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바라지 않았던 답변이다. 리라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고 돌려받은 시험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답이 없다는 게 뭘까. 세상 모든 것에는 정해진 답이 있는데. 연예인은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고 퍼스트클래스는 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완전히 다르지만 둘 다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나. 그래서 리라는 더더욱 모르겠다. 왜 당신은 이토록 애매하게 답 내려지지 않는 주제를 맞닥뜨리고 있으면서 태연자약할까. 아니, 굳이 따지면 태연자약은 맞지 않는 말이다. 그의 눈에도 은우의 복잡함이 보였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리라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분이 예민하게 읽히는 편이었다. 얼굴 근육의 떨림, 움직임, 무의식적으로 일그러지는 말투, 숨소리, 온갖 비언어적인 것들이 그에게는 막대한 양의 정보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숨이 가쁜 삶을 살아왔어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그럼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영원히 외롭겠다. 그 사실을 깨우치는 순간 표정이 깨졌다. 감정으로 가득 차 있던 낯짝은 순식간에 형태를 잃는다. 지독한 무표정이다.
"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이기적이게 굴면 대부분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요? 다들 그러던데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하면 그건 안 된다고 하고, 싫어하는 걸 피하고 싶어하면 나약하다고 하죠. 먹고 싶은 걸 먹으면 그런 건 먹으면 안 된다고 하고, 이런 옷은 입으면 안 되고 저런 메이크업은 안 되고. 다들 그러던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은우 선배님. 은우 선배님은 이런 걸 감수하고 나를 위할 수 있나요? 만약 가능하다면 저에게도 조금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전 모르겠거든요."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말은 정제되지 않아 시점이 섞여있고 너저분하다. 입을 막고 싶지만 혀가 멈추지 않는다.
"절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소중해요. 그러니까 내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려면 내가 참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만약 그게 당연하지 않다면, 정말 그들도 내가 마냥 인내하는 걸 가슴이 찢어지게 괴로워 한다면 제가 여태껏 해 온 사랑은 잘못된 건가요. 이기적인 짓을 해 왔던 거였을까요. 누구보다 남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걸 기뻐했는데..."
리라는 오랜만에 부모의 얼굴을 떠올렸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머리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존재들. 가장 끔찍하지만 죽는 날이 와도 사랑해 마지않을 존재들. 애증 그 자체.
"스스로를 아끼지 못해서 벌어지는 희생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까지나 멀리서 보는 것 한정이라고 하셨죠. 그럼 제가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어쩌면 다들 멀리 서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마냥 괴롭지는 않았다. 현실을 이제야 받아들였을 뿐이다.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분해졌다.
"선배님 말씀은... 전부,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어요. 솔직히 그래서 무섭네요. 전 이렇게 사는 법 밖에 모르는데요."
그는 희게 질린 낯으로 은우를 응시한다.
"기대를 맞춰주지 않으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요. 내가 이기적으로 군다면 누군가가 피해를 받지 않을까요. 늘 그래왔어요. 그게 무서워요. 도대체 이걸 어떻게 감수하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반응을 볼 바에는 죽도록 숨기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너무 많아서 뇌가 새까매질 정도로.
"너무해요. 평생 그렇게 노력했는데 다 헛짓거리였다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이것 봐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겁만 먹고 있는데 난 어떡하라고?"
이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적어도 은우에게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의 눈은 한순간 먼 곳을 보고 있었으니까.
"나를 생각하는 게 뭔가요, 도대체. 내가 나를 위해서 행동할 때 좋아해주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요? 눈치를 봐도 얻어내기 어려운데 그렇게 쉽게... 그게 가능한가요."
병원의 생활은 단조롭다. 산소 유지 장치에서 눈 부스스 뜨며 일어나기, 지겨운 스캐너 소리 듣기, 담당 교수가 회진할 때 어제보다 나아졌네요 소리 듣고 퍽이나. 하고 생각하기, 유지 장치의 아크릴이 열리고 들어오는 맛없는 밥 먹기, 홀로그램 tv에서 나오는 채널 아무렇게나 돌려보다 끄기……. 그러다 잠들면 연구원 하나가 자신을 깨우고, 에스코트 받기, 또 이상한 검사 받기……. 종합하면 자고 일어나서 이상한 일 반복하기가 고작인 장소에 또 갇히게 되다니. 그래도 이번엔 검사 절차가 많이 줄었다. 생각해 보면 할 일이 없어서 더 지루하지만.
홀로그램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오늘도 재미없는 이야기만 가득하고, 지금 시간대에 할 만한 재미난 것이라곤 일절 없으니 희야는 침대에 씌워진 산소 유지 캡슐 장치 속에서 아랫입술을 쭉 내밀었다. 책이라도 읽고 싶은데 연구원들은 다 바쁘다고 부탁도 안 들어준다. 치사한 사람들. 알 수 없는 자막만 흘러나오던 뉴스를 노려본지 몇 분 채 되지 않아 눈이 느릿느릿.감기더니,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캡슐 속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오늘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벗 삼아 잠들었다.
꿈속에서 마주한 것은 산소 유지 캡슐 장치 속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양의 공기처럼 따뜻하고 쾌적했으나 낯설었고, 그러면서도 그 감각이 한없이 익숙했다. 더 바라보면 눈이 불타고 멀어버리는 걸 안다. 하지만 희야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숨을 멈추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올 적엔 머리카락이 일어나더니 하나하나 불탔고, 살갗은 벗겨지고 몸은 흩날렸다.
─ 너는 정당한 권리를 쥐었으니 두려워 말라. 네 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라.
