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어떤 히어로라도 모두에게 히어로가 될 수는 없다. 돈 주고 배울 것도 없는 상식인데, 참 비싸게 주고 배웠지. "
이름 : 묵호 히어로명 : " 빈디케이터 " 나이 : 30 성별 : 남
외모 : 가장 먼저 띄는 것은 거무칙칙한 빛을 띈 208cm에 달하는 거구. 그것도 허우대만 길쭉하고 큰 것이 아니라 딱 벌어진 어깨와 날렵하면서도 균형잡힌 실루엣이 공존하는, 사용되기 위해 단련된 치밀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모래시계형의 근육질이다. 손을 대지도 않고 방치하는 마냥 덥수룩하게 기르는 반곱슬머리는 걸리적거릴 것처럼도 보이지만, 양쪽으로 갈라놓은 앞머리 사이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기질적으로 이쪽을 응시해오는 창백한 눈동자를 볼 때면 그 무엇도 그 시선을 가릴 수도 피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아래로 길쭉한 두상에 다부지고도 선명한 이목구비는 뚜렷한 개성이 있으면서도 잘생겼기에, 얼굴로 먹고 사는 직업을 했더라도 상당히 잘나갔을 법하며, 실제로도 남성적인 이미지를 살려 남성 코스메틱이나 패션 쪽의 광고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이하게도 히어로로서는 이렇다 할 지정 코스튬이 없다. 그나마 계절이나 자리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어도 항상 옷차림에 포함되어 있는 검은 셔츠가 히어로 팬덤들 사이에서 농담삼아 빈디케이터의 코스튬은 검은 셔츠입네, 하고 언급된다. 예전에는 분명 제대로 된 코스튬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입지 않는다.
성격 : 무뚝뚝하고도 강인한 모두의 영웅이라는 이름의 굳건한 벽 너머에는, 끝없는 황무지가 펼쳐져 있다. 무뚝뚝한 듯 자상한, 요컨대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겠지-라는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히어로로서 대중이 그리는 영웅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이상적인 인물상에 영합하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햇볕 한 줌 닿지 않는 차갑고 메마른 황무지 같은 성격. 원래는 더 많은 것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한 줌 먼지에 불과하고, 여기에 남아있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려 차갑게 굳어가고 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도망치고 있을 뿐인 워커홀릭이다. 히어로 중에서도 강경파,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강경파로, 트롤리 딜레마를 마주치면 단 한 치의 주저 없이 분기기 손잡이를 당길 인간이며 실제로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분기기 손잡이를 당겨왔다. 빌런에게 한 치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소수의 사람을 희생하는 것도 거리끼지 않는다. 오죽하면 '빈디케이터는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의 빌런일 뿐이다'라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 때문에 안티도 있으나, 오히려 그런 냉혹함과 강경함을 히어로로서의 덕목으로 추켜세우는 팬들도 많다.
능력 : 초인 '초인 슈퍼히어로'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오소독스한 슈퍼히어로. 불가해한 수준의 완력, 평범한 인간의 현대 과학기술로는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는 게 거의 불가능한 신체, 피해를 입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회복하는 회복력... 외부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까지. 그것 외에는 눈에서 광선이 나간다거나 에너지파를 쏜다거나 하는 다른 이능력이 더 있지는 않고, 오로지 강인한 몸뚱이 하나뿐이지만 그 몸뚱이 하나만으로 전략병기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 존재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로 손꼽히며, 전 세계에서 꼽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그런 강인한 정신으로도 다 버텨내지 못하는 것은 있다.
