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 때먹은 이상한 사탕의 효과가 몸집을 작게 만들더니 이제는 진실 밖에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거짓을 말하지 못하게 되니 아부나 놀림을 할 수 가 없어 답답할 지경이다.
만약 이 순간 누군가 비밀이라도 털어놓으라고 말한다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 당연했다.
처음으로 후드를 쓴 후배의 마음이 어떤 지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만나면 사과라도 해야지"
철현은 걸음 재촉하며 기숙사로 향했다. 약효가 유지되는 동안 되도록 아무도 만나서는 안되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모습이 바뀌거나 사탕효과가 떨어지면 밖에 나와 다시 놀면된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다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계획이다. 누구나 완벽한 계획은 있다.
저는 환하게 웃는 아지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구든지 상대의 환한 모습을 보면 좋아질 거에요. 그것도 제가 도움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초코파이 하나로 배가 차겠다는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탕을 먹으려면 별사탕만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당황한 제 모습에 아지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 모습이 얄미워 입술을 삐죽였습니다.
"그,그럼 아지는 좋아하는 사람 이,있어?"
저만 당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지는 솔직하게 말하는 상태에 걸리지 않았으니 별로 타격이 없을 것 같기는 해요.
이어지는 질문은 연애쪽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물어봐요. "음......." 좋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담당자님도 좋고 반 친구들도 좋고 원예부 분들도 좋고 저스티스 분들도 좋습니다. 그 고민을 알았는지 단 한 명만 고르라고 묻네요!
"하, 한 명?"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도,돌아가신 분도 포,포함인 거야? 그, 그럼 엄마고 아니면 담당자 님? 아, 아버지는 몰라서........"
말하고 나니까 굉장히 신경쓰일 말일 것 같아 급하게 말을 덧붙어요! "예,옛날 일이니까 시,신경쓰지 않아도 돼! 초,등학생 때라." 마침 부실에 도착했습니다. "자,잠깐만." 하고는 아지를 한 손에 조심히 올린 뒤 카드를 찍고 부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제가 없었다면 부실 테이블 위에 아지를 올려두었을 것이에요.
"그렇다면 싫어하는 건?" 다행히도 솔의 눈과 물의 값은 비슷하다. 만약 솔의 눈의 가격이 더 비쌌다면 그와 가격이 비슷한 다른 음료를 샀을 것이다. 그리고 솔의 눈보다 더 비싼 음료는 실론티와 데자와가 있다. 철현은 물 한병을 뽑아서 그녀에게 건네었다.
"너무 안 무섭다~" 그리고 속으로 아차 싶었다. 화면이 꺼진 것은 그의 눈에도 보이지만 그녀의 말을 되뇌이며 너무 무섭다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화면이 꺼진 것을 이미 봐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도발을 하고 말았다.
"아니, 그러니까 안 무섭다고. 무섭다가 아니라 안 무섭다고, 아니 그러니까 안 무섭다고 무서워가 아니라. 아니아니! 망할 사탕 같으니!!" 자기가 말한 것을 수습하려고 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실이 튀어나오고 수습은 커녕 계속 도발을 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러니까' 와 '안 무섭다' '무섭지 않다'는 말만 튀어나왔다.
"지금 이순간"
계속 헛소리만 하면서 동물로 변한 후배도 보고, 꽃미남도 되었다. 9살 때 모습으로 돌아가보기도 했으니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다.
>>156 괴기탐험 자체는 비설이 아니니까요? 🤔 음 사실 좀 애매하게 겹쳐있긴 한데! 괴기탐험 자체를 비설로 하려했으면 독백에 서술된 것 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가진 않았을것 같습니다! 비설에 관한 스포를 살짝 풀자면, 동월이 비설은 꼭 동월이가 혼자 풀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동월이는 비설을 푸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고있고, 그걸 누가 돕는다던지 하는건 신경 안씁니다!
이건 그냥 티미인데, 동월이는 자기가 남들보가 100배는 못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노력도 100배로 하지만 누가 돕는걸 마다하진 않습니다! 진짜 자기가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닌 이상은!
아... 슬슬 됐는데... 무려 6시간 단위로 바뀌는 괴현상. 그저께는 어린애. 어제 저녁엔 인어였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진실맨이 되어서 친구들한테 자안뜩 놀림받고! 대체 뭐가되려나... 라고 생각하던 그순간. 시야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또 작아지나. 마음의 준비를 한채, 더 작아지기 전에 주머니에 챙겨둔 인형옷을 챙긴다. 혹시 몰라서, 어제 만들어두길 잘했어.
너무 어려운 디자인은 아닌, 간단한 속옷 대용에 단색 원피스지만, 어제 곤혹했던것보단 훨씬 낫지.
부실 안에, 이미 거슬리는 천막같은 교복 속에서. 꾸물대며 옷을 갈아입는다.
"나는야~ 요정~ 정하라네~"
아무 의미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교복을 질질 끌어서 부실을 날아 내 자리까지 옷을 끌고간다.
순백이 문을 열고 드러서며 발견한 것은 한 사람이었다. 특이사항이라면 장난감 가게에서나 볼법한 인형용 옷이 딱 맞을 사이즈라는 점이었는데, 뭔가 하얀 안개 같은 것을 내뿜으며 날아가는 것이 확실히 노래의 내용처럼 요정답기는 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전부 이해한 순백은 웃는 낯으로 굳은 채, 생각했다.
나 그냥 부실 오질 말까?
어째 데자뷰가 일어난 것 같다. 아, 아앗, 코뿔아, 너는 나를 잊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잊기는 쉽지 않아. 무엇보다 당시 좀 과민반응이 부끄러워서 잊히지가 않네.
>>170 동월이가 말하면 이경이가 "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는 식으로 대응할 거긴 한데 과연 동월이가 말을 할 것인가? 그냥 산책하던 중 뭔가 위험해보여서 도와주는 걸로 엮이는 게 가능서 높은.....가? (사실 잘 모름)(동월이 하면 더 갈치 슬레이어(갈치로 베는 자)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름)
>>178 미치겠구만! 좋아 4달라!!!!!!!!!!!!!! 그럼 최대한 동글동글하게 권해보는 레스를 써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180 아니 갈치 슬레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산책하던 중 도우는건 힘들거같습니다...?!?!?!!!!!!! 동월이가 진입하는 괴이들은 통상 루트로는 가기 힘들기 때문에...!!!!!!!!!!! 실종자 어쩌구 서술한것도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가장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건 애린이와의 대화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그러면 동아리 들기 개힘든거 아닌가요?) (그렇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노력이라 할 건 없고, 비겁한 방식으로 강해진 것인데. 너에게 고백할 용기도 없고, 숨기게만 되는 것이니.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음에 속이 타들어가지만. 짐짓, 그 미소를 류화는 입에서 지워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네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려워 살짝 고갤 돌려 시선을 피한다. 그러다 네가 건넨 초콜릿을 보고 망설이다 받아드니, 미미한 미소로 고갤 든다. "고마워요." 하며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인다.
"늦긴요,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레벨 1 축하해요."
집착이 없다는 그 말을 듣고서 류화는 설핏 웃는다. "선배는 자유롭네요."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고 류화는 널 물끄레 바라본다. 자신보다 당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 레벨을 물어옴에 류화는 웃으며 답한다.
"그렇지. 순찰을 두배로 늘리는 것보다는 낫지" 화면이 어둑해졌다. 일단 산 것 같다. 그녀의 손가락 하나면 내일부터 일이 2배가 되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쳐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제안, 가장 끔찍하고 하기 싫었던 제안이다. 심호흡을 크게한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한다.
"여동생이 있어."
철현은 한가지 일을 추억한다.
"어린 시절에는 제법 친했다고 생각했는 데 말이야."
그는 어린 시절 그녀와 놀았던 추억을 떠올린다.
"모래성도 만들고 소꿉놀이도 했지"
"하지만 우리가 인천에 오고나서 내 가장 큰 흑역사가 생겨났어."
철현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동생에게 선언했지. '난 반드시 레벨 5가 되어서 최강의 학생이 될꺼야! 지원도 많이 받을 거고! 그러니 넌 레벨 4가 되어서 날 보조해줘!"
철현은 창피한지 얼굴이 새빨게졌다.
"동생은 레벨 4가 되었는 데. 난 레벨 0이야."
"그 녀석은 항상 날 만나면 우리 레벨 5 오빠, 한번 능력 보여줘~ 하면서 놀린다니까?"
한밤 중에 길거리에서 조깅을 하다가 한양에게 앙심을 품은 스킬아웃 무리들이 인적이 없는 곳에서 습격을 했다. 곧 레벨 4를 바라볼 한양에게는 어렵지 않은 숫자였기에 능력으로 간단하게 제압을 했다.
"역시 저지먼트의 부부장이라는 건가. 하지만 너무 이리저리 까불고 다녔어."
180 초반의 키에 올백머리를 한 샤프한 인상의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온다. 한양은 그의 목을 조르려고 하지만 능력이 듣질 않는다.
"미안하지만 나는 샹그릴라를 먹은 상태야. 능력으로 너의 머릿속 연산을 방해하고 있거든.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 거야."
남성은 몸을 풀며 한양에게 다가간다. 유독 다른 스킬아웃보다 단련된 몸이 그가 쉽지 않은 상대임을 보여준다. 남성은 자켓을 벗어던졌고, 팔에서부터 보이는 많은 상처들이 그가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
'젠장..지금 검도 없는데...'
남성은 야구방망이를 바닥에 던지며 여유롭게 말한다.
"쫄 필요 없어. 너는 주먹으로도 이길 수 있거든. 물론 그게 더 고통스러운 죽음이지만!"
남성은 자세를 잡고, 한양 역시 자세를 잡는다. 서로 신중히 탐색전을 하며 서로의 스타일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서한양..자세를 보면..복서 혹은 킥복싱을 수련한 타격가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리듬을 타며 움직이는 어깨.. 어깨의 움직임을 숨겨서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겠지. 훌륭해.'
'하지만 잡을 방법은 있지.'
남성은 거리를 좁히며 한양의 상체를 잡으려고 한다. 한양은 차분하게 왼손 잽을 뻗어 남성의 얼굴에 맞춰서 거리를 계산하고, 바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뻗어서 남성의 얼굴에 맞춘다. 하지만 남성은 이 스트레이트를 맞은 채로 , 라이트 훅을 한양의 안면에 꽂는다.
'복싱을 수련한 녀석들의 리듬. 수없이 경험하며 몸에 익혀왔다. 이렇게 빈틈을 열고 덤비면 날카로운 원투가 들어오지만 이 리듬에 맞춰서 같이 주먹을 적중시켜서 복싱이 아닌 원초적인 싸움으로 유도한다.'
'위력이 높은 스트레이트는 이미 예상한 공격이기에 턱을 비틀어서 데미지를 최소화시켰다. 결국 유효타는 저 녀석이 한 대 더 앞서지만..데미지는 차이가 커지고, 이것은 시간이 갈 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
강한 펀치를 맞아서 데미지가 있지만 체급에 비해 맷집이 강한 서한양. 무모하게 난타전에 휘말려들어서 굳이 불리한 싸움을 하지 않고, 바로 거리를 벌려서 자세를 다시 잡고 데미지를 회복한다. 하지만 그걸 기다려줄 남성이 아니었다.
"판단력은 칭찬해. 정교하고 깔끔한 기술. 훌륭하지만 나한테는 안 돼. 너는 너무 온실싸움만 해왔어. 생사가 오가는 우리의 실전에 비해 너무 곱게 컸거든."
남성은 한양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거리를 좁혀서 주먹을 뻗으려고 한다. 한양은 거리를 좁혀오는 남성의 턱에 아까처럼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려고 한다.
'직선으로 움직이려는 오른쪽 어깨와 체중을 싣기 위해 비튼 오른발. 아까처럼 스트레이트군..자..온다..'
".....!?"
그에게 오는 펀치는 스트레이트가 아닌 레프트 훅. 스트레이트를 의도한 발과 어깨의 움직임은 페이크. 그가 카운터를 치려고 할 때, 스트레이트를 준비한 자세에서 레프트 훅으로 자세를 변경해서 타이밍에 맞게 훅을 친 것이다. 하지만.. 막혔다. 남성은 다시 오른쪽 주먹으로 카운터를 치려고 했지만 레프트 훅을 막는 데에 썼다. 페이크에 당했음에도 막아내는 남성 역시 실력자.
"누가 온실싸움이래."
하지만 한양이 노린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남성에게 막힌 왼손은 순식간에 남성의 뒷머리를 잡아서 당기고 있었다. 레프트 훅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펀치를 고의적으로 회수하지 않고, 머리를 잡은 것.
"이런 것도 온실싸움이냐?"
머리가 당겨진 남성은 고통에 옅은 신음을 냈지만, 곧바로 한양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하지만...
"콱. 콰직. 콰직. 콱. 콰직."
한양이 더 빨랐다. 왼손은 남성의 머리를 잡고, 오른손은 주먹을 쥐어서 남성의 안면을 계속해서 강타하기 시작했다. 한양이 시전하고 있는 것은 '더티복싱(Dirty Boxing)'. 스탠딩 상태에서 상대의 후두부를 잡아서 다른 한 손은 상대를 타격하는 그래플링과 타격이 조합된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전이기에 굳이 후두부가 아닌, 머리를 잡아당겨서 시전하고 있었다.
"아아악!! 이 개자식아!!!!"
남성은 피칠갑 된 얼굴을 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붙잡은 한양의 왼손을 오른손의 악력으로 뿌리쳤다. 한양의 멱살을 잡아서 바닥에 매치려는 것인지, 오른손은 한양의 멱살로 향했다.
