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위해서 우리는 만난 거야 계절을 맘껏 쓰고 버리며 살자 밤하늘도 가을도 빼앗지 못할 당신은 영원한 내 사랑이에요 「キラーチューン」 - 東京事変
【가을 피리어드】 1턴: 10/30 ~ 11/12
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바닥에 풀이 깔려있긴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맨바닥에 누우면 울퉁불퉁함에 약간 불편하기 마련이라, 레이니는 애벌레처럼 꿈틀꿈틀거리면서 잠을 자기 위한 최적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잠에서 깨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선 상황 파악을 똑바로 할 수 없지 않은가.
“아직 산마캔까지 시간도 많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것도... 괜찮겠지...”
아까 슬쩍 본 얼굴은 (잠이 와서 찬찬히 뜯어보지 않은 덕에) 제법 멀쩡해 보여서, 크지 않은 싸움이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어림짐작은 다시 고개를 숙인다. 누가 들으면 너무 태연한 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같은 팀도 아닌데 여기서 산마캔을 위해 열심히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웅... 불편해... 그래도 괜찮으면 잠시만...”
이 우마무스메, 거리감이 없다! 메이사의 농담 반 진담 반을 진담 100%로 알아듣고, 머리를 들어 메이사의 허벅지 위에 턱, 하고 올린다.
춥다. 비가 내릴줄 몰라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다. 추운 가을비가 몸을 얼리는게 느껴진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렇게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닌데. 감기 걸리잖아. 뭐때문에 이렇게 비를 맞고 있는거람. 비련의 주인공 행세는 그만 해야지. 안그래? 스스로에게 자조하듯 되묻고는, 뺨을 긁적이며 집으로 향하다가.
곧 푸핫,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 네가 있었다.
"하아?"
"야, 너 진짜 죽고싶은거냐? 응? 전에 그렇게 다독여줬는데 잔뜩 화내고 말도 없이 가버리더니, 가을이 된 이제서야 나타나서."
"뭐? 바보? 안되겠다. 유우..."
장난스럽게 화를 내다가, 네 이름이 무심결에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하다가.
앗, 부실 상상은 전면 폐기. 그보다 더한 게 있었군. 거침없구만 이 녀석.... 트레이너실에서 책상까지 차지하고 잘 정도인가. 뭐.. 사이 좋아보이고 좋지 않아? 아무튼 바닥에서 애벌레마냥 꿈틀거리던(그래도 유우가때처럼 웃기다기보단 귀여워 보이는 정도였다)레이니가 고개를 턱 허벅지 위에 올렸다. 어.. 뭐.. 그래. 절반은 진심이었고.. 어차피 마미한테도 해준 적 있으니까.
누가 그랬는데. 베개와 이불과 침대가 준비되어 있는 직장은 좋은 게 아니라고. 왜냐하면.... 집에 가지 않아도 잘 수 있다는건 집에 보낼 생각이 없다는거라고 그러던데.... 츠나센이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깡촌 트레이닝센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블랙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무게, 그대로 등을 나무에 기대고 살짝 시선을 위로 올린다. 알록달록하게 물든 나뭇잎 사이로 적당히 비치는 햇빛이라던가, 반쯤 가려진 하늘이라던가... 선선한 바람도 좋네.
"...날씨 좋네."
레이니는 잠들었을까, 하고 생각한 것도 있어. 대답이 돌아올거란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나한테 첫 데이트니 뭐니, 그런 말 한거는? 응? 이제 쿨타임 돈거야? 니시카타랑 스캔들 일어난걸로도 모자라서 나랑도 불륜이니 뭐니 소문 다 떠돌면 재밌을것 같았어? 나냐가 좋아하겠다. 소문을 좋아하는 애들이 마구 퍼트려서, 내가 너랑 데이트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풍기위원으로 노력하고 있는 그 아이가, 아침에 학교에서 소문을 듣고, 날카로워진 아이들의 동정섞인 시선으로 쳐다봐지면."
꾹, 하고 주먹을 쥐었다. 짜증이 울컥 치밀어오르는 이유는.
"..."
입술을 꽉 깨물고.
"히다이 트레이너."
"당신과 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잦게 깜빡이는 두 눈동자.
"너는, 이런 상황이 닥치니까, 편을 가르는구나."
"그 아이를 고르고, 나를 내버려두고. 나는 너를... 내버려두지 않기로 했는데."
"옥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어 할 때, 네가 너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아, 우리는 비슷하구나, 하고. 그때부터 너를 친구로 생각했었는데..."
"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니시카타에게도 이야기 안했어. 그 아이가 뭐라고 떠들고 다니든 반박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하지만 너는."
내 얘기는 듣지 않고,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다고 하는구나. 작게 읊조린 말 한마디. 배신감 때문이었다.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가슴이 아프다. 친구라고 믿었는데. 그래, 이래서 그때, 거리를 뒀었지.
"쓰레기 새끼."
붕대를 감은 머리가 욱씬거리는듯, 천천히 왼손을 들어 상처를 꾹 눌렀다. 쏟아지는 비. 흐르는 눈물. 감춰지지 못한 채 쏟아져나오는 감정들. 넘실거리듯 춤추는 물웅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