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친구가 된만큼 더 싸우는거야 줏대있는 소녀와 곤조있는 소년이 서로 투닥투닥 찌그락째그락거리는 것은 청춘의 상식아닌가?
>>16의 짤에 첨부한 것과 유사한 도시 구조물 열대여섯 개가 제각기 구의 이름을 하나씩 달고 모여서 제2서울을 구성하고 있어 그래서 치안 상황도 구마다 다르고, 빈부 격차도 구마다 달라 일단 현실의 서울과 마찬가지로 구 단위로 빈부격차가 나뉘는데, 한 구에서도 또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가난한 동네야
히어로는 가난한 동네건 부유한 동네건 인기가 있어 가난한 동네는 아무래도 범죄율이 높다 보니 히어로의 활약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고 부유한 동네도 이곳저곳 누비며 활약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익스트림 스포츠 프로 경기처럼 관람하면서 응원하고 있지 기업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히어로의 스폰서가 되는 경우도 많고 말야
빌런들의 세력이 상당히 강한 구가 두세 개 정도 있기는 한데, 그 외의 구는 히어로들이 꽉 잡고 있고, 빌런들 세력이 강한 구역 이외 다른 구역에서의 빌런들은 대놓고 활동하는 걸 되도록 지양하고 일반인처럼 가장하고 다니는 느낌이려나
지금까지 풀어놓은 내용은 어디까지나 소열주와 나누고 싶은 초안이니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 이 설정은 이렇게 하면 소열이 굴리기 더 편하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줘~ 그런 부분을 언제라도 조율가능한 것이 일댈의 매력이지
여름은 높은 채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황홀경의 색을 오롯이 소유하는 시간은 너무도 짧지 않나. 먹구름에 먹혀 볼품없는 대부분의 시간은 어떡하나. 무겁고 우울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열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여긴 아까 왔던 곳. 그렇다면 다시 뒤로? 아니지. 지금 이짓만 두 번짼데. 열의 가느다란 손끝이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린다. 어쩐다. 초행은 별수 없나. 주변을 둘러보며 입수한 정보들을 되새긴다. 습관적으로 셔츠 주머니에 손을 더듬거렸다. 조금만 더 둘러보다 데리러 와달라고 해야겠는데. 손끝이 검은 담뱃갑에 닿은 순간, 짙어지는 우울의 냄새와 예민한 얼굴 신경을 건드리는 차갑고 축축한 촉감에 따분한 얼굴이 위로 젖혀진다. 언제 저렇게 몰렸던가. 한두 방울로 시작했던 빗방울이 점차 두꺼워지더니 이내 나뭇잎 사이로 후두둑 소리를 낸다. 소열은 멍하니 그 자리에 얼마간 서 있다가 흰 셔츠가 투명해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나뭇잎이 무성한 커다란 그늘 아래로 숨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이 어느덧 칙칙하게 물들어 있다. 무심한 해는 저물어 가며 발밑에 먹구름을 잔뜩 끌어놓았다. 검은 개비를 입술 끝에 물고 촉촉해진 머리카락을 털며 라이터를 꺼내 마찰음을 낸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희멀건 연기가 피어올랐다.
겹겹의 나뭇잎 사이로도 빈틈은 존재해서, 고개를 들어올리면 눈 주위로 툭툭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연기를 빨아들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드문 인적에 그칠 생각 없어보이는 빗금만 멍하니 응시하다 흔치 않은 인기척에 열의 고개가 돌아간다. 척 보아도 인생이 그다지 달아 보이지 않는 행인을 마른 눈으로 좇았다. 다가오는 큰 보폭에 서로가 점차 가까워지니 그 생각보다 거구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워 잠깐의 소유욕이 일렁였으나 지금 소열에게 장난감은 발에 차일 지경일진대. 어리석지-
-야.
불러볼까. 했지만 우물거리던 입은 이내 작은 호선을 그리고 표정을 숨기기 위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꼴로 혼나기까진 싫어서. 나른한 동작으로 연초를 입에 가져다대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마음에 드는데. 여기.
엇 앗 내용이 빠졌네 어디갔지ㅋㅋㅋ 소열이가 있는 곳은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고 가로수가 드문드문 있는 골목길이야 건물들의 뒷편이랄까:p
늦여름 분위기 너무 좋아 골라줘서 얼마나 싱글벙글하면서 썼는지 몰라ㅋㅋㅋㅋ 묵호주의 상세한 연성 덕에 간만에 즐거운 선레였어..