"알아서 가드 열어줘서 고맙다."
멱살이 잡히기 직전에 느껴지는 갈비뼈를 맞은 통증. 동시에 어느 틈에 잡혔는지 모를 왼쪽 팔. 한양은 남성이 멱살을 잡기 위해 오른쪽 가드가 빈 것을 이용해서 왼쪽 정강이로 갈비뼈에 미들킥을 강타한 것이다. 오른손으로 미리 남성의 왼 팔목을 잡아서 혹시나 거리를 벌리지 못하게 방지한 것이고.
남성은 고통스럽지만 집념이 강했다. 한양이 잡은 손을 뿌리쳤다. 한양은 오른발을 높게 뻗어서 마무리의 목적인지 남성의 턱으로 앞차기를 시도했지만, 남성은 턱을 당겨서 겨우 피했다.
'이제 내 차례다...! 반드시 죽인다..!'
앞차기를 함으로써 무게중심이 몰린 한양을 잡아서 넘어뜨리기 위해서 빠르게 자세를 낮춰서 번개처럼 돌진하려고 했지만, 자세를 낮추는 것에서 끝났다. 남성이 자세를 낮추자마자 그의 후두부에 찍히는 한양의 발등. 앞차기가 실패해서 허공에 있는 한양의 오른발. 남성이 자세를 낮추자마자 그의 뒷통수를 그 앞차기를 실패한 발로 공중에서 내려찍은 것이다. 마치 도끼로 찍는 것과 비슷해서 '엑스 킥'이라고 불린 기술이었다.
엑스 킥을 맞고 쓰러지는 남성. 한양은 끝났다는 한숨을 쉬며 싸움을 그만하려고 했지만, 남성은 거친 숨을 쉬며 다시 일어났다. 놀라운 맷집과 집념. 한양은 그에게 질림과 동시에 미묘한 존경의 감정도 들기 시작했다.
"아직이야...!! 아직 안 끝났어!!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 나는 지금까지 계속 생존해왔다.. 너네 같은 화초와는 달리 계속 이기고 죽여왔기 때문이지..여기서 너가 나를 살리는 것은 내 자존심을 더럽히는 일..서로 끝장을 보자."
'꼴값을 떠네.. 지친 녀석이니깐 적당히 기절시켜야겠다.'
지칠대로 지친 남성은 자세를 낮추고 가드를 단단히 올린다. 한양은 남성의 가드를 뚫기 위해서 가드 위를 연타로 타격하기 시작한다. 남성은 꼼짝도 안 하고, 가드 위로 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내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려는 생각인가.'
'체력을 여기서 쏟아부어라.. 고통스럽지만 이 정도 타격 쯤이야 버틸 수 있거든.'
계속되는 연타에 주먹의 속도와 파워가 서서히 떨어져간다. 그로 인해서 주먹의 리듬도 더 읽기 쉬워준 상황.
'지금이다...!'
남성은 한양의 주먹이 나올 타이밍에 목젖을 향해 펀치를 뻗었디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가드가 워낙 단단해서 이렇게 끝내려고."
한양은 연타를 하는 중간에 지친 척을 해서 남성이 카운터를 치는 것을 유도했다. 역으로 카운터를 치기 위함이라고? 아니다. 바로 태클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가드 위로 한양의 동작을 관찰했기에 중간에 태클을 해도 실력자인 남성이었기에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상태에서는 말이 달리지지.
"잘 가라."
자세를 낮춰서 남성의 카운터를 피하고, 두 오금을 잡아서 순간적으로 하체의 힘으로 들어버린 다음에 바로 바닥에 꽂아버렸다. 결국 아스팔트에 직격으로 당한 남성은 몸의 힘이 풀려버린다.
"에효..이쯤이면 기절했겠지.. 안티스킬 불러야겠다.."
한양은 기절한 듯한 남성에게 떨어져서 휴대폰으로 안티스킬에게 연락하려고 한다.
'어째서..저런 화초가..심지어 나를 살려줬어..'
'그럼 내가 죽여야겠군.'
남성은 싸우기 직전의 배트를 쥐어서 한양의 뒷통수를 가격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정말로 죽이기 위한,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그러한 기세.
"커..커헉..! 쿨럭쿨럭!!"
"발소리 다 들린다. 이 사람아."
남성이 야구배트로 한양의 뒷통수를 치기 전에 왼발로 뒷차기를 해서 남성의 명치를 찬 것이다. 그대로 야구배트를 놓치며 무릎을 꿇고 쿨럭쿨럭 기침하기 시작한다.
"쿨럭..쿨럭...어째서..어째서..곱게 자란 화초가..!!!!"
한양은 무릎을 꿇은 남성의 눈높이에 맞춰서 쭈그려 앉기 시작했다.
"이 혐오스러운 능력자에게 패배하고, 목숨까지 살려줬다는 것이 너무 분하다.."
"아휴.. 너네 스킬아웃들은 그렇게 우리가 싫냐?"
"너네들은 모르지...! 능력자들로부터 레벨 제로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혈투 말이다. 인첨공이란 배경에 가려진 죽음이 익숙한 환경.... 최근 능력자가 무능력자들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른 사건..신문으로 봤겠지?"
한양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많이 싫어할만도 하네. 이게 사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 능력자로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너네 별로 안 싫어해."
"뭐?"
"나야 뭐, 그냥 저지먼트라서 스킬아웃을 잡을 뿐이야. 사실 너네가 어떤 목적으로 생긴 집단인지 나도 잘 알아. 중간에 삐뚤어진 녀석들이 좀 있어서 문제지."
"내 생각은 그래. 너네 스킬아웃에도 나쁜 목적을 가진 녀석들이 종종 있지. 걔네들도 힘없는 사람을 죽이고, 갈취하지. 능력자들도 마찬가지고.. 서로의 진영의 미꾸라지 때문에 싸우지 말고 더 이상 그만 싫어했으면 해서."
남성은 한양의 말을 듣고서는 잠시 침묵한다.
"그러니깐 샹그릴라 더 이상 팔지 마. 이것도 결국 능력자와 무능력자를 갈라치는...안 보이는 그림자의 작품일 뿐이란 말이야. 우리가 더 싸울수록 우리를 이용하려는 그림자의 계획대로 될 뿐이야. 서로 혐오를 씻어내고, 우리 모두 화합해서 그림자에게 대항해야 해."
"우리 둘이 서로 적이 아니야. 진짜 적은 따로 있어. 그러니깐 우리 둘이라도.. 그만 싫어하자."
"....알겠다...."
한양은 무릎을 꿇은 스킬아웃을 일으켜서 부축해준다.
"근데 지금까지의 죗값은 받아야지. 안티스킬에 가서 죗값 받자.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나오는 날에는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고.."
누군가가 도움을 청할 때, 지나치지 않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성격은 다르게 말하자면 타인의 변화나 소소한 제스처를 알아차리는데 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후배가 자신과 시선을 피하고, 초콜렛을 보고 망설이는 걸 혜성이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후배의 모습을 보고, 넘겨버릴 혜성이 아니었기에 망설이다가 초콜렛을 받아드는 후배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려했을 것이다. 피하지 않는다면 그 손을 감싸쥐고 눈을 맞추려했을 것이고.
"혹시 의논하고 싶거나, 상담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이야기해줘. 내가 너무 오지랖일지도 모르지만,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낫잖아. 해결은 못해줘도 말이야."
하는 말을 웃음이 머물러있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말한 뒤 손을 떼어낸다. 고맙단 말에는 별거 아니라며 혜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언제 걱정스러운 눈빛을 했냐는 양 그저 빙그레 웃어보였을 뿐이다.
"고마워. 이제 겨우 시작인 것 같지만 축하받는 건 기쁘네."
레벨 1과 레벨 0의 차이점은 여전히 모르겠고 커리큘럼의 대부분 명상으로 이뤄지고, 자신은 레벨에 대한 집착이 없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축하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 혜성은 그늘 없는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레벨 2 ? 후배의 말에 혜성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말도 마...당장 저번주 그 '까마귀들'부터 시작해서...그저께는 어린애가 되질 않나, 어제는 인어가 되버렸고... 오늘은 다시 쪼끄매졌다니까?!"
딱히 뭐 한것도 없는데... 그러고보니까 얘는 괜찮았나? 어깨 위에서 발을 까딱거리며 한숨을 쉰다...
나만 이런일이 일어날리 없으니까. 주인공보단 소시민에 가까운 체질인 나만! 이런일이 일어날 리 없잖아?
"넌 괜찮았어? 요즘들어 부실에서 사람을 잘 못본것 같기도 한데. 그러고보니까 오늘 부실엔 무슨일이야?"
조금 의문이 든다. 평소엔 좀더... 와글와글!!복작복작!! 같은 느낌인데, 요즘은 사람이 잘 안보이는 느낌이야. 좀 흉흉한 소문이나 돌고있고... 사실 저지먼트 부원들은 사람이 아니였다! 라던가, 저지먼트는 신이고 무적이다! 라던가. 사실 이학교에서 제일 위험한건 저지먼트다!! 이런거...
하루에는 총 24시간이 있다. 평균적인 수면시간 7시간에서 8시간. 7시간 30분 정도로 잡는다. 학교 수업은 9시부터 5시. 점심 먹는 시간을 포함해도 8시간이다. 기숙사를 다니므로 학교에서 기숙사까지 이동시간은 30분 정도. 저녁 시간 1시간정도. 동아리 활동 및 숙제 풀이는 넉넉잡아 3시간으로 잡는다. 그러면 결론은...!
그레고르 헤승은 어느 날 아침 시간 계산을 마쳤을 때, 자신에게 하루 4시간의 여가 시간이 있음을 발견했다. 하루 4시간이면 일주일에 평일에만 20시간의 여가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굉장하군."
만약 이 남는 시간동안 훈련에 매진하면 한달 80시간만큼의 효율로 레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좋아. 오늘부터 그럼 매일 4시간. 훈련해보실까.
"기다려라 5등급........"
자고로 대장부라면 큰 목표를 가져야하는 법. 목표는 정부 지원금으로 월마다 천만원을 받는거다. 원대한 목표를 품고 훈련실로 들어가는 혜승이었다.
***
4시간 후.
"흠, 시간 대비 효율이 별로군.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 다음부터는 쉬엄쉬엄 해야겠어."
계수 하락치가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ㅡ혜승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이다.ㅡ 평소처럼 평범하게 훈련을 해야겠다고 결론에 도달한다.
솔직히 이 곳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이미지를 기대하겠나. 자신도 자신이지만 당시 부장도 꽤 예민해진 상태 아니었을까? 아니면 친밀도 차이인가. 정하의 말에 조금 더 편해졌지만, 배려가 사라지지는 않은 부드러운 걸음을 유지하면서 순백은 잠시 고민했다. 다만 신경쓰는 걸음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흔들림 없이 고요히 걷는 게 어째 익숙해 보이기도 하고-
"진정하의 맛집 선정은 유명하던 거 같은데~"
그는 기대된다며 씩 웃었다. 진정하가 어떤 것을 사올 지는 걱정되지 않았다. 뭘 사오든 평균보다 높은 퀄리티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레벨4의 능력자. 돈이 부족할 일도 없을 것이다.
"파란만장하게 사시네요. 심심할 일은 없을듯?"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펙타클한 쿨타임 6시간 강제변신을 체험한 사람에게 하기 좋은 말은 아닐 듯 했다. 대다수의 창작물에서 주인공은 소시민임을 주장하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소녀의 한숨에, 소년은 조금 늦게 키득거리는 웃음을 냈다. 부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이 살짝 어긋났다.
"나는 열두 시간 학날개 달고 지내다가, 지금은 별 일 없네. 학 날개 재밌긴 한데 불편하더라~"
저번에 올렸는데 본 적 없냐며 순백이 덧붙였다.
"응? 그야 오늘 순찰당..번.."
어떻게 보면 딱히 틀린 것 없는 소문들(특히 이 학교에서 제일 위험한 건 저지먼트다라는 소문. 학교의 위험인물로 꼽힐만한 사람들은 죄다 저지먼트에 박혀 있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었다)을 떠올리던 정하에게 순백이 태연하게 답하려다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보니까 다른 한 명은 누구지? 기억하기로는 분명,
"..아.."
그는 할 말을 잃고 자기 캐비넷을 열던 모습 그대로 굳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던 그는 양궁가방을 챙기면서 물었다.
뺨맞은후_자캐의_표정 : 우와 이게... 이게 그... 이게...? 희야가 뺨을 맞고 나면 고개 돌아간 상태 그대로 뺨 더듬거리다가 그냥 평소처럼 쳐다본답니다... 물론 초반에 들리지 않게 뭐라고 중얼거리긴 하는데 그 이후에 고개 슬쩍 빼면서 "왼쪽 맞았으니까 오른쪽도 대줄까요-?" 이럼...🤦♀️
그 날은 어두컴컴한 밤이었습니다. 자고로 은밀한 일은 모두 밤에 이뤄지는 법이었습니다. 이를테면 3학구에 있는 이 스트레인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 스킬아웃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 중에는 자경단처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곳도 있겠으나 범죄를 본격적으로 저지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불법적으로 약을 판매하고 있는 집단도 있을 수 있겠지요. 지금 이 구역을 점령한 스킬아웃은 '리벨리온'입니다. 그야말로 현 체제에 반항하고 현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명분을 내세우나 결국엔 강도, 폭력, 심지어는 마약까지도 판매하는 이들입니다. '블랙 크로우'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꽤 위험한 이들임은 분명합니다. 원래 3학구가 아니라 2학구에서 몰래 활동하던 이들이었으나 최근 3학구에 이 약물이 퍼진다는 것을 들어서일까요. 그들은 '블랙 크로우'에게 샹그릴라를 얻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폭리를 꽤 취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팔던 가격의 5배. 하지만 그럼에도 구입하는 이들이 있으니 이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 이번 주에는 얼마나 벌었냐?"