기타 : - 히어로였던 부모님을 따라 히어로가 되었으며,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아 2대 빈디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 무연고. 부모와 동생이 있었으나, 모두 죽었다. - 1대 빈디케이터의 사인은 극비로 부쳐져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1차 변칙능력자 전쟁 당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 Vindicator라는 단어 자체는 변함없이 그 의미 그대로 쓰이지만, 앞에 the를 붙여 The Vindicator가 되면 히어로 빈디케이터를 가리키는 뜻으로 통한다. - 자기 코스튬을 입지 않는 통에, 보통 코믹스 회사와 관련있는 코스튬 디자이너들과 제휴하는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패션 회사와 제휴해서 옷을 제공받는 일이 잦다. - 주당. 점찍어두고 자주 드나드는 단골 바가 있다. 집에도 그럭저럭 초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홈바를 차려두었다. - 흡연자. 향담배는 좋아하지 않는다. - 가위손이라 물건을 잘 작살낸다. 그의 집에 있는 식기는 수저와 그릇을 가리지 않고 전부 스테인레스 재질이다.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소열주! 나도 안착~ 좀 있으면 저녁 차리러 가야되긴 하지만.. 검은 셔츠..는 더럽히면 응 이마 꼬개진다..! 빈디케이터가 입을 거라 일반적인 의복보다 훨씬 튼튼한 재질로 만들지만 그래도 찢어지거나 누더기가 되거나 하는 꼴을 자주 당하는데 그건 그거고 장난으로 더럽히면 이마 꼬개진다 응!
A. 스포츠트렁크에 나시티 차림, 술이 조금 올라와서 얼굴에 혈색이 조금 오른 상태일 것입니다 다만 이 조금 취하는 것 이상으로는 취하지 않아서... 잠드는 데 도움되라고 술 마시는 묵호에게는 조금 불만이 되는 모양 그래도 일단 안 마시는 것보다는 낫기에 누워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그대로 한 두어 시간 정도 끔찍한 기분에 시달리다가 가까스로 잠드는 게 보통 시체같이 잠드니까 잠버릇은 딱히 없어
소열:(꼬깃해진 이마 따라하기) 소열:아무것도 안 입고 있을 줄 알았는데. ... ..... 소열:...아니다, 벗을래? 상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뚝뚝해보이지만 놀려먹기 좋은 쑥맥상의 낯익은 얼굴 < ㅋㅋㅋㅋㅋㅋㅋ육성으로 웃었네ㅜ 긴가민가 하던 소열이가 그 민낯을 보게되면 속으로 '역시 내가 저런 나이스바디를 모를 리가 없지' 생각할 것 같아 ㅋㅋㅋㅋ
하긴 서로 정반대니까 그런 모습이 더 돋보이겠구나 소열이는 글쎄.. '크다' '정수리.. 보고싶다.' ㅋㅋㅋ농담이고 진지한 첫인상은 오래 함께한 무리를 모두 죽이고 나온 자이언트(중요) 울프..🐺 저 눈이 마지막으로 빛난 날이 언제려나 같은 호기심이 샘솟았을 것 같다. 누가 쟤를 말리지?
와! ai! 선생님 우선 절부터 받으십시오(납작 나도 상상속의 이미지만 그리고 있었는데 너무 좋지 고마우이
제2서울시, 신 영등포구 신 영등포구의 중심부를 지탱하는 기둥은 반쯤 수몰된 구 63빌딩을 재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십여 년 전 초상능력전쟁 당시 대규모 지반 변동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국토 5분의 1 정도가 침수되었으며, 그 중에는 경기도권과 서울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몰되어버린 서울의 잔해 위로 여러 개의 콘크리트 빔을 세워 구 서울을 재구성하자는 구상은 많은 의문과 지탄을 샀으나, 국토 수복에 대한 다른 최악의 아이디어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었기에 그대로 실행되었다. 물 밑으로 반쯤 가라앉아 버린 서울의 위로 시추선과 같은 콘크리트 빔 위에 고정된 수상 도시 구조물 다수를 설치한 뒤 그 위에 도시를 조성한다는 아이디어는 세계 유수의 기술력과 함께 한국변칙능력자 연맹의 전폭적인 헌신에 힘입어 세월에 비해 제법 큰 성과를 거두었다. 도시 가운데를 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낀 배산임수의 도시 대신에, 국토 한가운데 난데없이 생긴 지중해 위로 콘크리트 기둥에 의지해 설치된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수상도시. 서울의 경관은 이전과는 퍽 달라져버리고 말았으나, 그럼에도 서울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들 중 하나라는 명예를 비교적 빠르게 되찾았다.
