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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의 말에 놈들은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껄렁거리는 걸음으로 가까이 걸어온다. 관심사는 삥듣기에서 이제 완전히 태진과 세나 둘을 상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눈빛은 좀 더 위협적인 빛이 감돌아, 저지먼트들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새로운 장난감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녀석들은, 태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저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 듯이 키득이며 중얼거렸다.
"뭐어...? 사람이 이제 막 재미보려는 일을 방해해 놓고서는, 귀찮아져? 갈 길을 가?" "하하하..."
두 무리 사이에서 감도는 긴장의 공기.
"까고자빠졌넴마-!!"
바로 그때, 지금의 교착을 깨며 저쪽 무리 중 하나가 태진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력의 속도로 달려들어 큰 궤도로 팔을 휘둘러온다. 완전히 순간의 열기에만 의존한 불의의 주먹. 아마추어의 주먹은, 동작이 크다. 그런 만큼 맞는다면 무조건 아프다. 턴제 카드 배틀에서 가장 먼저 노려지는 것은 항상 체력이 낮아보이는 적. 그러므로, 그들이 노리는 것이 태진이 아닌 세나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그렇지만 세나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인지 주먹이 눈 앞에 날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그저 커다란 두 눈을 둥글게 뜬 채로 서있을 뿐이었다.
situplay>1596982095>276 //잉잉... 안그래도 곰손인데 날려서 더 늦었서... 미아내오!!!!!!!!!!//
"머, 상관은 읎지만... 그것까지 들어가면 완전 헤비할거 같은데여?"
물론 얼마나 요청하든 상관 없었다. 상대방은 제대로 된 요리를 한다는데 자신이라고 못할게 뭐가 있을까, 게다가 무릇 학생이라면 먹는게 남는 거라고 했다. 저 뿌듯한 표정을 보라, 한끼만 줄거 한끼 더 얹어줄 수도 있잖은가? 무엇보다 그렇게 먹고 얻은 에너지로 학창생활도, 저지먼트 생활도 거뜬히 해낸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닌가?
"아, 그건 인정함다. 맛없으면 용서 안되져."
아무렴, 인간이 어째서 지금까지 식도락 문화를 발전시켜왔겠는가? 그저 영양공급을 위한 생존적 이유에 불과했다면 생각보다 진보되지 않았을 것이다. 벼와 밀은 개량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음식이라 하면 빵이나 죽, 샐러드와 기껏해야 불에 대충 구운 고기뿐이었을지도 모를 일, 맛이란 먹는 맛과 보는 맛으로 나뉘어 그 둘이 충족될수록 더욱 결과물이 좋게 보인다 했다.
"그러게여... 그거 보면 하나같이 쫙 뻗은 채로 자던데..."
이젠 그녀마저 '만약 내가 갈치였다면...'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른한 날씨에 딱 맞는 망상이라곤 해도 말이다.
"그렇게 따지믄 갈치는 칼로, 고등어는 총으로 쓸수 있어야 하고 정어리는 미사일로 쓰여야 할검다."
그거야말로 황당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정도의 재미는 있어야 세상이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역시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겠지만...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비하라.'라고 배웠지 말임다!"
누가 직접 해준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기억해낸게 괜시리 우쭐해져서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어 가슴까지 펴보였을까?
피식 웃다가 소파에서 일어난 동월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릴때쯤 그녀가 눈을 떴다.
"사람이 아닌게 뭐가 대숨까, 사람 탈 쓰고도 그렇지 않은 놈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여."
그렇다면 그는 자신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그거라면 즈도 해본적 있었슴다. 근데 할짓은 영 못되더라구여."
그리고 자신은 어째서 다가오는 모습에 뒷걸음질은 커녕 당당하게 마주보는 걸까?
"그것도 해본적은 있슴다. 결과는 좀 유감스러웠지만여."
애초에 그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도 기다리는건 잘함다. 특히나 공허 속이라면 더더욱 말이져."
그리고 자신은 무슨 의도로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뭔가에 목숨거는건 이런데에 산다면 기본소양 아님까?"
하얀 시선,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올려다보는 그녀의 보랏빛 시선 역시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아님 어떤 의미로든 뒤지기 좋은 장소라도 데리고 가실 생각이심까? 그정도는 되어야 '뭔가를 마주한다.' 라는 기분이 들거같지 말임다~"
대체 무엇이 자신을 이끌게 만든 걸까? 아니, 지금껏 살아가도록 만든 걸까?
정말 자신이 제대로 살아있긴 한걸까?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게 맞을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 기나긴 파도와도 같은 머리칼은 어째서 본래의 색을 잃었을까?
곱게 접어 호를 그리는 얄팍한 눈매와 장난스러운 농담이 동월에겐 퍽 얄밉게 느껴졌을 것이다.