"저번주보다 20%나 더 벌었습니다! 그러니까 매상이... ....원입니다."
"호오. 이거 돈벌이 짭짤하게 되는구만. 아무튼 이 망할 도시는 레벨이 전부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런 것도 팔지."
"뭐, 우리들은 돈만 벌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래. 여기서 버는 돈은 모두 인첨공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 능력자들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서 버는 거니까 말이야. 누가 우릴 심판하겠어? 안 그래? 아하하핫!"
저벅. 저벅. 저벅.
리벨리온이 모여있는 건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 그곳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발소리는 굉장히 무거우면서도 진지합니다. 짙은 어둠을 가르며 걸어가는 발걸음의 주인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나 그 발소리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고, 자연히 리벨리온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합니다. 어둠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씩 거세지는 듯 하다 천천히 가라앉았습니다. 달을 가리는 구름을 치워버리며, 그 어두운 공간에 하얀 달빛이 가라앉았습니다. 이내 사복을 입고 있는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의 부장, 은우가 달빛 속에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핫. 에어버스터로구만. 무슨 일이지? 혼자서 말이야."
"불법 약물을 거래하는 곳에 올 이유가 뭐가 더 있지?"
그의 목소리가 엄하고 무거웠습니다. 조금도 떨지 않고, 긴장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리벨리온의 보스를 바라봅니다. 허나 상대 역시 지지 않았습니다. 나름 위험도가 있는 스킬아웃 집단인 리벨리온을 이끄는 두목인만큼 그 깡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설사 상대가 퍼스트클래스라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에게 싸움을 걸겠다고? 이후가 두렵지 않나보지? 에어버스터. 너의 지금 그 행동으로 인한 후폭풍은 모두 네 부하가 받게 될텐데?"
"......"
"알고 있어. 저지먼트의 부장님. 목화고등학교. 뭐, 솔직히 지금까지 우리와는 연이 없던 곳이었지만... 그래봐야 결국 고등학생이잖아? 그리고 레벨4가 하나 있다고 들었지만 대다수는 우리와 별 차이도 없잖아? 아. 그래. 레벨2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뭐? 어쨌건 네 부하들 하나둘 없애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야. 그럼에도 싸움을 걸겠다 이거야?"
"......"
"왜 그러지? 천하의 에어버스터님. 쫄았나? 네 부하를 건든다고 하니까? 당연한 거잖아? 우리가 너랑 왜 싸워? 정면으로 싸워서 승산이 있을리가 없잖아. 우리 좋게 좋게 가자고. 우릴 건들지 않으면 네 부하의 안전도 보장해준다니까. 우리야 돈만 벌면 그만이거든. 평화주의자야. 무엇보다... 우리의 행위는 모두 이 인첨공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초석이야. 아. 하기사 너에겐 좋지 않겠구만? 퍼스트클래스 씨!"
"......"
"이 인첨공에서 가장 없어져야 하는 것은 너희들이지. 너희들의 존재 자체가 지금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거야. 너희들이 조금 그 높은 레벨로 많은 이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끌어줬어봐. 우리 같은 이가 생기겠어? 결국 너희들은 이 분위기를 없애기 싫겠지. 그래야 너희들이 계쏙 대우받고 존경받고 칭송받을테니까. 안 그러냐! 퍼스트클래스! 대답이라도 해보라고! 에어버스터!"
맞아. 맞아. 너희들 때문이야. 너희들이 위에만 서지 않고 혜택만 받지 않았어도 우리들 같은 이는 생기지 않았어. 꺼져라! 퍼스트클래스! 레벨0의 고통을 네 따위가 알긴 알아?! 스킬아웃의 태반은 너희들이 좀 더 주변을 살피지 않고, 나누지 않고, 배려하지 않고, 위에 서 있기에 생긴거야! 꺼져라! 꺼져!
여러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비난의 중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퍼스트클래스입니다. 은우는 눈을 조용히 감았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약하게 내뱉었습니다. 그와 동시일까요. 하늘의 구름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정도로 강한 돌풍이 그 자리에 불었습니다. 딱히 뭔가를 파괴한 것은 아니며, 뭔가를 날려버린 것도 아닙니다. 그저 살랑살랑한 봄바람이 강하게 주변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듣던 은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허나 그 목소리는 날이 잔뜩 선 칼바람마냥 날카로웠고, 그의 눈동자엔 진하고 날카로운 안광이 번쩍였습니다.
"우선 첫째. 나는 너희들 같은 이들을 돌보고 배려할 이유가 없어. 나는 애초에 만인을 돌보고 지키고 이끌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니까. 둘째. 설사 내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아. 아까도 말했지만 난 만인을 위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 아니니까. 셋째. 나에게 부하는 없어. 완전히 동등하지는 않지만 부하가 아니라 친구들과 후배들이 있지. 넷째. 그 애들이 하나둘 다친다고 해서 벌벌 떨고 물러날 것 같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뭐?! 핫. 지금 그 말 그대로 네 부하들에게 할 수 있냐?!"
넷째를 들은 순간, 상대 리더는 콧방뀌를 끼면서 조롱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도 당연합니다. 지금 그 이야기는 부원들이 다치건 말건, 은우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과 상통하니까요. 하지만 은우는 조금도 움찔하지 않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다섯번째. 위협을 한다면 그 위협에 관해서 모두 싹을 잘라버리면 되는 거야. 여섯번째. 저지먼트는 기본적으로 전치 2주라는 조건을 걸고 있어. 어쨌건 폭력집단은 아니고 정해진 규칙 아래에서 해결해야하는 곳이니 말이야."
"뭐라는거야? 여섯째는 왜 말하는데?! 너네 규정 궁금하다고 한 이 있냐?!"
"일곱번째. 나는 저지먼트로서 온 것이 아니라 '에어버스터'로서 온 거야."
일곱번째를 이야기하며 은우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바깥쪽이 아니라 리벨리온의 안쪽. 그야말로 적진 한복판입니다. 그가 다가오자 다들 절로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러는 와중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남성 중 하나가 소리를 내면서 달려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기습을 가하려는 모양이었습니다. 허나 은우는 그 방향을 바라보지 않고 오른손을 뻗어 자신에게 휘두르는 쇠파이프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습니다.
쾅!
이내 찌그러진 쇠파이프가 하늘 높게 날아오르다가 근처에 있는 벽에 강하게 박혔습니다. 만일 거기에 사람이 서 있었다면, 어쩌면 사람 몸에 박히지 않았을까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어 당황하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여덟번째. 세상은 절대로 평등하지 않아. 내가 레벨5고 너희들의 태반이 레벨 0인것처럼."
이제 붕대도 풀 날짜가 다가오고, 다 괜찮아지나 싶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번에 내가 겪었던 싸움 얘기가 퍼졌는지 그놈의 백색광귀 전설에 새로운 부분이 추가되고 말았다. 강력한 블랙 크로우의 리더와 싸우며 너클의 머리를 얻어맞고도 버티고 승산이 없다고 느끼자 자신이 퍼스트 클래스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면서까지 어떻게든 그 리더를 쓰러트렸다나 뭐라나.
"애초에, 리더였어?"
청윤으로썬 그냥 대화만 조금 나눈 정도였기 때문에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잊혀질 것 같았던 그 백색광귀가 전혀 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하아.."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또 아파온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상처는 이제 다 아물었을 탠데.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누워있던 찰나, 청윤은 좋은 조언을 받을만한 상대가 생각났다. 나랑 똑같이 전설로 불리던 두 선배. 은우 선배는 요즘 힘드신 것 같아서 조금 어려울 것 같고, 그 그림자를 처음 만났을때 같은 조로 활동했었던 태진 선배께 조언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청윤은 단톡방에 톡톡 글을 쓰기 시작한다.
[태진 선배, 혹시 잠시 만나주실 수 있나요?] [그, 조언이 좀 필요해서.]
만약 태진 선배가 부실에 있다고 답했다면 부실로, 아니라면 태진 선배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뭔가, 떠올리는듯 하게, 그리고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짓나? 싶기도 한 이경이를 바라보며 의외라는 생각을 한다...뭐지 얘가 이런표정 짓는거 되게 드문거같은데. 편하게 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나서도, 배려한듯 조심스럽게 걷는 이경이를 향해 더 편하게 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아까 전과 같은 불편함은 표정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말을 참았다.
원래 이런녀석이지. 뭔가 생각하는걸 모르겠단말야~ 그래도 착한녀석이지만!
"후후...진슐랭 맛집은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구?"
무려 여기 와서도, 두명의 선배를 만족시킨 무적의 리스트다! 그부분에 대한 자신은 있지만...
"와, 좀 긁히네 이건. 이런거 없어도 심심하진 않거든요?"
난 편하게 살고싶단말야. 주인공 체질이 아니야. 주인공은... 그래, 웨이버같은 그런사람 아니려나? 나는 그거지. 그 이야기 진행에 귀찮은거 대충 처리해주는 그런... 그런사람이지 뭐. 모두가 기대하지만, 결국 기대에 못미치는 그런 절망을 주기위한 주인공쪽 요소.
뭐 아무튼, 약간 키득거리는 이경을 보며 좋은게 좋은건가 라고 생각은 하지만... 조금 짜증나서 발을 조금 세게 굴러, 쇄골쪽을 발뒷굼치로 찍는다.
은우는 부실 한 구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거기에 놓여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안마의자였다. 최근 순찰을 도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진만큼, 어느 정도 복지를 신경쓰려고 생각에 생각을 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저 의자였다 .물론 완벽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피로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기에만 붙어살면 조금 그럴테니 저 옆에다가 이용 기록서를 두는 것은 어떨까 그는 생각했다. 그것을 보고 너무 오래 사용하거나 하는 이에겐 조금 제지를 할 수도 있을테니까.
"쓸데없이 돈만 넘쳐난단 말이지."
세은이가 독립하겠다고 나가면 집 하나는 줄거니까 상관없긴 한데.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절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안마의자가 무엇인가. 최근 인첨공에서 새롭게 나온 그야말로 기술의 정수를 다 합쳐버린 최고급 안마의자가 아니던가. 마사지는 물론이며 발 마사지도 할 수 있고, 옆에 달려있는 안대 같은 것을 끼면 눈 마사지도 해줄 뿐만 아니라, 진동까지 적절하게 넣어서 몸의 피로를 녹여주는, 그야말로 온갖 과학적 이론이 다 합쳐진 ㅡ정확히는 캡틴이 과학적 이론을 쓰지 못했다.ㅡ 그런 안마의자가 아니던가.
한편, 그 와중에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류화는 그 손을 쳐내지 않고, 무력하게 당신에 의해 손이 감싸 쥐여진다. 눈동자가 더 크게 벌어지고, 미소는 어색한 모습으로 흐려진다. 당황한 표정이 류화의 얼굴에 떠오르고, 너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려 한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 듯한 행동이었으며, 바라보면 불안한 빛이 류화의 눈동자에 깜빡이고 있다. 자신을 걱정하는 그런 네 말에는 류화는 비밀을 더 깊숙하게 묻어버릴 뿐이다. 너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그렇지만 너라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만감이 교차하며 류화는 제 손을 내려다본다. 맞잡고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손끝에 아직 따뜻함이 여전히 남아있을까. 류화는 망설이다가, 네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 응."
너무 어두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만 같아 류화는 힘껏 웃으며 미소를 띤다. 여전히 그 칭찬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당신이 더 자신을 걱정하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류화는 걸음을 계속해서 옮기며 네게 말한다.
"시작이 가장 중요하니까. 노력은 항상 보답하니, 힘내요."
그렇게 말하며 걷다 보면 어느덧 순찰 루트의 끝에 다다랐을까. 오면서, 그리고 끝에 와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런 일도 없다.
뭐처럼 다가온 한가한 시간. 한양은 학급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한양은 인터넷으로 특정한 분야를 보지는 않고, 골고루 넓게 보는 편이었다. 스포츠,시사,연예,환경 등등..아마 뉴스를 많이 보겠지. 그렇게 혼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광고를 하나 보게 된다.
'와..이 안마의자 미쳤다..'
온갖 과학기술을 동원해서 만든 안마의자의 광고를 보고 감탄했다. 당연히 비싸겠지- 하고 가격표를 보고나서, 상상 이상으로 더 비싸서 입을 틀어막은 한양의 모습은 덤이었다.
'이거는 레벨 4가 되어도 못 사. 탐나는 의자지만 그야말로 탐만 내야되는 의자.'
한양은 휴대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본 의자를 잊기 위해서 부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머리에서 지워버리기에는 인상이 강렬했다. 매일 새벽에 수련을 하며, 부실에서는 하루종일 컴퓨터만 보는 한양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이었다. 살 능력이 안 돼서 그렇지.
그렇게 자동문을 넘어서 들어간 한양은 웃으며 손을 흔드는 부장에게 같이 손을 흔들다가... 한양은 잠시 굳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저 안마의자. 한양은 방금 끈 핸드폰을 다시 켜서 안마의자를 광고를 재생하고, 핸드폰 속의 안마의자와 바로 앞의 안마의자를 반복해서 비교하기 시작한다. 현실로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명성이 (아마도) 자자한 진슐랭 인증 별 다섯 개 짜리 생크림 케이크가 기대되지만 그게 소년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건 좀 먼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것보다 다른 게 아닐까.