쉽게 친구가 된만큼 더 싸우는거야 줏대있는 소녀와 곤조있는 소년이 서로 투닥투닥 찌그락째그락거리는 것은 청춘의 상식아닌가?
>>16의 짤에 첨부한 것과 유사한 도시 구조물 열대여섯 개가 제각기 구의 이름을 하나씩 달고 모여서 제2서울을 구성하고 있어 그래서 치안 상황도 구마다 다르고, 빈부 격차도 구마다 달라 일단 현실의 서울과 마찬가지로 구 단위로 빈부격차가 나뉘는데, 한 구에서도 또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가난한 동네야
히어로는 가난한 동네건 부유한 동네건 인기가 있어 가난한 동네는 아무래도 범죄율이 높다 보니 히어로의 활약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고 부유한 동네도 이곳저곳 누비며 활약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익스트림 스포츠 프로 경기처럼 관람하면서 응원하고 있지 기업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히어로의 스폰서가 되는 경우도 많고 말야
빌런들의 세력이 상당히 강한 구가 두세 개 정도 있기는 한데, 그 외의 구는 히어로들이 꽉 잡고 있고, 빌런들 세력이 강한 구역 이외 다른 구역에서의 빌런들은 대놓고 활동하는 걸 되도록 지양하고 일반인처럼 가장하고 다니는 느낌이려나
지금까지 풀어놓은 내용은 어디까지나 소열주와 나누고 싶은 초안이니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 이 설정은 이렇게 하면 소열이 굴리기 더 편하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줘~ 그런 부분을 언제라도 조율가능한 것이 일댈의 매력이지
여름은 높은 채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황홀경의 색을 오롯이 소유하는 시간은 너무도 짧지 않나. 먹구름에 먹혀 볼품없는 대부분의 시간은 어떡하나. 무겁고 우울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열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여긴 아까 왔던 곳. 그렇다면 다시 뒤로? 아니지. 지금 이짓만 두 번짼데. 열의 가느다란 손끝이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린다. 어쩐다. 초행은 별수 없나. 주변을 둘러보며 입수한 정보들을 되새긴다. 습관적으로 셔츠 주머니에 손을 더듬거렸다. 조금만 더 둘러보다 데리러 와달라고 해야겠는데. 손끝이 검은 담뱃갑에 닿은 순간, 짙어지는 우울의 냄새와 예민한 얼굴 신경을 건드리는 차갑고 축축한 촉감에 따분한 얼굴이 위로 젖혀진다. 언제 저렇게 몰렸던가. 한두 방울로 시작했던 빗방울이 점차 두꺼워지더니 이내 나뭇잎 사이로 후두둑 소리를 낸다. 소열은 멍하니 그 자리에 얼마간 서 있다가 흰 셔츠가 투명해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나뭇잎이 무성한 커다란 그늘 아래로 숨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이 어느덧 칙칙하게 물들어 있다. 무심한 해는 저물어 가며 발밑에 먹구름을 잔뜩 끌어놓았다. 검은 개비를 입술 끝에 물고 촉촉해진 머리카락을 털며 라이터를 꺼내 마찰음을 낸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희멀건 연기가 피어올랐다.
겹겹의 나뭇잎 사이로도 빈틈은 존재해서, 고개를 들어올리면 눈 주위로 툭툭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연기를 빨아들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드문 인적에 그칠 생각 없어보이는 빗금만 멍하니 응시하다 흔치 않은 인기척에 열의 고개가 돌아간다. 척 보아도 인생이 그다지 달아 보이지 않는 행인을 마른 눈으로 좇았다. 다가오는 큰 보폭에 서로가 점차 가까워지니 그 생각보다 거구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워 잠깐의 소유욕이 일렁였으나 지금 소열에게 장난감은 발에 차일 지경일진대. 어리석지-
-야.