망충한 질문에도 뼈대에다가 살점에다가 머리카락까지 붙혀주는 상냥한 무코주..... 묵호주 얘기 들은 뒤에 나도 좀 더 추가하려고 했는데 이미 묵호주가 내 생각까지 곁들여서 얘기해줘서 빼거나 수정할 부분은 없는 것 같아 고마워! 그래도 만약 더 필요하거나 좋은 게 생각나면 나도 바로 말할게 >:[
맞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묵호가 소열이 쪽으로 걸어온다고 묘사해버렸는데 묵호 상황에 맞게 적당히 수정해도 완전 괜찮아용
앗앗 맞다 그리고 추가로 묵호가 향담배를 싫어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캡슐이 아예 없는 담배를 펴서 미움받지 말고 친구친구 작전으로 갈까 아니면 향담배를 펴서 처음엔 냄새를 싫어하지만 점차 묵호가 익숙해질 수도(가정) 있다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약간의 단내가 나는 향담배를 핀다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무겁게 몸을 뒤채는 검푸른 수면과 잠잠히 짓눌러내려오는 묵색의 하늘 사이에서, 한 번 죽었고 한 번 되살아난 도시의 회색 기둥들이 저마다 거주 구획을 끼고 이고서는 힘겹게 수면을 딛고 먹구름을 떠받치고 있었다. 과연, 한 차례 무겁고 눅눅한 바람이 불더니, 저 멀리 먹구름에 하얀 불빛 한 번 번쩍이는 것을 신호탄 삼아 하늘에서 한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굳이 피하지 않고 쏟아지는 것을 받아주기를 잠깐 사이에, 빗방울은 기분의 변덕으로 받아주기에는 갈수록 무거운 것이 되어간다.
이런 콘크리트 성채에도 조금이라도 햇빛 든다 싶은 곳에는 공무쟁이들이 빼놓지 않고 암팡지게 심어둔 활엽수 가로수 덕분에 당장 물먹은 생쥐 꼴이 되는 것은 피했다만, 물론 그것도 빈틈없는 차양막은 되어주지 못하는지라 생쥐 꼴을 미뤘을 뿐 면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얼마쯤 뒤면 담뱃불도 쉽사리 붙이지 못할 테니 지금 미리 한 까치 먹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일 테다.
낯선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커다란 장우산을 비스듬히 머리 위로 얹어 얼굴 위로 그늘 드리운 이가 하나 다가오고 있었다. 빗길에 우산 쓴 행인이 무에 그리 특별한가 할지도 모르겠으나, 머리 한 개 반은 더 커 보일 위로 길쭉하게 솟아오른 체구는 둘째치더라도 그 남자는 마치 저 하늘 위 먹구름에서 가장 짙고 가장 무거운 부분을 확 뜯어다가 인도에 내팽개쳐둔 것만 같았다. 이 탁하고 어두운 날씨보다도 한층 더 탁하고 어두워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는 저벅저벅, 빗길을 마다하지 않고 우산을 쓴 채로 이 인도를 걸어올라와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지나쳐 저 위로 마저 걸어가는가? 싶던 그 사나이는 저 가드레일 너머, 빗속에 우뚝우뚝 솟은 다른 지구들의 실루엣 너머로 도도히 펼쳐진 수평선을 한번 바라보더니 그쯤에서 멈춰서서는 지금 이 나무 바로 옆의 나무의 그늘로 저벅저벅 걸어오면서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는 담뱃갑을 하나 꺼낸다. 그 담뱃갑, 다른 이들의 것과 대동소이한 크기일 텐데 그의 손 위에서는 우스울 정도로 작다.
그는 그 안에서 갈색의 궐련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담뱃갑을 다시 집어넣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 하나를 꺼내든다. 칙 하고 불을 댕기는 소리가 나지만, 좀처럼 한번에 불이 붙지 않는지 칙칙 소리가 여러 번 난다. 몇 번이고 점화석을 굴려보지만 좀처럼 불이 피지 않고 스파크만 튀다가, 한번 더 점화석을 굴려보자 이번엔 숫제 라이터에서 점화석 휠이 툭 떨어져나와서는 땅에 딸깍 하고 부딪더니 비가 한가득 쏟아지는 땅바닥으로 구불러 사라져버리고 만다.
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남자는 입에는 담배를 물고 손에는 점화석이 떨어져 사라진 라이터를 쥔 몰골로 고개를 들었다. 근처에 편의점이나 구멍가게라도 있으면 거기에서 새 라이터를 사면 그만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의 눈에 띄인 것이, 당신이었다.