"확실히 레벨4의 삶은 심심할 일 없겠네~"
놀리는 거 아닐까? 레벨은 언급하는 모습에 그림자는 없었다. 그저 앞을 보면서 이동할 뿐이었다. 둘은 서로의 심정을 모른다. 당연히 이경도 정하가 조금 울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말해주고 싶다. 정하야. 아주 예전부터 주인공은 완성되어있지 않은 인물이었어. 어딘가 모자란 인물이 모험과 인연을 노력과 함께 쌓아나가, 누구보다 빛나는 별을 쥐는 것을 주인공이라 그려내었지.
물론 들을 사람 없는 묘사는 닿지 못하고- 소년은 소녀의 발뒤꿈치 찍기에 "아파~" 하고 우는 소리를 장난스럽게 낼 뿐이다.
"그래? 자주 접긴 하는데. 아 나는 정하 인어도 어울린다고 생각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흰머리오목눈이나 흰비둘기 라고 생각한다고 소년이 덧붙였다. 귀엽거나 평화의 상징 같은 걸 태연하게 말하는 게 뻔뻔하다면 뻔뻔했다. 실제로는 뭐든 관심 없어서 오히려 쉽게 뱉은 것일 수도 있다.
"뭐? 아니 나는 그렇게 위험했던 적 없는, 아파~"
레벨도 낮은 스킬아웃들에게 당할 일은 없었던 그로써는 과한 걱정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스멀스멀, 가슴께에 뭔가 따끈한 게 차오르는 기분.
"....삼단봉있나?"
혼자 가겠냐는 별로 진지하지 않은 제안에 이경은 주변을 살폈다. 하나 쯤 챙겨가도 되겠지? 수박을 등분내는 완력이라면 그것도 충분히 훌륭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딱히 상관 없고........의외로 신경 안 쓸 거 같, 아닌가?"
한 때 여장까지 당했었으니 또 뭔가 당했겠거니 생각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166cm의 나긋한 외모를 지닌 소년에게 작은 인형은 꽤 어울릴 것도 같은데 같은 학교 학생을 닮았다는 건 이야 이거 쉽지 않은데.
"요정 정하~ 앗, 아파~"
별로 아프지 않은 듯한 우는 소리를 내면서, 그는 가슴 주머니에 쏙 들어간 정하를 눈으로 쫓았다. 생각보다 사이즈가 잘 맞는 모양이었다. 이는 적어도 최이경에게는 다행이다. 동급생을 닮은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이상한 녀석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
"네~ 최이경 출격합니다~"
뭔가 콕핏에 조종사가 들어간 느낌이 들어선지 이경이 그런 소리를 했다. 양궁 가방을 들고 자동문을 열었다. 이제는 익숙한 길을 따라 순찰루트로 들어갔다. 지금쯤 월광쪽도 돌고 있으려나?
부실 안으로 들어오다가 굳어버린 부부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는 탓이었다. 그러다가 안마의자와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짜식. 의자에 눈이 돌아갔구만? 그렇게 판단하면서 그는 막 들려오는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은우님이 직접 사비를 들여서 가지고 온거다! 와하하!"
확실히 지금 그가 보이는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모습과는 달랐다. 그야말로 또래 친구들에게 보일법한 가볍고 장난스러운 모습. 그리고 상당히 편안한 모습. 3학년 동기조 멤버들에게 자주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마 2학년, 1학년, 혹은 올해 새로 들어온 이들이 봤다면 저게 누구에요? 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밝게 웃던 그는 팔짱을 끼며 이야기했다.
"가격은 조금 나가긴 했지만, 할부를 하면 충분히 감당 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너를 포함해서 요즘 애들이 워낙 샹그릴라 단속이라던가, 순찰에 힘을 쓰니 말이야. 내가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걸 알게 되어서 구입했지. 막 배달 와서 설치를 하고 가는 길이야. 정말... 점심시간에 얼마나 바빴는지 몰라.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왔는데... 아무도 안 와서 대체 언제쯤 애들이 오나 싶었는데 네가 딱 온 거고."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안마의자 바로 옆으로 옮겼다.
"여기다가 이용 시간과 이름을 기록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만든 후에 기록하고 사용하게 하면... 너무 많이 쓰는 이는 제지를 하고, 못 쓰는 이들에게 좀 사용하게 하고... 어때? 이 부장님의 아이디어가? 괜찮지?"
하나하나 정리하는 도중 지끈거리는 느낌에 머리를 부여잡기 시작한다. 아서라. 평생가는 타고난 모근을 굳이 상하게 하려하지 말고. 사실은 이렇게 기억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능력을 사용할 때 주변 사람들이 휘말릴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특정 광물만 떨리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번 진동시키면 잠잠하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거기다 전자제품에 들어있는 미세한 광물들까지 억지로 진동시켰다가 변상금 물 수는 없거든요."
>>407 확실히, 보통은 어중이떠중이들이었으니 알아서 도망치는 사례가 많긴 했지. 청윤은 태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그래서 쉽게 사라지지도 않고요."
그때 돌아다니는 별명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때 일을 생각하니 피곤했다.
"오해 아니면 하나의 모습이라.."
처음에 청윤은 백색광귀란 별명이 단순한 오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지먼트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이번에 크게 다치면서 느낀 건.. 그 별명이 진짜로 그저 오해로 생긴게 아닌건가 싶었던 것이었다. 정말 누군가는 자신을 무서워 할수도 있겠구나.
"그게.. 될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말일까? 청윤은 가능한 일일지 딱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태진 선배의 말은 간단했다. 악명이 있으면 이를 오히려 이용해 스킬아웃들에게 먼저 압도를 해라. 가끔 효과를 볼때도 있던 방법이지만 태진 선배와는 다르게 체구도 작은 편이라 자신이 그렇게까지 위압감을 줄 수 있을지조차 좀 애매했다.
오늘의 커리큘럼도 지난번에 이어서 감각을 경험하는 것. 1부터 50까지 숫자가 붙여진 칸막이 안에 얇은 종이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향지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앞에 커피 원두가 든 통이 하나. 이건 후각이 둔해질 때 사용하라고 했던 것 같다. 즉 오늘은 코가 일하는 날이다.
이레는 칸막이를 열어 시향지를 꺼낸다. 조심스레 코끝에 대자 포근하고 가벼운 냄새가 난다. 마치 따스한 햇볕을 받고 보송보송해진 침구에 휩싸인 것 같은 착각에 한껏 숨을 들이마신다. 그렇게 계속 향을 즐기고 싶었으나, 연구원의 재촉에 별 수 없이 2번 칸에 든 시향지를 꺼낸다. 이번엔 귤을 연상시키는 상큼하고 청량감 있는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수업이라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
3번 칸에 든 시향지는 얼굴 근처에 오기도 전부터 정체 모를 고약한 냄새가 난다. 절대 맡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 또한 수업이기에 결과는 정해졌다. 포기할 수 없다면 빠르게 하는 시늉이라도 내자.
"으으......"
급격히 구겨진 표정으로 후다닥 시향지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러고는 부디 좋은 향을 맡을 수 있길 바라며 다음 칸을 열었다.
한양은 저지먼트 활동에서 은우의 사비까지 쓰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부장이고 금전적으로 제일 여유가 있다지만 결국은 사비를 쓰는 것이고, 은우 혼자서 희생하는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았다. 한양은 "있는 돈 두고 굳이 부장의 돈을 쓸 필요는 없어요. 활동비 있잖아요."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돈을 쓰는 은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결국 은우의 선택이기에 막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한양ㅇ..
"부장은 최고야!!!!!!"
...........
후배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한양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 아마 보는 경우라면 화가 대단히 나서? 소집에서 후배들이 보는 한양과 은우의 모습이라면, 은우가 상황과 작전을 브리핑하면 한양이 차분하게 의문점을 묻거나 건의사항을 제시하는 등 사무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그냥 또래친구다.
"샹그릴라? 순찰? 업무? 다 집어치워. 우리는 부장이 있는데! 절대 이 안마의자 때문이 아니야! 아이고.. 우리 부장님이 점심시간에 바쁘게 설치한 것도 모르고 박카스도 안 가져온 이 센스 없는 부부장을 마구 쳐주십시오..부장님.."
안마의자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흥분한 채로 말했다. 아무래도 안마의자에 정신이 완전히 팔린 듯했다.
"완벽한 아이디어입니다요-! 양식은 내가 만들어서 뽑을 테니깐 부장님은 어서 앉아서 쉬시지요..!"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다 집어치우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건 절대 안된다는 듯이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조금 오버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지금은 자신과 한양이 둘밖에 없었다. 후배가 들어온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바쁘게 설치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기사님이 설치한거지. 나는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었고! 으아! 아무튼 이제 순찰을 돌고 난 후에 부실에 와도 안마받을 수 있어! 내가 작년에 3학년이 되면 꼭 이것부터 하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마침 딱 이렇게 기회가 되네!"
물론 정말로 그것만으로 설치를 감행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양식은 자신이 만들테니까 쉬라고 하는 그 말에 그는 키득키득 웃었다.
"천천히 해. 천천히. 그렇게 안해도 그 의자 안 도망가. 내가 기부하고 갈 거니까."
물론 자신과 한양은 1년 밖에 쓰지 못하겠지만 그게 어디인가. 어차피 자신이야 필요하면 또 사면 될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자리로 간 후에 의자에 앉았다. 딱히 업무는 하지 않으면서 그는 후우, 숨을 내뱉으면서 이야기했다.
"후배들이 네 그런 모습 보면 완전 깬다고 할걸? 보아하니 꽤 카리스마있고 자상한 선배로 통하던데 말이야. 부럽네. 부러워."
하지만 설령 아니라 해도 그녀는 알 턱이 없었다. 10년 전 기억이 온전할지 1년 전 기억이 온전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다 그녀는 고작 몇년 전의 이야기라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그것도 맞슴다. 나쁜 일만 안 일으킨다면, 오히려 그런 눈치 안보는 사람이야말로 더 활발한 도움이 되거나 분위기를 만들어줄지도 모르니 말임다."
애초에 주변 신경을 안써야 아무도 예상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고 그렇기에 기이한 일들도 일어나는 것이다. 가끔은 귀찮은 일들도 일어나지만... 어쩌랴, 본래 변칙적이라 함은 항상 좋은 것만 담길수 없는 법이었다.
"머, 정확히는 에너지 같은거라 어떨지는 모르겠네여? 먼가 닿았단 느낌은 그리 안드는데... 만약 거미줄이었다면 그것도 나름 재밌었겠지만여."
마치 직접 보여주겠다는듯이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탁자에 올려둔 다음 손을 그쪽으로 향했다. 물론 손은 멀찍이 두고서 대지 않은 채로, 그러다보면 서서히 뻗어나온 와이어형태의 에너지가 대신 닿아선 자동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거나 선택을 하기도 했다. 당연이 바뀐 화면에는 익숙한 검고 흰 토끼의 사진이 있었을까?
"그거 말곤 도구 다루기 좀 더 편하다는게 있는데... 거기까진 아직은 잘 모르겠슴다."
레벨이 좀 더 오른다면 알게 되지 않을지, 라는 막연한 생각도 해보았지만... 역시 알아야 능률이 오르고, 그래야 레벨이 오르는 법일테니까.
"오... 생각해보니 그렇겠네여. 다들 그렇게 어떤 위기상황에 맞추어서 쓰일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함다."
가령 빛이 없는 곳에서도 빛을 만들어낸다던지, 화재가 일어나면 물을 뿜어내거나 해서 끈다던지. 언제나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에이, 혹시 모르져! 게다가 청춘물이라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전개 아님까? 만약 로맨스여도 딱히 나쁜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함다. 여고생 둘이라고 문제될게 있겠슴까 요즘시대에?"
물론 받아들일 사람은 받아들일 것이고 아닌 사람은 거절하겠지만... 그건 그들이 정하는 것 뿐이다. 그녀의 사전에 강요는 없었다. 오로지 권유 뿐, 선택은 타인의 몫이었다.
"오늘은 오늘대로 꽤 즐거운 하루가 될거 같네여."
돌아오는 정하의 한마디와 함께 서로 잔을 맞부딪히고서 그렇게 흐르듯 말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한 문제가 산재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발 정도는 담궈본적 있는 그녀이기에 그때 발치에 휘감겼던 위기를 직감할 수밖에 없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한번 눈길을 주었던 심연이 도무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지도 모르고,
분명 누군가는 당당히 맞서고, 누군가는 수긍하며 나아가겠지만... 누군가는 분노할 것이며, 누군가는 주저앉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 누군가는 계속 이겨내려고 할 것이다. 꼭 저지먼트가 아니어도, 그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사실 캡틴적으로는... 업무 관련 이야기만이 아니라 좀 더 청춘적인 일상도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조만간에 은우가 되었건 세은이가 되었건 영화를 보러 갔는데 같이 보려고 한 이가 갑자기 바쁘다고 해서 졸지에 표가 하나 남아서 곤란해진 상황이라거나 쇼핑을 간 상황이라거나, 식당에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합석을 했다거나, 혹은 인첨공 타워 같은 곳에 갔다가 만난다거나..하는 것들을 돌려볼까 생각중이에요.
"이거는 샹그릴라..이거는 순찰..이거는 업무..이거는 부장에게의 충성심.."이라고 말하며 염동력으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움직여서 다시 쓸어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한양이었다.
"작년부터 생각하고 있었구나. 크흑..앞으로는 업무에서 펑크 안 내고 열심히 할게."
그럼 지금까지는 열심히 안 했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 한양은 부부장이면서 세은이와 함께 저지먼트의 행정을 전담하지만 업무는 많고 한양은 미숙했다. 아무리 부부장이라도 한양은 아직 사회경험도 없는 고등학생.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하나의 사회인으로 보자면 아직 미숙했다. 그런 한양이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신이 난 듯했다.
