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오늘의 시내 산책은 별것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 토끼를 데리고 오는 것도 썩 좋은 생각은 아닐뿐더러-물론 오레오는 사람 손에서 자란 탓에 경계하는 일이 없지만- 그녀가 토끼 대신 안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만도 했다.
"오, 개맛있네여."
자신의 토끼보다도 큰 빵봉투... 몇개를 먹은건지, 애초에 몇개가 남은건지 모를 정도로 꽂혀있는 핫도그의 막대기가 장관이다. 한 입 베어물 때마다 바로 밑으로 떨어져 옷의 경사를 타고 도르륵 굴러가는 부스러기들, 그녀는 길거리음식을 정말 길거리에서 먹어버리는 기행을 자주 벌였었다.
"...롸?"
그리고 저쪽에서 누군가가 뛰어온다. 이쪽을 향해 날아다니는 종이와 함께...
"새로운 반려동물인 검까?"
...아무리 그래도 날아다니는 종이를 키우는것보단 돌을 키우는게 나을지도... 아무튼 이쪽으로 오는 이의 얼굴은 저번에도 본적이 있다. 본적이 있는데... 누구였지...? 아무튼 화르륵 쾅쾅 하는 능력이었나? 온갖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이 저번 스킬아웃과의 접전까지 굴러갈즈음, 그녀가 입에 물게 된 것은 그 종이였다.
"뫟?"
물었다기보단... 사실상 입술의 틈에 꽂힌 거였다. 눈 앞까지 그것이 닿고서야 그것이 상품권이란걸 깨달았을까? 핫도그를 쥐던 손이 자연스레 봉투를 안게 되었고 봉투를 안고 있던 손이 그 종이를 잡아내었다.
천사님의 이름은 담 아자, 영자구나. 아영, 담아영. 또박또박 속으로 곱씹은 희야는 입술을 오물거리다 끄트머리를 보드랍게 올렸다. "천사님 이름 예뻐요." 동글동글해선 또르르 구르는 발음이 꼭 방울 같았다. 천사님들은 모두 예쁜 이름을 가지는 건가 봐. 희야는 부드럽게 잡힌 손가락을 약하게 꼼질거려 손가락 하나를 꼭 잡았다.
"정말요……? 기뻐요! 친구들한테 꼭 자랑해야지. 다들 좋아해줄 거예요……!"
활짝 웃을 때면 눈꼬리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휘어지는 눈이 깊어질수록 속눈썹 그림자에 가려지는 하얀 눈동자는 온전한 금빛 색채를 머금는다. 산산이 부서지는 모래알처럼 색채가 조각나고, 입매까지 올라가 환한 미소가 얼굴을 가득 채운다. 차가운 손과 대비되는 이질적인 미소였다. 이 작은 존재는 아마 자신이 10년 뒤 천사라고 부르는 인간의 선배가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도 못하고, 친구에게 자랑할 생각만 가득하리라.
"아, 그게요……."
아이들은 으레 그렇다.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대답하다가도 다른 얘기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단어를 곱씹지 못할 때도 많다. 아니면 고민만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희야는 후자에 애매하게 걸친 듯이 그게요, 그게- 하고 두어 번 고민하다 오물거리던 입술을 조그맣게 벌렸다.
"착한 아이가 되면요, 더는 아프지 않을 거고요, 또…… 착한 아이들은 마음이 튼튼해져서요, 마음을 다친 다른 애들도 구해줄 수 있댔어요. 영웅처럼요!"
타박타박 걷는 소리가 조그맣다. 고개를 폭 숙인 희야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형이 그랬다. 착한 아이가 되면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우리의 노력으로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희야는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렇지만 착한 아이가 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주사는 아픈 걸요! 오늘도 주사를 두 대나 맞았어요. 천사님은 주사 안 무서워요?"
기숙사에서 반려동물을 못 키운다는 걸 이제야 안 듯한 세은을 보며, 기숙사에 안 사는 구나, 하고 안심했다. 지금 이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앞으로도 마주칠지 모르는 것까지 겹친다면 내 위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었다. 적어도 그럴 일은 없겠다. 그 사실에 조금은 안심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을 어떻게... 조금은 더, 고심할 수 있겠다. 적어도, 최악은 피할 수 있게.