(손이 상당히 느린편임) >>36 크윽..........이 노래 뭐야 일단 제 플리에 넣을게요 수몰지구 컨셉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노린건가:o?! 둘이 나중에 교전하게 됐을 때의 혼돈스러운 분위기랑도 너무 잘 맞고....비오는 음울한 분위기랑도 잘 어울려.. 맛있다..마쉿서 음념쩝쩝.. 묵호주의 코스 대접 요리에 밥만 잘 먹는 다마고찌로 진화해버려
사면으로 도시를 가둔 바닷물 덕에 서울의 겨울은 몹시 춥고 여름은 몹시 습해졌다. 삭막한 인간들의 짜증은 늘고 모래 없는 바다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열은 아직까지도 여름을 사랑했지만. 이 열기가 조금 더 오래 갔으면. 다 져가는 여름을 축축하고 진득하게 느낄 즈음에 그는 눈앞에 성큼 나타났다.
나뭇잎과 빗방울의 연주 사이로 작은 마찰음이 비집는다. 허공을 응시하던 열의 눈동자가 달팽이처럼 느긋하게 움직인다. 희소성이 짙어보이는 남성은 어느새 갈색의 연초를 입에 물어다가 여전히 고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찰칵 소리를 몇번 내보지만 우묵한 습기에 불꽃은 쉽사리 타오르지 않고 애꿎은 소모품만 찬바닥에 나뒹굴어졌더랬다. 그 모습에 열의 표정이 꿈틀였던가, 하여튼 그의 고갯짓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 초점을 두다 뒤늦게 그와 눈을 맞췄다.
"왜, 강아지?"
빗물에 물든 말간 얼굴의 그녀는 얌전한 눈웃음으로 무해하게 웃으며 고개가 기울어진다. 한 손은 팔짱을 끼고 한 손엔 연초를 쥔 채. 보슬보슬 젖은 머리와 속살에 달라 붙어 팔이 훤히 보이는 셔츠, 물기 어린 입술로 흡연을 되풀이 하며. 서로 담배를 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만 건조하니 뭘 원하는지 당연하게 알고있다. 하지만 그녀는 천연덕스러운 얼굴이고. 애초에 저보다 한참은 올려다 보아야 할 남성에게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글러 먹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주위에 다른 행인을 기다리기엔 글쎄. 가까운 편의점까지도 몇 분은 더 걸어가야 한다. 여자도 그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인이 더 물에 젖은 강아지 같은 줄은 모르고.
“주인님 잃어버렸어?”
그가 방금 뭔갈 잃어버리긴 했다만, 그게 그렇게 되나. 상당한 사고방식이다. 나른한 목소리에 소열은 간지러운 웃음소리를 흘리고, 그 사이로 연기가 춤을 춘다. 으응, 내가 도와줘? 마치 그런 말투다.
빗속에 낭패를 당한 몰골의 여성. 후드득후드득 하고 그칠 줄 모르고 때려붓는 빗줄기 사이로, 우산 아래서 회색의 눈동자가 물끄러미 소열을 바라봐온다. 일견 푸르게까지 보일 정도로 또렷한 눈빛이었으나, 그래서 인간으로서 눈빛에 갖고 있어야 할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한두 개가,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누락된 것만 같은 그런 눈이었다.
묵호가 소열을 응시한 것은 어디까지나 문득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힐끔 눈짓해보는, 그런 일상적인 행동이었고, 그래서 묵호는 까만 고양이 같은 눈동자가 마치 이제사 이쪽을 알아챘다는 듯 시선을 맞춰오자 자연스레 시선을 피했다- 아니, 피하려 했다. 전혀 생각도 못한 호칭으로 자기를 불러오는 소리가, 다시 적당한 편의점이나 마트를 물색하려던 묵호의 시선을 낚아챘다.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한쪽 눈썹이 별 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떨떠름하게 올라갔다. 당연하고,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의 정신은 삭막하게 말라붙었을 뿐 비틀리지는 않았고, 그래서 꽃이 필 리가 없기에, 소열의 사고에서 기인한 꽃가루 날리는 발언은 당연히 이 삭막한 남자에겐 해괴난만한 소리로 와닿았다. 하고 많은 호칭 중에, 강아지?
"주인 같은 거 안 키웁니다."
주인이라. 그의 삶에 주인이라는 위치에 비유할 만한 무언가가 단 한순간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에게도 평범했던 때며, 어린 시절이며, 소중한 사람들이며, 마음 한켠에 고이 파묻어준 이젠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짝사랑 같은 게 있기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이 정도 비로는 다 씻어낼 수 없는 아득한 흙먼지의 무덤 너머로 쓸려간 지 오래다. 주인이라는 목적어와 키운다는 동사의 모순된 조합이 무의식적으로 조금 신경질적인 문장으로 완성된 것은, 어쩌면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서 자기 삶에 그따위 귀찮은 걸 뭔가 더 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므로, 대신 묵호는 좀더 상식적인 방향으로 화제를 끌어갔다. 이런 눈을 하고, 이런 꼴이 되어도, 지금은 정상처럼 말하고, 정상처럼 생각하고, 정상처럼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그를 지탱하는 몇 안 되는 뼈대인지라.
