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3 조디의 노크 소리에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꽤나 다양한 흔적들이 눈에 띄어 조디는 한 눈으로 가볍게 흘겨봅니다. 칼자국은 예사에 창으로 꿰뚫린 듯한 흔적도 보이고, 한 켠에 놓여있던 마약의자는 내장을 터해낸 채 공권력에게 심판당한 흔적이 보이네요. 그리고 그 의자를 볼 때마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전투학의 옌 리오가 보입니다.
기여를 통한 투자금으로 돈을 불리고, 장사를 통해 돈을 벌고.. 대체 얼마나 잘하믄 이러는 긴지..
"돈을 허투로 쓰지 않는 건 마음에 든데이. 확실히 마, 세상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기나 다름 없네."
흠... 서류철을 흘깃이는 것은.. 서류에 명시되어 있다. 이 말인가? 토고는 서류철을 받아든다. 사인하기 위함이 아닌 약관을 살펴보기 위함. 말로는 이런 저런 온갖 말을 다 할 수 있지만, 약관에는 사실만을 적어야 하니까. 물론 그마저도 애매하게 적어서 자기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다만.. 후원..을 받는 중에는 다른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조금 걸린다. 대곡령의 지원이나 UHN의 프로젝트 일환인 특별반...의 지원도 후원에 포함되는 건가? 10만 GP에 그런 걸 다 잃을 순 없으니..
"여기서 다른 후원이란 후원 제의 서류에 정식적으로 사인을 하여 계약의 형태로 남아 있는 걸 뜻하는 깁니까? 직장에서의 지원이나 가족에게서의 지원도 포함 되는 건 아니지예?"
#미리 한에게 질문을 하고 서류를 꼼꼼히 읽어볼게. 망념 10을 쌓아서 영성도 강화해서!!
>>856 곧 시윤의 자례가 오고 시윤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조금 떨어진 거리.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오는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쪽 손에는 다섯 발 가까운 화살을 들고, 나머지 손에는 꽤 큰 형태의 장궁을 들고 천천히 올라옵니다. 외모는 꽤나 다부진 편입니다. 갈색의 머리카락, 그를 빼닮은 듯한 눈동자의 색. 턱에 꽤나 난잡하게 나 있는 듯한 수염. 어찌 보면 한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겁니다.
서류뭉치를 여러 번 뒤지지만 특별한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지원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독점 개인 후원'이라는 항목이 보이는군요. 즉, 이 후원을 받는 순간부터 토고는 자신에게 오는 다른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중경 한가가 관리하는 GP라는 재산은 무한할지언정, 중경 한가의 재산은 유한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중경 한가는 꾸준히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합니다. 그것이 물건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하죠. "
그녀는 꽤 토고가 맘에 든 듯 느긋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그런 면에서 당신이라는 매물은 꽤나 매력적이에요. 특별반의 대부분처럼 아주 톡 드러난 매물은 아니지만 이익을 우선시하는 점, 그리고 화술이 뛰어나단 점. 꽤나 저평가된 매물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것에 먼저 투자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
그녀는 가볍게 토고를 바라봅니다. 저 눈, 이제아 알 것 같습니다. 왜 토고가 이 눈을 꽤나 익숙해했는지.
이채준의 눈. 그 눈과 닮은 상인의 눈입니다.
>>863 얼마나 창을 휘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역거운 것 같은 살덩이들의 향연, 몰려드는 살덩어리들은 천천히 몸을 비틀며 이브를 끌어안기 위해 다가듭니다. 그 살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것의 손에 잡혀, 서로 빠져나가기 위해 맞잡은 손 그대로 죽어버린 이들의 시체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이브를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그것이 게이트에 휘말린 첫 날의 기억입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이브는 전투를 이어갔습니다. 살덩어리를 부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지른 창을 녀석은 기꺼이 제 품에 끌어안고 이브에게 달라듭니다. 그렇게 이브는, 첫 창을 잃었습니다.
죽은 시체들에게서 장비를 뒤지고. 전투를 이어가던 이브는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두 개의 낫과 연결된 하나의 사슬. 그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노인과 이브는 목적을 위한 동료가 되었습니다.