소년은 생각했다. 단언하는데, 레벨5의 부장에게도 고충이 아주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못 할 정도로 어둡게 가라앉은 것일 수도 있고, 다가서면 가라앉아 아침햇살을 더 못 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기만 한 것은 없다. 과거에서 찾아온 업보든, 현재의 한계점이든. 하지만
"그리고 나쁘기만 한 것도 또 뭐가 있겠어. 못 하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라는 건, 개인적으로 이 도시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올라탄 사람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걸음으로 걸으며, 목소리를 부드러운 강물 흘러가듯 내는 순백이 말했다. 이 도시에서는, 남들보다 못하는 게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초능력과 계수, 레벨이라는 것으로 눈 앞에 들이미는 것들은 너는 저들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 말에 휩쓸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초능력은 없어도 되는 것이다. 저 바깥을 보아라, 우리의 일생을 휘어잡는 것을 그저 공상의 산물로써 소비하는 그들은 불행한가?
"팔 하나 더 달렸으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쥘 수 있겠네. 좋은 점이야."
그렇지? 말끝이 올라간 의문은 딱히 답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다.
"에, 나 안 귀여워?"
진지한 분위기는 어디가고 소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참고로, 발길질은 정말로 아팠지만 소년은 통증에 익숙하므로 별로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니었다.
"반 쯤 접었나? 최근 일이 많았잖아. 다른 거 접고 싶은 것도 많고!"
요즘은 코뿔소를 접는 게 즐겁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확률로 과잉진압이 되겠네."
총에 맞으면 전치 몇 주지? 2주는 안 넘겠지? 그러면 그것보다 약한 지금은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거였다. 능력이나 무기 들 일 없이 평화롭게 끝나기를 바랐다.
"괜찮아. 네가 선물해줬다고 하면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나보다는 너일 거야!"
소문이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니까!
"상처 남으면 청구해야겠다."
아마 체내수분을 말리는 만큼 상처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지. 물론 소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정신과에 가면, 조금, 문제가 생길 것도 같으니.
"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쏠 생각은 그다지 없거든. 애초에 화살을 접근해서 겨누는 건 좀 그렇잖아? 잘 모르는 애들은 활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좀 꼬리를 내리더라고. 일단 크고 눈에 띄는 무기니까. 삼단봉 같은 거보다 좀 더 위험해보이고."
일단 맞으면 '꽂히는' 부류의 무기다 보니까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화살을 바로 쥐고 있으면 슬슬 피하던데.. 그렇게 잡담을 떨며 걷자니 누군가 다가왔다. 눈에 띄는 견장. 월광고의 저지먼트였다. 그것도 한 학년 선배.
"앗! 안녕하세요~"
이경은 방긋 웃으며 넉살 좋게 인사했다. 같이 순찰을 돌며 몇 번 만난 적 있는 사람인지라 분위기는 쉽게 풀렸다.
>>511 중학교 스킬아웃이랑 어울리던시절, 정하같이 레벨이 어느정도 있는(3~4) 스킬아웃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연락이 안돼서 알아보니, 스킬아웃의 과잉진압(혹은 스트레인지 소탕시에 건물 잔해등에 휘말림)으로 사망. 이후 온건파 스킬아웃들 사이에선 그 기일, 스트레인지 쪽에서 추모행사를 가진다... 이정도? 이걸로 이제 하루 빠져나올까 했지이~
훠이. 훠이. 그런 거 키우는 거 아니야. 그런 말을 하면서 은우는 정말 징그럽다는 듯이 뭔가를 집어서 창문 너머로 휙 갖다버리는 시늉을 했다. 자신에게 충성심이라니. 무슨 얼어죽을 소리란 말인가. 동기에게 그런 것을 받을 마음은 없었고 딱히 후배들에게도 그런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멋대로 가진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펑크는 이쪽도 가끔 내는데 뭐. 부장 일 힘들어. 정말. 1년 후딱 지나고 빨랑 다음 세대에 넘기던가 해야지. ...하지만 말이지. 부장을 시켜줄만한 애가... 아직은 말이지. 물론 봄이긴 한데. 아직은 말이지."
딱 떠오르는 이가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몇 명 리스트는 떠오르긴 하지만, 전부 얘로 할까? 하면 애매하다는 것이 흠이었다. 물론 자신이 나간 이후에 저지먼트가 어떻게 되는지는.... 상관이 너무 많이 있었다. 세은이가 있지 않던가. 그 애가 1년만 하고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과연 그럴까?
"...진지하게 생각해야겠어. 아. 연기? ...애초에 왜 그런 연기를 해야 하는건데? 깨진 후배? 아. 벌써? 빠르네."
누군진 모르겠지만 꽤나 당황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서랍을 연 후에 비스킷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한양에게 휙 던져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너는 연기니 뭐니 해도, 결국 그렇게 할 애야. 사람의 본질은 연기한다고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그 모습에 반한 후배가 있고 너도 좋아하게 되면 소개나 해줘. 혹시나 결혼하면 천만원."
피식 웃으면서 그는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 동기 보너스.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빈말은 아니었다. 카리스마 있고 자상한 선배. 꽤나 매력적인 느낌 아닌가. 물론 말은 이렇게 하나 연인이 생기건 생기지 않건 자신이 크게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결국 그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니까.
"아. 그건 그렇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너희들은 그림자나 블랙 크로우에게선 손을 때. 언제나처럼... 샹그릴라 단속만 신경 써줘."
은우와 만난 이후로 저지먼트 부원들의 상황을 찬찬히 파악해가고 있는 아지였다. 분명히 많이 다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입원했다는 청윤의 소식도 들었다. 볶음밥이 맛있다며 좋아해주던 청윤 선배의 싱그러운 얼굴이 떠오르면 슬퍼지려 했다.
그 외에도 더 다친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혜우에게도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왠지 답신이 오지 않았다.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냥 자거나 딴 짓하다가 못 본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번 순찰에 나갔다가 다쳤던 혜우의 모습을 떠올리니 어쩔 수 없이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여자 기숙사 건물 앞에 있었다. 어쩌면 혜우는 기숙사를 나섰거나 병원에 있을지도...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무척. 아지에게도 정말정말 부끄러웠지만 손으로 입 확성기를 만들어서 크게!!! 소리치는!!! 것이다!!!
"혜우야~~~~~~~~~" "처어어언혜에에에우우우우우우~~~~~"
벌컥. 벌컥. 여자 기숙사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여학생 몇몇이 창문 너머로 아지를 보고 있다.
"여기 있니이이이이이"
여학생 중 하나가 키득거리고 창문을 도로 닫는다. 연락을 받지 않아 찾아온 전남친 모먼트로 오해받기 좋다는 사실은 아지가 알 리 없다.
으음 아깝다. 오목 두는 것도 꽤나 재밌을 것 같은데, 핫 아니지 정신차리자 담아영. 정신없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정신줄을 제대로 붙들어 놓고 눈을 반짝이며 귀엽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착한 후배님의 말씀을 열심히 경청한다. 음음, 세은이도 그렇고 역시 17살이 18살보다 세파에 덜 찌들어서 머리의 뉴런이 생생하게 살아있는게 아닐까.
"오오오 듣고 보니 대박이잖아!" 오후의 밝은 태양이 화사하게 운동장을 비추는 가운데 그 만큼 밝게 활짝 웃는다.
"만약 내가 보조를 한다면 내가 섬광탄을 터뜨려서 헤메는 사이에 우리 똑똑한 후배님이 땅을 기습적으로 흔들어서 혼란을 일으키거나, 혹은 소음을 일으켜서 그 사이에 도주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아직 돌을 움직일수 있는 정도지만 좀더 강해진다면 담벼락을 무너뜨린다던가, 건물을 헤체한다던가. 앗 너무 갔다.
"응?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당연히 될거야." 그렇지 않다면 속상하잖아. 라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슬슬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자신이나 옆의 수강이도 무리하게 능력을 집중해서 사용한 여파인지 살짝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때 좋은 선배라면 맛난걸 사주기 마련이 아니겠어.
//같이 매점가서 열심히 점심을 먹었다고 하고 마무리할게! 계속 늦고 그래서 미안하고 수고했어~
>>531 쩜롄대오!!!!!!!!!! (?) 나 애린주, 점례라고 하면 점순이라 말하고 점순이라 하먼 점례라고 말하지. (??) 히히, 왜 그런 소문이 도는지는 차차 설... 명... (설명하려다 앓아누움) >>537 요즘은 아얘 카나페 해먹으라고 마요네즈 미리 섞은 참치스프레드도 나온대. (소근)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그리 대답하며 연꽃이 그려져 있던 스카잔을 벗은 뒤, 늑대 무늬가 새겨진 스카잔으로 갈아입는다. 모자는... 쓰지 말자. 그 대신 양 손에 장갑을 끼고, 워커의 끈을 다시금 조인 뒤, 치마의 옆을 튼다. 학교 안에서까지 트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있으니 상관 없겠지만. (아니다, 매우 상관 있다.)
선글라스를 걸치고, 마스크 대신 개의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방독면을 입가에 채운다. 저지먼트 완장을 내려놓고, 올가미가 그려진 완장을 찬다.
"필요한 거 문자 보내 놔."
대답은 듣지 않은 채로 방금 닫은 문을 다시 연다.
〈엥, 누님 어디 가심까.〉 "장 보러, 따라와."
〈에엥 이제 좀 쉬려고 했는데〉
따로 덧붙이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면, 마찬가지로 올가미가 그려진 완장을 찬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이 그 뒤를 따른다.
〈근데 누님, 그 귀랑 꼬리는 뭠까...?〉 〈설마 진짜 그게 되어버린 겁니켁〉 "하지 마라."
목젖을 가격당한 남성이 켁켁거리자 옆에 있던 남성이 킥킥댄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마. 와중에도 표정을 유지하던 여성은 어느새 옆에서 걸으며 말을 걸어온다.
〈오늘도 거긴 난장판일 텐데, 괜찮을까요?〉 "어떻게든 되겠지." 장을 본다, 라는 것은. 스트레인지 내에서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몇 안되는 편의점에 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많지 않기 때문에, 구획 내에 있는 스킬 아웃들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점거를 시도하는 등 난리도 아니다, 물론 암묵적인 룰 정도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암묵적이니까... 대놓고 앞을 점거하거나 하면 충돌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스트레인지 바깥에서 미리 편의점을 들러 장을 봐야 하는 것인데...
〈제가 뭐랬슴까... 저 놈들 저럴 거라고 말했켁〉 〈마, 랑이가 그것도 모르겠나.〉 〈어떻게 할 거에요?〉 "뭘 어째, 뚫어야지."
장갑의 벨크로를 강하게 조여 붙인다, 주먹의 너클 부위를 감싸는 철판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내가 정면으로 붙는다, 나머진 측면으로 돌아." 〈오케이.〉 〈측면이 좀 더 많지 않슴까? 에이...〉 〈그러니까 정면으로 모은다는 거잖아요.〉
잡담을 뒤로 하고, 편의점 앞을 대놓고 점거한 놈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저들끼리 점거 성공에 신나 있는 와중에, 혼자 다가가는 사람을 발견한 몇몇 녀석들이 일어나 생각했던 대로 위협을 해 온다. 여긴 지금 점거 중이니까 지나가려면 대가를 지불해라, 라든가. 대가를 받을 생각보다는 독점할 생각에 신나 있는 녀석들은 아예 그냥 꺼지라며 다가온다.
요즘 저지먼트 활동과 훈련에만 집중했더니, 슬슬 잊혀지는 느낌인데...뭐, 나쁘진 않지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에 쿵, 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턱을 아래서부터 올려붙여진 사람이 그대로 쓰러지는 소리다. 그제서야 시시덕거리던 녀석들이 움찔하는가 싶더니, 연장을 집어들며 일어선다.
"...지금은 기억 좀 나게 해 줄까." 〔XX, 왜 저게 여기 있어?! 여기서 나갔다며!〕 〔난들 아냐? 그나저나 저 귀랑 꼬리는 대체 뭐야, 그거 그냥 소문 아니었어?〕 "뭘 떠들고 있어, 너희가 짐승 새끼냐? 쳐맞아야 기억하게?"
드럼통 뒤에 숨어 현 상황에 짜증을 내던 놈 둘을 발견했다. 얼굴을 보자마자 또 마음에 안 드는 이름으로 부르길래.
"흠씬 패 줬다." 〈긁어 부스럼 좀 만들지 마, 우리가 굳이 안 해도 다른 놈들이랑 부딪혀서 밀려날 건데 자꾸 그럴래?〉 〈너희도 같이 갈 생각이 아니라 말렸어야지, 하여간 젊은 놈들이...〉 〈에엥 리더 늙었다는 거 인정하는검까? 늙긴 했ㅇ〉
"아 됐고, 얼른 먹을 것 좀 만들어 봐. 배고프다니까."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너 저지먼트라며, 이제 여기 안 오는 거 아니었냐고.〉 "뭔 소리야, 내 집이 여기 말고 어딨는데."
그리고...