"괜찮으시면, 불 좀 빌립시다."
지금 하는 행동이 또다시 삶에 예기치 못한 지독한 엮임의 구렁텅이로 자신을 던져넣는 새로운 한 발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묵호는 한 삼분지 일쯤 낭패한 몰골이 된 소열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원래 답레는 생각을 좀 하고 쓰는 곰손인데 빗속에서 멀리 빙빙 돌지 않고 꼬리 끄트머리 살짝살짝 흔들면서 내미는 소열씨에 미쳐가지고 그냥 답레가 술술 써집니다 그냥
좀 무덤덤하고 데면데면하게 툭툭 받아치는 느낌이 될 것 같은데 잘 전해지려나 모르겠군 그 외에도 묵호주 레스에는 단순히 상황에 대한 캐릭터의 반응만 아니라 캐릭터가 어떤 면이 있어서 이렇게 반응하게 됐는지 원인까지 구구절절 써놓는 타입이라 레스가 좀 길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그런것 같은 부분은 적당히 묵호가 이런애구나 판단하는데 소재로만 써주면돼
얼굴 보기 힘든 인간이다. 우러러 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베일처럼 가느다란 머리카락에 가려서는. 간신히 뒤적거린 속내엔 차가운 짐승의 눈빛이 울렁이고 까딱 잘못 얕보였다간 한번 물리고 마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열은 홀로 재미보는 짓을 상당수 저질렀기 때문에 묵호와 눈이 부딪힌 일순간 신경이 곤두섰다는 것을 깨닫는다. 직감은 녹슬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인간은 단언컨대 포식자일 테다. 인간의 눈빛엔 제 발로 직접 담글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넘실거린다. ...뭐. 그녀가 언제 그런 걸 상관했던가. 짐승을 길들이는 취미는 없었지만 오늘부터 취향을 바꿔볼까. 고리타분한 생각은 할 줄 몰라서.
소열이 뱉은, 말 그대로 ‘개’소리에 묵호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려 소열도 그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대꾸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눈썹은 양쪽 다 치켜올라 눈이 동그랗게 뜨일 뿐이다. 그러고보니 너무 예의없는 거지꼴인가. 문득 달라붙는 머리카락이 거슬려 피던 연초를 입에 물고 머리를 풀어냈다. 어그러져있던 가닥들이 풀어헤쳐지자 습윤한 공기 사이 속 옅은 샴푸향이 꽃을 피우고, 누덕거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털어냈다.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겨 자연스레 이마를 깐 모양새로 마저 담배를 피워낸다. 머리가 모두 폭삭 젖었던 것은 아니라, 얼추 빗어 넘기니 약간의 물기 어린 긴 생머리가 금방 씻고 나온 사람 정도로 보였으니 나쁘지 않다. 정확한 문제는 젖은 옷일까. 속이 다 비치는 셔츠, 섹시하잖아? 놔두지 뭐. 감기는 잘 모르겠다만.
"그럼 유기견이네."
어째서 그를 자꾸 강아지에 비유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속절 없는 말을 그리도 잘 해내더랬다. 대답을 바라고 뱉은 말은 아닌지 손끝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먼 곳에 던졌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것이 곧 생각에 빠진건지, 모순된 표정을 하고 사실 전혀 흥미가 일지 않았다는 건지. 예상 밖으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상대였다. 자존심을 긁어 도망 갈 줄 알았더니 순순히 라이터를 빌려 달라는데. 열은 새초롬한 표정으로 당신을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그리고 한 발자국 묵호의 곁으로, 그러니 그의 넓직한 우산 안으로, 당신의 바운더리 안으로, 멋대로. 성큼 들어가려 하며 새침한 목소리를 낸다.
"손."
동공이 동그랗게 확장 된 고양이의 눈망울처럼, 커다랗게 올려보는 눈과 상반되는 삐죽한 입술은 꾹 닫혀서 고대하는 당신의 행동을 기다린다. 물론 빈 손은 아닐지니. 주머니를 뒤적거린 손을 꺼내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쥐고 먼저 내밀어 줄 그의 손을 기다린다. 묵호의 입엔 이미 연초가 물려 있으므로 직접 불을 붙혀주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건 썩 내키지 않나. 이미 한 곳에 정신이 쏠린 소열에게 시답잖은 빗소리 따위나, 우산이라는 단어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열의 시선은 오로지 가까워진 묵호의 채도 없이 푸르른 눈에 꽂혀있었다.