살덩어리의 살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마침내 친구에 둘러쌓인 겁쟁이를 죽인 후에야. 이브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 ...... "
여전히 과묵한 노인은 한 손에 든 낫으로 가볍게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리고 곧,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신이 아는 풍경이 아니란 것처럼 말입니다.
>>865 곧 그는 호흡을 내뱉습니다. 진득한 공기가 화살에 닿고, 호흡을 따라 화살은 천천히 흩어집니다. 아주 작은 불씨를 닮은 것들이 예순 개의 화살처럼 변하였을 때.
피마류 분열화
예순 개의 화살이 시윤이 발을 딛은 땅을 향해, 수많은 각도로 날아듭니다! 첫 번째 화살이 어깨에 박히는 순간, 시윤의 입술은 분노를 담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역성혁명이라는, 그 이름에 어울릴 법한 느낌입니다. 저것을 무너트린다. 내 고통을, 잊지 않는다는 듯이.
타앙!!!
그렇게 한 발의 총탄이
견미지저
날아듭니다. 총탄에 박힌 채로, 그 반동으로 몇 걸음을 밀려나던 미탈은 곧 그 충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휘청이듯 넘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도 잠시. 쉰 아홉 발의 화살이 시윤의 전신을 난자합니다. 하지만.
버텨냅니다!
" 승자!!!! "
축하드립니다! 대련에서 승리하였습니다!
>>866 리오는 이 모든 것이 꿈일 거라는 표정으로 조디를 바라봅니다.
" 어 오랜만이네... 전투학 관련된 질문이니...? "
아뇨. 위험물 사용 허가 받으러 왔는데요.
>>867 알렌은 카티야를 찾아갑니다. 카티야는 고통스러운 듯 자신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든 억제하려는지. 그녀에게서 너울거리는 망념의 파장이 알렌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는 알렌의 귓가에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 느려. -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생각이야? - 그래. 어차피 그녀는 죽었어. 저건 어쩌면, 그녀를 흉내낸 가짜일지도 몰라. 죽여버리자. 그렇게 편해지자.
그 알 수 없는 속삭임은 기이하고도 혐오스러운 목소리를 닮았습니다. 핏덩이와 혈관이 드러난 손 위에 자신을 올리고, 그 모습과 어울리지 않을 유치가 난 채로 웃고 있는 죽은 심장의 태아는 알렌을 바라봅니다. 포기할 거야? 라고 속삭이면서.
분명 환상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환상은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알렌은 손등에 새겨진 흔적을 바라봅니다. 하나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아직 남은 흔적들은 그대룁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손끝에 여전히 살덩이를 가르는 그 감촉이, 그 선연한 핏덩이가 터져나오는 모습이 뇌리에 각인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이성도 없이 그저 집어삼켜 자신의 또다른 '친구' 가 되라는 그 살덩어리의 향연들은 분명 혼자서는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개의 낫.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묶는 사슬. 사슬낫의 노인에게 겨우 감사를 표하며, 이브는 한숨을 내쉽니다. 대체 이게 얼마만에 맡는 바깥 공기일까요?
토고는 미리 한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 눈은 익숙한 눈이다. 상인의 눈. 물건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눈. 어째 이런 눈을 자주 본다 싶더니만 만나는 사람마다 속을 꿰뚫어보는 사람들이니... 토고는 조금 독점 계약이 신경쓰이지만, 중경 한가라면.. 필시... 나를 그 수준에 머물게 하진 않을 것이다.
"어느 면에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솔직한 사람들이니께. 내는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또 한가지 더. 지금 특별반의 명성은.. 그렇게 썩 뛰어나진 않다. 그간 계속되는 성적 부진이 원인이겠지... 딱히, 게이트를 공략한다 하는 활동도 없었으니까. 지력, 무력, 통솔력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특별반은 시험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 시험의 결과를 볼 차례..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실적을 올릴수록, 내 가치를 증명할 수록 UHN는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옳아맬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