>>0 그런 주먹이 매섭게 쇄도하여 사람의 몸을 묵직하게 타격한다. 하지만 맞은 것은 세나가 아니다. 오히려 세나는, 방금 전보다 훨씬 놀란 눈을 뜨며 같이 순찰을 온 이번의 파트너― 태진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엑, 선배?!" "이자식...?! ...커헉-!!"
붉게 피어나는 오라. 뭐라 더 저항하고 말 것도 없이 곧바로 명치에 작렬하는 니킥, 무너진 자세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버려 밟아주는 것으로 완전제압. ...하기도 전에, 상대는 진즉 초장에 직격당한 니킥으로 리타이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흔한 길거리 불한당 중 하나였을 뿐이었던 것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근력강화가 실린, 노련한 길거리 싸움. 비록 높은 계수는 아닐지라도 기술이 합해진 '능력'이란, 사람을 단번에 기절시킬 정도로 이렇나 위력적인 것이다.
"젠장, 젠장! 저지먼트 버러지들, 능력 좀 쓴다고 기어올라서는...!!!"
태진의 등 뒤에서는 남은 스킬아웃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달려들어 공격의사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방금 전의 녀석과는 다르게 손은 주먹질을 준비하려 허공에 가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은-
'칼인가.'
주머니 안에서 밖으로. 섬짓함을 불러일으키는 시퍼런 날이 번뜩이며 스킬아웃의 손에 들려있다. 항상 기습은 '신경이 쏠려있는' 상대에게 가해야 효과적인 법. 방금 주먹을 받기 직전까지도 멀뚱히 대기하고 있던 세나에게 칼을 질러봤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피할 수도 있고, 도망칠 수도 있다. 그 사이에는 태진이 나서서 반격도 가능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이미 스킬아웃 제압에 신경이 팔려있던 태진. 오히려 그를 찌르는 것이 정답. 마침 태진이 고개를 돌린 것도 이제 막인 참이다. 이런 거리에서는 반응하기 어렵다. 놈의 기습은 상황이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날도 신품처럼 예리하게 서있었다. 단지 그 팔을 내려치기만 하면, 그 계획은 거의 성공이라 볼 수 있던 것이었겠지만.
"욧."
뜻하지 않게 손이 허공에서 멈춰버린다. 그것은 후크. 아니, 후크처럼 휘어졌을뿐인― 우산 손잡이. 그것이 고삐처럼 손목에 걸려있어서 칼을 쥔 손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거기서 손잡이가 순식간에 비틀어지자 동시에 손목도 뒤틀려, 마치 관절이 분쇄되는 것 같은 격통이 덮쳐와 도저히 날을 떨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것이다. 고통을 수습하는 사이에는 다시 휘어진 손잡이가 멱살에 걸리고, 그대로 걸린 것을 끌어당기면 어쩔 도리도 없이 그 몸뚱이 또한 자연스럽게 딸려간다. 이제 우산의 주인인 세나의 놀고 있던 반대 손은... 이미 전력으로 주먹을 꽉 틀어 쥐고 정권을 대기하고 있는 채.
"헤헹, 여기선 이 악 무는게 좋을 걸-!!" "큭...!!"
막판에 해준 충고를 알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녀석은 이를 질끈 닫아버리는데. 뭐, 이런 말하고나서 내가 결정적으로 친 곳은, ―역시 '명치'이지만.
"끄아아악!!?? 너, 이새...!!! 비겁......"
하고, 복부를 짓누르는 듯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서 말을 제대로 이을 수도 없게 된 놈도 맥 없이 바닥에 풀썩 쓰러져 버린다.
"헷, 미안케 됐다! 그래도 끝까지 잘 봤어야지☆"
손 안의 우산을 경쾌히 빙글 돌리고서는 우산 코를 땅에 박아 고정시킨다. ...아니, 방금 전은 노린 것은 아니다. 막상 기세 그대로 주먹을 뻗으니 얼떨결에 그쪽으로 손이 가버렸다... 진짜로! 애초에 정권이라면 명치인게 당연하잖아! 뭐 아무튼, 어찌됐든 결과 양호이니까 상관없지 않을까나? 이런 건 전부 자업자득인 일이다. 게다가 이런 별 볼일 없는 녀석들보다 신경써야 할 일이 내겐 있었다... 상대를 쓰러뜨린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난 즉시 나는 태진 선배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그를 살핀다.
"선배!! 괜찮으심까?! 얼굴 좀 보여주십셔! 걸을 수 있는 검까!? 혹시 구급차 필요함까?? 부장 부름까?!"
급한 마음에, 확실히 보고 싶어서 태진 선배의 양 뺨을 쥐고 내쪽으로 돌리려 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