밤 약속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고 원하는 상황 분위기가 잘 표현됐는지 몰겟다만~~!! 아무튼 소열이가 바라는 게 있는 바, 열심히 빌드업 중인 모습이라고 봐주십쇼
>>48 와중 백사장 앞에서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얇은 검은 반팔 셔츠 모두 풀어헤치고 서핑보드 옆에 끼고있는 묵호 거의 AI 자동완성 급으로 떠올려버림.. 선글라스에 쪼리까지.. 크윽.. 해산물 못 먹는 거 잘 어울리면서 의외네 쓴 거 단 거도 잘 먹나? 매운 것도?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하지." "단 것은... 맛있게 단 것이라면 얼마든지 좋고. 매운 것도 마찬가지고." "맛있게 맵거나 맛있게 단 것이라면 좋아하고, 맛없게 맵거나 지나치게 달기만 한 것은 싫어하는데, 이건 내 취향이라기보단 사람의 입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제쳐놨는데."
그 비어버린 회색 눈동자는 이쪽을 가만히 응시한다. 떨떠름하게 올라갔던 눈썹도 느릿하게 다시 균형을 찾는다. 맞수를 보는 눈은 아니다. 자신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자를 보는 눈은 더욱 아니고, 깔보는 눈은 더더욱 아니다. 마치 그 자리에 있는 하나의 현상을 바라볼 뿐인 듯한, 무심한 눈길. 어디까지나 지금 눈 앞의 소열 역시, 자신을 스쳐갈 수많은 순간들 중 하나였기에.
"들개라고 합시다."
그러나 헛소리도 2절쯤 되니까, 이런 걸어다니는 콘크리트 동상 같은 인간에게도 좀 봐줄만한 반응이 나온다. 주인에 비유할 만한 무언가가 삶에 몇 번 있었던 것이야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새벽 개가 올려다보는 개밥바라기별 같은 부질없는 것들뿐이었다. 지치고, 길 잃은 들개. 선택지라곤 눈앞에 있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고 정처없이 걷는 것뿐. 차라리 무심하고도 자상하게 안락사당할 수야 있는 유기견만도 못한 처지다.
"그러면 그쪽은 길고양이고?"
하며, 키큰 사람은 선뜻 소열의 머리 위로 우산을 기울여준다. 비에 젖은 눅눅한 콘크리트 성채의 혼탁한 비린내 사이로 옅은 콜롱 냄새가 살며시 코끝에 와닿는다. 딱히 어떤 장소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애매모호한 향기는, 마치 이 짐승이 어디 한 군데 정주하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았음을... 정확히는,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소열이 하는 양을 가만히 보더니, 별 생각 없이 손바닥을 위로 해서 소열에게 내밀어보인다. 자극이나 도발이 목적이었다면 그렇게 훌륭한 성과는 아니다. 생각보다 이런 데에 비위가 좋거나, 아니면 자존감이 닳을 대로 닳아서 무뎌져 있거나 한 모양이다.
유기견이랬더니 들개란다. 소열은 얼마간 눈을 나른하게 깜박이다 방긋 접어버렸다. 마침내 초면인 상대에게 나긋한 말투와 목소리로 존칭을 사용하는가 싶더니 속으론 '결국엔 덩치 큰 멍멍이라는 거잖아!'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더랬다. 정말 뭐가 저리도 재미가 없을까, 눈앞에 내가 있는데. 당장 어딘가에서 네 발로 기어다니는 'Puppy'라도 불러와주면 좋아해줄까 싶다. 아니면 함께 빗길을 달리며 좀비물이라도 찍는 건? 다시금 굳어버린 묵호의 표정을 바라보며 열은 웃음을 띄지 않았다. 그리곤 어째선지 들개 씨에게 천연덕스레 인사하는 방금 그 문장이, 입에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고양이 좋아?”
그럼 그런 걸로 하자. 고양이네, 라는 소리를 어느때나 듣곤 하지만 소열은 그다지 동의하는 바 없다. 그 작고 연약한 털뭉치와 저가 어디가 같다는 건지. 멍청하게 발톱을 세우는 짐승은 성가시다. 차라리 영리한 인간의 쪽이 편리하지. 소열 본인은 짐승 축에 속하지 않는다 자만한다. 그야, 주인도 짐승이면 안되잖아? 본인만 모르는 듯한 비유에 소열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무심히 묻는다. 애당초 그의 건조한 사고에서 어째서 고양이가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멍멍이 취급에 대한 반발심인가. 어지간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펼치며 올라오는 그의 손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허리 숙여.”