내가 어렵게 말을 꺼낸 것에 비해 세은은 쉽게 말했다. 솔직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전부를 말해주진 않았다. 선명히 그어지는 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내 취급이 그럴 것이란 예상은 두고 두고 해왔다. 먼저 연락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무슨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나를 믿지 못 해 선을 긋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굳이 표정 관리를 할 것도 없이 평온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랬구나. 나는 그저, 나 역시도 이런저런 일을 겪었을 뿐이야. 그 과정에서 변했을 뿐이지. 그것 뿐."
넘지 말라는 선을 넘을 용기 혹은 객기는 내게 없었다. 그 앞조차도 아닌 멀리 멈춰서 멀게 보이는 세은을 바라보기만 했다. 물론 지금은 바로 앞에 있으니 멀리 볼 것도 없었다.
슬슬 강아지 아메가 또 어디론가 튀어버릴 것 같기에 무릎을 숙여 작은 몸뚱이를 조심히 안아올렸다. 바둥거리는 강아지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들고 있던 가방에 넣었다. 보통 가방이 아니라 가방형 케이지였다. 가방을 어깨에 잘 메고, 세은을 향해 말했다.
"오는 길에 보니까 크레이프 트럭 있었어. 그거 먹을래? 바쁘지 않다면."
내가 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먼저 권했다. 옛날이었다면 가자며 손을 잡고 이끌었겠지만 더는 그럴 수 없으니 말 만이라도 그래보았다.
그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그 어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도 전부 날려버리고, 더 이상 그 어떤 위협도 제 가족을 뺏지 못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소년은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때로는 밤을 새기도 하고, 피를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쓰러지 않았다. 오직 제 동생, 세은이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밖에서 제 부모를 뺏어간 이 같은 사람들이 이 인첨공에 없으리란 법은 없었고, 고아인 자신과 세은이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이는 당연히 이곳에도 있을테니까. 위험이 다가온다면, 그 위험이 모든 것을 뺏어가려고 한다면 자신은 그 누구보다 강해져서 그 모든 것을 날려버리면 그만이었다. 제 능력 또한 그렇게 풍압으로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것에 특화되었으니까.
레벨5. 아니. 레벨5보다 한단계 더 위라고 불리는 존재. '퍼스트 클래스'라는 부류에 들어가게 된 은우는 겨우 안도하고 제대로 잠에 들 수 있었다. 인첨공에서 7번째로 강한 자가 된만큼 어지간한 위협도 다가올 수 없으리라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작 중학교 3학년. 아니. 정확히는 고등학교 1학년을 앞두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제 노력도 결실을 맺었다고 그는 정말로 기뻐했다.
허나 위협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악랄하게 그의 곁을 파고들었다. 네가 아무리 노력하고 강해진다고 한들, 절대로 너는 그 운명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위협하듯, 비웃듯...
그 날의 기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인첨공의 '높은 분'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은우는 그에 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퍼스트 클래스라는 경지에 올랐으니 축하해주려고 부른 것이겠지.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을 했건만, 거기서 기다리는 것은 사악하기 짝이 없는 악마의 웃음소리였다. 아무 것도 없는 방. 아니. 정확히는 모니터가 하나 달려있는 방에서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고 은우는 얌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1시간... 2시간... 아니. 오긴 오는 걸까. 사람을 데려다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런 불만이 터져나오기 직전이었다. 꺼져있던 모니터가 갑자기 켜졌다. 저거 블루투스로 킨걸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는 도중, 갑자기 뭔가가 화면에 비쳤다. 모니터 안에 비치는 모습은 다름 아닌 수술실의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누워있는 수술대를 중심으로 의사로 보이는 이와 간호사로 보이는 이들이 정말로 많이 서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이 상당히 신중했다. 메스를 이용해서 살을 갈라내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지 않고 그대로 은우의 눈에 비쳤다. 으으. 뭐야. 저거. 징그러워. 왜 이런 것을 보여주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전원을 끄려고 했지만 모니터의 전원은 꺼지지 않았다. 으아. 뭐야. 저기 심장 부위 아니야? 붉은 피향이 여기까지 풍기고 있는 것 같아 은우는 절로 표정을 찡그렸다.
"...어?"
그 순간 눈에 비치는 것은 다름 아닌 세은의 얼굴이었다. 마치 죽은 것처럼 잠들어있는 세은의 얼굴이 정면으로 모니터에 비쳤다. 치직...치지직...치직.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AI가 말하는 것 같은 기계적인 느낌의 목소리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방금 전까지 제 동생의 이름을 마구 부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은우의 발길이 멈췄다.