그리고 강렬한 빛이 감쌀 때, 희야는 헉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어느새 산소 유지 캡슐을 감싼 아크릴판에 성에가 꼈고, 새하얀 눈 결정이 눈에 선명했다. 희야는 철렁 떨어진 건 아닌가 싶은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잘 뛰는 것 같아 손을 내리고 사고친 흔적을 지우려면 어떻게 능력을 써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골머리를 앓고 있어도 뉴스는 기다려주지 않고 세상을 단조로운 목소리로 떠벌린다.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불법 약물 유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인천 첨단 공업단지에서 집단적인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시민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가짜뉴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축해서 일으켜세운 후배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혜성의 눈이 잠깐 전체적으로 후배를 살폈다. 키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작은 체구가 혜성으로 하여 머릿속에 있는 저지먼트 내 비슷한 체구의 남학생들을 몇 추려내도록 만든다. 그러다보니 어렵지 않게 후배를 부축하고 있는 자신의 자세를 고쳐낼 수 있었다.
"왜 그래? 하고 싶은 말 있던 거 아니었어? 괜찮으니까 해볼래? 혹시 몸이 안좋아? 병원으로 갈까?"
안티스킬들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해보이고 그들의 모습이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혜성은 아까부터 갈팡질팡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후배를 향해 눈길을 돌려 물었다. 하지만 후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에는 나긋하고 다정하던 혜성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해진다. 어디 크게 다쳤나? 머리라도 부딪혀서 어지러운가? 괜히 일으킨 건 아니겠지? 어쩔 줄 모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혜성은 결국 귀에 끼고 있는 인이어를 통해 병원에 전화하려고 했다. 후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혜성으로 인해 후배는 바로 병원으로 인계됐을 것이다.
"나한테 폐를 끼쳤다는 말이야 그거?"
병원에 전화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혜성은 자신이 들은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음을 던졌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어조였다.
"폐를 끼쳤다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음- 하며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겨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미소를 짓고 걸음을 옮겼다. 간단히 응급처치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만인이 퍼스트클래스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지. 저 사람은 뭐든지 다 잘할거야. 와. 저 사람은 완벽하겠네. 와. 저 사람은 나를 위해서 조금 희생해줄 수 있겠지. 그 말을 들을때마다 참 우스워. ...나는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누구보다 제 멋대로야. 물론 비도덕적으로 살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경우에 따라선, 나는 내 소중한 이를 위해서... 뭐든지 다 파괴해버릴 수 있어. 설사 만인이 나를 손가락질 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그건 저지먼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만약, 세은이의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그리고 그 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은 얼마든지 저지먼트를 저버릴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저지먼트가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고, 손가락질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었다. 딱히 물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굳이 그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을 아끼는 것'과 연결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비윤리적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하자면... 그 안된다는 것들은 '너'를 위해서인거야? 아니면.... 그...미안. 그러니까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는데... '아이돌'을 위해서인거야? 뭐든지 항상 이기적이고 내 멋대로만 살라는 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항상 맞춰살고 따라야만 하는 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 것을 감수하고 나를 위할 수 있냐고 물었지. 감수할 수 있어. 나는. 설사 여기서 네가 나를, 아니. 저지먼트 부원들이 나를 영원히 증오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나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행동할 수 있어. 뭐, 그게 좋은 행동은 아니고 나도 딱히 그렇게까지 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를 아낀다는 것은 그렇게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해서 자신을 아끼고 사는 정도의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불법이나 비윤리적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하고... 인생을 즐기고, 내가 다치지 않게 조금은 사리는 것."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삶이라고 말을 덧붙이며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마도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한 쪽이 참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관계가... 어딜 봐서 행복한거야? 네가 구했던 찡찡이가 네가 마음 아파하는 것이 싫어서 아픈데도 불구하고 꾹꾹 참고 있다면... 그건 행복한걸까? 네가 잘못된 것이 아니야. 만약 너에게 네가 참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요한 이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거 아닐까? 내가 이런 말 하기도 뭐하지만... 너, 고작 열일곱이잖아. 열일곱도 안된 아이에게 꾹 참아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그렇게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어딜 봐서 행복인거야? 그저, 희극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 너는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을 느낀다고 했잖아."
말을 들어보면 결국엔 그렇게만 살았기에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아. 그래서... 그렇게 무리해서... 참으로 다시 한 번 인첨공이 잔인하다고 느끼면서 그는 머리를 손으로 긁었다. 그렇게 계속 경쟁을 시키고, 계속 올라가게 하고, 뒤떨어지면 열등생이라는 라벨을 붙이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버리는 곳. 물론 모든 연구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리라의 연구원은 그런 부류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 모든 이의 기대를 맞추고, 피해를 안 주고 살 순 없어. 하다 못해, 내 행동 때문에... 샹그릴라를 먹고 싶은 이들은 나를 원망하고 저주할 거 아니야. 퍼스트클래스조차 만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결국 누군가에겐 피해를 줄 수밖에 없고 미움을 살수밖에 없어. 그게 당연한거야. 너를 생각하는 것은 별 거 없어. 단지... 반대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남이 좋아할만한 행동만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그리고 안 다치게 조금은 사리고 사는 것. 물론 그게 비도덕적이 되거나, 완전 이기적인 이가 되면 곤란하겠지만... 조금은 그렇게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적어도 세은이는 그럴 거야. 그 애도 워낙 자기 멋대로인 애라서 말이지. 하지만 그 애가 미움받으면서 산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어. 난."
가슴 속으로 제 동생에게 사과를 보내면서 그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지듯이 이야기했다.
"너는 지금 뭘 하고 싶니? 내 눈치를 보지 말고, 나와는 상관없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야? 깊게 생각하지 말고 바로 머리속에서 딱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볼래?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말고 지금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뭐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초콜릿을 먹고 싶다. 에어버스터가 나가줬으면 좋겠다. 아무거나 상관없어. 딱 먼저 떠오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