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손을 들어 흔들어 줬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소의 깨달음을 얻고 난 다음 부터는 내 행동거지가 좀 가벼워 진듯도 하고. 그러나 눈 앞에 있는 린은 느긋해보이면서도, 다소 초조한 느낌이라고 할까... 하기사. '꼭 해야할 말이 있다' 라고 불렀으니, 내가 그렇게 보는 것은 당연하지.
"음. 뭐 일단 좋은 얘기부터 할까, 그럼."
가볍게 엄지와 중지를 검지와 살짝 띄워, 허공에서 무언가를 집고 있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 뒤에 가볍게 힘을 집중하면, 평소처럼 의념이 회전해서 탄으로 결속되는 느낌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듯 그 기세가 들끓으며 명백히 다른 힘이 담긴 일렁이는 탄환이 형성된다.
"벽을 넘었어."
담배불을 끄듯 가볍게 손을 털면서 그리 보고한다. 분명 그녀랑 만났을 적엔, 아직이었을 것이다.
어느 오후, 공원 한 구석에서 울리는 가야금소리가 있었다. 연주하는 사람의 실력이 나쁘지 않아 듣기에는 좋았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선곡 목록에 동요며 클래식, 가요가 얼핏 일관성 없이 뒤섞여 제멋대로라는 점이다. 듣는 사람들이야 연주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버스킹을 하는 듯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가는 듯 했다만 연주하는 사람, 강산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면 이 상황이 조금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일곱에서 여덟 곡 정도를 연주하고 나서야 강산의 손이 멈춘다. 잠시 옆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모습이다.
가벼운 걸음걸이에 그 걸음만큼 가볍게 흔들어지는 손에 린은 눈길을 주다가 잘 지냈나보네요. 라 작게 중얼거렸다. 그에 이어지는 대화도 잇다라 보여지는 위력적인 의념탄도 그만큼 경쾌했다. 린은 미리 테이블에 놓아둔 찻잔 중 제 쪽에 놓인 것을 집어들며 의념탄에 집중하다가 감탄과 함께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는 아직 멀었으니 바삐 쫓아야겠네요. 아무쪼록 잘 지내신듯 하니 안심이 되네요. 요사이 흉흉한 일이 많아 한 명이라도 잘 지냈으면 했으니까요." 몇몇을 제외한 개개인이 어찌 지내는지 린이야 알 바 아니였지만 계속하여 저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얘기를 들으니 절로 제발 고요하길 바라게 된다.
"저는 휴식차 바티칸에 있었어요. 시윤씨와 마주한 것도 그 쯤이었죠. 그 이후로 미심쩍은 소식을 접해 조사하려고 머물고 있는 중인데..." 말을 잠시 흐리다가 시윤을 바라본다. "그 흉흉한 소식은 무엇인가요? 듣고 나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어요." //5
죽어도 죽지 못하고 그 하잘것 없는 생의 기억을 부여잡아 억지로 그 생을 이어감을 흉내낸다면,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니 오로지 생을 탐하여 그 본모습을 흉내내는 그림자일 뿐이다. 비록 부활술식이 존재하지만 이는 육체와 혼이 온전한 부활이며 이 쪽은, 린은 차게 조소하는 대신 다시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제 것이 아닌 것을 탐하여 억지로 취하는 탐욕과 그리하여 가진 도금된 삶이 그녀의 오래된 피붙이와 다를게 무엇인가.
'가증스럽기도.' 한 없이 가증스럽기에 한 편으로는 가엾기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반장은 테러범으로 지목되고 알렌군은...이야기를 하며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그렇다면 흑기사라는 존재는 확실하게 한번 사망했다는 사실이 없단 말씀인가요?" "마카오에서 나타났다던 전쟁스피커 키르카 보디악같이 말이에요." 찻잔을 내려놓고 시윤을 똑바로 마주한다.
"사실 저는 몰락한 교단의 신을 모시고 있어요. 저의 신께서 이르시길 이 모든 사태는 악신의 농간이라 하셨어요." //7
한때 그녀의 오라비였던 이가 말했다. 낫쨩, 우리 어머니께서는 고토를 연주할 줄 아셨어. 가끔 아버지께서 그 음을 녹음하신 것을 틀어놓으실때가 있는데... 그 말을 할때 그는 행복해보였다. 그 포근한 감각이 멋도 모르던 나이에도 먹먹하여서 어린 그녀는 몰래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쓰던 방에 들어가 악기를 만지고는 했었다. 물론 손이 턱없이 작아 제대로 치지도 못했지만
"어머니의 영향이었사온지, 주가에서는 대대로 가악을 다루는지요." 짧은 답변을 하며 다시 묻는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이야기어요. 라 부드럽게 말한다.
근데 다른 분들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노리고 접근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했던 것 같기도요...?
강산이가 시나리오 1 분기점 힌트(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말렴=데플 나지 않게 몸 사려라) 받았을 때는... 뭔가 노리고 한건 아니고, 제가 강산이 시트 들고 왔을즈음 그 시나리오 1 프롤로그가 나와서 강산이가 다윈주의자 집단 탈옥 뉴스를 봤다고 설정한 후에...이후 강산이를 알아보고 강산이네 가족들 안부를 묻는 어르신이랑 만나서 대화했고, 강산이라면 이때쯤 엄마 생각 나겠지...하고 전화해본 거였거든요.
저번에 캡틴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세계관 설정을 이해하는 것보다 정서를 이해하는 게 적응이 빠를 거라고 하신거...
"어머 그런가요. 마도일본에서는 대대로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어요." 눈까지 웃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사담을 이어간다.
"소녀는 그리 재주가 있는 편은 아닌지라 오래가지 못했사와요. 가늘고 길게라, 소녀의 소견으로는 상당히 좋아하시는 듯 보여 의외라 생각되어요." 린의 시선도 강산을 따라 25현금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가야금은 12현을 가진다고 하니 따로 25현금을 구할 정도라면 꽤 좋아한다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