불러볼까. 했지만 우물거리던 입은 이내 작은 호선을 그리고 표정을 숨기기 위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꼴로 혼나기까진 싫어서. 나른한 동작으로 연초를 입에 가져다대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마음에 드는데. 여기.
엇 앗 내용이 빠졌네 어디갔지ㅋㅋㅋ 소열이가 있는 곳은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고 가로수가 드문드문 있는 골목길이야 건물들의 뒷편이랄까:p
늦여름 분위기 너무 좋아 골라줘서 얼마나 싱글벙글하면서 썼는지 몰라ㅋㅋㅋㅋ 묵호주의 상세한 연성 덕에 간만에 즐거운 선레였어..
망충한 질문에도 뼈대에다가 살점에다가 머리카락까지 붙혀주는 상냥한 무코주..... 묵호주 얘기 들은 뒤에 나도 좀 더 추가하려고 했는데 이미 묵호주가 내 생각까지 곁들여서 얘기해줘서 빼거나 수정할 부분은 없는 것 같아 고마워! 그래도 만약 더 필요하거나 좋은 게 생각나면 나도 바로 말할게 >:[
맞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묵호가 소열이 쪽으로 걸어온다고 묘사해버렸는데 묵호 상황에 맞게 적당히 수정해도 완전 괜찮아용
앗앗 맞다 그리고 추가로 묵호가 향담배를 싫어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캡슐이 아예 없는 담배를 펴서 미움받지 말고 친구친구 작전으로 갈까 아니면 향담배를 펴서 처음엔 냄새를 싫어하지만 점차 묵호가 익숙해질 수도(가정) 있다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약간의 단내가 나는 향담배를 핀다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무겁게 몸을 뒤채는 검푸른 수면과 잠잠히 짓눌러내려오는 묵색의 하늘 사이에서, 한 번 죽었고 한 번 되살아난 도시의 회색 기둥들이 저마다 거주 구획을 끼고 이고서는 힘겹게 수면을 딛고 먹구름을 떠받치고 있었다. 과연, 한 차례 무겁고 눅눅한 바람이 불더니, 저 멀리 먹구름에 하얀 불빛 한 번 번쩍이는 것을 신호탄 삼아 하늘에서 한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굳이 피하지 않고 쏟아지는 것을 받아주기를 잠깐 사이에, 빗방울은 기분의 변덕으로 받아주기에는 갈수록 무거운 것이 되어간다.
이런 콘크리트 성채에도 조금이라도 햇빛 든다 싶은 곳에는 공무쟁이들이 빼놓지 않고 암팡지게 심어둔 활엽수 가로수 덕분에 당장 물먹은 생쥐 꼴이 되는 것은 피했다만, 물론 그것도 빈틈없는 차양막은 되어주지 못하는지라 생쥐 꼴을 미뤘을 뿐 면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얼마쯤 뒤면 담뱃불도 쉽사리 붙이지 못할 테니 지금 미리 한 까치 먹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일 테다.
낯선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커다란 장우산을 비스듬히 머리 위로 얹어 얼굴 위로 그늘 드리운 이가 하나 다가오고 있었다. 빗길에 우산 쓴 행인이 무에 그리 특별한가 할지도 모르겠으나, 머리 한 개 반은 더 커 보일 위로 길쭉하게 솟아오른 체구는 둘째치더라도 그 남자는 마치 저 하늘 위 먹구름에서 가장 짙고 가장 무거운 부분을 확 뜯어다가 인도에 내팽개쳐둔 것만 같았다. 이 탁하고 어두운 날씨보다도 한층 더 탁하고 어두워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는 저벅저벅, 빗길을 마다하지 않고 우산을 쓴 채로 이 인도를 걸어올라와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지나쳐 저 위로 마저 걸어가는가? 싶던 그 사나이는 저 가드레일 너머, 빗속에 우뚝우뚝 솟은 다른 지구들의 실루엣 너머로 도도히 펼쳐진 수평선을 한번 바라보더니 그쯤에서 멈춰서서는 지금 이 나무 바로 옆의 나무의 그늘로 저벅저벅 걸어오면서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는 담뱃갑을 하나 꺼낸다. 그 담뱃갑, 다른 이들의 것과 대동소이한 크기일 텐데 그의 손 위에서는 우스울 정도로 작다.