"여기까지 저지먼트는 오지 않으니까." 그 날로 3학구 스트레인지 구획에서는 펜리르가 진짜가 됐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0 오늘 하루는 담당 연구원이 자리를 비웠다. 드넓은 훈련실에서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는 낙조는 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뚫어져라 응시했다. 능력이 없던 시절이 더 길어서인가, 자꾸 타격 직전에 사라지네. 두르면 방향 조정 전에 마구 치고 나가고⋯. 멀티플레이어적 능력 활용에 관해 골똘히 생각하는 그때, 소음 하나 없이 매끄럽게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들렸다. 송낙조. 뒤이어 따라오는 익숙한 목소리. 공간을 울리는 음성에 친근감이 담뿍 섞여있다. 위로 고개를 젖혀 보면 예견했듯 제 급우가 뒤에 떡하니 서 있었다. 어쩐지 표정이 묘하다. 별상인 낯짝을 바라보며 조용히 반문했다. 응, 왜. “올랐다며. 레벨.” “응.” “⋯⋯축하해.” “응, 고마워.” “⋯⋯.” “딱히 축하하는 얼굴이 아니지만.” 잠깐이지만 무겁고 불편한 적막. 평소와 달랐다. 침묵 속에서도 편안했던 사이였다. 타인에 대해 무던한 편인 낙조는 친구의 이상은 기민하게 읽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있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타인이 스스로 입을 열고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데 탁월한 대응이었다. 그걸 본능적으로 했다. 그러니 이윽고 입을 어물거리다가 말했다. “그 힘들다던 레벨이 한번 올랐으니 또 오를지도 모르겠네.” “그럴 지도.” “⋯⋯.” 또다시 침묵. 속내를 은닉한 불편한 적막. 이번엔 봐줄게. 그렇게 생각한 낙조는 친구의 낯을 표정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으로 마주했다.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았다가 한 손을 꺼내 친구의 어깨에 둘렀다.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하지 마. 안 어울려.” “뭘 알아.” “애초에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레벨과 관계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 “난 처음부터 그래왔듯 계속해서 최강을 노릴 거고, 넌 계속해서 나랑 싸워야 한다는 거. 걱정할 거면 그것만 걱정해.” “레벨 5가 돼도 레벨 제로인 나를 때리겠다는 거냐?” “당연하지.” “미친놈.” 마구 비난하고 욕을 뇌까리면서도 둑이 터진 것처럼 웃음을 쏟아내는 친구 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낙조가 얼굴을 숙이며 투덜댔다. 뭐야, 갑자기 왜 웃고 난리인데? 네가 여전히 미친놈이구나 싶어서. 싸우자고? 해봐? 다음에도 말 빙빙 돌려서 입만 꾹 다물고 있으면 안 봐줘. 그땐 주먹부터 날리고 대화 시작이야. 꺼내지 않은 문장이 혀 아래를 굴러다녔다. 말할 필요는 없다. 제 친구들이라면 알 거다. 다음에 저가 어떻게 행동할지. 그러니까 알 테지, 저 녀석이라면.
"사감실에 외박 사유서는 제출하고 왔죠?" "물론이죠." "그럼 시작해요. 등교 시간 가까워지면 문 열어줄 테니까."
문이 닫히고 홀로 남겨진 실내는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를 제외하면 적막하기 짝이 없다. 건조한 공기 속에 마른 안료 냄새가 배어들어 몸에 존재하는 모든 수분이 색색깔로 물드는 것 같다. 리라는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사진들과 예술 작품의 프린트들을 바라보았다. 모사가 아니라 참고만 하고 순수한 창작을 완성해 봐라. 앞으로 며칠간 그에게 내려진 커리큘럼의 내용이다.
"언제는 자유로운 생각 운운하더니 이젠 방구석 예술가 흉내를 내라고 하네."
뭐 어쩔 수 없나. 빨리 늘진 않아도 떨어지지도 않던 계수가 이례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건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법한 사안이니까. 리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앞에 두고 바닥에 앉았다. 아, 가만히 있는 건 체질이 아닌데.
부장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졌으니깐 오늘부터 부장은 적이야-라며 헛소리를 하지만 안마의자를 설치했으니깐 어제의 적은 오늘부터 친구라며 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후배들이 본다면 확실히 깨긴 하겠지.
"나는 레벨이 높으면 부장급 직급을 맡아도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알고보니깐 레벨이랑 관계 없는 거 같더라. 하도 바빠가지고.."
레벨이 중심인 인첨공이지만 레벨과 무관하게 힘든 경험을 선택하자면 아마 지금의 부부장이란 직급을 맡았을 때를 택할 것이다.
"차기 부장..너 말대로 아직 봄이니깐 여유롭게 생각해~ 후배들이 우리의 이런 모습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후배들에 대해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니깐."
선배들의 입장에서는 다 똑같이 귀한 후배들이지만 차기 부장을 정할 때는 더 깊이 있게 사람을 판단해야겠지. 심지어 지금은 한창 봄일 시기. 시간은 충분했다. 은우가 던져주는 비스킷을 "땡큐~"라고 말하며 받아서 먹기 시작하는데, 왜 그런 연기를 하냐는 말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색해서 그래. 그리고 내가 말을 잘 못 놔서 그래. 너는 기억이 안 날지 모르겠지만 나 동기들한테 말 놓는 것도 오래 걸렸단 말이야. 언젠가 친해지면 안 그러겠지.."
한양이란 사람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금방 친해질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을 아예 안 주는 성격은 아니고..여튼 후배들한테 존대를 하는 건 과거에 인간관계에 데여서 정을 안 주는 그런 클리셰가 아닌, 진짜로 어색해서였다.
"천만원? 꼭 해야겠네. 절대 천만원 때문이 아니야."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결혼생각..아니 연애생각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는 한양이다. 살면서 플러팅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한양의 성격상 플러팅을 받으면 굳어버리는 게 눈에 선하다. 그렇다고 한양이 대쉬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물론 짝사랑은 있었지. 지금까지 다 짝사랑으로만 끝나서 문제지.
"그림자..블랙크로우..알았어. 걔네들은 부장 너라면 모를까, 우리가 눈에 불 키고 찾아도 못 찾는 사이즈이긴 한데.. 혹여나 찾는 움직임이라도 발각되면 좋을 게 없으니깐. 나도 애들한테 주기적으로 말할게."
갑작스레 썩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경의 모습에 조금 당황한다. 약간 평소의 느긋한 분위기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모습. 그 갭에 약간은 당황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내보이진 않는다. 그건 썩 맞는말이기도 하고, 내 생각과도 합치하니까.
"그치, 나름 편리한데 딱 그정도더라구?"
그리고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경진을. 한대 더 패고싶다는 생각을 겨우 눌러담았다. 역시, 방금 보였던 표정은 착각일거야. 이자식이 그럴리가 없잖아. 항상 사근사근하고 활기찬녀석이. 얜 지치지도 않나? 저렇게살면 지친다 싶긴 한데.
"...그거 저지먼트 단톡방에 꼭 올려라 투표"
얼굴은 반반하지 나쁘진 않지만... 그걸 알고있어서 좀더 악질이야.
"걱정마, 살상은 지양하는편이니까. 에초에 그럴 깡도 없어서 문제란말야..."
제대로 능력을 쓰면 전치 2주로 안끝날것같고... 그렇다고 손을 봐주면 어디가 적정선인지 모르겠어...
"와, 너 진짜 그러다 한대 맞으면 안아플것같아? 뭐 생명보험 좋은거라도 들어놨어?"
계속해서 깐족대는 흰둥이에게. 가슴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들어올리고 반항한다... 뭐 닿진 않지만.
"...너 진짜 나중에 내가 벌칙게임같은거 하면 진짜 전력으로 한대 때릴거야."
그래도 능력은 안쓰겠지만.
"하기인... 잘못맞으면 죽는 무기를 겨누는데, 안쫄리가 없잖아."
일단 잘못맞으면 즉사니까. 그래서 양궁부에서 제일 처음 배우는게 누가 활 쏠 때 주변에 서성거리지 말라! 기도 하고. 앞에서 오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보자, 월광고 저지먼트가 눈에 보인다. ....인사를 건네는 이경. 조금 장난기가 돋았어. 온 몸에 물을 굳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게 굳히고. 눈 딱감고 가슴주머니에서 떨어진다.
"네! 안녕하세요~...어라? 이거 떨어트리신것같은데..."
나를 조심스럽게 주워드는 월광고 저지먼트.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신기한듯 콕콕 찔러본다.
"우와...진짜 신기하다... 이런걸 들고다녀요?"
...이거 이경이 골탕먹이려고 나오긴 했는데, 아무리 여자라곤 해도 남한테 만지작거려지는게 생각보다 유쾌하진 않은걸.
"나는... 레벨과는 상관없이 부장이 되고 싶었지만 말이야. 멋지잖아? 역시 살면서 톱에는 한번 서봐야지."
물론 그것만은 아니었다. 허나 그것은 지금 이 순간과는 상관없는 일. 한양을 아무런 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과연 어떤 감정이 있었을까. 특별히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이내 미소로 방금 전 눈빛을 살며시 지워버렸다. 이어 그는 싱긋 웃는 얼굴로 방금 들려온 말에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후보는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적어도 겨울에는 은퇴하고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과연... 누가 내년에 이 자리에 앉으려나. 후보자 정도는 있긴 하지만... 2학년들이 영 실적이 안 좋으면 1학년도 생각해봐야지. 난 실력주의자라서 말이야."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부장 자리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적, 행동, 그외 기타 등등 모든 것을 보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는 어느 특정 자리들을 빤히 바라봤다. 물론 재빠르게 흘러가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순 없었겠지만. 이어 비스킷을 받아들고 연기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가만히 한양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그건 사람 나름이니까. 하핫. 부부장은 우리를 존대해주는데 왜 부장님은 우리에게 반말해요? 그런 말이 안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네.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아. 그리고 천만원 때문이 아니면 없던 것으로 해도 되지?"
키득키득. 웃어보이지만 정말로 결혼을 한다면 축의금으로 천만원을 낼 생각이 있었다. 자신은 레벨5. 그 정도의 경제력은 있었다. 이럴 때 쓰지 언제 쓰겠는가. 년이면 몰라. 달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2500만원은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 값이 더 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연구가 필요해지고, 자신의 힘을 필요로 하면 할수록, 결국 그 지원금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움직임을 떠나서, 그냥 그 녀석들에 대해선 굳이 더 신경쓰지 말라는 거야. ...저번 사태에서도 느낀 거지만, 아직 우리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야. 저지먼트로서의 업무도 좋지만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저 개죽음일 뿐이야. 그러니까 이 이상 위험한 일에 발을 넣게 할 순 없어. ...학교 쪽은 무사히 끝난 것 같지만 병원 쪽은 피를 흘린 이가 꽤 있으니 말이야. ...거기다가 워낙 호전적인 이들이 많아서..."
>>698 그런 생각 마욧!!! 카테고리는 똑같은데 세부적으로 다른 게 얼마나 오타쿠적으로 맛난데! 전 태진이 보자마자 형동생(친형제가 아니라 조직 내 형님아우느낌)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8ㅁ8 !!!!! 절제 없는 날것 그자체인 낙조 옆에 더 어른스러운, 허나 본질적으로는 닮은 형 태진이. 얼마나 맛있어 형제!!! 동료!!!!!! 전우!!!!!
학교에서 유리창을 부수고 도망치듯 달려나와 곧장 기숙사에 틀어박혔다. 오늘의 커리큘럼, 저지먼트의 일, 전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숙사에 와서도 열린 화장실 문 너머 거울이 보여 가방을 내던졌다. 빨리,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야 했다. 내가 나를 볼 수 없고,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는 곳으로, 숨어야 했다. 깨진 유리에 베인 손과 얼굴에서 피가 흐르던지 말던지.
캄캄한 암실에 기어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으니 비로소 진정되어갔다. 그냥 눈을 안 뜨고 그대로 어둠에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목 끝까지 차오르던 무언가가 서서히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 다시 차올라 넘칠지 모르지만 시간만 있으면 나아질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그러다 잠깐, 잠이 들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데다 어둠 속에서 눈까지 감고 있으니 당연했다. 그 선잠을 누군가의 목소리가 깨웠다. 기숙사 복도도 아니고 저 바깥, 창문 바깥에서였다. 나를 부르는 소리인가 하고 귀를 기울였더니 아지 목소리가 들렸다. 늘어지게 부르는 내 이름과 여기 있냐는 말도.
반사적으로 폰을 찾았다. 하지만 폰은 가방에 들어있었다. 그 가방은 화장실에 던졌고, 화장실에는 거울이 있었다. 가지러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내가 나올 때까지 혹은 대답할 때까지 저러고 있을 거 같았다. 나가야 해. 아직, 아직 그대로지만, 다 가리고 나가서 가라고 말 하는 거, 그 잠깐은 괜찮을 것이었다.
비틀거리며 암실 밖으로 나가다 그 낮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 탓에 흐트러진 검은 머리에 숨이 막혔다. 아, 그렇지만 멈출 수도 없다. 제일 먼저 외출 할 때 쓰는 캡모자를 찾았다. 더듬더듬 찾아 쥐고서, 긴 머리 담아 그 위로 꾹 누르듯 썼다. 그걸론 부족해 후드집업을 입고 후드까지 푹 눌러썼다. 이러면 되나? 아니, 아직이었다. 검은 마스크까지 얼굴의 반을 가려 쓰고서야 겨우 기숙사 방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제대로 걸어보려 했지만 다리가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스스로를 향해 생각하며 다리를 재촉했다. 간신히 기숙사 밖으로 나오자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세상 밝았다. 반사적으로 모자의 챙을 더 아래로 당겨 나를 가렸다. 이 정도면 안 보일 거라고 속으로 읊조리며 걸었다. 느릿느릿, 어찌저찌, 아지가 소리치던 쪽까지 가서 부르려다가, 그만두고 손짓했다. 여기 나왔으니 그만 하고 이쪽으로 오라고, 오면 바로 가라고 말하고 돌아설 작정이었다.
