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싫었습니다. 기억을 떠올릴 적에 남았던 것들은 러시아의 차디찬 바람과 알렌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쪽지 한 장 뿐. 길거리에 버려진 것을 인식한 순간부터 알렌은 스스로를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나쁜 것은 세상이며, 나를 이리 만든 것은 환경이고, 나에게 도움 주지 않은 것들은 모두 적이었으니까요. 쥐를 물고 도망가는 길고양이의 목을 졸랐습니다. 그것을 살기 위해 먹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져 타인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다가 토를 하고, 속이 비워진 것만큼 채우려 그것을 먹던 것 역시 떠오릅니다.
의념시대. 그것은 꽤나 많은 것을 사사했습니다. 굶주림이 줄어들었고, 삶의 질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 곳, 그 시선이 닿지 못하는 곳도 존재했습니다. 이 시대의 러시아란 그런 곳이었습니다. 붉은 곰의 실종, 그의 후계를 자처한 이들의 전쟁.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을 찾기 위한 정보전쟁, 그리고 그 여파 속에서 잊혀진 사람. 알렌은 그 잊혀진 쪽에 속했습니다. 그렇기에 의념을 각성한 순간, 온 몸에 느껴지는 희열감과 안도감은, 곧 증오와 분노로 바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힘이 있는데. 이런 능력이 있는데.
왜. 왜 우리를. 왜 나를 도와주지 않은 거지?
소년의 눈에는 먹다 남은 썩은 빵이 보였습니다. 백록색의 곰팡이가 자리를 차지한 그것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것마저도 닷새. 닷새만에 먹은 음식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소년이 분노에 폭주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 썩어빠진 상황들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고통스럽게, 가장 혐오스럽게.
그렇기에 소년은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소년은 그 희열감에 맡겨 자신의 폭주를 토해냈습니다. 그렇게 거리가 불타고 있음에도, 누구도 자신을 말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곧 지독한 고통과 한기가 몸으로 밀려들었지만 소년은 토해내려 했습니다. 그러다 죽든 말든, 자신에게 미래는 없으니까요.
그때.
" 그만둬. "
소년을 막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 그대로면 죽을 거야. 몸이 무너지고 있어. " " 닥쳐어어어!!!!! "
분노를 휘두르던 소년을 진정시키고, 기절시켜 잠들게 한 그녀는. 그 순간 웃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라는 듯.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는 듯.
소년은 그렇게 처음으로 걱정이라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깨어난 소년은 처음으로 배곪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었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온기를 느끼며 잠에 들었습니다. 자신의 손을 어색하게 잡고 잠에 든 카티야를 바라보고,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소년은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면 소년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 곳에서 느껴진 온기가 말했습니다. 그 행동에 실망할 사람이 있다고.
소년은 알았습니다. 그 감정이 두려움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여전한 영웅. 나를 살아있게 만든, 살아가게 만든 의지. 그리고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심장에 남았을 것 같은 후회를.
" 사랑해 카티야. "
이제야 토해냅니다.
카티야는 웃고 있습니다.
" 미안해. "
곧 그 눈이 알렌을 마주합니다.
" 미안해. "
그 손이 알렌의 손을 붙잡습니다.
" 미안해. "
고개를 숙입니다.
" 미안해...... "
눈물이 흐릅니다. 떨어집니다. 그 자국은 그녀의 몸을 데우던 이불 위에 스며들어 그 흔적을 남깁니다.
" 죽고 싶지 않아. 도망치고 싶지 않아. 더 살고 싶어. 더,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어. 두려워. 사라지고 싶지 않아. 잊혀지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그렇지만...... "
카티야는, 고개를 듭니다. 눈물 맺힌 두 눈동자에 알렌을 담고, 그녀는 말을 뱉습니다.
" 난 너를 더 상처주고 싶지 않아. "
그 어색한, 한 마디로 이어지는 긴 침묵. 그리고 카티야는 알렌에게 다가옵니다.
살짝은 건조하고 마른 느낌이 드는 입맞춤. 작은 입술의 온기가 잠시 카티야에게 스며듭니다. 카티야는 붉어진 얼굴로, 알렌을 바라보고 그 머리카락을 다듬어줍니다.