그는 그 안에서 갈색의 궐련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담뱃갑을 다시 집어넣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 하나를 꺼내든다. 칙 하고 불을 댕기는 소리가 나지만, 좀처럼 한번에 불이 붙지 않는지 칙칙 소리가 여러 번 난다. 몇 번이고 점화석을 굴려보지만 좀처럼 불이 피지 않고 스파크만 튀다가, 한번 더 점화석을 굴려보자 이번엔 숫제 라이터에서 점화석 휠이 툭 떨어져나와서는 땅에 딸깍 하고 부딪더니 비가 한가득 쏟아지는 땅바닥으로 구불러 사라져버리고 만다.
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남자는 입에는 담배를 물고 손에는 점화석이 떨어져 사라진 라이터를 쥔 몰골로 고개를 들었다. 근처에 편의점이나 구멍가게라도 있으면 거기에서 새 라이터를 사면 그만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의 눈에 띄인 것이, 당신이었다.
(손이 상당히 느린편임) >>36 크윽..........이 노래 뭐야 일단 제 플리에 넣을게요 수몰지구 컨셉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노린건가:o?! 둘이 나중에 교전하게 됐을 때의 혼돈스러운 분위기랑도 너무 잘 맞고....비오는 음울한 분위기랑도 잘 어울려.. 맛있다..마쉿서 음념쩝쩝.. 묵호주의 코스 대접 요리에 밥만 잘 먹는 다마고찌로 진화해버려
사면으로 도시를 가둔 바닷물 덕에 서울의 겨울은 몹시 춥고 여름은 몹시 습해졌다. 삭막한 인간들의 짜증은 늘고 모래 없는 바다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열은 아직까지도 여름을 사랑했지만. 이 열기가 조금 더 오래 갔으면. 다 져가는 여름을 축축하고 진득하게 느낄 즈음에 그는 눈앞에 성큼 나타났다.
나뭇잎과 빗방울의 연주 사이로 작은 마찰음이 비집는다. 허공을 응시하던 열의 눈동자가 달팽이처럼 느긋하게 움직인다. 희소성이 짙어보이는 남성은 어느새 갈색의 연초를 입에 물어다가 여전히 고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찰칵 소리를 몇번 내보지만 우묵한 습기에 불꽃은 쉽사리 타오르지 않고 애꿎은 소모품만 찬바닥에 나뒹굴어졌더랬다. 그 모습에 열의 표정이 꿈틀였던가, 하여튼 그의 고갯짓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 초점을 두다 뒤늦게 그와 눈을 맞췄다.
"왜, 강아지?"
빗물에 물든 말간 얼굴의 그녀는 얌전한 눈웃음으로 무해하게 웃으며 고개가 기울어진다. 한 손은 팔짱을 끼고 한 손엔 연초를 쥔 채. 보슬보슬 젖은 머리와 속살에 달라 붙어 팔이 훤히 보이는 셔츠, 물기 어린 입술로 흡연을 되풀이 하며. 서로 담배를 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만 건조하니 뭘 원하는지 당연하게 알고있다. 하지만 그녀는 천연덕스러운 얼굴이고. 애초에 저보다 한참은 올려다 보아야 할 남성에게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글러 먹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주위에 다른 행인을 기다리기엔 글쎄. 가까운 편의점까지도 몇 분은 더 걸어가야 한다. 여자도 그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인이 더 물에 젖은 강아지 같은 줄은 모르고.
“주인님 잃어버렸어?”
그가 방금 뭔갈 잃어버리긴 했다만, 그게 그렇게 되나. 상당한 사고방식이다. 나른한 목소리에 소열은 간지러운 웃음소리를 흘리고, 그 사이로 연기가 춤을 춘다. 으응, 내가 도와줘? 마치 그런 말투다.
