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52 무리 없다는 말에 그제서야 미소지으며, 미즈호는 잠시 종종걸음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돌아오려 하였다. 잘 보면 정확히 550m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 깃발 같은 것을 꽂고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자마자 출발선 비스무리한 것을 발로 그으려 하며, 미즈호가 마미레를 향해 말을 꺼내보였다.
"자, 저기 보이는 깃발까지 550m를 달렸다가 다시 이곳으로 550m 를 뛰어 돌아오시는 거랍니다. " "평소와 같은 더트가 아닌 모래사장이니 이정도로도 층분히 훈련이 되실 거에요. 괜찮으시지요? "
1100m 를 제대로 뛴다면 그다음은 1200m. 짧은 거리이기에 충분히 훈련이 될 것이다. 코노와타를 위한 준비훈련으로.
아- 날아가는 테이블이, 공중에 뜬 야키소바가, 엎어지는 사이다가, 떨어져 깨지는 컵도 전부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야에서 유일하게 빠르게 움직이는건, 가까이 다가오는 너의 발이었다. 아. 엄청 아프겠다. 입 밖으로 꺼낸다면 어째선지 태평한 소리일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과 동시에
뺨이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살짝 튼 고개 덕에 코는 피했지만, 피하지 않는 쪽이 좋았을까. 왼쪽 뺨과 눈두덩이까지 번진 화끈한 느낌이 격한 통증으로 변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이것저것 난잡하게 흩어진 물건들 중 하나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하하하, 아픈데도 어째선지 머리는 맑아. 왜일까? 말과 다르게 결국 흔들려버린 네가 우스워서? 다짜고짜 발로 차버리는게 퍽이나 닮았다고 생각해서?
깨진 유리와 야키소바였던 것들의 잔해와 차가운 사이다의 웅덩이 사이로, 내가 앉아있었던 의자를 짚었다.
아니. 집었다.
이상할 정도로 들뜬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잡은 의자를 크게 휘두른다. 테이블도 전부 날아가 아무 방해물도 없는 상태로. 의자가 그리는 곡선은 그대로 너를 향했다. 정확히는 너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한 차례 휘두른 뒤에야 살짝 고개를 틀어, 입 안에 가득한 뜨듯미지근한 액체를 뱉어냈다. 무서울 정도로 빨갛고, 까맣다.
누구에게 향하는지 모를 비웃음이 입가를 뒤덮는다.
"—하, 웃기네 진짜. 흔들리지 않겠다고 한 주제에. 다짜고짜 발부터 나가?" "이 리본, 내가 아니라 네가 달아야 하는 거 아냐? 하나 줄까?"
도발하듯 흔들리는 꼬리의 붉은 리본은 사이다로 흠뻑 젖어서인지, 평소보다 무거운 색이었다.
/얼굴...괜찮지만 납작코는 싫어잇!!하는 제 마음의 목소리로 인해(???) 위치만 살짝 변경을..헤..헤헤....
가정사 풀자면....... 이쪽은 아버지 어머니 미즈호 이렇게 세명임 ㄹㅇ 무남독녀임 진짜로 후계자가 미즈호 뿐임 그래서 기대를 엄청나게 많이 받으면서 자랐음
근데 이 기대가 너무 크단 말이지???? 아버지가 엘리트 트레이너이기도 해서 기대가 너무 컸단 말이지????? 예......관심은 많이 받았는데 그게 다 기대입니다 사랑은 기대를 충족해야 줍니다 집안에서 미즈호 아버지 어머니 호칭은 父上/母上 입니다 무조건 존댓말 교토벤 식으로 편히 마마파파 해본적 한번도 없음 애착관계 있는 사람 통틀어 교토벤 쓰는 사람 코우 뿐임
샌들 너머로, 최악의 느낌이 전해져온다. 사람의 얼굴을 밟았다는, 정확하게는 발바닥으로 걷어찼다는 느낌. 딱딱한 샌들의 밑창 밑에, 부드럽고 예쁜, 소중한 너의 얼굴을 짓밟는 감각이. 아, 사람의 얼굴은, 피부 가죽은, 그 밑에 있는 근육과, 두개골의 단단함은, 이정도구나, 하고. 내 발바닥을 타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지나, 뇌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지금 나, 사람을 걷어찼구나. 소중한 친구를. 좋아하는 동생을.
발을 다시금 땅으로 되돌리는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네가 내 머리를, 의자로 크게 휘두르는데에도, 마찬가지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
무슨 소리라고 해야 할까. 수박이 깨지는 소리? 돌이 딱딱한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가해지는 강한 충격. 자세를 잃고, 힘에 의해 그대로 뒤로 내동댕이 쳐지며. 꺄아악 하는 주변의 비명소리와 함께, 귓가에 삐- 하는 이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정신을 잃었나. 주륵, 하고. 어딘가 깨진걸까, 아니면 찢어진걸까.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부서진 테이블과, 의자 잔해 사이에서 느릿하게 일어나며. 손등으로 슥, 하고 피를 닦아내다가. 멈추지 않는 피에, 그대로 철퍽, 하고 손을 얹었고. 눈과 뺨을 따라 쭉, 내리면서. 턱 끝으로 흐르는 피.
"하핫, 재밌네."
느릿하게, 옅은 미소를 띄우며.
"의자를 휘둘렀으면서, 그게 할 말이야? 응? 자아, 더 쳐봐."
"두번 다시는 그 아이의 이름도, 별명도 부르지 못하게 해줄테니까."
비틀거리면서도, 너를 향해 뚜벅거리며 걸어왔고. 크게 왼다리를 휘둘러, 그대로 네 얼굴을 걷어차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