너는 키가 너무 크잖아. 한 우산 안에서, 둘의 거리는 한없이 가까웠고 고분고분한 묵호의 태도에 소열 역시 나직한 명령조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우산 위엔 빗물의 소음이 어우른다. 소열은 아직 꺼지지 않고 몽땅해진 연초를 입에 물고, 고개를 들더니 있는 힘껏 까치발을 들어 묵호가 물고 있는 연초의 끝에 맞댈 수 있도록 애써보는 거다. 까치발을 오래 버틸 자신은 없으니 그녀는 주먹을 쥐었던 손을 펼쳐 그 안엔 아무것도 없었던 빈 손을, 내민 묵호의 손 위에 얹으려하며 중심을 잡기 위해 밑으로 누르는 힘을 싣으려 한다. 그가 그녀의 말대로 얼떨결에 허리든 고개든 숙여 준다면, 건조한 그의 것과 불타고 있는 그녀의 것이 맞닿아 한 숨 빨아들이면 당신 역시 타오르게 되겠지. 처음부터 순순히 불을 내 줄 생각 따윈 없었는지 그런 번거로운 일련의 행동으로 당신을 시험하는 거다. 그녀의 살짝 벌어진 건조한 입술엔 짧은 담배가 물려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늘게 뜨인 눈은 오로지 무채색의 죽은 것에 꽂혀있다. 싫으면 말던가. 그런 표정의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씩 오른다.
일단 그게 가장 먼저 생각나긴 했다. 어딘가 정처없이 떠도는 듯한 것은 자신과 비슷한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떠돎이 당연하고 안락하다는 듯 자유로이, 진짜배기로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이, 의뭉스레 제멋대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그 거리를 표변하여 거리감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습이 묵호에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든 단어가 일단은 고양이였다. 실제 고양이가 어떤 줄은 알지 못한다. 그야 그가 조금이라도 다가갈라 치면 고양이고 강아지고 햄스터고 새고 줄행랑치기 바빴다. 조금은 어울려주는 것 같더라도, 금새 자신에게 질려서 더 이상 어떤 행복도 자신과 나눠주지 않고 자신을 참 쉽사리도 떠나갔다. 좋은 것들은 항상 그를 쉬이 떠나갔다. 그래서 그는 고양이가 어떤 줄은 알지 못했다. 아니 그 무엇도 그가 똑바로 아는 것은 없었다. 검둥개, 그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검둥개였으니까.
"......"
그 스스로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알아도 부정할 사실이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목줄이 아니라 담요였다. 허리 숙여, 하고 내밀어져오는 불잉걸이 일견 그럭저럭 따뜻해보여서, 묵호는 별 딴죽이나 반항을 하지 않고, 소열이 건네는 명령에 순순히 그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 순간 소열의 허리에 와닿는 것이 있다. 돌 같은 게 소열의 허리를 붙들고는- 아니, 붙든다기보다는, 받쳐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창백한 돌 같은 것이, 그의 손아귀가 소열의 허리를 거머쥐고는 그녀가 발돋움에 힘을 덜 주어도 되게끔 허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담뱃대가 아래로 기울어, 몽땅해진 꽁초 끝에서 불을 넘겨받는다. 정직한 담배냄새가 매캐하게 피어나, 소열의 입끝에서 타오르는 연기와 섞여 다른 향이 된다. 그리고 소열의 허리에서 그 손아귀가 물러나더니, 소열의 옆구리를 지나 허리를 다시 피는 묵호의 입가까지 올라온다. 하관을 감싸면서 검지와 중지로 담뱃대를 감싸고, 넘겨받은 불잉걸이 한 차례 빛을 돋우고는 그제서야 유독하고 칙칙한 연기가 제2서울시의 물안개에 꿉꿉한 한 겹을 더한다.
"고맙습니다."
적어도 이 이름모를 들개의 인내심의 한계선은 소열을 위해 제법 넉넉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그는 쉽사리 도로 옆으로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시선이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소열을 담담히 마주보고 그녀의 머리 위로 우산을 기울여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 담배를 다 피면, 어디로든 갈 데가 있을 텐데, 우산을 씌워주겠다는 약속은 약속이라.