"에어버스터. 반갑네. 모니터에 비치는 자네의 동생의 얼굴은 잘 확인했나?"
"뭐예요. 이거? ...뭐인건데요?! 지금 저기에 비치는 거, 실제 상황이에요?! 아니면 합성영상이에요? 그러니까... 얼굴 합치는 그런 거. 아, 아무튼 저거 진짜에요?! 그보다 당신 누구에요?!"
"내가 누군진 알 거 없어. 그리고 저기에 비치고 있는 것은 실제 상황이다. 지금 네 동생은... 그래. 최세은은 '위크니스'로 선정되었다."
"위크니스?"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를 관리하기 위한 인질이다."
"뭐라고?!"
인질.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은우는 단번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제 손에 커다란 녹색 구체를 생성했다. 이 방, 아니. 이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하게 압축된 구체였다. 허나 그것과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공은 기계적인 톤으로 큭큭큭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에어버스터. 그것을 던지는 순간, 네 동생이 어떻게 되는진 알고 있겠지?"
"세은이를 어쩔 참이야?! 어쩔 참이냐고!! 당신 뭐야! 대체 뭐인건데?! 원하는게 뭐야!"
"에어버스터. 자네는 그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레벨5중에서도 최상위급인 인재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나?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이가 딴 맘을 먹고 행동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말이야."
"뭐라고?"
"자네의 힘은 우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거지. 허나 그 힘 때문에 이 세상이 파괴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렇기에 퍼스트 클래스. 너희들에게는 쇠사슬을 걸기로 했어.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옛부터 말을 듣게 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인질이지. 그래. 그게 바로 위크니스라는거야."
"......"
"지금부터, 자네의 동생은 심장에 생체칩을 하나 달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생체칩은 경우에 따라서 심장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그대로 심장을 파열시키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되겠나? 대충 상상이 가지 않나?"
"......!!"
그 말을 들은 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물들었다. 물론 제 전문 부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과학 지식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될 지는 감이 잡히는 탓이었다. 심장이 파열한다. 그 말은 즉...
"너무 걱정하진 마. 설사 죽게 되더라도 너도 따라서 죽게 될테니 말이야. 이후에 너 역시도 수술을 받게 될 거야. 똑같은 부위에, 인질의 목숨과 연동되는 칩을 말이야. 그러면 혼자 고통스러워서 날뛰는 일도 없겠고 저 세상에 가서 동생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겠나. 나름대로 꽤 좋은 대우를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게 문제야. 무슨 이유에서건 그렇게 폭발하게 되어서 날뛰기라도 하면 우리가 뭔 수로 막겠나. 군인이 관리하는 총조차 안전장치가 있는데, 그 총을 뛰어넘는 병기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게 말이 되겠나? 모두 다 이 세계를 위해서야. 강한 힘을 얻었으니까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무슨 얼어죽을 이해야. 죽여버릴거야. 정말로 세은이에게 그렇게 하면 당신을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버릴거야!!"
"할 수 있다면 해보게. 자네 동생의 심장이 파열되겠지만 말이야. 저 생체칩은 내가 리모콘 버튼 하나만 누르면 터지게 되어있거든. 자네가 나를 죽이기도 전에, 이미 자네의 동생 최세은은 죽는다는 말이지."
"......."
"영화에도 나오지 않나.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말이야. 이게 자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야. 에어버스터."
말이 끝나자마자 세은의 얼굴이 정면으로 모니터에 비쳤다. 지금 일어나는 일과는 다르게 너무나 평온하게 자는 그 모습이 은우의 눈에 비쳤다. 이를 꽉 악물며 그 화면을 바라보던 은우는 그 상태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며시 숙이면서 애원하듯 이야기했다.
"부탁이야. 부탁이야. 제발... 제발... 부탁이야. 뭐든지, 뭐든지 할테니까..."
"그래. 그렇게 공손하게 행동하면 돼. 에어버스터. 네가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그냥 가끔 하는 부탁만 들어준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강한 힘을 지닌 자, 강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야. ...자네는 그냥 병기로서 조용히 살아가면 되는 거야."
"......."
"대답을 해야지. 에어버스터."
"...알겠...알겠습...니....다..."