정하의 의견 그대로, 그는 무척 발랄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은 흰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입꼬리도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지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티가 나지 않았다. 또한 사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나잇대는, 다른 아이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으니까.
"저지먼트가 그럴 깡이 있는 건 그것대로 문제가 아닐까."
근데 왜 우리 저지먼트에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많아 보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경 역시 상대가 선을 넘었다 싶으면 전치2주고 일단 화살을 꽂을 준비가 아주 잘 되어있었다. 아니면 삼단봉을 휘두르거나. 수박을 쪼개는 완력이면 사람 머리도 쪼갤 수 있지 않을까?
"생명보험은 없고 진정하씨의 양심을 믿는 정도?"
그렇게 심하게 때리기야 하겠어~ 이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내 맷집이 좋아서 다행이네."
모카고 안개요정의 전력펀치 어쩌고라고 말하려던 이경은, 거기까지는 하지 않고 그저 방실방실 웃으면서 대꾸했다. 양궁부인 만큼 맞으면 좀 아플 거 같지만, 그 정도야.
"그치? 안 쫄면 진짜 위험한 거니까 난 빠지면 되는 거고."
화살 정도는 맞아도 상관 없다. 저 정도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어느 쪽이든 블러핑으로써의 의미가 사라지니 다른 강한 사람들에게 넘기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활은 꽤 좋은 순찰도구였다. 방범부저 같은 느낌.
"?" 월광고 저지먼트와 인사를 나누는데 뭔가 떨어졌다. 가슴주머니에서 떨어졌으니까 뭐였는 지는 보지 않아도 알았다. 높이가, 그 크기로는 낮은 것도 아닐 텐데 괜찮은가? 몸을 숙여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월광고 저지먼트가 소인 정하를 먼저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돌려보고 콕콕 찌르는 게, 당하는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경은 웃는 낯 그대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려나 고민하였지만 그 전에 상황이 끝났다. 진정하가 폭발했거든.
이경은 그녀를 보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 어?" 하면서 당황했다는 게 여실히 보이는 저지먼트에게 다가가서는 양 손을을 모아 내밀었다. 진정하가 그 손을 타고 넘어올 수 있도록.
희야는 너덜너덜해진 옷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큐대를 쥔 한쪽 팔은 소매가 아예 찢어지고 팔뚝 살이 뜯겼는지 피가 났다. 뺨에도 긁힌 상처가 났고, 다리도 넘어져 무릎이 까졌는지 피가 난다. 목화고 교복을 입은 학생이 샹그릴라를 먹으려는 걸 발견해서 압수하겠다 하자마자 공격을 받은 탓이다. 이렇게 보면 저지먼트의 전치 2주 제도는 참 불리하다 싶지만, 융통성있게 하라고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희야는 팔다리가 얼어붙어 벽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학생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 옷 아끼던 거란 말이에요."
학생은 희야가 다가오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팔다리는 벽에 붙어 움직이지 못하고, 큐대에 한 대 맞기라도 했는지 코에선 피가 나지만 희야만큼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이 공격을 했는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지? 학생은 희야가 큐대를 들자, 자신을 칠까 두려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지만 큐대는 그 끝으로 자신의 이마를 콕 찔렀다.
"있죠, 지금부터 너는 데 마레로 가는 거예요." "거기, 거기가 어딘, 어딘데?" "당연히 2학구죠!"
학생은 눈을 뜨지 못하고 히익 소리를 냈다. 2학구! 그 무시무시한 인외마경으로 자신을 끌고간다고? 미쳤다! 진짜 미친 것이 틀림없다. 소문으로는 인체실험을 한다고 들었다. 그런 곳에 데려간다니! 저지먼트가 아닌 건 아닐까? 하지만 선배가 완장은 저지먼트라고 했는데!
"희야는 늘 궁금했답니다. 과연 샹그릴라에는 열등감과 불안, 해방감과 단기간의 성취로 비롯한 희열, 도파민을 추구하는 등의 각종 인간이 가질 심리적 요인이 아닌 약물 자체로 비롯되는 금단 현상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건 어떤 것일까요? 기다리면 점점 약기운이 빠지면서 금단 현상도 줄어들까요? 아플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왜? 아직 충분한 표본이 없으니, 하나하나 찾으려고요."
희야는 자신의 소매를 팔랑였다. 피가 아직도 흐르고 있었다. 희야는 그걸 보다 자신의 팔에 손을 대더니, 이내 팔에 살얼음이 꼈다.
"그럼 저지먼트 부실로 갈래요?" "싫어! 거기 에어버스터가 있잖아! 학교에서도 징계 받을 거고!!" "그럼 왜 그랬어요?" "그, 그건……." "그 당시의 힘에 도취되어선 나중 일은 생각도 하지 않는 건가요?" "나는…… 무서워서……." "무서워서 그랬나요? 만약 희야가 다시는 못 일어났으면요? 과연 괜찮을까? 물론 우리는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만요, 그게 어디까지 용인이 될 거라고 믿나요? 너를 전적으로 믿어줄 뒷배가 있나요? 도와줄 존재는? 그런 것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약이 버텨줄 거라 믿나요? 삿된 자는 너를 언제나 좋은 것으로 유인하고 현혹하기 마련이죠. 그렇게 네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걸 지켜보다 단숨에 떨어뜨려 삼킬 것인데, 어찌 악마의 현혹에 당해 스스로 벌인 일을 단순히 공포란 이름으로 외면하려 들까요?"
학생은 겁에 질렸는지 울먹거렸다. 악마? 유혹?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이 다음 일이 지나치게 두려웠다.
"일단은요, 학교 징계가 두려우니 2학구로 가는 걸로 알게요! 아무도 네가 학교를 다녔다는 것도, 앞으로 뭘 하며 사는지도 모를 거예요." "싫어!"
희야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꺼내 연락을 취하려 하자, 학생은 울며 겨자먹기로 소리쳤다.
"가, 갈게!! 가면 되잖아!!" "좋은 선택이에요." "어, 어허어엉-!"
얼음이 공기중으로 눈발이 되어 흩어지기가 무섭게 땅바닥에 주저앉은 학생은 훌쩍거리다 결국 목 놓아 울었다. 그런 학생을 붙잡고 질질 끌고가던 희야는 눈을 또르르 굴렸다.
"왜 울어요?" "잘못했어요, 잘못, 허어엉- 엄마-" "네, 네. 그거는 부실 가서 은우한테 얘기해요. 그런데 엄마는 왜 찾아요?"
한양 역시 부장을 지망한 적이 있긴 있었다. 저지먼트의 부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대학교에 갈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정말 지망만 하고 끝났었다. 아무리 고등학생 조직이라지만 한 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이었다. "리더는 만들어진다." 한양 역시 백 번 공감하지만 굳이 완성된 사람을 두고, 미숙한 사람을 리더에 앉히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실력으로 봐야지. 학년은 상관이 없어요~ 자기보다 후배가 리더라고 말을 안 들을 정도의 인성을 가진 친구는 없다고 판단되니깐. 실력으로 판단하자, 우리."
경험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실력과 연계되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물론 2학년의 나이에 부장이 되면 3학년들을 통제하는데 좀 부담이 될 테지만... 3학년들이 나중에 잘 따라주면 되니깐.
"에이..그런 말이 나오겠ㅇ..아..언젠가 한 번은 나올 수도 있겠네..쯥..잠시만! 절대 천만원 때문이 아니야. 오백만원으로 깎아서라도..아앗..말이 헛 나왔군."
염동력으로 자신의 입을 지퍼처럼 잠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애들 저번 병원일로 더 전투적으로 변할 텐데.. 나도 잘 통제해보마.. 현실적으로 인첨공의 그림자..이거 고등학생이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니깐. 너의 말은 잘 알았어."
>>767 한 51퍼 49퍼 정도로 그리핀도르로 갔다던가? :3c >>768 래번클로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세은이는 그리핀도르도 좀 섞였을 거 같다는 감히 궁예를.... >>770 무조건 래번클로 무조건 래번클로!!!!!!! 천재 괴짜 미인 >>772 착하구나..... 하지만 흑이경일땐...???(옆눈)
누구라고 말은 하지 않겠지만 떠오르는 이가 있는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실명을 거론하면 그건 그야말로 제대로 뒷담을 까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그는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렇다고 막 때려치겠다니, 싸움을 거니 그런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런 일을 할 후배는 적어도 현 시점에선 보이지 않았다.
"어이쿠. 천만원 때문이 아니라더니 갑자기 오백만원 이야기가 나온다? 너."
일부러 보란듯이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그는 자신의 지갑을 꺼낸 후에 가볍게 흔들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역시 이렇게 의미없이, 정말로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정말로 재밌는 일이었다. 부장직, 그리고 고3이라는 생활 속에서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버티지. 없으면 어떻게 버티겠는가. 어차피 자신은 공부를 크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기에 더더욱 이런 점에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잖아. 나도 1학년 때나 2학년 때는 코뿔소였단 말이지. 그것도 레벨5 코뿔소."
바다에 사람을 빠뜨린 이라던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다시 비스킷을 하나 더 먹었다. 그리고 안마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698 으앙 8ㅁ8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내버린 내 잘못도 있는거 같다 미아내!!!! 그 그치만 태진이랑 낙조하고 랑이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각자 개성 뚜렷하구... 그래도 겹치는 부분이 꽤 있다는 게 신경쓰이긴 하지 이해해...
나는 말이지 전투돌입 시 세 명이 느낌이 다 다를거 같아서 많이 다를거 같아서 그걸 상상하면 웃음이 나와(모두들:으악 기분나빠)
랑이는 열이 오르면 오를수록 좀 짐승?같이 움직일 거 같은데, 물어뜯기도 할 것 같은... 낙조는 점점 크게 웃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진심으로 싸움을 즐기게 된다고 해야 하나 낙조랑 싸울 때 웃음기 지우는 쪽은 진짜 강적이라는 의미랄까 태진이는 싸움꾼이긴 해도 뭔가... 먼저 시비를 거는 타입은 아니니까,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지만 먼저 거는 편은 아닌 거 같아서, 전투광도 종류가 있으니까 말이지 싸움 그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싸움에 있어서는 지극히 냉정해지는 타입이 있으니까... 뭔가 태진이는 피 좀 흘리기 시작하면 엄청 냉정해질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어, 가장 방심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나 왜 자꾸 태진이 생각하면 젠틀함이 따라붙는 느낌이지 어... 싸우고 나서 옷매무새 정리 제일 잘할거 같음(?)
>>788 모야? 모야모야? 모예요? 랑주 캐해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잘해요? 짐승 같이 움직이는 랑이 보고싶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그러나 인간처럼이 아니라 짐승처럼 육체를 사용해 마구 싸운다는 거죠? 오직 생존과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절벽 끄트머리에서 싸우듯이…
허억 맞아요 맞아요 낙조는 싸울 때 웃는 게 챠밍포인뚜랍니다 ☆
태진이 냉정해짐 + 잡히는 거 잡는 대로 휘두름으로 동시에 싸울 수록 잔인해지거나 평소 어른스러우려는 거 제어 풀리고 애처럼 마구잡이로 싸워도 맛날 거 같은…
"친구에게 축의금을 500만원이나 달라고 하는 거...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됐나."
동기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1200만원을 줘야지. 물론 자신에게 연락을 한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이 살아있다는 가정하에. 아주 잠시, 은우는 세은의 자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내려 자신의 심장이 있을법한 위치를 바라봤다. 아주 조금만 용기를 내면 적어도 한 명은 해방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주인공이 될 순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일부러 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참고로 나는 내 동기들 중 혜성이를 제외하면 다 코뿔소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남아있는 이들도, 탈퇴한 이들도. 생각해보면 참 이것도 전통이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작년에 함께 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그 중 탈퇴한 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런지. 공부한다고 바쁘지 않을런지. 나중에 한번 하나하나 찾아볼까. 목화고를 돌면 다 만날 수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첫 사용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한양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마 의자 설명서를 내밀었다.
"이거 보고 조절해봐. 시원할거야."
그럼 나는 잠시 보고해야할 것이 있어서.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은우는 부실 밖으로 천천히 나섰다. 그냥 적당히 자리를 비우려고 하는 핑계가 아니었다. 정말로 학생회에 보고를 해야 할 것이 있었기에.
>>833 랑주 평생 썰 풀어주세요 (착석!) 맞아요, 아이같은 천진난만하고 잔인한 부분 어필하고 싶었어요. 랑주 관찰력 진짜 무슨 일이야 대박이에요 ⸝⸝ʚ̴̶̷̆ ̯ʚ̴̶̷̆⸝⸝ 랑이 열 오르면 안 쓴다는 거....... 보고 싶다...... 도구 들고 싸우다가 휙 던지고 해보자 이거냐 하고 파이트 시작... 😍 태진이는 진짜 화나면 무서울 거 같아요 평소 자제하는 실력이 저정도라고? 수준급인데? 요런 인상
으으... 매번 얄밉게 반박하는 최이경. 진짜 얄미워. 때려도 화가 안풀리고 싱글거릴것같아서 더 빡쳐. 내가 진짜 언젠가 쟤 미소 때려 치게만든다 진짜.
1학년들이랑 상성이 안맞나? 이경이 여로는 짜증날정도로 얄밉게굴고, 에초에 애처럼 놀아준다라는 느낌이잖아. 아지는 너무 착해서 장난치기도 그렇고... 애린이는......솔직히 조금 기빨린달까...재미는 있는데 같이 계속 있다보면, 뭔가 크게 벌일것같아서 무섭달까... 응 진짜 내가 뭐라도 벌일것같아. 무서워. 리미트가 풀린달까...