# 아 잠깐만 소열이 레스에서 되게 감명깊게 읽은 부분이었는데 답레 쓰다가 이 부분이 날아갔다 이 단락 고칠게
그 스스로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알아도 부정할 사실이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목줄이 아니라 담요였다. 그리고 뜻밖에 내밀어져오는 불잉걸이 일견 그럭저럭 따뜻해보인다. 허리 숙여, 하는 뜻밖의 말에 묵호는 이 손은 어쩌고? 하는 듯이 소열에게로 내민 손을 힐끔 눈짓해서 내려다보았으나, 이내 별 딴죽이나 군말 없이 소열의 명령대로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손끝에 걸려오는 무게를 받아든다. 닿은 손끝은, 참 차갑고 무기질적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내밀어지는 손길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부수는 연장 노릇에 더 적합한 그런 손이었다. 정확히 소열의 불잉걸을 받아낼 만큼만 허리를 숙이고는, 담뱃대가 아래로 기울어 몽땅해진 꽁초 끝에서 불을 넘겨받는다. 정직한 담배냄새가 매캐하게 피어나, 소열의 입끝에서 타오르는 연기와 섞여 다른 향이 된다. 묵호의 손은 소열이 뒷꿈치를 온전히 땅에 내려놓을 때까지도 소열의 손을 받치고 있다가, 손끝에 실리는 무게가 덜해지고서야 허공을 가르고 허리를 다시 세우는 묵호의 입가까지 올라간다. 하관을 감싸면서 검지와 중지로 담뱃대를 감싸고, 넘겨받은 불잉걸이 한 차례 빛을 돋우고는 그제서야 유독하고 칙칙한 연기가 제2서울시의 물안개에 꿉꿉한 한 겹을 더한다.
죽음을 몰고 다니는 검둥개.. 어쩌고 하는 대목에서 좀 드러났는데 묵호의 이미지 중 일부는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소설판 해리포터에서 글로 등장헸던 시리우스 블랙을 내가 머릿속에서 그려본 이미지에서 따왔다
시리우스가 훨씬 쾌활하고 훨씬 아저씨고 훨씬 양아치라는 사실은 불사조기사단 가서 알게됐지 ㅡㅡ;;
이제 더 이상 정의라는 이름의 일로 도망치지 않고 눈앞에 놓인 욕심을 위해 휘둘러지는 궁극의 폭력이 가까워오는 것이 보이십니까 소열주가 브레이크 놓쳐도 내가 브레이크 잡겠지만 나는 브레이크 밟는 선을 좀 느슨하게 두고 있다는거 그렇지만 부족한 글인데도 소열주에게 그 정도 기쁨이 되고 있다니 다행이네 묵호가 소열이 손 마주잡아줬는지 소열이가 갑자기 발돋움하니까 소열이 손은 팔뚝으로 받아주고 소열이 허리잡아주었는지는 소열주가 좋을대로 해석하시길 바람
주어는 여하간 달지 않는다. 검은 머리칼 사이 화려한 금안이 일렁이며 얼마간 그의 언저리에 머물렀다.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이더랬다. 어찌보면 그렇기에 뱉어진 말이다.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무책임 한 행동들. 어쩌면 당신이 좋아한다고 했더라면 고양이를 볼 때마다 그녀를 떠올릴 수 있게끔 각인 시키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팬클럽 따위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앞의 곯아있는 강아지를 건드렸을 때 반동되는 역린이 꽤나 맛있어보여서. 소열의 실소가 흐른다.
키가 작은 편이라 생각 한 적은 없지만 그의 앞에선 평범히 조그마해지고 만다는 사실이 우습다. 그가 고개를 숙여봤자 그녀를 같잖게 내려다보는 정도 밖에 안 되지 않는가. 그렇기에 소열은 서슴없이 묵호를 당길 줄 알았으며, 유치한 까치발을 드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닿지 않는 부분은 물론 당신이 채워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짓궂게 누르려던 묵호의 손은 그 생각보다 차갑고 메말라서, 서로가 맞닿은 종내엔 식은 온기의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퍽 거칠고 생기없이 두터운 손이다. 소열 역시 온실 속 화초의 계집처럼 말랑히 보드라운 손은 아닐테지만 그보단 어찌 따스하지 않을까.
"맛있니?"
누가 준 건데. 허리를 숙이자 암울하고 축축한 빗물 사이로 묵호의 옅은 체취가 너울거리고, 가늘게 뜨인 금빛은 그의 잿빛으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소열의 단내는 명을 다해 이미 희미해졌다. 물러남에는 망설임이 없다. 마지막까지 숨을 다했으니 끝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그녀의 발끝에 짓밟힌다. 순간은 매캐한 묵호의 숨만이 뿌옇게 시야를 덮는다.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본 그의 얼굴은 끝없이 메말라서, 저 무정의 끝에 무엇이 남아있기는 한 건지. 담담한 그의 얼굴을 응시하며, 또 편애하여 기울어진 우산에 젖어가는 그의 옷자락을 보며 소열은 짓궂게 웃어보인다.
"만지고 싶어."
그의 불씨가 다할 때 까진 아직 멀었으니, 조금은 딴짓을 해볼까. 두 손이 자유로워진 소열은 올곧게 흘러 내려있는 그의 머리칼로 손을 뻗어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빛으로 숨죽여 기다린다. 얼굴에 드리워진 그의 그림자를 넘겨내고 싶은 단순한 충동. 별 건 아닐 거다.