빠득... 빠드득... 빠드드드득... 이를 꽉 악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에선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온 몸이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 상태에서 불꽃처럼 펑, 터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은우는 생각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심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자신이 퍼스트 클래스라서? 자신이 위험해서?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인첨공을 없애버릴 수도 있어서?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저 동생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그 어떤 위험이 다가와도 막고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게 죄란 말인가. 이런 결말을 낳을 정도로 끔찍한 죄란 말인가.
자신은 그저... 자신은 그저...
"부탁이...에요. 진짜, 진짜 아무 것도 안하고... 조용히 살테니까.. 그러니까.. 제발..세은이만큼은... 제발!!"
"에어버스터. 난 사람의 말은 믿지만 괴물의 말은 믿지 않아. 하물며 병기는... 인간에게 의견을 제시하면 안되지."
그 날의 기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을 조롱하며 비웃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기계음은 아직도 은우의 기억 속에 깊게 박혀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후에 만날 수 있었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자칫 잘못해서 한번에 죽이지 못하고, 혹은 죽이더라도 리모콘을 가지고 있는 이가 따로 있다고 한다면?
"괴물의 말은 믿지 않고, 병기는 인간에게 의견을 제시하면 안된다."
그 말을 조용히 곱씹으며 은우는 어둠이 깔려있는 문을 조용히 닫았다. 안에서 평화롭게, 마치 천사같은 예쁘고 귀여운 얼굴로 깊게 잠들어있는 세은을 뒤로 하며...
조용히 제 방 의자에 앉은 은우는 눈을 감았다. 괜히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 근처를 얼쩡거리는 지우개를 저 멀리 던져버리며...
다른 사람이 어디까지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파악하려면, 그래서 성운은 혜성에게 있어 난이도가 높은 사람일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 갖고 있는 사양지심을 충분히 가진 겸손한 사람이라, 네 도움같은 것은 필요없어! 하고 선을 긋지 않고 선배님께 이렇게 실례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고 사양하기 때문에. 그래서 성운은 허리를 숙였고, 그제서야 뱃속에서 밀려오는 통증- 아마 아까 얻어맞은 데의 통증을 자각하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일단 성운은 그의 손으로 아이스팩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곤 혜성이 내어주는 진통제를 공손히 받아들고는, 1학년인 줄 알았다는 말에 헤헤 웃는다.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는걸요······.”
이만큼 키가 작으면 그럴 만도 하다. 열여덟 살이면 솔직히 코밑에 거뭇거뭇 수염이 자라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인데, 이 후배는 평생 어리겠다는 듯 작은 키를 하고는 솜털이 보송보송하니까.
“이혜성 선배님.” 하고 혜성이 알려준 이름을, 외워보듯이 한번 되새겨본 성운은 다시금, 혜성이 가르쳐준 대로 행동했다.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 진통제를 먹고 고통을 좀 가라앉히고 나면, 콜택시를 불러서 병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그때의 난 도저히 아무 것도 신경 쓸 수 없었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힘들어서 도저히 다른 사랑믈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더 미안한 것은... 그 이유조차 입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이야. 알려고 하진 말아줘. 아무 것도."
이런저런 일을 겪었다. 연락이 없었다. 그 말을 종합하며 혜우 역시 뭔가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세은은 예측했다. 물론 그게 맞을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저 추측일 뿐이었으니까. 물론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만... 그럼에도 굳이 세은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고 혜우를 바라봤다. 계속해서 고개를 아래로 숙일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말을 망설이다가 세은은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이야기했다.
"호,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따, 딱히 네가 싫어서 말 안하는 거 아니야. 단지... 조금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너는 아무 것도 몰랐으면 해. 내가 시한부와 피차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말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애써 꿀꺽 삼키는 와중 크레이프 이야기가 나오자 세은은 순식간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바쁘기는. 내가 왜 바빠? 봐. 오늘 벚꽃 보러 이렇게 나왔다니까? 좋아! 먹으러 가자! 아. 사주는거야? 아니면 내가 사줄까? 그리고 김에..."
이어 세은은 자신이 입고 있는 분홍색 치마 주머니에서 딸기사탕을 꺼냈다. 그리고 혜우에게 내밀었다.
"먹을래? 이거? 참고로 나...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거든. 하지만 굳이 질질 끄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원래 대했던 대로 대할거야. ...불만이 있으면... 뭐, 말하면 생각은 못할 것도 없어."
그래서 어디인데? 크레이프 파는 곳. 빨리 가자는 듯, 세은은 혜우를 바라보며 살며시 재촉하듯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