아무튼, 잡담을 나누고, 화를 한번 내고 나자. 머리가 식는다.
...아. X됐네.
...응 진짜.
뭐라고 변명하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경이가 센스있게 말해주었다. 그래 생각해보니까 딱히 변명할 일도 아니였네?
"...네. 그렇게 됐습니다만... 네. 엄연히 여자아이랍니다. 원피스를 입었던것도 그것때문이에요...네..."
빡침과 쪽팔림이 지나자, 남자 인형으로 오해받은거에 대해 약간의 자괴감이 든다.
...그정도로 작나... 아닐텐데... 경이보단 크지...?
경이랑 나를 약간 번갈아가면서 보자, 두사람이 나를 내려다보는게 약간 불편해 보여, 날개를 펴고(비유적 표현이지만, 실제로 이런 상상은 능력 발동에 도움이 된다.) 눈높이까지 날아올라, 가슴주머니 속에 다시 들어간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이친구 놀려주려다가. 휘말리게 해버렸네요."
그렇게 말하며 가슴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가자. 당황스럽다...보다는 이제 익숙한듯, 고개를 젓는 월광고 저지먼트.
"뭐어... 죄송합니다. 사람인줄 몰라서... 오히려 인형처럼 예쁘다고 해야하나...? 되게 잘만든 인형인줄 알았어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월광고 저지먼트. 뭐어...말하자면 너무 띄워주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것도 좀 멋쩍음도 잠시, 약간 부끄럽다... 최이경 얘 진짜 백퍼센트 이걸로 놀려먹을것같은데...
"생각보다 놀라진 않으시네요..."
빠르게 화제를 돌리자, 그사람은 약간 기억을 떠올리는듯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요즘 이상한 신고같은게 많이 들어오거든요, 박쥐인간이 복도를 날아서 갔다던지, 인어가 워터슬라이드처럼 정문으로 쏘아져 나갔다던지, 학 날개를 달고있는 사람이 여기저기 쏘다닌다던지...아니면 갑자기 작은 사람이나, 고양이사람... 말도 안되나 싶은데 가서 cctv 보면 진짜인것들이 종종 있어서... 드디어 보니까 오히려 신기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말하며 유심히 날 유심히 보는 그녀. 정확히는, 나와 이경이를 번갈아 보는...에 가깝지?
"그러고보니 두분 다 어디서 자주 보신듯한... 아 물론 이경씨는 순찰하다 몇번 봤지만...그거랑 별개로 최근에 자주 본듯한데..." .
태진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기도 드는 이유는 사실 '확실히 이기기 위해'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비교적 불량한 녀석들이랑 같이 다니면서 폭력의 계율에 좀 영향을 받았고 인첨공 같이 무시무시한 도시에 오면서 더더욱 '이런 도시에선 지면 죽는다' 라는 걸 생각했기에...
그래서 처음부터 무기를 쓸겁니다 아마
다만 그 태도가 가면 갈수록 이제... 처음엔 '이거로 맞으면 아프니까 적당히 하고 가라' 하다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면 그냥 '죽어라.'가 되는 느낌...?
이곳은 과학기술로 초능력까지 구현에 성공한 인첨공. 그런 곳에서 사람이 작아지는 일은 흔하지는 않으나 아예 없다고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다소 태연하게 대응하면 능력에 당했든 무슨 사고에 휘말렸든, 대부분은 납득해줄 것이라는 뜻이다. 그와 별개로 상대의 대응이 꽤 덤덤했지만, 이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이경은 어쩐지 기운이 빠진 것 같은 정하를 보았다. 남자로 취급받은 것이 좀 많이 충격이었던 듯 하다. 자그마한 인형에, 옷도 굴곡이 잘 드러나지 않는 옷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정하는 머리가 긴 편도 아니었고. 정하는 곧 능력을 이용해 날아올라 이경의 가슴주머니에 들어왔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아- 제가 대답하면 안 되는 일인가요?" 놀려먹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경은 방싯 웃으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월광고 저지먼트가 놀라지 않은 이유는 이래저래 찔리는 게 많은 사건들 때문이었다. 박쥐인간, 인어(여기서 이경은 아주 잠시 정하를 보았다) 학 날개를 달고 있는 사람(이경은 그냥 빙긋 웃고 말았다) 누군가 보면 꿈이나 환상을 생각할만한 일이지만 저건 진짜로 다 있던 일이었다. cctv를 보았다는 건 그것까지 확인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소년은, 별로 숨길 생각은 없었다.
>>932 거짓말 문장.... (´°̥̥̥̥ω°̥̥̥̥`) 이궤모에요...... (엉엉 울다) 미움 받는 걸 평균보다 무서워하는 타입일까요.. 🤔 선은. 두리뭉술한 타입? 캐입이라 알쏭달쏭하다 >:ㅁ !! 캐입 말투나 말 하나하나 진짜 아이도루... 역시 아이돌 교육 받은 아이.......
랑이와 한 거구의 남성이 서로 대치를 하고 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맨주먹으로 싸우는 상황. 거구의 남성은 랑의 안면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고, 랑은 궤적이 큰 주먹을 턱을 당겨서 피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랑의 카운터. 체중을 싣는 왼쪽 발을 비틀어서 오른쪽 발로 남성의 왼쪽 복부를 발로 찬다.
"솜방망이인 걸~~?!!"
맷집이 강한 남성은 그 킥을 버티며, 랑이 킥을 회수하기 전에 왼팔로 랑의 오른발을 감싸서 잡은 뒤에 남성은 자신의 오른발로 중심이 몰린 랑의 왼발을 땅을 쓸 듯이 걸어서 넘어뜨린 뒤에 마운트 자세로 올라탄다.
"너는 이제 끝났어."
"...뭐래...짜증나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뒷머리가 랑의 왼손에 잡혀 있었다. 팔이 긴 랑이었기 때문에 마운트 자세에서 올라탄 남성의 머리가 잡혔고, 그대로 자신의 얼굴로 잡아당겼다.
"....!"
남성은 기겁하며 올라탔던 랑이에게 떨어지면서 거리를 벌린다. 남성은 자신의 코를 붙잡으며 피를 흘리고 있었고, 일어난 랑의 입가에는 핏기가 흥건했다.
'짐승이야 뭐야..!'
"왜? 더 할 생각이 없는가?"
랑은 터벅터벅 남성에게 다가간다. 겁에 질린 남성은 소리를 지르며 랑에게 달려가며 덤볐고, 남성의 얼굴에 무언가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신을 차린 남성의 얼굴에는 마치 짐승이 할퀸 듯, 4개의 줄로 된 대각선의 상처들이 생기고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짐승이야..못 이겨..!'
- 낙조 -
"헹☆ 너 강하구나?!"
낙조는 신이 났다. 싸움을 좋아하는 낙조는 당연히 강한 사람을 이기고 싶을 터, 오랜만에 자신을 흥분시켜줄 강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콰직-!"
낙조는 주먹에 맞아도 신이 났다. 싸움을 즐기는 낙조에게는 이런 주먹 하나하나가 스릴을 높여주는 일종의 자극제니깐 말이야. 상대는 낙조보다 신장과 리치가 더 우월한 아웃복서 스타일이었다. 빠른 스텝으로 거리를 벌리고, 우월한 팔의 길이를 사용해서 낙조의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원거리로 주먹을 발사한다.
'분명..! 카운터를 꽂았는데...'
"왜 계속 도망가~♡!!!"
'왜 쓰러지질 않는 거야?!!!'
상대는 아무리 주먹을 꽂아도 계속해서 덤벼드는 낙조에게 질리기 시작했다. 긴 리치를 이용해서 무방비하게 계속 덤비는 낙조에게 펀치를 치는 것. 마치 튼튼한 연습용 ai 같았다. 같은 패턴으로 계속 덤비니깐.
"젠장!! 이거나 맞고 죽으라고!!!"
낙조의 턱에 풀파워로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는 상대. 낙조는 웃으면서 맞는 동시에 상대의 안면에 오른쪽 주먹을 날려서 맞춘다. 아예 맞으면서 때리려고 작정한 모양.
"드디어 때렸네...☆"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상대가 주먹을 맞출 때마다 같이 주먹을 날려서 데미지를 입히는 낙조. 처음에는 상대가 우세했지만, 체력과 맷집이 우월한 낙조의 이런 방식에 점점 잠식되어 간다.
'일단..거리..거리를 벌려야 해!!'
점점 접근해오는 낙조에게 거리를 벌리기 위해 백스텝을 뛰지만..
"젠장..."
벽이었다. 상대는 도망칠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이어서 빠르게 다가오는 낙조의 오른손. 상대의 옷깃을 잡은 것이다.
'이 녀석.. 유도구나! 중심을 잃지 않게..'
"콰직-!"
업어치기나 매치기를 할 거란 상대의 예상은 틀렸다. 상대의 멱살을 잡은 채로 안면을 강타하는 낙조.
"이제는 내 차례지롱-!!!!!!"
- 태진 -
"하아..하아.."
인적이 없는 도로. 태진은 한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와 싸우고 있다. 상황으로 봐서는 태진이 밀리는 상황. 태진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지만 신사의 얼굴은 말끔하다.
"당신. 저한테는 안 됩니다."
"닥쳐어어어-!!!!"
태진은 불리한 상황이라도 기세 좋게 다시 덤비기 시작한다. 차분하게 셋업을 위한 왼손 잽을 뻗는 태진.
"다 보여요, 당신 공격."
태진의 잽을 오른손으로 받아치며 막아낸다. 이어서 태진은 체중을 실어서 신사의 안면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으려고 하지만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게 된다. 태진이 왼발에 체중을 실어서 펀치를 뻗으려는 순간에 신사가 오른발로 중심이 몰린 태진의 왼쪽 허벅지를 차서 공격을 불발시킨 것.
"....이제 끝내주죠."
태진을 끝내기 위해서 다가가는 신사. 기력이 다 떨어진 것같은 태진의 머리를 붙잡고 일어세게 한 뒤에 손날로 경동맥을 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태진은 신사의 무언가를 잡는다.
"제가 그래플링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야."
"누가 싸우는데 넥타이 매고 오래."
태진은 신사의 넥타이를 잡아당겨서 신사는 중심을 잃고, 고개가 앞으로 숙여졌다. 태진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팔꿈치로 신사의 후두부를 찍어서 강타했다. 그대로 바닥으로 다운되는 신사. 충격을 받은 신사는 다시 일어나서 재정비를 하려고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이 새X야."
일어나기 전에 이어지는 태진의 사커킥. 후두부 타격으로 인한 충격이 회복됐으면 대처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태진은 그걸 친절히 기다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944 이게 세계선이 2개가 있는데!!!!!!!!!!!! 바다에 풀어주는 동월이 : 큭..... 잘 살아라 갈치야...... 나중에 꼭 돌아와야돼....!!!!!!!!!!!!!!!! (갈치 몸에 '먹지 말아주세요' 쓰고 보내줌) 그냥 이상한 동월이 : 큭, 크흡....... 갈치야 잘 가..... 그래도....... '맛있었다.....!!'
손에 들린 우산을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뱅글뱅글 돌리며 힘차게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얼굴 전체에 걸쳐서는 그야말로 싱글벙글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수 없는, 그런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와하하! 이야~ 아니, 역시 그 태진 선배랑 같이 순찰 도는 건 기운 자체가 다름다!"
즉, 지금의 나는 굉장히 들떠있다! 인첨공에 전학오기로 한 거 이후로 이렇게나 들뜬 기분이 드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지금의 이 한세나는 부장 정도를 제외하고서는 저지먼트 내에서 가장 강하기로 소문 난 사람과 같이 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뭐뭐, 딱히 내가 무술같은 거에 몸 담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강자란 어쨌든 누구나 동경하게 되는 법이지 않겠는가. 왜인지 모를 두근거림...! 그런 것이 선배에게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단은 머리가 빨갛다!! 보통 사람보다 3배는 빠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세나 개인의 의견입니다)
"뭐~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말임다, 태진 선배는 같이 조가 걸리면 뭐랄까~ 강해진 기분이 든다고 할까. 등을 맡길 수 있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듬직함이 있는검다!"
괜스레 복싱 자세를 취하고 주먹을 전방을 향해 빠르게 뻗어본다. 슈슉. 슉. 잽잽. 슈슈슉. 아아, 그렇다.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다!! 레벨 0 따위가 감히 주먹으로 바람 소리 따위 낼 수 있을까보냣. ...같은 생각을 하니 갑작스레 머쓱해지는 기분이 몰려와서 너털웃음을 흘리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타하하~
"...앗. 그러고보니, 이런 굉장한 선배를 두고 그냥 걷는 것도 굉장히 뭐한 거 아님까...?! 그러니 이번 커피는 제가 쏘겠슴다! 어떠심까 선배임!"
"좋게 봐 주는건 고맙지만, 너무 들떠서 허튼 짓은 하지 마. 가능한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채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아, 허기져..."
척 봐도 배가 고파서 날카로워진 상태. 그런 와중에 이 날뛰어대는 후배는 우산을 마구 휘둘러대고 있다. 얘는 이건 또 뭐야? 킹스맨이야? 차라리 그런거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 커피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진다.
"진짜? 그럼 나는 그 혈관 파열시킨다는 그 초콜릿... 어? 야, 잠깐만."
당과 칼로리를 섭취할것이라는 생각에 자신도 상기된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다가, 앞에 일어나는 일에 주목한다. 저기 있는 저 녀석들은... 척 봐도, 불량배들이군. 그것도, 현행범인 불량배들. 아무리 외곽이라지만 아주 대놓고 흡연을 하면서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 옆구리에서, 그것도 목화고 학생 삥을 뜯고 있다니.