답레는 주말중에 올리고싶다 잘 지내진 못했다 감기가 씨게 들었걸랑 소열주 날씨 추운데 잘 보내고 있길
A. 현존하는 인간의 기술로는 못 자릅니다 빠지기는 남들과 다름없이 빠지고, 일단 머리에서 빠지면 다른 평범한 이들의 머리카락과 별다를 것 없는 그냥의 머리카락이며, 손 뻗어 만져볼 때의 촉감도 그냥 머리카락 만지는 것과 똑같은데, 훼손하려고 하면 불가사의할 정도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묵호가 직접 연장을 쥐면 손에 쥔 연장도 일시적으로 묵호의 일부로 취급되므로 자기 머리를 자르는 게 가능한데, 묵호 본인이 귀찮아서 안 자른다 한때 누군가가 이미 한발 앞서 이 긴 머리를 좋아하긴 했는데, 그 사람도 묵호를 떠났지
과연, 건드리는 대로 족족 반응하는 것이 노리갯감으론 나쁘지 않다. 석회처럼 덕지덕지 엉겨붙은 음울함 때문에 그 신경질이라는 것도 무디고 투박한 것이 바윗돌 굴러다니는 것 같다는 게 흠이긴 하나 아직 반응이랄 게 남아있다. 마음에 들 텐데. 익숙한 느낌의 말이었다. 저마다 형태는 달랐으나 분명히 그 비슷한 뉘앙스로 묵호에게 다가온 것들이 분명히 있긴 했다. 사람일 때도 있었고, 사물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묵호가 마음에 든다, 고 느낀 그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묵호의 마음속에 상실을 하나 자물쇠 걸듯 걸어두고는 가볍게들 떠나갔다. 세계 최강의 삶, 일반인과는 엇나간 인생, 일반인과는 달라지는 인격, 그럼에도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만큼은 여전했으나 그것들 중에 이 이상해져버린 인간을 오래 견뎌주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묵호는 이번에 손끝에 올라앉는 온기며, 입끝에 걸쳐지는 불잉걸에도 그냥 따뜻하다, 정도의 감상만 남기고 마는 것이다. 다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최소한의 친절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소열의 손을 담담히 놓아주었다. 놓아주는 게 퍽 익숙했다. 손도, 사람도, 마음도.
"그나마."
무뚝뚝한 대답이었다. 다시금 불잉걸은 빛을 발하고, 그는 입술 한켠을 비뚜름하게 열어 비스듬히 담배연기를 뱉어낸다. 이 황무지 너머에 뭐가 있을까. 무언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이 삭막함을 거슬러올라가 그것을 찾아낼 가치가 있기는 한가. 지금으로서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지고 싶어, 하는 말에 묵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소열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으나, 소열의 손이 그냥 머리카락으로 뻗어오는 것을 보고는 이내 눈매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 손이 뻗어올 적에, 묵호의 이빨 사이에 끼인 꽁초가 구르더니 소열의 손이 뻗어오는 쪽의 반대쪽으로 그 끄트머리가 비켜나간다. 거기에다 고개를 좀더 돌려서 꽁초를 소열의 팔에서 조금 더 멀리한다.
손끝에 감기는 머리카락은 그 주인과 다를 바 없다. 별로 특별하거나 이상한 감촉이 없는, 일반적인 길다란 머리카락. 아주 버려둔 것은 아닌지 기름기 없이 매끄러웠으나, 또한 메말라 있기도 했다. 푸석푸석하다는 말과는 그 궤가 조금 다른 메마른 감각이, 이 추적추적 쏟아지는 음울한 빗속에도 여전했다. 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옆으로 쓸어넘겨 보면, 그 아래로 아직 이름도 모르는 이 아직 통성명도 안한 검둥개의 선이 굵고 각이 잡힌 옆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흉터나 잡티 하나 없이 칙칙하게 까만 얼굴과 색채가 결여된 눈동자로, 덤덤한 얼굴이 좀더 적나라하게 소열의 앞에 놓였다.
지각생 갱신입니다 (무릎꿇고슬라이딩 연말엔 좀 바빠지는 편이라 그래도 일주일내로 답레 쪄오려고 했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내 답레가 느리다보니 상황이 조금 루즈해진감이 있어서(ㅠㅠ)그런가 이입이 잘 안되더라구
그래서 혹시 묵호주가 괜찮다면 저 상황에서 소열이가 "또 만나" 정도의 말을 남겨놓고 비도 오는데 그냥 훅 떠나더니 눈 깜박 한 사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정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을까? ㅠㅠㅠ답레도 늦었는데 이렇게 어영부영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짧게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손이 안가서.. 그렇다고 묵호랑 소열이 서사가 너무 맛있어서 포기할 수도 없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