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장에 온게 작년 5월이었으니 벌써 1년도 아니고 1년 반이 지나고 있군요. 요 근래 시트를 보러 갈 때 마다 어찌보면 난잡하게도 쌓아올린 기술이나 스테이터스들이, 반대로 제가 이 세계에서 잘 어울렸다는 증명 같아서 기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참 감개무량하네요.
늦게 들어온 신입이어서 뭐라도 익히고 싶었고, 뭐라도 이루어내고 싶었던 초조한 시기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장비도 스킬도 시나리오도 나름 성취해서 캡틴에게 특별히 더 필요한건 없지 않냐는 얘기를 듣는게 간혹 뿌듯하기도 하고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앞에 있던 원거리 격수들이 전부 떠나서 1등으로 올라온 것도 있긴 하겠다마는.
캡틴이 이 어장을 진행하면서 마냥 즐거움만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스터링 조차도 사실 1년이 넘어가면 처음의 열의보단 관성이나 책임감의 비중이 커진다는걸 알기도 하고. 현실의 바쁨, 신체적 컨디션 저하 같은 문제들과 표절 논란, 참여자의 불만 등등 같은 문제들도 꽤 많았으니까요. 솔직히 다들 바쁠만한 시기인 것도 겹쳐서 활동량도 줄었으니까(나라던가) 더욱 그렇죠.
그럼에도 여기가 다소 든든한 이유는, 정말로 멀리본다는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위에 말한 시작시의 열의라는게 꼭 득이 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거기에만 의존하여 과열된 팀은 열이 식어버리면 급속도로 내팽겨쳐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니 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고, 긴 프로젝트를 쌓는 것은 그 끝을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면, 제가 시험준비 때문에 한 두세달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고, 캡틴도 요 근래 진행 빈도가 적습니다만. 이 어장에서는 그걸 진지한 망조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오래 있던 사람들은 알거든요. 보릿고개가 있어도 어찌어찌 다 지나가고 다음 단계는 온다는 것을.
솔직히 이 어장에 위기는 다소 있었습니다. 잘난듯 말하지만, 요 근래 컨디션이 안좋은 내가 원인을 제공한 적도 꽤 많구요. 그래서 캡틴이 상심하거나 지쳐할 때 마다 사실은 다소의 죄책감도 느끼곤 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런 것들에서 가장 편한 방법인 '다 때려쳐' 를 고르지 않고 나아왔기에 오늘 250어장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쯤이면 사실 미운정 고운정이 들 때죠, 못난 놈도 떡하나 더준다고...ㅎㅎㅋ!
캡틴은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을 겁니다. 나도 시윤으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구요.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동안 서로의 그런 바램이 원만이 이루어져 즐거운 추억과 함께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다시금 250 어장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