빗속에 낭패를 당한 몰골의 여성. 후드득후드득 하고 그칠 줄 모르고 때려붓는 빗줄기 사이로, 우산 아래서 회색의 눈동자가 물끄러미 소열을 바라봐온다. 일견 푸르게까지 보일 정도로 또렷한 눈빛이었으나, 그래서 인간으로서 눈빛에 갖고 있어야 할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한두 개가,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누락된 것만 같은 그런 눈이었다.
묵호가 소열을 응시한 것은 어디까지나 문득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힐끔 눈짓해보는, 그런 일상적인 행동이었고, 그래서 묵호는 까만 고양이 같은 눈동자가 마치 이제사 이쪽을 알아챘다는 듯 시선을 맞춰오자 자연스레 시선을 피했다- 아니, 피하려 했다. 전혀 생각도 못한 호칭으로 자기를 불러오는 소리가, 다시 적당한 편의점이나 마트를 물색하려던 묵호의 시선을 낚아챘다.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한쪽 눈썹이 별 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떨떠름하게 올라갔다. 당연하고,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의 정신은 삭막하게 말라붙었을 뿐 비틀리지는 않았고, 그래서 꽃이 필 리가 없기에, 소열의 사고에서 기인한 꽃가루 날리는 발언은 당연히 이 삭막한 남자에겐 해괴난만한 소리로 와닿았다. 하고 많은 호칭 중에, 강아지?
"주인 같은 거 안 키웁니다."
주인이라. 그의 삶에 주인이라는 위치에 비유할 만한 무언가가 단 한순간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에게도 평범했던 때며, 어린 시절이며, 소중한 사람들이며, 마음 한켠에 고이 파묻어준 이젠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짝사랑 같은 게 있기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이 정도 비로는 다 씻어낼 수 없는 아득한 흙먼지의 무덤 너머로 쓸려간 지 오래다. 주인이라는 목적어와 키운다는 동사의 모순된 조합이 무의식적으로 조금 신경질적인 문장으로 완성된 것은, 어쩌면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서 자기 삶에 그따위 귀찮은 걸 뭔가 더 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므로, 대신 묵호는 좀더 상식적인 방향으로 화제를 끌어갔다. 이런 눈을 하고, 이런 꼴이 되어도, 지금은 정상처럼 말하고, 정상처럼 생각하고, 정상처럼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그를 지탱하는 몇 안 되는 뼈대인지라.
"괜찮으시면, 불 좀 빌립시다."
지금 하는 행동이 또다시 삶에 예기치 못한 지독한 엮임의 구렁텅이로 자신을 던져넣는 새로운 한 발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묵호는 한 삼분지 일쯤 낭패한 몰골이 된 소열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원래 답레는 생각을 좀 하고 쓰는 곰손인데 빗속에서 멀리 빙빙 돌지 않고 꼬리 끄트머리 살짝살짝 흔들면서 내미는 소열씨에 미쳐가지고 그냥 답레가 술술 써집니다 그냥
좀 무덤덤하고 데면데면하게 툭툭 받아치는 느낌이 될 것 같은데 잘 전해지려나 모르겠군 그 외에도 묵호주 레스에는 단순히 상황에 대한 캐릭터의 반응만 아니라 캐릭터가 어떤 면이 있어서 이렇게 반응하게 됐는지 원인까지 구구절절 써놓는 타입이라 레스가 좀 길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그런것 같은 부분은 적당히 묵호가 이런애구나 판단하는데 소재로만 써주면돼
얼굴 보기 힘든 인간이다. 우러러 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베일처럼 가느다란 머리카락에 가려서는. 간신히 뒤적거린 속내엔 차가운 짐승의 눈빛이 울렁이고 까딱 잘못 얕보였다간 한번 물리고 마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열은 홀로 재미보는 짓을 상당수 저질렀기 때문에 묵호와 눈이 부딪힌 일순간 신경이 곤두섰다는 것을 깨닫는다. 직감은 녹슬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인간은 단언컨대 포식자일 테다. 인간의 눈빛엔 제 발로 직접 담글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넘실거린다. ...뭐. 그녀가 언제 그런 걸 상관했던가. 짐승을 길들이는 취미는 없었지만 오늘부터 취향을 바꿔볼까. 고리타분한 생각은 할 줄 몰라서.
