나오지 않았다.
“…”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쪽으로 향했다. 빛을 가리던 암막커튼을 걷어내자, 한낮의 태양빛이 부실 안으로 가득 쏟아졌다. 나는, 내 욕망이 가는 대로 싸우자. 쓰러지더라도, 내 욕망이 가는 대로 싸우자. 저렇게 말하지 않았나. 어른에게 책임을 넘기자.
“시라기 다이고. 고맙다.”
난 더러운 년이다. 남의 인생을 빼앗았다. 책임을 지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쳤고 그곳에서 조차 남들만큼 하지 못해 다시 도망쳐왔다. 모두가 자존심을 버리고 전력으로 지혜를 쥐어짜내며 달리는 전장에. 한 번 만이라도 더, 좋아하는 레이스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누구보다도 치사하고 누구보다도 끈질기며 누구보다도 강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인생관을 바꿀 정도의 레이스를.
“잠에서 깬 기분이군.”
우마무스메의 세계는, 치열하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레이스의 운명을 안다. 그렇기에 레이스는 숭고한 것이다.
레이스는, 승리로만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벌이는 전쟁이기에. 마사바 콩코드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운명과 싸운다.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하나쨩의 운명과. 나를 믿어주는 모든 이들의 운명과. 그리고 넘어서지 못할지도 모르는 운명과.
세련된 전투기는 되지 못한다. 백은의 갑옷을 입고 마왕을 쓰러뜨리는 용사도, 저 하늘의 별은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아름답게 춤도 추지 못하고, 남들만큼 상냥하지도 않다.
나는 그저 강철이다. 강철처럼 제련될 뿐이다.
더욱 더 뜨겁게. 담금질해서 찾아내고 말 것이다. 정체되고 추락하는 나날 속에서, 나의 존재의의를.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힘들단 말이지, 인간 관계라는거. 이미 알고있다. 싸운 이유도 확실하다. 추악한 질투심.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 조건전에서 벗어나며, 이런 나도 사랑할수 있게 된 줄 알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추악한 번뇌가, 유약한 마음이 자꾸 나를 괴롭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명확하고, 무슨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명확하다.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하는것.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지만, 그렇지만... 모르겠어. 복잡한 일들로부터 전부 도망치고 싶어. 그냥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훈련도 하고. 산마캔 준비도 하고. 나냐와 데이트도 하고. 아아, 나냐, 보고싶네. 짧게 한숨을 내쉰 뒤에.
"여하튼, 얘기해줘서 고마워. 길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많이 도움이 되었네."
그래, 사과 해야지. 알고는 있다. 한번 제대로, 이 일을 매듭지어야 해. 조만간 교실에, 반성문이라도 들고 찾아가 볼까.
"다이고 씨와 여기서 더 얘기하면 왈츠쨩이 질투할지도 모르니까, 이만 가볼게."
"다음번엔 셋이서 느긋하게 얘기라도 하자."
느릿하게 미소지으면서.
// wwww짱룡=상 슬슬 막레 부탁드려도 다이죠부인?? 먼가 먼가 유식이가 좀 방어적으로 나와서 죄송한ww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