" 저주받은 것들. 이제 나에게 환상을 심어주는가. 이 높은 철옹성과 사람. 그런 것에 내가 그리워할 것 같으냐. "
노인은 곧 낫을 들어올립니다. 낫에서 강대한 의념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아니, 의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한 것이지만. 아주 먼 것은 아닐 듯한 힘입니다. 노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으로 사슬을 쥐고 두 개의 낫을 회전시킵니다. 저것에 닿은 살덩이들이 찍혀 박살나던 것을 본 적 있는 이브이기에 경계적으로 창에 손을 향하게 합니다.
" 사십 년이다. 그리 된 세상에서 사십. 그중 십 년을 매번 신에게 기도했다면 되지 않았느냐. 살려달라, 구해달라, 도와달라 외친 것을 이제 와서 이런 꿈으로 보여주는 이유가 무어냐. 내가 미쳤다 말하고 싶은 것이냐? 네 년은, 내 마지막 남은 선의라도 되는 것이냐? "
노인은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낫을 움직일 준비를 마치고 이브를 바라봅니다.
" 비켜라. 분명 저것은 그것의 하수인일 것이다. 너도 같이 있지 않았느냐. 그 추악한 세상에 살아있던 것은 없다고. 오직 나만 살아남은 것이다. 나만...... "
곧, 그 의지는 명확한 살의로 너울거립니다. 이브의 몸이 거세게 떨립니다.
온 몸이 두렵게 떨립니다. 상대한다면 분명한 죽음으로 끝날 것입니다.
구조 신호가 보내집니다. 다음 턴, 가디언이 도착할 겁니다.
>>917 그때. 시윤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박수와 함께 다가옵니다.
" 오~ 꽤 대단한 실력인데. 많이 늘었구나. 소년? "
꽤 볼 법한 외모, 눌렸던 머리는 꽤나 자유분방하게 엉클어진 형태이지만, 그는 즐거운 표정으로 시윤에게 손을 흔듭니다. ... 그 몸에 꽤나 많은 부상이 남아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를 만큼 말이죠.
" 전해준 정보는 잘 들었다. 짜식. 고맙다. "
그는 곧, 시윤의 머리를 헝클이다가 시윤의 뒤에 있는 에브나를 보고, 다시 시윤을 바라봅니다. 씨익 웃습니다.
사실 상성은 최악인데 어느 의미론 '어? 첫타 살살 쏴주면 반격 기본뎀은 내가 선빵치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레벨빨인지 그 방식으로 이겼네! 크크;;;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이기니까 기분이 좋다. 그리곤 캡틴의 예지에 따라 UGN 갈까 했는데...지오씨 등장! 과연 여기서 부터 기사단 에피소드가 본격 시동이 걸리는 거구나....헉 그럼 생각보단 인원 합류에 여유가 없나? 지금 불러야 되나? 근데 카페 점장님도 그렇고 에브나랑 시윤이 보면 대체로 여친으로 오해하네, 비쥬얼상 둘 다 소년 소녀라서 그런가.
ㅋㅋㅋ 에이~ 정그하 두 번이 어딨어 ㅋㅋㅋ 했는데 그걸 내가 해내다니.. 분명 진짜? 이거 후원계약 맺으면 다른 거 못 한다?? 하고 잘 생각해!! 하는 의미로 정그하 두번이나 줬겠지만 그 위력이 상당히 커서 방금 뭔 일이있었는지 머릿속에서 까먹음.. 허겁지겁 달려와서 (머ㅏ리도ㅓ 못 말림) 정주행하면서 후원에 관한 정보를 메모장에 적고 내가 모르는 것과 만약 이러면? 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 돌리고 있는데 미스터페이트사마 당신을 살걸.. 오뚝이 말고.. 으흐규ㅠㅠㅠㅠ 어차피 이 후원 계약에 대해선 우필, 아득한 자아 및 여타 질문 요소를 사용 못하니까 온전히 내 머릿싸움이겠는데 나, 사실 사회력 제로? 라는 의심까지 들었어 제ㅐㄴ장
시윤이 그래도 돈까스 화살 버텨내고 이게 총이다! 하고 총기의 자존심을 세운거 멋져부려 알렌...은... 뭐라 해야 하나... 어쩌면 이미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렌주라면 이것도 예상해서 뭔갈 했을거라고 생각해 이브주는 첫진행인데 어땠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난이도 너무 높지 않아?하는 그런 느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