소열이 뱉은, 말 그대로 ‘개’소리에 묵호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려 소열도 그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대꾸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눈썹은 양쪽 다 치켜올라 눈이 동그랗게 뜨일 뿐이다. 그러고보니 너무 예의없는 거지꼴인가. 문득 달라붙는 머리카락이 거슬려 피던 연초를 입에 물고 머리를 풀어냈다. 어그러져있던 가닥들이 풀어헤쳐지자 습윤한 공기 사이 속 옅은 샴푸향이 꽃을 피우고, 누덕거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털어냈다.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겨 자연스레 이마를 깐 모양새로 마저 담배를 피워낸다. 머리가 모두 폭삭 젖었던 것은 아니라, 얼추 빗어 넘기니 약간의 물기 어린 긴 생머리가 금방 씻고 나온 사람 정도로 보였으니 나쁘지 않다. 정확한 문제는 젖은 옷일까. 속이 다 비치는 셔츠, 섹시하잖아? 놔두지 뭐. 감기는 잘 모르겠다만.
"그럼 유기견이네."
어째서 그를 자꾸 강아지에 비유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속절 없는 말을 그리도 잘 해내더랬다. 대답을 바라고 뱉은 말은 아닌지 손끝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먼 곳에 던졌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것이 곧 생각에 빠진건지, 모순된 표정을 하고 사실 전혀 흥미가 일지 않았다는 건지. 예상 밖으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상대였다. 자존심을 긁어 도망 갈 줄 알았더니 순순히 라이터를 빌려 달라는데. 열은 새초롬한 표정으로 당신을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그리고 한 발자국 묵호의 곁으로, 그러니 그의 넓직한 우산 안으로, 당신의 바운더리 안으로, 멋대로. 성큼 들어가려 하며 새침한 목소리를 낸다.
"손."
동공이 동그랗게 확장 된 고양이의 눈망울처럼, 커다랗게 올려보는 눈과 상반되는 삐죽한 입술은 꾹 닫혀서 고대하는 당신의 행동을 기다린다. 물론 빈 손은 아닐지니. 주머니를 뒤적거린 손을 꺼내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쥐고 먼저 내밀어 줄 그의 손을 기다린다. 묵호의 입엔 이미 연초가 물려 있으므로 직접 불을 붙혀주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건 썩 내키지 않나. 이미 한 곳에 정신이 쏠린 소열에게 시답잖은 빗소리 따위나, 우산이라는 단어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열의 시선은 오로지 가까워진 묵호의 채도 없이 푸르른 눈에 꽂혀있었다.
밤 약속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고 원하는 상황 분위기가 잘 표현됐는지 몰겟다만~~!! 아무튼 소열이가 바라는 게 있는 바, 열심히 빌드업 중인 모습이라고 봐주십쇼
>>48 와중 백사장 앞에서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얇은 검은 반팔 셔츠 모두 풀어헤치고 서핑보드 옆에 끼고있는 묵호 거의 AI 자동완성 급으로 떠올려버림.. 선글라스에 쪼리까지.. 크윽.. 해산물 못 먹는 거 잘 어울리면서 의외네 쓴 거 단 거도 잘 먹나? 매운 것도?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하지." "단 것은... 맛있게 단 것이라면 얼마든지 좋고. 매운 것도 마찬가지고." "맛있게 맵거나 맛있게 단 것이라면 좋아하고, 맛없게 맵거나 지나치게 달기만 한 것은 싫어하는데, 이건 내 취향이라기보단 사람의 입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제쳐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